글 : 인지심리 매니아



이번 포스트에서는 타인에 대한 판단이 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 새 논문[각주:1]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는 항상 타인에 대한 판단을 내리며 살아간다. 우리는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그 사람의 표정을 살피고, 그 사람의 평상시 행동을 통해 그가 어떤 인물인지 평가한다. 이처럼 인간은 상대방의 외모나 행동을 통해 그 사람에 대한 판단, 즉 사회적 판단을 한다. 사회적 판단은 거래, 계약 등 수 많은 의사 결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과학자들은 사회적 판단이 경제적 가치 판단과 유사하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TV 광고 속 모델의 웃음은 해당 제품에 대한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사람들은 한 인물에 대한 평가를 통해 그 사람과 가까이 지낼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이나 손실을 계산한다. 그래서 저자들은 사회적 판단을 ‘사회적 효용(Utility) 판단’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회적 효용 판단은 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다른 인지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저자들은 그 중 ‘주의'에 주목했다. 여러 사람과 만나는 상황에서 각 사람에 대한 정보를 모두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효율적이다. 즉, 사회적 판단이 일어나는 순간 주의가 관심 인물에 집중되는 현상(편향)이 발생하게 된다. 주의의 편향을 통해 얻은 정보들은 의사 결정 시 반영된다. 


이번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사회적 효용 판단이 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이들은 신뢰성이 높거나 낮다고 판단된 사람들에 대한 정보가 전주의적 단계에서 처리될 것이라고 가정했다. 이런 정보는 의사 결정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의식적인 주의 없이도 자동으로 처리된다는 것이다.



실험 1에서 연구자들은 외모에 근거한 사회적 효용 판단이 주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했다. 저자들은 신뢰성이 높거나 낮게 보이는 인물에 대한 정보가 전주의적 단계에서 처리될 거라고 예상했다. 연구자들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Attentional blink(AB) 패러다임(이전 글 참조)을 사용하기로 했다. 연구자들의 가설이 참이라면 AB task에서 목표자극의 제시 시간이 짧더라도 해당 얼굴에 대한 재인률이 높아야 한다.


실험 1의 참가자들은 우선 12명의 사진을 보고 각 사람의 신뢰도를 평가했다. 그 다음, 각 얼굴에 친숙해지기 위해서 1-back task를 실시하고, 뒤이어 Attentional blink(AB) task를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한 시행(아래 그림 참조)이 종료된 다음 첫번째 목표 자극(T1)이 사각형 또는 원으로 구성되어 있었는지, 두번째 목표 자극(T2)이 테스트 전에 학습했던 사진인지 여부를 판단했다. T2 자극은 신뢰성이 높거나 보통, 또는 낮아 보이는 사람의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 시행은 인물 사진을 바꿔가며 여러 번 반복된다.



실험 절차. 논문에서 인용.



참가자들의 반응을 d’ 점수(신호탐지이론의 민감도를 나타낸다)로 산출한 다음 분석한 결과, T2의 제시 시간이 긴 경우가 짧은 경우보다 얼굴 재인율이 높았으며 이 결과는 세 조건(높은 / 중간/ 낮은 신뢰도)에서 동일하게 발견됐다..  즉, 예상과 달리 높거나 낮은 신뢰성을 가진 얼굴에 대한 전주의적 처리는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실험 2에서 연구자들은 행동에 근거한 사회적 효용 판단이 주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했다. 연구자들은 친사회적인 행동을 한 사람의 얼굴이 전주의적으로 처리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 가설이 참이라면 AB task에서 해당 얼굴에 대한 제시시간이 아주 짧더라도 재인율은 높아야 한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신뢰 게임을 진행했다. 참가자(투자자)들은 컴퓨터 상에서 상대방(사진이 모니터에 제시된다)과 게임을 진행한다. 이 때 연구자들은 상대방이 의도적으로 공정/ 중립/ 불공정한 행위(돌려주는 돈의 액수를 조작)를 하도록 조작했다. 

그 다음, 실험 1과 동일하게 AB task를 진행했다. 다만, T2가 방금 전 게임을 함께 했던 상대방의 사진이라는 점이 다르다. 


실험 결과, 공정한 행위를 했던 사람의 사진은 재인율이 높았으며, 사진의 제시시간이 짧아도 재인율에 차이가 없었다. 즉, 행동을 통해 긍정적 이미지를 얻은 사람의 얼굴은 전주의적으로 처리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결과는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점이 많다. 특히, 신뢰성이 높은 사람의 정보만 전주의적으로 처리되었다는 점, 또 인상보다 행동으로 평가한 사람에 대한 정보가 전주의적으로 처리되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어쩌면 인간은 자신에게 해가 되는 사람보다 자신에게 득이 되는 사람에 더 관심이 많은지 모른다. 또, 우리 뇌는 사람에 대한 인상이 그 사람을 판단하기에 충분한 자료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지 모른다.



Reference

  1. Shore, D. M., & Heerey, E. A. (2013). Do social utility judgments influence attentional processing?. Cognition, 129(1), 114-122. [본문으로]


Image : Psypost



출처 : Psypost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당신이 컴퓨터로 업무를 보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때 고릴라가 모니터에 갑자기 등장한 후 화면을 가로질러 사라진다면,  당신은 이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당신은 “예"라고 대답할지 모르지만,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람들은 종종 어려운 과제를 수행할 때 고릴라의 출현을 눈치 채지 못한다. 이 현상을 부주의맹(inattentional blindness, IB)이라고 한다(부주의맹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다면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의 '보이지 않는 고릴라'를 참조할 것- 역자 주). 



보이지 않는 고릴라

저자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대니얼 사이먼스 지음
출판사
김영사 | 2011-03-04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심리학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독창적이며 흥미로운 실험이 공개된다...
가격비교



보스턴의 Brigham and Women’s Hospital(BWH)은 연구를 통해 일반인 뿐만 아니라 전문가도 자신의 분야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동안 부주의맹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각주:1]는 이번 주 Psychological Science지에 게재되었다.


BWH의 박사 후 연구원이자 이번 연구의 저자인 Trafton Drew는 “사람들이 어려운 과제를 수행할 경우 주의가 일종의 블라인더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눈 앞에 출현한 자극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심지어 전문가조차 이런 현상에 취약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24명의 방사선 전문의에게 폐결절(lung nodule)을 찾아내는 친숙한 과제를 수행하게 했다. 전문의들은 총 5번의 스캔을 했으며, 실험은 한 번의 스캔 당 평균 10개의 결절이 발견되도록 설계되었다. 연구자들은 마지막 스캔 때 결절보다 48배나 큰 고릴라가 출현하게 만들었다. 실험 결과, 전문의의 83%가 고릴라의 출현을 눈치채지 못했다. 놀라운 점은 전문의들의 눈동자를 추적한 결과, 이들이 고릴라를 정면으로 응시했다는 사실이다. 


BWH의 심리학자이자 Visual Attention 연구실 소장인 Jeremy Wolfe는 “방사선 전문의들이 고릴라를 눈치 채지 못한 이유는 고릴라를 못 봤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뇌가 수행하는 작업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고릴라가 아니라 암 결절을 찾고 있었습니다. “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우리가 집중하는 것이 곧 우리 세계의 중심이 되며, 우리가 무엇을 볼지도 결정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연구자들은 이 결과를 전문의들이 부주의 때문으로 탓하는 것은 잘못일 수 있으며, 부주의맹은 높은 수준의 전문가도 피하기 힘들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전문가 역시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 볼 수 있으며 예상치 못한 것은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연구자들은 이 연구 결과를 통해 전문가들이 자신의 주의가 무엇을 보고 놓치게 하는지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Reference


  1. Drew, T., Vo, M. L. H., Wolfe, J. M. (in press). The invisible gorilla strikes again: Sustained inattentional blindness in expert observers. Psychological Science. [본문으로]




글 : BPS Research Digest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왜 우리는 공공장소에서 누군가 통화하는 소리에 신경을 쓰게 될까? 새 연구에 의하면 두 사람 간의 대화보다 타인의 통화 내용이 사람들의 주의를 더 끈다고 한다. 


Veronica Galván과 동료들은 164명의 학부생을 대상으로 실험[각주:1]을 진행했다. 연구자는 학생들에게 이 연구가 Anagram과 독해 능력간의 관계를 알아보는 연구라고 속였다. 학생들은 난이도가 비교적 쉽거나 어려운 anagram 문제를 각각 15개씩 풀게 된다. 또 문제를 푸는 동안 근처에서 누군가 통화를 하거나 두 사람이 잡담 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통화하는 소리를 들은 참가자들은 두 사람의 잡담을 들은 참가자보다 소리가 더 신경쓰였다고 평가했지만, 두 조건 간 anagram 점수에는 차이가 없었다. 결국 이 연구는 지난 2010년에 진행되었던 실험 결과를 복제하는 데 실패했다. 당시 연구에선 통화하는 소리를 들은 참가자들의 수행이 훨씬 저조했었다.


또,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대화 내용을 얼마나 잘 기억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던 참가자들이 대화 내용을 훨씬 잘 기억하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통화하는 소리가 인간의 주의를 끄는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두 사람 간 대화를 들은 참가자가 훨씬 많은 단어를 들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통화 내용을 들은 사람의 재인 과제 점수가 높은 이유는 실험상의 혼입(Confounding) 때문일 수 있다"고 시인했다.


이 결과는 타인의 통화 소리가 우리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지만, 주의를 분산시키지는 않음을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우리는 두 조건 간 anagram 과제 점수에 차이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통화하는 소리가 거슬리는 데 다른 요인이 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어쩌면 우리는 공공장소에서 통화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통화하는 소리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지도 모른다.


통화하는 소리를 듣는 것이 두 사람 간 대화보다 anagram 수행력을 저하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매체들은 통화하는 소리가 주의를 빼앗는다고 말한다. 관련 연구는 이런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주류 매체는 technophobia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 같다.


Reference

  1. Galván, V., Vessal, R., and Golley, M. (2013). The Effects of Cell Phone Conversations on the Attention and Memory of Bystanders PLoS ONE, 8 (3) DOI: 10.1371/journal.pone.0058579 [본문으로]



글 : BPS Research Digest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심리학 연구 결과에 의하면 노인들은 젊은 사람보다 잡생각(mind-wandering)을 덜 한다. 보통 이런 연구는 연구자가 과제를 하고 있는 참가자에게 ‘방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묻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그런데 이 연구 결과들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노인들은 젊은 성인보다 인지 능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집중력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mind-wandering도 심해지는 게 당연해 보인다.


mind wandering 연구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이론에 의하면,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mind-wandering이 줄어드는 현상은 당연한 결과다. 이 이론에 의하면, 과제가 쉽거나 익숙할 경우 인지 능력을 조금만 할애해도 되기 때문에 인지 자원에 여분이 생긴다. 이 여분의 인지 능력이 mind-wandering에 사용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지 자원이 부족한 노인들은 과제를 수행할 때 여분의 인지 자원이 없기 때문에 mind-wandering을 드물게 경험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학자가 이 자원-기반 이론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Jenifer McVay와 동료들은 mind-wandering을 설명하는 또 다른 견해를 주장했다. 이들은 인간이 주의력 통제를 상실할 때 과제와 관련 없는 생각에 주의를 뺏기면서 mind wandering을 경험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젊은 성인과 노인이 mind wandering을 경험할 때 과제 수행 능력이 동일하게 저하되는 현상을 예로 들면서, 만약 mind wandering이 여분의 인지 자원 때문에 일어난다면 이 결과를 설명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McVay와 동료들은 기존 연구가 노인이 경험하는 mind wandering의 횟수를 과소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실험[각주:1]을 진행했다. 기존 연구는 노인들이 과제 수행 시  ‘과제와 관련된 생각’을 하는 것은 mind wandering이 아니라 과제에 집중하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McVay에 의하면, 노인들은 수행 불안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자신의 ‘수행’에 생각을 집중하려는 경향이 있을 뿐, ‘실제 과제’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연구팀의 첫 번째 실험에서 108명의 젊은 성인( 18-28세)과 99명의 노인(60-75세)들은 컴퓨터를 이용하여 두 가지 과제를 수행했다. 한 가지는 억제 통제 테스트(inhibition control test)였고 다른 한 가지는 경계를 지속시키는(sustained vigilance) 테스트였다. 과제가 진행되는 동안, 참가자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중간 중간 받았다. 참가자들은 과제와 전혀 관련 없는 생각, 과제에 대한 생각, ‘과제와 관련된 생각'이라는 보기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예상대로, 노인들은 ‘과제와 관련된 생각’을 훨씬 많이 보고했다(기존 연구에서는 이를 과제에 대한 생각이라고 잘못 분류했었다). 하지만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노인들은 젊은 성인보다 mind wandering을 덜 경험했다(31% VS 48%). 즉, 노인들이 과제에 훨씬 집중한 것이다.


두번째 실험 역시 젊은 성인과 노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지만, 이번에는 과제가 조금 더 어려웠다. - n-back test를 실시했다 -. 결과는 유사했다. 노인들은 과제가 어려울수록 ‘과제와 관련된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젊은 사람보다 과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다.


(‘과제와 관련된 생각'을 mind wandering 범주에 포함할 경우, 노인들 역시 mind wandering을 자주 경험한다는 결론이다. - 역자 주) 


기존 연구에 의하면, mind-wandering은 젊은 성인과 노인의 수행 능력을 동일하게 저하시킨다. McVay 연구팀은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mind-wandering이 여분의 인지 능력 때문에 발생한다는 주장과 맞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또, 노인이 젊은 성인보다 수행 관련 생각을 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도 이를 반증한다.


그럼, 이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뭘까? McVay 연구팀은 주의력 상실로 인해 주의가 다른 생각으로 옮겨 갈 때 mind wandering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또, mind wandering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들이 mind wandering을 덜 경험하는 이유는 연구가 진행되는 실험실에 노인의 주의를 분산 시킬 만한 자극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복도와 최첨단 컴퓨터, 젊은 연구자가 있는 대학교 캠퍼스는 학부생의 주의를 분산시킬 수 있지만, 학교 생활과 관련 없는 노인들은 이런 주변 환경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주의가 분산될 일도 없는 것이다.”


Reference

  1. McVay, J., Meier, M., Touron, D., and Kane, M. (2013). Aging ebbs the flow of thought: Adult age differences in mind wandering, executive control, and self-evaluation Acta Psychologica, 142 (1), 136-147 DOI:10.1016/j.actpsy.2012.11.006 [본문으로]


Image : http://www.datpiff.com/Ty-Flow-Pay-Attention-mixtape.320045.html



글: 인지심리 매니아


인간의 시각 주의(Visual attention)는 두 가지 요인에 의해 통제된다. 하나는 자극 유도적 주의(Stimulus-driven  attention)이고, 다른 하나는 목표 지향적 주의(Goal-directed attention)다. 자극 유도적 주의는 자극의 현저성이 인간의 주의를 자동적으로 끄는 경우다. 예를 들어 숲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호랑이를 발견했다면, ‘호랑이'라는 자극은 우리의 주의를 자동적으로 끈 것이다. 반면 목표 지향적 주의는 본인이 의도적으로 특정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는 경우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지인의 얼굴을 찾는 경우 목표 지향적 주의가 사용된다. 


하지만, 시각 주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보다 다양할 수 있다. 2012년 12월 Trends in Cognitive sciences에 실린 논문[각주:1]에서 Hutchinson과 Turk-browne은 자극/목표 지향적 주의같은 이분법적 접근 방식이 주의를 완벽하게 설명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억 유도 주의(Memory-guided attention)라는 개념을 소개하면서 기억 역시 주의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기억이 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전에, 기억의 체계에 대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 동안 학계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기억 체계가 제시되어 왔지만, 저자들은 다중 기억 체계(Multiple Memory system, MMS) 이론에 따라 기억을 분류하고 있다. 이 체계에 의하면 기억은 외현 기억암묵 기억으로 나뉜다. 외현 기억은 다시 의미 기억일화 기억, 작업 기억으로 나뉘며, 암묵 기억은 절차 기억, 지각 학습, 연상 학습, 점화를 포함한다(각 기억의 자세한 내용은 인지심리학 교재를 참고하기 바란다).





그럼 각 기억이 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자.




1. 연상 학습





Zhao 등[각주:2]은 연상 학습이 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네 개로 구성된 일련의 자극을 관찰하게 된다. 가장 위쪽에 출현하는 자극은 일정한 순서(즉 규칙성이 있는)대로 제시되는 반면, 가장 아래에 있는 자극은 무선적인 순서로 제시된다. 그 다음 목표 자극을 구분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실험 결과, 목표 자극이 위쪽에 출현한 경우 아래쪽에 출현한 경우보다 반응시간이 빨랐다. 즉, 사람들은 자극이 규칙적으로 제시되는 위치에 더 주의를 준다.




2. 작업 기억





Soto 등(2007)[각주:3]은 작업 기억이 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단서(Cue, 빨간 사각형)를 본 다음, 대각선을 찾는 과제를 수행한다. 실험 결과, 대각선이 단서에서 보여줬던 빨간 사각형과 동일한 사각형 안에 있는 경우(valid 조건) 반응 시간이 빠른 반면, 빨간 사각형에 distractor(수직선)가 제시된 경우(invalid 조건)는 반응 시간이 가장 느렸다. 즉, 작업 기억에 저장된 도형과 색상이 주의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3. 일화 기억





Stokes 등(2012)[각주:4]은 일화 기억이 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탐색 목표 물체(열쇠)가 제시된 사진과 아무 물체도 제시되지 않은 사진을 기억했다. 하루가 지난 다음, 참가자들에게 어제 보여줬던 사진들(이 번엔 두 사진 모두 물체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을 단서로 제시하고 목표 탐색 과제를 실시했다. 실험 결과 valid cue(열쇠가 있었던 사진)가 제시된 경우 invalid cue(열쇠가 없었던 사진)의 경우보다 목표 탐색 시간이 빨랐다. 즉, 어제 봤던 사진의 기억을 토대로 물체가 있을만한 장소에 주의가 제일 먼저 갔기 때문에 valid cue 조건에서 반응시간이 빨랐던 것이다.




4. 의미 기억





Moore 등(2003)[각주:5]은 의미 기억이 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단어로 된 단서(i,e motorbike)를 본 다음 여러 물체 중에서 특정 물체를 찾는 과제를 수행했다. 실험 결과 motorbike와 관련있는 물체(헬멧)가 방해자극으로 제시된 경우 관련없는 물체가 방해자극으로 제시된 경우보다 반응 시간이 느렸다. 즉, 오토바이와 의미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헬맷에 주의를 빼앗긴 것이다



저자들은 기억을 주의 연구에 고려하면 여러 이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주의 연구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추가적인 변량을 설명할 수 있고, 또 역으로 주의가 기억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1. J. Benjamin Hutchinson, Nicholas B. Turk-Browne, Memory-guided attention: control from multiple memory systems,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Volume 16, Issue 12, December 2012, Pages 576-579, ISSN 1364-6613, 10.1016/j.tics.2012.10.003. (http://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1364661312002392) [본문으로]
  2. Zhao, J et al. Attention is spontaneously biased toward regularities. Psychol. Sci. (in press) [본문으로]
  3. Soto, D. et al. (2007) Dissociating the neural mechanisms of memorybased guidance of visual selection. Proc. Natl. Acad. Sci. U.S.A. 104, 17186–17191 [본문으로]
  4. Stokes, M.G. et al. (2012) Long-term memory prepares neural activity for perception. Proc. Natl. Acad. Sci. U.S.A. 109, E360–E367 [본문으로]
  5. Moores, E. et al. (2003) Associative knowledge controls deployment of visual selective attention. Nat. Neurosci. 6, 182–189 [본문으로]



Image : http://www.theluxuryspot.com/tag/lemonade/



글 :  인지심리 매니아


인간의 의지(willpower)는 제한된 자원이다. 그래서 한 과제에서 자기 통제력을 고갈시키면 다른 과제에서 자기 통제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Ego-depletion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Roy Baumeister라는 학자가 주장하면서 유명해졌다.


바우마에스터는 Ego-depletion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으로 혈당 수치를 꼽았다. 혈당 수치가 낮아지면 자기 통제력도 고갈되고, 반대로 혈당 수치가 높아지면 통제력도 회복된다는 것이다. 그는 2007년에 실험을 통해서 이 가설이 사실임을 증명했다. 


그런데 최근 이 가설을 의심하게 만드는 논문들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Matthew Sanders와 동료[각주:1]들은 실험 참가자에게 책 속에서 e를 찾는 과제를 시켰다. 이런 지루한 과제를 통해 자기 통제력을 약화시킨 다음, 연구자는 참가자에게 스트룹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 때 한 조건은 당분이 들어있는 레모네이드로 입을 헹구었고, 다른 그룹은 인공 감미료로 맛을 낸 레모네이드로 입을 헹구었다.  


실험 결과, 당분이 포함된 레모네이드로 입을 헹군 참가자가 스트룹 테스트를 잘 수행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레모네이드를 삼키지 않았기 때문에 실험 결과가 혈당 수치에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연구자들은 참가자가 설탕 맛을 본 순간, 뇌의 보상 체계가 활성화되었기 때문에 자기 통제력이 높아졌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연구[각주:2] 역시 위의 실험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결과 역시 동일했다. 두 실험 결과는 Ego-depletion이 혈당의 부족 뿐만 아니라 동기(보상)와도 관련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단맛이라는 보상은 자기 통제력을 지속시키는 동기로 작용하는 듯 하다. 








  1. Sanders, M., Shirk, S., Burgin, C., and Martin, L. (2012). The Gargle Effect: Rinsing the Mouth With Glucose Enhances Self-Control. Psychological Science DOI: 10.1177/0956797612450034 [본문으로]
  2. Hagger, M., and Chatzisarantis, N. (2012). The Sweet Taste of Success: The Presence of Glucose in the Oral Cavity Moderates the Depletion of Self-Control Resource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DOI: 10.1177/0146167212459912 [본문으로]

글 :  인지심리 매니아


며칠 전부터 생각들이 끝없이 밀려오는 바람에 업무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다. 지난 과거에 관한 생각,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등등.. 저 사람의 의도는 뭘까, 저 사람은 왜 저럴까 하는 생각 등등.. 수많은 생각들이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Mind-Wandering은 주말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서 끝이 났다. 하지만, 업무나 학업을 방해하는 Mind Wandering은 언제든 다시 우리 마음으로 침범할 수 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Mind Wandering이 일어날까? 필자는 한동안 소홀히 했던 심리학 논문을 다시 찾아봤다. 그리고 주목할 만한 최신 논문 두 편을 찾아냈다.


그 동안 블로그를 통해 소개해 왔던 대로, 심리학자나 신경과학자들은 Mind Wandering의 주요원인이 default mode network 때문이라고 가정한다. 최근 Trends in Cognitive Sciences에 실린 논문[각주:1]은 기존 연구들을 정리하면서 DMN이 내/외부 지향적 인지과정과 관련있다고 설명한다. default mode network는 우리 뇌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자동으로 작동하는 일종의 ‘스크린 세이버 모드' 역할을 하며, 이 때 자전적 기억(autoiographical memories) 등 내부 지향적 인지(internally-directed cognition)가 발생한다. 


이 네트워크는 목적 지향적 활동(또는 외부 지향적 인지, Externally-directed cognition)과 부적 상관 관계가 있다. 즉, DMN이 활성화될 경우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만약 DMN의 활성화가 줄어든다면 반대의 경우가 일어날 것이다. 결국 DMN의 활성화는 외부 또는 내부에 대한 주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필자 역시 지금까지 이 설명이 정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서 Anthony Jack과 동료들은 mind wandering을  내부 VS 외부 주의의 차원으로 설명하는 방식에 이의를 제기했다[각주:2]. 이들은 인간이 사회적 정보 처리(Social Information Processing,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를 처리할 때 DMN이 활성화되는 반면, 물체의 운동 등 기계적 메카니즘을 처리할 때는 EAN(Executive Attention Network, 집행 주의 네트워크))이 활성화된다고 주장했다.


연구자들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한 집단에게 정서적, 도덕적 내용이 담긴 영상을 보여주고, 다른 집단에게는 퍼즐을 풀게 했다. 그리고 각 참가자들의 뇌를 fMRI로 관찰했다. 그 결과, 정서적 내용을 본 참가자의 경우 DMN이 활성화 된 반면, 퍼즐을 푼 참가자는 EAN이 활성화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결과는 어디까지나 DMN이 사회적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활성화된다는 사실만을 보여주었을 뿐, 사회적 정보 처리가 mind-wandering으로 이어지는지는 검증하지 않았다. 필자 역시 이런 해석이 가능할지 망설여진다. 하지만, 사회적 정보 처리->DMN->Mind-Wandering의 연결고리가 발견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만약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Theory of Mind(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의 스위치를 끄는 것이 끊임없는 잡생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의도를 끊임없이 읽으려 하는 과정에서 Mind Wadering의 늪에 빠지는지도 모른다.

  1. Anticevic, A., Cole, M. W., Murray, J. D., Corlett, P. R., Wang, X. J., & Krystal, J. H. (2012). The role of default network deactivation in cognition and disease.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본문으로]
  2. Jack, A. I., Dawson, A., Begany, K., Leckie, R. L., Barry, K., Ciccia, A., & Snyder, A. (2012). fMRI reveals reciprocal inhibition between social and physical cognitive domains. NeuroImage. [본문으로]




글 : Scott Barry Kaufman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이성 간 만남에서 첫 인상은 매우 중요하다. 첫 만남에서 작업 멘트를 적절히 구사하면 대화를 원활하게 만들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상대방이 도망갈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작업 멘트의 심리학을 이해하기 위해 수 년 동안 노력해 왔다.


80년대에 Chris Kleinke와 동료들은 각기 다른 환경(바, 슈퍼마켓, 레스토랑, 빨래방, 해변) 속에서 100개의 작업 멘트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실험해봤다. 그들은 작업 멘트가 세 가지 범주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직접적(Direct) 작업 멘트는 정직하고 단도직입적인 멘트를 말한다(부끄럽긴 한데, 당신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싶어요). 무해한(Innocuous) 작업 멘트는 화자의 진정한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경우다(이 밴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귀엽거나 경박한 멘트는 유머를 동반하거나, 저급하거나 진부한 멘트를 말한다(혹시 건포도를 가지고 계신가요? 없나요? 그럼, 우리 데이트 하는 건 어때요? – 필자는 아직도 이 멘트의 뜻을 이해 하지 못했다.)


남자와 여자 모두 귀엽거나 경박한 멘트가 가장 덜 매력적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특히 여자가 남자에 비해 귀엽거나 경박한 멘트를 더 싫어했고, 무해한 작업 멘트는 더 좋아했다. 반면 남자는 여자에 비해 직접적인 작업 멘트를 선호했다. 또 다른 연구의 의하면, 여자는 실없는 작업 멘트를 쓰는 남자가 사교적이고 자신감 있고 재미있다고 생각하지만, 신뢰가 가지 않고 지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이런 특징들 역시 짝짓기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신뢰나 지능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돼서 장기적 관계가 깨지기 때문에 그 효과가 상쇄되는 것이다.


여자는 확실히 귀엽거나 경박한 작업 멘트에 회의적이다. 연구에 의하면 장기적 관계를 추구할 경우 지지적이거나 정직한 작업 멘트를 쓰는 반면, 단기적 관계를 추구할 경우 가식적이거나 정직하지 않은 멘트를 사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여자라도 단기적 관계를 추구할 경우 이야기가 완전 다를 수 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여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남자랑 단기적 관계를 추구할 경우 그 남자의 작업 멘트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결과를 발견했다. 또, 개인차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외향적이고 단기적 관계를 추구하는 사람의 경우 유머나 성적 농담에도 관대하다.


위의 연구 결과들이 모두 유용한 정보이기는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정신적 변화를 연구한 경우는 없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인지적 자원이 항상 일정하지 않다. 작업 멘트에 대한 수용성은 인지적 과정을 동반한다. 대화를 이해하고 상대방의 진짜 의도를 가려내기 위해선 정신적 에너지가 소모된다. 하지만 우리의 인지적 상태는 하루 동안 겪은 스트레스나 방금 전 나누었던 대화 등 수많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만약 당신이 귀엽거나 경박한 작업 멘트로 연타 공격을 받았다면, 당신의 뇌는 지쳐있을 것이다.


인지적 피로가 관건이다. 당신의 정신이 지쳐있다면 정보를 처리하거나 감정, 사고, 행동을 통제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자기 통제는 근육과 마찬가지로 제한된 자원이기 때문에 일단 지치면 회복하기가 힘들다. 이 사실은 대인 관계와 관련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뇌가 지치게 되면 자신의 짝 대신 다른 매력적인 짝을 찾거나, 다른 사람의 데이트 신청을 수용하기 쉽다. 


하지만 이 사실이 작업 멘트에 대한 수용성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사람의 정신적 상태가 작업 멘트를 받아들이는데 영향을 줄까? 최근 연구[각주:1]에서, Gary Lewandowski와 동료들은 99명의 학부생을 대상으로 5분짜리 작문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 테스트에서 학생들은 가장 최근에 다녀온 여행을 기술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이 때, ‘ego-depletion’조건의 학생들은 글 속에서 A나 N을 쓰지 못하는 제약을 부여 받았다. 반면 ‘non-depletion’조건의 학생들에게는 제약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 다음 참가자들은 매력적인 이성의 사진을 본 후, 이 사람이 접근해서 세 가지 유형의 멘트(직접적, 무해한, 귀엽거나 경박한 멘트)를 쓸 경우 어떻게 반응할지 응답했다.


인지적 자원을 소비한 학생들은 non-depletion 조건의 학생들보다 귀엽거나 경박한 멘트를 싫어했고, 무해한 멘트를 더 좋아했다. 단도직입적인 멘트는 그룹 간 차이가 없었다. 또 성별에 따른 차이가 나타났다. 남자들이 단도직입적인 멘트를 좋아한 반면, 여자들은 무해한 멘트를 더 좋아했고 귀엽거나 경박한 멘트를 제일 싫어했다.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연구자들은 귀엽거나 경박한 멘트의 경우, 화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많은 인지 자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인지적 자원이 고갈됐더라도 이런 멘트의 뜻을 즉각 알아차리고 거절할 것이다. 하지만 무해한 멘트의 경우, 화자의 의도가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이를 해석하기 위해서 인지적 자원이 많이 필요하다. 따라서 인지적 자원이 고갈된 사람은 상대방의 의도가 명백해질 때까지 계속 대화를 하려는 것이다. 



  1. Gary W. Lewandowski, Jr, Natalie J. Ciarocco, Michelle Pettenato and Jessica Stephan, Pick me up: Ego depletion and receptivity to relationship initiation, 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s, 19 2012 June 19 [본문으로]




Image: http://www.reveriesanctuary.com


글: 시안 베일록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우리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생각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 실제로, 이런 "마음의 방황(Mind-wandering, 이하 '잡생각'으로 번역하였음 - 역자 주)"은 우리 뇌의 default 모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생각하는 것은 과거로부터 배우고 미래를 위해 생산적인 사고를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정서적인 댓가가 따른다. 간단히 말하면, 방황하는 마음은 불행한 마음이다. 잡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덜 행복하다. 하지만 지난 주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에 실린 새 연구는 잡생각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한다: 바로 명상이다. 


숙련된 명상가는 명상을 하는 동안 일반인보다 잡생각을 덜 한다. 그리고 그들의 두뇌는 특별한 생각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현재에 잘 집중한다.


연구자들은 명상이 잡생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로 했다. 그들은 경험많은 명상가 집단과 명상 초보자에게 다양한 유형의 명상을 하게 한 다음, 그들의 뇌를 fMRI로 촬영했다. 숙련된 명상가들은 10년에 걸쳐  10,000시간 동안 마음챙김 명상을 한 사람들인 반면, 명상 초보자들은 경험이 전혀 없었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초보자들이 명상가들과 국적, 언어, 성별, 나이, 인종, 교육, 직업 면에서 비슷한 사람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야 다른 조건은 모두 같지만 오직 '명상 경험'만 다른 사람들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챙김 명상은 여러 유형의 명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두 가지 구성 요소를 가진다: (i) 자신의 즉각적 경험에 집중하고 (ii) 이 경험에 수용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이다. 이렇게 마음챙김이 현재-중심적인 집중을 추구하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마음챙김을 연습한 사람들이 명상을 하는 동안 현재에 더 잘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참가자들은 뇌를 촬영하는 동안 마음챙김 전통에서 가르치는 세 가지 명상법을 수행했다: 집중, 자애, 선택없는 알아차림(Concentration, Loving-Kindness, Choiceless Awareness).  각각에 사용된 지침은 다음과 같다. 


집중: "자기 호흡의 신체적 감각에 집중해 보세요. 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바꾸려고 노력하지 말고, 호흡의 자연적이고 자발적인 움직임을 따르세요. 그냥 그것에 집중합니다. 만약 당신의 주의가 다른 것에 이끌려 있다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주의를 되돌려서 호흡의 신체적 감각으로 옮겨 놓으세요."


자애: "당신이 진심으로 타인의 행복을 빌었던 때를 생각해 보세요. 이 느낌을 집중하면서, 당신이 고른 짧은 문구를 반복해서 읊으며 모든 만물의 안녕을 빕니다. 예를 들면 : 모든 존재가 행복하길, 모든 존재들이 건강하기를, 모든 존재가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기를. " 


선택없는 알아차림: "당신의 의식 속에 들어오는 모든 것에 집중해 보세요. 그것이 생각이든, 정서든, 신체적 감각이든 상관없습니다. 또 다른 무언가가 당신의 의식 속으로 들어올 때까지 그것에 계속 집중하고, 그것을 붙잡거나 바꾸려고 하지 마세요. 만약 다른 생각이 당신의 의식 속으로 들어온다면, 또 다른 생각이 들어올 때까지 그것에 집중합니다."


명상을 하는 동안, 숙련된 명상가는 통제집단에 비해 잡생각과 관련된 뇌 부위가 적게 활성화되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명상가에게 아무 명상도 지시하지 않았을 때 그들의 뇌가 보인 반응이었다. 명상가들이 쉬고 있는 동안, 잡생각과 관련된 뇌부위와 작업 기억, 자기 통제와 관련한 뇌부위 간 활발한 교류가 관찰되었다. 이전 글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작업 기억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간직하고 방해 요소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명상가들은 잡생각이 일어날 때 작업 기억을 자동적으로 활성화시킴으로써 잡생각을 통제하거나 축소시키는 것 같았다. 명상 연습을 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조차 명상 상태와 유사한 상태 - 보다 현재 중심적인 마음 상태 - 에 이른다


물론, 명상 전문가들이 명상으로 잡생각을 억제한 것이 아니라 잡생각을 별로 안 하는 사람들이 명상을 많이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명상을 통해 뇌가 잡생각에 미치는 영향력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잡생각은 우리가 깨어 있는 삶의 50% 정도를 차지한다. 많은 철학적, 명상적, 종교적 관행은 행복이 "현재"로부터 온다고 가르친다. 이것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명상을 통해 우리 뇌가 잡생각을 통제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Image: © AngiePhotos / ISTOCKPHOTO



글: 인지심리 매니아

일흔이 되어서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 공자 -


자신의 말과 행동을 적절히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말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가끔씩 생각없는 말을 내뱉었다가 후회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 조금 더 생각해 보고 말을 할걸....’ 이렇듯 자신을 통제해서 상황에 적절한 말을 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행동을 통제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연초에 세웠던 금연이나 다이어트 계획은 보통 작심삼일로 돌아가기 쉽다. 유혹에 직면하거나 바쁘고 정신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옛 버릇을 반복하게 된다.

심리학에서는 자신에 대한 통제를 자기 조절(self-regulation)이라고 한다. 자기 조절이 실패하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사회심리학 연구들은 상황적 요인이 자기 조절을 실패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예., 고정관념, 스트레스 등). 또, 인지심리학 연구들은 인간의 집행 기능이 자기 조절과 관련있다고 설명한다.

오늘은 2012년 3월 Trends in Cognitive Sciences에 게재된 Hofmann, Schmeichel, Baddeley의 개관논문[각주:1]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논문은 사회,인지심리 연구들을 아우르면서 집행 기능과 자기 조절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저자들은 자기 조절이 세 가지 성분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한다. 자기 조절은 1) 목표(기준)가 되는 사고나 감정, 행동 2) 목표와 자신의 현 상태의 차이를 줄이려는 동기 3) 목표를 성취하는데 필요한 노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체중 감량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은 음식을 절제하는 행동을 목표로 삼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는 동기 부여와 노력을 한다.
한편, 집행 기능은 목표 상태에 관한 정보를 유지하거나 갱신하고(Updating), 특정 반응을 억제하거나(Inhibition), 멀티태스킹 시 주의를 신속하게 전환하는 능력을 포함한다(Task-Switching). 


저자들은 집행 기능의 세 가지 기능이 자기 조절과 관련있다고 설명한다. 먼저, Updating과 자기 조절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작업 기억은 목표 상태를 머리 속에 계속 떠올리는 역할을 한다. 다이어트 중 맛있는 음식의 유혹을 받을 때도 작업 기억은 머리 속에 ‘음식을 절제하는 내 모습'을 계속 떠올리게 한다(Goal shielding). 따라서 맛있는 음식에서 눈을 돌릴 수가 있다. 만약 이 능력에 문제가 생긴다면, 유혹에 직면했을 때 다이어트 의지를 굳건히 해 줄 목표가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유혹을 뿌리칠 힘이 약해진다.


능동적 억제 능력(Active Inhibition)도 자기 조절과 관련이 있다. 능동적 억제는 자신의 자동적인 반응을 억제하는 능력을 말한다. 먹고 싶은 음식을 봤을 때 자동으로 손이 가는 것을 참거나 막말을 하려는 걸 순간적으로 참는 능력이 여기에 해당된다. 부정적 반응을 억제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비만, 약물 중독, 불륜 등의 문제를 겪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task-switching도 자기 조절과 관련이 있다. 과제 전환 능력이 뛰어나면 목표를 달성하기에 적합한 수단으로 재빨리 전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맛있는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구구단을 외우던 중, 차라리 다른 곳을 쳐다 보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면 전략을 곧바로 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능력은 조금 복잡한 문제가 있다. 과제 전환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은, 목표에서 벗어나 유혹에 쉽게 빠지기도 쉽다는 모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챙김 명상은 집행 기능을 향상시킨다. Image: http://www.delraycenter.com



만약 집행 기능이 자기 조절과 관련 있다면, 집행 기능 훈련이 자기 조절 향상으로 이어질까? 집행 기능이 훈련으로 향상된다는 사실은 수많은 연구에 의해서 지지되었다. 저자들은 집행 기능 향상이 자기 조절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저자들이 인용한 관련 논문 중에는 작업 기억 훈련으로 알콜 중독자의 음주 습관을 바꾸거나, 행동 억제 방법으로 문제 있는 식습관을 바꾼 경우도 있었다. 





결국, 자기 조절 실패는 사회적 요인과 인지적 요인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사회적 요인 또는 인지적 요인 중 어느 것이 우선하는지, 또는 인지적 요인이 사회적 요인의 매개나 조절변수인지는 논란이 있다. 자세한 사항은 논문 참조). 하지만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평소에 막말을 잘 하거나, 쉽게 화를 내거나, 먹을 걸 참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행동이 연습을 통해서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기 바란다. 집행 기능이나 작업 기억 훈련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1. Wilhelm Hofmann, Brandon J. Schmeichel, Alan D. Baddeley, Executive functions and self-regulation,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Volume 16, Issue 3, March 2012, Pages 174-180, ISSN 1364-6613, 10.1016/j.tics.2012.01.006. (http://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1364661312000289) [본문으로]

얼마 전 이정모 교수님이 개인 블로그에 명상 관련 글을 올리셨다. 소개된 자료 중 김정호 교수님(덕성여대 심리학과)의 한국명상치유학회 2011년 추계 학술대회 강의동영상을 아래 링크했다.

강의동영상


 
글: 인지심리 매니아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인간에게 가져다 준 혜택 중 하나는 멀티태스이다. 과거 TV는 방송국에서 전송되는 영상만 볼 수 있었고, 그 외에 다른 기능은 전무했다. 집전화도 전화를 받고 거는 것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모든 일상을 멀티태스킹으로 바꾸어 놓았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게임을 하면서 채팅을 하고, e-learning과 동시에 온라인 사전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이런 현상을 더욱 가속화했다. 지하철에 잠깐만 서 있으면 스마트폰으로 mp3를 들으며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친구와 통화까지 하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혁신적인 발명품들이 인간의 일상을 정신없게 바꾸어 놓았다.

현대인들을 보고 있으면 외발 자전거 위에서 저글링과 접시 돌리기를 동시에 하는 곡예사가 떠오른다. 멀티태스킹은 때론 정말 묘기처럼 보이기도 하며, 심지어 능력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사람을 보면, 뛰어난 업무능력을 타고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곡예 뒤에는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이 있다. 바로 산만함이다.

Ophir, Nass, Wagner는 2009년 PNAS에 게재한 논문[각주:1]에서 각종 온오프라인 매체를 동시에 사용하는 사람이 인지적 통제력을 잃어버린다고 주장했다. 연구자들은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먼저 사전설문으로 heavy media multitasker(HMM) light media multitasker(LMM)를 뽑았다. 이 사전설문은 참가자가 평소 특정 매체를 사용하면서 다른 매체를 동시에 사용하는 정도를 측정했다(예를 들어 음악을 들으면서 카톡을 자주 사용한다면 자주라고 기재한다). 이렇게 총 12개의 매체에 대해 다른 매체와의 동시 사용 빈도를 기재하게 한 다음 점수들을 합하면 그 사람의 멀티태스킹 빈도를 알 수 있다(자세한 내용은 논문 참조). 연구자는 이 점수를 근거로 HMM LMM을 나눈 다음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일련의 과제를 수행했다. 이 과제들은 Filtering 과제, AX-CPT 과제, n-back test 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방해자극을 걸러내거나(Filtering), 무시하는(AX-CPT, n-back test) 능력을 측정한다.

Filtering 과제의 경우 여러 개의 도형을 보여준 다음, 검사 단계에서 target 도형의 각도가 달라졌는지 판단한다. 이 과제는 주위의 방해자극(파란 직사각형) 개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난이도가 높아진다.

(Test 단계에서 빨간색 도형의 기울기가 달라졌는지 판단한다)


AX-CPT
과제의 경우 일련의 글자 쌍에서 찾고자 하는 쌍이 출현할 경우 ‘YES’버튼을 누른다. 만약 A를 다음 제시되는 X를 찾으라고 지시할 경우, 검사단계에서 A 다음 X가 나오면 Yes, 그 외의 경우는 No 버튼을 누른다.

)

목표 : A 뒤에 제시되는 X 찾기

검사단계 : A -> Y (No 버튼을 누른다)

          A -> X (Yes 버튼을 누른다)

연구자들은 AX-CPT 과제를 약간 변형시켰다. 변형한 과제의 경우, A X 사이에 다른 (하얀색)방해 글자들이 제시된다. 참가자는 중간에 어떤 글자가 나오든 간에 빨간색 A 다음 빨간색 X가 제시되면 Yes 버튼을 눌러야 한다.

)

목표 : A 뒤에 제시되는 X 찾기

검사단계 : A(빨강) -> X(흰색) -> K(흰색) -> Y(빨강) (No 버튼을 누른다)

          A(빨강) -> X(흰색) -> Y(흰색) -> X(빨강) (Yes 버튼을 누른다)

 

실험 결과, 평소 멀티태스킹을 많이 하는 사람(HMM) Filtering 과제에서 방해자극 개수가 많아질수록 수행능력이 떨어졌으며, AX-CPT 과제의 경우도 방해글자가 있을 경우 반응시간이 길어졌다.

 

Filtering 과제


AX-CPT



, HMMn-back test에서 난이도가 높아짐에 따라 정답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연구자는 평소 멀티태스킹을 하는 사람이 관련없는 정보를 무시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쓸모없는 정보에 주의를 뺏기게 된다. HMM은 빨간색 도형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파란색 도형에 한눈을 팔았고, 하얀색 X 때문에 헷갈려하고, 둘 또는 세 글자만 기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이전 글자를 지우지 못해서 잘못된 응답을 하고 말았다.

멀티태스킹이 이처럼 간단한 과제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학업이나 업무효율성에는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직접 느끼지 못하지만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아니면, 그 이상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 뇌는 이미 멀티태스킹을 통해 상향처리를 하는 산만한 두뇌로 변모하는지 모른다. 최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인 니콜라스 카는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우리 뇌를 바꾸어놓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염려했던 바가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니콜라스 카 역시 이 논문을 인용하고 있다).

 

우리는 곡예사가 아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각종 매체를 저글링하는 사람의 뇌는 통제 능력을 상실한다. 그때부터 그 사람의 정신상태는 본인의 통제 하에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정보 홍수 속에서 중심을 잃고 끊임없이 떠다니는 나뭇잎 같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1. Eyal Ophir, Clifford Nass, and Anthony D. Wagner, Cognitive control in media multitaskers PNAS 2009, doi:10.1073/pnas.0903620106 [본문으로]


머리말: 인지심리 매니아


그 동안 '인지심리 매니아'는 자연이 인간의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다뤘다. 특히 자연이 인간의 주의력에 큰 공헌을 한다는 사실을 Kaplan 등의 논문을 통해 소개한 적이 있다. 하지만, 기존 포스트를 읽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환경이 주의력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번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밑에 링크한 게임을 잠깐 해 보자(그림을 클릭하면 게임을 할 수 있다).


게임처럼 보이는 이 test는 원래 인지심리학 연구에서 자주 사용하는 플랭커 테스트(Flanker test)다.  이 테스트의 목적은 참가자의 주의력을 알아보는 것이다. 어떻게 주의력을 알 수 있을까? 게임을 해 보면 target 화살표와 나머지 화살표의 방향이 서로 일치하거나 불일치하게 제시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일치 조건의 평균 반응시간(얼마나 키보드를 빨리 눌렀나)-불일치 조건의 평균 반응시간을 구하면 주의력의 정도를 알 수 있다. 현재 필자가 해 보니 대략 20~30ms(밀리세컨드, 천분의 1초) 정도 차이가 난다.

근데, 이 두 조건의 차이가 도대체 주의력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플랭커 테스트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인간은 중앙에 있는 화살표 뿐만 아니라 주위에 함께 제시되는 화살표(플랭커)도 같이 보게 된다. 따라서 목표 화살표와 플랭커의 방향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반응을 빨리 해야 하는 상황에서 플랭커 때문에 헷갈리게 된다(시끄러운 까페에서 친구와 대화할 때 옆 테이블의 대화가 자꾸 귀에 들어오는 것과 비슷하다). 즉, 플랭커들이 훼방을 놓는 것이다.

만약 집중력이 뛰어나다면, 사람을 헷갈리게 만드는 플랭커에 현혹되지 않고 목표 화살표의 방향에만 반응할 수 있다. 따라서 '일치 조건의 반응시간-불일치 조건의 반응시간'의 차이가 작다면, '방해가 있든 없든 주의력에 흔들림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만약이 차이가 커진다면 '방해가 없을땐 괜찮지만, 방해가 생기면 주의력이 흐트러짐'을 의미한다. 

플랭커 테스트가 주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인간은 화살표의 방향을 판단할 때도 주위에 방해 자극이 4~5개만 출현하면 주의력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그 효과는 20~30ms에 불과하지만, 인간의 두뇌에서 20~30ms라면 대단한 지연시간이다. 결국, 우리 눈에 보이는 방해자극들이 인지 기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이번에는 도심으로 돌아오자. 신촌 한복판에서 돈까스를 파는 집을 찾아 보자. 만약 목적지를 찾았다면 자신이 가게를 찾는 동안 자신의 눈길을 끈 간판이 몇 개나 있었는지 세어보자. 이제 내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알겠는가? 당신의 인지 기능은 지금 수많은 플랭커들에 의해 마비된 상태일 것이다. 목표인 돈까스 집(목표 화살표)을 찾는 도중에 수많은 간판들(플랭커)이 우리의 주의를 끌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간판 속을 헤매면서 돈까스 집을 찾아야 한다는 일념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 해 목표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돈까스 집에 도착하면 주의력 고갈로 머리가 멍해지는 것이다(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돈까스 집을 찾고 난 다음 스마트폰으로 플랭커 테스트를 다시 해 봐도 좋다. 아마 두 조건의 차이가 훨씬 커져 있을 것이다).


도심에 사는 것은 플랭커의 아귀지옥에서 사는 것과 다름 없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자연의 중요성을 더더욱 강조한다. 최근 시안 베일록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런 취지의 기사를 쓴 것을 보고 번역해 봤다.


글: Choke(시안 베일록)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여름이 지나갔다. 이는 우리가 다시 학교, 직장, 도시생활로 돌아왔음을 의미한다. 도시 생활은 수고스럽다. 사람이 북적대는 도심을 돌아다니거나 끊임없는 소음을 참는 것은 도시에서 오래 생활한 사람도 참기 힘들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처법이 하나 있기는 하다. 잠깐 동안이라도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오랫동안 철학자, 작가 또는 일반인들은 자연과의 상호작용이 인지적 기능, 창조적 능력, 삶의 질을 개선시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몇 해 전부터 이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시작했다.

일리노이 대학에서 Landscape and Human Health 연구소를 맡고 있는 Frances Kuo가 이 연구의 대표적 인물이다. 쿠오는 인간과 물리적 환경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 나무와 녹지가 심미적 만족과 마찬가지로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자연을 보는 것이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쿠오는 한 연구를 통해 녹지가 조성된 아파트에 사는 거주자가 시멘트로 둘러싸인 아파트에 사는 거주자보다 주의력과 기억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 중 창문을 통해 자연풍경을 볼 수 있는 학생의 집중력이 높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그럼, 자연풍경에 노출되었을 때 인지 기능이 향상되는 이유는 뭘까? 그 해답은 현대 심리학의 창시자인 윌리엄 제임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두 가지 유형의 주의를 구분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 중 어떤 것은 우리 노력 없이도 주의를 끄는데 이것을 비자발적 주의라고 한다. 비자발적 주의는 "이상한 것, 움직이는 것, 야생 동물, 밝은 것'을 봤을 때 일어난다. 반면 상황이나 자극에 집중하기 위해서 우리가 노력을 들이는 경우는 자발적 또는 직접적 주의에 해당한다.

과학자들은 자발적 또는 직접적 주의를 정신적 근육에 비유하면서 이런 주의는 시간에 따라 소진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주의를 끄는 자연 환경(예, 아름다운 노을)은 비자발적 주의를 일으킨다. 따라서 비자발적 주의가 일어나는 동안 자발적 주의는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것은 미친 듯이 돌아가는 도심의 환경과 대조적이다. 도시 환경은 보통 비자발적 주의를 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자동차가 울리는 경적 소리를 상상해보자. 게다가, 도심을 걸어다닐 때는 각종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상당한 정도의 직접적 주의를 사용해야 한다(예, 각종 광고판으로부터 의식적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 즉, 도심 환경은 자연에 비해 주의가 휴식을 취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연구자들은 자연이 훨씬 유익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신은 굳이 자연 속에서 오래 있을 필요가 없다. 몇년 전 미시간 대학의 연구진들이 학부생을 대상으로 주의력 테스트를 실시했다. 학생들에게 1, 4, 7, 3처럼 숫자를 들려준 다음, 들려준 것과 반대의 순서로 숫자를 기억하게 했다(3, 7, 4, 1). 이 과제는 제시된 숫자의 순서를 뒤바꿔서 회상해야 한다는 점에서 직접적 주의를 요구한다. 이 과제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테스트에 참가하기 전과 후에 Ann Arbor 수목원을 한 시간 정도 걷거나, 도심 한복판을 걸었다.

결과는 아주 명확했다. 자연 속을 걸었던 사람은 도심을 걸었던 사람보다 주의력 과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결과는 기분이나 날씨 조건의 변화에 기인한 것이 아니었다. 즉, 자연 속에 정신적 혜택이 있었던 것이다.

전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는 만큼 도시생활은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도심 생활 속에서 정신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무 사이를 걷는 것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안산갈대습지공원



글: 인지심리 매니아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자전거를 타고 호숫가로 향했다. 마음이 어지럽거나 심란한 일이 있을 땐 항상 호숫가에 가서 마음을 달래는 연습을 한다. 집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30분 정도 달리면 호숫가에 도착한다. 이 때 자전거를 타면서 최대한 주변 풍경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자전거길을 따라 늘어선 나무나 꽃을 보기도 하고, '조용한 소리'를 듣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 속에 계속 떠오르는 잡념은 라디오처럼 쉴새없이 떠든다. 아름다운 풍경에 집중하기보다 마음 속 고민에 빠져 있는 시간이 훨씬 더 많다.

호숫가에 도착하면, 호숫가 옆 갈대 사이에 있는 작은 벤치에 앉는다. 그리고 그 때부터 마음 속에 어떤 생각들이 떠오르는지 살펴본다. 지나간 일, 다음 주에 있을 일, 괴로운 일, 생각하기 싫은 일........ 마음 속에 잡음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리면, 그 다음 호숫가 풍경에 집중하는 데 전념한다. 일단 푸른 호수가 눈에 들어온다. 새가 유유히 날다가 갈대 너머로 사라지는 모습이 보인다. 조금 뒤에는 소리도 집중해 본다. 그러면 갈대가 바람에 나부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마음의 잡음에 가려져 있던 바깥 세상이 총천연색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왜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살았을까?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 사는 불쌍한 사람들이다. 이 감옥은 우리가 바깥 세상을 온전하게 느끼는 것을 방해한다. 푸른빛 호숫가와 유유자적하는 새와 갈대가 있어도, 마음 속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면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다. 자연 환경 뿐만 아니다. 매일 타고 다니는 버스의 색상, 매일 듣는 음악,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마음 속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면 아무것도 온전히 느낄 수 없다. 모든 감각을 대충대충 느끼고 살아가게 된다.

생각버리기연습
카테고리 자기계발 > 성공/처세
지은이 코이케 류노스케 (21세기북스, 2010년)
상세보기


코이케 류노스케는 '생각 버리기 연습'에서 이런 상태를 '실념'이라고 설명했다.

옛날 사람들은 예부터 비오는 소리나 물 떨어지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에 흥미를 느끼며 적극적으로 인식하는 능력이 있었다. 지금 그곳에 있는 것에서 감각적으로 멋을 느낄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주위에 격렬한 자극이 넘쳐나고, 그 만큼 사람들도 계속 강한 것들을 원하기 때문에, 미세하고 소소한 자극들을 즐길 수 없게 되고 말았다.

결국, 주위를 인식하는 능력인 정념을 잃어 버린 상태(실념)이 되어 버린 것이다. 우리는 보통 이런 상태를 '딴생각'이라고 표현한다.
저자는 '실념'에서 다시 '생각이 집중되어 있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 현재 감각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옷 속의 신체에 의식을 집중해 본다. 그러면 방금 전과는 다른 온도가 느껴지고, 이것 역시 기분 좋은 느낌을 줄 것이다. 하지만 쾌락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 것은 결코 아니다. 정보 처리를 그만두고 감각 그 자체에 머물며 정신통일을 한 덕분에 얻은 상쾌한 기분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느껴진다'와 '느낀다'의 차이이다. 불교적으로 말하면, 실념 상태에서 생각이 집중되어 있는 상태의 차이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자신의 생각에서 벗어나 현재에 그대로 머무는 것은 무슨 이득이 있는 걸까? 자신의 머리 속을 그냥 백일몽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과 환경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생각 속에 빠지는 것. 그것 또한 매력적인 일이다. 그러면 현실과 유리되어 자기 머리 속으로 들어가는 상태가 왜 문제가 될까?


Lapse of attention



인지심리 연구는 인간이 사물에 주의를 집중하지 않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연구해 왔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실수'다.

주의를 집중하지 않으면 실수를 하게 된다. 인지심리학(2009)[각주:1] 교재에는 주의와 실수의 관계를 찰리 채플린의 사례로 설명하고 있다.
찰리 채플린은 그가 주연한 모던 타임즈에서 주의와 습관적인 행동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찰리는 작업대에서 계속 나오는 각 쇠판의 두 나사를 조이는 일을 한다. 어떤 사건 때문에 다소 혼란된 정신 상태에 빠진 찰리는 둥그런 물건만 보면 그것이 사람의 귀든, 단추이든 무조건 조이려 하였다. 찰리의 실수는 습관적인 작업행동이 반복되어 입력정보에 별 주의를 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찰리 채플린 - 모던 타임즈

Reason(1984)은 평소 반복학습이 충분히 된 행동이 주의를 주지 않아서 잘못 행해지는 경우를 설명했다. 언젠가 아는 사람 한명이 삼각 김밥을 산 다음 내용물은 쓰레기통에 버리고 껍질을 먹을 뻔한 적이 있다고 웃으며 얘기한 적이 있는데, 이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실수가 발생하는 이유는 습관적 행위가 외부 피드백을 무시하고 자동적으로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주의를 외부 자극에 충분히 할당하지 않으면 언제든 이런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삼각 김밥을 쓰레기통에 버린 정도라면 웃으며 얘기할 수 있지만, 운전시 주의를 충분히 주지 않다가 사람을 쳤다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Lapse of attention은 주의의 부재가 재앙을 불러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념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부정적 사고


부정적 생각



현재 감각에 집중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에 빠질 때 발생하는 두 번째 문제점은 바로 부정적 사고다.

인간은 모든 감각 정보를 접한 다음 그 정보를 자신과 관련된 생각으로 바꾼다. 바람이 불면 바람을 있는 그대로 느끼기 보다 '바람이 불어서 내가 감기가 걸리면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한다. 새가 날아가는 장면 역시 그대로 느끼지 않고 '나도 저 새처럼 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한다. 이런 편향은 주변 정보가 자신의 생존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판단하게 하므로, 진화 과정에서 적응적 이점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 감각에 온전히 집중하기보다 그 감각에 대한 자신의 재해석에 급급하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자신만의 생각에 빠질 경우, 긍정적 생각보다 부정적 생각을 하기 쉽다는 것이다. '붓다 브레인'의 저자 릭 한센은 그 이유를 진화적 관점에서 찾는다(2011/07/31 - [인지심리학/주의] - (마음챙김)당신의 존재함을 자각하라 참조). 인간은 생존을 위해 공포나 부정적 정보에 민감하도록 진화했다. 따라서 언제 어디서 어떤 위험 요소가 나타날지 경계하며 불안해 한다. 어떤 감각이나 자극을 받으면, 그것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기 쉽다. 자신만의 생각에 빠지면 이런 생각을 하기 쉬워진다.


현재 감각에 집중할 때의 이점




현재 감각 자체에 집중하는 연습을 하면, 감각을 왜곡해서 부정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 그것이 감각에 집중하는 첫번째 이점일 것이다.

그 외에, 감각에 집중하면 삶이 풍성해지는 이점도 있다. 인지심리학 연구는 현재 감각에 집중하는 연습이 몇 가지 이점을 가져다 준다고 설명한다. 감각에 집중하는 연습을 지속하면, 지각 체계가 자극에 더욱 민감해진다. 지각이 칼날처럼 예리해지는 것이다.

많은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지만, 명상과 attentional blink의 관계를 연구한 논문을 살펴보자[각주:2]. 이 연구는 open-monitoring(현재 일어나는 모든 경험에 온전히 집중하는)명상이 attentional blink 현상을 완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attnentional blink가 무엇인지 설명하고자 한다.

아래 영상을 유심히 살펴보자. 연속적으로 제시되는 글자 속에서 R과 C(R 바로 뒤에 나옴)를 찾아보자.



R 다음에 제시된 C를 보았는가? 아마 R은 찾아냈을지 몰라도 바로 뒤에 제시된 C는 안 보였을 것이다. 우리 주의가 R에 할당되면, 바로 뒤에 제시되는 C는 보이지 않는데, 이 현상을 attentional blink라고 한다. Slagter et al(2007)은 실험 참가자에게 3개월 동안 open-monitoring 명상 훈련을 받게 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R 뒤에 바로 제시되는 C까지 찾아낼 수 있었다. 주의력이 향상된 것이다.

도대체 명상이 attentional blink에 어떤 영향을 미친 것일까? 우리는 두 가지 가정을 해 볼 수 있다. 지난 번에도 설명했듯이, 주의력과 관련해서 주의력이 제한된 용량을 가지고 있다는 입장과, 연습으로 향상될 수 있다는 입장이 있다고 설명했다. 후자의 입장에 의할 경우 이 연구 결과는 명상으로 주의력의 용량 자체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주의력이 향상되었으므로, R에 주의가 할당되고 남은 주의력이 C에도 할당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전자의 입장을 취해도 결과 해석이 가능하다. 즉, 주의력 자체의 능력에는 변함이 없지만, 명상을 통해 고차적 인지 기능(속으로 독백을 하는 등의 언어적 기능)이 줄어듦에 따라 남는 주의 용량이 지각 체계에 할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든, 명상이 감각을 경험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코이케 류노스케가 '항상 일상의 섬세한 멋을 느끼는 것'이라고 표현한 게 바로 이런 걸까?

이외에도 기존 연구 결과는 명상이 perceptual habituation(반복되는 자극에 대해 감각이 무뎌지는 현상)을 완화한다고 주장한다(Deikman, 1966[각주:3]; Wenger & Bagchi, 1961[각주:4]). 예를 들어 우리 뇌는 반복되는 시계의 초침 소리에 즉각 익숙해져버린다(habituation). 하지만 현재 감각에 집중하는 연습을 하면 잃어버렸던 감각을 회복할 수 있다. 주의를 조금만 집중하면, 익숙해져서 들리지 않았던 초침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연습을 많이 할 경우, 초침 소리를 매번 새로운 소리로 듣는 경지에 다다른다. 위에서 언급한 연구의 경우, 명상을 오래 한 사람은 반복적인 자극을 경험해도 habituation에 동반하는 알파파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스님들이 시계 초침을 매번 새로운 소리로 듣는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닌 것이다. 명상은 감각을 풍성하게 하는 것 외에, 오래되어 싫증나거나 익숙해져버린 감각마져 다시 되살리는 것 같다.



가끔은 자신만의 생각에서 빠져나올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재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세계에 충실해보자. 항상 반복되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환경이 때로는 새롭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현재 감각을 제대로 느끼는 연습이 필요하다. 작은 소음에서부터 물건들의 색상, 모양, 주변 사람들의 표정, 말소리를 하나하나 신경쓰면서 느껴보자. 그렇게 하면 우리 삶은 보다 colorful해질 것이다.











  1. 인지심리학, 이정모 외, 2009, [본문으로]
  2. Slagter, H. A., Lutz, A., Greischar, L. L., Francis, A. D., Nieuwenhuis, S., Davis, J. M., et al. (2007). Mental training affects distribution of limited brain resources. PLoS Biology, 5(6), e138. [본문으로]
  3. Deikman, A. J. (1966). Implication of experimentally induced contemplative meditation. Journal of Nervous and Mental Disease, 142(2), 101–116. [본문으로]
  4. Wenger, M. A., & Bagchi, B. K. (1961). Studies of autonomic functions in practitioners of yoga in India. Behavioral Science, 6, 312–323. [본문으로]



글: 인지심리 매니아


필자는 코이케 류노스케의 책들을 즐겨 읽는다. 불교의 이론들을 일반인이 알기 쉽게 풀어썼다는 점, 저자가 필자와 나이는 비슷하지만 훨씬 깊은 생각을 가진 점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저서라면 빠짐없이 읽어 본다. 평소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코이케 류노스케의 책이라는 이유만으로 만화로 가득한 '번뇌 리셋'을 읽기도 했다.  가벼운 그림 속에 깊은 뜻이 담겨 있어서 진지하게 읽어나갔던 기억이 있다.

최근 그의 저서 '생각 버리기 연습'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은 일상에서 생각을 버리는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 가치가 매우 크다. 하지만 인지심리를 공부하는 사람은 또다른 이유로 이 책에 주목할 수 밖에 없다. 바로 책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이케가야 유우지'와의 대화편 때문이다. 스님과 뇌과학자의 대화는 동양의 거대한 지혜와 인지과학이 만난 작은 사건이다. 달라이 라마가 과학자들을 초대했던 사건 이래 불교와 과학이 교류를 시작했고, 이 두 사람의 대화 역시 그러한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불교와 과학의 랑데뷰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참으로 흥미진진하다.

그래서 인지심리 매니아 역시 이런 랑데뷰에 참여하기로 했다. '생각 버리기 연습'에서 코이케 류노스케가 했던 말들을 인지심리 연구와 비교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불교와 인지심리 연구를 연결할 정도로 뛰어난 학식은 없지만 나름대로의 생각을 적어보고자 노력했다.



念力, 定力과 인지심리학


'생각 버리기 연습' 29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쓸데없는 생각을 깨닫는 힘을 불교에서는 '염력(念力)'이라 부른다. 염이란, 알아차리는 능력, 즉 '의식의 센서'이다. 이 센서가 민감하면 민감할수록 아주 작은 변화까지도 알아차릴 수 있다. 변화를 알아차린 뒤에 마음의 작용을 바꾸는 힘을 '정력(定力)'이라 한다. 이 힘은 곧 '집중력'으로, 의식을 조절해 하나의 장소에 모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마음이 아주 빠른 속도로 흩어져 여기저기로 달려가는 것을 끌어 모아 한 곳으로 가도록 정해주는 것이다.


즉, 쓸데없는 생각을 의식의 센서로 알아차리고, 주의를 통해 의식을 다시 한 곳으로 모은다는 것이다. 불교의 이런 주장은 심리학적으로 근거가 있으며, 과연 실현 가능한 이야기일까?

확신할 수는 없지만, 심리학에도 불교의 염력, 정력과 유사한 개념을 있기는 하다. 위 문장을 읽던 필자의 머리 속에서 Wegner라는 학자가 순간 떠올랐다. Wegner는 자기 통제와 관련하여 두 가지 인지 과정이 작동한다고 주장했다[각주:1]. Monitoring process는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을 감시하는 인지과정이다. 만약 Monitoring process를 통해 자신이 목표와 일치하지 않는 생각이나 행동(즐 쓸데없는)을 인식하면, Operation process를 통해 이를 바로 잡는다. 즉, Operation process는 자신의 상태를 원하는 상태로 조절하는 인지과정이다. 그런데 Wegner가 주장한 두 가지 인지과정이 우연하게도 불교의 이론과 유사해 보인다. Monitoring process는 '염력', Operation process는 '정력'과 유사해 보이지 않는가?
Wegner 이후의 연구는 인간의 뇌에서 실제로 자신의 상태를 감시하고 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컨트롤하는 인지과정이 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Botvinick, Braver, Barch, Carter, & Cohen, 2001, Holroyd & Coles, 2002).  결국 불교의 이론은 과학적으로도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생각 버리기 연습'의 저자는 쓸데없는 생각을 알아차리고 이를 바로 잡는 능력이 연습에 의해 향상된다고 주장한다. 맞다. 우리는 주위에서 명상을 통해 이런 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해 보면 잘 되지 않는다. 정말 명상을 하면 스님처럼 자신의 생각을 맑은 거울처럼 반영하고 이를 옳은 방향으로 수정할 수 있을까?

이전 심리학 연구들은 이 문제에 있어서 회의적인 것 같다. 어떤 생각이 잘못되거나 쓸데없음을 알아차리고 이를 억누르거나 다른 생각을 하고자 노력하면, 오히려 무시하려는 생각이 튀어오르는 역효과가 나타난다. Wegner는 이를 Ironic process theory에서 역설했다. Wegner의 이론에 비추어 보면, 쓸데없는 생각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주장은 모순에 가깝다. 예를 들어 누군가 게임을 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공부에 집중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게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무시하기 위해선 먼저 자신이 게임에 관한 생각을 한다고 인식한 후(Monitoring), 이를 억누르거나 공부로 주의를 돌려야 한다(Operation).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게임 생각을 억누르려면 공부하다가 이따금씩 '내가 게임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감시(monitoring) 해야 한다. 무언가 이상하지 않은가? 방금 앞 문장에서 그 사람은 게임 생각을 감시하려고 하는 찰나에 이미 게임 생각을 하는 모순에 빠진다. "내가 혹시 게임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라고 생각하면 이미 게임 생각을 한 게 아닌가?!

자기 통제 능력은 한계가 있다는 문제도 있다. Inzlicht et al(2007)[각주:2]은 참가자들에게 영화를 보는 동안 자신의 감정을 자제하도록 지시했다(아마 슬픈 내용의 다큐멘터리였던 것 같다). 자신의 감정을 자제하려면 자기 통제가 필요하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자기 통제에 힘을 다 써 버리면, 그 다음엔 힘이 남아 있지 않아서 생각을 컨트롤 하기 힘들 것이라는 가정을 세웠다.

결과는 연구자들의 예상대로였다. 자신의 생각이 목표와 벗어나있음을 알아차릴 때는 전대상회에서 ERN(Error related negativity)이라는 뇌파가 발생한다(Wegner의 Monitoring Process와 관련있어 보인다). 그런데, 영화를 보며 자신의 감정을 통제했던 참가자들은 스트룹 테스트를 할 때 ERN 발생이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스트룹 테스트에 반응하는 반응시간 역시 느려졌다.

반응시간

(왼쪽이 자기 감정을 통제했던 집단이다. 반응시간이 통제집단보다 느리다)


ERN

(점선이 감정을 통제했던 집단이다. 70~80ms에서 발생하는 ERN의 진폭이 통제집단보다 줄어들었다).


종합해보면, 생각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할 경우 자기 통제에 필요한 힘이 점점 소진되서 통제가 불가능해진다. 게다가 Wegner의 주장이 맞다면 억누르는 생각은 더 튀어오를 뿐이다. 그렇다면 명상으로 생각을 통제하는 연습을 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잡생각이 무섭게 튀어오르기 시작하고, 시간이 경과하면서 점점 더 심해질 뿐이다. 그럼, 생각 버리기는 결국 불가능한 것일까?


그런데 최근 연구들은 불교식 수행 방법이 주의력을 높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연구들의 기본 전제는 자기 통제에 필요한 힘(주의력도 포함된다)이 '한정된 자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연습한다고 크게 늘어나지도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생각 버리기 연습이 가능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마치 근육 운동과 같다. 처음에는 아령을 1세트만 들어도 지쳐서 더 이상 들지 못한다. 하지만 연습하면 2세트가 가능해진다. 생각 버리기 연습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15분만에 잡생각이 떠오르고 ERN의 감소와 함께 통제 능력이 상실될 수 있다. 하지만 다음날이 되면 내 주의력 근육은 성장한다. 물론 잡생각은 여전히 떠오르고 나중에는 통제가 불가능해 지지만 이번엔 20분을 집중할 수 있다.

심리학계에서는 동양식 주의 훈련 방법을 Attention state training(AST)라고 정의하고 이 훈련 방식의 효과를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부 연구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서양식 주의력 훈련(AT)보다 효과가 뛰어났던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AST 개관 논문을 소개한 이전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2011/07/31 - [인지심리학/주의] - 주의력 훈련의 연구 동향


진리는 아무나 깨닫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코이케 류노스케는 참 대단한 것 같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각을 통제하는 힘이 강한 것 같다. 필자는 아직 이 정도의 내공이 있지도 않고, 생각을 버리는 능력이 연습으로 습득된다는 사실마저 의심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심리학 연구는 불교식 수행 방법의 효과를 조심스럽게 밝히고 있다. 최소한 연습을 통해 생각을 버리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조심스레 해 본다.






  1. Wegner, D. M. (1994), "Ironic Processes of Mental Control", Psychological Review 101 (1): 34–52, doi:10.1037/0033-295X.101.1.34, PMID 8121959. [본문으로]
  2. Michael Inzlicht, Jennifer N. Gutsell, Running on Empty Neural Signals for Self-Control Failure, PSYCHOLOGICAL SCIENCE, 2007 [본문으로]

출처: Mental mishaps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술을 마시면 똑바로 걷기가 힘들다. 사리분별도 확실치 않다. 경찰이 직선을 따라 똑바로 걸어보라고 해도 우리 몸은 선 밖으로 나간다. 당신의 마음도 당신의 의도한대로 똑바로 가지 않고 방황한다.


나는 mind wandering을 자주 경험한다. 책상에 앉아있을 때도 내 마음은 여행을 간다. 가끔은 논문 기사를 읽으면서도 내가 무엇을 읽는지 알지 못할 때도 있다. 단어들을 훑어보고 페이지를 넘기지만, 내 마음은 거기에 있지 않다. 나는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 가끔은 여행중에도 내 마음이 여행을 떠날 때도 있다. 나는 그저 딴생각을 하며 걸었을 뿐인데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한 나를 발견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그 동안 계속 방황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행 전체를 기억하진 못한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mind wandering을 경험해 봤을거라 생각한다. 우리는 한가지 일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우리 생각이 다른 곳으로 돌아다니고 있음을 발견한다. - 개인적인 생각, 감정, 공상, 계획, 추억들. 우리 마음은 하고 있는 일과 관련없는 생각들 사이로 방황한다.

mind wandering의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마음이 방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는 점이다. 가끔 우리는 의도적으로 백일몽을 꿈꾸거나 마음을 방황하게 만든다. 이 경우 우리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이 생각들이 관련없음을 안다. 재미없는 회의에서는 백일몽이 꽤 도움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당신은 지금 하고 있는 딴생각이 하고 있는 일과 관련없음을 인식하지 못한다. 조나단 스쿨러와 그의 동료들은 이를 두고 메타 인식의 실패라고 부른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인식할 수 잇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관련없는 생각까지도 인식하지는 못한다. 결국 당신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것은 당신 뿐이다. 우리는 우리 마음이 딴 생각을 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만약 당신이 독서중이라면, 당신은 자신이 독서중임을 깨닫고 다시 독서에 집중할 수 있다.

2009년에 발표된 논문에서, Sayette, Relchle, Schooler는 술이 mind wandering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이 논문의 제목은 "Lost in the Sauce"였다. 그들은 젊은 남성에게 혈중 알코올 농도가 .07%가 될때까지 보드카를 마시가 했다. 이 정도 수치는 음주운전에 저촉되지 않는 수치다. 그들은 또 플라시보 집단에게 가짜 보드카를 마시게 했다. 컵의 가장자리에 보드카를 묻혀서 참가자를 속인 것이다. 그 다음 참가자들은 전쟁과 평화를 읽었다. 책의 전체를 읽은 것이 아니라 30분 동안 34페이지를 읽었다. 독서, 특히 빽빽한 책을 읽는 과제는 mind wandering을 일으키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전쟁과 평화를 읽는 동안 참가자들은 자신이 딴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때마다 컴퓨터 키보드를 눌렀다. 또, 그들은 2-4분마다 자신이 지금 딴생각을 하고 있는지 보고했다. 참가자 모두가 mind wandering을 이따금 경험했다. 그러나 보드카를 마신 사람들은 메타 인식 없이 딴생각을 하는 경우가 2배나 많았다. 보드카를 마신 사람들이 mind wandering을 겪고 있다고 보고한 경우는 전체 보고 수의 25%에 달했다. 음주가 딴생각을 알아차리는 능력을 손상시킨 것이다.

나는 이 연구가 늦은 저녁 술자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설명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술을 마실 때, 사람들은 대화 주제와 벗어난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나 그 생각이 현재 일과 아무 관련없다는 사실을 인식하지는 못한다. 결국 그런 생각들이 입에서 튀어나온다. 물론 그 말은 현재 대화와 아무 상관 없는 것이다. 아, 미안 해요. 우리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죠? 내 마음이 방황하고 있었군요.


참고논문

Michael A. Sayette et al(2009),. Lost in the Sauce: The Effects of Alcohol on Mind Wandering, PSYCHOLOGICAL SCIENCE,



출처: Choke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다이어트 계획을 실천에 못 옮기거나, 아이에게 화풀이를 하거나, 술을 끊기로 마음먹었지만 또 술을 마시는 이유는 뭘까? 이게 모두 자기 통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원치 않는 행동을 제어하는​​ 능력을 심리학에서는 집행 통제(Executive control)이라고 한다. 집행 능력은 인지 기능의 집합을 일컫는 포괄적 용어다(주의, 계획, 기억, 행동을 개시하거나 억제하는 등). 때때로 이성보다 충동이 앞서는 이유는 집행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Psychological Science에서 지난 주 발표된 한 논문이 작업 기억을 훈련하면 통제력 상실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전두엽 피질에 자리하고 있는 작업 기억은 집행 통제와 강한 관련이 있다. 작업 기억이 작은 사람은 집행 기능이 저조하며, 작업 기억을 훈련할 경우 집행 통제가 향상된다. 네덜란드 Maastricht 대학의 Katrijin Houben과 동료들은 작업 기억의 강화가 충동 억제를 돕는지 테스트해 보기로 했다.


그들은 술고래들의 충동 억제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일주일에 술을 30잔 이상 마시는 사람을 모집한 다음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작업 기억 훈련 세션에 참여하게 했다. 한달동안 총 25세션이 진행되었고 일반인 역시 실험집단과 플라시보 훈련 집단에 함께 참여했다.


처치 집단의 경우 언어와 공간 과제 등 작업 기억을 훈련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어떤 과제의 경우 처치 집단은 컴퓨터 화면에 하나씩 나타나는 글자들을 보게 된다. 그들은 글자들을 기억했다가 글자가 제시된 순서와 반대의 순서로 글자를 회상해야 한다. 이런 역기억(backwards memory task) 과제는 제시된 자극을 기억한 다음 머리속에서 순서를 뒤집어야 하기 때문에 조금 어렵다. 이렇게 순서를 뒤집는 작업은 작업 기억에서 일어난다. 이 과제는 사람들이 역기억 과제를 잘 할수록 - 즉 얼마나 많은 항목의 순서를 머리 속에서 뒤집을 수 있는지 - 난이도가 조금씩 올라간다. 결국 이 훈련은 사람들이 자신의 작업 기억을 조금씩 향상하도록 만든다.


플라시보 그룹에 속한 일반인 역시 컴퓨터를 통해 다양한 과제를 수행했다. 하지만 이 그룹은 강도높은 작업 기억 훈련을 받지 않았다. 플라시보 그룹의 역기억 과제는 적은 단어수만을 제시했으며, 난이도(단어수)도 증가하지 않았다.


그 결과, 처치 집단의 사람들은 연습함에 따라 작업 기억 과제를 잘 했다. 하지만 일반인도 연습하지 않은 다른 집행 통제 과제에서 향상을 보였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처치 집단의 사람들이 실험 전보다 술을 10잔 정도 덜 마시게 되었다는 점이다(술을 마시고 싶다는 강한 욕망이 줄어들었다). 플라시보 집단의 사람들은 음주 습관에서 별 다른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훈련이 끝나고 한 달 후, 연구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온라인을 통해 다시 한번 작업 기억 측정과 음주 평가를 받았다. 연구자들은 작업기억 훈련의 효과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 작업 기억 향상과 음주량 감소.


물론 이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또 알콜중독자의 경우에도 이 훈련이 효과가 있는지를 알기 위해선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가 흥미로운 이유는 웨이트 트레이닝처럼 뇌의 근육을 훈련하면 알콜 남용이나 건강에 해로운 행동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Reference

Katrijn Houben et al(2011), Getting a Grip on Drinking Behavior : Training Working Memory to Reduce Alcohol Abuse, Psychological Science



Posted by 인지심리 매니아


잡 념은 흔히 공부의 적으로 간주된다. 수업 시간이나 공부할 때 딴 생각은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힌다. 공부할 때 뿐만이 아니다. 일을 할 때, 걸어 다닐 때, 심지어 게임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잡생각은 우리 머리 속을 계속 맴돈다. 정말 그림자처럼 끈질긴 존재다. 현재 하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신 만의 생각에 빠지는 이런 현상을 mind wandering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마음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mind wandering은 누구나 겪는 흔한 현상이다. 하지만 mind wandering이 왜 일어나는지 관심을 두는 사람은 많지 않다. 또, mind wandering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잡생각이 일이나 공부의 효율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런 무관심은 놀라울 따름이다.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아마 스님들일 것이다. 불교는 마음이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는 상태(미망)를 다스리기 위해 명상을 권하기 때문이다.


그 런데, mind wandering에 관심 있는 사람이 스님 말고도 또 있다. 바로 인지과학자들이다. 인지과학은 mind wandering이 일어나는 기제를 알아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결과, 기초적이기는 하지만 mind wandering이 일어나는 메카니즘이나 관련된 뇌 부위를 찾아낼 수 있었다. 오늘은 2011년 Trends in Cognitive sciences에 실린 Schooler 외1의 논문을 소개하고자 한다.



Mind wandering의 개념과 문제점


인 지과학에서 밝혀낸 mind wandering의 기제는 우리 실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잡생각은 보통 불현듯이 시작된다. 잡생각이 시작되면서 우리는 외부의 정보(책, 선생님, 컴퓨터 등)에 무감각하게 된다(필자는 다른 생각을 하다가 표지를 보지 못해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적도 있다!). 잡생각은 한 동안 계속되다가 '내가 딴 생각을 하고 있었네?'라는 자각과 함께 멈춘다.


인지과학의 설명도 이와 다르지 않다. 외부의 정보와 무관하게 내부에서 일어나는 생각을 SIT(stimulus independent thought)라고 한다. 내부에서 사고가 시작되면 우리 마음이 외부의 정보와 단절되는데 이 현상을 perceptual decoupling이라고 한다. 잡념에 빠져있다가 불현듯 자신이 잡생각을 한다는 인식을 하는 현상은 meta-awareness라고 한다.


하 지만, mind wandering에 대한 밑그림이 명확히 그려진 것은 아니다. 각 개념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일은 아직 진행중에 있다. 우선, SIT가 perceptual decoupling을 수반하는지 알 수 없다.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생각에 빠져 있으면, 필연적으로 외부의 정보를 무시하게 될까? 두번째로 SIT가 default mode와 관련있는지 알 수 없다. default mode는 우리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뇌에서 보이는 활성화 패턴을 말한다. 즉,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SIT가 발생할까?

개 념 간 관계 뿐만 아니라, mind wandering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잡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측정할 것인가? 더 나아가서, 우리가 잡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는 것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보통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이 개관 논문의 저자들은 mind wandering을 객관적으로 측정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또, 각 개념 간의 관계를 직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증거들을 같이 소개하고 있다. 



Mind wandering의 측정


mind wandering을 연구하기 위해선 mind wandering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방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사람 머리 속을 어떻게 꿰뚫어볼 수 있단 말인가?


행동적 측정

Mind wandering, SIT를 측정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absent-minded forgetting이다. 만약 누군가 SIT을 경험하고 있다면 외부의 정보를 부호화하는 데 방해를 받을 것이다. 따라서 SIT가 일어날 경우 부호화 수행이 저조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독해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SIT가 일어난다면 글을 읽고 적절한 추론을 하는 데 방해를 받기 때문에 이해 정도가 떨어진다. 결국 이 방법들은 SIT가 perceptual decoupling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논리를 토대로 mind wandering을 측정하고 있다.

 

신경과학적 측정

ERP를 통해 피험자의 SIT를 측정할 때는 SART라는 과제를 사용한다. Go/No-go task라고도 불리는 이 과제는 보통 아래 그림처럼 진행된다. 참가자는 3을 제외한 모든 숫자가 나타날 경우 키를 눌러서 반응해야 한다. , 3이 나타날 경우 키를 누르면 안된다. 목표 자극이 나오기 전후로 비관련 자극들이 계속해서 제시된다. 또 실험 도중에 피험자의 주관적 보고를 관찰한다. 자극 중간 중간에 '방금 전까지 당신의 주의가 어디에 있었습니까? On-task/Off-task', '당신이 어디에 주의를 두고 있는지 인식하고 있었습니까? 인식/인식 못함'같은 질문이 나타나고 피험자가 응답을 하게 된다.





구성요소 간 관계


SIT-Perceptual Decoupling의 관계

Mind wandering 또는 SIT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은 알았다. 그럼 이번에는 잡념이 정말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방해가 되는지 알아보자.

연구자들은 방금 전 소개했던 SART를 이용하여 ERP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참가자들이 SIT를 경험하는 경우 P3의 진폭이 작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외에도 동공의 크기를 측정한 연구는 SIT가 발생하는 동안 과제에 따른 동공크기의 변화폭이 작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시각적 탐색 연구의 경우 SIT가 일어나는 동안 목표자극과 방해자극에 대한 cortical response가 줄어든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전반적 연구 결과는 잡념이 외부의 정보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SIT와 Perceptual Decoupling은 서로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SIT-DMN의 관계

또 다른 쟁점은 default mode(DMN)가 SIT와 관련있는지 여부다. 앞서 설명했듯이, default mode는 우리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활성화 패턴을 말한다(Psychology today에서 default mode와 mind wandering의 관계를 설명한 글을 참조하려면 여기를 클릭). 우리는 보통 아무 일도 없이 가만히 앉아있을 때 잡생각이 많이 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DMN과 SIT는 서로 관련있는 개념인가?


DMN이 SIT가 어떻게 관련 있는지는 fMRI 연구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 DMN은 외부 과제를 수행할 때 보이는 활성화 패턴과 부적 상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SIT DMN이 비슷하다는 간접적 증거가 될 수 있다. 보다 직접적인 증거로는 Christoff 외의 연구를 들 수 있다. 이 연구는 참가자가 SART를 수행하는 동안 과제에 집중하지 않으면 DMN 활성화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발견은 DMN perception과 경쟁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DMN이 Perceptual Decoupling과 관련있다는 사실은 DMN과 SIT의 관련성을 의심케 한다.



Meta-awareness


잡생각은 우리가 잡념에 빠져있다는 '인식'과 함께 사라지곤 한다. 일반인의 meta-awareness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할까? 또 일반인은 자신의 이런 상태를 얼마나 자주 알아차릴까?


행동적 측정

인간의 meta-awareness 능력을 측정하는 방법은 self-caught/probe caught methodology를 분리하는 것이다. self-caught는 참가자가 자신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음을 인식할 때마다 반응하게 한다. 반면 probe-caught는 참가자가 실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음을 객관적으로 측정한다. 따라서 이 두 가지를 모두 측정한 다음 비교해 보면, 사람들의 meta-awareness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

또 다른 측정 방법은 위에서 설명한 방법 외에 참가자의 즉각적인 인식을 묻는 것이다. 예를 들어 참가자에게 이따금씩 Mind wandering이 일어났는지 물어보고 자신이 이를 인식하고 있었는지 물어볼 수 있다. 연구 결과는 참가자가 자신의 mind wandering을 인식하지 못한 경우와 인식한 경우 뇌의 활성화가 다름을 보여준다2

 

인간의 Meta-awareness 능력

Schooler (2004)3는 위에서 설명한 방법을 사용해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참가자가 읽기 과제를 수행하는 45분 동안 4번 정도 Mind wandering을 알아차리지만, 실제로 일어난 Mind wandering과 비교할 때 15%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다른 연구는 음주와 흡연 욕구가 meta awareness를 떨어뜨리고 Mind wandering을 증가시킨다는 결과를 발견했다.


Christoff Mind wandering을 인식할 때와 인식하지 못할 때 동일한 뇌 부위과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이 부위는 mind wandering을 인식하지 못할 때 훨씬 강하게 일어났다. 특히, anterior PFC mind wandering을 인식하지 못할 때 활성화된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만약 PFC Mind-wandering 뿐만 아니라 meta-awareness에도 관여한다면 두 가지를 같이 하는 게 왜 어려운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mind wandering의 기능


지금까지 mind wandering의 측정과 기제에 대해서 알아봤다. 하지만 중요한 질문을 빼놓았다. mind wandering은 무슨 목적을 위해 발생할까?  저자는 기존 연구들을 바탕으로 mind wandering이 다음과 같은 순기능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1. 미래의 일을 계획한다

2. 창의성과 관련이 있다.

3. 현재 하는 일에서 빠져 나와서 다른 일에도 주의를 둘 수 있게 한다(attentional cycling)

4. 탈습관화를 일으켜서 학습이나 일의 효율을 높인다(공부만 계속하는 것보다 적당히 잡생각을 한 뒤에 다시 공부를 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우 리는 이제 개념적으로만 이해하고 있던 mind wandering을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궁금증은 오히려 증폭된다. mind wandering은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을까? 일정한 훈련(예를 들어 명상)으로 mind wandering을 통제할 수 있을까? 만약 훈련이 효과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 때문일까? meta-awareness 능력의 향상 때문일까?


다음 번에는 mind wandering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과 기제를 소개한 연구를 찾아볼 생각이다.





  1. Schooler et al, Meta-awareness, perceptual decoupling and the wandering mind,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2011
  2. Christoff, K et al. (2009) Experience sampling during fMRI reveals default network and executive system contributions to mind-wandering. Proc. Natl. Acad. Sci. U.S.A. 106, 8719?8724
  3. Schooler, J.W. et al. (2004) Zoning out while reading: evidence for dissociations between experience and metaconsciousness. In Thinking and Seeing: Visual Metacognition in Adults and Children (Levin, D.T., ed.), pp. 203?226, MIT Press

출처: Your wise brain(릭 핸슨: '붓다 브레인'의 저자)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우리 조상의 뇌는 생존을 위해 공포에 민감하도록 진화했으며, 그 결과 지속적인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 내부의 작은 속삭임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주위를 둘러보며 문제점이 없는지 전전긍긍하게 된다.


이 조심성과 불안은 자동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이 불안을 겪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만약 당신이 긴장하고 있다면 자신을 주의 깊게 관찰해 보자, 당신의 몸이 어떻게 경직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주위 환경이나 다른 사람을 너무 주의깊게 관찰(경계)한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또 몸을 완전히 이완하고 모든 걸 내려놓기 힘들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사무실이나 가게를 돌아다니면서 지나친 경계를 풀고 자신이 안전함을 인식해보자. 아니면 집에서 5분 정도 앉아서 방어적인 자신의 몸을 편안하게 만들고 평화롭게 해 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하는 걸 힘들어 한다.


불안해 하는 뇌는 원숭이가 자신에게 언제 달려들지 모르는 미지의 대상을 경계할 때 적합하다. 그러나 이런 삶은 힘들다. 불안은 삶의 질을 낮추고 사람을 소극적으로 만든다.


더 나쁜 점은, 이런 성향이 거짓말을 한다는 점이다.

공포의 속삭임은 당신에게 "조심해. 보이지는 않지만 나쁜 일이 일어나고 있어. 모든 게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 절대로 경계를 늦춰선 안돼'라고 암시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을 주의깊게 관찰해보라. 당신은 괜찮다. 어느 누구도 당신을 공격하지 않으며, 당신은 익사하지도 않는다. 폭탄이 떨어지지도 않고, 위기도 없다. 설사 상황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어쨌든 당신은 지금 괜찮다.


우리는 미래를 생각할 때 항상 걱정하며 계획을 짠다. 우리는 과거를 생각할 때 후회를 한다. 공포는 미래와 과거를 섞어서 심적 융단을 짠다.현재의 찰나를 다시한번 관찰해보자. 지금 이 순간 당신은 무사한가? 당신의 호흡은 무사한가? 당신의 맥박은 무사한가? 마음은 온전한가? 아마 대답은 '네'일 것이다.


우리는 일생상활에서 일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이런 'alrightiness'를 경험할 수 있다. 진짜로 닥친 위협이나 문제를 무시하거나 모든 게 잘 된다는 합리화를 하는 것이 아니다. 대신, 당신은 매사에 당신이 괜찮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어떻게 하면 편안한 마음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하루에 여러번 당신이 괜찮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당신은 보다 많은 돈을 벌거나 사랑을 원할 수도 있고, 짠 감자튀김이 먹고 싶을 수도 있다. 아니면 마음의 고통이 수그러들거나, 교통 체증이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 모두 정당한 욕구다. 그러나 이같은 고통과 욕망 속에서도 당신은 무사하다. 당신의 일생상활은 현재 살아있음과 이 시각 내가 괜찮다는 자각을 기본으로 한다.


접시를 닦으면서 "나는 지금 괜찮아"라는 사실을 느껴보자. 또는 운전을 하면서 "나는 괜찮다"라고 해도 좋다. 또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지금 괜찮다"라고 생각해도 좋다. 이메일을 보내거나 아이를 재우면서도 "나는 괜찮다"라고 생각해도 좋다.


지금 현재 괜찮다는 느낌을 받는 동안에도 여전히 문제와 부딪힐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내가 무사하다고 걱정을 버리면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공포는 사실 근거가 없다. 이런 걱정 역시 잠재워버리자. 당신은 지금 현재 공포를 느낄 필요가 없다.


가끔은 정말로 괜찮지 않을 때도 있다. 무언가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고, 몸이 안 좋을 수도 있고, 마음이 심란할 수도 있다. 이 상황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폭풍 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현재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자. 마치 바다 위를 휩쓸고 있는 허리케인으로부터 50피트 밑에 있는 조용한 장소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당신이 현재 괜찮다는 것은 우주적 의식이라든지, 예쁜 장막으로 당신의 삶에 긍정적 태도를 입히라는 것이 아니다. 그 대신, 단순하지만 심오한 사실을 알고 있으라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괜찮다는 것이다. 당신은 자신에 몸이 실제 어떻게 느끼는지 느껴보고, 자신의 호흡과 상태가 무사하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당신에게 아무리 나쁜 일이 일어나도 내 마음은 문제 없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이런 '괜찮아'라는 감각을 익히면 자신의 삶과 뇌와 자아를 건강하게 영위할 수 있다.







출처: Cognition & the Arts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몇 몇 사람들은 일하는 동안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한다. 아마 당신의 자녀도 공부를 하는 와중에 라디오를 듣는 버릇이 있을 것이다. 아니면 당신의 삼촌은 책을 읽는 동안 자신의 좋아하는 앨범을 듣는 버릇이 있을 수 있다. 아무튼 이런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 그 동안 우리는 일하는 동안 음악 듣는 것이 집중력을 높여준다고 믿어왔다. 공공도서관이나 까페에 가 보면 이어폰을 꽂고 있는 사람이 정말 많다. 어떤 경우는 음악이 우리를 쉬게 만들기도 하고, 에너지를 주기도 하고,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일하는 동안 음악감상이 집중력을 향상시켜줄까? 이런 예상은 반직관적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우리는 인간의 인지적 자원이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가지 과제를 동시에 하는 것은 주의 용량에 부담을 주어서 수행을 저하시킬 것이다. 그렇다면 공부할 때 음악 듣는 것이 도리어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일 단의 연구 결과들은 그 동안 반대되는 결과를 주장해왔다. 많은 경험적 연구 결과들은 음악이 공부를 돕기보다 방해를 한다고 주장했지만, 소수의 연구 결과들은 음악이 특정 과제의 수행을 향상시킨다고 주장했다. 연구 결과가 미국 학생의 대부분이 공부하며 음악을 듣는 버릇이 있다고 보고했음을 감안할 때, 음악은 국가 전체의 교육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일 수 있다. 

이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Walden 대학의 Anderson과 Fuller는 배경음악이 독해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로 했다. 이 연구는 다음 세 가지 의문점을 해결하고자 했다. 첫째로, 배경음악이 독해 점수에 영향을 미치는가? 둘째, 음악의 영향이 성별에 따라 다른가? 셋째, 음악에 대한 선호도가 음악의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가?



이 연구는 334명의 7~8학년 학생들(남자 172, 여자 162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이 실험에서 학생들은 Gates-MacGinitie 독해 검사지를 작성하게 된다. 총 48문항이며 11개의 산문이 포함되어 있는 이 검사지는 학생들이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처리하는 능력을 알아보는 검사지이다. 이 검사지가 2개의 유형으로 나누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은 두 유형 중 한가지에 배정된다. 또, 실험은 2개의 다른 조건에서 실행된다. 따라서 총 4가지 조건이 생기게 된다. 첫번째 조건의 경우 스터디 홀이 굉장히 조용한 반면, 두번째 조건은 가사가 있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스터디 홀이었다. 검사는 2일동안 진행되었으며 4개의 집단은 실험조건이나 문제지 유형을 바꿔가면서 실험에 응하게 된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아래 그림을 보는 것이 빠를 것이다.


Chart of Conditions

A handy-dandy chart to help illustrate the procedure and the conditions. Each group performed under one set of conditions, then switched for the next day's session.



음 악이 나오는 조건의 경우 총 9곡이 75데시벨의 크기로 흘러나오게 된다. 이 곡들은 실험이 진행되던 주의 빌보드 top hit single 앨범에서 골랐는데, 학생들에게 익숙한 곡을 고르기 위해서 취한 조치다. 그 다음 학생들은 공부할 때 음악이 있는게 좋았는지 없는게 좋았는지 평가를 하게 된다.



그 결과 독해 점수는 음악이 있던 조건이 없던 조건보다 낮았다. 전반적으로 음악을 들은 학생 중 4분의 3 정도는 독해점수가 떨어졌다. 또 이런 점수의 하락은 남자보다 여학생의 경우 심했다. 연구자들은 사춘기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독해점수가 높고 자기 효능 점수 또한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여학생들이 음악을 들을 경우에도 자신의 독해 점수가 높을 것이라고 과대평가하기 때문에 점수 하락폭이 크다는 것이다.

또 연구 결과는 공부할 때 음악이 있는 경우를 좋아했던 학생이 안 좋아하는 학생보다 점수가 낮았으며, 점수 하락에 미치는 영향도 더 컸다는 점이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성별과 조건 간 점수 차이를 볼 수 있다.


Mean test score results

이 평균 독해 점수 그래프는 성별과 조건에 따라 독해 점수가 차이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결국 음악은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도서관이나 까페에서 이어폰을 꽂고 있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도대체 뭘까? 우리는 무언가를 하면서 음악 듣는 것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그것이 우리 일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경시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결과에 따라서 일이나 공부를 할 때 음악을 듣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Music test

None of this applies of course if you're studying music. If you are, I bet you'd really like to hear music during your tests!



이 논문 결과를 반드시 받아들여야 할 필요는 없다. 음악과 관련된 연구결과를 볼 때는 이 문제가 흑백논리로 해결될 수 없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음악이 우리 뇌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아직 알지 못한다. 음악의 특정 장르에 따라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음악에 대한 선호도의 경우는? 언어적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 과제의 경우라면 가사가 있는 음악이라도 괜찮지 않을까? 예를 들면 수학 문제 같은 경우 말이다. 수많은 궁금증이 아직 풀리지 않은 체 남아있다. 대부분의 경험적 연구는 음악이 대부분 이득보다 방해가 더 많다고 말하지만, 반대되는 결과를 얻은 경우도 있다. 이 연구 결과에서도 아주 작은, 소규모 집단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다. 또 우리 뇌는 가사와 멜로디를 독립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악기 연주로만 구성된 음악의 경우 가사까지 있는 경우보다 공부에 지장이 없을 수도 있다. 또, mood나 각성에 관한 연구 결과들은 음악으로 인한 적당량의 각성이 수행에 긍정적 효과를 미친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조용하고 편안한 음악은 인지적 수행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 조건에서, 어떤 음악이 최적의 효과를 발휘하는지 잘 모른다.



Reference

Stacey A. Anderson, & Gerald B. Fuller (2010). Effect of Music on Reading Comprehension of Junior High School Students School Psychology Quarterly, 25 (3), 178-187 : 10.1037/a0021213

출처: Psychology today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당 신은 당신이 지루한 상태인지 어떻게 파악하는가? 많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수업, 강의, 대화 중에 있다면 화자가 너무 단조로운 톤으로 말하는 것에 지루해하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대화의 주제가 내 관심사가 아닐 수도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수업, 강의 대화 주제와 전혀 상관없는 잡생각을 하는지 여부로 판단하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잡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것이 당신이 지루함을 의미하는가?


Clayton Critcher와 Tom Gilovich는 2010년 9월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에 이 문제를 다룬 연구를 발표했다.


어 떻게 백일몽이 당신이 지루한 상태라는 것을 말해줄까? 그것은 당신이 하는 잡생각의 내용에 달려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은 지루한 일을 하는 동안 즐거운 일을 상상할 수 있다. 반면 부정적인 상상은 우리가 원치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생각속에서 지우고자 노력한다. 부정적 백일몽은 현재 하는 일이 지루한지 여부와는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백일몽의 내용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수업 듣는 와중에 당신이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을 상상한다면, 그 수업이 재미없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연구자들은 사람들의 백일몽을 조작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연구자는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써보라고 지시했다. 한 집단에게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즐거운'일을 써 보라고 지시했다. 다른 집단에게는 자신이 해야하는 일을 쓰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자신이 할 수 있는 즐거운 일을 썼던 집단은 나중에 즐거운 백일몽을 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 와 유사하게, 만약 실험 대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적어볼 경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상상하는 경우가 많았다. 만약 참가자가 과거의 일을 쓰라고 지시받았다면, 나중에 과거에 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쓰기 과제를 한 후에 참가자에게 약간 재미있는 일(예를 들어 퍼즐 맞추기나 십자낱말 맞추기 등)을 부여한다. 실험이 다 끝난 다음 연구자가 참가자에게 퍼즐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물어본다.


그 결과 참가자는 자신의 백일몽을 바탕으로 자신이 한 과제의 흥미 정도를 판단했다. 과제를 하는 동안 (자신이 할 수 있는)즐거운 일을 상상했던 참가자는 퍼즐 풀기가 재미없었다고 판단했다.


또 참가자에게 자신이 실험 직전에 썼던 내용과 자신의 백일몽 사이에 관계가 있는지 관찰하라고 지시한 경우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이런 지시를 받은 참가자는 자신의 백일몽이 실험 전 썼던 내용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참가자들은 퍼즐을 푸는 동안 즐거운 상상을 했을지라도 후에 퍼즐이 지루했다고 평가하지 않았다.


우리 마음은 항상 떠돌아다닌다. 한 과제에 오래동안 집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 당신의 백일몽은 수많은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잡생각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지금 하는 일이 지루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attentional blink는 인간이 가진 가장 재미있는 맹점이다. attentional blink는 두 개의 이미지를 연속해서 빠르게 보여주면 두번째 화면을 보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의 원인은 우리 뇌가 첫번째 자극을 처리하기 바빠서 두번째 자극을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최근 Lorenzo Colzato는(지난 번에 소개했던 논문의 저자이기도 하다 - 역자 주) 무신론자와 칼뱅파 기독교인(Dutch Calvinist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 역자 주)의 attentional blink를 연구했다.


실험은 간단하다. 화면에 여러개의 문자가 연속적으로 나타나다가 중간에 숫자 하나가 나타난다. 다시 문자가 몇 개 나타나다가 또 다시 숫자 하나가 나온다. 참가자의 과제는 자신이 본 숫자 두개를 입력하는 것이다(블로그 원문에는 반대로 써 있는 것 같은데, 잘못 쓴 것 같다. - 역자 주)



 
 
역 자 해설) 연구자들은 이 실험에서 T2(두번째 숫자 정답인 경우)|T1(첫번째 숫자 정답인 경우)라는 사후확률을 종속변인으로 사용했다. 아래 그림의 AB magnitude는 두 숫자 사이의 제시간격이 긴 조건(lag8)의 T2|T1 - 제시간격이 짧은 조건(lag1)의  T2|T1을 의미한다. AB magnitude가 크다면 attentional blink의 길이도 긴 것이다.



연구팀은 무신론자가 칼뱅파 교인보다 짧은 attentional blink를 가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오른쪽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참가자의 기도 횟수와 attentional blink의 길이는 정적 상관관계가 있었다.



연구자는 이 현상이 그녀가 연구했던 이전 논문과 관련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칼뱅파 교인은 큰 그림보다 세부적인 사항을 보는 경향이 있다). 그녀는 칼뱅파 교인들은 개인주의적 문화로 인해 좁은 주의를 가지게 되고, 이런 경향이 정보 처리에서도 나타난다고 생각했다(공동체적 관점을 중시하는 종교에서는 보다 넓은 주의가 발달할 것이다).
역자 해설) 그럼 주의의 범위가 좁은 것과 attentional blink는 무슨 상관일까? 국재적인 주의를 사용하는 경우, 첫번째 주의에 온 주의를 다 쏟게 되어서 두번째 자극에 주의를 주지 못하게 된다. 결국 attentonal blink가 발생한다.



나는 attentional blink가 길고 짧은 경우의 장단점을 아직 잘 모르겠다. 아마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명상이 attentional blink를 감소시킨다는 연구가 있는데, 꽤 흥미로운 애기다).




Colzato, L. (2010). Religion and the Attentional Blink: Depth of faith predicts depth of the blink Frontiers in Psychology DOI: 10.3389/fpsyg.2010.00147


출처: psychology today

번역: 인지심리학 매니아


운 전 중에 다른 운전자가 이상한 행동을 할 때면, 나는 그 운전자가 전화통화 중이라고 항상 확신한다. 고속도로에서 너무 느리게 달리는 사람이나, 차선을 지그재그로 들락날락한다거나 급정거를 하는 운전자 같은 경우 말이다. 이번 여름에 나는 어떤 차가 주차장을 빠져 나가면서 전화통화를 하는 한 운전자 때문에 경적을 울려야만 했다.


전화통화가 운전을 방해한다는 사실은 전혀 놀랍지 않다. 운전은 사실 조금 어려운 기술 중 하나이다. 당신은 운전 중 다른 운전자, 자전거, 보행자를 보는 동시에 큰 차량을 컨트롤해야 한다. 또 차량의 이동방향을 즉각적으로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상황을 예측하며 운전을 해야 한다


대화를 하는 데에도 노력이 들어간다. 당신은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당신은 다음에 자신이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해야 한다. 당신은 상대방의 대화가 끝날 때까지 할 말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심리학자들은 수년동안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 따로따로 하는 것보다 수행을 저하시킴을 밝혀왔다. 특히 운전처럼 노력이 들어가는 과제의 경우 훨씬 그렇다.


Jason Watson과 David Strayer는 2010년 8월 Psychonomic Bulletin and Review에 몇몇 사람은 두가지 일을 동시에 해도 혼란을 겪지 않는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들은 200명을 대상으로 가상운전환경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어떤 차량을 뒤따라 고속도로를 달리는 과제를 수행했는데 앞차가 이따금 정지를 반복했다. 참가자는 앞차로부터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적절하게 브레이크를 밟아야 했다. 실험자들은 한 조건에서 참가자가 운전만 하도록 지시했다. 다른 조건에서는 핸즈프리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며 운전을 하게끔 지시했다. 이 두번째 과제는 OSPAN이라고 불리는 과제인데, 전화를 통해 단어를 외우고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한다. 마지막 조건에서는 운전은 하지 않고 OSPAN 과제가 실시했다.


Multitasking


거의 대부분의 참가자가 두 과제를 동시에 하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수행이 저조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5명의 참가자가 이중과제도 잘 해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사람들은 운전만 할 때와 운전+OSPAN을 할 때 별 차이가 없었다. 이들은 운전을 워낙 잘해서, 다른 과제가 함께 주어진 경우에도 별다른 방해를 받지 않은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런 사람들을 supertasker라고 불렀다. 통계분석을 통해 이런 결과가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입증했다.


그 러나 당신이 집에 가기 전에 이 실험결과에 대해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먼저, 전체의 2.5%가 두 과제를 동시에 해도 별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보자. 이는 당신이 supertasker가 아닐 확률이 97.5%임을 의미한다. 그러니 우리는 자신이 운전중 통화가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을 여전히 버려선 안된다.


둘째, 우리는 우리 운전 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의 경우는 몰라도, 나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만약 두 과제를 동시에 하게 되면, 자신이 운전을 제대로 하는지 알아차릴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착각을 하게 된다. 또, 우리가 운전 중 저지르는 실수가 대게 경미하기 때문에(그리고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운전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실제로 당신이 차를 거의 들이받을 뻔 하다가 간신히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내 운전능력이 전화통화로 방해를 받았다고 깨닫는 순간은 이미 차가 박살이 난 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셋 째, 이 연구의 해석상 주의할 점이 있다.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한 세션에 참가했다. 이 실험에서 2.5%의 사람들이 'supertasker'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몇번 반복할 경우 이들이 여전히 'supertasker'일지는 의문이다. 실험설계상 사람들이 운전을 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지만, 그 상황이 참가자에 따라 변했을 수가 있다(외생변수의 혼입). 만약 실험을 여러번 반복한다면, 2.5%에 드는 사람이 계속 바뀔 수도 있다.


결국 운전 중에 휴대폰 전화는 어떠한 경우에도 위험한 것이다. 설사 당신이 supertasker라도, 도로에만 집중하며 운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인지심리기사 > 주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루하면 잡생각을 하게 된다?  (0) 2011.07.31
개인주의와 Attentional Blink  (0) 2011.07.31
길치의 원인  (3) 2011.07.31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은 위험하다  (0) 2011.07.31
빈민가 사람들의 주의력  (0) 2011.07.31

 

 

Posted by 인지심리학 매니아

 

 

길치:[명사]길에 대한 감각이나 지각이 매우 무디어 길을 바르게 인식하거나 찾지 못하는 사람.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심각한 길치가 몇 사람 있다. 조금 복잡한 거리를 들어가게 되면 방향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리곤 한다. 결국 내가 손목을 붙잡고 끌고 나와야 상황이 종료된다. 만약 주위에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면 미로 속에 갇힌 사람처럼 될지도 모른다. 정말 심각한 경우 길을 잃기도 한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길치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길치가 되는 원인이 무엇인지는 딱히 아는 사람이 없다. 다행히 2010년 Applied Cognitive Psychology에 게재된 한 논문이 이 궁금증을 다소 완화시켜주었다. 자신이 왜 길치인지 몰라 답답하다면 이 연구자들의 주장을 한번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기존 연구들

 

우선 '작업기억'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길치의 원인을 알 수 있다. 작업기억이란 의식적인 정신적 노력이 가해지는 정신적 작업공간을 의미한다. 컴퓨터에 RAM이 존재한다면, 인간에게는 작업기억이 존재한다. 작업기억은 장기기억에서 무언가를 꺼내오기도 하고, 현재 접하고 있는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 관여한다.

Baddeley 의 초기 주장에 의하면 이 작업기억은 세 가지 성분을 가진다고 한다. 주의 통제및 판단 과정을 담당하는 중앙집행기 밑에 조음 루프와 시공간 스케치판이라는 하위 체계가 있다. 이 두 하위 체계는 용량이 한정되어 있어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양이 제한되어 있다.

우리가 어떤 장소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길을 외우는 과정 역시 작업기억이 관여하게 된다. 따라서 조음 루프와 시공간 스케치판이 길을 학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기존 연구들이 공간 지식 학습(Spatial knowledge Aquisition을 이렇게 번역하고자 한다)에 관해 밝힌 사실들을 설명하고자 한다. 연구자들은 공간 지식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Landmark 지식은 말 그대로 어떤 장소에 있던 건물이나 특정 사물에 대한 기억을 말한다. 둘째, route 지식은 이런 랜드마크의 순서와 방향 결정(ex: 왼쪽, 오른쪽 길)에 관한 기억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survey 지식은 지형을 마치 지도처럼 하늘위에서 조망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럼 작업 기억과 공간 지식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기존 연구는 시공간 스케치판의 공간적 요소가 길을 잘 기억하는 사람과 관계 있는 반면, 길치의 경우 길을 언어적 형태로 기억하고(다시 말해 조음루프를 사용하는 듯)있다고 주장했다(Garden et al. (2002)). 이 결과만 볼 때 공간적 능력이 공간 지식과 관련되어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시각적 요소가 공간 학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미비했다.

 

 

실험

 

결국 이번 논문의 연구자들은 인간의 언어적, 시각적, 공간적 능력 중 어떤 요소가 공간 지식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지 보고자 했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도쿄 시내를 자동차로 달려서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모습을 찍은 비디오를 보여주었다. 이 비디오를 보는 동안 세 가지의 방해 과제가 주어진다. 언어적 방해과제에서는 참가자에게 두 음의 한자로 된 단어를 제시하고 이 단어가 진짜 단어인지 사이비 단어인지 판단하게 했다(학생들은 중국 학생들이었다). 시각적 방해 과제에선 참가자에게 특정 시간을 불러주고(예: 10시 30분), 시계의 초침과 분침이 모두 시계 위쪽에 있거나(3~9시를 기준으로 위 아래로 구분할 때) 아래쪽에 있는 경우를 판단하라고 지시했다. 공간적 방해 과제에선 방 안에 있는 세 개의 스피커(좌, 우, 정면)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고 어느 방향에서 소리가 들렸는지 판단해야 한다.

이 비디오를 다 본 다음에는 세 가지 과제가 주어진다. 장면 재인 과제에서는 일련의 사진들을 보여주고 이 사진이 비디오에서 본 장면에 포함되어 있었는지를 묻는다. 사진에는 비디오에서 지나쳤던 장면과 전혀 나오지 않았던 사진이 섞여 있다. 길 선택 과제에서는 갈림길을 보여준 후 어느 방향이 정확한 방향이었는지를 묻는다. 지도 그리기 과제에서는 조금 전 본 비디오를 바탕으로 참가자가 지도를 그리게 된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SOD(Sense of Direction) 문항을 작성했다. 이 문항은 자신이 얼마나 방향을 잘 안다고 느끼는지 주관적 평가를 측정하는 도구다.

 

 

 

결과

 

장면 재인 과제에서 방향 감각이 뛰어난 사람은 언어적, 공간적으로 방해를 받았을 때 길을 잘 외우지 못했다. 반면 길치는 언어적 방해에만 민감했다.

길 선택 과제에서 방향 감각이 좋은 사람은 언어적, 공간적 방해에 영향을 받았지만, 길치는 언어, 시각, 공간적 방해에 모두 영향을 받았다.

지도 그리기 과제에서 방향 감각이 좋은 사람은 언어, 시각, 공간적 방해에 모두 영향을 받았지만 길치는 방해가 있건 없건 별 차이가 없었다.

 

 

논의

 

연구자들은 위 결과를 통해 다음과 같은 이론을 만들어 봤다.

 

방향 감각이 좋은 사람은 랜드마크를 언어적, 공간적으로 기억한다. 그 날 갔던 맛집을 기억할 때 이 사람들은 랜드마크를 언어로 추상화하여 기억을 극대화하는 한편, 다른 지형과의 관계까지 고려하여 공간적으로도 기억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길치는 랜드마크를 오로지 언어적으로만 부호화한다. 따라서 '빨간 지붕에 작은 건물이었고....'라는 식으로 표현은 가능하지만, 그곳이 어디쯤에 있었는지, 지하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었는지는 전혀 모르는 것이다.

 

두번째로, 방향 감각이 좋은 사람들은 길을 언어적, 공간적으로 기억한다. "그 맛집을 가려면 큰길에서 오른쪽으로 간 다음 다시 직진하다가...."라고 언어적으로 길의 순서를 기억하는 동시에 공간적인 위치도 함께 기억한다. 물론 길치도 이와 같은 식으로 길을 기억한다. 특이한 점은 길치가 길을 기억할 때 시각적 능력도 사용한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길을 외울 때 시각적 능력에 의존하는 것은 당연히 길치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친구집이 아파트였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친구집을 시각적 능력에 의존한다면, 다음에 찾아올 때는 똑같은 집 속에서 헤맬 것이 분명하다. 이럴 땐 그 친구 집이 단지 내 끝에 위치하고 있었다는 식으로 공간적 지식을 활용하는 게 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방향 감각이 좋은 사람은 survey 지식을 만들어 낼 때(즉 3차원의 지형을 만들어 낼때), 작업기억의 모든 하위요소를 사용한다. 더군다나, 랜드마크와 길을 언어, 공간적으로 기억한 것이 통합 시 도움이 된다. 내가 봤던 맛집이 공간적 위치와 내가 기억하는 길의 공간적 위치가 조합되어 3차원의 입체적 지형을 완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때 언어적 정보 또한 같이 통합한다. 흥미로운 것은, 통합 과정에서는 시각적 능력이 활용된다는 점이다.

반면 길치는 이런 3차원 지형을 형성할 수 없다. 랜드마크를 언어적으로만 기억했기 때문에 길에 대한 정보와 통합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길에 대한 기억도 시각적 기억이 우세해서 공간적 정보를 활용할 수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점이다. 결국 survey 지식을 만들어내기 힘든 상황이 되는 것이다.

 

SOD 점수가 높은 사람은 보통 실제로도 방향 감각이 좋은 편인데, 이 점수는 survey 지식과도 관련이 있다. 즉, 방향 감각이 좋은 사람은 survey 지식이 풍부하다. 결국 길을 잘 찾고 못 찾는 정도는 survey 지식을 잘 만들어내는지 여부와도 관계가 있는 것이다.

 

 

길치의 원인이 무엇인지 들어보니 납득이 간다. 하지만, 난 이 논문에서 만족하고 싶지 않다. 길치의 원인을 알았다면, 길치를 도와줄 수 있는 교육이나 보조장치의 효과 또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동차 운전자가 사용하는 네비게이션이 1인칭 시점을 사용할지 3인칭 시점(하늘에서 지형을 내려다보는)을 채택할지 생각해볼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흔히 사용하는 다음 지도나 네이버 지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길치에게 어떤 시점이 더 유리할지 연구해 보는 것은 분명 사용자 경험에 있어서도 중요할 것이다.

 

 

Reference

WEN WEN, TORU ISHIKAWA and TAKAO SATO, Working Memory in Spatial Knowledge Acquisition: Differences in Encoding Processes and Sense of Direction, Applied Cognitive Psychology(2010), DOI: 10.1002/acp.1737



출처: BPS Research Digest
번역: 인지심리학 매니아

그 동안 수많은 연구를 통해 우리는 운전중 휴대폰 사용이 브레이크 밟는 속도를 늦추게 하고, 차로를 잘 지키며 달리지 못하게 하고, 중요한 정보를 놓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러나 이런 연구들은 현실성이 조금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실생활에서 운전 중 휴대폰을 사용하는 경우, 그 차는 우리 차이며 달리는 길은 익숙한 길이고 대화하는 사람도 우리가 아는 사람이다. 반면 실험실에서 진행한 연구는 시뮬레이션을 이용했고, 처음보는 길을 달리는 데다가 잘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해야 했다.

Western Washington 대학의 Ira Hyman은 운전중 휴대폰 사용의 부작용이 'inattentional blindness'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현상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 주위의 정보를 눈치채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기존 실험의 한계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그는 자연스러운 상황을 설정했다. 연구자는 대학 내 Red Square를 가로지르는 375피트의 길을 무대로 삼았다. 이 길을 걷는 학생들은 휴대폰으로 통화중이거나, 음악을 듣고 있거나, 다른 사람과 대화하며 걷고 있거나, 혼자 걷고 있었다. 이 학생들이 이 길을 다 지나쳤을 때 연구자가 나타나서 그들에게 '길 옆에 외발자전거를 타고 있는 광대'를 봤냐고 묻는다.

외발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보는 것은 드문 일이며, 대학 내에서 구경하기는 더더욱 힘들다. 따라서 길 옆에 이 광대는 눈에 띄기 쉬울 것이다.

그 길을 가로지르던 151명의 학생 중 24명이 휴대폰으로 통화중이었고, 이 학생들은 다른 사람에 비해 광대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통화를 한 학생 중 25퍼센트만이 광대의 존재를 알아차린 반면, 혼자 걸은 사람의 51%, 음악을 듣던 사람의 61%, 다른 사람과 같이 걷던 사람의 71%가 광대를 찾아냈다. 이 결과는 휴대폰 사용이 inattentional blindness 효과를 가져왔음을 보여준다(사실, 옆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경우 주위를 탐색하는 능력은 증가한다. 이 효과는 운전 시뮬레이션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그 외에도 연구자는 통화를 하며 걸었던 학생들이 길을 훨씬 느리게 걷고, 방향을 자주 바꾸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 결과 역시 inattentional blindness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많은 나라들이 운전중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휴대폰의 해악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자신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자각을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광대를 보지 못했던 사람들은 자신이 그런 사실을 놓쳤다는 걸 알고 나자 놀라는 반응이었다'라고 연구자는 말했다. '불행하게도 운전중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지조차 알지 못하며, 너무 늦은 상황(?)이 되서야 알아차리는 것 같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Hyman, I., Boss, S., Wise, B., McKenzie, K., & Caggiano, J. (2009). Did you see the unicycling clown? Inattentional blindness while walking and talking on a cell phone. Applied Cognitive Psychology, 24 (5), 597-607 DOI: 10.1002/acp.1638
Posted by 인지심리학 매니아

빈민촌을 지원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재정적 지원이 있을 수도 있고, 정서적 지원이 있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봉사활동은 이런 형태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빈민촌의 '환경'을 지원하거나 개선하려는 시도는 상대적으로 적은 듯하다. 주변 환경을 바꾸는 일은 비용과 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일까? 그러나 오늘 소개할 논문은(발표된 지 꽤 됐지만) 빈민가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재정적, 정서적 지원보다 중요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잘 알겠지만, 빈민가는 콘크리트로 지은 집들이 굉장히 좁은 간격을 유지한 체 다닥다닥 붙어있다. 일정한 개인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해보인다. 또, 집 근처 환경도 열악한 편이다. 주변에 제대로 된 공원을 찾아보기 힘들고, 심지어 나무 한 그루 찾기가 힘들다. 비단 빈민가 뿐만 아니라 아파트나 빌라가 빽빽히 들어선 곳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부 콘크리트 벽만 보일 뿐이고, 눈을 쉬게 해 줄 산림이 없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attention restoration theory는 인간의 주의가 '휴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항상 의도적으로 무언가에 집중해야 하는 현대인의 주의는 피로한 상태다. 이 피로해진 주의를 휴식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주변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통제로(directed attention) 피로해진 주의를 쉬게 하려면 비의도적인 주의를 부드럽게 이끌어내는 환경이 필요하다. 인공물과 달리 자연물은 이런 효과가 있다. 그렇다면, 나무 한 그루 찾기 힘든 삭막한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필시 주의력에 큰 문제를 안고 있을 것이다. 주의를 쉬게 할 자연환경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주의가 휴식을 취하지 못하게 계속해서 지친 상태라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까? 연구자들은 지친 주의가 빈민층의 근본적인 문제와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들이 처한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민한 인지능력, 특히 주의력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삭막한 환경 속에서 주의력이 고갈된 상태에 놓인 빈민층은 자신의 문제에 제대로 집중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연구자들은 빈민가(특히 나무같은 자연 환경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곳)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실험

연 구자들이 내놓은 가설의 핵심은 자연->주의->삶의 문제 해결로 이어지는 인과관계다. 거주 근처 자연환경의 부재는 주의의 피로(mental fatigue)로 이어지고 삶의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자연환경, 주의, 삶의 문제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자연환경
연구자들은 나무를 보며 사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비교하기 위해 재미있는 측정방법을 생각해냈다.


연 구자들은 건물을 다양한 각도(화살표)에서 촬영한 사진 18장을 학생들에게 보여준 후, 각 장면이 얼마나 나무로 우거져 있는지 평정하게 했다. 그 다음 이 평정을 평균하여 10가구의 '녹화(greenness)' 정도를 계산했다. 10가구 중 평균 이상으로 집주변이 푸르다고 평가된 집은 'green'으로 분류되었다.

주의
연 구자들은 각 가구에 사는 사람들의 주의를 평가하기 위해 Digit span Backwards(DSB) 과제를 사용하였다. 이 과제는 참가자에게 일련의 숫자를 불러준 후, 들은 숫자를 거꾸로 말하게 하는 것이다(i.e., 1,3,6,4라고 들은 참가자는 4,6,3,1이라고 말해야 한다). 제시되는 숫자는 점점 자리수가 많아지게 되고, 참가자의 주의력 정도는 2번을 정확하게 답한 가장 긴 자리수를 기준으로 한다. 6자리 숫자를 두번 성공했으면 그 사람의 주의력을 6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삶의 문제
연 구자들은 면접자를 통해 각 세대의 삶의 문제를 조사했다. 이들은 참가자의 삶의 목표, 삶의 문제, 중요 의사결정을 말하게 했다. 특히 Ineffective Management of Major Issue(IMMI) 척도를 사용해서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문제를 얼마나 해결 못 하고 있는지 측정했다.


결과

연 구자는 먼저 주의력이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봤다. 놀랍게도, 회귀분석을 한 결과 주의력은 IMMI 척도 점수와 부적 상관이 있었다. 즉, 주의가 많이 지쳐있는 사람이 삶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자연환경이 주의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봤다. 예상대로, 삭막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은 나무가 우거진 곳에서 사는 사람보다 주의력이 떨어졌다.


마지막으로 자연환경이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봤다. 이번에도 역시 나무가 많은 곳에서 사는 사람이 삶의 문제에 잘 대처하고 있음이 증명되었다.


논의

법 학과 시절, 신림동 고시촌에 돌아다닐 일이 많았다. 가끔은 교재를 사기 위해 가기도 하고, 가끔은 아는 친구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 들르기도 했다. 이상하게도 그 곳을 들릴 때마다 알 수 없는 삭막함을 느꼈다. 고시원이 다닥다닥 붙은 거리 사이로 지나다닐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무언가가 사람을 답답하게 했다.

어쩌면 고시생들은 이 삭막한 환경 탓에 그들의 주의력 중 절반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확실히 고시공부는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집중력을 요한다. 지칠대로 지친 주의력을 회복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고시생들이 주의력을 회복하기에는 주변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근처에 관악산이 있기는 하지만 공부에 매진하는 고시생들이 멀리까지 행차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삭막한 환경 속에서 심신을 쉴 기회를 잃어버리는지도 모른다.

얼 마전 이정모 교수님의 블로그에서 빈민가 어린아이들의 인지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가난은 물질적 뿐만 아니라 인지적으로도 되물림되어서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나무 한 포기, 공원 하나 없는 '환경적' 가난함은 이들이 삶의 문제를 적절히 대처할 수 없게 만들어서 가난의 되물림을 악화시킬 수 있다.

만약 해피빈이 남아있어서 어디에 써야할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빈민촌의 환경 개선을 돕는 봉사단체에 기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금전적으로는 미미할지 모르지만, 그 효과는 재정, 교육적 지원과 마찬가지로 클 수 있다.

다음 번 고시촌에 있는 친구를 찾아갈 때는 작은 화분을 사 들고 가야겠다.


Reference
FRANCES E.KUO, COPING WITH POVERTY: Impacts of Environment and Attention in the Inner City, Environment and Behavior, 2001, DOI: 10.1177/00139160121972846




Posted by 인지심리학 매니아

공부를 하려고 책상에 앉으면 방해요소가 무진장 많다. 창 밖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리고, 친구에게 전화가 온다. 책 대신 옆에 있는 컴퓨터를 켜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보다가 만 만화책을 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여 러가지 방해요소를 물리치고 목표 과제에 집중하는 능력을 흔히 주의력이라고 한다. 이런 주의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또 각 방법들 간 차이는 무엇일까? 오늘은 주의력 훈련과 관련하여 Trends in Cognitive science에 게재된 논문을 소개하고자 한다.


AT와 AST

그 동안 동/서양 간 주의력을 훈련하는 방법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서양은 Attention training(AT) 방식을 실험에 사용해 왔다. 반면 동양은 Attention state training(AST) 방식을 선호했다.
AT는 여 러가지 방해 자극 속에서도 목표로 하는 과제를 수행하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필요없는 자극을 억제하고 한 과제에만 집중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AT 방식의 훈련 방법은 나름 효과적이었으며(장기적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어린이와 어른 모두 ANT 과제에서 수행의 향상을 보였다. 또 이런 주의력 향상은 일반적인 인지적 능력(e.g., IQ)으로 전이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ANT의 예


(가운데 화살표의 방향과 동일한 방향키를 눌러야 한다. Incongruent 조건의 경우, 목표 자극 옆에 다른 화살표들이 사람을 헷갈리게 한다. 주의력이 높다면 이런 방해 자극에 현혹되지 않을 것이다).

AST는 인간의 몸과 정신 상태를 변화시켜 주의력을 향상시킨다. 대표적 방법으로 자연풍경을 보거나 체험하는 방법, 마음챙김 명상, IBMT(중국에서 고안된 훈련 방법)이 있다. 자연 풍경을 보게 되면, 공부하는 동안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과 반대 기제를 사용하게 된다. 나무, 돌, 동물 등 즉각적으로 출현하는 자극은 비의도적인 주의를 끌게 된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집중하느라 지친 주의를 쉬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음챙김은 과거나 미래의 일들로부터 벗어나 현재의 자기 상태에 집중하는 방법이다. 한 연구에서 이 방법이 attentional blink라는 현상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 적이 있다. 마음챙김이 주의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IBMT는 중국의 전통 의학과 명상을 접목한 훈련 방법이다. 이 방법은 생각을 통제하기 위해 애쓰지 않고 이완된 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방법을 사용한 연구에서 IBMT를 체험한 참가자들이 ANT 과제를 잘 해냈음을 보여줬다.



차이점

AT는 방해하는 생각들을 억지로 누르는 방법이다. 인지심리학적 용어로 설명하자면 중앙집행기가 불필요한 자극을 눌러버리고 필요한 자극에 주의를 지속하게 만드는 훈련 방법이다. 이 방법은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힘이 많이 든다.
반면 AST는 방해되는 생각을 억누르지 않는다. AST는 한 과제에 집중하느라 지친 주의를 이완시킨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런 방법이 주의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그 림과 같이 우리는 주의를 집중하지 않아서 잡생각에 사로잡힌 상태(Wandering mind)와 지나친 집중으로 지친 상태(Mental fatigue)라는 양 극단을 피해야 한다. 그 극단의 중간을 유지하는 것이 주의력의 핵심인 것이다. AT 방식은 의식적인 훈련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지치게 된다. 반면 AST는 명상 상태를 통해서 비의도적인 훈련 방법을 사용한다.
동양의 주의력 훈련 방식은 기존 서양의 훈련 방식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AST는 AT방식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므로 양 극단 속에서 중도를 지키게 해 준다. 만약 이 두 방법의 장점만을 취한다면 보다 효과적인 주의력 훈련방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신경학적 근거


(왼쪽 그림: 전대상회 오른쪽 그림: Lateral PFC(2번))

AT 방식의 훈련을 받은 참가자의 경우 전대상회(anterior cingulate cortex)와 lateral PFC(prefrontal cortex)의 활성화가 두드러졌다. 이는 두 부위간 연결이 주의력 향상과 관련있음을 보여준다.
반 면 AST는 약간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 차이는 왜 AST가 명상을 통한 이완 훈련이 역설적으로 주의를 강화시키는지 설명해준다. AST의 경우에도 초기에는 명상상태에 돌입하기 위해 의도적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Lateral PFC의 활성화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훈련이 진행되는 과정에 ANS(Autonomic control system)의 활성화가 병행한다. 즉 자발적인 통제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전대상회는 자발적인 통제기능을 담당하는 부위이므로, 이 부위의 활성화 수준이 높아진다. 훈련의 후기 단계에서는 ACC의 활성화가 압도적으로 변한다. 결국 의도적인 통제 없이도 기민한 주의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집중하려고 해도 소용이 없을 때 우리는 좌절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는 진행중이다. 언젠가는 오래 수행한 고승처럼 일반인도 칼날같은 주의력을 갖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주의력을 향상시킬 효과적 방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이다.


Reference
Yi-Yuan Tang & Michael I. Posner, Attention training and attention state training,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2009



출처: Scepticon

번역: 인지심리학 매니아



지난 번 글에 서는 술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다뤘다. 오늘은 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자 한다. 첫번째로 다룰 논문에서는 청소년의 음주가 인지적 기능에 미치는 영향과 남녀 차이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두번째로 술집의 수가 폭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자 한다.




어린 학생들이 술을 마시면 머리가 나빠진다


첫번째 논문인 "Initiating moderate to heavy alcohol use predicts changes in neuropsychological functioning for adolescent girls and boys"은 76명의 청소년 코호트 집단을 조사했다(연령은 대략 12-14세 정도였다). 참가자들은 술의 노출 정도에 따라 표집되었다. 각 개인들을 3년간 조사하고 설문지와 일련의 테스트를 통해 그들의 음주 습관이 인지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봤다.


예상대로 술을 많이 마신 청소년들은 테스트 성적이 좋지 않았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술이 미치는 영향에 남녀차가 있었다는 것이다.


Take the test Here


12개월 동안 많은 양의 알콜을 섭취한 여성 참가자들은 시공간 기능이 통제집단에 비해 저조했다. 시공간 능력의 측정은 Rey-Osterrieth Complex Figure test(그림 참조)를 사용했다. 이 과제는 참가자들에게 특정 그림을 보여준 뒤 30분 정도 경과 후 기억에 의존해서 조금 전 본 그림을 다시 그리게 한다.


이런 기능 손상은 12개월이나 그 이상 음주를 했을 경우 나타나며, 많은 양의 알콜을 섭취할 수록 상태가 더 나빠진다. 이는 전집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추세이다.


반면 남자는 주의력 테스트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 테스트를 통해 부인은 자신의 남편이 청소년기에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주의의 지속을 측정하기 위해 Digit Vigilance Test가 사용되었다. 이 간단한 테스트에서는 일련의 숫자들이 빨강이나 파란색으로 제시된다.(한 페이지 당 한가지 색깔로 제시된다). 참가자는 화면에서 6이나 9를 찾아야 한다.


과제 수행에 걸린 시간과 오답의 횟수를 통해 주의가 얼마나 지속되었는지 알 수 있고 통제집단과 비교도 할 수 있다.


이 실험의 설계상 문제나 피험자수가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연구는 총 76명의 청소년을 조사했는데 그 중 29명이 여자였다. 이 집단은 다시 음주집단과 통제집단으로 나뉘어졌다. 따라서 참가자수가 너무 적다는 문제가 있지만 기존 연구에서 밝혀낸 술의 부정적 영향과 일맥상통하는 결과를 얻었다. 이 연구와 유사한 결과를 얻은 연구는 많으며, 어린 시절 많은 양의 술을 마시면 특정 기능에 손상을 입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연구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문제이다.




술먹고 일어나는 폭력은 편의점도 책임이 있다



두번째 논문William PridemoreTony Grubesic가 the annual meeting of the 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 in San Diego에서 발표했다.  “Alcohol outlets and community levels of interpersonal violence: Spatial density, type of outlet, and seriousness of assault”이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한 공동체에서 술을 얻을 수 있는 장소의 수가 폭력과 관련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우리 모두 이 정도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직관을 지지하는 실제 데이터가 있다면 훨씬 실감 날 것이다. 이 연구는 폭력을 단순 폭력과 aggravated assault로 나누고 술을 파는 곳을 바(bar), 레스토랑, off-premise(술을 팔지만 그 자리에서 마시지는 못하는 곳. 수퍼마켓 등)로 나누었다.


술집이 많으면 폭력이 많다는 사실은 전혀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결과는 off-premise 상점에서 파는 술마저 폭력과 상관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연구는 이런 가게들이 전체 폭력의 25-30%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bar 또는 레스토랑이 각각 폭력의 10%를 설명하는 것을 감안해도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는 off-premise가 사람들을 즉석에서 모이게 할 수 있다는 점, 장소의 특성상 사람들이 공동체의 규범이 적용되지 않는 장소라고 생각한다는 점 때문이다(지저분한 장소라면 더더욱 심하다). 사람들은 이런 장소에서 도덕심을 져버리기 쉽고, 술이 평소 억제하던 본능을 분출시킨다는 점에서 폭력이 일어나기 쉬운 것이다.


위 내용들은 인간의 의사결정이 항상 우리를 위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만약 한 지역 내 술을 파는 장소의 수를 제한하거나 서로 모여있는 것을 금지시킨다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 아니면 위 논문에서 얻은 결과를 활용해서 술을 파는 장소를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면 폭력이 감소할까? 멋진 폭포를 만들거나 아름다운 음악을 틀어놓으면 괜찮을까?




Squeglia, L., Spadoni, A., Infante, M., Myers, M., & Tapert, S. (2009). Initiating moderate to heavy alcohol use predicts changes in neuropsychological functioning for adolescent girls and boys. Psychology of Addictive Behaviors, 23 (4), 715-722 DOI: 10.1037/a0016516


약물중독 치료와 스트룹 테스트 주의 / 인지심리학

2010/05/14 15:41 수정 삭제

복사 http://blog.naver.com/ryuskae/140106814121

출처: Addiction inbox

 

약물중독 치료 낙오자는 스트룹 과제를 잘 못한다.

 

 

사 람들은 스트룹 과제를 할 때 단어의 의미를 무시하기 어려워한다. John Ridley Stroop은 1935년 그의 학위 논문에서 단어의 의미가 얼마나 자동적으로 처리되는지 보여줬다. 스트룹 테스트에서 사람들은 일련의 단어를 보게 된다(위 사진 참조). 단어들의 색상과 단어의 의미가 가리키는 색상은 다를 수 있다(보라색으로 쓰여진 green을 보라-역자 주). 이 과제에서 사람들은 단어가 쓰여진 ‘색’을 말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빨간색으로 쓰여진 ‘green’의 경우, 정답은 ‘빨강’이다. 이 과제는 보기보다 어렵다. 단어의 의미(녹색)가 자동적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고 글자의 색을 말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테스트가 약물중독과 무슨 상관일까?

 

심리학자들은 약물중독자가 약물과 관련된 자극들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또 약물과 관계 없는 자극의 경우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연구자들은 스트룹 테스트가 약물중독의 경우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약물에 다시 중독될 가능성을 진단하는 도구로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웨 일즈 대학의 연구자들이 지적했듯이, ‘술이나 약물사용에 대한 인간의 의사결정은 거의 자동적이며, 보이지 않는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또 중독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약물과 관련된 환경이나 자극에 보다 주의를 기울인다. 그 결과 ‘약물과 관련된 자극(물건, 광고 기타 등등)을 봤을 때 중독자들은 거의 자동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

 

 

최근 한 연구는 74명의 코카인 중독자 중 약물중독 치료에서 낙오하는 사람들을 연구했다. Neuropsychopharmacology에 실린 이 논문에서 Dr. Chris Streeter과 동료들은 스트룹 테스트가 약물중독 치료의 효과를 진단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여러 가지 변형된 형태의 스트룹 테스트는 중독의 심각성이나 우울증, 다른 임상적 현상을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약물중독 치료 낙오자를 예측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낙오자는 다른 중독자에 비해 스트룹 테스트를 마치는 데 24%정도 더 오래 걸렸다. ‘이 결과는 스트룹 테스트가 약물 중독치료 낙오자를 구분하는 도구로 쓰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자는 말했다. 이 테스트를 통해 치료에 협조하고자 하는 중독자가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적절한 개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연구 결과는 이런 주의의 편향이 아편 중독의 재발 가능성이나 금연 실패를 예측하는 도구로도 사용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Streeter, C., Terhune, D., Whitfield, T., Gruber, S., Sarid-Segal, O., Silveri, M., Tzilos, G., Afshar, M., Rouse, E., Tian, H., Renshaw, P., Ciraulo, D., & Yurgelun-Todd, D. (2007). Performance on the Stroop Predicts Treatment Compliance in Cocaine-Dependent Individuals Neuropsychopharmacology, 33 (4), 827-836 DOI: 10.1038/sj.npp.1301465

출처: ScienceDaily (Dec. 3, 2009)

번역: 인지심리학 Mania

 

 

우리는 무언가에 좌절하거나 화가 나는 상황에 자주 직면한다. 우리는 이런 경우 다른 사람에게 괜히 화를 분출하게 된다. 이런 분출은 우리가 우리 감정을 통제할 수 없을 때 발생한다. 다행히 우리는 자기 통제를 할 수 있고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은 감정의 인지적 통제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작업 기억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고려하고, 아무 생각 없는 자동적인 행동에 반하여 신중한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부모에게 있어서 자녀들의 짜증나는 행동에 대해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으며 몇몇 부모들은 자녀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결국 화를 내고 만다. 그러나 이런 만성적인 부정적 대응이 자녀 학대로 이어지거나 아이를 삐뚤어지게 할 수 있다.

 

이런 잘못된 대응을 피하기 위해서 부모들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통제해야 한다. Virginia Polytechnic Institute and State University, Stephen A. Petrill from Ohio State University의 Kirby Deater-Deckard, Michael D. Sewell와 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의 Lee A. Thompson은 작업 기억과 부모의 부정적 반응이 서로 관련있는지를 연구했다. 

 

일란성 쌍둥이를 둔 엄마들이 이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자들은 이들의 집을 방문해서 엄마가 각 쌍둥이들이 짜증나는 행동(사진을 던지는 등)을 할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녹화했다. 또 이 엄마들은 작업기억을 포함한 인지적 능력을 측정하는 일련의 테스트를 받았다.

 

Psychological Science에 게재된 이 논문에 따르면,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부정적으로 대응하는 엄마의 경우 작업 기억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자들은 “작업 기억 능력이 떨어지는 엄마의 경우 아이들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감정인아 행동을 인지적으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부정적 반응을 보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부모의 작업 기억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Journal Reference:

  1. . Maternal Working Memory and Reactive Negativity in Parenting. Psychological Science, 200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