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명상 멘토링

저자
김정호 지음
출판사
불광출판사 | 2011-04-08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마음챙김 명상 멘토링』은 심리학 원리를 바탕으로 명상을 과학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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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인지심리 매니아


최근, 명상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연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동안 인지심리 매니아도 명상과 주의, Mind-Wandering과의 관계를 연구한 논문들을 소개했다.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볼 때, 명상은 정서적이나 인지적으로 나무랄 데가 없는 정신 운동임에 틀림 없다. 


일반인들 중에도 명상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그런데, 명상을 하는 방법을 몰라서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명상'하면 잡념을 없애고 한 가지 대상에 집중하는 명상(‘집중명상)이 떠오른다. 물론 집중명상 역시 여러가지 혜택을 준다. 하지만, 또 다른 명상법인 ‘마음챙김 명상'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마음챙김은 자신이 경험하는 모든 것에 ‘마음챙김'하는 명상법이다. 마음챙김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이 책은 마음챙김을 ‘순수한 - 상위 - 알아차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무 욕구나 생각이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마음으로 - 자신이 겪는 모든 경험을 - 알아차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언가에 몰두하던 중 ‘아, 내가 지금 일에 몰두하고 있구나'라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좋은 일이 일어나서 기뻐하다가도 ‘아, 내가 지금 기뻐하고 있구나'라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생각이나 감정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이 경험하는 정서나 생각, 감각을  제 3자처럼 관조하는 것이다. 


이 책은 집중명상과 마음챙김 명상의 개념, 대상별 명상 방법, 명상을 도와주는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문체가 간결해서 일반인도 명상을 쉽게 이해하고 따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집중명상과 마음챙김 명상의 개념이 다소 혼란스러웠는데, 저자인 김정호 교수님 덕분에 개념을 쉽게 정리할 수 있었다. 


명상은 ‘하향적 주의'를 쉬게 함으로써 우리 정신에 휴식시간을 제공한다. 인간의 주의는 자신의 욕망이나 목적에 늘 휘둘리며 산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먹고 싶은 것만 먹는다. 이렇게 욕망과 목적에 오염된 주의를 심리학에서는 ‘자발적(또는 하향적 주의) 주의'라고 부른다. 자발적 주의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주의력이 지쳐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그럼, 그 순간부터 주의력을 통제하기 어려워진다. 일을 하면서 딴 생각을 하거나, 말도 안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마음 챙김은 욕망과 생각에서 벗어나서 경험을 있는 그대로 보는 훈련이다. 이렇게 ‘비자발적 주의(또는 상향적 주의)’를 사용하는 동안 하향적 주의는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 책이 욕구와 생각을 배제하고 마음챙김할 것을 당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이전 글 참고)

단 일분이라도 모든 욕구와 생각에서 벗어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훈련을 해 보길 바란다.




Image: http://www.reveriesanctuary.com


글: 시안 베일록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우리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생각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 실제로, 이런 "마음의 방황(Mind-wandering, 이하 '잡생각'으로 번역하였음 - 역자 주)"은 우리 뇌의 default 모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생각하는 것은 과거로부터 배우고 미래를 위해 생산적인 사고를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정서적인 댓가가 따른다. 간단히 말하면, 방황하는 마음은 불행한 마음이다. 잡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덜 행복하다. 하지만 지난 주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에 실린 새 연구는 잡생각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한다: 바로 명상이다. 


숙련된 명상가는 명상을 하는 동안 일반인보다 잡생각을 덜 한다. 그리고 그들의 두뇌는 특별한 생각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현재에 잘 집중한다.


연구자들은 명상이 잡생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로 했다. 그들은 경험많은 명상가 집단과 명상 초보자에게 다양한 유형의 명상을 하게 한 다음, 그들의 뇌를 fMRI로 촬영했다. 숙련된 명상가들은 10년에 걸쳐  10,000시간 동안 마음챙김 명상을 한 사람들인 반면, 명상 초보자들은 경험이 전혀 없었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초보자들이 명상가들과 국적, 언어, 성별, 나이, 인종, 교육, 직업 면에서 비슷한 사람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야 다른 조건은 모두 같지만 오직 '명상 경험'만 다른 사람들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챙김 명상은 여러 유형의 명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두 가지 구성 요소를 가진다: (i) 자신의 즉각적 경험에 집중하고 (ii) 이 경험에 수용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이다. 이렇게 마음챙김이 현재-중심적인 집중을 추구하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마음챙김을 연습한 사람들이 명상을 하는 동안 현재에 더 잘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참가자들은 뇌를 촬영하는 동안 마음챙김 전통에서 가르치는 세 가지 명상법을 수행했다: 집중, 자애, 선택없는 알아차림(Concentration, Loving-Kindness, Choiceless Awareness).  각각에 사용된 지침은 다음과 같다. 


집중: "자기 호흡의 신체적 감각에 집중해 보세요. 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바꾸려고 노력하지 말고, 호흡의 자연적이고 자발적인 움직임을 따르세요. 그냥 그것에 집중합니다. 만약 당신의 주의가 다른 것에 이끌려 있다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주의를 되돌려서 호흡의 신체적 감각으로 옮겨 놓으세요."


자애: "당신이 진심으로 타인의 행복을 빌었던 때를 생각해 보세요. 이 느낌을 집중하면서, 당신이 고른 짧은 문구를 반복해서 읊으며 모든 만물의 안녕을 빕니다. 예를 들면 : 모든 존재가 행복하길, 모든 존재들이 건강하기를, 모든 존재가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기를. " 


선택없는 알아차림: "당신의 의식 속에 들어오는 모든 것에 집중해 보세요. 그것이 생각이든, 정서든, 신체적 감각이든 상관없습니다. 또 다른 무언가가 당신의 의식 속으로 들어올 때까지 그것에 계속 집중하고, 그것을 붙잡거나 바꾸려고 하지 마세요. 만약 다른 생각이 당신의 의식 속으로 들어온다면, 또 다른 생각이 들어올 때까지 그것에 집중합니다."


명상을 하는 동안, 숙련된 명상가는 통제집단에 비해 잡생각과 관련된 뇌 부위가 적게 활성화되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명상가에게 아무 명상도 지시하지 않았을 때 그들의 뇌가 보인 반응이었다. 명상가들이 쉬고 있는 동안, 잡생각과 관련된 뇌부위와 작업 기억, 자기 통제와 관련한 뇌부위 간 활발한 교류가 관찰되었다. 이전 글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작업 기억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간직하고 방해 요소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명상가들은 잡생각이 일어날 때 작업 기억을 자동적으로 활성화시킴으로써 잡생각을 통제하거나 축소시키는 것 같았다. 명상 연습을 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조차 명상 상태와 유사한 상태 - 보다 현재 중심적인 마음 상태 - 에 이른다


물론, 명상 전문가들이 명상으로 잡생각을 억제한 것이 아니라 잡생각을 별로 안 하는 사람들이 명상을 많이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명상을 통해 뇌가 잡생각에 미치는 영향력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잡생각은 우리가 깨어 있는 삶의 50% 정도를 차지한다. 많은 철학적, 명상적, 종교적 관행은 행복이 "현재"로부터 온다고 가르친다. 이것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명상을 통해 우리 뇌가 잡생각을 통제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얼마 전 이정모 교수님이 개인 블로그에 명상 관련 글을 올리셨다. 소개된 자료 중 김정호 교수님(덕성여대 심리학과)의 한국명상치유학회 2011년 추계 학술대회 강의동영상을 아래 링크했다.

강의동영상




안산갈대습지공원



글: 인지심리 매니아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자전거를 타고 호숫가로 향했다. 마음이 어지럽거나 심란한 일이 있을 땐 항상 호숫가에 가서 마음을 달래는 연습을 한다. 집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30분 정도 달리면 호숫가에 도착한다. 이 때 자전거를 타면서 최대한 주변 풍경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자전거길을 따라 늘어선 나무나 꽃을 보기도 하고, '조용한 소리'를 듣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 속에 계속 떠오르는 잡념은 라디오처럼 쉴새없이 떠든다. 아름다운 풍경에 집중하기보다 마음 속 고민에 빠져 있는 시간이 훨씬 더 많다.

호숫가에 도착하면, 호숫가 옆 갈대 사이에 있는 작은 벤치에 앉는다. 그리고 그 때부터 마음 속에 어떤 생각들이 떠오르는지 살펴본다. 지나간 일, 다음 주에 있을 일, 괴로운 일, 생각하기 싫은 일........ 마음 속에 잡음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리면, 그 다음 호숫가 풍경에 집중하는 데 전념한다. 일단 푸른 호수가 눈에 들어온다. 새가 유유히 날다가 갈대 너머로 사라지는 모습이 보인다. 조금 뒤에는 소리도 집중해 본다. 그러면 갈대가 바람에 나부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마음의 잡음에 가려져 있던 바깥 세상이 총천연색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왜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살았을까?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 사는 불쌍한 사람들이다. 이 감옥은 우리가 바깥 세상을 온전하게 느끼는 것을 방해한다. 푸른빛 호숫가와 유유자적하는 새와 갈대가 있어도, 마음 속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면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다. 자연 환경 뿐만 아니다. 매일 타고 다니는 버스의 색상, 매일 듣는 음악,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마음 속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면 아무것도 온전히 느낄 수 없다. 모든 감각을 대충대충 느끼고 살아가게 된다.

생각버리기연습
카테고리 자기계발 > 성공/처세
지은이 코이케 류노스케 (21세기북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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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케 류노스케는 '생각 버리기 연습'에서 이런 상태를 '실념'이라고 설명했다.

옛날 사람들은 예부터 비오는 소리나 물 떨어지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에 흥미를 느끼며 적극적으로 인식하는 능력이 있었다. 지금 그곳에 있는 것에서 감각적으로 멋을 느낄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주위에 격렬한 자극이 넘쳐나고, 그 만큼 사람들도 계속 강한 것들을 원하기 때문에, 미세하고 소소한 자극들을 즐길 수 없게 되고 말았다.

결국, 주위를 인식하는 능력인 정념을 잃어 버린 상태(실념)이 되어 버린 것이다. 우리는 보통 이런 상태를 '딴생각'이라고 표현한다.
저자는 '실념'에서 다시 '생각이 집중되어 있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 현재 감각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옷 속의 신체에 의식을 집중해 본다. 그러면 방금 전과는 다른 온도가 느껴지고, 이것 역시 기분 좋은 느낌을 줄 것이다. 하지만 쾌락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 것은 결코 아니다. 정보 처리를 그만두고 감각 그 자체에 머물며 정신통일을 한 덕분에 얻은 상쾌한 기분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느껴진다'와 '느낀다'의 차이이다. 불교적으로 말하면, 실념 상태에서 생각이 집중되어 있는 상태의 차이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자신의 생각에서 벗어나 현재에 그대로 머무는 것은 무슨 이득이 있는 걸까? 자신의 머리 속을 그냥 백일몽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과 환경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생각 속에 빠지는 것. 그것 또한 매력적인 일이다. 그러면 현실과 유리되어 자기 머리 속으로 들어가는 상태가 왜 문제가 될까?


Lapse of attention



인지심리 연구는 인간이 사물에 주의를 집중하지 않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연구해 왔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실수'다.

주의를 집중하지 않으면 실수를 하게 된다. 인지심리학(2009)[각주:1] 교재에는 주의와 실수의 관계를 찰리 채플린의 사례로 설명하고 있다.
찰리 채플린은 그가 주연한 모던 타임즈에서 주의와 습관적인 행동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찰리는 작업대에서 계속 나오는 각 쇠판의 두 나사를 조이는 일을 한다. 어떤 사건 때문에 다소 혼란된 정신 상태에 빠진 찰리는 둥그런 물건만 보면 그것이 사람의 귀든, 단추이든 무조건 조이려 하였다. 찰리의 실수는 습관적인 작업행동이 반복되어 입력정보에 별 주의를 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찰리 채플린 - 모던 타임즈

Reason(1984)은 평소 반복학습이 충분히 된 행동이 주의를 주지 않아서 잘못 행해지는 경우를 설명했다. 언젠가 아는 사람 한명이 삼각 김밥을 산 다음 내용물은 쓰레기통에 버리고 껍질을 먹을 뻔한 적이 있다고 웃으며 얘기한 적이 있는데, 이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실수가 발생하는 이유는 습관적 행위가 외부 피드백을 무시하고 자동적으로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주의를 외부 자극에 충분히 할당하지 않으면 언제든 이런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삼각 김밥을 쓰레기통에 버린 정도라면 웃으며 얘기할 수 있지만, 운전시 주의를 충분히 주지 않다가 사람을 쳤다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Lapse of attention은 주의의 부재가 재앙을 불러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념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부정적 사고


부정적 생각



현재 감각에 집중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에 빠질 때 발생하는 두 번째 문제점은 바로 부정적 사고다.

인간은 모든 감각 정보를 접한 다음 그 정보를 자신과 관련된 생각으로 바꾼다. 바람이 불면 바람을 있는 그대로 느끼기 보다 '바람이 불어서 내가 감기가 걸리면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한다. 새가 날아가는 장면 역시 그대로 느끼지 않고 '나도 저 새처럼 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한다. 이런 편향은 주변 정보가 자신의 생존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판단하게 하므로, 진화 과정에서 적응적 이점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 감각에 온전히 집중하기보다 그 감각에 대한 자신의 재해석에 급급하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자신만의 생각에 빠질 경우, 긍정적 생각보다 부정적 생각을 하기 쉽다는 것이다. '붓다 브레인'의 저자 릭 한센은 그 이유를 진화적 관점에서 찾는다(2011/07/31 - [인지심리학/주의] - (마음챙김)당신의 존재함을 자각하라 참조). 인간은 생존을 위해 공포나 부정적 정보에 민감하도록 진화했다. 따라서 언제 어디서 어떤 위험 요소가 나타날지 경계하며 불안해 한다. 어떤 감각이나 자극을 받으면, 그것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기 쉽다. 자신만의 생각에 빠지면 이런 생각을 하기 쉬워진다.


현재 감각에 집중할 때의 이점




현재 감각 자체에 집중하는 연습을 하면, 감각을 왜곡해서 부정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 그것이 감각에 집중하는 첫번째 이점일 것이다.

그 외에, 감각에 집중하면 삶이 풍성해지는 이점도 있다. 인지심리학 연구는 현재 감각에 집중하는 연습이 몇 가지 이점을 가져다 준다고 설명한다. 감각에 집중하는 연습을 지속하면, 지각 체계가 자극에 더욱 민감해진다. 지각이 칼날처럼 예리해지는 것이다.

많은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지만, 명상과 attentional blink의 관계를 연구한 논문을 살펴보자[각주:2]. 이 연구는 open-monitoring(현재 일어나는 모든 경험에 온전히 집중하는)명상이 attentional blink 현상을 완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attnentional blink가 무엇인지 설명하고자 한다.

아래 영상을 유심히 살펴보자. 연속적으로 제시되는 글자 속에서 R과 C(R 바로 뒤에 나옴)를 찾아보자.



R 다음에 제시된 C를 보았는가? 아마 R은 찾아냈을지 몰라도 바로 뒤에 제시된 C는 안 보였을 것이다. 우리 주의가 R에 할당되면, 바로 뒤에 제시되는 C는 보이지 않는데, 이 현상을 attentional blink라고 한다. Slagter et al(2007)은 실험 참가자에게 3개월 동안 open-monitoring 명상 훈련을 받게 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R 뒤에 바로 제시되는 C까지 찾아낼 수 있었다. 주의력이 향상된 것이다.

도대체 명상이 attentional blink에 어떤 영향을 미친 것일까? 우리는 두 가지 가정을 해 볼 수 있다. 지난 번에도 설명했듯이, 주의력과 관련해서 주의력이 제한된 용량을 가지고 있다는 입장과, 연습으로 향상될 수 있다는 입장이 있다고 설명했다. 후자의 입장에 의할 경우 이 연구 결과는 명상으로 주의력의 용량 자체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주의력이 향상되었으므로, R에 주의가 할당되고 남은 주의력이 C에도 할당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전자의 입장을 취해도 결과 해석이 가능하다. 즉, 주의력 자체의 능력에는 변함이 없지만, 명상을 통해 고차적 인지 기능(속으로 독백을 하는 등의 언어적 기능)이 줄어듦에 따라 남는 주의 용량이 지각 체계에 할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든, 명상이 감각을 경험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코이케 류노스케가 '항상 일상의 섬세한 멋을 느끼는 것'이라고 표현한 게 바로 이런 걸까?

이외에도 기존 연구 결과는 명상이 perceptual habituation(반복되는 자극에 대해 감각이 무뎌지는 현상)을 완화한다고 주장한다(Deikman, 1966[각주:3]; Wenger & Bagchi, 1961[각주:4]). 예를 들어 우리 뇌는 반복되는 시계의 초침 소리에 즉각 익숙해져버린다(habituation). 하지만 현재 감각에 집중하는 연습을 하면 잃어버렸던 감각을 회복할 수 있다. 주의를 조금만 집중하면, 익숙해져서 들리지 않았던 초침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연습을 많이 할 경우, 초침 소리를 매번 새로운 소리로 듣는 경지에 다다른다. 위에서 언급한 연구의 경우, 명상을 오래 한 사람은 반복적인 자극을 경험해도 habituation에 동반하는 알파파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스님들이 시계 초침을 매번 새로운 소리로 듣는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닌 것이다. 명상은 감각을 풍성하게 하는 것 외에, 오래되어 싫증나거나 익숙해져버린 감각마져 다시 되살리는 것 같다.



가끔은 자신만의 생각에서 빠져나올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재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세계에 충실해보자. 항상 반복되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환경이 때로는 새롭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현재 감각을 제대로 느끼는 연습이 필요하다. 작은 소음에서부터 물건들의 색상, 모양, 주변 사람들의 표정, 말소리를 하나하나 신경쓰면서 느껴보자. 그렇게 하면 우리 삶은 보다 colorful해질 것이다.











  1. 인지심리학, 이정모 외, 2009, [본문으로]
  2. Slagter, H. A., Lutz, A., Greischar, L. L., Francis, A. D., Nieuwenhuis, S., Davis, J. M., et al. (2007). Mental training affects distribution of limited brain resources. PLoS Biology, 5(6), e138. [본문으로]
  3. Deikman, A. J. (1966). Implication of experimentally induced contemplative meditation. Journal of Nervous and Mental Disease, 142(2), 101–116. [본문으로]
  4. Wenger, M. A., & Bagchi, B. K. (1961). Studies of autonomic functions in practitioners of yoga in India. Behavioral Science, 6, 312–323. [본문으로]



글: 인지심리 매니아


필자는 코이케 류노스케의 책들을 즐겨 읽는다. 불교의 이론들을 일반인이 알기 쉽게 풀어썼다는 점, 저자가 필자와 나이는 비슷하지만 훨씬 깊은 생각을 가진 점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저서라면 빠짐없이 읽어 본다. 평소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코이케 류노스케의 책이라는 이유만으로 만화로 가득한 '번뇌 리셋'을 읽기도 했다.  가벼운 그림 속에 깊은 뜻이 담겨 있어서 진지하게 읽어나갔던 기억이 있다.

최근 그의 저서 '생각 버리기 연습'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은 일상에서 생각을 버리는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 가치가 매우 크다. 하지만 인지심리를 공부하는 사람은 또다른 이유로 이 책에 주목할 수 밖에 없다. 바로 책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이케가야 유우지'와의 대화편 때문이다. 스님과 뇌과학자의 대화는 동양의 거대한 지혜와 인지과학이 만난 작은 사건이다. 달라이 라마가 과학자들을 초대했던 사건 이래 불교와 과학이 교류를 시작했고, 이 두 사람의 대화 역시 그러한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불교와 과학의 랑데뷰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참으로 흥미진진하다.

그래서 인지심리 매니아 역시 이런 랑데뷰에 참여하기로 했다. '생각 버리기 연습'에서 코이케 류노스케가 했던 말들을 인지심리 연구와 비교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불교와 인지심리 연구를 연결할 정도로 뛰어난 학식은 없지만 나름대로의 생각을 적어보고자 노력했다.



念力, 定力과 인지심리학


'생각 버리기 연습' 29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쓸데없는 생각을 깨닫는 힘을 불교에서는 '염력(念力)'이라 부른다. 염이란, 알아차리는 능력, 즉 '의식의 센서'이다. 이 센서가 민감하면 민감할수록 아주 작은 변화까지도 알아차릴 수 있다. 변화를 알아차린 뒤에 마음의 작용을 바꾸는 힘을 '정력(定力)'이라 한다. 이 힘은 곧 '집중력'으로, 의식을 조절해 하나의 장소에 모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마음이 아주 빠른 속도로 흩어져 여기저기로 달려가는 것을 끌어 모아 한 곳으로 가도록 정해주는 것이다.


즉, 쓸데없는 생각을 의식의 센서로 알아차리고, 주의를 통해 의식을 다시 한 곳으로 모은다는 것이다. 불교의 이런 주장은 심리학적으로 근거가 있으며, 과연 실현 가능한 이야기일까?

확신할 수는 없지만, 심리학에도 불교의 염력, 정력과 유사한 개념을 있기는 하다. 위 문장을 읽던 필자의 머리 속에서 Wegner라는 학자가 순간 떠올랐다. Wegner는 자기 통제와 관련하여 두 가지 인지 과정이 작동한다고 주장했다[각주:1]. Monitoring process는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을 감시하는 인지과정이다. 만약 Monitoring process를 통해 자신이 목표와 일치하지 않는 생각이나 행동(즐 쓸데없는)을 인식하면, Operation process를 통해 이를 바로 잡는다. 즉, Operation process는 자신의 상태를 원하는 상태로 조절하는 인지과정이다. 그런데 Wegner가 주장한 두 가지 인지과정이 우연하게도 불교의 이론과 유사해 보인다. Monitoring process는 '염력', Operation process는 '정력'과 유사해 보이지 않는가?
Wegner 이후의 연구는 인간의 뇌에서 실제로 자신의 상태를 감시하고 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컨트롤하는 인지과정이 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Botvinick, Braver, Barch, Carter, & Cohen, 2001, Holroyd & Coles, 2002).  결국 불교의 이론은 과학적으로도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생각 버리기 연습'의 저자는 쓸데없는 생각을 알아차리고 이를 바로 잡는 능력이 연습에 의해 향상된다고 주장한다. 맞다. 우리는 주위에서 명상을 통해 이런 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해 보면 잘 되지 않는다. 정말 명상을 하면 스님처럼 자신의 생각을 맑은 거울처럼 반영하고 이를 옳은 방향으로 수정할 수 있을까?

이전 심리학 연구들은 이 문제에 있어서 회의적인 것 같다. 어떤 생각이 잘못되거나 쓸데없음을 알아차리고 이를 억누르거나 다른 생각을 하고자 노력하면, 오히려 무시하려는 생각이 튀어오르는 역효과가 나타난다. Wegner는 이를 Ironic process theory에서 역설했다. Wegner의 이론에 비추어 보면, 쓸데없는 생각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주장은 모순에 가깝다. 예를 들어 누군가 게임을 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공부에 집중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게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무시하기 위해선 먼저 자신이 게임에 관한 생각을 한다고 인식한 후(Monitoring), 이를 억누르거나 공부로 주의를 돌려야 한다(Operation).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게임 생각을 억누르려면 공부하다가 이따금씩 '내가 게임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감시(monitoring) 해야 한다. 무언가 이상하지 않은가? 방금 앞 문장에서 그 사람은 게임 생각을 감시하려고 하는 찰나에 이미 게임 생각을 하는 모순에 빠진다. "내가 혹시 게임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라고 생각하면 이미 게임 생각을 한 게 아닌가?!

자기 통제 능력은 한계가 있다는 문제도 있다. Inzlicht et al(2007)[각주:2]은 참가자들에게 영화를 보는 동안 자신의 감정을 자제하도록 지시했다(아마 슬픈 내용의 다큐멘터리였던 것 같다). 자신의 감정을 자제하려면 자기 통제가 필요하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자기 통제에 힘을 다 써 버리면, 그 다음엔 힘이 남아 있지 않아서 생각을 컨트롤 하기 힘들 것이라는 가정을 세웠다.

결과는 연구자들의 예상대로였다. 자신의 생각이 목표와 벗어나있음을 알아차릴 때는 전대상회에서 ERN(Error related negativity)이라는 뇌파가 발생한다(Wegner의 Monitoring Process와 관련있어 보인다). 그런데, 영화를 보며 자신의 감정을 통제했던 참가자들은 스트룹 테스트를 할 때 ERN 발생이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스트룹 테스트에 반응하는 반응시간 역시 느려졌다.

반응시간

(왼쪽이 자기 감정을 통제했던 집단이다. 반응시간이 통제집단보다 느리다)


ERN

(점선이 감정을 통제했던 집단이다. 70~80ms에서 발생하는 ERN의 진폭이 통제집단보다 줄어들었다).


종합해보면, 생각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할 경우 자기 통제에 필요한 힘이 점점 소진되서 통제가 불가능해진다. 게다가 Wegner의 주장이 맞다면 억누르는 생각은 더 튀어오를 뿐이다. 그렇다면 명상으로 생각을 통제하는 연습을 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잡생각이 무섭게 튀어오르기 시작하고, 시간이 경과하면서 점점 더 심해질 뿐이다. 그럼, 생각 버리기는 결국 불가능한 것일까?


그런데 최근 연구들은 불교식 수행 방법이 주의력을 높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연구들의 기본 전제는 자기 통제에 필요한 힘(주의력도 포함된다)이 '한정된 자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연습한다고 크게 늘어나지도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생각 버리기 연습이 가능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마치 근육 운동과 같다. 처음에는 아령을 1세트만 들어도 지쳐서 더 이상 들지 못한다. 하지만 연습하면 2세트가 가능해진다. 생각 버리기 연습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15분만에 잡생각이 떠오르고 ERN의 감소와 함께 통제 능력이 상실될 수 있다. 하지만 다음날이 되면 내 주의력 근육은 성장한다. 물론 잡생각은 여전히 떠오르고 나중에는 통제가 불가능해 지지만 이번엔 20분을 집중할 수 있다.

심리학계에서는 동양식 주의 훈련 방법을 Attention state training(AST)라고 정의하고 이 훈련 방식의 효과를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부 연구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서양식 주의력 훈련(AT)보다 효과가 뛰어났던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AST 개관 논문을 소개한 이전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2011/07/31 - [인지심리학/주의] - 주의력 훈련의 연구 동향


진리는 아무나 깨닫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코이케 류노스케는 참 대단한 것 같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각을 통제하는 힘이 강한 것 같다. 필자는 아직 이 정도의 내공이 있지도 않고, 생각을 버리는 능력이 연습으로 습득된다는 사실마저 의심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심리학 연구는 불교식 수행 방법의 효과를 조심스럽게 밝히고 있다. 최소한 연습을 통해 생각을 버리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조심스레 해 본다.






  1. Wegner, D. M. (1994), "Ironic Processes of Mental Control", Psychological Review 101 (1): 34–52, doi:10.1037/0033-295X.101.1.34, PMID 8121959. [본문으로]
  2. Michael Inzlicht, Jennifer N. Gutsell, Running on Empty Neural Signals for Self-Control Failure, PSYCHOLOGICAL SCIENCE, 2007 [본문으로]

출처: Your wise brain(릭 핸슨: '붓다 브레인'의 저자)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우리 조상의 뇌는 생존을 위해 공포에 민감하도록 진화했으며, 그 결과 지속적인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 내부의 작은 속삭임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주위를 둘러보며 문제점이 없는지 전전긍긍하게 된다.


이 조심성과 불안은 자동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이 불안을 겪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만약 당신이 긴장하고 있다면 자신을 주의 깊게 관찰해 보자, 당신의 몸이 어떻게 경직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주위 환경이나 다른 사람을 너무 주의깊게 관찰(경계)한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또 몸을 완전히 이완하고 모든 걸 내려놓기 힘들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사무실이나 가게를 돌아다니면서 지나친 경계를 풀고 자신이 안전함을 인식해보자. 아니면 집에서 5분 정도 앉아서 방어적인 자신의 몸을 편안하게 만들고 평화롭게 해 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하는 걸 힘들어 한다.


불안해 하는 뇌는 원숭이가 자신에게 언제 달려들지 모르는 미지의 대상을 경계할 때 적합하다. 그러나 이런 삶은 힘들다. 불안은 삶의 질을 낮추고 사람을 소극적으로 만든다.


더 나쁜 점은, 이런 성향이 거짓말을 한다는 점이다.

공포의 속삭임은 당신에게 "조심해. 보이지는 않지만 나쁜 일이 일어나고 있어. 모든 게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 절대로 경계를 늦춰선 안돼'라고 암시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을 주의깊게 관찰해보라. 당신은 괜찮다. 어느 누구도 당신을 공격하지 않으며, 당신은 익사하지도 않는다. 폭탄이 떨어지지도 않고, 위기도 없다. 설사 상황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어쨌든 당신은 지금 괜찮다.


우리는 미래를 생각할 때 항상 걱정하며 계획을 짠다. 우리는 과거를 생각할 때 후회를 한다. 공포는 미래와 과거를 섞어서 심적 융단을 짠다.현재의 찰나를 다시한번 관찰해보자. 지금 이 순간 당신은 무사한가? 당신의 호흡은 무사한가? 당신의 맥박은 무사한가? 마음은 온전한가? 아마 대답은 '네'일 것이다.


우리는 일생상활에서 일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이런 'alrightiness'를 경험할 수 있다. 진짜로 닥친 위협이나 문제를 무시하거나 모든 게 잘 된다는 합리화를 하는 것이 아니다. 대신, 당신은 매사에 당신이 괜찮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어떻게 하면 편안한 마음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하루에 여러번 당신이 괜찮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당신은 보다 많은 돈을 벌거나 사랑을 원할 수도 있고, 짠 감자튀김이 먹고 싶을 수도 있다. 아니면 마음의 고통이 수그러들거나, 교통 체증이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 모두 정당한 욕구다. 그러나 이같은 고통과 욕망 속에서도 당신은 무사하다. 당신의 일생상활은 현재 살아있음과 이 시각 내가 괜찮다는 자각을 기본으로 한다.


접시를 닦으면서 "나는 지금 괜찮아"라는 사실을 느껴보자. 또는 운전을 하면서 "나는 괜찮다"라고 해도 좋다. 또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지금 괜찮다"라고 생각해도 좋다. 이메일을 보내거나 아이를 재우면서도 "나는 괜찮다"라고 생각해도 좋다.


지금 현재 괜찮다는 느낌을 받는 동안에도 여전히 문제와 부딪힐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내가 무사하다고 걱정을 버리면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공포는 사실 근거가 없다. 이런 걱정 역시 잠재워버리자. 당신은 지금 현재 공포를 느낄 필요가 없다.


가끔은 정말로 괜찮지 않을 때도 있다. 무언가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고, 몸이 안 좋을 수도 있고, 마음이 심란할 수도 있다. 이 상황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폭풍 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현재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자. 마치 바다 위를 휩쓸고 있는 허리케인으로부터 50피트 밑에 있는 조용한 장소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당신이 현재 괜찮다는 것은 우주적 의식이라든지, 예쁜 장막으로 당신의 삶에 긍정적 태도를 입히라는 것이 아니다. 그 대신, 단순하지만 심오한 사실을 알고 있으라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괜찮다는 것이다. 당신은 자신에 몸이 실제 어떻게 느끼는지 느껴보고, 자신의 호흡과 상태가 무사하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당신에게 아무리 나쁜 일이 일어나도 내 마음은 문제 없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이런 '괜찮아'라는 감각을 익히면 자신의 삶과 뇌와 자아를 건강하게 영위할 수 있다.





Posted by 인지심리학 매니아

공부를 하려고 책상에 앉으면 방해요소가 무진장 많다. 창 밖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리고, 친구에게 전화가 온다. 책 대신 옆에 있는 컴퓨터를 켜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보다가 만 만화책을 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여 러가지 방해요소를 물리치고 목표 과제에 집중하는 능력을 흔히 주의력이라고 한다. 이런 주의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또 각 방법들 간 차이는 무엇일까? 오늘은 주의력 훈련과 관련하여 Trends in Cognitive science에 게재된 논문을 소개하고자 한다.


AT와 AST

그 동안 동/서양 간 주의력을 훈련하는 방법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서양은 Attention training(AT) 방식을 실험에 사용해 왔다. 반면 동양은 Attention state training(AST) 방식을 선호했다.
AT는 여 러가지 방해 자극 속에서도 목표로 하는 과제를 수행하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필요없는 자극을 억제하고 한 과제에만 집중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AT 방식의 훈련 방법은 나름 효과적이었으며(장기적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어린이와 어른 모두 ANT 과제에서 수행의 향상을 보였다. 또 이런 주의력 향상은 일반적인 인지적 능력(e.g., IQ)으로 전이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ANT의 예


(가운데 화살표의 방향과 동일한 방향키를 눌러야 한다. Incongruent 조건의 경우, 목표 자극 옆에 다른 화살표들이 사람을 헷갈리게 한다. 주의력이 높다면 이런 방해 자극에 현혹되지 않을 것이다).

AST는 인간의 몸과 정신 상태를 변화시켜 주의력을 향상시킨다. 대표적 방법으로 자연풍경을 보거나 체험하는 방법, 마음챙김 명상, IBMT(중국에서 고안된 훈련 방법)이 있다. 자연 풍경을 보게 되면, 공부하는 동안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과 반대 기제를 사용하게 된다. 나무, 돌, 동물 등 즉각적으로 출현하는 자극은 비의도적인 주의를 끌게 된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집중하느라 지친 주의를 쉬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음챙김은 과거나 미래의 일들로부터 벗어나 현재의 자기 상태에 집중하는 방법이다. 한 연구에서 이 방법이 attentional blink라는 현상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 적이 있다. 마음챙김이 주의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IBMT는 중국의 전통 의학과 명상을 접목한 훈련 방법이다. 이 방법은 생각을 통제하기 위해 애쓰지 않고 이완된 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방법을 사용한 연구에서 IBMT를 체험한 참가자들이 ANT 과제를 잘 해냈음을 보여줬다.



차이점

AT는 방해하는 생각들을 억지로 누르는 방법이다. 인지심리학적 용어로 설명하자면 중앙집행기가 불필요한 자극을 눌러버리고 필요한 자극에 주의를 지속하게 만드는 훈련 방법이다. 이 방법은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힘이 많이 든다.
반면 AST는 방해되는 생각을 억누르지 않는다. AST는 한 과제에 집중하느라 지친 주의를 이완시킨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런 방법이 주의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그 림과 같이 우리는 주의를 집중하지 않아서 잡생각에 사로잡힌 상태(Wandering mind)와 지나친 집중으로 지친 상태(Mental fatigue)라는 양 극단을 피해야 한다. 그 극단의 중간을 유지하는 것이 주의력의 핵심인 것이다. AT 방식은 의식적인 훈련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지치게 된다. 반면 AST는 명상 상태를 통해서 비의도적인 훈련 방법을 사용한다.
동양의 주의력 훈련 방식은 기존 서양의 훈련 방식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AST는 AT방식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므로 양 극단 속에서 중도를 지키게 해 준다. 만약 이 두 방법의 장점만을 취한다면 보다 효과적인 주의력 훈련방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신경학적 근거


(왼쪽 그림: 전대상회 오른쪽 그림: Lateral PFC(2번))

AT 방식의 훈련을 받은 참가자의 경우 전대상회(anterior cingulate cortex)와 lateral PFC(prefrontal cortex)의 활성화가 두드러졌다. 이는 두 부위간 연결이 주의력 향상과 관련있음을 보여준다.
반 면 AST는 약간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 차이는 왜 AST가 명상을 통한 이완 훈련이 역설적으로 주의를 강화시키는지 설명해준다. AST의 경우에도 초기에는 명상상태에 돌입하기 위해 의도적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Lateral PFC의 활성화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훈련이 진행되는 과정에 ANS(Autonomic control system)의 활성화가 병행한다. 즉 자발적인 통제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전대상회는 자발적인 통제기능을 담당하는 부위이므로, 이 부위의 활성화 수준이 높아진다. 훈련의 후기 단계에서는 ACC의 활성화가 압도적으로 변한다. 결국 의도적인 통제 없이도 기민한 주의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집중하려고 해도 소용이 없을 때 우리는 좌절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는 진행중이다. 언젠가는 오래 수행한 고승처럼 일반인도 칼날같은 주의력을 갖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주의력을 향상시킬 효과적 방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이다.


Reference
Yi-Yuan Tang & Michael I. Posner, Attention training and attention state training,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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