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16 토요인지모임. 장소: 서강대 정하상관. 발표자: 배문정 교수님 사진: 인지심리 매니아



글 : 인지심리 매니아


2013년 2월 16일 서강대에서 열린 토인모에 다녀왔다. 이번 모임은 ‘체화된 인지의 문명사적 의의’이라는 주제로 우석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님인 배문정 교수님이 발표를 맡아주셨다.


인지 과학이 문명사에 미칠 영향은 좁은 학문 영역을 공부한 필자에게 있어서 대단히 큰 담론이다. 이렇게 큰 주제를 작은 그릇에 담기가 쉽지 않았지만, 배문정 교수님이 강의를 재미있게 풀어주셨기 때문에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들은 내용을 스스로 정리하는 차원에서 아래에 강의 내용을 요약해 보았다.


인간의 문명은 르네상스를 계기로 큰 성장을 거두었다. 이 시대의 철학자들이 선도한 ‘제 1의 계몽'은 인간 인식의 확장을 가져왔다. 그러나 이 인식은 현상과 거리를 둔 체 관찰자의 입장에서 본 지식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또 이 시대의 도덕은 개인에게 부여하는 ‘정언 명령'으로써 강제성을 띄고 있었다. 상호작용 측면에 있어서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기계 문명의 접촉이 개별적으로 이루어진 시대였다.


그러나 이런 토대를 바탕으로 성장한 문명은 한계에 봉착했다. 우리 인간 문명은 아직 불완전하며, 개개인의 삶은 여전히 위태롭다. 우리는 이 문명을 계속 발전시킬지, 또는 수정을 가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배문정 교수님은 현대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문명의 수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제 2의 계몽'이 필요하다고 설명하셨다. 그리고 제 2의 계몽을 위해서 인지 과학이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제시해 주셨다. 우선, 인식의 측면에서는 ‘체화된 인지'를 통해 앎의 개념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체화된 인지는 입력과 출력의 구분이 없으며, 인식과 체험을 구분하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삶 속에서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역동적인 ‘앎'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삶이 곧 앎인 것이다.


또, 도덕 대신 ‘윤리의 계몽'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하셨다. 윤리는 개인에게 주어진 정언명령과 달리 자발적 성격을 띠고 있다. 윤리는 즐거워야 한다. 우리 모두가 윤리에 즐겁게, 그리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때 새로운 문명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제 2의 계몽은 하나의 큰 전제 위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그 전제는 바로  ‘we’라는 개념이다. 삶=앎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 즉 사랑과 공감의 다른 표현이다. 윤리의 실천 역시 마찬가지다. 윤리의 자발적 참여는 우리라는 틀 안에서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강의를 들으면서 역사 속 ‘우리’라는 개념이 희미해졌다가 회복되는 과정을 되짚어봤다. 미국의 정치학자인 로버트 퍼트넘은 ‘나 홀로 볼링'이라는 저서에서 산업화와 급속한 사회 변화로 사회적 자본이 파괴되는 현상을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설명했다. 저자는 법률, 제도 등 다른 수단이 사회적 자본을 대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개인화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지적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제 1의 계몽'이 낳은 부작용은 아닐까?



나 홀로 볼링

저자
로버트 D. 퍼트넘 지음
출판사
페이퍼로드 | 2009-03-06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볼링을 치는 사람은 더욱 늘고 있지만 리그 볼링에 가입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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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자본은 자발적이고, 공동체적이고, 비용면에서도 저렴하며, 현대 문명이 겪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사회적 자본은 인간과 인간 간 역동적인 상호작용(이것이 곧 체화된 인지의 앎이 아닐까?)을 필요로 하며, 결국 ‘우리'라는 개념으로 수렴한다. 필자는 강의를 듣는 내내 ‘윤리적 계몽'을 통한 문명의 수정이 ‘사회적 자본'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비록 정치 학자와 인지 과학자가 다른 용어와 다른 Scope에서 현상을 설명하고 있지만, ‘우리'의 회복이라는 대 주제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모임이 끝나고 점심 식사를 하는 동안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필자는 이 모임에 올 때마다 학문적 갈망에 목을 축일 수 있어서 기쁘다. 이질적인 학문 간의 조우는 필자의 학문적 식견을 넓혀주고 스스로 성장하게 만드는 것 같다. 

더불어서, 필자의 부족한 블로그를 애독하시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도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토요인지모임은 매달 1번씩 정기 모임을 가진다. 3월 모임 역시 서강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출처: Wired

번역: 인지심리학 매니아


만 약 내가 사기꾼이라면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따뜻한 음료를 사줄 것이다. 만약 이게 먹히지 않는다면 이들을 따뜻한 방으로 데리고 가거나 열대 지방으로 데려갈 것이다. 왜일까? 잠깐동안의 열이 타인을 신뢰하는 경향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이 주장은 최근 Bargh가 대인관계에서 온도가 미치는 영향을  관찰한 실험에서 나왔다. 논문 초록은 여기를 통해 볼 수 있다.

신뢰는 대인지각과 대인간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는 두 개의 실험을 통해 신체적으로 느끼는 온도가 신뢰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봤다. 그 결과 섬엽(insula) 이와 밀접한 관련있음을 발견했다. 참가자들은 차갑거나 뜨거운 팩을 만진 후 ecomonic trust game을 수행했다. 차가운 팩을 만진 참가자들은 따뜻한 팩을 만진 사람에 비해 익명의 파트너와 함께 투자하기를 꺼렸다. 우리는 fMRI를 통해 이 결과와 관련있는 뇌의 신경활동을 관찰했다. 차가운 팩을 만진 사람의 경우 left-anterior insula 부위가 기저활동 수준보다 훨씬 강하게 활성화 된 반면, 따뜻한 팩을 만진 사람은 그렇지 않았다. 또 차가운 팩을 만진 다음 의사결정을 하는 상황에서 양측 섬엽 모두가 강하게 활성화되는 것을 관찰했다. 이 결과는 섬엽이 온도와 신뢰를 중재하는 신경활동과 관련있음을 보여준다.

이 논문은 기존 '체화된 인지' 개념을 지지하는 동시에 섬엽의 기능을 구체화하고 있다. 내가 섬엽에 관해 흥미있게 읽었던 최근 기사는 흡연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였다. 섬엽에 손상을 입은 흡연자는 통제집단보다 금연에 성공할 확률이 136배나 높았다. 과학자들은 이 결과가 섬엽의 기능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섬엽은 신체와 느낌을 잇는 교차로 역할을 한다. 섬엽은 흡연 동안 일어나는 신체적 변화를 감지하고 - 박동수 증가, 호흡의 느려짐, 니코틴 등- 이런 변화를 담배라는 개념과 연합시킨다. 이런 과정이 계속되면서 신체적 단서는 중독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우리가 담배를 갈망하는 것은 결국 신체적 느낌을 갈망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섬엽 기능이 손상된 사람은 이런 신체적 느낌을 경험하기 힘들다. - 이들은 자신의 신체와 분리된 상태에 있다 - 이들은 신체가 니코틴을 원하게끔 만들 수 없다. 결국 금연하기도 쉬운 것이다.


이번 논문은 이런 개념을 대인 간 의사결정에 연결시킨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섬엽은 신체적 변화 - 위 논문의 경우 온도 - 와 의사결정을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우리가 마치 육체로부터 자유로운 프로메테우스적 존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섬엽과 체화된 인지 연구는 우리 정신이 어쩔 수 없이 육체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출처: Psychology today
        posted by Paul Thagard,
(Professor of Philosophy at the University of Waterloo and author of The Brain and the Meaning of Life)

번역: 인지심리학 매니아


체화는 최근들어 심리학과 철학에서 핫 이슈가 되고 있다. 사고는 지각이나 정서와 같은 생리적 과정에 영향을 받는다. 체화는 사고를 심적 표상으로 설명하는 인지 이론을 확장시켜주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이론은 아니다.


1960 년대부터 인지 심리학은 사고를 '심적 표상을 수학적 과정을 통해 처리하는 것'으로 설명해왔다. 이런 표상은 단어, 개념, 문장과 같은 언어적인 것 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이미지와 신경 네트워크를 포함한다. 지난 수십년동안 많은 심리학자와 철학자들은 이런 접근방식이 인지과정에서 인간의 신체가 미치는 역할을 간과했다고 주장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개념은 컴퓨터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언어, 수학적 구조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신체의 감각 시스템에 의존하는 지각 정보와 결합된 형태를 띤다는 것이다. Lawrence Barsalou같은 심리학자들은 개념이 지각적 상징 시스템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라는 개념은 일반적인 자동차가 가지고 있는 언어적 기술들 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생김새, 소리, 냄새, 감정 등의 감각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정서에 관한 연구는 이런 체화적 관점과 일관된 결과를 보여준다. 사고는 정서와 분리할 수 없으며, 정서는 심박수, 호흡, 피부 반응, 호르몬 수치 등 생리적 변화를 야기한다. 정서는 효율적 인지과정을 방해하기 보다 행동의 가치나 동기를 부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서는 인간이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상황의 적절성을 추상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일 뿐만 아니라 뇌로 하여금 신체적 변화를 일으키게 한다.


그 러나 이런 체화가 수학적-표상적 접근방식을 대체할 수 있다고 과장되면 안된다. 바퀴벌레도 체화되어 있기는 마찬가지이지만 그다지 똑똑하지 않다. 우리는 언어와 사고가 체화된 행동으로부터 형성되었다고 주장하는 체화의 약한(moderate) 입장과 사고는 곧 체화된 행위이며 표상이나 계산적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강한 입장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런 극단적 입장은 하이데거적 철학자(Heideggerian philosophers)들이 지지하고 있으며, 일부 심리학자들도 뇌가 수학적이기 보다는 역동적 시스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분명 뇌는 역동적 시스템임에 틀림없지만, 동일한 경우인 은하계나 생태계의 경우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인간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추론하고, 언어를 사용하는지는 표상을 다루는 정교한 계산적 과정없이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결국 신체의 지각과 정서와 관련하여 축적된 결과들은 극단적 입장이 아닌 약한 입장을 지지하는 것이다.


다른 글에 서, 나는 인지적 평가와 신체적 지각을 결합하는 정서적 관점을 지지했었다. 영어에는 감정을 표현하는 수백개의 단어가 있으며, 정서는 생리적 현상과 구분지을 수 없다. 인지적 평가는 공포나 분노같은 기본적 정서를 구분하기 위해서 필요하며, 특히 자존감, 거만, 당황, 부끄러움, 죄책감 등 사회적 정서를 구분지을 때 더욱 그러하다. 결국 체화는 인간의 사고의 중요한 단면이지만, 모든 걸 다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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