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과 범주적 사고

저자
신현정 지음
출판사
학지사 | 2011-10-2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개념과 범주적 사고』는 사물, 사건, 행위 등에 대한 우리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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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세간에 기발한 유행어가 자주 등장한다. 악마 에쿠스, 지하철 막말녀 등 두 가지 단어를 조합한 신조어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렇게 두 개의 개념(단어)이 결합된 형태를 ‘개념 결합'이라고 한다. 


그런데, 신기한 사실은 네티즌들이 처음 본 이 단어들을 금방 이해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악마 에쿠스라는 단어를 학교에서 배우거나 사전에서 찾지 않아도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어떤 원리로 복합 명사를 금방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고 심리학은 이 과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인간이 개념 결합을 이해하는 방식은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악마 에쿠스라는 단어는 악마가 가진 속성이 자동차에 결합되어 해석될 수도 있고(속성 대응 해석), 악마와 자동차가 독립적으로 결합되어 해석될 수도 있다(주제적 관계 해석). 전자를 따를 경우, ‘악마처럼 나쁜 자동차'라고 해석되는 반면, 후자의 경우 ‘악마가 타고 다니는 에쿠스'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심리학 내에서는 개념 결합 이해 과정을 연구한 경우가 드물며, 그나마 제시된 이론들도 나름대로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결국, 개념 결합의 이해 과정을 심리학적으로 설명하기에는 아직까지 한계가 있다.


이 책은 개념 결합 이해 과정을 설명하는 기존 이론들을 소개하고, 이를 보완한 새로운 모형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최민경, 신현정, 2007)[각주:1]. 새로운 모형은 주 개념에 외재적(관계적) 자질이 있는 경우 관계 해석이 이루어지고, 수식 개념에 내재적 자질이 있고 주 개념에 대응되는 자질이 있다면 속성 해석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이 모형에 의할 경우 에쿠스는 사람을 태우는 외재적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악마를 태우고 다니는 에쿠스'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악마가 가진 ‘나쁜'이라는 내재적 속성을 자동차도 가질 수 있다면, 이 단어는 ‘악마처럼 나쁜 자동차’로 해석될 것이다. 


이 책은 개념과 범주, 범주 기반 귀납추리, 개념 결합의 심리적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인지심리학을 공부하던 중 개념과 범주 이론들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참고하는 걸 추천한다. 특히, 개념 결합은 일반 교재에서 잘 다루지 않는 내용이므로 관심 있는 사람은 꼭 살펴보길 바란다.




  1. 최민경, 신현정(2007). 명사-명사 개념 결합 처리과정 모형의 제안 및 검증: 성분개념의 역할이 자질 간 부합성에 미치는 선택적 영향. 한국심리학회지: 실험, 19, 401-432. [본문으로]

글: 인지심리 매니아

 

며칠 전 Bing API를 통해 웹 검색 결과 수를 토대로 조건부 확률을 계산하는 application을 만들어봤다. 다들 알겠지만, 구글이나 Bing의 경우 검색결과와 결과 수를 함께 제시한다. 검색 결과 수를 이용하면 특정 단어가 출현했을 때 다른 단어가 동시에 출현할 확률을 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렌지라는 단어가 출현했을 때 과일이라는 단어가 함께 출현할 확률, P(과일|오렌지)과일 & 오렌지검색 결과 수를 오렌지검색 결과 수로 나누면 된다. 

Application을 완성하고 이 단어 저 단어를 검색하던 중, 문득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 봤다. ‘혹 웹 문서가 인간의 개념 구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을까?’

웹 문서는 인간이 작성했다는 점에서 인간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 웹마이닝 등을 통해 웹에 산재한 데이터들을 관찰할 수 있다면, 인간의 개념 지식, 휴리스틱, 판단 과정을 고스란히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그 중 전형성효과가 웹 문서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지 궁금했다. 인간의 개념 구조를 설명하는 이론 중 원형모형은 개념이 원형으로 표상된다고 주장한다. 원형은 그 범주에 속하는 사례들이 가장 평균적으로 가진 속성의 집합체를 말한다. 또, 그 범주에 속한 사례들은 원형과 유사한 정도에 있어서 다르다. 이를 전형성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보자. ‘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아마 전형적인 라고 생각되는 이미지(날개가 달리고 몸이 가벼우며 하늘을 나는)가 떠오를 것이다. 이것이 새라는 범주의 원형이다. 하지만 새라는 범주에 속하지만 원형과 다소 동떨어진 사례도 있다. 가령, 펭귄은 새라고 할 수 있는가? 물론 펭귄은 새가 맞지만 원형과 동떨어졌다는 점에서 전형성이 낮다. 반면 까치는 전형성이 높다. 

웹 문서가 인간의 개념 지식을 그대로 반영한다면, 전형성 효과도 동일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 펭귄보다 까치라는 단어가 출현했을 때 '새'라는 단어가 함께 출현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P(|펭귄) < P(|까치) 간단한 실험을 통해 이를 검증해 볼 수는 없을까? 한번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각주:1]

 

실험

 

우선, 웹 검색 결과를 인간의 범주화 과정과 비교하려면 인간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래서 Rosch Mervis 1975년에 진행한 연구 결과[각주:2]를 참고하기로 했다. 이 논문은 참가자들에게 각 사례의 전형성을 평가하게 해서 순위를 매겼다. 아래 그림에 실험 결과가 정리되어 있다. 예를 들어, Chair Furniture라는 범주에서 전형성이 가장 높았다.

 



그 다음, 필자가 만든 조건부 확률 검색 엔진을 통해 각 사례의 조건부 확률을 계산했다. , 웹페이지에서 Chair라는 단어가 출현했을 때 Furniture라는 단어가 함께 출현할 확률 P(Furniture|Chair)을 계산했다.

이런 식으로 모든 사례의 조건부 확률을 구한 다음(결합 단어나 다의어는 자료에서 제외했다), 확률을 토대로 전형성의 순위를 매겼다. 그 다음, 이 순위를 Rosch 등이 보고한 순위와 비교해봤다. 두 데이터 모두 서열 척도이므로 Spearman 상관 분석을 사용했다.
 

그 결과, Fruit Clothing을 제외한 모든 범주에서 유의미한 상관이 발견되었다. 결과에 영향을 주는 수많은 요인이 웹 상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상관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좀 놀랍다.
 

   Furniture  Vehicle Fruit  Weapon  Vegetable  Clothing 
 상관계수  .444 .677  -.185  .561  .52  .382 
 유의도  p=.05 p=.001  p=.425   p=.01 p=.033  p=.097 

하지만 이 결과만 놓고 웹에서 전형성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신하기는 힘들다. 대체로 인간 데이터와 웹 검색 결과가 비슷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범주도 관찰되었기 때문이다. 이 가설을 제대로 검증하려면 보다 세련된 연구방법이 필요해 보인다.

 

만약, 웹에서 전형성 효과가 관찰된다면 그 응용적 가치는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는 웹 문서를 통해 인간의 개념 지도를 완성할 수 있을지 모른다. 웹 마이닝 등에서 검색 결과의 조건부 확률을 이용한다면 (전형성 효과가 시사하듯)퍼지하게 구성된 인간의 개념 구조를 파악해 낼 수 있을 것이다. , 인공지능이 을 통해 인간과 유사한 추론을 하게끔 만들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웹 검색결과를 통해 펭귄보다는 까치가 새에 가깝다라는 추론을 하는 모습이 상상되는가?’

 

  1. 인간의 개념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왜 조건부 확률을 관찰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이에 관해서는 인간의 추론 과정을 베이지안 관점에서 해석하는 입장을 살펴보길 권한다. Amy Perfors, Joshua B. Tenenbaum, Thomas L. Griffiths, Fei Xu, A tutorial introduction to Bayesian models of cognitive development, Cognition, Volume 120, Issue 3, September 2011, Pages 302-321, ISSN 0010-0277, 10.1016/j.cognition.2010.11.015. [본문으로]
  2. Rosch, E., & Mervis, C.B(1975). Family resemblance: Studies in the internal structure of categories. Cognitive Psychology, 7, 573-605 [본문으로]
출처: Epiphenom
번역: 인지심리학 매니아




하버드 대학의 Paul Harris는 어린이가 다른 분야의 지식을 각각 어떻게 구분하는지 궁금했다. 그는 최근 연구에서 카톨릭 문화권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이 질문의 답을 구하고자 했다.


실험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대게 10-12세 정도였으며, 한결같이 신과 영혼의 존재를 믿고 있었다. 이들은 또 눈에 보이지 않는 과학적 존재들(공기나 병균)을 믿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어린이들이 신을 믿는 이유와 공기를 믿는 이유가 같은 이유에 근원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연구자들은 이들에게 어떻게 그런 존재가 있다고 아는지 물어봤다. 어린이들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아이들이 말한 이유는 다음과 같이 4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 대상을 직접 관찰하거나 만났다.
  • 문헌에 씌여져 있거나 다른 권위가 그 존재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 대상의 몇몇 속성이 일반적 차원에서 대상의 존재를 설명하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누구나 자기 자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영혼이 존재한다', 또는 '병균은 더러운 곳에 산다)
  • 대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존재한다('신은 우리에게 진리를 말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아래 그래프는 어린이들이 종교 또는 과학적 대상이 존재한다고 믿는 이유를 어떻게 답했는지 보여준다.


종교적 대상의 경우 그 존재를 믿는 이유가 다양했다. 하지만 과학적 대상의 경우 대상의 일반적 속성 때문에 존재를 믿는다고 답한 경우가 많았다.


흥미로운 사실이 또 하나 있다. 연구자들은 대상의 특성들을 조금 더 세분화시켜봤다. 이들은 어린이들이 인과적인 설명을 기준으로 대상의 존재를 판단하는지도 관심 있었다. -- '병균은 병을 유발한다', '신은 인간을 창조했다'

종교적 대상의 경우 인과적 이유를 고려하는 비율은 17%에 불과했지만, 과학적 대상의 경우 100%에 가까웠다.

결국 스페인 어린이들은 과학적 대상의 존재를 믿는 이유를 인과적 관계로 설명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종교의 경우 이런 인과적 관계로 신이나 영혼의 존재를 믿는다고 하지는 않았다.

 


Reference
Guerrero, S., Enesco, I., & Harris, P. (2010). Oxygen and the Soul: Children's Conception of Invisible Entities Journal of Cognition and Culture, 10 (1), 123-151 DOI: 10.1163/156853710X497202

Posted by 인지심리학 매니아





성별이라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엄연히 구분되는 것인가, 아니면 사회화 과정에서 학습된 것인가? 인종의 경우는 어떨까? 다른 인종은 생물학적으로 다른가? 아니면 다르다고 학습되는 것일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이다. 문화적 맥락의 영향을 덜 받아서 백지같은 아이들의 반응을 관찰한다면, 성별이나 인종의 차별이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 알 수 있을까?

Marjorie Rhodes와 Susan A. Gelman의 2010년도 논문은 어린 아이들이 사회적 범주(e.g. 성별이나 인종)를 어떻게 구분하는지 연구했다. 연구의 목적은 어린이가 사회적 범주를 절대적인 분류개념으로 인식하는지(남녀는 생물학적으로 구분되므로 명확하다), 아니면 가변적인 개념으로 인식하는지(남녀 구분은 사회맥락에 따라 변할 수도 있다) 알아보는 것이었다.



실험방법
실 험자는 아이들에게 Feppy라는 캐릭터를 소개해 준다. 이 캐릭터는 우리와 아주 다른 세계에서 왔으며, 따라서 그곳의 개념이나 분류체계는 우리와 매우 다르다고 설명해준다. 어린아이들의 할 일은 Feppy의 분류가 과연 맞는지 틀린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실험자는 세 접시에 각각 다른 동물의 사진을 올려 놓는다. Feppy가 그 중 한 동물과 개념상 동일한 동물을 묶는다.



이 때 Feppy는 검은 라브라도와 고양이를 같은 동물이라고 묶는다. 실험자는 어린이에게 "Feppy의 말이 맞을 수도 있나요?"라고 묻는다. 어린이들은 틀렸거나 맞다고 대답할 수 있다.

참 가자의 응답을 다 받은 다음, 어린이들이 틀렸다고 한 경우를 1점, 맞다고 대답한 경우를 0점으로 처리해서 자료를 분석했다. 점수가 높을수록 어린이가 그 범주에 대해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며(객관적 기준이 있으니까 Feppy의 답이 틀렸다고 답했을 것이다), 점수가 낮을수록 범주를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Feppy의 답이 맞을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객관적 분류 기준이 없는 것이다).



결과

어린 아이들은 성별이 생물학적으로 구분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페피의 말이 틀렸다고 한 경우가 전체 문제의 70~80%에 육박하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인종의 경우는 틀렸다고 응답한 확률이 30~5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인종이라는 개념이 생물학적으로 명확히 구분된다기 보다 다소 가변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태도가 나이를 먹으면서 성장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중소도시 지역의 어린이들(시골지역 어린이에 비해 자유주의적 분위기에서 성장한다)은 성장하면서 성별개념이 상대적이라고 학습한다는 것이다(확률이 .56, .42인 것을 보라). 또 시골 지역의 어린이들(보통 보수주의적 가치관 속에서 성장한다)은 성장과정에서 인종이 생물학적인 구분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확률이 .72 .70으로 높은 편이다).



결론
어린이들은 성별이 생물학적으로 명백한 분류라고 생각한다. 이는 진화적인 관점에서 성별을 생물학적인 차원에서 직관적으로 구분해내는 능력을 타고 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단정지을 수만은 없다. 유아들은 어릴적부터 성별에 따라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나 옷이 확연히 구분된다. 반면 청소년들에게는 성별이 상대적일 수 있음을 학습시킨다. 따라서 이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분류능력이라기 보다 여전히 문화의 산물일 수도 있다.
반면 어린이의 인종에 대한 분류기준이 상대적이라는 사실은 환영할 만 하다. 아시아인과 백인, 흑인은 백지상태인 어린아이에게 동등한 사람처럼 보이는 것 같다. 그러나 보수적인 문화 환경이 인종을 생물학적으로 섞일 수 없는 절대적 기준으로 바꾸어놓는다면, 인종 차별의 문제는 여전히 생길 수 밖에 없다.

결국 인간의 성별/인종 구분이 타고나는 것일지라도, 문화적 영향에 따라 그것을 심화시키거나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reference
Marjorie Rhodes, Susan A. Gelman, A developmental examination of the conceptual structure of animal, artifact, and human social categories across two cultural contexts, Cognitive Psychology, 2009



출처: neurophilosophy

번역: 인지심리학 매니아


사 고와 행동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어떤 행동을 하려고 생각하는 것은 실제로 그것을 행하는 것과 같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 뇌는 동작을 준비할 때 일종의 시뮬레이션을 만들어서, 신체 움직임을 연습한다. 도구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 도구를 사용하는 시뮬레이션을 자동적으로 촉발하게 한다. - 물체에 접근해서 손으로 손잡이를 움켜지는 일종의 심적 이미지를 말이다.


Motor 시뮬레이션과 동작은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otor cortex에 자기적 자극을 가하면 팔이나 다리의 동작과 관련된 단어의 처리과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반면 한 방향으로만 지속된 동작은 다른쪽 방향으로의 동작과 관련된 문장을 처리하는 속도를 늦추게 한다. Purdue 대학  Action-Modulated Perception Laboratory의 심리학자 Jessica Witt는 이 관계에 관한 새로운 증거를 Psychological Science에 게재했다. 그들은 motor simulation이 도구의 인식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증명했다.


연구자들은 동작을 방해하는 것이 도구의 이름을 정확히 말하는 과제에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첫번째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63명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도구나 동물의 사진을 보여주고 가능한 빨리 이름을 말하도록 지시했다. 사진 속 도구의 손잡이 방향이나 동물의 머리는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이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foam ball(스펀지같은 공을 말하는 것 같다 - 역자 주)을 왼손 또는 오른손에 쥐고 있었다. 따라서 공을 잡고 있는 손을 담당하는 뇌는 사진 속 물체를 잡는 상상을 해야하는 동시에 공을 쥐고 있어야 하므로 방해를 받게 될 것이다.


참가자들은 도구의 손잡이가 공을 잡고 있는 손과 반대방향으로 위치해 있을 때 도구의 이름을 빨리 말할 수 있었다. 도구의 손잡이가 공을 잡은 손과 반대방향일 경우 이름을 말하기 까지 1.12초가 걸린 반면, 도구의 손잡이 방향과 공을 잡은 손이 일치하는 경우 반응시간은 1.145초로 느렸다. 이 작은 차이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통계적으로는 유의미한 차이였다. 이런 차이는 동물 사진의 경우 나타나지 않았다.


두번째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이런 동작의 방해가 도구 분류의 정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봤다. 92명의 다른 참가자들을 모집한 후 동일한 사진을 보여주고 동일한 과제를 부여했다. 이번에도 역시 공을 왼손 또는 오른손에 쥐게 했다. 그 결과 실험 1과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도구의 손잡이 방향이 공을 잡은 손과 반대일 때 도구의 이름을 정확히 말한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동물사진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이 결과에 의하면, 공을 잡는 단순한 동작이 도구의 이름을 말하는 속도를 늦췄을 뿐만 아니라 정확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 이유는 공을 잡은 손과 도구의 손잡이 방향이 같은 경우 뇌가 두 가지 일(공잡기와 도구를 잡는 상상)을 동시에 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구의 기능은 도구의 개념을 구성하는 통합적 요소이기 때문에, 도구의 기능(손으로 잡고 사용하기 등등)을 제대로 상상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개념을 인식(이름을 말하는 것)하는 것도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동시적인 motor simulation이 동작을 방해한다는 증거는 또 다른 연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이 연필을 집을 때 망치가 같이 놓여 있으면 연필만 있는 경우보다 grip aperture(엄 지와 검지 사이의 간격을 말한다- 역자 주) 커지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연필을 집을 때 망치가 옆에 있으면 두 가지 시뮬레이션이 동시에 작용하므로 grip aperture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망치를 잡으려면 손을 더 크게 벌려야 하기 때문에 이것이 연필 잡을 때 영향을 미친다는 뜻 같다 - 역자 주)


그러나 motor imagery가 도구를 인식하는 데 반드시 필요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apraxia의 경우 위 사실이 잘 들어맞지 않는다. 이 환자들은 도구 사용을 비롯한 숙련된 동작에 문제를 보인다. 몇몇 apraxia 환자의 경우 도구의 사용과 인식에 어려움을 겪지만, 도구의 인식에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otor simulation은 도구를 인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듯 보인다.


Reference

Witt, J.K., et al. (2010). A Functional Role for Motor Simulation in Identifying Tools. Psychological Sci. [Abstract]


Castiello, U. (2005). The neuroscience of grasping. Nat. Rev. Neurosci. 6: 726-736. [PDF]


Tucker, M. & Ellis, R. (1998). On the relations between seen objects and components of potential actions. J. Exp. Psychol. 24: 830-846. [PDF]



출처: Neuroskeptic
번역: 인지심리학 매니아

우리 뇌는 어떻게 공간을 학습할까? Science에 실린 두 논문은(논문1, 논문2) 아기 쥐의 경우 위치와 방향에 대한 신경적 표상이 매우 이른 시기에 출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어미 쥐의 품을 벗어나기도 전에 말이다.

Langston et al, Wills et al, 이렇게 두 팀은 태어난지 16일이 지난 쥐의 해마와 entorhinal cortex(공간 지각을 담당하는 영역)에서 성인쥐와 마찬가지로 방향, 위치를 담당하는 셀을 발견했다. 며칠이 지나자 grid cell이 출현했다.

쥐 는 인간에 비해 성장이 덜 된 상태에서 태어난다는 점을 상기해보자. 인간의 아기는 오감을 완전히 지각할 수 있는 체로 태어나며 사물을 바로 볼 수 있다. 반면 갓 태어난 쥐는 눈이 덮힌 체로 14일을 기다려야 한다. 이 결과는 해마 시스템이 공간적 표상을 저장하기 위해 태어날때부터 준비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공간을 부호화하는 능력은 이미 진화상태에서 완성된 듯 보이며 출생 후 감각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는 이 선천적 '감'을 지지하는 데이터가 된다.

이건 아기 쥐에게 매우 기쁜 소식임에 틀림없다. 만약 공간 표상에 관한 선천적 능력이 없다면 아기쥐는 태어나자마자 바쁘게 주위 환경을 학습해야 할 뿐 아니라, 공간의 '개념'에 대해서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쥐가 그렇게 똑똑한 생물일지는 의문이 든다. 동일한 논리가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아기 뇌에 전극을 심어서 직접 관찰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아마 부모들이 결사반대할 것이다), 우리는 해마와 관련된 부위를 다친 성인이 공간 처리와 기억력에 문제를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는 비단 공간만의 문제는 아니다. 노암 촘스키는 자신의 이론에서 인간이 특수화된 언어 학습 메카니즘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데이터는 칸트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칸트는 우리 지식이 공간이나 시간같은 선천적 mental '카테고리'에 의존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카테고리는 경험에 의해서 학습되는 것이 아니며 인간은 이 개념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이해한다고 칸트는 말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칸트와 쥐가 닮은 것 같다.


참 신기하게도 동일한 내용의 논문이 같은 시기 같은 논문에 게재되었다. 결과도 같고, 방법도 같다는 점이 참 신기하다.




Langston, R., Ainge, J., Couey, J., Canto, C., Bjerknes, T., Witter, M., Moser, E., & Moser, M. (2010). Development of the Spatial Representation System in the Rat Science, 328 (5985), 1576-1580 DOI: 10.1126/science.1188210

Wills, T., Cacucci, F., Burgess, N., & O'Keefe, J. (2010). Development of the Hippocampal Cognitive Map in Preweanling Rats Science, 328 (5985), 1573-1576 DOI: 10.1126/science.1188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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