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BPS Research Digest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보통 ‘자전적 기억’과 ‘기억에 대한 믿음’은 서로 일치한다 - 우리는 지난 주에 컨퍼런스에 갔던 것을 기억하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믿는다. 한편, 우리는 사건이 일어났었다고 믿지만 - 컨퍼런스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믿지만 -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이 없을 수도 있다. 컨퍼런스가 지루했거나 술을 많이 마셨기 때문에 세부 기억이 사라졌을 수도 있다. 


자전적 기억 (Autobiographical Memory)


자신의 삶에 관한 개인적 기억. 

예) 어릴 적 길거리에서 엄마를 잊어버렸던 기억


최근, 심리학자들은 위 경우와 정반대되는 사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즉, 사건에 대한 기억은 있는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믿는 경우를 말한다. 최근 한 조사는 1500명의 학부생 중 1/4이 이런 비신뢰(non-belived) 기억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앤드류 클라크와 그의 동료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 실험실에서 비신뢰 기억을 만들어내는 데 최초로 성공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흉내와 관련한 실험을 한다고 공고하고 스무 명의 참가자를 모집했다. 연구자는 참가자에게 연구자가 하는 동작(박수를 치거나, 테이블을 문지르거나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등)을 따라하라고 지시한 다음, 실험 장면을 촬영했다. 각 참가자는 총 26개의 행동을 흉내냈다. 


이틀 후, 연구자는 참가자들을 다시 불러서 촬영한 영상을 보여줬다. 이 영상은 참가자 본인이 의자에 앉아있고, 연구자가 12개의 동작을 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참가자는 연구자의 각 동작을 보고 그 동작이 기억나는지, 또 자신이 그 동작을 했다고 얼마나 믿는지 평가했다. 중요한 건, 이 영상이 조작되었다는 점이다. - 원래 실험에는 없었던 두 가지 동작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참가자는 자신이 그 동작도 했을 거라고 믿게 될 것이다. 이런 실험 방법은 오기억을 일으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 결국 68퍼센트의 참가자가 자신이 그 동작을 했다고 응답했다.  


네 시간 후, 참가자들은 마지막 세션으로 돌아와서 이 모든 게 조작된 것임을 들었다. 그 다음 그들에게 각 행동에 대한 "기억"과 "믿음"을 다시 한번 평가하게 했다. 그 결과, 기억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가짜 행동 중 25%에 대해 여전히 강한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 즉, 그 행동을 안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동작을 흉내 낸 사실이 분명 기억난다고 생각한 것이다. 


클라크와 동료들은 이 결과가 기억 연구의 윤리적 문제점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디브리핑은 조작을 완전히 원상 복구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유도된 오기억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실험실을 떠나는 참가자의 머리 속에 조작된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다면,  그게 정말 윤리적일까요? " 


디브리핑 (Debriefing, 실험 사후 설명)


실험에서 참가자에게 스트레스나 트라우마를 유발하거나 속임수를 사용하는 경우, 연구자가 사후에 해명하는 절차. 

예) 이 실험은 오기억을 유발하기 위해 촬영한 영상 중 일부분을 조작했습니다. 


또, 비신뢰 기억 연구에서 기억에 대한 믿음이 기억의 초기 형성에 필요한지, 아니면 기억이 믿음 없이도 형성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Clark, A., Nash, R., Fincham, G., and Mazzoni, G. (2012). Creating Non-Believed Memories for Recent Autobiographical Events. PLoS ONE, 7 (3) DOI: 10.1371/journal.pone.0032998 


거짓말을 자꾸 하면 어리석어진다


피노키오의 코



글: 인지심리 매니아

불교의 십선계 중 불망어(不妄語)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코이케 류노스케는 '생각 버리기 연습'에서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불망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자꾸 원래와 다르게 사실을 말하다 보면, 마음은 바르지 않은 정보를 바른 정보 위에 덧쓰게 된다. 사실과 거짓이라는 서로 반대되는 정보가 마음에 새겨지면 정보처리능력이 떨어지고, 장기적으로는 기억들 사이의 연결이 혼란스러워진다.

이 말은 정말일까?
아니면 거짓말 하는 사람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하는 일종의 거짓말일까?

인간이 사실과 거짓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는 말은 사실이다. 따라서 거짓말은 본인이나 타인에게 큰 손해가 된다. 심리학 연구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어떤 피해를 입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거짓말로 인해 타인이 입는 손해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코이케 류노스케는 거짓말이 기억들 사이의 연결에 혼란을 가져온다고 말했는데, 이건 정말 사실이다. 인지심리학 연구에서는 로프터스 교수의 실험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어느 날, 로프터스 교수는 학생들로 하여금 동생에게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게끔 한 적이 있다. 그 중 한 사례를 살펴보자. 한 학생은 자신의 동생에게 어릴 적 쇼핑몰에서 길을 잃어버렸던 사건을 기억하냐고 물어봤다. 동생은 사실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동생은 겪지도 않은 일들을 기억해내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사건 당일 느꼈던 감정이나 대화까지도 기억해냈다. 있지도 않은 일을 기억해낸 것이다.


이런 경우는 주변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피의자 심문 단계에서 조사자가 일어나지 않았던 사실을 집중추구할 경우, 피의자가 거짓자백을 하는 현상도 같은 맥락이다. 피의자는 자신이 혐의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집중추구를 당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원래 기억과 조사관의 말을 헷갈리게 된다. 결국 피의자는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잘못 기억하게 된다.

심리학 연구결과는 중요한 교훈을 내포하고 있다. 거짓말은 듣는 사람의 장기 기억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거짓말로 인해 자신이 입는 손해

그럼 본인의 경우는 어떨까? 본인은 자신이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무엇이 사실이고 거짓인지 분명 알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거짓말을 하는 당사자는 코이케 류노스케의 말처럼 자신의 기억 사이에서 혼란을 겪지 않을 것이다. 정말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코이케 류노스케의 말이 정답이다. 거짓말 하는 사람도 자신의 거짓말로 인해 기억이 왜곡될 수 있다.

2004년 Psychological Science에 실린 심리학 연구를 살펴보자[각주:1]. 이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시각적으로 생생한 상상을 실제 봤던 것처럼 착각하는 현상을 관찰했다. 그들은 이 현상을 유도하기 위해 참가자에게 다음과 같은 실험 절차를 사용했다.




학습 단계에서 참가자중 절반은 Word+Picture, 나머지 절반은 Word Only 조건에 할당되었다. 단어는 글자 또는 음성으로 제시되었다. 단어와 그림이 함께 나오는 경우 단어가 제시된 후 단어와 일치하는 그림이 제시된다. 반면, 단어만 나오는 조건은 그림이 제시되지 않는다.
참가자들은 이런 단어쌍 수백개를 본 다음 테스트를 거친다. 이 테스트는 특정 단어를 보여준 뒤, 이 단어에 해당하는 그림을 학습 단계에서 본 적이 있는지 물어본다.

인간은 단어를 듣고 단어에 해당하는 시각적 이미지를 상상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인간이 상상한 것과 실제경험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고 가정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참가자들은 단어만 제시되었던 경우에도 그림까지 봤다고 잘못 기억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실험 결과, 예상대로 사람들은 상상과 진실을 잘 구분하지 못했다. 단어만 보여준 경우, 사람들이 그림까지 봤다고 답한 경우가 전체 문항의 27%나 되었던 것이다. 반면 학습 단계에서 단어, 그림을 모두 보여준 적이 없는 새 단어의 경우 오류율은 6%에 그쳤다. 따라서 상상을 진실로 착각한 경우가 상상하지 않은 경우보다 오류율이 4배나 높은 것이다.
연구자들은 상상과 진실을 착각하는 현상이 뇌의 어떤 부위와 관련있는지 알아봤다. fMRI 결과, 전대상회, precuneus regions, right inferior parietal area가 이 현상과 관련있었다. 반면, 정확한 기억의 경우 left inferior prefrontal 영역의 활성화가 두드러졌다.

결국, 사람은 자신이 시각적으로 상상한 것과 실제 있었던 일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비록 시각적 상상에 국한된 연구이긴 하지만, 이를 통해 거짓말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거짓말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거짓 사실을 머리 속에서 상상하게 된다. 그리고 이 상상이 뚜렷하면 뚜렷할 수록, 거짓말 하는 당사자의 원래 기억은 왜곡된다. 결국, 자신이 한 거짓말에 자신이 속아넘어가게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진리에는 변함이 없다. 불망어라는 계명을 지키는 것은 타인뿐 아니라 자신의 기억을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것 같다.

필자는 '생각 버리기 연습'의 저자가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일 때마다 매번 감탄한다.
  1. Gonsalves, B., Reber, P. J., Gitelman, D. R., Parrish, T. B., Mesulam, M.-M., & Paller, K. A. (2004). Neural evidence that vivid imagining can lead to false remembering. Psychological Science, 15, 655–660. [본문으로]

출처: Ingenious Monkey

 

볼드모트가 가까이 오자, 해리는 그의 투명 망토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Introduction

기억이라는 것은 참 재미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릴 적 사소한 일들을 잘 기억하는가 하면, 정말 중요한 일을 기억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 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생생히 기억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시골길에 널려있는 볏짚(번역을 살짝 수정했음- 역자주) 사이를 달리는 자동차가 얼마나 빠를까?’라는 문장을 보여주면 사람들은 비디오에서 보지도 않았던 헛간을 봤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사람들은 ‘침대, 피곤, 휴식’같은 단어를 봤을 경우 ‘잠’이라는 단어도 봤다고 주장한다.

 

아래 있는 문장의 빈칸을 채워보라.

볼드모트가 가까이 오자, 해리는 그의 투명 망토 속으로 __________.

 

오 기억(false memory)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 기억과 반대되는 증거가 제시되어도 유지된다는 점이다. Lisa Fazio와 Elisabeth Marsh는 어떤 종류의 오기억이 반증이 제시될 때 쉽게 지워지는지를 연구했다.

위에서 했던 문장 완성 과제를 다시 떠올려보자. 당신은 정답을 썼을 수도 있고(‘미끄러져 들어갔다’), 오답을 적었을 수도 있고(‘무릎을 구부리다’), 오답을 추론했을 수도 있다(‘숨었다’).

 

당신은 자신의 답이 얼마나 정확한지 어느 정도 느꼈을 것이다.

 

 

 

실험

연구자들에 의하면 우리가 범하는 기억 오류의 유형과 오기억에 대한 자신감이 상호작용해서 오기억 유지에 기여한다고 한다.


Psychological Science에 실린 이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지식 영역에서의 hypercorrection(e,g. 아인슈타인의 고등학교 성적이 안 좋았다고 아는 사람들은 성적이 좋았다고 알고 있던 사람보다 ‘아인슈타인이 우등생이었다’라는 정보를 훨씬 잘 기억한다)이 기억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이들은 사람들이 자신의 기존 지식이 부정확함을 인식했을 때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다.

 

“확실하다고 믿었던 오기억이 다른 오기억보다 쉽게 수정될 것이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46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라데 챔피언이 콘크리트 블록을 내리쳤다"’같은 48개의 문장을 보게 한 후, 우리가 위에서 했던 (해리포터)문장과 같은 형태의 문제를 풀게 했다.

또 이 정답을 얼마나 확신하는지 7점 척도로 응답하게 했다. 

빈칸을 채우게 하고 자신감을 평정하면 원래 문장이 4초 동안 다시 제시된다. 이런 식으로 48개 문장의 빈칸을 모두 완성한 후, 이 문제를 다시 풀게 한다.

 

첫 번째 문장 완성 과제의 경우 51%가 non-studied inference(e.g. 가라데 문장에서 ‘내리 쳤다 ‘발로 찼다’라고 추론해서 답하는 경우. 즉 문장의 의미에 맞게 정답을 추론하는 경우를 말한다)였고, 25%가 정답을 말했다. 그런데 두 번째 문장완성과제(즉, 정답을 보고 난 후 실시한 과제)에서 학생들의 74%가 정답을 맞췄다(14%만이 정답을 추론해서 응답했다).

 

 

결론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다.

 

높은 확실성을 가지고 있던 오기억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수정되기가 쉽다.”

“오기억은 상반되는 피드백이 주어질 때 수정되기 쉽다. 오기억의 Hypercorrection은 상반된 피드백을 접할 때 사람들이 주의를 더 기울인다는 사실과도 잘 들어맞는다.”

연구자들은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가능성도 염두에 두었다.

“hypercorrection 효과는 오기억에 대한 자신감이 해당 영역의 지식과 상관이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예를 들어, 이 블로그의 독자들은 화학보다 심리학 관련 질문에 더 자신 있게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심리학 관련 질문의 답이 틀렸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 기억을 더 잘 할 것이다. 왜냐하면 심리학과 관련한 자신의 오답 피드백은 기존 지식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위 설명이 맞을 가능성을 고려해서, 이 연구는 배경 지식을 통제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오기억은 의미적 구조의 활성화에 의존한다. […] 이는 일화 기억에 대한 자신감과 상관이 없다. 이번 연구에서 나온 hypercorrection은 배경 지식 차이에 의한 결과로 설명하기 힘들다.”

 

Main Reference:

Lisa K. Fazio, & Elizabeth J. Marsh (2010). Correcting False Memories Psychological Science : 10.1177/095679761037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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