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인지심리 매니아


다음 동영상을 잠깐 살펴보자.







다소 어이없는 동영상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당신은 동영상 속 인물들의 의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말 페인트칠을 목적으로 저런 행동을 하는 걸까? 아니면 그저 저런 행동이 재미있어서 하는 걸까? 동영상 속 행위는 페인트칠이라는 외부적 목적(external goal)보다 머리를 흔드는 행위, 즉 행위 자체에 목적(movement-based goal)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왜 동영상 속 행동을 그 자체에 목적이 있다고 생각할까?



가설


Adena Schachner와 Susan Carey는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실험[각주:1]을 진행했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어떤 행동이 외부적 목표를 이루는데 ‘비효율적’인 경우 그 행동은 자체적 목적이 있다고 판단된다. 위에서 봤던 동영상을 다시 떠올려보자. 그들의 행동은 분명 페인트칠을 하기에 비효율적이었다. 만약 페인트칠이 목적이었다면, 페인트칠에 필요한 롤러나 붓을 들고 벽을 미는 게 더 나을 것이다. 따라서 관찰자는 이 행동이 외부적 목적보다 행동 자체에 목적이 있다고 추론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설명도 가능하다. 우선 행위자의 행동이 환경을 변화시키는지 여부를 통해 의도를 파악할 수도 있다. 행위가 목적 달성을 위해 환경을 바꾸는데 실패한다면, 그 행위는 행위 자체에 목적이 있을 수도 있다. 이 가설에 의할 경우, 비록 우스꽝스러운 방법일지라도 페인트를 바르는 데는 성공했다면 그 행위는 외부적 목적을 가졌다고 판단될 것이다. 


또, 행위의 패턴이나 횟수가 반복되면 행위 자체가 목적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 가설이 참이라면, 머리를 휘두르는 행위가 반복될수록 그 행위 자체에 목적이 있다고 판단될 것이다. 



실험


당신은 세 가지 설명 중 어느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가? 그래서 연구자들은 세 가설 중 어느 것이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봤다.


논문의 세 번째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에게 애니메이션 영상을 보여준다.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은 한 손에 별을 들고 있으며 오른쪽에 놓여있는 박스를 향해 이리 저리 점프를 한다. 박스 겉면에는 별 표시가 되어 있다. 참가자들은 이 표시를 보고 주인공이 별을 박스 안에 집어 넣으려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참가자는 조건에 따라 각각 다른 영상을 본다. Toward-only 조건의 경우 캐릭터가 박스를 향해 두번 점프를 한다. 반면, Toward-away 조건의 경우 박스 쪽으로 두번, 반대 방향으로 두번 점프를 한다. 나머지 조건들은 아래 그림을 참조하기 바란다.




출처 : 논문에서 인용


애니메이션을 본 참가자들은 캐릭터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할까? 각 가설에 따라 실험 결과를 달리 예측할 수 있다. 만약  ‘비효율성'이 판단 기준이라면 toward-only 조건을 제외한 4개 조건에서 movement-based goal이라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다른 네 조건은 외부적 목적(별을 박스에 집어넣는다)을 달성하는 데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행위 자체에 목적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만약, ‘환경의 변화'가 판단 기준이라면 Toward-away, Toward-away-toward-away 조건에서 movement-based goal이라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다른 조건의 경우 캐릭터가 박스를 향해 조금이라도 이동했지만(환경을 변화시켰다), 이 조건들의 경우 계속 제자리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만약, 행위 패턴이나 횟수의 반복이 판단 기준이라면, movement-based goal이라고 판단하는 비율은 Toward-only에서 Toward-away-toward-away-toward조건으로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앞뒤로 전진, 후퇴하는 동작이 많아질수록 행위 자체가 목적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출처 : 논문에서 인용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비효율성' 가설이 내놓은 예측과 유사한 반응을 보였다. 즉, Toward-only를 제외한 다른 조건에서만 movement-based goal이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관찰됐다.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이 연구 결과는 인간이 다른 대상의 의도를 파악하는 방식에 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우리는 행동이 외부적 목적 달성에 ‘효율적'인지를 통해 그 의도가 외부적 또는 내부적인지 파악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연구의 또 다른 실험에서 참가자의 일부가 movement-based goal이라고 판단한 행위를 ‘춤'이라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이를 토대로 춤과 movement-based goal 사이의 관련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춤이나 종교 의식같은 고차원적 행위는 그 자체가 목적이다. 따라서 movement-based goal이 고차원적 행위의 개념적 근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크레용팝의 '빠빠빠' 안무를 처음 보고 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펄쩍펄쩍 뛰는 동작이 무언가 의미를 전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심히 보던 끝에 동작 자체가 목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난 다음에야 이 동작이 춤임을 알게 되었다.)



Reference

  1. Schachner, A., & Carey, S. (2013). Reasoning about ‘irrational’actions: When intentional movements cannot be explained, the movements themselves are seen as the goal. Cognition, 129(2), 309-327. [본문으로]


Image : http://www.kent.ac.uk



글 : 인지심리 매니아



인간은 조건부 확률을 판단할 때 어떤 방법을 사용할까? 만약 당신이 담배꽁초를 산에 버리면 불이 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만약 당신이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할 경우 사고가 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심리학에서는 대체적으로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베이지안 견해(Bayesian view)는 인간이 사전 확률을 통해 판단을 내린다고 설명한다. 즉, 기존 지식을 통해 A라는 행동을 할 경우 B가 발생할 확률이 90%임을 떠올리고 이를 판단에 활용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본 결과 A 행동을 취해도 B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낮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사전 지식을 수정할 것이다. 베이지안 견해는 인간이 사건 간의 ‘상관'관계를 토대로 판단을 내리며, 주변의 지식을 통해 이 정보를 수정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설명 기반 견해(explanation-based view)는 인간이 인과 관계를 통해 판단을 내린다고 주장한다. 즉, A가 B라는 결과의 원인이라는 인과적 지식을 활용해 확률을 판단한다. 이 때, 두 사건 간의 확률은 판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심리학 문헌에서 볼 수 있는 ‘인과 관계 휴리스틱(Causality heuristic)’은 설명 기반 견해를 지지하는 좋은 예다.  


인과관계 휴리스틱(Causality heuristic)

확률 판단 시 인과적 지식에 의존하고 통계 정보를 무시하는 현상.


Ex) ‘무선적으로 선택된 남성은 적어도 한번 이상 심장 발작을 경험한 적이 있다'

‘무선적으로 선택된 남성은 적어도 한번 이상 심장 발작을 경험한 적이 있고, 55세 이상이다'


사람들은 두번째 문장의 발생확률이 높다고 착각한다(결합 오류). 노령은 심장 발작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인과관계 휴리스틱)



2012년 Cognitive Science 저널에 실린 최신 논문[각주:1]은 설명 기반 관점에서 인간의 판단 과정을 연구했다(이 논문의 제 2저자인 스티븐 슬로만(Steven Sloman)은 설명 기반 견해의 대표적 인물이다). 이 논문은 사건에 대한 통계적 정보가 동일할지라도 인과 구조가 변하면 판단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가정했다.


이 연구의 첫번째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프랑스 대학생 144명을 대상으로 세 가지 변인(A: 원인, B: 결과, C: 매개변인)들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세 변인의 동시 발생 확률을 알려줬다. 예를 들어, 전체 사례 중 40%의 경우 세 변인의 발생확률이 모두 높았고, 40%의 경우 모두 낮았고, 나머지 20%의 경우 한 변인은 높고 다른 변인은 낮았다고 알려줬다. 학생들을 이 진술을 통해 한 변인이 발생했을 때 다른 변인이 발생할 확률을 추정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눴다. 한 집단의 경우 세 변인이 인과 연쇄(Causal Chain, A->C->B)의 형태로 제시되었고, 다른 집단의 경우 C가 A와 B의 공통 원인(Common Cause, A<-C->B)이 되는 형태로 제시되었다. 

시나리오를 제시한 다음, 연구자는 학생들에게 A가 발생할 경우 B가 발생할 확률을 0~100%로 예측하게 했다.


그 결과, 학생들은 공통 원인보다 인과 연쇄일 때 P(B|A)의 발생확률을 높게 평가했다. 연구자가 세 변인의 동시 발생 확률을 각 집단에게 똑같이 알려줬기 때문에, (베이지안 관점에 의할 경우)사건의 인과 구조와 상관없이 A와 B의 발생 확률은 동일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과 구조가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또, 참가자는 Predictive chain의 확률(원인이 발생할 경우 결과가 발생할 확률)이 Diagnostic chain의 확률(결과가 발생했을 때 원인이 발생했을 확률)보다 높다고 응답했다. 이 결과는 우리의 직관과 일치한다. 담배꽁초를 산에 버렸을 때 불이 날 확률은, 산에 불이 났을 때 화재의 원인이 담배꽁초일 확률보다 높은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각 집단 별 조건부 확률 판단. 논문에서 인용.



결국 통계적 정보를 동일하게 주었을지라도 인과 구조가 판단에 영향을 준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인과 구조가 판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고 주장하는 설명 기반 견해를 지지하는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1. Bes, B., Sloman, S., Lucas, C. G. and Raufaste, É. (2012), Non-Bayesian Inference: Causal Structure Trumps Correlation. Cognitive Science. [본문으로]



글: 인지심리 매니아

다음 가상의 시나리오를 읽어보자.


어느 교수님의 기말평가 방식은 이상하기로 유명하다. 팀원 중 기말고사 문제를 3개 이상 틀린 사람이 있을 경우 전체 팀원이 무조건 B 학점을 받기 때문이다. 이 수업을 듣고 있는 1조 팀원 A, B, C, D는 기말고사에서 각각 4, 1, 2, 3문제를 틀렸다. 결국 조원 전체는 B를 받게 되었다.

그렇다면 조원 전체가 B를 받게 된 사태에 대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A인가? D인가?


Common Effect 상황에서의 귀인 방식

여러 원인이 결과에 공동으로 기여를 하는 경우(Common Effect), 사람들은 그 중 어떤 원인에게 결과의 책임을 지울까? 다양한 이론들이 인간의 책임 판단 과정을 설명하고자 했다. 가장 직관적인 설명은 Matching Model이다. 즉 A는 4, B는 1, C는 2, D는 3만큼 결과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직관적으로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 B와 C는 아무 잘못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설사 B와 C가 열심히 노력해서 문제를 더 많이 맞혔다 할지라도 A와 D 때문에 B학점을 받는 건 피할 수 없다. 결국 B와 C에게 1, 2만큼의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두번째 설명은 반사실적 모델(Lewis, 1973)이다. 이 방법은 사건이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할 때 원인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설명한다. 먼저 원인과 결과 사건이 발생할 것, 두번째로 원인이 없었다면 결과가 없었을 것이라는 가정이 충족되어야 한다. 타당한가? 이 주장 역시 이상해 보인다. A가 3문제 이상을 틀리지 않았다면 B학점을 맞는 결과도 없었을 테니까 A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가? 아니다. 설사 그랬더라도 D가 3문제를 틀릴 것이기 때문에 결과는 똑같다. 그렇다면 A는 결과에 대해 아무 책임도 없다. 이는 D도 마찬가지다. 결국 A와 D 모두에게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상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Lagnado는 이 주제에 관한 연구결과[각주:1]를 2010년 Cognition에 게재했다. Lagnado는 Matching Model과 반사실적 모델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Structural Model을 주장했다. 이 모델은 반사실적 추론을 약간 수정한다. 일단 발생하지 않았으면 결과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정을 충족하는 원인을 모두 결과의 원인으로 지목한다(A와 D). 그 다음 A와 D의 책임을 조정한다. A와 D는 각각 1/(n+1)의 책임을 지게 된다. 여기서 n은 ‘해당 원인의 결과 기여가 결정적이기 위해 바뀌어야 하는 조건의 수'를 의미한다. A가 4문제를 틀린 것이 결과 발생(B학점)에 결정적인 원인이 되려면, D가 2개 이하로 틀려야 한다. 즉, D 한사람의 조건만 변하면 되므로 n은 1이 된다. 결국 A와 D는 각각 1/2만큼 책임을 지게 된다.


삼각형 세기 게임

연구자들은 이 모델이 실제 인간의 귀인 전략을 잘 설명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삼각형 세기 게임을 고안했다. 참가자들은 4명이 한 조를 이루어 컴퓨터를 통해 삼각형 게임을 진행한다(사실 이 중 3명은 컴퓨터다). 참가자는 그림 속에서 삼각형이 몇 개나 들어있는지 센 다음 정답을 입력한다. 각 문제를 풀고 난 다음에는 각 참가자의 정답률이 공개된다. 만약 그림 속 삼각형 개수가 10개인데 8개라고 적었다면 Deviation=2로 표시가 된다.



실험은 총 3조건으로 나뉘는데 그 중 Least조건만 보기로 하자. Least조건의 경우, 4명 중 한명이라도 Deviation이 3 이상일 경우 정답을 못 맞춘 것으로 간주한다. 글의 맨 처음에 소개했던 팀플 이야기와 유사한 상황이다.

그 다음, 참가자는 각 조원들이 결과에 얼마나 책임이 있는지를 1~10으로 평정한다. 연구자들은 이 점수를 Matching Model, 반사실적 모델, Structural Model의 예측과 비교한 다음, 어느 모델이 참가자의 데이터를 잘 설명하는지 분석해 봤다. 분석 결과, Structural Model이 다른 모델보다 참가자의 책임 평정 점수를 잘 설명했다.


1박 2일 출연자들의 시청률 기여도

결국 Structural Model은 인간의 귀인 전략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모델을 응용하면 재미있는 예측도 해 볼 수 있다. 1박 2일이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강호동을 시청률의 원인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강호동이 하차하고 나서도 1박 2일의 시청률은 여전히 높다. 그럼 시청률의 원인은 다른 출연자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Structural Model은 시청자가 각 출연자의 시청률 기여도를 어떻게 지각하는지 예측할 수 있다. 남은 출연자는 강호동의 하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청률에 큰 기여를 하고 있으므로 책임은 1/(1+1)이 된다. 즉, 시청자는 각 출연자가 시청률에 1/2씩 기여를 하고 있다고 지각할 것이다.

만약, 시청자 뿐만 아니라 방송사 관계자들도 Structural Model처럼 생각하고 있다면, 조만간 1박 2일 출연자의 출연료가 상승할 지도 모르겠다.


  1. Tobias Gerstenberg, David A. Lagnado, Spreading the blame: The allocation of responsibility amongst multiple agents, Cognition, Volume 115, Issue 1, April 2010 [본문으로]

성균관대 이정모 교수님의 서평을 링크합니다.


서평 보기




출처: Ulterior Motives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언론이 재난에 관한 보도를 할 때 영웅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Gabrielle Giffords의 비극적인 총격 사건과 이번 1월 애리조나에서 있었던 다른 사건에서도 범인을 제압한 평범한 사람들이 출현한다. 3월에 일본에서 일어난 대규모 지진 후 무너진 건물에서 희생자를 구출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사진이 빈번하게 나타났다.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 그 사람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우리가 현장에 있었다면 그처럼 용감한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당시 상황에 있었던 사람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물론, 현장에 직접 있는 것과 사건을 기사로 읽는 것은 판단을 내리는  시간에서 차이가 있다. 당신이 범죄나 지진을 목격할 경우, 상황은 빠르게 전개된다. 당신은 어떤 조치를 취할지 빠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사건을 신문으로 읽을 땐 당신이 무엇을 해야 옳은 것인지를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Joshua Greene과 동료들은 사람들이 도덕적 딜레마에 직면한 경우, 두 가지 추론 시스템이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하나는 빠르고 직관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정서적 시스템이다. 도덕적 차원의 성격을 띤 문제의 대부분에서 이 시스템은 상황에 적절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유발한다. 다른 하나는 광범위한 사회적 이득을 고려할 수 있는, 느린 추론시스템이다.



지난 몇 년간, 도덕적 추론에 관한 연구는 이런 두 종류의 판단이 반대방향으로 작동하게끔 만드는 문제들을 개발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카리브해에서 유람선을 타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보트의 엔진이 폭발하고 배가 침몰하기 시작한다. 배의 구명보트 몇 개만이 작동 가능하며, 사람들이 그쪽으로 기어 올라가기 시작한다. 당신이 탄 보트는 사람으로 가득차서 가라앉을 것 같다. 하지만 당신이 몇 사람을 밀어버리면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몇몇 사람들을 보트에서 밀어버리면 소수의 희생으로 다수가 살 수 있다. 그러나, 보트에서 어떤 사람을 밀어버렸다는 것은 당신이 그들의 생존권을 박탈했다는 의미다.


2011년 6월호 Cognition에 실릴 논문에서 Renata Suter와 Ralph Hertwig는 반응시간에 따라서 사람들의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반응이 달라지는지를 조사했다. 한 연구에서, 참가자 중 일부는 딜레마 몇 개를 읽은 후 어떤 결정을 내릴지 최대한 빠르게 응답하라고 지시받았다. 다른 사람들은 딜레마에 대해 원하는 만큼 생각해본 다음 결정을 내리라고 지시받았다.


실험 결과, 충분한 시간동안 고민한 사람들은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하는 선택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이들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몇사람을 보트에서 밀어버리겠다고 했다. 반대로, 빨리 반응하도록 지시받은 집단은 다른 사람들이 위험해지더라도 소수를 보트에서 밀어버리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이러한 결과는 판단을 내리는 시간이 딜레마 상황에서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지지한다. 짧은 순간동안, 우리는 다양한 감정에 휘둘린다. 때때로, 짧은 순간의 우리 선택은 인간적으로 보인다(비극의 순간에 다른 사람을 구하고 불구가 되는 경우). 이 감정은 타인이 어떤 상황에서 비도덕적 유혹을 받는 것에 강한 분노를 느끼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 리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두 가지 사고체계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에 달려있다. 만약 충분한 시간을 고려할 수 있다면, 우리는 보다 이성적인 사고체계를 선택할 수 있고, 직관적 감정을 거스르는 합리적 결정(보트에서 사람을 밀어버리는)을 내릴 수도 있다.

Posted by 인지심리학 Mania

 

다음 진술을 생각해보자.

"red if and only if square, or else red."

[여기서 if and only if는 필충조건(red->square가 참이면 square->red도 참인 경우)을 말하며, or else는 배타적 이접(a가 참이면 b는 거짓이어야 하고, b가 참이면 a가 거짓이어야 한다)을 말한다]

 

이 진술을 참이라고 충족시킬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몇 가지 있을까?

사람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상상한다.

1. red & square인 경우

2. red인 경우

 

사람들이 생각한 경우의 수 중 1번은 틀렸다. red & square인 경우 콤마 앞 문장은 참임을 충족하지만, 콤마 뒷 문장도 참임을 충족하기 때문이다(다시한번 말하지만, 배타적 이접인 경우 두 문장 중 하나는 참이고 나머지는 거짓이어야 한다).

정답을 제대로 가려내기 위해서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따져봐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1. red & square

2. red & ~square

3. ~red & square

4. ~red & ~square

(~은 부정을 의미)

진술문이 참임을 충족하는 경우는 2번과 4번의 경우다.

 

그럼 사람들은 왜 이런 오류를 범할까?

Mental model 이론은 사람들이 작업기억의 한계 때문에 연역 추리에서 가능한 경우의 수를 모두 떠올리지 못한다고 한다. 특히 위 문제처럼 복잡한 문제가 주어지면, 콤마 앞 문장을 근거로 가능한 수를 떠올리거나 콤마 뒷 문장을 충족하는 경우만을 생각한다고 한다. 또, 부정 사례(~)를 생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떠올린 경우의 수가 정답과 운 좋게 일치한다면 다행이지만, 자신이 생각 못한 경우의 수 중 참임을 충족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경우의 수가 복잡한 문제일 수록 틀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실험

 

오늘 소개할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세 가지 종류의 질문을 참가자에게 보여줬다.

 

basic control 문제는 사람들이 떠올린 정답과 실제 정답이 우연히 맞아떨어지는 경우다.

if a then b, and a

subset control 문제는 사람들이 떠올린 정답이 실제 정답인 경우의 수 중 일부와 일치하는 경우다.

a if and only if b, or b

illusion 조건의 문제는 사람들이 떠올린 정답이 실제 정답인 경우의 수와 하나도 일치하지 않는 경우다.

a if and only if b, or else b

 

   Mental model이 예상한 사람들의 정답 정답(가능한 경우를 모두 고려해야 알 수 있음)
 basic control  a b a b 
 subset control

 a

 a b

 ~a ~b

   a ~b

   a   b

 illusion

 a b

    b

 ~a ~b

 

 

 

 

참가자는 문제를 보고 진술이 참임을 충족하는 경우의 수를 모두 나열해야 한다. 그 다음 참가자의 답과 실제 답을 비교해서 정답률을 확인해봤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

실험 결과 illusions 조건에서 정답률이 저조했다. 결국 인간은 mental model이 설명하는 방식대로 경우의 수를 제한적으로 떠올림을 의미한다. 만약 가능한 경우의 수를 모두 떠올렸다면 정답률이 낮아지지 않았을 것이다.

 

 

논의

 

인간의 지식은 수많은 불린(Boolean)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야구경기에서 '볼'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타자가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은 상태에서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경우'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개념은 이렇게 여러 조건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며, 그 결합에는 부정(e.g., '않은')을 포함한다.

문제는 개념이 조금만 복잡해져도 인간이 쉽게 오류에 빠진다는 점이다. 배타적 이접같은 복잡한 진술을 접하게 되면 언급이 빠져있는 사례를 떠올리지 못하거나, 부정 사례를 떠올리지 못하는 경향으로 인해 복잡한 개념을 오해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이 논문의 세번째 실험에서는 인간의 일반적 지식이 이런 오류를 피할 수 있게 해 준다고 설명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논문을 참조하길 바란다.

 

Reference

Geoffrey P.Goodwin, P.N. Johnson-Laird(2010), Conceptual illusion, Cognition,

출처: Cognitive Daily

 

내 컴퓨터에는 5,000여 곡이 저장되어 있다. 내 음악 플레이어에 의하면 무려 16.2일을 재생할 수 있는 양이다.그럼 나는 어떻게 듣고 싶은 곡을 고르는가? 대개 나는 곡들을 전부 섞어서 앨범을 랜덤하게 재생한다. 하지만 자동차에서 라디오를 들을 때는 미리 맞춰놓은 10개의 방송국 중에서 내가 원하는 곡을 찾을 때까지 탐색을 한다. 나는 선택지가 보다 적을 때 내 판단에 의존하는 것 같다.

 

몇몇 연구자들은 구매 결정시 이와 비슷한 현상을 찾아냈다. 잼의 맛이 수 개인 경우 수십개인 경우에 비해 구매자들이 잼을 구매할 확률이 높다. 너무 많은 옵션 중에서 골라야 할 경우 우리 뇌가 마비돼서 아무것도 고르지 못하는 경우와 같다.

 

하지만 적은 옵션이 무조건 좋을까? 선택에 관련된 대부분의 연구들이 아주 적거나 아주 많은 대안을 피험자에게 제시했다. 그럼 딱 한 가지 대안인 경우가 좋을까, 아니면 대안 수가 많은 경우가 최적의 결과를 낳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 Avni Shah와 George Wolford다트머스 대학의 붐비는 복도에 테이블을 마련하고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부서를 위해 주문할 펜을 선택하게 했다. 이들은 펜의 가지수를 2에서 20가지로 다양하게 했다. 모든 팬은 개당 2$였으며 "roller-ball"스타일인 검정색 펜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펜을 추천하게 한 후 참가자들에게 펜을 할인 가격인 1$에 살 수 있는 옵션을 주었다(그들에게 원래 펜 가격은 2$라고 말해 주었다). 백명의 학생이 참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많은 학생들이 선택의 숫자가 너무 적거나 많은 경우보다는 중간 정도의 대안수에서 펜을 구매했다. 따라서 우리는 너무 많거나 적은 경우보다 적당한 수의 대안을 선호하는 것 같다. 연구자들은 이런 구매 패턴이 다른 제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적의 선택에 적합한 대안 수는 펜의 경우와 같이 8-12정도의 대안수가 적당할 것이다.

 

그레타와 나는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TV 구입을 계속 미루고 있다. 우리 TV는 산 지 15년이 지났고 이제는 큰 화면으로 시청을 하고 싶지만, 일단 TV를 사려고 마음 먹으면 결정 하는 과정에서 골머리를 앓게 된다. 당신 또한 너무 많은 선택지 때문에 제품 구입을 미루어 본 적이 있는가?

Shah AM, & Wolford G (2007). Buying behavior as a function of parametric variation of number of choices. Psychological science : a journal of the American Psychological Society / APS, 18 (5), 369-70 PMID: 17576272

 

영어원문: http://scienceblogs.com/cognitivedaily/2009/07/is_less_always_more.php

출처: Epiphenom
번역: 인지심리학 매니아




하버드 대학의 Paul Harris는 어린이가 다른 분야의 지식을 각각 어떻게 구분하는지 궁금했다. 그는 최근 연구에서 카톨릭 문화권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이 질문의 답을 구하고자 했다.


실험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대게 10-12세 정도였으며, 한결같이 신과 영혼의 존재를 믿고 있었다. 이들은 또 눈에 보이지 않는 과학적 존재들(공기나 병균)을 믿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어린이들이 신을 믿는 이유와 공기를 믿는 이유가 같은 이유에 근원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연구자들은 이들에게 어떻게 그런 존재가 있다고 아는지 물어봤다. 어린이들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아이들이 말한 이유는 다음과 같이 4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 대상을 직접 관찰하거나 만났다.
  • 문헌에 씌여져 있거나 다른 권위가 그 존재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 대상의 몇몇 속성이 일반적 차원에서 대상의 존재를 설명하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누구나 자기 자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영혼이 존재한다', 또는 '병균은 더러운 곳에 산다)
  • 대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존재한다('신은 우리에게 진리를 말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아래 그래프는 어린이들이 종교 또는 과학적 대상이 존재한다고 믿는 이유를 어떻게 답했는지 보여준다.


종교적 대상의 경우 그 존재를 믿는 이유가 다양했다. 하지만 과학적 대상의 경우 대상의 일반적 속성 때문에 존재를 믿는다고 답한 경우가 많았다.


흥미로운 사실이 또 하나 있다. 연구자들은 대상의 특성들을 조금 더 세분화시켜봤다. 이들은 어린이들이 인과적인 설명을 기준으로 대상의 존재를 판단하는지도 관심 있었다. -- '병균은 병을 유발한다', '신은 인간을 창조했다'

종교적 대상의 경우 인과적 이유를 고려하는 비율은 17%에 불과했지만, 과학적 대상의 경우 100%에 가까웠다.

결국 스페인 어린이들은 과학적 대상의 존재를 믿는 이유를 인과적 관계로 설명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종교의 경우 이런 인과적 관계로 신이나 영혼의 존재를 믿는다고 하지는 않았다.

 


Reference
Guerrero, S., Enesco, I., & Harris, P. (2010). Oxygen and the Soul: Children's Conception of Invisible Entities Journal of Cognition and Culture, 10 (1), 123-151 DOI: 10.1163/156853710X49720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