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인지심리 매니아



얼마 전부터 지인의 부탁으로 고 2 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게 되었다. 이 학생은 수학은 잘 하지만 영어를 못해서 고민이다. 그래서 무엇이 문제인지 진단하기 위해 학생의 독해 방식을 유심히 관찰하던 중, 모르는 영어 단어가 너무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물어봤다. “넌 단어를 어떻게 외우니?” 그 학생의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그냥 단어를 입으로 수없이 반복하면서 외운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 학생에게 단순 반복은 암기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가르쳐 주었다. 단순 반복은 그야말로 ‘최악'의 단어 암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특정 단어나 숫자를 입으로 반복(인지심리학에서는 시연, rehearsal이라고 한다)하면, 해당 정보는 작업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고 한동안 유지된다. 지금부터 ‘48932375’라는 숫자를 입으로 반복해보면 이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입으로 계속 ‘사팔구삼이삼칠오'라고 중얼거리는 동안은 숫자를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도 이런 이유 때문에 단순 반복이 정보를 기억하는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당신이 일주일 뒤에도 이 숫자를 기억하고 있을까? 아마 까맣게 잊어버릴 것이다. 아니, 지금 이 문장을 읽는 동안 이미 숫자를 까먹은 독자도 있을 것이다. 맞다. 단순 반복 만으로는 정보가 장기 기억에 저장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 정보가 장기 기억에 통합되기 위해선 다른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48932375를 새하얗게 잊어버린 것처럼, 단순 반복 전략을 쓴 학생들도 자신이 외운 영단어를 금세 잊어버리게 된다. 



그 날 이후로 어떻게 하면 이 학생이 단어를 쉽게 외울 수 있을지 궁리한 끝에, 필자는 조금 독특하지만 효과적인 단어 암기법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암기법을 ‘단어 퍼즐'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암기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외우고자 하는 영 단어를 죽 나열한다. 그 다음, 나열한 단어를 모두 사용하여 짧은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예)

1. 외우고자 하는 단어를 나열한다

Determine comfort consume object impress available contain diet recognize material


2. 각 단어를 모두 사용하여 짧은 이야기를 만든다.

Recently, FDA Determined some diet foods are not safe. These diet foods which are available to buy on the internet contain harmful material. The medicines company recognized that their products contains morphine, so make consumers comfortable temporarily. Doctors also objected to using these diet foods.



처음에는 이 암기법이 효과가 있을지 반신 반의했다. 그런데, 이렇게 작문 숙제를 내주자 학생의 단어 재인률이 높아졌다. 더 신기한 건 학생 뿐 아니라 선생인 필자 역시 수 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작문 내용과 단어를 잘 기억한다는 점이다. 학생 뿐만 아니라 옆에서 지켜보던 선생님도 단어를 모두 외운 것이다. 


이 암기법은 사실 인지심리학 이론를 토대로 만든 것이다. 우선, 필자는 정보가 장기기억에 통합되거나 인출될 때 유리하게 작용하는 과정들을 모두 열거해 봤다. 그리고 그 중 정교화, 부호화 특수성, 도식, Salience라는 요인을 모두 포함할 수 있는 암기법을 만들었다.


첫째, 이 암기법은 정교화(Elaboration)를 활용한다. 정교화란 주어진 정보 이외에 부가적으로 연결되는 명제를 생성하는 과정을 말한다. 주어진 단어로 문장을 만들면, 단어가 스토리의 문장(명제)과 연합된다. 단어에 수많은 명제가 연결되면, 나중에 기억을 인출할 단서가 풍부해진다. 즉, 이야기의 문장 또는 함께 쓰인 단어(인출 단서) 중 하나만 기억하더라도, 이와 연결된 해당 단어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둘째, 이 암기법은 부호화 특수성 원리에 충실하다. 부호화 특수성은 기억 과정과 인출 과정이 유사할 때 기억이 잘 떠오른다는 원리다. 단순 반복의 경우 단어의 소리를 반복하기 때문에, 단어의 발음을 기억해보라고 하면 기억이 잘 날지는 모르나 단어의 ‘뜻'은 기억이 안 나기 쉽다. 반면, 이 암기법은 작문 과정에서 단어의 의미를 끊임없이 떠올려야 하기 때문에 나중에 다른 지문에서 단어가 출현할 경우 뜻을 금방 떠올릴 수 있다.


셋째, 이 암기법은 도식을 활용한다. 도식은 사건 등을 표상하는 지식의 덩어리다. 우리는 흔히 ‘흥부와 놀부’하면 주걱과 박을 떠올린다. 주걱과 박은 ‘흥부와 놀부'라는 스토리(도식)의 일부분을 이루기 때문에, 이야기 제목만 들어도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다. 앞서 살펴봤지만, 이 암기법을 통해 외운 단어들은 학생이 만들어 낸 ‘스토리'에 구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일단  자신의 이야기를 회상할 경우, 단어들이 실타래 따라오듯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암기법은 Salience를 활용한다. 주어진 단어를 활용하여 이야기를 만들려면, 스토리가 다소 엉뚱하거나 창의적인 방식으로 전개될 수 밖에 없다. 인간의 기억은 도식에 맞지 않거나 이상한 정보에 민감하다. 따라서 기발하거나 창의적인 스토리는 단어의 기억이 지속되도록 도와준다.


그 외에도 이 암기법은 깊이 처리 이론, 최근 대두 되고 있는 '스토리텔링'의 힘을 빌린다는 점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지만 단점도 있다. 일단 학생에게 영어 작문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에게 단어를 주고 작문을 해 보라고 하면 대부분 어려워할 것이다. 특히, 영어 실력이 부족한 중학생의 경우 실효성이 적을 수 있다.


또, 이 암기법으로 단어를 암기한 후에도 해당 단어를 다양한 지문에서 다시 접해봐야 한다. 단어는 맥락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다른 지문에서 나올 경우 전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고, 따라서 뜻이 쉽게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암기 후에도 다양한 지문을 읽으면서 단어를 여러 번 접해야 한다.










글: BPS Research Digest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Amy Winehouse의 경우처럼, 천재들의 알코올 남용은 보통 비극으로 끝난다, 그러나 역사를 통틀어 술이 창의력을 도와준 일화도 있다. 뛰어난 음악가(베토벤)와 작가(포우)의 상당수가 술을 좋아했고, 이를 통해 위대한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최근까지 술이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지 않았다. 


Andrew Jarosz와 그의 팀은 평소 음주를 하는 21-30세 남성 40명을 모집했다. 모든 참가자는 실험 시작 24시간 전부터 금주를 했으며,  실험 전 4시간 전부터는 음식이나 카페인도 섭취하지 않았다. 참가자의 절반은 음주 조건에 할당 된 뒤 , 혈중 알코올 농도가 .07이 될 때까지 보드카를 마셨다(이 양은 평균 체중의 남성이 2 파인트의 맥주를 마신 양과 동일하다). 다른 참가자들은 통제집단으로 분류되었으며 알코올을 섭취하지 않았다. 


그 다음, 모든 참가자에게 "원격 결합 검사(Remote Association Test)"를 실시했다. 이 검사는 각 시행마다 세 개의 단어를 제시한 다음 (e.g. coin, quick, spoon), 이 단어들과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를 찾 한다(e.g. silver). 과거 연구 결과에 의하면, 작업 기억이 큰 사람일수록 역설적으로 이 과제를 잘 못한다. 그 이유는 그들이 특정된 단어로 인해 잘못된 생각을 떠올렸을 때, 그 생각을 계속 고수하기 때문이다. 


새 연구[각주:1] 술에 취한 참가자들이 통제 집단보다 단어 연상 검사를 더 잘 푼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그들은 15문제 중 58퍼센트를 푼 반면 통제 집단은 42%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문제를 훨씬 빨리 풀었다(문항 당 11.54초 VS 15.24초). 또, 술에 취한 참가자들은 자신이 통찰을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했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그들은 작업 기억 테스트에서 나쁜 점수를 받았다. 


Jarosz와 그의 팀은 사람이 술에 약간 취할 경우 발산적, 모호한 사고 모드가 촉진되고, 이 사고 유형이 창의적 해결을 요하는 과제에 적합하기 때문에 단어 연상 과제에 유리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연구는 Digest에서 년초에 다뤘던 연구를 보충한다. 이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이 정신이 몽롱할 때 창의적 문제 해결을 잘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었다. 


심지어 전두엽 손상 환자가 통제 집단보다 성냥개비 산수 문제( 성냥으로 만든 산수 공식에서 성냥개비 한 개를 이동하여 올바른 공식으로 만드는 문제)를 더 잘 푼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주의력 통제의 손상이 가끔 유익할 때도 있음을 말해준다. 


Jarosz와 그의 동료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 "이제 막 시작단계이긴 하지만, 현 연구는 알코올이 창의적 문제 해결에 미치는 영향을 경험적으로 입증한 첫 연구이며, 또 문제 해결의 중요한 기제를 입증한 연구이기도 하다." 


다이제스트는 공동 저자인 Jenny Wiley에게 이 연구가 알코올 남용을 부추길 위험이 없는지 물어봤다.  "우리는 사람들이 약간 취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테스트한 것입니다 -- 너무 많이 취한 경우가 아닙니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과도한 음주의 경우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없습니다." 


이 연구는 상이한 마음 상태(mind-set)가 문제 해결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노력의 일부분이다. - 그녀의 연구실이나 다른 곳에서 진행된 연구들은 긍정적 기분이 창의성에 유익한 영향을 미침을 보여줬다. 또 이중 언어 사용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는데, 그 이유는 이중 언어 사용자가 한 문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은,"라고 Wiley는 말했다. "무언가 한가지에 지나치게 집중하 새로운 가능성을 놓치기 쉬우며, 창의적 문제 해결을 위해선 보다 넓고 모호하고 유연한 주의의 상태가 요구된다는 것입니다. "


  1. Jarosz, A., Colflesh, G., and Wiley, J. (2012). Uncorking the muse: Alcohol intoxication facilitates creative problem solving. Consciousness and Cognition, 21 (1), 487-493 DOI: 10.1016/j.concog.2012.01.002 [본문으로]




Image: http://www.reveriesanctuary.com


글: 시안 베일록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우리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생각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 실제로, 이런 "마음의 방황(Mind-wandering, 이하 '잡생각'으로 번역하였음 - 역자 주)"은 우리 뇌의 default 모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생각하는 것은 과거로부터 배우고 미래를 위해 생산적인 사고를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정서적인 댓가가 따른다. 간단히 말하면, 방황하는 마음은 불행한 마음이다. 잡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덜 행복하다. 하지만 지난 주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에 실린 새 연구는 잡생각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한다: 바로 명상이다. 


숙련된 명상가는 명상을 하는 동안 일반인보다 잡생각을 덜 한다. 그리고 그들의 두뇌는 특별한 생각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현재에 잘 집중한다.


연구자들은 명상이 잡생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로 했다. 그들은 경험많은 명상가 집단과 명상 초보자에게 다양한 유형의 명상을 하게 한 다음, 그들의 뇌를 fMRI로 촬영했다. 숙련된 명상가들은 10년에 걸쳐  10,000시간 동안 마음챙김 명상을 한 사람들인 반면, 명상 초보자들은 경험이 전혀 없었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초보자들이 명상가들과 국적, 언어, 성별, 나이, 인종, 교육, 직업 면에서 비슷한 사람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야 다른 조건은 모두 같지만 오직 '명상 경험'만 다른 사람들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챙김 명상은 여러 유형의 명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두 가지 구성 요소를 가진다: (i) 자신의 즉각적 경험에 집중하고 (ii) 이 경험에 수용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이다. 이렇게 마음챙김이 현재-중심적인 집중을 추구하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마음챙김을 연습한 사람들이 명상을 하는 동안 현재에 더 잘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참가자들은 뇌를 촬영하는 동안 마음챙김 전통에서 가르치는 세 가지 명상법을 수행했다: 집중, 자애, 선택없는 알아차림(Concentration, Loving-Kindness, Choiceless Awareness).  각각에 사용된 지침은 다음과 같다. 


집중: "자기 호흡의 신체적 감각에 집중해 보세요. 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바꾸려고 노력하지 말고, 호흡의 자연적이고 자발적인 움직임을 따르세요. 그냥 그것에 집중합니다. 만약 당신의 주의가 다른 것에 이끌려 있다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주의를 되돌려서 호흡의 신체적 감각으로 옮겨 놓으세요."


자애: "당신이 진심으로 타인의 행복을 빌었던 때를 생각해 보세요. 이 느낌을 집중하면서, 당신이 고른 짧은 문구를 반복해서 읊으며 모든 만물의 안녕을 빕니다. 예를 들면 : 모든 존재가 행복하길, 모든 존재들이 건강하기를, 모든 존재가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기를. " 


선택없는 알아차림: "당신의 의식 속에 들어오는 모든 것에 집중해 보세요. 그것이 생각이든, 정서든, 신체적 감각이든 상관없습니다. 또 다른 무언가가 당신의 의식 속으로 들어올 때까지 그것에 계속 집중하고, 그것을 붙잡거나 바꾸려고 하지 마세요. 만약 다른 생각이 당신의 의식 속으로 들어온다면, 또 다른 생각이 들어올 때까지 그것에 집중합니다."


명상을 하는 동안, 숙련된 명상가는 통제집단에 비해 잡생각과 관련된 뇌 부위가 적게 활성화되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명상가에게 아무 명상도 지시하지 않았을 때 그들의 뇌가 보인 반응이었다. 명상가들이 쉬고 있는 동안, 잡생각과 관련된 뇌부위와 작업 기억, 자기 통제와 관련한 뇌부위 간 활발한 교류가 관찰되었다. 이전 글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작업 기억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간직하고 방해 요소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명상가들은 잡생각이 일어날 때 작업 기억을 자동적으로 활성화시킴으로써 잡생각을 통제하거나 축소시키는 것 같았다. 명상 연습을 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조차 명상 상태와 유사한 상태 - 보다 현재 중심적인 마음 상태 - 에 이른다


물론, 명상 전문가들이 명상으로 잡생각을 억제한 것이 아니라 잡생각을 별로 안 하는 사람들이 명상을 많이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명상을 통해 뇌가 잡생각에 미치는 영향력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잡생각은 우리가 깨어 있는 삶의 50% 정도를 차지한다. 많은 철학적, 명상적, 종교적 관행은 행복이 "현재"로부터 온다고 가르친다. 이것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명상을 통해 우리 뇌가 잡생각을 통제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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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집요강
모집부문
GUI / UI 부문
모집학과
GUI - 시각디자인 전공
UI - 산업디자인, 시각디자인, 인지심리학 전공
응시자격
- 석사 학위 이상자 중 2012년 병역특례 신규 편입대상자
   (12년 2월  기 졸업자 및 12년 8월 졸업예정자)
-  학점 3.0/4.5 이상자
-  TOEIC,TEPS(600점),TOEFL(180점), G-Telp 2급(60점),  
   TOEIC Speaking level 5, OPIC IL 이상 공인어학성적 보유자
 ※ 해외대학 학위 소지자는 어학성적 없이 지원 가능
모집인원0
근무지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LG전자 서초 R&D캠퍼스
근무조건
LG전자 사규에 준함
2. 모집기간 2012.03.15 ~ 2012.03.27
3. 문의처
담당자홍성은 대리
부서디자인 인사기획팀
TEL0000
e-mailsungeun.hong@lge.com
4. 기타
- 입사지원은 당사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지원만 가능합니다.(e-mail 송부불가)
- 입사지원서 작성기한은 해당일 자정(24:00)까지 입니다.
- LG전자 지원이력이 있으신 경우, 반드시 초기 등록 이메일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 채용 전형 진행시 허위 사실이 발각된 경우는 입사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 취업보호 대상자는 관련 법규에 의거 우대합니다.
근무지모집구분
 본사_디자인경영센터_서울
 R&D.Design

gui :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구이



글: Frontal Cortex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조기 교육의 가장 결정적인 시기는 아동이 미처 글을 깨우치기도 전에 찾아온다. 노벨 수상자 James Heckman는 조기 교육의 힘을 여러 차례 주장했다. 그의 연구 중 가장 뛰어난 사례는 Perry Preschool 실험이었다. 이 연구는 미시간의 Yspilanti에 사는 저소득층 흑인 어린이 123명을 관찰했다. (모든 어린이의 IQ는 75에서 85 사이였다). 어린이들은 세살 무렵 수준 높은 조기 교육을 받거나(처치 집단), 조기교육을 전혀 받지 않는 집단(통제 집단)으로 나뉘었다. 그 후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을 수십 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가장 최근에 조사했을 때 참가자들의 나이는 40대였다. 조기교육을 받은지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효과는 분명했다: 조기 교육을 받았던 성인은 고등학교 졸업률이 20% 높았고 다섯 번 이상 경찰에 체포될 확률이 19%나 낮았다. 그들은 성적도 훨씬 좋았고, 결혼 생활도 오래 유지하고 있었으며, 복지 프로그램의 의존율도 낮았다. Heckman과 그의 동료들은 저소득층 어린이들의 교육에 투자한 돈이 결국 8배에서 9배의 효과를 낸다고 주장한다.
 

조기 교육이 왜 그렇게 중요할까? 해답은 분명하다 : 어린이는 지적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유연하고, 새로운 습관을 비교적 쉽게 배울 수 있다. 또, 조기 교육의 효과는 항상 동일하지 않다. 조기교육은 빈곤한 가정의 아이들에게 특히 필수적인 것 같다.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 대학의 심리학자인 Elliot Tucker-Drob가 Psychological Science에 발표한 새 논문은 이것이 사실임을 보여준다. 그는 유전자나 환경이 학령 전 아동의 학문적 능력에 미치는 상대적 영향력을 알아내고자 했다. 그의 데이터는 이 연구를 가능하게 했다: Tucker-Drob는 2001년 다양한 소득과 인종에 기반해 600가정에서 태어난 1200명의 일란성, 이란성 쌍둥이를 표본으로 사용했다. 일란성 쌍둥이가 유전자를 100% 공유하고 이란성 쌍둥이는 50%를 공유하기 때문에 연구자는 유전자나 환경이 5세 아동에 미치는 상대적 영향력을 계산할 수 있었다.

그의 주요 연구 결과는 다소 역설적으로 보인다. 데이터에 의하면, 가정 환경 요인 - 교육의 양육적 측면 - 은 조기교육에 참여하지 않은 어린이들의 검사 점수 변량의 70%를 설명했다. 반면, 조기교육에 참여했던 어린이들의 경우 가정적요인은 변량의 45%만을 설명했다.

어떻게 조기 교육이 본성과 양육의 상대적 기여도를 바꿀 수 있을까? 그리고 왜 학령 전 교육이 유전자의 중요도를 더 높이는 걸까? 조기교육의 헤택은 부유한 가정과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의 경험적 차이(환경 - 역자 주)를 줄이는 것이고, 따라서 남아 있는 변수(유전자 - 역자 주)가 더 중요해 지는 것이다.

이 효과는 표준화된 검사 데이터를 통해 확연히 드러난다. Tucker-Drob는 조기교육이 부유층과 가난한 집 아이들의 차이를 줄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 점수 차의 감소는 가난한 집 아이의 점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부유한 집에서 자란 어린이는 조기교육으로 큰 혜택을 보지 못했으며, 검사 점수에서도 변동이 없었다. 이미 이 아이들은 집에서 풍부한 인지적 자극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조기교육이 별 필요가 없었다. 그들의 두뇌는 이미 정점에 도달해 있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부모의 영향이 사회경제적 지위에 상당 부분 의존함을 보여준다. 그는 작년에 750쌍의 미국 쌍둥이들을 대상으로 10개월 때와 2세 때 각각 지적 능력 검사를 실시했다. 이번 최신 연구와 마찬가지로, Tucker - Drob는 본성과 양육의 영향력을 사회경제적 지위별로 나누어봤다. 그가 발견한 첫번째 사실은, 10개월 된 유아의 지적 능력의 경우 사회경제적 지위를 불문하고 가정 환경이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점이다. 이는 너무 놀랄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아기는 집에 묶여 있으며, 그들의 삶은 그들 부모의 선택에 달려있다.

그러나 2세 아동의 결과는 극적으로 달랐다. 가난한 가정의 아동은 부모의 결정이 여전히 중요했다. 연구자들은 가정 환경이 2세 아동의 지적 능력 변량 중 80%를 설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전자의 효과는 무시할 만 했다.

하지만 부유층 2세 아동의 경우 상반된 패턴이 발견되었다. 이 아이들의 경우 수행은 주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었으며, 유전자가 지적 능력의 전체 변량 중 50%를 설명했다. 즉, 부가 증가할수록 부모는 자녀의 지적 능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여기에 두 가지 교훈이 있다. 첫 번째 교훈은 상류층 부모가 지나친 걱정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육아의 세부 사항에 노심초사하는 경향이 있는데 - 피아노를 가르치는 게 좋을까, 바이올린이 좋을까? 내가 Tiger mom이 되는 게 좋을까, Parisian mom이 되는 게 좋을까? - 이런 세부사항은 대부분 중요하지 않다. 긴 안목에서 볼 때, 돈의 장점은 자녀에게 풍부한 환경을 제공하고 그로 하여금 유전적 잠재력을 최대화하게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 교훈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효과가 비교적 이른 나이에 관찰된다는 점이다.Tucker-Drob이 보여준 바와 같이, 아동의 나이가 고작 2세일지라도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지적 능력에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저소득층의 경우 그들의 잠재력은 정체된다.

그래서 우리는 조기교육이 필요하다. 조기교육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그 효과는 교육적 질에 따라 다양하다. 하지만 조기교육은 불평등을 제거할 수 있는 필수적 조치다. 인생은 불공평하다; 어떤 아이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린이들이 잠재력을 펼칠 기회를 줘야 한다.


Image : http://www.child-development-guide.com/



글: 인지심리 매니아



어린이는 왜 말을 빨리 배울까?

요즘 대학생들은 영어를 배우기 위해 어학 연수를 많이 간다. 그런데 고민이 된다. 한국에서 영어 공부를 미리 하고 가는 게 좋을까, 그냥 가는 게 좋을까? 

Kersten et al(2001)은 성인이라면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굳이 이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 주장이 사실임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기본적인 영어 단어도 모른 체 현지에 바로 가면 학습 효율이 떨어진다. 영어 교육을 받지 않은 성인이나 노인들이 현지 언어를 배우는 데 곤란을 겪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설득력 있는 주장처럼 보인다. 반면, 어린이는 사전 교육 없이도 현지 언어를 빠르게 습득한다. 영어 단어를 철저히 공부하고 해외로 나간 대학생들보다 훨씬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걸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그 이유가 뭘까? 성인은 기초 공부를 열심히 하고도 외국어를 간신히 배우는 반면, 왜 어린이는 별 노력 없이 언어를 빠르게 배울까? 

Kersten 등은 Newport(1988, 1990)의 “Less is more” 가설을 통해 이 현상을 설명한다. Newport는 어린이의 미숙한 작업 기억 능력이 역설적으로 언어 습득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작업 기억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어린이는 문장의 일부분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개별 단어나 형태소의 기능에 민감하다. 따라서, 복잡한 뜻의 문장을 만들 때 문장 구성 요소들을 적절히 조합할 수 있다.
 
반면, 작업 기억이 성숙한 성인은 문장 전체를 처리할 수 있다. 그래서 상황을 설명하는 문장을 통째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렇게 기억하면 개별 단어나 형태소의 기능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복잡한 문장을 만들 때 실수를 하게 된다. 
(예전에 필자는 영어책에서 봤던 문장 “I want you to.....”을 통째로 외웠다가 다른 상황[“I want to”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대로 사용하는 바람에 외국인을 당황하게 만든 적이 있다.)

미국에 처음 간 한국 어린이에게 누군가 개를 가리키며 “A dog runs fast”라고 말했다고 상상해 보자. 어린이는 이 문장 전체를 처리할 능력이 없다. 아이가 오로지 기억하는 건 ‘dog’라는 단어 뿐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dog’라는 단어가 눈 앞에 펼쳐진 상황과 관련 있다는 것만 짐작할 뿐이다. 만약 며칠 뒤 누군가가 비슷한 생물체를 보고 “what a cute dog....”이라고 말했다면, 아이는 이제 이 생물체의 이름이 ‘dog’라고 확신할 것이다. 지난 번 상황과 비교해 봤을 때 생물체의 움직임이나 속도가 변한 반면(정지해 있다), 생물체는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번 문장과 비교했을 때 바뀌지 않은 단어는 ‘dog’ 뿐이다. 따라서 어린이는 ‘dog’가 생물체를 가리키는게 분명하다고 결론짓는다.

반면, 성인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성인은 “A dog runs fast”라는 문장 전체를 눈 앞에 보이는 상황과 연결 짓는다. 따라서 어떤 단어가 상황의 어떤 요소를 언급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만약 며칠 뒤 누군가가 비슷한 생물체를 보고 “what a cute dog”이라고 한다면 성인은 혼란에 빠진다. 이번 경우 역시 각 단어가 언급하는 바를 모르기 때문이다. 성인은 ‘cute’가 생물체의 움직임을 말하는 것인지, 생물체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생물체의 귀여운 표정을 말하는 건지 알 수 없다. 

만약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성인은 어학 공부를 위해 외국에 가기 전 사전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 문장의 세부 요소를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단어를 외우거나 문법을 익혀서 세부적 요소를 미리 익히는 것이다. 만약 성인이 미국으로 오기 전 ‘dog=개'라는 사실을 공부했다면 ‘cute’는 개를 지칭하는 게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럼 이 단어는 생물체의 움직임 또는 귀여운 표정을 의미한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만큼 말을 배우는 속도는 빨라진다.



성인이 어린이의 학습 방법을 따라한다면?

여기서 또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혹, 성인도 어린이처럼 학습하면 말을 빨리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즉, 어린이처럼 말의 세부 요소에 집중하며 말을 배운다면? Kersten 등(2001)[각주:1]은 이 가설이 참인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일련의 애니메이션을 보여준 뒤, 이 애니메이션의 상황을 설명하는 ‘인공 언어'를 함께 제시했다. 

그림 1 : 문장이 표현하는 속성의 유형



그림 2 : 애니메이션 예시




예를 들어, 참가자는 그림 2과 같은 애니메이션을 보는 동시에 스피커를 통해 “geseju elnugop doochatig”라는 문장을 듣는다. 연구자들은 각 요소를 조합하여(물체, 움직이는 방식, 방향) 총 72가지의 상황을 참가자에게 제시했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를 두 집단으로 나눈 다음, 문장을 들려주는 방식을 집단마다 다르게 조작했다. 한 집단(Sentence 조건)의 경우 문장 전체를 다 들려줬다. 다른 집단(Individual Word 조건)의 경우 처음에 한 단어씩 들려주다가 점차 긴 문장을 제시했다. 이 경우, 처음에는 ‘object words’만 들려주다가 나중에는 ‘ object+Manner’, ‘object+manner+path’를 들려줬다(즉, 한 단어씩 학습할 수 있게 제시했다). 

두 집단 중 누가 인공 언어를 빨리 배웠을까? 분석 결과, Individual Word 조건의 학습자가 개별 단어 테스트, 문장과 알맞는 상황 고르기 테스트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연구 결과는 문장의 개별 요소에 집중하면 언어를 빨리 익힐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실험 참가자들이 성인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만 놓고 성인이 어린이의 학습 방식을 모방할 때 언어를 빨리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하기는 쉽지 않다(관련 연구 결과들이 다소 혼란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논문 참조).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사전 학습을 하고 어학 연수를 가는 것이다. 사전학습은 문장의 세부 요소에 민감하지 못한 성인 학습자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원어민과 대화할 때 단어나 문법이 정리되어 있으면, 학습 속도는 그만큼 빨라질 것이다.


  1. Alan W. Kersten, Julie L. Earles, Less Really Is More for Adults Learning a Miniature Artificial Language, Journal of Memory and Language, Volume 44, Issue 2, February 2001, Pages 250-273, [본문으로]

Image: SarahPAC-USA/Flickr



글: Frontal Cortex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수천년 동안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과소평가했다. 우리는 감정을 원시적인 열정, 과거 인간이란 동물의 불필요한 유산으로 봤다. 우리는 어리석은 행동을 할 때 - 케이크를 너무 많이 먹거나, 바람을 피우거나, 또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로 낭패를 겪는 등 - 자신의 근시안적 감정을 비난한다. 사람들은 열정이라는 범죄를 저지른다. 반면 합리성은 죄가 되지 않았다.

감정에 대한 편견이 생긴 이유는 우리가 그 동안 이성만을 최고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딜레마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대안을 이성적으로 평가하는 데 시간을 들인다. 만약 이런 의사결정이 효과적이라면, 우리는 우리 선호에 적합한 최적의 대안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유용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합리성은 프로메테우스의 선물이다.

하지만 이 사실이 완전히 반대라면 어떨까? 만약 감정이 이성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면? 만약 우리 감정이 우리보다 더 똑똑하다면?

그 동안 문헌들은 인간 정서가 가진 지혜를 다루어왔다 - 데이비드 흄은 이를 미리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 하지만 감정 체계(줄여서 Type 1 사고)가 복잡한 의사결정에 뛰어나다는 사실이 연구로 입증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무의식이 의식보다 복잡한 인지 과제에 더 적합할 것이다. 즉, 우리가 오랫동안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이라고 폄하했던 사고과정이 어떤 상황에선 훨씬 똑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컬럼비아 경영대학의 Michael Pham의 연구실이 이 효과를 연구했다. 연구자는 학부생들에게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에서부터 아메리칸 아이돌 결선 진출자까지 여덟 가지 예측을 하게 했다. 그들은 다우 존스, BCS 챔피언십 게임의 승자, 날씨에 대한 예측도 했다.

그 결과,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예측들이 광범위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감정을 믿은 사람들이 더 정확한 예측을 한 것이다. Pham은 이 현상을 emotional oracle 효과라고 이름붙였다.

아메리칸 아이돌 (American Idol)의 경우를 살펴보자 : 감정을 믿은 참가자들이 우승자를 정확히 예측한 확률은 41%였고, 자신의 감정을 불신한 사람들의 예측 확률은 24%였다. 동일한 현상이 주식 시장 예측의 경우에서도 발견되었다 : 감정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예측 정확도가 이성적인 인지능력을 가진 사람보다 25퍼센트 높았던 것이다.

이 역설이 의미하는 바가 무얼까? 바로 처리 능력이다. 최근, 무의식적 뇌가 방대한 정보를 병렬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반면 인간의 이성은 매우 좁은 병목을 가지고 있어서 한번에 제한된 정보만을 처리할 수 있다). 

바로 여기에 정서의 유용함이 있다. 모든 감정은 우리가 접근하지 못하는 정보들를 집약해 놓은 '자료의 요약본'이다. (Pham이 말하듯, 정서는 우리 마음 깊은 곳의 '특권을 가진 창'이다) 복잡한 사건을 예측하는 데 있어서 이런 추가적 정보는 보통 필수적이다. 

이런 일이 어떻게 일생 상활에서 일어날까? 예를 들어 당신이 20개 주식의 가격변동에 관한 정보를 본다고 가정해보자. (각 주가는 CNBC처럼 텔레비전 화면 하단에 나타난다). 당신은 모든 데이터를 기억하는 게 어렵다. 만약 누군가 어떤 주식이 가장 좋냐고 물어보면, 당신은 아마 대답을 하지 못할 것이다. 당신은 모든 정보를 처리할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어떤 주식에 대한 느낌이 제일 좋냐'고 물으면 당신은 가장 좋은 주식을 찾아낼 것이다. 이 영리한 실험을 진행한 Tilmann Betsch라는 심리학자에 의하면, 당신의 느낌은 유가 증권의 실제 가치를 반영한다. 가치가 상승하는 주식은 긍정적 감정과 연결되는 반면, 가치가 하락하는 주식은 잘 안 풀리는 듯한 느낌을 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매사에 충동적 결정을 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Pham의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관련 분야에 지식이 있는 경우만 emotional oracle 효과를 보였고, 주식 예측 실험의 참가자들도 모든 정보를 학습해야 했다. 만약 그들이 대학 축구에 대해 아는 게 없다면, 그들의 감정은 BCS 챔피언쉽 게임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큰 교훈은 우리의 감정이 바보같지도, 그렇다고 전지전능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불완전한 oracle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한 감정은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할 때 우리의 뇌가 무언가 알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것이 정서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Image: © AngiePhotos / ISTOCKPHOTO



글: 인지심리 매니아

일흔이 되어서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 공자 -


자신의 말과 행동을 적절히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말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가끔씩 생각없는 말을 내뱉었다가 후회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 조금 더 생각해 보고 말을 할걸....’ 이렇듯 자신을 통제해서 상황에 적절한 말을 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행동을 통제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연초에 세웠던 금연이나 다이어트 계획은 보통 작심삼일로 돌아가기 쉽다. 유혹에 직면하거나 바쁘고 정신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옛 버릇을 반복하게 된다.

심리학에서는 자신에 대한 통제를 자기 조절(self-regulation)이라고 한다. 자기 조절이 실패하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사회심리학 연구들은 상황적 요인이 자기 조절을 실패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예., 고정관념, 스트레스 등). 또, 인지심리학 연구들은 인간의 집행 기능이 자기 조절과 관련있다고 설명한다.

오늘은 2012년 3월 Trends in Cognitive Sciences에 게재된 Hofmann, Schmeichel, Baddeley의 개관논문[각주:1]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논문은 사회,인지심리 연구들을 아우르면서 집행 기능과 자기 조절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저자들은 자기 조절이 세 가지 성분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한다. 자기 조절은 1) 목표(기준)가 되는 사고나 감정, 행동 2) 목표와 자신의 현 상태의 차이를 줄이려는 동기 3) 목표를 성취하는데 필요한 노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체중 감량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은 음식을 절제하는 행동을 목표로 삼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는 동기 부여와 노력을 한다.
한편, 집행 기능은 목표 상태에 관한 정보를 유지하거나 갱신하고(Updating), 특정 반응을 억제하거나(Inhibition), 멀티태스킹 시 주의를 신속하게 전환하는 능력을 포함한다(Task-Switching). 


저자들은 집행 기능의 세 가지 기능이 자기 조절과 관련있다고 설명한다. 먼저, Updating과 자기 조절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작업 기억은 목표 상태를 머리 속에 계속 떠올리는 역할을 한다. 다이어트 중 맛있는 음식의 유혹을 받을 때도 작업 기억은 머리 속에 ‘음식을 절제하는 내 모습'을 계속 떠올리게 한다(Goal shielding). 따라서 맛있는 음식에서 눈을 돌릴 수가 있다. 만약 이 능력에 문제가 생긴다면, 유혹에 직면했을 때 다이어트 의지를 굳건히 해 줄 목표가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유혹을 뿌리칠 힘이 약해진다.


능동적 억제 능력(Active Inhibition)도 자기 조절과 관련이 있다. 능동적 억제는 자신의 자동적인 반응을 억제하는 능력을 말한다. 먹고 싶은 음식을 봤을 때 자동으로 손이 가는 것을 참거나 막말을 하려는 걸 순간적으로 참는 능력이 여기에 해당된다. 부정적 반응을 억제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비만, 약물 중독, 불륜 등의 문제를 겪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task-switching도 자기 조절과 관련이 있다. 과제 전환 능력이 뛰어나면 목표를 달성하기에 적합한 수단으로 재빨리 전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맛있는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구구단을 외우던 중, 차라리 다른 곳을 쳐다 보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면 전략을 곧바로 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능력은 조금 복잡한 문제가 있다. 과제 전환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은, 목표에서 벗어나 유혹에 쉽게 빠지기도 쉽다는 모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챙김 명상은 집행 기능을 향상시킨다. Image: http://www.delraycenter.com



만약 집행 기능이 자기 조절과 관련 있다면, 집행 기능 훈련이 자기 조절 향상으로 이어질까? 집행 기능이 훈련으로 향상된다는 사실은 수많은 연구에 의해서 지지되었다. 저자들은 집행 기능 향상이 자기 조절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저자들이 인용한 관련 논문 중에는 작업 기억 훈련으로 알콜 중독자의 음주 습관을 바꾸거나, 행동 억제 방법으로 문제 있는 식습관을 바꾼 경우도 있었다. 





결국, 자기 조절 실패는 사회적 요인과 인지적 요인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사회적 요인 또는 인지적 요인 중 어느 것이 우선하는지, 또는 인지적 요인이 사회적 요인의 매개나 조절변수인지는 논란이 있다. 자세한 사항은 논문 참조). 하지만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평소에 막말을 잘 하거나, 쉽게 화를 내거나, 먹을 걸 참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행동이 연습을 통해서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기 바란다. 집행 기능이나 작업 기억 훈련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1. Wilhelm Hofmann, Brandon J. Schmeichel, Alan D. Baddeley, Executive functions and self-regulation,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Volume 16, Issue 3, March 2012, Pages 174-180, ISSN 1364-6613, 10.1016/j.tics.2012.01.006. (http://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1364661312000289) [본문으로]

이정모 교수님이 2012년 2월 21일에 블로그에 올리신 글입니다.
카네만 교수의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의 오류와 교만을 지적하셨네요.
저도 이 글을 읽고 반성을 하게 됩니다.

이정모 교수님 글 바로가기 



글: 스콧 베리 카우프만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지능과 창의성 간의 관계는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었으며, 이에 관련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일반 지능'을 측정하는 대표적 테스트는레이븐 누진 행렬 검사(Raven’s Progressive Matrices Test)’. 이 검사는 일련의 도형 행렬을 제시한 다음, 패턴에서 빠진 부분을 추측하게 한다.

 

여기 예제가 있다.

 

보통 위와 같은 문제 하나에 8개의 보기가 주어지며, 피검사자는 이 중에서 정답을 고르면 된다.

 

이 검사에서 받은 점수는 IQ 검사를 통해 측정된 능력들과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 이는 이 검사에서 측정된 능력이 다른 능력들(공간, 언어, 수리 능력)과 교차함을 말해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검사가 인간의 추상적 사고능력("유동 지능")을 측정한다고 믿는다.

 

이 검사가 무엇을 측정하던 간에, 한가지는 확실하다. 이 검사는 수렴적 사고 검사다. 당신의 대답은 출제자의 의도와 수렴해야 한다. 이와 대조되는 개념이 발산적 사고. ‘발산적 사고의 경우, 정답이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그럼 발산적 - 창의적 - 사고는 IQ 검사로 측정되는 능력과 관련 있을까?

 

연구자들은 그 동안 이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수렴적 사고 - 발산적 사고 간 작은 상관이 있음을 보고했다. 최근의 한 연구결과는 내가 본 것 중 가장 독창적인 실험 설계를 했다. Saskia Jaarsveld, Thomas Lachmann, Cees Van Leeuwen1~6학년 511명을 실험 대상으로 모집한 다음, 학생들에게 레이븐 누진 행렬 검사를 풀게 하는 대신 문제를 직접 출제하게 했다!

 

먼저 연구자들은 학생들에게 문제를 풀게 한 후, 방금 전 봤던 문제들을 참고해서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보라고 지시했다. 검사를 받던 학생이 출제자가 된 것이다. 그 다음, 여러 명의 평가자들이 학생이 만든 문제를 평가했다. 이들은 먼저 수렴적 사고를 측정하기 위해 학생이 특징 간 관계를 설명하는 방식을 평가했다. 더 복잡하고 정확한 관계를 생각해 낼수록 수렴적 사고에서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수렴적 사고는 기존 검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기존 레이븐 검사의 경우 다른 특징 간 관계를 설명하는 규칙을 찾아내야 한다. 앞에서 봤던 예제의 경우, 핵심 규칙은 음영이 오른쪽으로 회전함이다. 하지만 어려운 문제의 경우 여러 개의 규칙을 찾아내야 할 뿐더러, 문제 풀이에서 불필요한 특징들을 무시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은 난이도가 높다. 또 평가자들은 학생이 만든 문제가 구체적이거나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을 경우 발산적 사고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그 다음, 연구자들은 학생들에게 창의성 검사를 실시했다. 학생들은 미완성 그림을 본 후, 그림의 나머지를 완성하는 과제를 수행했다(정답은 없으므로 어떤 그림이든 상관없다고 말해줬다). 창의성 점수는 학생들이 생각해낸 아이디어의 수, 독창성, 구성을 고려해 산출되었다.

 

그 결과는? 예상대로, 문제 만들기 과제에서 측정된 수렴적 사고는 표준 레이븐 검사와 상관이 있었다. 하지만 발산적 사고는 레이븐 검사와 상관이 없었다. 둘의 상관 관계는 0에 가까웠다. 그 뿐 아니라, 수렴적 사고와 발산적 사고도 서로 상관이 없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두 사고가 모두 창의성 검사와 상관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결과는 IQ 검사로 측정된 능력이 창의성이라는 큰 그림의 일부분임을 시사한다. 가장 높은 수준의 창의성은 수렴적 사고와 발산적 사고가 모두 필요하다. 이 사실은 창의성 연구 분야에서 잘 알려져 있었다. Geneplore model에 의하면 창의성은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과정과, 산출된 아이디어 중 가능성 있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탐색하는 과정으로 나뉘며, 각 과정은 순환적이다. 산출 단계는 발산적 사고로 간주되는 반면 탐색 단계는 수렴적 사고로 간주된다.

 

이 연구의 독특한 점은 일반적인 IQ 검사를 가져다가 발산적 사고 검사로 바꿨다는 점이다. 그들의 연구결과는 IQ 검사가 발산적 사고 -- 창의성의 중요한 요소 -- 를 측정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가 어떤 사람의 창의력, 혁신성, 상상력을 평가하고 싶다면 IQ 검사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오직 한가지 대답만을 말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 우리는 그들에게 문제가 무엇인지 말할 기회를 줘야 한다.

많은 분들이 인지심리 전공 후 어디에 취직할 수 있는지 궁금해 합니다.

그래서 인지심리 전공자를 모집하는 기업 및 연구소들을 적어봤습니다. 진로 선택에 참고하세요. ^^

목록에서 누락된 정보가 있을 경우 댓글로 알려주시면 즉시 업데이트하겠습니다.  

 

UX

션(2011)

십(2011)

전자 레이(2011)

유저(2011)

메바(2011)

프트(2010)

NHN(2009)

파크

KTH 디자인실 UX Lab(2010)

 

 

소비자분석

SK 텔레콤 Platform 업(2011)

픽(2012)

주성엔지니어링(2012) 

 

교육

고(2009)

 

 

연구원

교(2012)

원(2008)

과(2004)

(2011)

직(2011)

원(2005)

 

 

기능성게임

트(2011)


글: 인지심리 매니아


인간의 사고과정은 신비하다. 인간이 언어를 배우고,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며 베일에 가려져 있다. 도대체 인간이 사고를 할 때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가 그 과정을 상세히 기술할 수는 없을까?

그런데 인간의 사고과정을 수학 공식으로 설명하는 관점이 있다. 바로 베이지안 접근법이다. 이 관점은 인간의 사고과정을 베이즈 정리로 설명한다.

P(h|d) = P(d|h) / P(d)
(h: 가설 d: 증거 )

이 간단한 공식으로 어떻게 복잡한 인간의 사고방식을 설명할 수 있을까? Perfors et al(2011)[각주:1]은 어린아이의 귀납적 일반화 과정을 베이지안 추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범주이름 학습
 

출처: http://www.clublabrador.com

어린아이는 어떻게 범주 이름을 학습할까? 당신이 이제 막 말을 배우는 아이의 부모라고 상상해보자. 아이를 데리고 공원에 산책 나왔는데, 귀여운 래브라도 한 마리가 다가온다. 우리는 아이에게 얘는 래브라도야.’라고 가르쳐준다. , 아이의 머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아이의 머리 속은 폭발 직전일 것이다. 아이는 어쨌든 자기 앞에 있는 이 동물이 래브라도라는 사실을 배웠다. 하지만 아이는 며칠 전 공원에서 비슷한 동물(진돗개)을 본 적이 있다. 그럼, ‘래브라도라는 단어는 며칠 전 본 동물을 부를 때도 사용하는가? 아니면 네 발로 걸어다니는 모든 동물을 일컫는 것일까?

 

다행히 아이의 머리 속에는 이 문제를 해결할 규칙이 있다. 그 규칙은 바로 가장 좁은범주를 선택하는 것이다. , 아이는 자기 눈앞에 있는 이 동물만 래브라도이며, 지난 번에 본 동물(진돗개)은 래브라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아빠가 이 신기한 동물과 똑같이 생긴 동물이 나타날때마다 래브라도라고 부른다면, 이 가정은 더욱 견고해진다. 반면, 아빠가 며칠 전 봤던 동물(진돗개)도 래브라도라고 부른다면 이 단어가 특정 동물()을 지칭한다고 가정할 것이다. 하지만, 그 때도 역시 최소 범위()를 가정한다. ‘래브라도가 동물 전체를 지칭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이다.

 

베이지안 관점은 이 현상을 우도로 설명한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우도란 P(d|h), 즉 가설이 참일 때 증거가 출현할 확률이다. 만약 이 동물(A)의 이름이 래브라도라고 가정하면, 이 가정이 맞을 때 실제로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출현할 확률은 P(래브라도라고 부름|A)가 될 것이다. 반면, 모든 개(B)를 지칭하는 단어가 래브라도라면 우도는 P(래브라도라고 부름|B)이 된다. 둘 중 어느 확률이 가장 높은가? 당연히 첫번째다. AB보다 발생빈도가 훨씬 적기 때문이다 (Fig.3 i에서 가장 작은 사각형이 A에 해당한다). 아이는 이렇게 증거가 참일 확률이 높은 가설을 선택한다(그림을 보면 검은 점은 가장 작은 사각형에서 나왔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

 

또 이 가정은 증거가 축적되면서 강화되는데, 이것 역시 우도와 관련있다.. 만약 아빠가 이 개랑 똑같이 생긴 개(A)가 출현할 때마다 래브라도라고 한다면, P(래브라도라고 부름|A)는 더욱 증가하기 때문이다(Fig 3. ii). 따라서 가장 진한 사각형(래브라도)이 지지를 받게 되는 것이다.

 

 


제약
 
 

그 외에도 어린아이는 복잡한 귀납화 과정에서 사용하는 몇 가지 규칙(제약, Constraint)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단어를 배울 때 그 단어가 사물의 일부분보다 전체를 지칭할 것이라는 가정, 주체는 객체와 달라서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가정 등이다.

 

어린아이의 머리 속에 있는 제약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가? 베이지안 관점은 제약이 학습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보자. 이제 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시작한 아이가 돼지와 골든 리트리버을 봤다고 가정해보자. 아이의 머리는 또 다시 복잡해진다. 이 이상한 동물들도 일까? 아이에게는 이 복잡한 문제를 정리해줄 제약이 필요하다.

 

 

그림4는 제약이 학습되는 과정을 잘 설명해준다. A가 래브라도, b가 골드 리트리버, c가 돼지라고 가정해보자. 학습자는 먼저 기존 경험을 바탕으로 가설()의 범위를 설정한다. , 개는 몸통 길이가 다양하지만(w)  몸무게(l)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따라서 가설공간은 l x w 의 긴 직사각형 모양이라는 제약이 형성된다. 그렇다면 b a와 같은 범주에 속할 확률이 높고, c a는 확률이 낮을 것이다. 학습자는 소수의 사례만으로도 재빠르게 제약을 만들어낸다.
 

베이지안 통계학을 배운 사람은, 이쯤에서 무언가가 번득 떠오를 것이다. 베이지안 관점은 가설에 대한 가설(l w, hyperparameters)베이지안 계층적 모형으로 설명한다. 계층적 모형을 사용하면 제약 뿐만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개념을 추상화하고, 그 개념을 또 추상화하는지 추적할 수 있다. 정말 신기하다. 수학적 모형으로 인간의 개념 구조를 설명할 수 있다니 말이다.

 

결론

인간의 사고과정은 신비하게 보이지만, 설명 가능한 과정임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특히 베이지안 관점에 의하면 인간의 사고방식은 합리적인 수학적 판단과 다를 바가 없다. 물론 베이지안 관점에 대해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다양한 사고과정을 수학적으로 무리없이 설명해 내고 있다. 카네만과 트버스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어쩌면 정말 직관적인 수학자일지도 모른다.

  1. Amy Perfors, Joshua B. Tenenbaum, Thomas L. Griffiths, Fei Xu, A tutorial introduction to Bayesian models of cognitive development, Cognition, Volume 120, Issue 3, September 2011, Pages 302-321, ISSN 0010-0277, 10.1016/j.cognition.2010.11.015. [본문으로]

글: 인지심리 매니아

 

며칠 전 Bing API를 통해 웹 검색 결과 수를 토대로 조건부 확률을 계산하는 application을 만들어봤다. 다들 알겠지만, 구글이나 Bing의 경우 검색결과와 결과 수를 함께 제시한다. 검색 결과 수를 이용하면 특정 단어가 출현했을 때 다른 단어가 동시에 출현할 확률을 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렌지라는 단어가 출현했을 때 과일이라는 단어가 함께 출현할 확률, P(과일|오렌지)과일 & 오렌지검색 결과 수를 오렌지검색 결과 수로 나누면 된다. 

Application을 완성하고 이 단어 저 단어를 검색하던 중, 문득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 봤다. ‘혹 웹 문서가 인간의 개념 구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을까?’

웹 문서는 인간이 작성했다는 점에서 인간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 웹마이닝 등을 통해 웹에 산재한 데이터들을 관찰할 수 있다면, 인간의 개념 지식, 휴리스틱, 판단 과정을 고스란히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그 중 전형성효과가 웹 문서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지 궁금했다. 인간의 개념 구조를 설명하는 이론 중 원형모형은 개념이 원형으로 표상된다고 주장한다. 원형은 그 범주에 속하는 사례들이 가장 평균적으로 가진 속성의 집합체를 말한다. 또, 그 범주에 속한 사례들은 원형과 유사한 정도에 있어서 다르다. 이를 전형성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보자. ‘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아마 전형적인 라고 생각되는 이미지(날개가 달리고 몸이 가벼우며 하늘을 나는)가 떠오를 것이다. 이것이 새라는 범주의 원형이다. 하지만 새라는 범주에 속하지만 원형과 다소 동떨어진 사례도 있다. 가령, 펭귄은 새라고 할 수 있는가? 물론 펭귄은 새가 맞지만 원형과 동떨어졌다는 점에서 전형성이 낮다. 반면 까치는 전형성이 높다. 

웹 문서가 인간의 개념 지식을 그대로 반영한다면, 전형성 효과도 동일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 펭귄보다 까치라는 단어가 출현했을 때 '새'라는 단어가 함께 출현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P(|펭귄) < P(|까치) 간단한 실험을 통해 이를 검증해 볼 수는 없을까? 한번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각주:1]

 

실험

 

우선, 웹 검색 결과를 인간의 범주화 과정과 비교하려면 인간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래서 Rosch Mervis 1975년에 진행한 연구 결과[각주:2]를 참고하기로 했다. 이 논문은 참가자들에게 각 사례의 전형성을 평가하게 해서 순위를 매겼다. 아래 그림에 실험 결과가 정리되어 있다. 예를 들어, Chair Furniture라는 범주에서 전형성이 가장 높았다.

 



그 다음, 필자가 만든 조건부 확률 검색 엔진을 통해 각 사례의 조건부 확률을 계산했다. , 웹페이지에서 Chair라는 단어가 출현했을 때 Furniture라는 단어가 함께 출현할 확률 P(Furniture|Chair)을 계산했다.

이런 식으로 모든 사례의 조건부 확률을 구한 다음(결합 단어나 다의어는 자료에서 제외했다), 확률을 토대로 전형성의 순위를 매겼다. 그 다음, 이 순위를 Rosch 등이 보고한 순위와 비교해봤다. 두 데이터 모두 서열 척도이므로 Spearman 상관 분석을 사용했다.
 

그 결과, Fruit Clothing을 제외한 모든 범주에서 유의미한 상관이 발견되었다. 결과에 영향을 주는 수많은 요인이 웹 상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상관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좀 놀랍다.
 

   Furniture  Vehicle Fruit  Weapon  Vegetable  Clothing 
 상관계수  .444 .677  -.185  .561  .52  .382 
 유의도  p=.05 p=.001  p=.425   p=.01 p=.033  p=.097 

하지만 이 결과만 놓고 웹에서 전형성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신하기는 힘들다. 대체로 인간 데이터와 웹 검색 결과가 비슷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범주도 관찰되었기 때문이다. 이 가설을 제대로 검증하려면 보다 세련된 연구방법이 필요해 보인다.

 

만약, 웹에서 전형성 효과가 관찰된다면 그 응용적 가치는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는 웹 문서를 통해 인간의 개념 지도를 완성할 수 있을지 모른다. 웹 마이닝 등에서 검색 결과의 조건부 확률을 이용한다면 (전형성 효과가 시사하듯)퍼지하게 구성된 인간의 개념 구조를 파악해 낼 수 있을 것이다. , 인공지능이 을 통해 인간과 유사한 추론을 하게끔 만들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웹 검색결과를 통해 펭귄보다는 까치가 새에 가깝다라는 추론을 하는 모습이 상상되는가?’

 

  1. 인간의 개념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왜 조건부 확률을 관찰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이에 관해서는 인간의 추론 과정을 베이지안 관점에서 해석하는 입장을 살펴보길 권한다. Amy Perfors, Joshua B. Tenenbaum, Thomas L. Griffiths, Fei Xu, A tutorial introduction to Bayesian models of cognitive development, Cognition, Volume 120, Issue 3, September 2011, Pages 302-321, ISSN 0010-0277, 10.1016/j.cognition.2010.11.015. [본문으로]
  2. Rosch, E., & Mervis, C.B(1975). Family resemblance: Studies in the internal structure of categories. Cognitive Psychology, 7, 573-605 [본문으로]

글: 인지심리 매니아

 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어느 산악회 전체 회원의 60%가 남성이다. 이 산악회에서 남성의 50%가 기혼이고 여성의 40%가 기혼이다. 이 산악회의 회원 중에서 임의로 뽑은 한 명이 기혼일 때, 이 회원이 여성일 확률은?

정답이 몇 %라고 생각하는가? 이 문제를 풀기 어렵다면 아래 문제를 한번 더 풀어보자.

어느 산악회는 회원 수가 100명이며, 이 중 40명이 여성이다. 40명의 여성 중 16명은 기혼이다. 또 남성 60명 중 30명이 기혼이다. 이 산악회의 회원 중에서 임의로 뽑은 한 명이 기혼일 때, 이 회원이 여성일 확률은?

이제 정답을 맞추기 쉬울 것이다. 정답은 16/46이다.

 

위 문제는 원래 조건부 확률, 특히 베이즈 정리를 이용해서 풀어야 한다. 정답을 도출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마지막 줄에서 0.48이 아니라 0.46이 되어야 한다 - 역자 주)

문제 출처: 이투스


그런데
,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가 예시 1처럼 제시된 경우 잘 풀지 못한다. 예시 1은 각 사건의 발생확률(%)을 제시했다. 반면 예시 2처럼 빈도(natural frequency, 몇 명 중 몇 명)를 제시한 경우 문제를 쉽게 푼다. 심지어 베이즈 정리를 모를지라도 문제를 풀 수 있다. 어떻게 된 것일까? 두 문제 모두 동일한 구조이며, 단지 사건의 발생확률을 표현하는 방법만 다를 뿐인데 왜 이런 결과가 발생할까?

 

일부 심리학 연구들은 인간이 예시 1처럼 제시된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인간이 사건의 발생 횟수를 확률이 아니라 빈도로 표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비가 올 확률, 불의의 사고를 당할 확률 등)의 발생 확률을 경험을 통해 학습한다. 그리고 그 확률을 빈도(몇 번 중 몇 번)로 기억한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등산을 얼마나 자주 가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달에 X’, ‘일년에 X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아무도 자신이 등산을 갈 확률이 X%라고 말하지 않는다. 따라서 예시 1이 사건의 발생확률을 제시했을 때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반면, 예시 2는 사건의 발생 빈도를 제시했기 때문에 풀기가 쉬웠다.

앞서 제시한 문제의 경우 지문에 제시된 사건의 발생확률을 토대로 베이즈 판단을 했다. 그럼, 본인의 이전 경험을 토대로 베이즈 판단을 하는 경우는 어떤가? 이 경우에도 확률로 생각하는 것보다 빈도로 생각하는 게 정확한 베이즈 판단을 유도할까?

 

2011 Applied Cognitive Psychology에 실린 한 논문[각주:1]이 이 가능성을 검증했다. 연구자들은 산부인과 의사들을 실험 참가자로 선정한 후, 이들에게 혈청 검사가 양성으로 나왔을 때 태아가 다운증후군일 확률P(H|D) [H: 다운증후군, D: 양성반응]을 물어봤다(예상값). 이 때 의사들을 세 조건으로 나눈 다음, 각 조건마다 질문 방식을 조금씩 달리했다. Retrospective natural frequency 조건의 경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P(H|D)빈도로 적어보라고 지시했다. Prospective natural frequency 조건의 경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내년의 P(H|D)빈도로 적어보라고 지시했다. Single event probability 조건의 경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P(H|D)확률로 적어보라고 지시했다.

, 참가자에게 P(D|H), P(H), P(D)를 추정하게 했다. 연구자들은 이 확률을 토대로 베이즈 판단의 정답을 계산한 다음(계산값), 아까 전 적었던 예상값과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예상값과 계산값의 차이는 Retrospective natural frequency 조건에서 가장 작았다. 결국,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을 토대로 베이즈 판단을 하는 경우에도 빈도를 생각할 때 정답과 근사한 답이 도출되었다.

 

수학 시간에 조건부 확률, 특히 베이즈 정리가 나왔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가 없다. 확률로 계산된 문제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 확률을 빈도로 바꾸어 보자. 문제가 쉽게 풀릴 것이다.

더불어, 자신의 이전 경험을 토대로 중요한 판단을 할 경우, 결과가 발생할 확률을 빈도로 생각해보자. 보다 정확한 판단이 가능해질 것이다.


* 이 연구 결과는 베이즈 추론 기반의 전문가 시스템을 개발하는 사람들도 눈여겨 봐야 할 것 같다. 주제 전문가에게 조건부 확률을 자문하려면, 확률이 아니라 빈도수로 묻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확률로 물어본다면 정확하지 않은 수치를 인공지능에 포함시킬 위험이 커진다.  

  1. Obrecht, N. A., Anderson, B., Schulkin, J. and Chapman, G. B. (2011), Retrospective Frequency Formats Promote Consistent Experience-Based Bayesian Judgments. Applied Cognitive Psychology. doi: 10.1002/acp.2816 [본문으로]

글: Ulterior Motives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사람들이 의사결정 시 사용하는 두 가지 전략이 있다. 한 가지 방법은 대안을 서로 비교하고 최적의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각각의 대안을 개별적으로 평가한 다음 최고로 평가되는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된다. 그의 책 "Source of Power"에서 게리 클라인은 전문지식이 적은 사람들의 경우 대안을 비교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전문가는 대안을 개별적으로 평가한다고 주장했다.

초보자가 전문가보다 비교를 많이 하는 이유는 Chris Hsee의 연구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연구는 대안을 서로 비교할 때 대안에 대한 평가가 쉬워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새로운 사전을 구입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당신이 특정 사전 안에 50,000 단어가 들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게 많은 건가, 적은 건가? 만약 여러분이 사전 전문가라면, 이 숫자가 적절한지 여부를 알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럼 이번엔 겨우 25,000 단어 밖에 들어있지 않은 사전을 찾았다고 가정해보자. 그제서야  50,000 단어가 수록된 사전이 좋은 사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Thomas Mussweiler와 Ann Chrstin이 2012년 Cognition에 게재한 논문[각주:1]은 사람들이 대안을 비교할 때 판단에 대한 확신도 커진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참가자들에게 비교하는 사고방식을 점화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복잡한 사진을 보여준 다음 두 사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적게 했다. 나머지 참가자들은 비교를 하지 않고 사진을 평가했다. 연구자들의 이전 연구에 의하면, 이 방법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차 과제에서 비교하는 성향을 증가시킨다. 
 

한 연구에서 참가자는 복잡한 사진을 본 다음, 세 가지 다른 브랜드의 휴대폰에 대한 설명을 봤다(브랜드 A, B, C라고 하자). 참가자들은 각 브랜드의 대한 설명을 충분히 숙지할 기회를 가졌다. 그 다음, 참가자에게 방금 전 설명했던 14가지 기능을 제시하고 이 중 어떤 기능이 브랜드 B에 포함되어 있었는지 물어봤다. 참가자들은 정답과 함께 정답에 대한 확신에 따라 0에서 10유로를 걸 수 있었다(이 연구는 독일에서 수행되었다). 내기에 건 돈이 높을수록, 참가자가 해당 기능을 브랜드 B의 기능이라고 확신함을 의미한다.

비교하는 사고방식이 점화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휴대폰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확신했다. 하지만 판단의 정확성은 큰 차이가 없었다.

자신감은 사람들의 선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다른 연구의 경우, 참가자에게 점심 식사 전 대학 식당의 메뉴를 제시한 다음, 어떤 메뉴를 먹고 싶은지 물어봤다. 이때 일부 참가자들에게는 메뉴를 고르기 전 비교를 하는 사고방식을 주입한 반면, 나머지 참가자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점심 식사 후, 참가자에게 자신이 실제로 무엇을 먹었는지 물어봤다. 비교하는 사고방식이 점화된 참가자는 자기가 먹기 원했던 음식을 실제로 고른 확률이 75%인 반면, 비교하는 사고방식이 점화되지 않은 참가자의 경우 50%였다.

이 연구들을 모두 고려해 볼 때, 만약 당신이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다면, 의사결정을 할 때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당신은 옵션들을 비교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비교는 결정에 대한 신뢰도도 증가시킨다. 따라서 당신은 자신이 느끼는 자신감이 자신의 의사결정 방식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1. Thomas Mussweiler, Ann-Christin Posten, Relatively certain! Comparative thinking reduces uncertainty, Cognition, Volume 122, Issue 2, February 2012, Pages 236-240, ISSN 0010-0277, 10.1016/j.cognition.2011.10.00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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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윌리엄 파운드스톤 (동녘사이언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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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인지심리 매니아


프라다 가방의 실제(진짜)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가 될까? 아이폰은? 이혼 시 위자료는? 이 질문에 정답이 있을까? 대부분 정답이 없다고 여길 것이다. 맞다. 우리는 여기에 대한 절대값을 파악할 수 없다.
 

이는 고전적인 정신물리학 실험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스티븐스(지각심리학 시간에 스티븐스의 법칙이라는 용어를 들어봤을 것이다)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감각의 절대값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5kg짜리 추를 들었을 때 이 추가 5kg이라고 정확하게 맞추는 사람은 드물다.

다만 5kg 추를 든 다음 10kg 추를 들었을 때 전자가 더 가볍다는 것은 알 수 있다. , 상대적 값은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스티븐슨은 검은색이란 테두리가 밝은 흰색이다라는 표현을 썼다. 우리는 이 색이 정말 검은색인지 판단할 수 없다. 오직 흰색과 비교했을 때만 이 색이 검은색인지 알 수 있다. 인간은 절대음감’에 약하지만 상대음감은 강하다.


인간은 단순한 감각 자극 뿐만 아니라 가격에 있어서도
상대 음감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모든 가격은 상대적으로 매겨진다. 어쩌면 프라다 가방의 실제 가치는 단돈 만원일 수도 있다(물건을 담고 다니는 기능만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매고 다니는 학교 가방이 만원이라면, 프라다 가방이 만원일 수는 없다. 명품 가방은 일반 배낭보다 비싸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라다 가방의 가격은 만원보다 훨씬 비싸야 한다. 우리가 절대적 가격이라고 여겼던 것이 실은 상대적 가격이었던 것이다. 프라다 가방은 배낭보다 비싸야 하기 때문에 수백만원이 된 것이며 진짜 가치가 수백만원이기 때문은 아니다. 결국 가격이란 다른 가격에 의해 결정되는 허상과도 같다.

 

가격은 없다비교앵커링이라는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경제학, 인지심리학 연구들을 통해 가격이 지극히 상대적이며 가변적임을 역설한다. 댄 애리얼리, 조지 로웬스타인, 드라젠 프렐렉이 발견한 일관된 자의성은 인간이 절대치를 판단할 때 무척 자의적이지만 상대적 가치는 안정적인 판단을 한다고 설명한다. 카네만과 트버스키가 발견한 앵커링은 인간의 숫자판단이 다른 숫자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연구 결과들을 통해 현실 세계의 가격이 왜 가변적인지 설명한다.

 

상대 음감에 예민한 인간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마케팅 전략들을 읽고 나면, 세상에 붙어있는 모든 가격표가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혹 정신을 차리고 그 물건의 절대적 가치가 얼마일지 생각해 보는, 아직 마케팅의 노예가 되지 않은 순수한 사람이 있을까? 필자는 얼마 전 자기 인생의 절대적 가치가 돈으로 얼마인지 순수하게 고민하는 청년을 보고 미소를 지은 적이 있다.



 

 

 



이정모 교수님이 아시아 대학 별 인지과학 관련 학과 목록을 올려주셨습니다.
목록 바로가기 


'데카르트의 오류'와 '스피노자의 뇌'의 저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 교수의 강연 동영상입니다.
인간의 의식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신경과학적 입장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전자통신연구소의 박문호 박사님이 영어를 친히 번역해 주셨네요.

동영상 보러가기



글: Ulterior Motives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우리는 종종 공평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 부모는 자녀들을 공평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고용주는 직원들이 작업 환경을 공평하다고 느끼게 만들고자 한다. 교육자는 학생들의 성적을 공평하게 보이는 방식으로 부여하려 한다.

물론 무엇이 공평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어린이들은 공평을 '동일한 취급'이라고 본다. 한 어린이가 다른 아이보다 더 큰 케이크 조각을 얻을 경우, 그 어린이는 "이건 불공평해요!"라고 외칠 것이다. 반면 직장의 경우, 모두가 동일한 임금을 받는다고 기대하지 않는다. 대신, 각자가 회사에 기여하는 만큼 돈을 받는게 공평하다고 본다.

2011년 12월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흥미로운 논문[각주:1]이 실렸다. Shoham Choshen-Hillel과 IIan Yaniv는 공평성 판단에 영향을 주는 요인인 '통제력'을 연구했다. 

심리학자들은 누군가 자신의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 때, agency가 있다고 말한다. agency가 높은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다. agency가 낮은 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다른 누군가에게 맡긴다.

본 논문의 연구는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에 대해 낮은 통제력을 가지고 있을 때, 자원을 똑같이 나눠가지려 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만약 통제력의 정도가 높다면, 비록 자신이 타인만큼 많이 받지 못할지라도 모두에게 최선이 되는 대안을 선호한다.

한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제품의 가격을 추정하는 과제를 수행하게 했다. 과제를 끝내는 데는 약 10분이 소요되었고, 참가자들은 $3를 받았다(연구는 이스라엘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실제로 10 세겔을 받았다).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과제를 하게 될 거라고 들었다. 연구자들은 agency가 낮은 조건의 참가자에게 만약 다른 참가자가 자신과 동일한 금액을 받거나(10 세겔) 또는 많은 돈을 받는다면(20 세겔) 어떨지 물어봤다.사람들은 두 가지 대안을 놓고 반반으로 나뉘었다. 즉, 절반은 타인도 자신과 동일한 금액을 받길 원한 반면 나머지 절반은 타인이 자신보다 많은 돈을 받아야 행복하다고 했다.

연구자들은 높은 agency 조건의 참가자에게도 다른 참가자가 자신과 동일한 금액을 받거나(10 세겔) 또는 많은 돈을 받는 대안 중(20 세겔)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했다. 이 경우, 80%가 넘는 사람들이 타인이 돈을 더 받아도 된다고 말했다. 즉, 사람들이 통제력을 가지고 있을 경우 전체 총합이 최적인 대안을 선택했다.
 

또 다른 연구의 경우, 연구자들은 높은 agency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임금이 낮아짐에도 불구하고 전체 총합이 최적인 대안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에서, 한 가지 대안은 참가자가 11세겔, 다른 사람은 10세겔을 받는 것이었다. 또 다른 대안은 참가자가 10세겔, 다른 사람이 20세겔을 받는 것이었다.

상황에 대한 통제력이 없는 참가자들은 자신이 타인보다 더 많이 받는 대안을 선택했다. 하지만 자신의 임금에 대해 통제력이 있던 사람들은 자신이 돈을 적게 받더라도 전체 총 임금이 많은 대안을 선택했다.

이것은 흥미로운 발견이다. 이 결과는 한 집단의 전반적인 소득을 최대화하려면, 구성원 모두를 자원 할당에 참여하게끔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경우, 사람들은 비록 자신이 많은 것을 받지 못하더라도 집단 전체에게 최적이 되는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다.

물론, 이 연구 결과가 액수가 큰 현실 세계에 그대로 적용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 연구에서 사람들은 $3에서 $6를 받았다. 만약 돈의 액수가 커진다면, 사람들이 다르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1. Choshen-Hillel, Shoham;Yaniv, Ilan, Agency and the construction of social preference: Between inequality aversion and prosocial behavior,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101(6), Dec 2011, 1253-1261. [본문으로]

얼마 전 이정모 교수님이 개인 블로그에 명상 관련 글을 올리셨다. 소개된 자료 중 김정호 교수님(덕성여대 심리학과)의 한국명상치유학회 2011년 추계 학술대회 강의동영상을 아래 링크했다.

강의동영상



글: 인지심리 매니아

평소 클래식을 좋아하던 필자는 어느 날 쇼팽의 추격이라는 곡을 듣고 나서 큰 감명을 받았다연주자의 손가락이 피아노 위를 날아다닐 때마다 경이로운 소리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그만 반한 것이다(쇼팽의 곡은 언제나 그렇지만). 연주자의 우아한 손놀림에 반해서 동영상을 수십번이나 반복해서 보던 중문득 저 곡을 칠 수만 있다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부터 이 말도 안되는 계획은 실행에 옮겨졌다. 하지만, 노다메 칸타빌레에도 삽입되었던 이 곡은(Etude 10-4) 연주하기가 정말 까다롭다. 선생님의 지도도 없이 초보자가 이런 대곡을 연주하겠다는 포부는 무모해보였다.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한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연습에 진전이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간신히 메트로늄으로 120에 도달할 수 있었지만, 연주의 정확성은 형편없었다. 슈베르트 즉흥곡 Op 90 No. 3을 완성하고 No. 2를 연습할 동안에도 쇼팽의 곡은 진전이 없었다. 다른 작품 2개를 완성할 동안 쇼팽의 곡 하나를 완성하지 못한 것이다.

어느 날, 무작정 연습을 하던 필자는 잠시 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왜 연습을 해도 효과가 없는 거지?” 그때부터 무작정 건반을 두들기는 대신, 연습방식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우선, 어떤 부분에서 연주가 막히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유난히 연주하기 어려운 특정 소절을 알아냈다. 그 다음 해당 부분을 연주하기 어려운 이유가 뭔지 고민해 봤다. 이유를 찾았다면 그 부분을 잘 연주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써야 할지도 함께 생각해봤다.

그 때부터 어떤 구절에서 손목 스냅을 쓸지, 힘이 약한 약지를 어떻게 보완할지, 어떤 구절이 실수를 유발하는지 의식하면서 연습하기 시작했다. 고군분투한 끝에, 연주 상태는 전보다 나아졌다. 아직도 원곡과 판이하게 다르지만, 두 배 정도 느리게 치면 그나마 정확히 칠 수 있다.

 

초보자가 주변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악기를 배우는 것은 고된 일이다. 초보자는 전문가에 비해 연습 방법이 서툴기 때문에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심지어 잘못된 습관을 습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불쌍한 사람들의 연습 효과를 향상시킬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일까?

메타인지 능력을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음악에서 말하는 메타인지는 곡의 특성이나 자신의 장단점, 어려운 소절을 만났을 때의 대응 전략을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전문가는 자신이 어떤 구절에 강하고 어떤 기술에 약한지 잘 알고 있다. , 문제를 만났을 때 거기에 알맞은 대응전략을 신속히 생각해낸다. 만약 초보자나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메타인지 능력을 활용한다면 외부의 피드백 없이도 자신의 기량을 점검할 수 있고, 연습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다. 정말 그럴까?

 

Applied Cognitive Psychology에 실린 한 연구[각주:1]그렇다라고 답했다. 연구자들은 음악을 전공하는 45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전통적 교수법과 메타인지를 강조하는 교수법을 병행해서 실시했다. Order 1에 속한 학생들은 메타인지 교수법을 먼저 접한 다음, 나중에 전통적 교수법으로 교육받은 반면, Order 2에 속한 학생들은 반대 순서로 교육을 받았다.
 




메타인지를 강조하는 수업은 아래 그림처럼 네 단계를 강조한다. 계획하기 단계에서는 연습하려는 곡의 특징, 패턴, 어려운 부분등을 파악한다. 그 다음 연주 단계에서는 자신의 연주를 귀기울여 들을 것을 강조한다. 평가 단계에선 자신의 연주에서 장단점을 파악하고 연주에서 사용한 전략을 되짚어본다. 마지막으로 새 전략 단계에선 효율적이지 않은 전략 대신 새로운 전략을 모색한다. 이 교수법의 핵심은 학생이 자신의 연주상태를 스스로 모니터링하게 하는 데 있다.


실험 결과 메타인지 교육의 우수성이 입증됐다. 첫 단계(Time 1)만 놓고 비교해 봤을 때, 메타인지 교육을 받은 학생은 전통적 교수법으로 배운 학생보다 리듬 면에서 우수했다. 하지만 두번째 단계(Time 2)에서는 차이가 사라졌다. , 모든 집단이 메타인지 교육을 받은 다음부터는 차이가 없어진 것이다.

, 전통적 교수법을 먼저 접한 다음 나중에 메타인지 교육을 받은 학생은 수행이 큰 폭으로 향상했다. 이는 메타인지 교육이 일반 교수법보다 우수함을 보여준다. 처음부터 메타인지 교육을 받은 학생의 경우 나중에 전통적 교수법으로 배우더라도 초반에 얻었던 교육의 효과를 잃지 않았다.

 
 
메타인지는 전문가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아닌 것 같다. 초보자나 전공생이라도 자신의 실력을 꾸준히 모니터링한다면 연습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음악을 전업으로 삼지 않는 일반인의 경우 연습량이 매우 적은 편인 만큼, 메타인지를 적극 활용해서 효율을 높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1. MEGHAN BATHGATE, JUDITH SIMS-KNIGHT, CHRISTIAN SCHUNN, Thoughts on Thinking: Engaging Novice Music Students in Metacognition, Applied Cognitive Psychology, 2011 [본문으로]



글: Choke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부모의 언어습관은 자녀에게 큰 영향을 준다. 자녀가 부모의 언어와 행동을 모방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Developmental Science 저널이 지난주 소개한 연구[각주:1]에서, 심리학자 수잔 레빈와 연구팀은 부모가 자녀에게 공간 관련 단어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에 따라 (물체의 공간적 특징이나 속성을 말해 주는 것. 예, 크다, 길다, 원형이다, 둥그렇다, 날카롭다) 자녀의 학령 전 문제해결 능력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머리 속에서 물체를 회전하거나 복잡한 그래프를 읽는 능력은 수학 및 과학 문제를 풀기 위해 중요하다. 또, 공간 능력은 일상 생활에도 필수적이다. 신문에서 그래프를 읽거나 길거리를 걸을 때도 공간 능력은 중요하다. 레빈 박사와 동료들은 자녀의 공간능력이 부모에 의해 상당부분 결정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부모와 자녀의 대화를 관찰하기 위해 자녀가 생후 14개월일 때부터 4개월마다 한번씩 가정을 방문했다. 장난감 갖고 놀기, 책 읽기, 식사, 간식 등 부모와 자녀의 일상생활은 모두 녹화되었다. 자녀가 4.5세가 될 무렵 연구자는 마음 속에서 물체를 회전하는 문제를 자녀에게 풀게 했다.

조사 결과, 부모들이 공간과 관련된 언어를 사용하는 양태는 매우 다양했다. 어떤 부모는 공간과 관련된 단어를 자주 쓰는 반면(주당 2000단어), 다른 부모는 거의 쓰지 않았다(주당 20단어). 재미있는 사실은 부모가 공간적 언어를 자주 사용하면 자녀 역시 공간적 언어를 자주 사용하며, 이 자녀들은 커서 공간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우수했다는 점이다.

부모의 단어 사용이 어떻게 자녀의 공간 능력에 영향을 미친 걸까? 한 가지 가능성은 공간적 단어가(크다, 길다, 둥글다, 구부러졌다) 공간적 사고를 향상시켰을 거라는 점이다. 이런 단어들을 자주 듣거나 사용하면 평소 주목하지 못했던 물체 간 관계에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

부모의 언어가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자세히 밝히려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어쨌든, 자녀의 공간 능력을 향상시키려면 공간과 관련된 말을 자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1. Pruden, S. M., Levine, S. C., & Huttenlocher, J. (2011). Children's spatial thinking: does talk about the spatial world matter? Developmental Science, 14, 1417-1430 [본문으로]

 
글: 인지심리 매니아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인간에게 가져다 준 혜택 중 하나는 멀티태스이다. 과거 TV는 방송국에서 전송되는 영상만 볼 수 있었고, 그 외에 다른 기능은 전무했다. 집전화도 전화를 받고 거는 것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모든 일상을 멀티태스킹으로 바꾸어 놓았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게임을 하면서 채팅을 하고, e-learning과 동시에 온라인 사전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이런 현상을 더욱 가속화했다. 지하철에 잠깐만 서 있으면 스마트폰으로 mp3를 들으며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친구와 통화까지 하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혁신적인 발명품들이 인간의 일상을 정신없게 바꾸어 놓았다.

현대인들을 보고 있으면 외발 자전거 위에서 저글링과 접시 돌리기를 동시에 하는 곡예사가 떠오른다. 멀티태스킹은 때론 정말 묘기처럼 보이기도 하며, 심지어 능력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사람을 보면, 뛰어난 업무능력을 타고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곡예 뒤에는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이 있다. 바로 산만함이다.

Ophir, Nass, Wagner는 2009년 PNAS에 게재한 논문[각주:1]에서 각종 온오프라인 매체를 동시에 사용하는 사람이 인지적 통제력을 잃어버린다고 주장했다. 연구자들은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먼저 사전설문으로 heavy media multitasker(HMM) light media multitasker(LMM)를 뽑았다. 이 사전설문은 참가자가 평소 특정 매체를 사용하면서 다른 매체를 동시에 사용하는 정도를 측정했다(예를 들어 음악을 들으면서 카톡을 자주 사용한다면 자주라고 기재한다). 이렇게 총 12개의 매체에 대해 다른 매체와의 동시 사용 빈도를 기재하게 한 다음 점수들을 합하면 그 사람의 멀티태스킹 빈도를 알 수 있다(자세한 내용은 논문 참조). 연구자는 이 점수를 근거로 HMM LMM을 나눈 다음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일련의 과제를 수행했다. 이 과제들은 Filtering 과제, AX-CPT 과제, n-back test 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방해자극을 걸러내거나(Filtering), 무시하는(AX-CPT, n-back test) 능력을 측정한다.

Filtering 과제의 경우 여러 개의 도형을 보여준 다음, 검사 단계에서 target 도형의 각도가 달라졌는지 판단한다. 이 과제는 주위의 방해자극(파란 직사각형) 개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난이도가 높아진다.

(Test 단계에서 빨간색 도형의 기울기가 달라졌는지 판단한다)


AX-CPT
과제의 경우 일련의 글자 쌍에서 찾고자 하는 쌍이 출현할 경우 ‘YES’버튼을 누른다. 만약 A를 다음 제시되는 X를 찾으라고 지시할 경우, 검사단계에서 A 다음 X가 나오면 Yes, 그 외의 경우는 No 버튼을 누른다.

)

목표 : A 뒤에 제시되는 X 찾기

검사단계 : A -> Y (No 버튼을 누른다)

          A -> X (Yes 버튼을 누른다)

연구자들은 AX-CPT 과제를 약간 변형시켰다. 변형한 과제의 경우, A X 사이에 다른 (하얀색)방해 글자들이 제시된다. 참가자는 중간에 어떤 글자가 나오든 간에 빨간색 A 다음 빨간색 X가 제시되면 Yes 버튼을 눌러야 한다.

)

목표 : A 뒤에 제시되는 X 찾기

검사단계 : A(빨강) -> X(흰색) -> K(흰색) -> Y(빨강) (No 버튼을 누른다)

          A(빨강) -> X(흰색) -> Y(흰색) -> X(빨강) (Yes 버튼을 누른다)

 

실험 결과, 평소 멀티태스킹을 많이 하는 사람(HMM) Filtering 과제에서 방해자극 개수가 많아질수록 수행능력이 떨어졌으며, AX-CPT 과제의 경우도 방해글자가 있을 경우 반응시간이 길어졌다.

 

Filtering 과제


AX-CPT



, HMMn-back test에서 난이도가 높아짐에 따라 정답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연구자는 평소 멀티태스킹을 하는 사람이 관련없는 정보를 무시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쓸모없는 정보에 주의를 뺏기게 된다. HMM은 빨간색 도형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파란색 도형에 한눈을 팔았고, 하얀색 X 때문에 헷갈려하고, 둘 또는 세 글자만 기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이전 글자를 지우지 못해서 잘못된 응답을 하고 말았다.

멀티태스킹이 이처럼 간단한 과제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학업이나 업무효율성에는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직접 느끼지 못하지만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아니면, 그 이상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 뇌는 이미 멀티태스킹을 통해 상향처리를 하는 산만한 두뇌로 변모하는지 모른다. 최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인 니콜라스 카는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우리 뇌를 바꾸어놓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염려했던 바가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니콜라스 카 역시 이 논문을 인용하고 있다).

 

우리는 곡예사가 아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각종 매체를 저글링하는 사람의 뇌는 통제 능력을 상실한다. 그때부터 그 사람의 정신상태는 본인의 통제 하에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정보 홍수 속에서 중심을 잃고 끊임없이 떠다니는 나뭇잎 같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1. Eyal Ophir, Clifford Nass, and Anthony D. Wagner, Cognitive control in media multitaskers PNAS 2009, doi:10.1073/pnas.0903620106 [본문으로]



글: Frontal Cortex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인간의 창의성이 가지는 모순 중 하나는 제약이 창의성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창의성이 자유를 전제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의 창작 과정은 엄격한 규칙과 요구조건에 구속받는다. 팝송은 코러스와 후렴을 가진다: 교향곡은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5개의 막을 가진다: 화가는 초상화의 패턴을 따른다.

이러한 현상 중 가장 좋은 예는 '시'일 것이다. 보통 시는 일반적인 언어로부터 해방된 것처럼 보인다 - 시인은 문법과 구두점의 규칙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는 haikus, sestets 및 소네트처럼 엄격한 문학적 양식에 따르고 있다. 이런 양식이 창조적 활동을 더 어렵게 만듦에도 불구하고 왜 시인들이 양식을 고수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시인은 자유로운 시를 쓰는 대신 구조적 제약 때문에 좌절한다. 왜 그럴까?

암스테르담의 대학의 Janina Marguc이 성격과 사회 심리학 저널에  발표한 새로운 연구[각주:1]는 흥미로운 대답을 제공한다. 이 논문은 형식상의 제약이 예상치 못한 심리적 진보로 이어지고, 사람들로 하여금 포괄적인 방식으로 사고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이 논문의 도입부는 다음과 같다.

일상 생활은 장애물로 가득차 있다. 도로를 차단한 건설 현장, 집중을 방해하는 동료의 잡담, 부모의 일상을 방해하는 갓난아기, 야심찬 계획을 방해하는 자원의 부족. 사람들은 이런 장애물에 대해 어떤 인지적 반응을 보일까? 성취를 방해하는 장애물이 지각과 정보처리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이 연구에서, 우리는 제약이 전역적 대 지역적 처리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자 한다. 우리는 사람들이 장애물을 만났을 때 문제에서 한 걸음 물러나서 전역적이고 게슈탈트적인 처리방식으로 '큰 그림'을 보고, 관련없어 보이는 정보들을 개념적으로 통합한다고 제안한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심리학자들은 여러 가지 기발한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실험의 경우, 스물 다섯명의 학생들에게 일련의 구두 철자 바꾸기 퍼즐(anagram)을 풀게 했다. 학생 중 절반은 anagrams을 푸는 동안 과제와 관련없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들었다(제약 조건). 그 다음, 참가자 전원은 전역적 대 지역적 지각을 평가하는 테스트를 받았다. (일반적으로 전역적인 처리는 창의적 해결책을 내놓는데 적합하다. 전역적 처리가 사람들로 하여금 끊어진 연결고리를 쉽게 찾도록 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청각적 방해물에 노출되었던 참가자들이 전역적인 지각 방식을 보였다. - 사물의 디테일한 측면보다 전체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여주면 이 학생들은 글자가 (시계 방향 순서대로) E, S, H, A라고 응답했다.

(반대로, 장애물에 노출되지 않은 참가자는 A, H, S, E가 보인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세부적인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변화를 '지각적 범위'의 확장이라고 일컫는데, 문자 그대로 장애물이 참가자가 인식할 수 있는 범위를 확장하는 것을 말한다.장애물과 씨름하는 과정에서 전체를 보는 시각을 갖게 된 것이다 .

제약은 인식의 가능성만을 확대하지 않는다 - 개념적 범위도 확장함으로써 무한한 가능성과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 실험에서, anagram을 푸는 동안 임의의 숫자 목록을 들었던 참가자들은 - 즉 제약 조건에 할당되었던 참가자들은- 개념적 범주화의 유연성이 증가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전화"를 "가구"보다 가전 제품이나 통신 기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약 조건에 할당되었던 사람들은 - 과제를 푸는 동안 소음을 극복해야 했다 - 전화가 가구와 관련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유연성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할 때 유용하다.

마지막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어려운 과제에 몰두하는 사람일수록 장애물이 미치는 효과가 커짐을 보여주었다(과제가 너무 어려우면 사람들이 중도에 포기하기 마련이다). 이 실험에서 학생들은 컴퓨터 미로 게임을 풀었다. 몇몇 학생의 경우 미로가 장애물로 막혀 있어서 출구를 알아내기 힘들었다. 그 다음, 참가자는 remote associates test라는 창의성 검사를 받았다. 참가자는 세개의 단어를 본 다음 - 예를 들어 "envy", "golf", "beans" -, 이 단어들과 연관된 네 번째 단어를 대답해야 한다. (정답은 "green"이다). 흥미롭게도, 장애물에 먼저 노출되었던 학생들은 remote associate puzzles을 40%나 더 많이 풀었다. 제약이 학생들을 창조적으로 만든 것이다​​; 상상력은 방해와 싸우는 것에서부터 나온다.

두뇌의 신경이 거의 무한대의 가능성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비됨을 의미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창의성보다 효율성을 우선하게 된다; 우리는 (글을 빨리 쓰기 위해, 즉 효율성을 위해)자유로운 산문을 생각하며, 상징적 시를 쓰지 않는다. 하지만 제약은 중요하다: 우리가 예상치 못한 제약에 조우할 때, 인지적 고리가 느슨해지고 비정상적인 연결고리가 무의식 속에서 나타난다. 

연구 결과들은 과제에서 장애물과 조우하는 것이 전역적, 게슈탈트적인 처리방식을 유도하며, 관련없는 과제로 이어짐을 보여준다. 이 때 사람들의 지각이 확장되고, 정신적 범주가 개방되고, 관련없는 개념들이 통합된다.

이것이 우리가 시에서 양식을 고수하는 이유다. 소넷의 문법적 요구조건은 일종의 인지적 방해물이며, 우리로 하여금 전역적인 방식으로 사고하게 한다. 만약 시인이 자신의 작품에서 난처한 상황에 빠지지 않는다면, 그들은 상용구와 진부한 표현을 고수했을 것이고, 뻔한 형용사와 동사만을 썼을 것이다. 시가 세 음절의 라임을 또는 약강격 체계에 맞는 형용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 시들이 예상치 못한 연결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폴 발레리가 말했듯: "만약 누군가의 상상이 그의 작품속에 내재한 역경에서 비롯되었다면 그는 시인이고, 만약 그의 상상이 그들에 의해 무뎌졌다면 그는 시인이 아니다"

우리는 상자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족쇄를 차야 한다.

  1. Stepping back to see the big picture: When obstacles elicit global processing. Marguc, Janina; Förster, Jens; Van Kleef, Gerben A.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101(5), Nov 2011, 883-901. doi: 10.1037/a0025013 [본문으로]


글: 인지심리 매니아
 

인터넷과 모바일이 발달하면서 학습 방법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E-learning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을 뿐만 아니라, iPad로 책을 읽거나 필기를 하는 사람도 목격할 수 있다. 옛 사람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와서 현대인의 학습 방법을 구경한다면 무척 놀랄 것이다. 

최근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들이 출현하기 시작하면서 정보 관리가 용이해졌다. 일단 사용자가 클라우드 서비스에 파일들을 업로드하면, 데스크탑이나 휴대폰 등 기기에 구애받지 않고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이런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중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에버노트(Evernote). 에버노트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사용자의 노트 필기를 관리할 수 있으며, 그 외에도 웹의 텍스트나 이미지를 저장하거나 할일 목록을 관리하는 기능도 포함하고 있다. 웹이나 모바일 App으로 모두 접속이 가능한 이 서비스는 2011 6월 현재 가입자 수가 천만 명을 넘은 상태다. 

만약 에버노트 App을 학습에 활용한다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우선, 학교에서 한 필기를 집이나 다른 곳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학습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스마트폰으로 필기 내용에 접근하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습자료에 접근하는 횟수가 증가할 것이다. 셋째, 접근의 용이성으로 인해 학습내용을 필요할 때마다 활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실험

Schepman, A 등은 대학생에게 에버노트를 학습 도구로 활용하게 하는 실험[각주:1]을 진행했다. 연구자들은 학생들에게 에버노트의 사용법을 알려준 다음, 약 두 달 뒤 학생들의 서비스 사용기록, 서비스에 대한 주관적 태도 등을 측정했다. 이 연구는 특히 에버노트를 데스크탑으로 이용한 학생과 모바일로 이용한 학생들의 데이터를 비교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 그 중 흥미로운 결과만을 뽑아서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스마트폰이 유비쿼터스 학습을 돕는지 살펴보자. 예상대로, 스마트폰(83) 이용자가 데스크탑 이용자(51)보다 훨씬 다양한 장소에서 서비스에 접속했다. (카이 검증 X자승 = 2.95, df = 1, p = 0.05, 기대값은 69.6 VS 73.1). 하지만 모바일로 어디에서나 접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전체 사용 횟수의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 다음, 에버노트 모바일 App이 사용횟수를 증가시키는지 살펴보자. 예상과 달리, 스마트폰 사용자와 데스크탑 사용자 간 사용 횟수의 차이는 없었다. note (t(53) = -1.20, p > 0.05) notebook (t(53) =-0.36, p > 0.05).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서비스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했는지 살펴보자. 연구자들은 이 서비스가 학습시 Reflection을 촉진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Reflection[각주:2][각주:3]은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현장 경험과 통합하는 과정을 말한다. 학생들이 문제 해결 과정에 직면했을 때 모바일로 어디서든 학습 내용에 접근할 수 있다면, Reflection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노트들을 목적별로 분류하고 그 개수를 센 다음, 전체 노트의 수로 나눠서 백분율을 계산했다. 분석 결과 스마트폰 이용자와 데스크탑 이용자 간 Reflection에 차이는 없었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스마트폰 사용자가 에버노트를 아이디어 노트로 활용하는 경향이 크다는 점이다 t(45.78) = -2.93, p < 0.005,


결론 

클라우드 기반의 노트 필기 서비스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장점이 십분 발휘되지 못하는 것 같다. 학생들은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노트에 접근할 수 있을지라도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에버노트는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어두는 공간으로 활용하기는 적합해 보인다.

이 결과는 온라인 학습을 활용하려는 교육자에게 몇 가지 질문을 남긴다. 접근성이 용이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왜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지, 또 학습내용을 복습하거나 활용하는 데 서비스가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연구하지 않고 무작정 서비스를 학생들에게 소개한다면 그 활용가치가 반감될 것이다. 이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기획하는 기업 역시 함께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1. Schepman, A., et al. An observational study of undergraduate students’ adoption of (mobile) note-taking software. Computers in Human Behavior (2011), doi:10.1016/j.chb.2011.09.014 [본문으로]
  2. Aubusson, P., Schuck, S., & Burden, K. (2009). Mobile learning for teacher professional learning: Benefits, obstacles and issues. ALT-J: Research in Learning Technology, 17(3), 233–247. [본문으로]
  3. Boud, D., Keogh, R., & Walker, D. (1985). Reflection: Turning experience into learning. London: Kogan Page. [본문으로]



글: 인지심리 매니아

어느 날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한 여학생을 발견했다. 무심코 지나쳐서 신호등을 건넌 다음 10분쯤 더 달리다가, 그만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해서 방향을 돌렸다. 좀전에 지나쳤던 신호등에 다시 도착했을 때 여학생은 사라지고 없었다.

텅빈 정류장을 지나치면서 갑자기 묘한 느낌을 받았다. 짧은 시간이 경과했을 뿐인데 방금 전 정류장에 서 있던 사람이 사라지고 없다. 너무 당연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묘한 느낌을 받은 이유는 현상의 변화무쌍함 때문이었다. 시간이라는 태엽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세상 그 어떤 것도 변화하거나 소멸하지 않을 수 없다. 주위를 둘러싼 환경은 그 어느 것도 고정된 것이 없다. 우리는 영화 '큐브'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처는 제자들에게 이 세상의 모든 현상들이 계속 변화하며 늙는다고 설명했다.

모든 조건지어진 현상은 아닛짜(무상)라고

내적 관찰의 지혜로써 이렇게 보는 사람은

둑카(고, 苦)에 싫어함을 갖나니

오직 이것이 청정에 이르는 길이다.

- 법구경 277 -


사람들은 현상이 무상함을 알지 못하고 영원하다고 착각함으로써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정말 사실일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정말 '무상'이라는 진리를 깨닫지 못할까? 정말 만물이 영원하다고 생각할까?

만약 사람들이 현상을 영구적이라고 믿는다면, 현상이 출현해서 소멸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할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필자는 이 가설을 검증코자 성균관대 인지심리학 동아리 '심리학의 꽃' 학생들과 페이스북 인맥들에게 짧은 설문지를 배포하는 엉터리 실험을 진행했다.

설문지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 철근 콘크리트 건물 수명

2. 음식점의 평균 수명

3. 푸들의 평균 수명

4. 중소제조업의 평균 수명

5. 대기업의 평균 수명

6. 직장인의 평균 이직 주기

7. 결혼 후 이혼까지의 평균 동거 년수


만약 사람들이 현상을 영구적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면, 현상의 지속기간을 과대평가할 것이다. 따라서 참가자의 응답은 정답에서 +방향으로 벗어난 분포를 보일 거라고 추측할 수 있다.

작성한 설문지를 회수한 다음, 분석을 위해 각 문항의 편차 점수(응답-정답)를 구하고 One-sample t 검증(검증값=0)을 해 봤다. 문항별 분석 결과는 아래와 같다.



  N
편차 평균
표준 편차
t
 유의확률
 콘크리트 건물
 12  -8.0833  18.54948  -1.51  .159
 음식점  11  2.1364  2.0505  3.456  .006
 푸들  13  -2.2308  3.56263  -2.258  .043
 중소기업  12  -2.8833  5.24765  -1.903  .083
 대기업  12  2.15  14.47961  .514  .617
 이직주기  12  2.25  1.71226  4.552  .001
 결혼~이혼  12  -1.8333  11.59807  -.548  .595



평균 0에서 벗어나 있는 문항은 3개 문항이었으며, 그 중 두 문항의 편차 점수가 양수였다. 결국 음식점과 이직주기를 제외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정답을 잘 맞췄거나 오히려 과소평가했다.

그 다음 문항간 분석을 위해 각 문항의 편차 평균을 대상으로 T-test를 실시했다. 그 결과 평균은 -1.21, t=-.848, p=.429였다. 즉, 전체 문항들을 분석했을 때도 편차는 0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즉, 사람들의 응답이 대체적으로 정답에 근접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현상의 지속기간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실험에 몇 가지 문제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먼저, 가설이 논리적으로 타당한지 의문이다. 두번째로, '현상'이라는 개념이 워낙 광범위해서 실험에 사용한 문항만으로 포착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는 실험법을 사용하지 않고 사람들의 반응을 단순히 기술했다는 한계가 있다.

실험 결과를 놓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어쩌면 부처의 말처럼 우리는 무상이라는 개념에 무지할지 모르고, 이렇게 간단한 설문지만으로는 그런 무지를 포착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누군가 좀 더 정교한 실험을 한다면,  '무상'이라는 깨달음을 방해하는 인지적 편향이 우리 안에 있음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Chandrahadi Junato/Flickr


글: The Frontal Cortex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심적 상태는 아무 자극이 없을 때 권태에 빠진다 시인 Joseph Brodsky는 지루함을 '심리적 사막'이라고 표현했다. 인지적 사막은 당신의 침대에서 시작해서 지평선을 쫓아낸다." 시계 바늘은 멈추었고, 의식의 흐름은 느려진다. 우리는 지금 여기 있지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싶다.

그러나 브로드스키가 언급했듯이, 지루함과 그 동의어는 창의성의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지루함은 당신의 창이다"라고 시인은 말했다. "일단 이 창이 열리면 그것을 닫으려 하지 말고 반대로 활짝 열어라."

브로드스키가 옳았다. 비밀은 지루함 자체에 있지 않았다. 비밀은 지루함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게 만드는지에 있었다. 사람들이 단조로움에 빠질 경우, 특수한 형태의 사고(mind wandering)와 뇌 활동이 나타난다. 효율성에 집착하는 문화에서 mind wandering은 게으른 습관으로 폄하되었으며, 우리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 일어나는 사고라고 생각되었다. (프로이드는 mind-wandering을 "유아적" 사고의 예로 보았다). mind-wandering은 게으름의 신호일 뿐이며, 생산성과 관련이 없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신경과학은 mind-wandering에 대한 관점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우리 마음은 놀라울 정도로 왕성하게 돌아다닌다. 지난해 하버드대 심리학자 Daniel Gilbert와 Matthe A. Killingsworth는 Science에 흥미로운 논문을 게재했는데, 이 논문은 우리가 마음의 블랙홀로 숨어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과학자들은 2,250명의 참가자에게 아이폰 어플을 통해 무선적으로 자신의 현재 활동과 행복 수준을 체크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전체 시간의 46.9퍼센트를 mind-wandering에 할애하고 있었다. 마음이 방황하지 않는 유일한 시간은 '사랑을 나눌 때' 뿐이었다. 그것만큼은 집중할 수 있었다.

마음이 방황할 때 뇌 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많은 일이 일어난다. 2009년, UBC의 Kalina Christoff과 UCSB의 조나단 Schooler 팀은 백일몽 중의 두뇌 상태를 포착하기 위해 fMRI를 통해 "경험 샘플링"을 사용하였다. (mind-wandering 상태는 유도하기 쉽다. 참가자에게 지루한 과제를 시키면 마음이 곧 방황하기 시작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mind-wandering은 왕성한 대사를 동반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었다. - 당신의 피질은 mind-wandering 동안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다 - 이 연구는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의 과정을 명료화했다.

mind-wandering을 자기 보고하거나 행동 측정(현재 과제 수행 에러율)을 통해 관찰할 때 medial prefront default network 부위가 활성화되었다. mind wandering은 default network와 함께 executive network의 활성화를 동반했으며, 과제와 관련없는 생각이나 집행 기능의 자원으로 예측이 가능했다. 마지막으로, default나 executive network region은 참가자가 자신의 마음이 돌아다니는 사실을 알지 못할 때 강하게 활성화되었다. 이는 mind-wandering이 메타 인식의 부재 시 강하게 활성화됨을 말해준다. default 와 executive network가 병렬적으로 활성화됨은 - 두 영역은 지금까지 반대로 작용한다고 여겨졌다 - mind wandering이 반대로 작용하는 두 네트워크를 협력하게 만드는 독특한 심적 상태임을 의미한다.

여기서 두 가지 사실이 중요하다. 첫번째는 기본 네트워크(default network)의 정의다. 그 의미는 문자 그대로다: 우리는 별 다른 노력없이도 쉽게 백일몽에 빠질 수 있으며, 따라서 이는 사고의 디폴트 모드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디폴트와 집행 기능의 동시적 활성화다. 이는 mind-wandering이 우리가 생각한 것만큼 의식이 없는 상태가 아님을 말해준다. (집행 기능의 활성화가 그 이유다). 대신 백일몽은 꿈과 집중한 상태의 중간 단계로 보이며, 깨어 있지만 현재에 온전히 머물러 있지 않은 상태다.

지난 주, 오스트리아 과학자들이 이 주제를 확장한 논문[각주:1]을 PLoS One에 실었다. 이들은 17명의 unresponsive wakefulness syndrome(UWS) 환자와 8명의 minimally conscious state(MCS)환자, 26명의 정상인을 조사했다. 연구자들은 연구를 통해 의식의 단계별로 뇌의 상태에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중요한 차이점은 unresponsive 환자의 대부분이 디폴트 네트워크를 끄는 능력이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이 불쌍한 환자들은 자신만의 백일몽에 갇혀 있으며, 집행 기능을 통해 바깥 세상으로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 어려움을 의미한다. (디폴트 네트워크를 끄지 못하는 문제는 알츠하이머나 정신분열증 환자에게서도 관찰된다). 그 결과 그들 마음의 눈은 항상 내면 세계로 향해 있는 것이다.

mind wandering과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소개할 연구는 Schooler의 연구실에서 진행되었다. 그는 지속적으로 mind-wandering에 빠지는 사람이 - 스쿨러는 참가자에게 전쟁과 평화의 한 부분을 보여주었다. 그 다음 참가자가 다른 생각을 하기까지 걸린 시간을 측정했다 - 창의성의 여러 측정치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모든 백일몽이 새로운 영감을 내는 데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스쿨러는 그의 실험에서 두 가지 유형의 공상을 구분했다. 첫 번째 유형은 참가자가 자신이 백일몽 중이었음을 연구자를 통해 깨닫게 된 경우(보통 실험 도중 연구자가 갑자기 개입해서 지금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물어본다 - 역자 주) 일어났다. 그들은 자신의 마음이 돌아다닌다는 사실을 알아챌 경우 버튼을 누르기로 되어 있었지만, 버튼을 누르는 데 실패했다. 두번째 유형의 공상은 참가자가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깨달을 때 발생했다. - 자신의 마음이 돌아다닌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 Schooler의 데이터에 의하면, 자신의 mind-wandering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은 창의성이 증가하지 않았다.

핵심은 단순히 백일몽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마음이 돌아다니게 놔 두는 것은 쉽다. 보다 어려운 것은(그리고 중요한 것은) 메타 인식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야 샤워나 운전 중 좋은 생각이 떠올랐을 때 알아차리고 노트에 적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좋은 생각을 버리지 않을 수 있다.

모든 결과를 종합할 때, 연구 결과들은 mind wandering이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우리는 인생의 절반 정도를 백일몽에 할애한다 -, 또한 개발해야 할 능력이라고 말해준다. (물론 최악의 시나리오는 심각한 뇌손상이 백일몽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걸 불가능하게 만드는 경우일 것이다). 우리는 의식을 완전히 잃는 대신 자기 지각을 유지해서 뇌의 집행 부위가 활동하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권태는 인지적 선물이지만, 적절히 통제되어야 한다. 우리는 보다 더 나은 방법으로 지루함에 빠질 수 있다.

  1. Crone JS, Ladurner G, Höller Y, Golaszewski S, Trinka E, et al. 2011 Deactivation of the Default Mode Network as a Marker of Impaired Consciousness: An fMRI Study. PLoS ONE 6(10): e26373. doi:10.1371/journal.pone.0026373 [본문으로]



글: 인지심리 매니아

다음 가상의 시나리오를 읽어보자.


어느 교수님의 기말평가 방식은 이상하기로 유명하다. 팀원 중 기말고사 문제를 3개 이상 틀린 사람이 있을 경우 전체 팀원이 무조건 B 학점을 받기 때문이다. 이 수업을 듣고 있는 1조 팀원 A, B, C, D는 기말고사에서 각각 4, 1, 2, 3문제를 틀렸다. 결국 조원 전체는 B를 받게 되었다.

그렇다면 조원 전체가 B를 받게 된 사태에 대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A인가? D인가?


Common Effect 상황에서의 귀인 방식

여러 원인이 결과에 공동으로 기여를 하는 경우(Common Effect), 사람들은 그 중 어떤 원인에게 결과의 책임을 지울까? 다양한 이론들이 인간의 책임 판단 과정을 설명하고자 했다. 가장 직관적인 설명은 Matching Model이다. 즉 A는 4, B는 1, C는 2, D는 3만큼 결과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직관적으로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 B와 C는 아무 잘못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설사 B와 C가 열심히 노력해서 문제를 더 많이 맞혔다 할지라도 A와 D 때문에 B학점을 받는 건 피할 수 없다. 결국 B와 C에게 1, 2만큼의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두번째 설명은 반사실적 모델(Lewis, 1973)이다. 이 방법은 사건이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할 때 원인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설명한다. 먼저 원인과 결과 사건이 발생할 것, 두번째로 원인이 없었다면 결과가 없었을 것이라는 가정이 충족되어야 한다. 타당한가? 이 주장 역시 이상해 보인다. A가 3문제 이상을 틀리지 않았다면 B학점을 맞는 결과도 없었을 테니까 A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가? 아니다. 설사 그랬더라도 D가 3문제를 틀릴 것이기 때문에 결과는 똑같다. 그렇다면 A는 결과에 대해 아무 책임도 없다. 이는 D도 마찬가지다. 결국 A와 D 모두에게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상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Lagnado는 이 주제에 관한 연구결과[각주:1]를 2010년 Cognition에 게재했다. Lagnado는 Matching Model과 반사실적 모델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Structural Model을 주장했다. 이 모델은 반사실적 추론을 약간 수정한다. 일단 발생하지 않았으면 결과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정을 충족하는 원인을 모두 결과의 원인으로 지목한다(A와 D). 그 다음 A와 D의 책임을 조정한다. A와 D는 각각 1/(n+1)의 책임을 지게 된다. 여기서 n은 ‘해당 원인의 결과 기여가 결정적이기 위해 바뀌어야 하는 조건의 수'를 의미한다. A가 4문제를 틀린 것이 결과 발생(B학점)에 결정적인 원인이 되려면, D가 2개 이하로 틀려야 한다. 즉, D 한사람의 조건만 변하면 되므로 n은 1이 된다. 결국 A와 D는 각각 1/2만큼 책임을 지게 된다.


삼각형 세기 게임

연구자들은 이 모델이 실제 인간의 귀인 전략을 잘 설명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삼각형 세기 게임을 고안했다. 참가자들은 4명이 한 조를 이루어 컴퓨터를 통해 삼각형 게임을 진행한다(사실 이 중 3명은 컴퓨터다). 참가자는 그림 속에서 삼각형이 몇 개나 들어있는지 센 다음 정답을 입력한다. 각 문제를 풀고 난 다음에는 각 참가자의 정답률이 공개된다. 만약 그림 속 삼각형 개수가 10개인데 8개라고 적었다면 Deviation=2로 표시가 된다.



실험은 총 3조건으로 나뉘는데 그 중 Least조건만 보기로 하자. Least조건의 경우, 4명 중 한명이라도 Deviation이 3 이상일 경우 정답을 못 맞춘 것으로 간주한다. 글의 맨 처음에 소개했던 팀플 이야기와 유사한 상황이다.

그 다음, 참가자는 각 조원들이 결과에 얼마나 책임이 있는지를 1~10으로 평정한다. 연구자들은 이 점수를 Matching Model, 반사실적 모델, Structural Model의 예측과 비교한 다음, 어느 모델이 참가자의 데이터를 잘 설명하는지 분석해 봤다. 분석 결과, Structural Model이 다른 모델보다 참가자의 책임 평정 점수를 잘 설명했다.


1박 2일 출연자들의 시청률 기여도

결국 Structural Model은 인간의 귀인 전략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모델을 응용하면 재미있는 예측도 해 볼 수 있다. 1박 2일이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강호동을 시청률의 원인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강호동이 하차하고 나서도 1박 2일의 시청률은 여전히 높다. 그럼 시청률의 원인은 다른 출연자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Structural Model은 시청자가 각 출연자의 시청률 기여도를 어떻게 지각하는지 예측할 수 있다. 남은 출연자는 강호동의 하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청률에 큰 기여를 하고 있으므로 책임은 1/(1+1)이 된다. 즉, 시청자는 각 출연자가 시청률에 1/2씩 기여를 하고 있다고 지각할 것이다.

만약, 시청자 뿐만 아니라 방송사 관계자들도 Structural Model처럼 생각하고 있다면, 조만간 1박 2일 출연자의 출연료가 상승할 지도 모르겠다.


  1. Tobias Gerstenberg, David A. Lagnado, Spreading the blame: The allocation of responsibility amongst multiple agents, Cognition, Volume 115, Issue 1, April 2010 [본문으로]

We feel fine




글: 인지심리 매니아


We feel fine은  인간의 감정을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웹사이트다. 이 웹사이트는 전세계의 네티즌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수집해서 그 문장이 어떤 감정을 담고 있는지 보여준다. 만약 점이 밝은 빛을 띄고 있다면 행복함을 의미하고 반대로 어둡다면 슬픔을 의미한다.

이 웹사이트는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인간의 감정을 예술작품으로 승화했다. 점들이 지닌 색상은 자칫 무질서해 보이기도 하고 어지럽기도 하지만, 잭슨 폴락이 뿌려놓은 페인트처럼 아름답게 느껴진다. 마치 우주에 떠 있는 수많은 행성들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무선적으로 보이는 이 점들의 색상이 정말 ‘무선적'일까?

심리학은 인간이 느끼는 주관적 무선성과 통계학의 엄밀한 무선성이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다음 두 그림을 예로 들어보자.

그림1


그림2



둘중  어느  것이 진짜 무선적으로 보이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림 1이 더 무선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컴퓨터가 만들어낸 진짜 무선적 패턴은 그림 2다.  

사람들이 착각한 이유는 그림 1에 ‘규칙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규칙을 찾을 수 없는 복잡한 패턴을 무선적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패턴에서 규칙을 찾을 수 있다면 무선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림 1은 한 점 주위에 유사한 색상이나 밝기의 점이 없다. 따라서 점들이 어떤 규칙으로 배열되었는지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무선적 배열로 지각된다. 반면 그림 2는 한 점 주위에 유사한 색상이 오거나 대칭을 이루는 등 규칙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무선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예술가들이 만든 작품이나 디자인을 관찰해보면 색상이  그림 1처럼 주관적 무선성을 이루고 있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어쩌면 주관적 무선성이 진정한 무선성보다 인간에게 더 아름답게 느껴지기 때문은 아닐까?

최근 Cognitive science[각주:1]에 이 주제를 다룬 논문이 게재되었다. 연구자는 Damien Hirst의 작품 81개와 디자인에서 발견한 무선적 색상 배열 44개를 컴퓨터로 만들어낸 난수와 비교했다. 먼저 각각의 작품이 가지는 색상의 변이를 측정하기 위해, 포토샵으로 해당 작품의 각 색상마다 밝기(L) , 빨강/마젠타(a), 노랑/파랑(b)의 정도를 측정해서 색상 행렬 C를 만들었다.

C=(ci,j)i,j=([Li,j*,ai,j*,bi,j*])1<=i<=M, 1<=j<=N

그 다음 한 색상과 인접 색상의 차이, 즉 변이를 알아내기 위해 다음 공식을 사용했다.

d(c1,c2) :=[(L1-L2)2+(a1-a2)2+(b1-b2)2]1/2

즉,  한점 c1과 이웃한 점인 c2의 색상 차이는 d(c1,c2)와 같다.  따라서 한 작품의 총 색상 변이는 d를 다 더한 값과 같다.


그 다음, 몬테카를로 실험을 통해 각 작품의 변이를 컴퓨터가 만들어낸 무선적 행렬과 비교했다. 비교 결과, 예술작품이나 디자인 패턴은 진짜 무선적인 패턴보다 변이가 훨씬 심했다. 아래 그래프는 실험에 사용된 디자인 패턴 중 55% 정도가 진짜 난수의 변산 분포 중  95% 보다 높은 수준의 변산을 지님을 보여준다.




실험 결과를 통해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먼저 인간이 생각하는 무선이 진짜 무선과 다르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색상 간 변이가 훨씬 심한 경우 패턴이 무선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두번째로 인간이 변이가 심한 무선적 패턴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예술작품이나 디자인 패턴에 주관적 무선성이 많다는 사실은, 그만큼 주관적 무선성이 아름답게 느껴짐을 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이 논문은 요인들을 직접 조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인간이 변이가 심한 패턴을 진짜 무선적이라고 느끼는지, 또 이런 패턴을 선호하는지 알아보려면 요인을 직접 조작한 다음 참가자들에게 해당 패턴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물어보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1. Sanderson, Y. B. (2011), Color Charts, Esthetics, and Subjective Randomness. Cognitive Science. doi: 10.1111/j.1551-6709.2011.01198.x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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