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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인지심리 매니아


우리가 암기한 영단어는 어떤 형태로 저장될까? 몇몇 심리학자들은 외국어가 일화기억(Episodic memory)의 형태로 저장된다고 주장한다. 일화기억은 개인의 경험, 즉 자전적 사건에 관한 기억으로서 사건이 일어난 시간, 장소, 상황 등의 맥락을 함께 포함한다. 예를 들어 Understand라는 단어를 처음 배운 학생은 단어를 회상할 때 단어를 배웠던 상황을 떠올린다는 것이다. ‘아, Understand라는 단어는 과외 선생님이 가르쳐줬던 단어였는데, 이해하다라는 뜻이었지.’

반면, 모국어의 경우 의미기억(semantic memory)의 형태로 저장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의미기억은 대상 간의 관계 또는 단어 의미들 간의 관계에 관한 지식을 말한다. ‘이해하다'라는 단어를 봤을 때 우리는 그 단어의 의미를 바로 떠올릴 뿐, 이 단어를 맨 처음 학습했던 상황이나 관련 맥락을 떠올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The Episodic L2(Second Language) 가설’이라고 불리는 이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Witzel과 동료들은 Jiang & Forster(2001)[각주:1]의 실험을 반복 검증하기로 했다[각주:2]

연구자들은 모국어(L1)가 중국어, 제 2외국어(L2)가 영어인 참가자를 모집했다. 그 다음 34개의 중국어 단어를 기억하게 했다. 

학습 단계가 끝난 후, 참가자는 두 가지 테스트를 받았다. episodic recognition task에서는 제시한 중국어 단어가 이전에 봤던 단어인지 아닌지를 판단했다. lexical decision task에서는 제시한 중국어 단어가 단어 또는 비단어(i,e ‘까푸'처럼 아무 뜻이 없는 단어)인지 판단하게 했다. 이 때, 연구자들은 참가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중국어 단어 제시에 앞서 동일한 뜻의 영단어를 잠깐 동안 제시했다(점화, Priming).



실험절차



이 실험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만약 외국어가 일화기억의 형태로 저장되어 있다면, 50ms동안 제시한 영단어는 일화기억을 점화시킬 것이다. 그렇다면 제시된 중국어 단어 중 테스트 직전에 보여준 단어(old item)에 대한 반응이 빨라질 것이다. 왜냐하면 ‘단어를 봤던 적이 있다는 사실'에 관한 기억은 일화기억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중국어 단어에 대한 반응시간은 느릴 것이다. 이 기억들은 의미기억에 저장되어 있으므로, 일화기억의 점화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험 결과, 연구자들은 Jiang and Forster(2001)의 연구결과를 반복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점화효과는 old item에서만 발견되었기 떄문이다. 하지만 조금 이상한 결과도 함께 관찰되었다. 중국어를 점화 단어, 영단어를 목표 단어로 바꿔서 실험한 경우(L1-L2 조건)에도 점화 효과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모국어는 의미기억을 점화하기 때문에 일화기억에 저장된 단어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하지만, 실험에서는 이와 달리 old item에 대한 반응시간이 빨라진 것이다(new item에 대한 반응시간 역시 빨라졌다). 결과적으로 이 실험은 이중해리(double dissociation) 검증에 실패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 결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명하고 있다. 외국어가 목표 단어인 경우 이 단어는 의식적으로 처리되며, 따라서 의사결정 시스템 또한 일화기억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결국 old item, new item은 모두 일화기억의 점화 상태에서 처리되므로 두 조건 간 차이는 사라지며, L1의 점화효과는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점화 효과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1. Jiang, N., & Forster, K. I. (2001). Cross-language priming asymmetries in lexical decision and episodic recognition. Journal of Memory and Language, 44, 32–51. doi:10.1006/jmla.2000.2737 [본문으로]
  2. Witzel, N. O., & Forster, K. I. (2012). How L2 Words Are Stored: The Episodic L2 Hypothesis.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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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인지심리 매니아


귀벌레(Earworm) 현상은 특정 음악이 머리 속에서 계속 맴도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은 올리버 색스의 저서 ‘뮤지코필리아'를 통해 소개되기 시작했으며, 학계에서는 earworm, imagined music, involuntary semantic memory, involuntary musical imagery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려왔다.


최근 Hyman Jr과 동료들은 귀벌레 현상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각주:1]를 진행했다. 그들은 서베이와 실험 연구를 통해 귀벌레 현상에 대한 다양한 특징을 알아냈다. 그 결과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서베이 


연구자들이 299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귀벌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 참가자의 3분의 2가 머리 속에 맴도는 음악을 좋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결과는 싫어하는 음악이 머리 속에 맴돈다는 속설을 반박한다.


* 머리 속에 맴도는 곡은 참가자마다 모두 달랐다. 즉, 누구에게나 귀벌레 현상을 일으키는 곡을 발견하기 힘들었다.


* 귀벌레 현상은 보통 간헐적으로 발생하며, 이 때 가사, 멜로디, 가수의 목소리 등 다양한 형태를 체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귀벌레 현상을 발생시키는 강력한 요인 중 하나는 그 곡을 ‘최근에 들은 적이 있는지' 여부였다. 


* 음악가는 일반인보다 귀벌레 현상을 자주 경험했다. χ2(2, N=292)=12.639 p=.002


* 음악을 자주 듣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귀벌레 현상을 자주 경험했다. χ2(4, N=293)=21.628 p<.001



2. 실험 1


연구자들은 처음 듣는 곡과 익숙한 곡, 또는 좋아하는 곡 중 어떤 곡이 귀벌레 현상을 일으키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자들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이 끝난 다음 음악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다음 수업 시간에 설문조사를 실시해서 지난 수업시간에 들었던 곡을 얼마나 잘 아는지,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아봤다. 또 그 곡으로 인해 귀벌레 현상을 경험했는지 여부도 물어봤다.


그 결과, 자신이 잘 알고 있거나 좋아하는 곡일수록 귀벌레 현상을 자주 경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연구자들은 어떤 활동을 할 때 귀벌레 현상을 자주 경험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는 아래 표와 같다. 보통 인지적 부하가 너무 높거나 낮은 과제를 수행할 때 귀벌레 현상을 자주 경험했다.





3. 실험 2


연구자들은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귀벌레 현상을 만들 수 있는지 검증하기로 했다. 또, 귀벌레 현상에서 최신 효과(recency effect, 마지막에 제시된 항목들의 회상률이 높은 현상)가 나타나는지도 알아보고자 했다.


이 연구의 실험 참가자들은 먼저 3 곡의 음악을 듣는다. 참가자 중 절반은 최신곡, 나머지 절반은 옛날 곡을 들었다. 그리고 집단마다 곡의 제시 순서도 조작했다.

음악을 다 들은 참가자는 간단한 미로 게임을 한 다음 설문지를 기재했다. 


설문 결과, 귀벌레 현상에서 최신곡과 예전곡 간에 차이는 없었다. 또 곡 제시 순서에 효과를 발견했다. 즉, 가장 나중에 들은 음악이 미로 게임을 하는 동안 머리 속에 맴도는 경우가 많았으며, 실험 종료 후 24시간 동안 귀벌레 현상을 자주 일으켰다. 미로 게임 동안 귀벌레 현상을 경험할 경우, 24시간 안에 귀벌레 현상을 다시 경험할 확률이 높았다.



4. 실험 3,4


연구자들은 과제의 난이도가 귀벌레 현상을 악화시키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실험은 실험 2와 유사하게 진행되었다. 차이점은 음악을 들은 후 실험 3의 경우 수도쿠, 실험 4의 경우 anagram(철자 순서가 바뀐 단어를 원래대로 배열하는 과제)과제가 주어졌다는 점이다. 


실험 결과, 과제 난이도가 높을수록 귀벌레 현상을 자주 경험했으며, 수도쿠보다 anagram을 풀었을 때 귀벌레 현상을 덜 경험했다. 과제 난이도가 높으면 과제에 집중하기 힘들기 때문에 인지적 자원이 남는 현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mind-wandering이나 귀벌레 현상을 경험하기 쉽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또 anagram을 풀 때 귀벌레 현상을 겪지 않는 이유는 anagram이 음운 루프(phonological loop)을 사용하기 때문에 같은 리소소를 사용하는 귀벌레 현상이 발생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5. 개인적 견해


필자가 이 연구를 읽으면서 떠올린 아이디어들을 정리해봤다.


1. 이 연구자들은 실험을 통해 Zeigarnik 효과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 효과는 종료되지 않은 행동이나 생각이 머리 속에서 계속 남아있는 현상을 말한다. 귀벌레 현상의 경우 특정 음악의 클라이막스나 코러스 부분이 반복 재생되는 경우가 많으며, 음악의 시작부터 끝까지 재생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일단 특정 구절이 머리속에서 떠오르기 시작하면, 머리속에서 음악이 종결되기 전까지 무한 반복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럼 음악을 처음부터 끝까지 재생시켜 주면 귀벌레 현상이 멈추지 않을까? 예를 들어 해당 음악을 MP3로 듣는다든지 노래로 처음부터 끝까지 부른다면 귀벌레 현상이 멈추지 않을까? 


2. 이 연구는 과제의 난이도가 높을 경우 귀벌레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난이도가 너무 낮은 경우에도 귀벌레 현상이 발생한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한다. 

이 현상은 Mind-wandering의 경우와 매우 유사하다. 과제 난이도가 너무 낮으면 인지적 자원이 남게 되고, 난이도가 너무 높아도 집중이 떨어지므로 인지적 자원이 과제에 투입되지 않아서 남게 된다. 그러면 남는 리소스를 Mind-wandering이 장악하는 것이다. 

따라서 귀벌레 현상이나 Mind-wandering을 뿌리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에게 적절한 난이도의 과제를 선택하는 것이다. 난이도가 적절하면 인지적 자원이 과제에 완전히 투입되므로 다른 생각을 할 여지가 없어진다(칙센트 미하이미하이가 주장한 ‘몰입’이 바로 이런 상태라고 생각한다). 


3. 연구자들은 anagram이 음운 루프를 사용하기 때문에 귀벌레 현상이 일어날 여지가 적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수도쿠(nonverbal task)를 할 때보다는 덜 했지만(통계적으로 이 차이는 유의미했다), anagram을 푸는 동안에도 여전히 귀벌레 현상이 발생했다.





작업기억에서 언어와 음악을 담당하는 부분은 분리되어 있을 수 있으며, 따라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 Hyman, I. E., Burland, N. K., Duskin, H. M., Cook, M. C., Roy, C. M., McGrath, J. C., & Roundhill, R. F. (2012). Going Gaga: Investigating, Creating, and Manipulating the Song Stuck in My Head. Applied Cognitive Psychology. [본문으로]




글 : BPS Research Digest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장소법(Method of Loci) 또는 “Memory Palace” 는 기억해야 할 대상을 익숙한 길에 배치하는 상상을 하는 기억술을 말하며, 고대부터 전해져 오는 방법이다. 어떤 대상을 기억하고 싶다면 단순히 길을 걷는 상상을 하면 된다. 이 방법은 우리가 중립적인 정보보다 길에서 본 정보를 잘 기억한다는 원리에 기반하고 있다. 이 방법은 Joshua Foer의 베스트셀러인 “Moonwalking With Einstein”에서 소개되면서 유명해졌다. 그는 기억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 이 방법을 사용했다.. 


이 방법이 효과가 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그 원리를 통제된 심리학 실험으로 밝혀내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자신의 집 근처, 통학 또는 통근길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 기존 연구의 경우 사람들이 기억술을 사용하는 시간을 통제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다.  


Eric Legge와 동료들은 가상 현실을 통해 Memory Palace를 사용하게 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각주:1].


142명의 참가자들은 단어를 기억하기 전에 컴퓨터를 통해 아파트, 학교, 창고 등 가상 환경을 5분 동안 돌아다녔다. 이들 중 3분의 2는 Memory Palace 방법을 통해 단어를 외우도록 지시받았다. 이들 중 일부는 자신에게 익숙한 환경(ex, 집)을 사용해서 외우도록 지시했다. 나머지는 방금 전 봤던 가상 환경을 이용해서 단어를 외우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통제 조건의 참가자에게는 특별한 기억술을 주문하지 않았다. 모든 참가자들은 11개의 무관련 단어가 포함된 10개의 리스트를 암기했다.


실험 결과, Memory Palace  방법을 사용한 집단이 통제 집단보다 단어를 더 많이 기억했다(10~16% 더 정확히 기억했다). 예상과 달리, 단어 목록의 순서와 상관없이 회상을 한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점수가 높았다.


중요한 점은, 가상 환경을 사용한 참가자와 익숙한 환경을 사용한 참가자의 점수가 비슷했다는 점이다(어떤 가상 장소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또, 가상 환경을 사용한 참가자가 그렇지 않은 참가자보다 기억술을 지시한대로 잘 활용했다.  


이 결과는 가상 환경을 이용해서 Memory Palace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 사실 사람들은 이 방법을 기존 방법보다 더 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이를 통해 심리학자들은 기억술을 정형화된 환경에서 연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 이 결과는 실제적 활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암기 때문에 고생을 하는 사람들은 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다양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연구자는 말했다. “그리고 이 환경에 자신이 암기하고자 하는 물건을 배치할 수 있다"


  1. Legge, E., Madan, C., Ng, E., and Caplan, J. (2012). Building a memory palace in minutes: Equivalent memory performance using virtual versus conventional environments with the Method of Loci. Acta Psychologica, 141 (3), 380-390 DOI: 10.1016/j.actpsy.2012.09.002 [본문으로]



Image : http://www.theluxuryspot.com/tag/lemonade/



글 :  인지심리 매니아


인간의 의지(willpower)는 제한된 자원이다. 그래서 한 과제에서 자기 통제력을 고갈시키면 다른 과제에서 자기 통제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Ego-depletion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Roy Baumeister라는 학자가 주장하면서 유명해졌다.


바우마에스터는 Ego-depletion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으로 혈당 수치를 꼽았다. 혈당 수치가 낮아지면 자기 통제력도 고갈되고, 반대로 혈당 수치가 높아지면 통제력도 회복된다는 것이다. 그는 2007년에 실험을 통해서 이 가설이 사실임을 증명했다. 


그런데 최근 이 가설을 의심하게 만드는 논문들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Matthew Sanders와 동료[각주:1]들은 실험 참가자에게 책 속에서 e를 찾는 과제를 시켰다. 이런 지루한 과제를 통해 자기 통제력을 약화시킨 다음, 연구자는 참가자에게 스트룹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 때 한 조건은 당분이 들어있는 레모네이드로 입을 헹구었고, 다른 그룹은 인공 감미료로 맛을 낸 레모네이드로 입을 헹구었다.  


실험 결과, 당분이 포함된 레모네이드로 입을 헹군 참가자가 스트룹 테스트를 잘 수행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레모네이드를 삼키지 않았기 때문에 실험 결과가 혈당 수치에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연구자들은 참가자가 설탕 맛을 본 순간, 뇌의 보상 체계가 활성화되었기 때문에 자기 통제력이 높아졌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연구[각주:2] 역시 위의 실험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결과 역시 동일했다. 두 실험 결과는 Ego-depletion이 혈당의 부족 뿐만 아니라 동기(보상)와도 관련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단맛이라는 보상은 자기 통제력을 지속시키는 동기로 작용하는 듯 하다. 








  1. Sanders, M., Shirk, S., Burgin, C., and Martin, L. (2012). The Gargle Effect: Rinsing the Mouth With Glucose Enhances Self-Control. Psychological Science DOI: 10.1177/0956797612450034 [본문으로]
  2. Hagger, M., and Chatzisarantis, N. (2012). The Sweet Taste of Success: The Presence of Glucose in the Oral Cavity Moderates the Depletion of Self-Control Resource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DOI: 10.1177/0146167212459912 [본문으로]

글 :  인지심리 매니아


며칠 전부터 생각들이 끝없이 밀려오는 바람에 업무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다. 지난 과거에 관한 생각,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등등.. 저 사람의 의도는 뭘까, 저 사람은 왜 저럴까 하는 생각 등등.. 수많은 생각들이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Mind-Wandering은 주말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서 끝이 났다. 하지만, 업무나 학업을 방해하는 Mind Wandering은 언제든 다시 우리 마음으로 침범할 수 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Mind Wandering이 일어날까? 필자는 한동안 소홀히 했던 심리학 논문을 다시 찾아봤다. 그리고 주목할 만한 최신 논문 두 편을 찾아냈다.


그 동안 블로그를 통해 소개해 왔던 대로, 심리학자나 신경과학자들은 Mind Wandering의 주요원인이 default mode network 때문이라고 가정한다. 최근 Trends in Cognitive Sciences에 실린 논문[각주:1]은 기존 연구들을 정리하면서 DMN이 내/외부 지향적 인지과정과 관련있다고 설명한다. default mode network는 우리 뇌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자동으로 작동하는 일종의 ‘스크린 세이버 모드' 역할을 하며, 이 때 자전적 기억(autoiographical memories) 등 내부 지향적 인지(internally-directed cognition)가 발생한다. 


이 네트워크는 목적 지향적 활동(또는 외부 지향적 인지, Externally-directed cognition)과 부적 상관 관계가 있다. 즉, DMN이 활성화될 경우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만약 DMN의 활성화가 줄어든다면 반대의 경우가 일어날 것이다. 결국 DMN의 활성화는 외부 또는 내부에 대한 주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필자 역시 지금까지 이 설명이 정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서 Anthony Jack과 동료들은 mind wandering을  내부 VS 외부 주의의 차원으로 설명하는 방식에 이의를 제기했다[각주:2]. 이들은 인간이 사회적 정보 처리(Social Information Processing,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를 처리할 때 DMN이 활성화되는 반면, 물체의 운동 등 기계적 메카니즘을 처리할 때는 EAN(Executive Attention Network, 집행 주의 네트워크))이 활성화된다고 주장했다.


연구자들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한 집단에게 정서적, 도덕적 내용이 담긴 영상을 보여주고, 다른 집단에게는 퍼즐을 풀게 했다. 그리고 각 참가자들의 뇌를 fMRI로 관찰했다. 그 결과, 정서적 내용을 본 참가자의 경우 DMN이 활성화 된 반면, 퍼즐을 푼 참가자는 EAN이 활성화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결과는 어디까지나 DMN이 사회적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활성화된다는 사실만을 보여주었을 뿐, 사회적 정보 처리가 mind-wandering으로 이어지는지는 검증하지 않았다. 필자 역시 이런 해석이 가능할지 망설여진다. 하지만, 사회적 정보 처리->DMN->Mind-Wandering의 연결고리가 발견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만약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Theory of Mind(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의 스위치를 끄는 것이 끊임없는 잡생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의도를 끊임없이 읽으려 하는 과정에서 Mind Wadering의 늪에 빠지는지도 모른다.

  1. Anticevic, A., Cole, M. W., Murray, J. D., Corlett, P. R., Wang, X. J., & Krystal, J. H. (2012). The role of default network deactivation in cognition and disease.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본문으로]
  2. Jack, A. I., Dawson, A., Begany, K., Leckie, R. L., Barry, K., Ciccia, A., & Snyder, A. (2012). fMRI reveals reciprocal inhibition between social and physical cognitive domains. NeuroImage. [본문으로]




글 : Paul Thagard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창의성의 심리학은 대부분 새로운 아이디어나 가설의 창조에 관심이 많았다. 예를 들면, 다윈이 자연 선택을 통한 진화 이론을 만들어낸 과정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새롭고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방법론 역시 중요하다. 절차적 창의성은 과학적 발견, 기술적 발명, 예술적 상상, 사회적 혁신에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절차적 창의성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창의성과 동일한 심적 과정을 가지고 있을까?


16세기 이후 과학의 발전은 체계적 실험, 망원경이나 현미경, 통계적 추론 등 새로운 방법론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지금도 몇몇 철학자들은 갈릴레오가 추상적 사고에 의존했다고 믿지만, 그는 시계, 온도계, 망원경을 개량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정 과학 분야에서 특히 중요한 방법론도 있다. 물리학의 분광기, 생물학의 중합요소 연쇄반응, 신경과학의 뇌 영상 촬영 등이 그렇다. 컴퓨터 모델링은 1950년대 물리학에서 시작된 이래 경제학이나 인지과학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이 되었다.


기술적 발명에도 절차적 지식이 필요하다. 유전자 조작은 현재 농업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 컴퓨터 하드웨어의 급격한 발전은 트랜지스터의 생산과 관련이 있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 기술 때문에 발전했다. 에너지 생산의 발전은 가스 생산에 사용하는 수압파쇄기법 때문에 가능했다. 새로운 방법론은 의약, 커뮤니케이션, 그 밖의 다른 기술 분야의 발전에도 큰 기여를 했다. 


예술적 창의성 역시 새로운 생각을 창조하는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필요하다. stream-of-consciousness 소설, 자유시, 현대 무용, 인상주의 화풍, 큐비즘, video installation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많은 예술적 작품들이 이런 기술을 통해 탄생했다. 하지만, 방법론 자체를 개발하기 위한 창의성도 존재했다.


또 다른 창의성의 주요 영역은 사회적 혁신이다. 사회적 혁신은 인간이 새로운 형태로 상호작용 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민주주의는 단순한 개념 뿐만 아니라 선거 절차, 대표, 국회 절차 등을 포함한다. 공공 보건 기구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정부가 사람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회적 혁신은 창의성의 심리학 연구에서 무시되어 왔지만 실은 과학, 기술, 예술만큼이나 중요하다.


이제 우리는 절차적 창의성의 심리학과 관련한 어려운 질문을 하려고 한다. 첫째, 새로운 방법을 창조하려면 어떤 심적 표상이 필요한가? 가장 유력한 설명은 만약 당신이 별을 효율적으로 보기 원한다면, 망원경을 만든다는 규칙일 것이다. 이런 언어적 규칙은 방법을 표상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지만, 시각, 촉각, 운동감각을 포함하는 비언어적 정보 역시 몇몇 분야에서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인상주의 그림은 시각과 붓의 터치 등 촉각적 정보가 필요하며, 언어적 특징화도 필요하다. 그리고 과학이나 기술에서 사용하는 실험실 기술 역시 기구를 조작하는 체화된 표상과 언어적 표상이 필요하다. 


둘째, 절차를 위한 새롭고 가치 있는 표상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나는 ‘The Cognitive Science of Science’에서 창의성이란 이전에 관련 없었던 심적 표상의 조합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런 조합이 창의성의 원천이라는 주장은 1792년 Dugald Stewart의 “Elements of the Philosophy of the Human Mind’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존의 방법과 개념들을 새롭게 조합하는 심리적 과정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유추나 수단-목표 사고 같은 인지적 과정 또한 중요하다.







글 : Ulterior Motives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도덕은 나쁜 행동을 하고 싶은 유혹으로부터 우리를 도와준다. 예를 들어 당신이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할 경우 혐오감이 일어난다. 또, 타인의 잘못된 행동을 보면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어진다. 이런 본능 때문에 우리는 나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인간의 도덕 판단이 혐오감과 관련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목격할 경우 혐오스러운 반응을 보인다. 더불어, 혐오감은 사람들의 도덕적 분노를 증폭시킨다. 이 연구의 흥미로운 점은 혐오감이 다른 원인 때문에 일어났을지라도 도덕적 분노가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우리는 감정을 느끼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찾는다. 대부분의 경우 원인은 분명하다. 당신이 길을 걷고 있는데 차가 당신을 향해 돌진해 온다고 상상해보자. 아마 옆으로 급하게 피한 다음 순간적으로 공포를 느낄 것이다. 이 감정은 분명 차에 치일 뻔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하지만 가끔 감정의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도 있다. 당신은 시험이나 발표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서 스트레스를 겪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스트레스가 다른 일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스트레스가 전혀 상관 없는 다른 일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혐오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정 상황에서 경험한 혐오감이 전혀 관련 없는 도덕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Lotte Van Dillen, Reine van der Wal, Kees van den Bos는 2012년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저널에 흥미로운 논문[각주:1]을 게재했다. 이 논문은 도덕 판단에서 일어나는 혐오감의 오귀인이 개인차에 영향을 받는지 연구했다. 


연구자들은 개인마다 주의력 통제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전적인 스트룹 과제를 예로 들어보자. 스트룹 과제에서 색상 단어는 각각 다른 색으로 씌여져 있다. 참가자는 단어의 색상을 말해야 한다. 이 과제는 단어의 뜻과 글자의 색이 동일할 때 매우 쉽다. 즉, ‘RED’라는 글자가 빨간 색으로 씌여있을 때 ‘RED’라고 금방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단어의 뜻과 글자의 색이 다를 때는 어려워진다. 그래서 ‘GREEN’이 빨간 색으로 씌여져 있는 경우 ‘RED라고 말하는 속도가 느려진다.  


이 과제는 개인차가 있다. 어떤 사람은 이 과제를 매우 어려워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글자의 색깔에만 정확히 집중하기도 한다.


한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에게 앞으로 일련의 실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알려줬다. 먼저 참가자들은 스트룹 과제를 수행하면서 반응 속도를 측정했다. 이 속도는 주의력 통제 능력을 의미한다. 그 다음, 참가자들은 약간 혐오스러운 이야기(“앤이 사과를 한입 베어 물자 안에서 벌레가 나왔다”)와 중립적인 이야기(“앤은 점심으로 가져온 사과를 한입 베어물었다.”)를 읽었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어떤 사람이 지갑을 발견하고 그것을 가지기로 결심하는 이야기를 읽었다. 참가자들은 이 행동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평가했다. 중립적인 이야기를 읽었던 참가자들은 이 이야기가 약간 잘못되었다고 응답했다. 주의 통제력이 높은 사람도 이 이야기가 약간 잘못되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주의 통제력이 낮은 사람은 이야기 속 인물을 강하게 비난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참가자에게 각각 다른 지시를 내렸다. 몇몇 참가자에게는 혐오스러운 이야기를 읽으면서 최대한 감정을 강하게 느껴보라고 주문한 반면,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이야기를 읽는 동안 주의를 분산시키도록 했다. 그 다음, 참가자들은 불륜을 저지르고 가족을 떠난 남자/여자의 이야기를 읽고 그들의 행동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평가했다.


이 경우, 혐오스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강한 감정을 느꼈던 참가자들이 주의가 분산되었던 참가자들보다 이야기 속 주인공을 강하게 비난했다.


종합해보면, 우리는 혐오감을 기준으로 행동의 도덕성을 판단한다. 하지만 주의력이 높다면 자신이 경험하는 혐오감이 도덕 판단의 결과라는 잘못된 생각을 억제할 수 있다. 


  1. Van Dillen LF, van der Wal RC, van den Bos K., On the role of attention and emotion in morality: attentional control modulates unrelated disgust in moral judgments. Pers Soc Psychol Bull. 2012 Sep [본문으로]




글 : Scott Barry Kaufman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이성 간 만남에서 첫 인상은 매우 중요하다. 첫 만남에서 작업 멘트를 적절히 구사하면 대화를 원활하게 만들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상대방이 도망갈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작업 멘트의 심리학을 이해하기 위해 수 년 동안 노력해 왔다.


80년대에 Chris Kleinke와 동료들은 각기 다른 환경(바, 슈퍼마켓, 레스토랑, 빨래방, 해변) 속에서 100개의 작업 멘트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실험해봤다. 그들은 작업 멘트가 세 가지 범주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직접적(Direct) 작업 멘트는 정직하고 단도직입적인 멘트를 말한다(부끄럽긴 한데, 당신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싶어요). 무해한(Innocuous) 작업 멘트는 화자의 진정한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경우다(이 밴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귀엽거나 경박한 멘트는 유머를 동반하거나, 저급하거나 진부한 멘트를 말한다(혹시 건포도를 가지고 계신가요? 없나요? 그럼, 우리 데이트 하는 건 어때요? – 필자는 아직도 이 멘트의 뜻을 이해 하지 못했다.)


남자와 여자 모두 귀엽거나 경박한 멘트가 가장 덜 매력적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특히 여자가 남자에 비해 귀엽거나 경박한 멘트를 더 싫어했고, 무해한 작업 멘트는 더 좋아했다. 반면 남자는 여자에 비해 직접적인 작업 멘트를 선호했다. 또 다른 연구의 의하면, 여자는 실없는 작업 멘트를 쓰는 남자가 사교적이고 자신감 있고 재미있다고 생각하지만, 신뢰가 가지 않고 지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이런 특징들 역시 짝짓기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신뢰나 지능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돼서 장기적 관계가 깨지기 때문에 그 효과가 상쇄되는 것이다.


여자는 확실히 귀엽거나 경박한 작업 멘트에 회의적이다. 연구에 의하면 장기적 관계를 추구할 경우 지지적이거나 정직한 작업 멘트를 쓰는 반면, 단기적 관계를 추구할 경우 가식적이거나 정직하지 않은 멘트를 사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여자라도 단기적 관계를 추구할 경우 이야기가 완전 다를 수 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여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남자랑 단기적 관계를 추구할 경우 그 남자의 작업 멘트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결과를 발견했다. 또, 개인차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외향적이고 단기적 관계를 추구하는 사람의 경우 유머나 성적 농담에도 관대하다.


위의 연구 결과들이 모두 유용한 정보이기는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정신적 변화를 연구한 경우는 없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인지적 자원이 항상 일정하지 않다. 작업 멘트에 대한 수용성은 인지적 과정을 동반한다. 대화를 이해하고 상대방의 진짜 의도를 가려내기 위해선 정신적 에너지가 소모된다. 하지만 우리의 인지적 상태는 하루 동안 겪은 스트레스나 방금 전 나누었던 대화 등 수많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만약 당신이 귀엽거나 경박한 작업 멘트로 연타 공격을 받았다면, 당신의 뇌는 지쳐있을 것이다.


인지적 피로가 관건이다. 당신의 정신이 지쳐있다면 정보를 처리하거나 감정, 사고, 행동을 통제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자기 통제는 근육과 마찬가지로 제한된 자원이기 때문에 일단 지치면 회복하기가 힘들다. 이 사실은 대인 관계와 관련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뇌가 지치게 되면 자신의 짝 대신 다른 매력적인 짝을 찾거나, 다른 사람의 데이트 신청을 수용하기 쉽다. 


하지만 이 사실이 작업 멘트에 대한 수용성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사람의 정신적 상태가 작업 멘트를 받아들이는데 영향을 줄까? 최근 연구[각주:1]에서, Gary Lewandowski와 동료들은 99명의 학부생을 대상으로 5분짜리 작문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 테스트에서 학생들은 가장 최근에 다녀온 여행을 기술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이 때, ‘ego-depletion’조건의 학생들은 글 속에서 A나 N을 쓰지 못하는 제약을 부여 받았다. 반면 ‘non-depletion’조건의 학생들에게는 제약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 다음 참가자들은 매력적인 이성의 사진을 본 후, 이 사람이 접근해서 세 가지 유형의 멘트(직접적, 무해한, 귀엽거나 경박한 멘트)를 쓸 경우 어떻게 반응할지 응답했다.


인지적 자원을 소비한 학생들은 non-depletion 조건의 학생들보다 귀엽거나 경박한 멘트를 싫어했고, 무해한 멘트를 더 좋아했다. 단도직입적인 멘트는 그룹 간 차이가 없었다. 또 성별에 따른 차이가 나타났다. 남자들이 단도직입적인 멘트를 좋아한 반면, 여자들은 무해한 멘트를 더 좋아했고 귀엽거나 경박한 멘트를 제일 싫어했다.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연구자들은 귀엽거나 경박한 멘트의 경우, 화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많은 인지 자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인지적 자원이 고갈됐더라도 이런 멘트의 뜻을 즉각 알아차리고 거절할 것이다. 하지만 무해한 멘트의 경우, 화자의 의도가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이를 해석하기 위해서 인지적 자원이 많이 필요하다. 따라서 인지적 자원이 고갈된 사람은 상대방의 의도가 명백해질 때까지 계속 대화를 하려는 것이다. 



  1. Gary W. Lewandowski, Jr, Natalie J. Ciarocco, Michelle Pettenato and Jessica Stephan, Pick me up: Ego depletion and receptivity to relationship initiation, 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s, 19 2012 June 19 [본문으로]




글 : Scott Barry Kaufman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어딘가에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는 인간의 기본적 동기다. 집단에서 거부당한 사람은 어떤 노력을 해서라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자존감을 보존하려 한다. 사회적 거부는 또한 개인의 주관적 안녕, 행복, 지능에 영향을 미친다.


한편, 개성(Uniqueness)의 욕구 또한 인간의 기본적 동기다. 다른 사람과 비슷한 취급을 받은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차별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개성을 위협받은 사람은 개성과 관련된 단어를 빨리 인식하거나 대중적인 태도를 덜 표현한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어떻게 소속감의 욕구와 개성의 욕구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을까? 인간이란 복잡한 존재다. 우리는 수많은 동기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다른 동기와 충돌한다. 결국 각 동기는 일반적 수준에서 평형을 이루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간다. 하지만 아메리칸 아이돌을 시청하면 이 세상엔 개성의 욕구에 치중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것이 창의성에 대한 함의가 될 수 있다.


창의적 문제 해결이란 아이디어를 재조합해서 ‘상식을 뛰어넘는’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비일반적이고 발산적인 사고, 관련 없는 두 개념을 연결시키는 능력이 창의성의 특징이다. 자신을 다른 사람과 차별화하는 사람은 기존의 사고를 뛰어넘어서 새로운 조합을 만들려고 한다. 


연구들은 이 주장을 지지한다. 집단 내에서 다른 사람과 동떨어지려는 욕구가 강한 사람은 일반적인 관행을 따르지 않거나 창의적이기 쉽다. 반면 상호의존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은 창의성에 필수적인 ‘독립성’을 잃어버린다. 또, 개성이 강한 사람은 통념을 깨는 단어 연상을 잘 만들며, 복잡한 시각적 형상을 좋아하고, 창의적인 그림이나 이야기를 창조해낸다.


이를 통해 흥미로운 가설을 이끌어낼 수 있다. 개성의 욕구가 강한 사람은 사회적 거부에 덜 민감할 수 있다. 또는 사회적 거부가 창의성을 높일 수도 있다! 사실, 모든 시대의 창의적 인물은 사회적 고립 속에서 살았다. 물론 창의적 인물의 독특한 사고체계가 그를 사회적 아웃사이더로 만들었을 수도 있다. 인과 관계의 방향은 분명하지 않다.


새로 진행된 연구를 살펴보자. Sharon Kim, Lynne Vincent, Jack Goncalo는 세 개의 실험[각주:1]을 진행했다. 세 실험의 공통점은 연구자가 참가자에게 해 준 말이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집단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말을 듣는다(심리학에서는 참가자들끼리 투표 등으로 조원을 정하는 실험을 자주 한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에게 ‘당신은 조원에서 제외되었다’고 넌지시 알려준다. 사실은 거짓말이다 – 역자 주). 다른 조건의 참가자의 경우, 몇 가지 과제를 수행할 경우 집단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해줬다. 그 다음 참가자들은 7분 동안 원격 결합 검사(Remote Association Test, RAT)을 받았다. 이 검사에서 참가자는 관련 없어 보이는 세 단어를 연결하는 단어를 찾아야 한다.


첫 번째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사회적 거부가 창의성을 낳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개성의 욕구가 강한 사람이 거부를 당한 경우 창의성이 더 높았다. 


두 번째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에게 개성적인 특성을 점화해 봤다. 참가자들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대명사에 동그라미를 치는 과제를 수행했다. 이 때 ‘독립’ 조건의 참가자에게는 일인칭 대명사(“I”, “my”)에 동그라미를 치게 하고, ‘상호의존적’ 조건의 참가자에게는 집합적 대명사(“we”, “our”)에 동그라미를 치도록 지시했다. 사회적 거부를 당한 사람 중 개성적 특성이 점화된 참가자는 거부를 당하지 않은 사람보다 창의성의 높았다. 반면 사회적 거부를 당한 사람 중 상호의존적 특성이 점화된 참가자는 창의성의 떨어졌다. 이 효과는 오직 창의성에만 국한되며, 다른 유형의 문제 해결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세 번째와 마지막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에게 지구상에 없는 외계 생물을 그려보라고 지시했다. 그 다음 제 3의 평정자들에게 그림의 창의성을 평가하도록 지시했다. 실험 결과  독립적인 자기 개념을 가진 사람일수록 창의적인 그림을 훨씬 많이 그렸다.


이 결과들은 사회적 거부가 창의적인 성격으로 인한 결과가 아니라 원인임을 말해준다. 또, 이 효과는 개인의 자기 개념과 관련이 있었다. 집단에 순응하려는 사람은 거부를 당할 경우 창의성이 감소한다. 반면 개성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한 사람은 사회적 거부를 당할 때 창의성이 증가한다.


사회적 거부는 창의성을 높일지는 몰라도 즐거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실제로 사회적 배척을 당하지 않고도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상황을 연구해야 한다. 예를 들면 외국에 나가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중언어 사용과 창의성의 관계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아웃사이더가 되는 것은 확실히 이득이 있다. 연구자가 말했듯이 “사회적으로 거부당한 사람들은 창의성으로 복수를 하는 셈이다”


  1. Outside Advantage: Can Social Rejection Fuel Creative Thought? Kim, Sharon H.; Vincent, Lynne C.; Goncalo, Jack A.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Aug 13 , 2012 [본문으로]




글 : BPS research digest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과녁이 클수록 명중률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정반대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즉, 맞추기 쉬워 보이는 과녁이 더 커 보이기도 한다. 이 현상은 James Gibson의 어포던스 이론과 일치한다. 어포던스 이론은 인간이 몸을 통해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이 지각에도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경상대학교의 이양 교수와 동료들은 경험이 있는 양궁 선수 9명을 대상으로 50미터 떨어진 각기 다른 크기의 과녁을 맞추어보라고 지시했다.[각주:1] 이 때, 연구자는 선수들이 시위를 놓는 순간 고개를 돌려서 화살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지 못하게 했다. 또, 과녁이 명중했는지 여부도 알려주지 않았다.


활을 쏜 다음, 선수들은 18개의 모형 과녁 중 자신이 봤던 과녁과 크기가 일치하는 것을 골랐다. 모형 과녁의 크기는 지름이 10~27mm로, 50m에서 떨어져 본 실제 과녁과 유사한 크기다. 


선수들은 자신이 쏜 화살이 명중했는지 여부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명중률은 과녁의 크기 판단과 상관이 있었다. 즉, 명중률이 과녁의 실제 크기보다도 크기 판단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또, 명중률이 높을수록 과녁이 크다고 판단했다. 


연구진은 양국 선수가 자신의 신체 피드백을 통해 화살의 명중 여부를 가늠한다고 생각했다. 인간이 신체 감각을 통해 과녁을 맞출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과녁이 크다고 생각하는 것이 진화적으로 유리할 것이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진은 20명의 초보자를 대상으로 두 번째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실제로 활을 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활시위를 당긴 다음 멈추고 과녁의 크기를 판단했다. 이 때 중요한 점은 몇몇 활의 경우 stabilising tripod를 이용해서 시위를 당겼다는 사실이다. stabiliser는 참가자에게 명중률이 높아질 거라는 느낌을 준다. 따라서 참가자의 크기 판단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실험 결과는 예상과 일치했다. stabiliser를 통해 시위를 당긴 활을 본 참가자는 과녁이 훨씬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역자 주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는 사회과학 논문 인용색인(SSCI)급 저널이다. 그만큼 권위를 자랑하는 저널이다. 그런 저널에 한국 연구진의 논문이 게재된 사실이 놀라워서 간략하게 소개해 봤다. 



  1. Lee Y, Lee S, Carello C, & Turvey MT (2012). An Archer's Perceived Form Scales the "Hitableness" of Archery Targets.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Human perception and performance PMID: 22731994 [본문으로]


글 : 인지심리 매니아


당신은 어떤 메뉴 바를 선호하는가? 거의 대부분의 웹사이트나 블로그는 화면 왼쪽에 세로로 긴 메뉴 바를 배치하고 있다. 필자의 블로그 역시 블로그 목차가 왼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세로로 긴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런데 모든 메뉴 바가 꼭 이런 형태를 띠고 있어야만 할까? 예를 들어 18X2형태의 긴 메뉴 바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럼 똑같은 아이콘들을 6X6 형태의 메뉴 바에 표시할 수는 없을까? 하지만 6X6처럼 컴팩트한 형태의 메뉴바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또, 미관상으로도 슬림하지 않고 다소 무거워 보인다. 아마 이런 이유 때문에 인터넷 초기부터 긴 형태의 메뉴 바가 선호되었던 것 같다.



둘 중 어떤 메뉴 바가 더 보기 좋은가?



아이콘들을 가늘고 긴 메뉴 바에 표시하는 것과, 두껍고 짧은 메뉴바에 표시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보기 좋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실제로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일까?


2011년 Computer in Human Behavior 저널에 게재된 한 연구[각주:1]가 이 문제를 연구했다. 연구자는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메뉴 바 layout을 보여준 다음, 특정 아이콘을 얼마나 빠르게 찾는지 측정했다. 각 layout은 12X3처럼 세로로 긴 것부터 6X6처럼 컴팩트한 것까지 다양했다. 또, 연구자는 실험 전후로 layout에 대한 주관적 선호도를 측정했다. 


실험 결과, layout이 컴팩트할수록 아이콘을 찾는 속도가 빨랐다. 이와 더불어 연구자는 두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실험 진행 전 실시한 조사에서 참가자들은 세로로 긴 layout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응답했다. 가장 컴팩트한 layout(6X6)은 낮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메뉴 바 속에서 아이콘을 찾는 과제를 마치고 난 다음에는 선호가 역전되었다. 즉, 가장 컴팩트한 layout에 대한 선호가 늘어난 반면 세로로 긴 layout에 대한 선호는 줄어들었다. 컴팩트한 layout에서 아이콘을 찾기 쉽다는 사실을 경험했기 때문에 컴팩트한 메뉴를 더 좋아하게 된 것이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경험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선호를 바꾸지 않는 ‘고집스러운’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연구자는 군집분석을 통해 참가자를 집단 별로 분류해봤다. 그 결과, 실험 전 vertical layout을 선호했던 사람 중 일부가 실험 후에도 여전히 이 layout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참가자들은 콤팩트한 레이아웃이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선호를 바꾸지 않았다. 


연구자는 실험 결과를 토대로 디자이너들이 인터페이스를 설계할 때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1. 사람들이 인터페이스에 대해 가지는 초기 선호는 매우 가변적이라는 점이다. 이 선호는 제품을 사용하면서 겪는 경험에 의해 금방 바뀔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가 제품을 가급적 자주 사용하게끔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2. 만약 두 가지 인터페이스가 객관적 효율성에서 큰 차이가 없다면, 사람들의 주관적 선호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3. 이 세상에는 경험을 통해서도 자신의 선호를 바꾸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1. Rafał Michalski, Examining users’ preferences towards vertical graphical toolbars in simple search and point tasks, Computers in Human Behavior, Volume 27, Issue 6, November 2011, Pages 2308-2321, ISSN 0747-5632, 10.1016/j.chb.2011.07.010. [본문으로]


발표 논문


MP3  뮤직플레이어를  위한  상황별  제스처  인터랙션 어휘 목록 디자인

- 채정이, 이상미, 정재열, 조광수(성균관대)


아동의 오인 문장 처리 능력과 실행 기능 간의 관계

- 손현주, 최영은(중앙대)


영어 억양 교육에의 다중감각 자극의 역할

- 김민정, 황중식, 조광수(성균관대)


자극 정서가와 기억 연합 강도에 따른 기억 억제 양상

- 홍유림, 이도준(연세대)


Mechanisms of  Jargon

- 김경화, 박주용(서울대)


Emotional  Ebbinghaus Illusion

- 최정원, 이장한(중앙대)


Kinect를  이용한  GI기반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 개발 및 평가

- 정원영, 유정선, 박호현, 조광수(성균관대)


물리 학습 상황에서 오락용 디지털 게임의 긍정적 역할

- 신호철, 조광수(성균관대)


P300-기반  유죄지식검사에서  sLORETA를  이용한 뇌 활동성 연구

- 정은경, 김영윤(경기대)


햅틱을  이용한  자동차  네비게이션  지원  시스템에서 자극제시간격의 차이에 따른 촉진 및 억제효과에 대한 연구

- 정경미, 현진실, 황중식, 조광수(성균관대)


외현적  및  암묵적  목표갈등이  음주자들의  음주행동 통제에 미치는 영향

- 신수경, 배진우, 임동훈, 민윤기(충남대)


정서가,  각성수준  및  지각적  복잡성과  정서변별 속도의 관계

- 김희은, 박태진(전남대)


공간 작업기억과제의 시각 현저성 및 의미적 일치성이 시각탐색간섭에 미치는 영향

- 김현우, 이영창, 배진우, 임동훈, 민윤기(충남대)


전역/국지처리  과제에서  유도된  기분이  시각적 주의범위에 미치는 영향

- 박선희, 박태진(전남대)


작업기억의 개인차와 문장의 이해

- 이윤형(대구가톨릭대), 권유안(고려대)


파킨슨병과 파킨슨병 치매 환자의 주의력 결함

- 김애경, 장문선, 최소영, 곽호완(경북대)


표현적 글쓰기가 작업기억 용량 변화에 미치는 영

- 이인선, 이광오(영남대)


안구운동 추적을 통한 성인  ADHD 성향균의 내생-외생 단서 탐지와 반응 억제 결함

- 조보현, 이상일, 장문선, 곽호완(경북대)


지각부담효과에 미치는 정서의 영향:  ERP 연구

- 김정희, 박태진(전남대)


인스턴드 메시지 내 이모티콘 사용 정도에 따른 문장 정서가 판단 및 정서인식 능력

- 이상일, 이윤정, 김소연, 이선주, 이호지, 조아름, 곽호완(경북대)


한글 단어 재인에서 한 글자 단어 열등효과

- 이광오, 김정연(영남대), 배성봉(경남대)


두  가지  원인이  존재할  때의  인과  추론에서  불안이 미치는 영향

- 김영일, 김경일(아주대)


글의 통일성 관계와 문법적 역할이 대명사 참조해결에 미치는 영향

- 김지애, 박권생(계명대)


키넥트를  이용한  행동측정의  효용성:  사이먼  효과와 뮐러-라이어 착시를 중심으로

- 손영준, 곽호완(경북대)


Relationship  between  Lexical  Diversity  of Comments  and Writing Quality

- 이남석, 조광수(성균관대)


음절 빈도 효과와 한자어 이웃 효과의  ERP증거

- 권유안(고려대), 이윤형(대구가톨릭대), 남기춘(고려대)




글 : Ulterior Motives (Art Markman)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우리는 살면서 타인에게 많은 조언을 해 준다. 우리에게 조언을 구하는 사람은 대게 두 가지 유형 중 하나다. 첫째, 해당 분야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는 사람이다. 이 사람은 당신의 전문성이나 의견에 전적으로 기대려고 한다. 가끔 학생들이 사무실에 찾아와서 내가 추천해준 강의에 대해 묻는 경우가 있다. 그들은 어떤 강의를 들어야 할지 잘 모르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는다


둘째, 이미 자신만의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이 경우, 사람들은 당신의 조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만약 당신의 견해가 그들의 견해와 같다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자신의 연구 프로젝트에 대한 나의 견해를 묻기 위해 사무실을 찾는 학생들이 가끔 있다. 하지만 학생들 대부분 내 의견과 상관없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한다.


많은 연구들은 사람들이 초기 견해를 가지고 있을 경우, 조언을 받아들이기 보다 자신의 견해를 고수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아냈다. 심지어 조언이 더 나은 의사 결정을 이끌 수 있는 경우에도 그랬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조언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Ilan Yaniv와 Shoham Choshen-Hillel이 2012년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에 게재한 논문[각주:1]은 이 주제를 연구했다. 저자들은 자신만의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할 경우 조언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제시되는 식품들의 칼로리를 맞추는 문제를 풀었다. 문제를 다 풀고 난 다음, 연구자는 참가자 본인의 응답과 100명의 응답 중 무선으로 추출된 5명의 응답을 참가자에게 동시에 보여줬다. 그리고 답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이 때, 참가자의 절반에게는 다른 참가자 역시 본인 응답 + 5명의 응답 을 보게 된다고 설명해줬다. 그리고 다른 참가자의 입장에 서서 정답을 맞추어보라고 지시했다. 


자신의 입장에서 문제를 푼 경우 초기 정답을 고수하는 경우가 50%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문제를 푼 경우 17%였다. 또 전자의 경우 후자보다 정답과의 오차가 매우 컸다. 

자신의 입장에서 문제를 푼 사람들은 자신의 초기 견해가 매우 정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견해를 바꾸지 않았다. 


물론, 타인의 관점에서 조언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편향이 무조건 사라지지는 않는다. 또 다른 연구에서, 참가자는 타인의 관점에서 정답을 예측한 다음, 자신의 관점에서 다시 한번 정답을 예측했다. 이 경우 초기 의견을 고수하는 경향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이는 사람들이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할지라도 자신의 견해에 여전히 강한 선호를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타인의 조언을 잘 받아들이려면 타인의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내려보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입장과 비슷한 의견만 찾을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상황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1. Ilan Yaniv, Shoham Choshen-Hillel, When guessing what another person would say is better than giving your own opinion: Using perspective-taking to improve advice-taking,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Volume 48, Issue 5, September 2012, Pages 1022-1028, [본문으로]


Image : http://www.kent.ac.uk



글 : 인지심리 매니아



인간은 조건부 확률을 판단할 때 어떤 방법을 사용할까? 만약 당신이 담배꽁초를 산에 버리면 불이 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만약 당신이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할 경우 사고가 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심리학에서는 대체적으로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베이지안 견해(Bayesian view)는 인간이 사전 확률을 통해 판단을 내린다고 설명한다. 즉, 기존 지식을 통해 A라는 행동을 할 경우 B가 발생할 확률이 90%임을 떠올리고 이를 판단에 활용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본 결과 A 행동을 취해도 B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낮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사전 지식을 수정할 것이다. 베이지안 견해는 인간이 사건 간의 ‘상관'관계를 토대로 판단을 내리며, 주변의 지식을 통해 이 정보를 수정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설명 기반 견해(explanation-based view)는 인간이 인과 관계를 통해 판단을 내린다고 주장한다. 즉, A가 B라는 결과의 원인이라는 인과적 지식을 활용해 확률을 판단한다. 이 때, 두 사건 간의 확률은 판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심리학 문헌에서 볼 수 있는 ‘인과 관계 휴리스틱(Causality heuristic)’은 설명 기반 견해를 지지하는 좋은 예다.  


인과관계 휴리스틱(Causality heuristic)

확률 판단 시 인과적 지식에 의존하고 통계 정보를 무시하는 현상.


Ex) ‘무선적으로 선택된 남성은 적어도 한번 이상 심장 발작을 경험한 적이 있다'

‘무선적으로 선택된 남성은 적어도 한번 이상 심장 발작을 경험한 적이 있고, 55세 이상이다'


사람들은 두번째 문장의 발생확률이 높다고 착각한다(결합 오류). 노령은 심장 발작의 원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인과관계 휴리스틱)



2012년 Cognitive Science 저널에 실린 최신 논문[각주:1]은 설명 기반 관점에서 인간의 판단 과정을 연구했다(이 논문의 제 2저자인 스티븐 슬로만(Steven Sloman)은 설명 기반 견해의 대표적 인물이다). 이 논문은 사건에 대한 통계적 정보가 동일할지라도 인과 구조가 변하면 판단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가정했다.


이 연구의 첫번째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프랑스 대학생 144명을 대상으로 세 가지 변인(A: 원인, B: 결과, C: 매개변인)들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세 변인의 동시 발생 확률을 알려줬다. 예를 들어, 전체 사례 중 40%의 경우 세 변인의 발생확률이 모두 높았고, 40%의 경우 모두 낮았고, 나머지 20%의 경우 한 변인은 높고 다른 변인은 낮았다고 알려줬다. 학생들을 이 진술을 통해 한 변인이 발생했을 때 다른 변인이 발생할 확률을 추정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눴다. 한 집단의 경우 세 변인이 인과 연쇄(Causal Chain, A->C->B)의 형태로 제시되었고, 다른 집단의 경우 C가 A와 B의 공통 원인(Common Cause, A<-C->B)이 되는 형태로 제시되었다. 

시나리오를 제시한 다음, 연구자는 학생들에게 A가 발생할 경우 B가 발생할 확률을 0~100%로 예측하게 했다.


그 결과, 학생들은 공통 원인보다 인과 연쇄일 때 P(B|A)의 발생확률을 높게 평가했다. 연구자가 세 변인의 동시 발생 확률을 각 집단에게 똑같이 알려줬기 때문에, (베이지안 관점에 의할 경우)사건의 인과 구조와 상관없이 A와 B의 발생 확률은 동일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과 구조가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또, 참가자는 Predictive chain의 확률(원인이 발생할 경우 결과가 발생할 확률)이 Diagnostic chain의 확률(결과가 발생했을 때 원인이 발생했을 확률)보다 높다고 응답했다. 이 결과는 우리의 직관과 일치한다. 담배꽁초를 산에 버렸을 때 불이 날 확률은, 산에 불이 났을 때 화재의 원인이 담배꽁초일 확률보다 높은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각 집단 별 조건부 확률 판단. 논문에서 인용.



결국 통계적 정보를 동일하게 주었을지라도 인과 구조가 판단에 영향을 준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인과 구조가 판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고 주장하는 설명 기반 견해를 지지하는 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1. Bes, B., Sloman, S., Lucas, C. G. and Raufaste, É. (2012), Non-Bayesian Inference: Causal Structure Trumps Correlation. Cognitive Science. [본문으로]


글 : 인지심리 매니아


최근 클루코스카라는 폴란드 여성이 페이스북을 통해 인터뷰를 요청한 적이 있었다. 필자는 그녀의 요청의 따라 한국 심리학의 현 상황, 심리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생활상 등을 성실히 답변해 주었다.


그리고 얼마 전, 폴란드에서 열린 '해외 심리학(PSYCHOLOGIA ZA GRANICĄ)' 세미나에서 한국 학생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만든 한국 심리학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4월 26일 폴란드 SWPS Sopot PSYCHOLOGIA ZA GRANICĄ 세미나


이 보고서를 읽어보면 유럽 여학생의 눈에 비친 한국의 심리학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필자도 글을 읽어보면서 한국 심리학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었다. 


이 보고서는 폴란드의 심리학 포탈 사이트인 'Charaktery'에 요약되어 있다. 구글 번역을 통해 폴란드어를 영어로 번역하면 글을 쉽게 읽을 수 있다. 






글 : 인지심리 매니아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다.


얼마 전부터 개인적 목적으로 교육을 받게 되었다. 그 날도 평상시처럼 교육을 받는 중이었다. 강의 제목은 ‘인지심리학'이었다. 난 전공자라는 내색을 하지 않고 강의실 맨 뒷자리에서 담담하게 강의를 듣고 있었다.


그런데, 강의를 하시던 교수님께서 갑자기 15개의 단어가 제시된 슬라이드를 보여주셨다. 제시된 단어들을 1분 동안 외워보라는 것이었다.


회의              컴퓨터         전화

일                 종이            의자

프레젠테이션 펜               신발

   사무실           스탬프        테이블

마감일           화이트보드  비서


나는 이 테스트의 목적이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수강생의 대부분은 디자인을 전공한 여학생들이므로 인지심리학 실험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을 것이다

예상대로, 교수님은 다음 슬라이드를 보여주면서 강의를 몇 분 동안 진행하셨다(일종의 간섭이었다).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은 교수님의 말에 집중하고 웃으면서 방금 전 외웠던 단어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난 다음,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외웠던 단어를 종이에 써 보라고 주문하셨다. 학생들이 답을 다 쓰자, 교수님은 정답 슬라이드를 제시한 다음 채점해 보라고 하셨다. 

확인을 해 보니, 0-10개를 맞춘 학생의 수가 전체의 ⅔ 정도였다. 당연한 결과다. 심리학자 밀러의 말대로 인간은 평균 7개의 정보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교수님은 혹시 10개 이상 맞은 학생이 있는지 물어봤다. 그래도 꽤 많은 학생이 손을 들었다.

“혹시 다 맞은 분 있어요"

하지만 다 맞은 사람은 없었다.

“그럼 14개?  없어요? 그럼 13개?”


그 때 나랑 한 여학생이 손을 들었다. 교수님은 1등을 한 우리 둘에게 커피를 사주시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나는 아까부터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기, 궁금한 게 있는데요?”

“네.”

“저는 (분명히) 스태프를 ‘스탬프'로 보고 적었거든요.”


교수님이 슬라이드를 뒤로 돌려서 확인해 본 결과, 맨 처음 슬라이드에는 분명 ‘스탬프'라고 적혀있었다. 정답 슬라이드에 오타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내가 맞춘 정답은 총 14개였다. “펜"을 “연필"로 잘못 쓰는 바람에 한 개를 틀린 게 흠이었다. 아무튼 인간의 평균인 7개보다는 확실히 높다. 


그 순간 강의실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모든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그런데 하나같이 경악에 찬 눈빛이었다. 차라리 손을 들지 않는 것이 나을 뻔했다. 이 사람들이 나를 ‘서번트 증후군'으로 오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이 결과에 대해 해명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쉬는 시간에 교수님, 여학생과 커피를 마시면서 내 정체를 밝힌 다음, 내가 단어를 어떻게 외웠는지 설명해 드렸다. 


우선, 두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할 것 같다. 첫째, 나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 아니다. 다만 인지심리학을 공부할 때 배운 암기법을 사용했을 뿐이다. 둘째, 나는 단어를 리허설하지 않았다. 나는 교수님이 단어를 외우라고 할 때 나중에 있을 갑작스런 검사를 예상했다. 하지만, 간섭이 일어나는 동안 단어를 반복해서 읊거나 상상하지 않았다. . 



내가 단어를 암기할 때 사용한 방법은 바로 장소법(Method of loci)이다. 장소법은 고대 그리스 때 부터 내려온 오래된 암기술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에게 익숙한 장소를 떠올린 다음, 외워야 할 단어의 이미지가 장소 곳곳에 놓여있는 상상을 하는 것이다. 나중에 단어를 인출하려면, 머리 속에서 그 장소를 뒤지면 된다. 


난 신입사원이 간부 앞에서 프레젠테이션 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그 다음 각 단어들을 회의실 안에 배치해봤다. 회의실에는 화이트보드가 걸려있고, 한 사원이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간부들은 종이와 펜을 가지고 있으며, 테이블에는 스탬프가 있고....... 이런 식으로 단어를 외운 다음, 단어를 떠올릴 때는 상상했던 이미지를 다시 불러냈다. 그리고 이미지 속에서 내가 배치한 물건(단어)들을 찾으면 된다. 장소법을 사용한다면 누구나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장소법은 인지심리학이 소개하고 있는 효과적인 기억술 중 하나다.  Maguire는 영국에서 매년 개최되는 기억력 대회( World Memory Championships ) 우승자들을 조사했다. 그리고 10명 중 9명이 장소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녀는 공간 학습 전략이 장소법의 중요한 요소라고 결론지었다.[각주:1]


“The Nature of Thought”이라는 책은 장소법이 효과적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장소법은 확실히 공간적이다. 참가자들은 이 전략을 이용해서 단어들을 특정 공간,장소적 문맥 안에 집어넣는다. 단어를 인출하려면 장소들을 머리 속에서 둘러보면 된다. [...] 개별적인 문맥에서 일어나는 사건(단어)일지라도 이 방법을 이용하면 맥락 간 차이에서 오는 혼란을 줄일 수 있고, 사건들 또한 유사해진다. 우리가 고향, 이웃, 집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심적 지도는 이런 사건들이 일어나는 공간적 맥락의 대표적 예이며, 내부적으로 부호화할 수 있고, 따라서 효과적으로 인출하거나 회상할 수 있다. Smith, Glenberg, Bjork(1978)나 Bellezza, Reddy(1978)의 연구는 장소법의 위력이 이런 ‘일상의' 이점을 빌리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


나는 13개를 맞춘 여학생과도 대화를 나누어봤다.  

“저는 단어를 이미지로 연상해서 외웠어요.”

“실은 저도 그렇게 외웠거든요.”


그 여학생 역시 장소법과 비슷한 전략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 똑똑한 여학생을 유심히 쳐다보면서 살짝 웃었다. 



  1. Routes to remembering: The brains behind superior memory. Maguire, Eleanor A.; Valentine, Elizabeth R.; Wilding, John M.; Kapur, Narinder Nature Neuroscience, Vol 6(1), Jan 2003, 90-95. [본문으로]




드라마 '유령'




글 : 인지심리 매니아



최근 드라마에서는 옛 연인을 닮은 사람과 만나는 스토리가 유행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닥터 진'과 ‘유령'이다.


‘닥터 진’에서, 진혁(송승헌)은 우연히 조선 시대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여자친구와 똑같인 생긴 여자(영래 아씨)를 발견한다. 진혁은 영래 아씨와 거리를 두려 하지만, 12회에서 아씨에게 마음이 있음을 솔직히 표현한다. 


닥터 진



반면 ‘유령’은 닥터 진의 경우와 조금 다르다. 유강미(이연희)는 자신이 좋아하던 김우현(소지섭)과 똑같이 성형수술을 한 박기영(최다니엘)을 도와준다. 유강미는 그가 박기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김우현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8회 방송에서 박기영이 다른 여자와 키스하려 했다고 말하자, 유강미는 내심 질투한다. 

(아래 동영상 2:20와 4:25)




두 드라마의 공통점은 자신이 좋아하던 사람과 닮은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드라마를 보다가 이런 일이 현실에서 가능한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 순간, 폴 블룸의 연구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현실 속 사람들은 자신의 옛 연인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폴 블룸(Paul Bloom)은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이며 발달심리학, 언어심리학 분야의 권위자이다. 그는 자신의 책 ‘우리는 왜 빠져드는가?’에서 인간이 본질주의자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어떤 대상이나 물건에 관심을 가지거나 이를 통해 쾌락을 느끼는 이유는 그 대상의 ‘본질'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은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과 겉모습만 같은 다른 대상은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는 왜 빠져드는가

저자
폴 블룸 지음
출판사
살림 | 2011-06-07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똑같은 와인도 상표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같은 그림도 유명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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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간의 사랑에도 본질주의가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잠깐 사랑에 관한 설명을 읽으면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려보라. 그리고 내게 특별한 그 사람과 똑같이 생겨서 아무도 구별하지 못할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해 보자. 게다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유전자가 동일하고 부모도 같고 같은 집에서 자랐다. 한마디로 일란성 쌍둥이를 떠올려보라는 말이다. 어떤 사람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의 특징에 끌렸다면 쌍둥이 형제에게도 똑같은 매력을 느껴야 한다.[각주:1] 흥미롭게도 쌍둥이와 결혼한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는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결혼한 배우자에게만 매력을 느끼지, 똑같이 생긴 쌍둥이 형제에게는 끌리지 않는다.”[각주:2]


인간의 본질주의는 아마도 타고나는 것 같다. 폴 블룸과 동료들이 2008년에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각주:3]을 살펴보자. 그들은 아이들이 아끼는 물건(엄마의 대리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간 대상transitional object이라고 한다. 대표적으로 곰인형이 있다)을 복제 장치라는 기계에 넣는다. 그리고 이 장치를 이용하면 원래 물건과 똑같이 생긴 물건을 복제할 수 있다고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기계에서 복제된 물건이 나온 다음, 연구자는 아이들에게 원래 물건과 복제된 물건 중 어떤 것을 가져갈지 선택하게 했다. 


그 결과, 원래 물건이 중간 대상이 아닌 경우 복제된 새 장난감을 가져간다는 응답이 많았다. 하지만 원래 물건이 중간 대상인 경우, 원래 물건을 가져가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이 실험은 심오한 진리를 담고 있다. 아이들이 자신의 소중한 물건을 버리지 않은 이유는 그 물건이 가진 고유한 본질, 추억과 역사 때문이다. 그리고 이 본질이 복제된(즉 겉모습이 같은 ) 물건에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복제된 물건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인간은 그 사람의 본질, 그 사람과 함께 겪었던 역사, 추억을 좋아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본질은 고유하기 때문에 겉모습이 닮았다고 해서 본질도 같을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가 옛 연인과 비슷한 사람을 만났을지라도 그가 옛 사람과 본질까지 동일하지는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옛 연인과 닮았기 때문에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드라마에선 가능하겠지만 현실에서는 드물 것 같다.




  1. Wright,L. 1997. Twins: and what they tell us about who we are. New York: Wiley. [본문으로]
  2. 우리는 왜 빠져드는가, 133pp [본문으로]
  3. Bruce M. Hood, Paul Bloom, Children prefer certain individuals over perfect duplicates, Cognition, Volume 106, Issue 1, January 2008, Pages 455-462, ISSN 0010-0277, 10.1016/j.cognition.2007.01.012. [본문으로]





글 : Frontal Cortex (Jonah Lehrer)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지난 주, 갤럽이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진화 관련 설문조사의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는 전국의 과학 교사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전체 성인 중 46%가 “신이 1만년 전에 인간을 현재의 모습으로 창조했다”고 믿고 있었다. 오직 15%만이 신성한 힘의 도움 없이 인간이 진화했다는 주장에 동의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통계 수치의 안정성이다. 갤럽이 30년 전 이 질문을 처음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수치는 변하지 않고 있다. 1982년에는 44%의 사람들이 창조적 관점을 가지고 있었고, 이 수치는 2012년과 통계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생물학적 진화를 믿는 미국인은 지난 20년 동안 단 4%만 증가했다.


이런 통계자료는 의문을 낳는다. 어떤 과학적 사실들은 왜 수용되지 않을까? 과학적 근거가 상당히 축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그 사실을 믿지 않는 이유는 뭘까?


Occidental College의 Andrew Shtulman이 Cognition에 게재한 새 논문[각주:1]은 인간의 완고함을 연구했다. Shtulman이 말했듯이, 인간은 최신 연구 결과들을 자신만의 가설과 동화시킨다. 우리는 세상에 대한 직관적 가설을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열이 물질이라고 생각하거나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생각한다. 


이는 과학 교육이 단순히 새 이론을 배우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그들의 직관을 버리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과학적 사실과 인간의 직관 사이의 갈등을 알아보기 위해, 연구자는 간단한 테스트를 고안했다. 그는 대학 수준의 과학이나 수학 과목을 이수한 150명의 학부생에게 다양한 과학적 진술문을 읽게 했다. 학생들은 이 진술문이 사실인지 최대한 빠르게 판단을 내려야 했다.


연구자는 학생들에게 직관적으로도 납득이 가고 과학적으로도 참인 사실(“달은 지구 주위를 돈다”)과, 직관에 반하지만 과학적으로 참인 사실(“지구는 태양 주위를 돈다”)을 제시했다.


예상대로, 학생들은 직관에 반하지만 과학적으로 참인 사실을 볼 경우 판단 속도가 느려졌다. 학생들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거나, 압력이 열을 만든다거나, 공기가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는 진술을 판단할 때 잠시 멈칫했다. 물론 우리는 이 진술들이 사실임을 알고 있지만, 직관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판단 시간이 지연된 것이다.


놀라운 점은 우리가 과학적 개념을 내재화한 후에도 – 대부분의 어른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코페르니쿠스적 사실을 인정한다 – 초기에 가졌던 직관을 계속 간직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절대로 잘못된 직관을 버릴 수 없다. 다만, 그것을 억누르는 법을 배울 뿐이다.


Shtulman과 동료들은 이 결과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만약 학생이 자신의 직관과 반하는 과학적 사실을 배울 경우, 직관은 어떻게 될까? 우리의 연구결과는 직관이 과학적 사실로 대체되는 대신 억제될 뿐임을 보여준다. 


이 새로운 연구는 미국 사람들이 왜 특정 과학 사실을 거부하는지를 보여주는 한편 – 진화론은 우리의 직관이나 종교적 믿음에 반한다 – 머리 안에서 일어나는 학습 과정을 연구한 기존 연구에도 토대를 두고 있다. 어떤 사람이 과학적 지식을 수용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면,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도 알 수 없을 것이다.


매릴랜드 대학의 심리학자인 케빈 던바(Kevin Dunbar)는 2003년 연구에서 학부생들에게 크기가 다른 공들이 낙하하는 영상을 보여줬다. 첫 번째 영상에서는 두 공이 동일한 속력으로 낙하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두 번째 영상에서는 큰 공이 더 빨리 낙하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이 장면은 갈릴레오의 유명한 실험을 재구성한 것이다. 갈릴레오는 피사의 사탑에서 크기가 각각 다른 두 개의 포탄을 떨어뜨렸다. 두 포탄은 동일한 속력으로 착지했다. 이는 무거운 물체가 더 빨리 낙하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던바는 학생들에게 중력을 정확히 묘사한 영상을 고르라고 지시했다. 물리학 지식이 없는 학부생들은 갈릴레오의 의견에 반대했다. 그들은 두 공이 똑같은 속도로 낙하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그들은 직관적으로 아리스토텔리안이다). fMRI 관찰을 한 결과, 비-물리학 전공자가 과학적으로 사실인 영상을 볼 경우 뇌에서 특정 패턴의 활성화가 일어났다. 뇌의 중앙에 위치한 전대상회(anterior cingulated cortex)가 활성화된 것이다. 전대상회는 오류나 모순을 지각할 때 활성화된다. – 신경과학자들은 이 부분을 “Oh shit” circuit이라고 부른다 – 우리는 영상을 보면서 그것이 과학적으로 사실이라고 인정하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참가자가 과학적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그래서 던바는 물리학 전공자도 실험에 참여시켰다. 전공자들은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갈릴레오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알았다.


전공자들이 과학적 사실을 믿는 것은 뇌의 특정 부위와 관련 있었다. 과학적으로 옳은 영상을 볼 때, 참가자의 DLPFC(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 영역이 활성화되었다. DLPFC는 이마 바로 뒤에 위치하고 있으며 젊은 성인의 뇌에서 가장 늦게 발달하는 부위다. 이 부위는 원치 않는 표상을 억제하거나 필요하지 않은 생각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당신이 냉장고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생각하고 싶지 않거나 지루한 일에 집중하려면, 당신의 DLPFC가 일을 해야 한다. 


던바에 의하면, 물리학 전공자들의 뇌에서 DLPFC가 활성화된 이유는 그들이 직관(아리스토텔리안식 사고방식)을 억제하려 했기 때문이다. 만약, 물리학 법칙들이 우리 직관과 잘 들어맞는다면 – 진화론이 틀렸고 살아있는 생물체는 무선적 변이로 진화하지 않았다면 - 참 좋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은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사실로 가득하다. 그래서 올바른 과학적 사실을 믿는 것은 힘든 일이다.


물론, 추가적인 정신적 노력이 언제나 즐거운 것은 아니다(그들은 이것을 인지 부조화라고 부른다).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이 주류가 되기까지는 수백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현재의 속도를 비추어 볼 때, 미국에서 다윈의 진화론이 수용되려면 지동설만큼 오랜 세월이 걸릴 것이다.  





  1. Andrew Shtulman, Joshua Valcarcel, Scientific knowledge suppresses but does not supplant earlier intuitions, Cognition, Volume 124, Issue 2, August 2012, Pages 209-215, ISSN 0010-0277, 10.1016/j.cognition.2012.04.005. [본문으로]



글 : Frontal Cortex ( Jonah Lehrer )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야구 배트와 공의 가격은 모두 1달러 10센트다. 배트의 가격은 공의 가격보다 1달러 높다. 그렇다면 공의 가격은 얼마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의 가격이 10센트라고 망설임없이 말한다. 하지만 정답은 5센트다. 


프린스턴 대학의 심리학자이며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다니엘 카네만 ( Daniel Kahneman ) 은 수십년 동안 이런 질문들을 사람들에게 한 다음 반응을 분석했다. 그의 간단한 실험은 인간의 사고에 대한 관점을 심오하게 바꾸어놨다. 철학자, 경제학자, 사회 과학자들은 수십년동안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라고 주장했다 – 이성은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준 선물이었다. – 하지만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나 셰인 프레드릭(Shane Frederick, 야구 배트와 공 문제를 만든 사람이다)같은 학자들은 인간이 생각보다 이성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인간은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문제와 관련있는 수치들을 주의깊게 평가하지 않는다. 그 대신 어림법에 의존해서 바보 같은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이 어림법들은 계산을 빠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계산을 아예 하지 않게끔 만든다. 야구 배트와 공 문제를 접했을 때, 우리는 수학시간에 배운 것들을 잊어버린 채 머리를 가장 적게 쓰는 방법으로 대답을 한 것이다.


(만약 우리가 수학 시간에 배운 대로

x+y=110cent

x=y+100cent

라고 계산했다면 절대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 역자 주)


카네만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심리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업적은 수년 동안 무시되어 왔다. 미국의 저명한 철학자 한 사람은 그의 연구를 들은 다음 돌아서면서 “나는 바보의 심리학에는 관심이 없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제임스 매디슨 대학의 Richard West와 토론토 대학의 Keith Stanovich가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게재한 새 논문[각주:1]에 의하면, 똑똑한 사람일수록 사고의 오류를 더 많이 범한다고 한다. 우리는 지능이 편향을 줄일 수 있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 S.A.T 점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실수를 덜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오히려 그것이 오류를 부추기기도 한다.


West와 동료들은 482명의 학부생에게 편향을 불러일으키는 고전적 문제들을 내줬다. 여기 예시가 있다.


호수에 수련 잎이 있었다. 수련 잎의 크기는 매일 두 배씩 커진다. 잎이 호수 전체를 다 덮는 데 48일이 걸린다면, 호수의 절반을 덮는 데는 며칠이 걸렸을까?


당신은 아마 머리를 가장 적게 쓰기 위해 48일을 반으로 나누려 했을 것이다. 그래서 24일이 답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답은 47일이다. 


또, West는 학생들의 “닻 내리기 편향”을 알아보기 위해 퀴즈를 냈다. 닻 내리기 편향은 카네만과 트버스키가 1997년에 발견한 현상이다. 연구자들은 참가자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적목(redwood)은 X 피트보다 크다”고 말해줬다. 이 때 참가자마다 X의 숫자를 85~수천까지 각각 다르게 말해줬다. 그 다음, 세상에서 가장 큰 적목의 높이를 예상하게 했다. 작은 “닻”에 노출되었던 학생 – 85라고 들었던 사람 – 들의 응답은 평균 180피트였다. 수 천피트라고 들었던 사람들의 응답은 이보다 7배가 높았다.


닻 내리기 편향(Anchoring heuristic)


참조점(Anchor)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편향.


예) 아프리카 국가들의 유엔 가입 률은 ?

"10% 정도인가?"라고 물어봤을 때 ->  25%라고 대답함

"65% 정도인가?"라고 물어봤을때  -> 45%라고 대답함

(질문자가 제시한 숫자에 따라 답이 증감하고 있다)



하지만 West와 동료들은 인간의 편향을 재확인하는 데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편향이 지능과 어떤 상관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편향을 측정하는 동시에 인지적 측정(S.A.T나 Need for Cognition Scale)을 함께 실시했다. 인지적 측정은 “개인이 사고를 즐기고 관여하려는 성향”, (즉, 평소에 생각하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 역자 주)을 측정한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우선, self-awareness는 편향을 제거하는 데 아무 소용이 없었다. 과학자들의 말처럼, “자신의 편향을 인식하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

저자
대니얼 카너먼 지음
출판사
김영사 | 2012-03-30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천재 심리학자가 밝혀낸 인간의 사고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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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만은 그의 책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자신의 연구가 본인의 편향을 수정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내 직관적 사고는 연구를 진행하고 난 후에도 여전히 과신, 극단적 예측,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 과제에 소요되는 시간을 과소평가하는 경향)를 범하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가장 위험한 편향은 자신보다 타인이 오류를 훨씬 많이 범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bias blind spot). 이 “meta-bias”는 타인의 의사결정의 체계적 오류를 찾아내는 인간의 능력에 뿌리내리고 있다. 우리는 친구의 결점을 잘 찾아낸다. 하지만 본인도 똑같은 결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Bias blind spot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지만, West는 최신 논문을 통해 이 현상이 틀 효과부터 닻 내리기 효과까지 모든 편향에 적용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우리는 매사에 우리 자신을 쉽게 용서하지만 타인의 결점은 가혹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가장 안타까운 점은, 지능이 이 현상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네 가지 측정치를 통해 학생들의 “인지적 정교화(Cognitivie sophistication)” 정도를 측정했다. 네 가지 측정치는 bias blind spot과 정적 상관이 있었다. 즉, 인지적 능력이 높은 학생일수록 bias blind spot현상이 더 심했다. 이런 현상은 다양한 편향에서 입증되었다. S.A.T 점수가 높은 사람이나 사고를 좋아하는 사람이 심적 오류에 더 취약했다. 교육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카네만과 프레드릭이 수년 전에 말한 대로, 하버드나 프린스턴, M.I.T의 학생 중 절반이 야구배트와 공 문제를 맞추지 못했다.

이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한 가지 도발적인 가설은 자신과 타인을 평가하는 방식의 불일치가 bias blind spot를 낳는다는 것이다. 타인의 선택이 합리적인지를 판단할 때는 행동적 정보에 의존한다. 즉, 그들의 외면에서 편향을 보려하기 때문에 체계적 오류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을 평가할 때는 내면을 관찰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자신의 동기나 적절한 이유를 찾는다. 우리는 치료사에게 자신의 실수를 토로하거나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신념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본다.


내면을 관찰하는 방식의 문제점은 편향의 근원이 대부분 무의식적이기 때문에 자기 분석을 통해 관찰할 수 없으며, 이성으로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면을 관찰하는 방식은 오류를 범하기 쉬우며, 일상의 실수들을 일으키는 주요 기제를 볼 수 없게 만든다.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유창하게 이야기하지만, 대부분 핵심을 빗나간다. 우리가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려고 할수록, 훨씬 적게 이해하는 셈이다.


  1. West, R. F., Meserve, R. J., & Stanovich, K. E. (2012, June 4). Cognitive Sophistication Does Not Attenuate the Bias Blind Spot.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Advance online publication. doi: 10.1037/a0028857 [본문으로]




글 : Art Markman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인간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스스로 통제 할 수 없을 때 어려움을 겪는다. 인간의 문화는 이런 문제들을 다루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만들었다. 그 전략 중 하나가 바로 ‘의식(Ritual)'이다. 


종교는 일련의 행동으로 구성된 수많은 의식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성당에 가보면 기도를 하고 촛불을 밝히는 장소, 손으로 적은 노트를 발견할 수 있다.


의식은 비단 종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야구 선수들은 타석에 들어가기 전 자신만의 ‘의식'을 행한다. 배트를 특정한 패턴으로 휘두르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행동을 반복한다. 타석에 들어가고 난 후에도 발로 흙먼지를 털거나 스윙 연습을 하기도 한다. 이 모든 행동은 타율을 끌어올리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의식의 어떤 점이 효과가 있다고 믿는 것일까?


Cristine Legare와 Andre Souza는 2012년 Cognition에 이 문제를 다룬 논문을 게재했다. 그들은 브라질의 고유 의식인 심파시아(simpatia)를 연구했다. 심파시아는 몸이 아프거나 운이 좋지 않을 때 수행하는 의식이다. 이 의식은 다음과 같은 절차를 거친다.


금속 용기에 하얀 장미 잎을 넣는다. 그 다음 잎을 태운다. 타고 남은 재를 플라스틱 용기에 넣는다. 그 용기를 교차로에 놓는다. 이 절차를 7일 연속으로 반복한다.


이 의식은 브라질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그 효험을 믿는 것은 아니다. 연구자들은 심파시아를 수정해서 9개의 다른 버젼을 만들었다. 예를 들면 수행해야 할 절차의 수를 증감하거나 의식의 일부분으로 무엇을 먹어야 하는 등 새로운 단계를 추가했다. 브라질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 의식들을 읽게 한 후, 의식이 얼마나 효험이 있을지 물어봤다.


그 결과, 사람들이 심파시아의 효험을 판단할 때 세 가지 측면에 주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먼저, 절차가 복잡한 의식일수록 효험이 크다고 생각했다. 또, 반복 횟수가 많은 의식일수록 효험이 크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특정한 시간(예. 보름달이 뜰 때)에 수행해야 하는 의식일수록 효험이 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브라질 문화에서 자란 참가자들이 무의식중에 심파시아의 효과를 믿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미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 학생들은 심파시아에 대해 처음 들어봤기 때문에, 이 의식의 효험을 그다지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실험을 진행한 결과 학생들도 브라질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절차가 복잡하거나 반복이 많은 의식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미국 학생의 경우 의식을 수행하는 시간은 의식의 효험과 상관이 없었다.


인간은 의식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특정 조건이 필요하다는 일종의 ‘인과적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의식이 효과가 있으려면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복잡한 절차나 반복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식의 효험을 높인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특정 시간에 의식을 수행해야 효험 있다고 믿는 이유는 뭘까? 대부분의 종교들은 하루 중 특정 시간(예. 새벽) 또는 일 년 중 특별한 날에 기도를 하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특정 시간에 의식을 치루는 것 역시 일종의 노력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시간에 의식을 진행하기 위해선 그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연구 결과는 흥미롭지만 수 많은 의문을 낳는다. 의식을 치르면 통제 불가능한 일 때문에 불안했던 마음이 가라앉을까? 의식을 수행한 사람들은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 방향으로 행동을 하게 될까? 



글 : 인지심리 매니아



최근 미국인지과학회가 최우수로 선정한 인지과학 박사학위논문들이 발표되었다. 오늘은 그 중 시각 작업 기억 분야를 연구한 논문[각주:1]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논문의 저자는 학제적 연구를 통해 시각 작업 기억이 대상을 구조적으로 표상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 시각 작업 기억의 최소 단위


기존 인지심리학 연구들은 시각 기억이 대상(object)의 숫자에 영향을 받지만, 대상이 지닌 특징의 수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해 왔다. 예를 들어 두 개의 동그라미를 기억하는 경우와 빨강과 파랑 동그라미를 기억하는 경우, 후자(색상이라는 특징이 추가되었다)가 전자보다 기억하기 더 어려운 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에 반대되는 연구 결과도 관찰되었다. 대상의 수가 동일하더라도 특징의 수(색상, 기울기 등)가 늘어나면 기억하기 더 어려워지는 현상을 발견한 것이다. 


저자는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hierarchically structured feature-bundle이 시각 작업 기억의 최소 단위라고 주장한다. 



사진출처: 논문에서 인용

인간이 a라는 장면을 머리 속에 기억할 때, 그 표상은 온전한 object(B) 또는 각각 분리된 특징(C)의 형태를 띄지 않는다. 대신 완전한 object와 특징을 모두 포함하는 hierarchically structured feature-bundle(D)로 표상된다. 


이 모델은 특징의 경우 어느 정도 독립된 저장 공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외워야 할 특징의 숫자가 늘어나도 기억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고 설명한다. 반면 새 물체(즉 새로운 bundle)를 기억해야 할 경우, 기억에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간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기억이 대상의 수에 영향을 받는 경우를 설명할 수 있다.  또, 이 모델은 특징의 저장 공간이 ‘어느 정도' 독립적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동일한 대상 안이라도 특징의 숫자가 너무 많아지면 기억이 힘들어 질 것이다(필자는 이렇게 이해했다). 따라서 같은 대상 안에서 특징의 수가 늘어나면 기억이 어려워지는 경우를 설명할 수 있다. 결국 기존 연구 결과들의 모순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2. Ensemble statistics bias


인간은 물체를 지각할 때 패턴 속에서 통계치를 발견한다. 예를 들어, 여러 개의 도형을 볼 경우 평균 크기, 평균 기울기 등을 매우 빠르게 계산해낸다. 이 통계치를 Ensemble statistics라고 한다.


Ensemble statistics는 시각 작업 기억이 정보를 효율적으로 부호화하도록 돕는다. 수박이 여러 개 있는 사진을 보여준 다음 특정 위치에 있던 수박의 크기를 기억해 보라고 할 경우를 상상해 보자. 우리는 사진을 볼 때 이미 수박들의 평균 크기를 무의식적으로 계산한 다음 이 수치를 토대로 수박의 크기를 기억한다. 즉, 패턴의 통계치를 기반으로 기억을 하기 때문에 그만큼 기억하기 쉬워지는 것이다. 만약 Ensemble statistics 없이 물체의 크기를 따로따로 기억해야 한다면 작업 기억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저자들은 Ensemble statistics가 기억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아래 그림처럼 빨간 또는 파란색 점들이 섞여 있는 그림을 본다. 그 다음, 연구자들은 참가자가 특정 위치에 있던 점의 크기를 정확히 기억하는지 검사했다.



사진출처: 논문에서 인용



연구 결과, 참가자들은 해당 위치의 점이 파란색일 때 점이 훨씬 컸다고 기억했다. 즉, 파란색 점의 평균 크기가 해당 점의 크기를 기억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 효과를 직접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동일한 점의 색깔을 빨강 또는 파랑으로 조작한 다음 크기를 물어봤다. 동일한 점임에도 불구하고 색상이 파란색인 경우 참가자는 점의 크기가 컸다고 기억했다. 


결국 인간은 물체의 개별적 특징 뿐만 아니라 물체들의 평균적 특징도 함께 표상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구조적 부호화 때문에 시각 정보를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다.



3. 정보 압축


인간은 주변 환경의 구조적, 통계적 정형성(statistics regularity)에 민감하다. 예를 들면, 우리는 뜨거운 열의 중심부는 노란색이고 주변부는 붉은 색을 띤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런 통계적 정형성은 한낮의 태양부터 양초의 촛불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나타난다. 


이 통계적 규칙은 우리가 기억을 효과적으로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저자들은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아래 그림처럼 8개의 색으로 이루어진 4개의 원을 보게 된다. 1초가 지난 다음, 이번에는 색상이 모두 제거된 원이 제시된다. 참가자는 그 중 까맣게 표시된 원의 색상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면 된다. 



사진출처: 논문에서 인용



연구자는 참가자를 Uniform 조건과 Patterned 조건으로 나누었다. Uniform 조건의 참가자는 색상의 짝이 무선적으로 구성된 원들을 보게 된다(원과 테두리의 색상 조합이 무선적이다). 반면, Patterned 조건의 참가자는 규칙성이 있는 색상 조합에 노출된다. 예를 들면 빨간색 원이 노란 테두리와 함께 나타날 확률을 80%로 조작하는 식이다.


실험 결과, patterned 조건의 참가자는 uniform 조건의 참가자보다 색상의 회상률이 높았다. 이 효과는 실험 횟수가 거듭될수록 더욱 커졌다. 연구자들의 주장의 의할 때, 이 결과는 참가자들이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빨간색이 노란 테두리와 함께 나타난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이 통계적 규칙성이 중심원의 색상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연구자들은 통계적 정형성이 정보를 압축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기억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인간이 색상 간 규칙을 학습하는 과정을 베이지안 모델로 만든 다음, 색상을 비트로 바꿔서 기억해야 할 양이 어느 정도인지 계산해냈다. 그 결과, uniform과 patterned 집단 간 기억해야 할 정보량에는 차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atterned 집단의 수행이 높았던 이유는 통계적 정형성이 정보를 압축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동안의 연구들은 시각 기억을 연구할 때 기억해야 할 항목의 개수에만 관심이 있었다. 또, 항목들을 묶어서 기억(청킹)하는 경우 항목이나 특징 간 위계적 구조를 고려하지는 않았다. 이 논문은 우리의 시각 기억 표상이 훨씬 복잡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대상을 특징 별로 나누어서 기억하는 동시에 그것을 구조적으로 조립한 완전한 대상으로도 기억하며, 거기에 다른 물체에서 발견한 통계적 규칙까지 적용한다. 




  1. Structured Representations in Visual Working Memory, Timothy F. Brady, Department of Brain and Cognitive Sciences,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2012 [본문으로]




글 : BPS Research Digest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챌린저호 참사, Pigs fiasco만, 이라크 침공... 이 사건들은 어리석은 집단 의사결정의 결과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법같은 "집단지성"의 효과는 정말 존재한다. -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모이면 한 사람의 의견보다 훨씬 정확한 답이 도출된다. 어떻게 이 역설을 해결할 수 있을까? Asher Koriat은 흥미로운 연구[각주:1]를 통해 해답을 제시하고자 했다. 연구자는 사람들의 자신감과 문제의 유형이 중요한 변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Koriat은 다섯 개의 연구에 걸쳐 수십 명의 참가자에게 선택형 문제를 제시했다. - 그 중 일부는 시각 주의와 관련된 것이었다(e.g. 보기 중 다른 패턴을 가지고 있는 것은?); 나머지는 일반 지식에 관한 것이었다(e.g. 두 유럽 도시 중 어느 곳의 인구가 훨씬 많을까?); 그리고 시각적 판단 질문도 있었다 (e.g. 두 개의 동그라미 중 어떤 것의 선이 더 길까?). 참가자들은 정답과 함께 정답에 대한 자신감도 함께 응답했다.


Koriat은 참가자들을 두 사람씩 임의로 묶은 다음, 둘 중 자신감이 높은 사람의 정답을 취했다.


실험 결과, Koriat은 자신감이 높은 참가자의 정답이 정확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평균 69.88%). 이 결과는 정답률이 가장 높은 한 사람의 수행보다도 높은 것이었다(67.82%). 즉, 두 사람 중 보다 자신있는 한 사람의 의견이 전체 집단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보다 나았다. 시각 패턴을 사용했던 첫 번째 연구의 경우 총 19쌍 중 18쌍에서 이런 결과를 발견했다. 추가 분석은 두 사람 중 자신감 있는 사람의 답이 집단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의 답보다 낫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 전략은 한 사람이 두 번의 정답을 내는 경우도 효과가 있었다. 참가자들은 일련의 질문에 대답하고 정답에 대한 자신감을 평정한 후, 일주일 뒤 다시 한번 정답과 자신감을 평정했다. 두 대답 중 보다 자신 있는 대답을 취한 경우가 두 응답을 평균한 경우보다 정답에 가까웠다(Unleash the crowd within 참조).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이 전략은 "대중"이 정답을 취할 확률이 높은 경우만 효과가 있다. 질문이 까다롭거나 대부분 틀릴 확률이 높다면, 규칙은 정반대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취리히와 베른 중 어느 곳의 인구가 더 많을까?"라고 물어봤다고 가정해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답을 말할 것이다 - 사람들은 베른이 수도이기 때문에 인구가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정답은 취리히다. 이런 유형의 질문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자신감이 제일 낮은 파트너의 답을 취하는 것이다(이 전략은 가장 뛰어난 개인의 응답보다 낫다).


바젤 대학의 Ralph Hertwig은 앞으로 두 가지 중요한 사항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중의 지혜를 쓰면 안 되는 경우와 써야 하는 경우를 나눌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대중의 지혜가 옳거나(이 경우 가장 자신있는 사람의 정답을 취하면 될 것이다) 틀린 경우(이 경우, 가장 자신감이 없는 사람의 정답을 취해야 할 것이다)를 사전에 알 수 있을까?


- 역자 주

자신감을 집단지성에 활용하지 말아야 할 상황이 분명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Spurious Consensus[각주:2]다. 만약, 집단 구성원이 자신과 유사하거나 본인과 유사한 의견만 가지고 있다면 집단지성이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집단지성의 필수조건인 '독립성'을 위반하는 것이다) . 이 경우 본인 정답에 대한 자신감이 상승하기 때문에 본인의 의견을 정답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오답일 확률이 높다.


조나 레러도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대중의 지혜가 낳는 오류)





  1. Koriat, A. (2012). When Are Two Heads Better than One and Why? Science, 336 (6079), 360-362 DOI: 10.1126/science.1216549 [본문으로]
  2. Spurious consensus and opinion revision: Why might people be more confident in their less accurate judgments? Yaniv, Ilan; Choshen-Hillel, Shoham; Milyavsky, Maxim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Learning, Memory, and Cognition, Vol 35(2), Mar 2009, 558-563. doi: 10.1037/a0014589 [본문으로]


Image : http://astridle.deviantart.com/art/The-burden-of-a-secret-290107150



글 : BPS Research Digest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우리는 비밀을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무거운 짐’에 비유한다. 최근 한 연구 결과[각주:1]는 비밀이 인간의 지각과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결국 그것이 어떻게 짐이 되는지 보여준다. 이 연구 결과는 기존의 ‘체화된 인지' 연구 결과와 일맥 상통한다.


첫 번째 연구의 참가자는 아마존의 Mechanical Turk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으로 모집했다. 실험 결과, 자신이 간직하고 있던 중요한 비밀을 떠올린 사람들은 사소한 비밀을 떠올린 사람들보다 정면에 그려진 언덕을 훨씬 가파르다고 평가했다. 이는 실제로 짐을 지고 있는 사람이 언덕을 훨씬 가파르다고 평가한다는 이전 연구 결과(pdf)와 일치한다. 반면 탁자의 튼튼함을 평가할 때는 두 집단 간 차이가 없었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36명의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2미터 30센티미터 떨어진 표적에 콩주머니를 던지게 해 봤다. 그 결과, 중요한 비밀을 떠올린 사람들은 사소한 비밀을 회상했던 사람보다 콩주머니를 훨씬 멀리 던졌다. 참가자들은 마치 물체가 실제보다 멀리 떨어져 있다고 지각한 것처럼 보였다. 이는 신체적으로 짐을 지고 있는 사람들이 거리를 과대추정한다는 이전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세번째 연구에서는 아마존을 통해 불륜을 저지른 사람 40명을 모집했다. 자신의 부정을 비밀로 간직하는 것이 부담(불륜사실이 자꾸 떠올라서 괴롭다는 등)된다고 말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쇼핑한 물건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는 등 신체적 과제가 힘들다고 응답했다. 반면, 비 신체적인 과제는 그룹 간 차이가 없었다.


마지막 실험에서, 인터뷰 동안 자신의 동성 연애 사실을 숨긴 남성은 책을 옮겨달라는 연구자의 부탁을 거절하기 쉬웠다. 반면, 사소한 비밀을 숨긴 경우(자신의 외향성을 숨기는 경우) 이런 효과가 없었다.


Michael Slepian과 동료들은 비밀을 간직하면 결국 짐이 된다고 말한다. 또, 이 결과는 비밀을 지키기 위해 정신적으로 노력한 결과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 과거 연구결과에 의하면 인지적 부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물리적 거리를 (과대 추정이 아닌)과소 추정하게 한다. 이 연구 결과가 건강에 주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비밀은 신체적 부담을 가져오고,  결국 과중한 에너지 낭비나 만성 피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라고 연구자들은 말했다.  

  1. Slepian, M., Masicampo, E., Toosi, N., and Ambady, N. (2012). The Physical Burdens of Secrecy.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DOI: 10.1037/a0027598 [본문으로]




글 : 인지심리 매니아


누군가 당신에게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해가 언제입니까?”라는 질문을 했다고 가정하자. 당신은 정답이 1592년이라고 확신한다. 그런데 질문자가 100사람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여준다. 100사람의 응답을 평균한 값은 1500년이다. 당신은 1592년과 1500년 중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가? (정답은 1492년이다)


대체적으로 자신의 생각보다 다수의 생각이 정답에 가깝다.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다수의 생각은 통계적으로 정답에 근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것을 ‘집단 지성'이라고도 부른다. 위키피디아 정의에 의하면 집단 지성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 혹은 경쟁을 통하여 얻게 되는 지적 능력에 의한 결과로 얻어진 집단적 능력”을 말한다. 앞에서 든 사례도 사람들의 응답이 축적되는 과정에서 ‘집단적'으로 정답이 도출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집단 지성 효과는 위의 경우처럼 수치를 예측하는 과제 뿐만 아니라 일반 지식 문제에서도  입증이 되었다(SBS에서 방영 중인 ‘1억 퀴즈쇼'를 잘 살펴봤다면, 패널들의 다수가 고른 답이 정답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눈치 챘을 것이다. 패널의 대부분이 정답을 모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선택이 정답이 되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에서도 집단 지성이 효력을 발휘하는지 궁금하다. 집단 지성은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 수 있을까? 또는 복잡한 정치 현안을 해결할 수 있을까? 


Yi(2012) 등[각주:1]은 집단 지성이 보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연구했다. 그들은 특히 집단 지성이 순회 판매원 문제(TSP, Travelling Salesman Problem)와 최소 신장 트리 문제(MSTP, Minimum spanning tree problem)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순회 판매원 문제는 N개의 점을 이동하는 가장 짧은 거리를 찾는 문제를 말한다. 최소 신장 트리 문제는 순회 판매원 문제와 유사하지만 점과 점 사이에 고유의 가중치가 있으며, 이 가중치의 합이 최소가 되는 경로를 찾는 게 목적이다.


순회 판매원 문제 : 각 도시를 한번씩 거치는 최단 경로는? - 출처 : http://www.aistudy.com



최소 신장 트리 문제 : 가중치의 합이 최소가 되는 최적 경로는? - 출처 : 위키피디아



일반적으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땐 인공지능을 활용한 최적화 기법들을 사용한다. 인공 신경망, 마르코프 체인, 유전 알고리즘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컴퓨터의 힘을 빌리지 않고 사람의 힘만으로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더 정확히 말해서, ‘여러 사람'의 힘을 합치면 이 문제들을 풀 수 있을까? 연구자들은 독특한 연구 방법을 통해 이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했다.


연구자들은 여러 사람의 정답을 합치기 위해 Local decomposition과 Global similarity라는 방법을 사용했다. Local decomposition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경로를 정답으로 채택하는 방법이다. 아래 그림에서 A는 각 참가자들이 내놓은 정답이다. 연구자들은 이를 토대로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경로(B의 진한 선)를 정답으로 채택했다. 반면 Global similarity는 가장 전형적인 참가자의 응답을 정답으로 채택한다. 즉, 참가자들의 정답을 가장 잘 대표하는 응답을 하나 골라서 그것을 정답으로 채택한다. 


Local decomposition



실험 결과, Local decomposition은 각 참가자의 응답보다 훨씬 정답에 가까웠다. 또, Local decomposition 방식은 Global similarity 방식보다 우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결과는 순회 판매원 문제와 최소 신장 트리 문제에서 모두 관찰되었다. 



MSTP 문제에서 참가자들의 응답을 정답과 가까운 순으로 나열한 그래프. 하얀 막대는 각 참가자를 의미한다. Local decomposition은 정답과 가장 가까웠고, Global Similarity는 정답과 4번째로 가까웠다.


Conclusion


집단 지성은 단순 사실을 추측하는 데만 쓰이지 않는다. 우리는 이 논문을 통해 집단 지성이 훨씬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알았다. 어쩌면,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서 집단 지성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훨씬 다양하다는 사실이 밝혀질 지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집단 지성의 유용성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과거와 달리 인터넷과 SNS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결집할 수 있는 수단을 가졌다. 이런 도구들을 통해 집단 지성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1. Yi, S. K. M., Steyvers, M., Lee, M. D. and Dry, M. J. (2012), The Wisdom of the Crowd in Combinatorial Problems. Cognitive Science, 36: 452–470. doi: 10.1111/j.1551-6709.2011.01223.x [본문으로]




글 : Ulterior Motives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일요일 밤, 나는 블루스 밴드에서 호른 섹션을 연주한다. 우리와 함께 연주하기 위해 마을 각지에서 음악가들이 매주 찾아온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다양한 악기로 솔로 연주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때때로, 사람들의 솔로 연주에서 묻어나오는 창의성에 압도된다.


Carsten De Dreu, Bernard Nijstad, Matthijs Baas, Inge Wolsink, Marieke Roskes가 2012년 5월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에 게재한 논문[각주:1]에 의하면, 인간의 작업 기억은 창의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업 기억 용량은 인간이 마음 속에서 한꺼번에 기억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다. 인간이 한꺼번에 생각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제한되어 있지만, 작업 기억의 크기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이 용량은 OSPAN과 같은 검사로 측정할 수 있는데, 이 검사는 사람들에게 수학을 풀게 하면서 동시에 단어들을 기억하게 한다. 이 검사에서 당신이 더 많은 단어를 기억할수록, 당신의 작업 기억 용량도 큰 것이다.


이 논문의 연구자들은 즉흥 연주를 훈련받은 적이 없는 첼로 연주자들을 모집했다.  연구자들은 먼저 참가자의 작업 기억 용량을 측정했다. 그 다음, 참가자들은 주제(겨울 또는 여름)에 맞춰서 3분 동안 즉흥 연주를 했다. 즉흥연주는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었고, 전문 음악가가 각 연주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평가했다. 평가 결과, 참가자들의 연주는 작업 기억 용량과 상관없이 창의성 수준에서 동일했다. 하지만, 높은 작업 기억 용량을 가진 사람들은 공부를 함에 따라 즉흥 연주 실력이 좋아진 반면, 낮은 작업 기억 용량을 가진 사람들은 실력이 늘지 않았다. 결국 실험이 끝날 무렵엔 높은 작업 기억 용량을 가진 사람이 훨씬 창의적인 즉흥 연주를 보였다.


또 다른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의 작업 기억 용량을 측정한 다음, 가능한 한 많은 아이디어를 내는 브레인 스토밍을 하도록 지시했다. 참가자가 낸 아이디어들은 독창성과 참신성 측면에서 평가되었다. 또, 연구자들은 아이디어의 유연성(Flexibility)과 지속성(Persistence)도 평가했다. 유연성은 그 사람이 브레인 스토밍하는 동안 얼마나 다양한 범주를 탐색하는지를 기준으로 평가되었다. 예를 들어, 유연한 사람은 오염에 대한 아이디어를 낸 다음, 교육이나 교통에 관한 아이디어도 낼 것이다. 지속성은 한 카테고리 안에서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를 내는지를 기준으로 평가되었다. 지속적인 사람은 교육이라는 범주 안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 것이다.


높은 작업 기억을 가진 사람은 낮은 작업 기억 용량을 가진 사람보다 독창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또 지속성도 높았다. 즉, 한 카테고리 안에서도 많은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통계 분석 결과, 지속성은 아이디어의 독창성과 상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결과가 무엇을 의미할까?


창의성은 진부한 생각을 뛰어넘을 때 탄생한다. 창의적인 생각을 할 때, 당신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건 과거의 경험이나 지식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평범한 생각들을 토대로 새로운 생각이 탄생할 수 있다.


만약 누군가 높은 작업 기억 용량을 가지고 있다면, 평범한 아이디어를 기억해내고 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기 쉬울 것이다. 


이것이 정말 사실인지 알아보려면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방금 소개한 연구 결과들은 모두 상관 관계였다. 즉, 연구자들은 사람들의 작업 기억 용량을 측정한 다음 이 점수를 창의성 과제 점수와 비교했다. 한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가 원격 결합 검사(Remote Association Test, RAT)를 하는 동안 특정 숫자들을 계속 기억하라고 지시함으로써 작업 기억을 조작했다. 이 연구처럼 작업 기억을 직접 조작했을 때 창의성이 영향을 받는지 알아봐야 둘 간의 관계가 정말 존재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1. Carsten K. W. De Dreu, Bernard A. Nijstad, Matthijs Baas, Inge Wolsink, and Marieke Roskes Working Memory Benefits Creative Insight, Musical Improvisation, and Original Ideation Through Maintained Task-Focused Attention,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February 2, 2012 [본문으로]


출처 : 공감코리아


어떤 일을 하나요

교통심리전문가
교통심리전문가의 주된 업무는 연구활동이다. 특히 경찰청과 국토해양부의 교통정책을 위한 제안을 한다. 연구결과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제도화를 추진하고 활용방안을 모색하기도 한다. 교통안전 주제로 강의를 하거나 교통안전에 대한 국민인식 제고를 위해 방송 같은 홍보활동을 하기도 한다. 

교통심리전문가와 관련 있는 자격으로는 도로교통안전진단사, 운수교통안전진단사, 교통사고분석사 등이 있다. 교통심리전문가가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심리학 관련 분야다. 자격과 경륜을 갖춘 교통심리전문가라면 학계로 진출하여 교수가 될 수도 있다. 물론 관련 연구기관 내의 이직도 가능하다. 대부분의 교통심리전문가는 경찰청 및 국토해양부 산하의 공공기관, 혹은 국책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교통심리전문가는 연구 업무의 특성상 대부분 사무실 내에서 근무한다. 

컴퓨터 작업이 많기 때문에 손가락과 어깨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심의를 앞두고 있거나, 세미나 발표를 준비하는 기간, 혹은 연구의 마무리 단계에서는 야근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연구 환경은 좋은 편이며, 연구를 심화시킬 수 있으므로 연구자로서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어떻게 준비하나요

국책연구기관 혹은 공공기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석사이상의 학위를 가지는 것이 좋다. 박사학위를 가진 경우 취업에 더 유리하다. 관련된 학과는 심리학, 교통공학, 인간공학, 도로공학, 사회학, 역사학 등이 있다. 관련 국책연구소나 공단 등에서 비정기적으로 관련인원을 채용하므로, 채용공고에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통심리전문가로 종사하기 위해서는 인지심리, 학습심리, 사회심리, 교통심리 등 심리학 전반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평소 생활에서 교통제도 전반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좋다. 교통공학, 도시계획, 도로공학 및 관련 법규에 관한 지식도 있어야 한다. 특히 교통법규의 변화에 대해서는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이 직업의 현재와 미래는

교통심리전문가는 교통안전공단, 도로교통공단, 교통관제센터, 한국도로공사 등 국무총리 산하의 국책연구소나 경찰청, 국토해양부 산하의 공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연봉수준은 다른 분야의 연구원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석사급 연구원의 경우 3500~5000만 원, 박사연구원은 6000~8000만 원 선이다. 

교통사고 예방에 대한 인식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교통선진국인 독일의 경우, 교통법규 위반자는 여러 명의 교통심리전문가들로부터 정밀한 심리테스트를 거치게 되는데 이러한 제도가 국내에 도입 된다면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다. 또 국책연구소나 공공기관 연구소의 일자리는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높은 경쟁률을 극복해야 한다.

자료제공 : 고용정보원 한국직업연구센터 http://know.work.go.kr


글 : BPS Research Digest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보통 ‘자전적 기억’과 ‘기억에 대한 믿음’은 서로 일치한다 - 우리는 지난 주에 컨퍼런스에 갔던 것을 기억하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믿는다. 한편, 우리는 사건이 일어났었다고 믿지만 - 컨퍼런스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믿지만 -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이 없을 수도 있다. 컨퍼런스가 지루했거나 술을 많이 마셨기 때문에 세부 기억이 사라졌을 수도 있다. 


자전적 기억 (Autobiographical Memory)


자신의 삶에 관한 개인적 기억. 

예) 어릴 적 길거리에서 엄마를 잊어버렸던 기억


최근, 심리학자들은 위 경우와 정반대되는 사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즉, 사건에 대한 기억은 있는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믿는 경우를 말한다. 최근 한 조사는 1500명의 학부생 중 1/4이 이런 비신뢰(non-belived) 기억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앤드류 클라크와 그의 동료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 실험실에서 비신뢰 기억을 만들어내는 데 최초로 성공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흉내와 관련한 실험을 한다고 공고하고 스무 명의 참가자를 모집했다. 연구자는 참가자에게 연구자가 하는 동작(박수를 치거나, 테이블을 문지르거나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등)을 따라하라고 지시한 다음, 실험 장면을 촬영했다. 각 참가자는 총 26개의 행동을 흉내냈다. 


이틀 후, 연구자는 참가자들을 다시 불러서 촬영한 영상을 보여줬다. 이 영상은 참가자 본인이 의자에 앉아있고, 연구자가 12개의 동작을 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참가자는 연구자의 각 동작을 보고 그 동작이 기억나는지, 또 자신이 그 동작을 했다고 얼마나 믿는지 평가했다. 중요한 건, 이 영상이 조작되었다는 점이다. - 원래 실험에는 없었던 두 가지 동작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참가자는 자신이 그 동작도 했을 거라고 믿게 될 것이다. 이런 실험 방법은 오기억을 일으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 결국 68퍼센트의 참가자가 자신이 그 동작을 했다고 응답했다.  


네 시간 후, 참가자들은 마지막 세션으로 돌아와서 이 모든 게 조작된 것임을 들었다. 그 다음 그들에게 각 행동에 대한 "기억"과 "믿음"을 다시 한번 평가하게 했다. 그 결과, 기억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가짜 행동 중 25%에 대해 여전히 강한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 즉, 그 행동을 안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동작을 흉내 낸 사실이 분명 기억난다고 생각한 것이다. 


클라크와 동료들은 이 결과가 기억 연구의 윤리적 문제점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디브리핑은 조작을 완전히 원상 복구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유도된 오기억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실험실을 떠나는 참가자의 머리 속에 조작된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다면,  그게 정말 윤리적일까요? " 


디브리핑 (Debriefing, 실험 사후 설명)


실험에서 참가자에게 스트레스나 트라우마를 유발하거나 속임수를 사용하는 경우, 연구자가 사후에 해명하는 절차. 

예) 이 실험은 오기억을 유발하기 위해 촬영한 영상 중 일부분을 조작했습니다. 


또, 비신뢰 기억 연구에서 기억에 대한 믿음이 기억의 초기 형성에 필요한지, 아니면 기억이 믿음 없이도 형성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Clark, A., Nash, R., Fincham, G., and Mazzoni, G. (2012). Creating Non-Believed Memories for Recent Autobiographical Events. PLoS ONE, 7 (3) DOI: 10.1371/journal.pone.0032998 




진화 과정. - 출처 : http://chelseavose.wordpress.com


글 : 인지심리 매니아


*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필자는 인공지능, 특히 유전 알고리즘을 코딩해서 실행해 볼 때마다 놀랍다는 생각을 한다. 얼마 전, 변수가 여러 개인 방정식의 해를 구할 일이 생겼다.  PHP로 인공지능을 만들어서 실행시켰더니, 순식간에 답을 도출해냈다. 인간이라면 하루종일 계산해야 할 일을 컴퓨터가 뚝딱 해결한 것이다.


유전 알고리즘(Genetic Algorithm)이란 다윈의 진화론을 바탕으로 한 통계적 탐색 알고리즘 집합이다. 예를 들어 15x-x^2이라는 함수의 최대값을 찾는 문제를 푼다고 생각해보자. 유전 알고리즘은 이 함수(적합도 함수)를 풀기 위해 가능한 모든 답(해집단)들을 임의로 생성한다. 그 다음 해집단 사이에서 교배가 일어난다(정수를 이진수로 바꾼 다음, 둘둘씩 짝지어서 이진 수를 교환한다. 마치 실제 교배에서 자식이 양 부모의 유전자를 타고 나는 것과 유사한 원리다). 이 때 적합도가 가장 높은 염색체는 교배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고, 결국 많은 자손을 낳게 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적합도가 가장 높은 염색체의 자손들만이 살아남게 되고 결과적으로 적합도 함수의 정답에 가까워진다.



교배(교차) 과정. 양 부모의 유전자 중 화살표 오른쪽 부분이 교차되어 자식에게 유전되었다. 출처 : http://www.learnartificialneuralnetworks.com/geneticalg.html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유전 알고리즘이 인간의 창의성과 무척 유사하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창의성이 ‘발산적 사고'와 ‘수렴적 사고'로 구성되어 있다고 정의한다. 즉, 수 많은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한편 문제 해결에 유용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고를 수 있는 능력이 함께 요구되는 것이다. 유전 알고리즘에서 해집단을 임의로 생성하거나 교배하는 과정은 발산적 사고와 유사하다. 하지만 해집단은 적합도 함수에 적합해야 하는 점에서 수렴적 사고의 측면도 지니고 있다. 어쩌면, 창의성을 진화적 관점에서 설명한 도널드 캠벨(Donald Campbell)은 이 사실을 50년 전에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수십 년 전, 앨런 튜링은 인간의 사고를 컴퓨터로 비유하면서 인지 과학 혁명을 일으켰다. 필자는 앨런 튜링처럼 위대한 학자가 아니지만, 유전 알고리즘의 비유가 인간의 창의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사실 창의성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창의성에 대한 적절한 모델을 인공지능에서 차용한다면, 창의성을 둘러싼 수 많은 논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필자는 유전 알고리즘의 성능 그래프(performance graph)를 관찰하던 중, 적합도 곡선이 이따금 인간의 ‘통찰'과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100세대에 걸친 염색체 6개의 성능 그래프



위 그래프는 최대 적합도를 가진 염색체와 해집단 전체의 평균 적합도를 나타낸다. 두 그림에서 최대 적합도의 곡선은 점진적이라기 보다는 특정 시점에서 급격히 상승하는 ‘계단식’ 곡선에 가깝다. 이 패턴은 통찰을 필요로 하는 문제에서 사람들이 처음에는 정답을 생각하지 못하다가(impasse), 갑자기 통찰을 얻는 패턴(‘a-ha’ 또는 ‘유레카’)과 매우 유사하다. 만약 유전 알고리즘이 창의성을 표상하는 적절한 모델이라면, 창의성에서 논란이 되었던 두 문제에 해답을 줄지도 모른다. 


우선, 유전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다가 통찰이 느닷없이 찾아오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위 그래프에서 한동안 적합도에 개선이 없는 이유는 ‘그 밥에 그 나물을' 조합하기 때문이다. 각 염색체의 적합도가 서로 비슷할 경우 교배를 해도 적합도에 큰 개선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정체 현상이 찾아온다. 즉, impasse가 발생한 것이다. 문제를 극적으로 해결하는 요인은 바로 ‘변이(Mutation)’다. 별반 다를 바 없는 염색체들 사이에서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돌연변이는 적합도를 순식간에 향상시킨다. 변이율이 큰 두번째 그림에서 적합도가 더 커지는 사실을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이 원리를 창의성에 적용해 보자. 어떤 문제에 대해 우리가 6개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만약 이 6개의 아이디어가 문제 해결의 적합성 측면에서 비슷비슷하다면, 아이디어들을 서로 조합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물론, 처음부터 해결책이 머리 속에 있다면 문제는 단번에 해결되거나 몇 번의 교배만으로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다소 기발한 생각이나 외부로부터 얻은 새 아이디어는 문제를 극적으로 해결한다. 


결론적으로, 유전 알고리즘은 impasse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통찰을 제공한다. 문제가 한동안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적합하지 않은 생각들 속에서, 또는 자신의 한정된 지식 사이에서 아이디어를 내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의 재조합(교배)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극적인 생각의 변화(즉 변이)가 동반되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극적인 생각의 변화가 뇌에서의 이상 현상 때문인지, 또는 외부로부터 유입된 새로운 정보 때문인지는 의문이다(자르페이트의 연구 결과는 이 주장을 뒷받침 하고 있다).


또, 유전 알고리즘의 성능 그래프 결과는 통찰이 점진적으로 획득된다는 견해(Durso et al, 1994, Novick and Sherman, 2003a)와 불일치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반인의 상식처럼,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통찰을 얻으면서 해결되는 듯 하다.  최근, 통찰이 갑자기 찾아온다는 사실을 입증한 인지신경과학 연구(2011/08/03 - [인지심리기사/창의] - 통찰(insight)의 신경학적 근거)들은 이 추측에 무게를 실어준다.




맥가이버



글 : Ulterior Motives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혁신에 이르는 길은 다양하다. 제임스 다이슨은 제재소의 유추를 통해 진공청소기를 개발했고, George DeMestral은 강아지의 털에 붙어있는 도꼬마리를 보고 벨크로를 만들었다.


통찰은 기능적 고착을 깨는 데서 시작된다. 맥가이버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기능적 고착을 극복하는 과정을 잘 묘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주인공은 위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주변에 있는 사물을 이용해 장치를 만들어낸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가 사물을 참신한 방식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종이 클립은 철사로 사용하고, 공구 상자는 내용물을 비워서 호수에 띄우기도 한다. 시계는 분해해서 기어의 일부로 사용한다.


기능적 고착 (Functional fixedness)


어떤 물체를 가장 많이 쓰는 용도로만 인식하는 경향. (출처 - 실험심리학용어사전)
EX) 흔히 상자는 물건을 담는 용도로 쓴다고 생각하지만, 양초를 벽에 고정시킬 때도 쓴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던컨의 양초 문제.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일반적으로, 우리는 물체가 특정한 기능만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클립은 종이를 묶어 놓기 위해 쓰인다. 공구 상자는 공구를 담기 위해 쓰인다. 하지만 우리는 물체들의 각 부분과 구성 물질을 고려하지는 않으며, 따라서 이 물체를 다른 기능으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맥가이버의 재미는 사물을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하는 데 있다. 


물론 맥가이버는 대본 속 이야기일 뿐이다. 일반인의 경우는 어떨까? 2012년 4월 Psychological Science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서,  Tony McCaffrey는 우리 모두가 기능적 고착을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물을 진부한 방식으로 보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선 물체의 모든 특성을 나열한 다음, 물체의 기능보다 구성 요소에 주목해야 한다. 이 논문에서, McCaffrey는 참가자에게 양초와 금속 블럭을 이용해서 두 금속 반지를 연결하라는 문제를 냈다. 사람들은 이 문제를 매우 어려워했다. 하지만, 사물을 구성 요소로 나누어 보면 양초가 왁스와 심지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심지는 실로 만들어진다. 만약 양초의 왁스를 긁어내기만 한다면, 반지를 묶을 수 있는 심지를 얻게 된다.


이 방법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McCaffrey는 사물의 특성을 모두 나열하라고 지시한 집단과 지시를 받지 않은 집단을 비교했다. 그 다음, 기능적 고착을 극복해야만 풀 수 있는 여섯 개의 통찰 문제를 제시했다. 통제 집단은 전체 문제의 절반 밖에 풀지 못한 반면, 특징을 나열한 집단은 문제의 80%를 풀었다.


당신은 문제를 풀다가 난관에 부딪혔을 때 이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사실 난관에 부딪힐 때 문제 풀이에 필요한 지식과 도구는 쉽게 이용 가능하다.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면, 문제 풀이에 지식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문제를 다시 기술하면 된다. 주위에 있는 물체들을 기능에 상관없이 부분으로 나열하는 전략은, 문제를 다시 기술함으로써 혁신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조나단 하이트는 인간이 '도덕적 감정'을 지니고 태어나며, 이 감정이 진화 과정에서 형성되었다고 주장한 심리학자다. 


이 강연에서, 그는 인간이 종교 등을 통해 자아를 초월(Self-transcendence)하려는 이유를 설명한다.  지구 상의 모든 종은 진화 과정에서 '집단 선택'을 위해 구성원의 협력을 필요로 했다. 인간도 역시 예외는 아니었으며, 구성원의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선 도덕, 종교, 정치 등의 수단이 필요했다. 결국 인간은 도덕, 종교, 정치 등을 통해 자신을 초월하고 타인을 위할 때 강렬한 행복을 느끼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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