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볼 생각이 있는가?




글: 인지심리 매니아

지난 주에 시험이 끝나고 나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사실 시험 1~2주 전까지만 해도 방대한 양의 학습자료를 어떻게 소화할지 고민이었다. 하지만 자료를 정리하고 정리하고 또 정리하자 자료가 서서히 간결해지기 시작했다. 간결해진 자료를 보니까 그나마 공부가 수월했고, 덕분에 백지 답안을 내는 파국적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학습자료의 정리는 시험성적을 좌우하는 요인 중에 하나다. 그런데 학습자료를 정리하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도대체 어떤 정리방법이 효과가 있는 것일까? 긴 문장을 짧게 줄이면 공부하기 편할까? 그림을 집어넣으면 공부하기 편할까?
사람들이 많이 채택하는 전략 중 하나가 바로 '분절(segmentation)'이다. 공부할 자료가 여백도 없이 깨알같은 글씨로 무한 발산한다면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긴 텍스트를 의미있는 조직 단위로 묶는다. 이를 위해 문단 사이마다 여백을 삽입한다. 그럼, 분절을 한 학습자료는 정말 효과가 있을까?


분절의 효과

분절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은 주로 dynamic visualization(예.,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된 학습 자료)에서 다루어왔다. 애니메이션은 어린 아이부터 고등학생까지 넓은 층이 선호하는 학습 자료다. 글만 빼곡히 써 있는 것보다 움직이는 영상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누구도 애니메이션의 학습 효과를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특히 학습 내용이 어려울수록 애니메이션이나 동영상의 학습 효과는 감소한다. 그 이유는 바로 '분절'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동영상이나 애니메이션이 어려운 내용을 설명한 경우, 학생은 이해를 위해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는 동영상이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영상은 다음 내용을 바로 보여주기 때문에 앞 전의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할 시간이 부족하다. 결국 학습 효과가 저조하다.

그래서 '분절'의 효과는 중요하다. 최근에는 플래쉬 등의 기술을 통해 연속적인 학습자료의 분절이 가능해졌다. 최근 학습 자료들은 하나의 개념을 소개한 다음, 학생이 내용을 이해하고 'next'버튼을 누를 때까지 기다려준다. 이렇게 내용을 분절할 경우, 앞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학습심리학 연구 결과 역시 마찬가지다.[각주:1]

그런데, 분절의 효과는 텍스트에서도 나타날까? 긴 텍스트를 의미있는 문단끼리 묶고, 각 문단 사이에 여백을 두면 학습 효과가 증가할까? 또, 이미 정리가 되어 있는 자료를 보는 게 더 좋을까, 아니면 자신이 자료를 직접 분절하는 게 학습에 더 도움이 될까?


실험

최근, 이 주제를 연구한 논문[각주:2]이 Applied Cognitive Psychology에  게재되었다. 연구자들은 학생들에게 확률에 관한 학습자료를 나누어주었다. 이 학습자료는 이야기를 들려준 다음, 사건이 발생할 확률을 구하는 절차를 단계별로 소개한다. 참가자 중 일부는 풀이 절차가 blank line으로 구분된 자료를 본 반면, 다른 집단은 blank line 없이 붙여서 적어놓은 자료를 봤다. 또 다른 집단은, blank line 없는 자료를 보되, 자신이 직접 여백을 집어넣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예)분절이 되 있는 학습자료

‘Together with your friend, you go on a two-day mountain bike trip. Each day the instructor brings five helmets, which each have a different color: blue, green, yellow, red and silver. The helmets are distributed randomly and are given back to the instructor at the end of the day. On both days you get a helmet first and your friend second.
What is the probability that on the first day, you will get the blue helmet and your friend will get the green helmet?’

풀이 절차

1. 헬멧을 고르는 순서..........

2. 복원추출/비복원추출........
.
(풀이 절차가 여백으로 나뉘어져있다).


학습자료를 다 읽고 난 다음, 학생들은 유인물과 유사한 확률 문제를 풀었다.  그 결과, 세 집단 간 점수의 차이는 없었다. 그런데, 정리된 자료를 본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훨씬 적은 노력을 들이고도 동일한 점수를 취득했다. 즉, 학습의 효율성이 높았던 것이다. 또, 자료를 직접 정리한 집단은 다른 집단보다 인지적 노력만 낭비했을 뿐, 학습 성취에 별다른 이점을 얻지 못했다.


Conclusion

결과적으로, 각 내용이 blank line으로 구분된 학습자료가 줄줄이 씌여있는 문장보다 효과적이다. 또, 자신이 자료를 직접 정리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왜 분절이 학습을 효율적으로 만들까? 연구자들은 분할이 중요한 내용을 눈에 잘 띄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본인들도 인정했듯이 pause의 효과 때문일 수도 있다. 책을 보다가도 이해가 잘 안 되면 잠깐 멈추고 생각을 하지 않는가? 분절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여백을 만날 때마다 이전 내용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정리하게끔 만들 수도 있다.


분절은 텍스트로 구성된 학습자료에도 효과가 있지만, 아직 그 원인은 분명히 밝혀지지 않은 것 같다. pause와 highlighting 중 어떤 것이 학습에 영향을 주었는지 알기 위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Notice
이 '분절' 전략은 해당 분야의 초보자에게만 효과가 있는 전략이다. 이미 학습 내용을 다 알고 있는 학생이라면, 분절이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1. Ayres & Paas, 2007b; Mayer & Moreno, 2003; Moreno & Mayer, 2007; Wouters, Paas, & Van Merriënboer, 2008 [본문으로]
  2. Spanjers, I. A. E., van Gog, T. and van Merriënboer, J. J. G. (2011), Segmentation of Worked Examples: Effects on Cognitive Load and Learning. Applied Cognitive Psychology. doi: 10.1002/acp.1832 [본문으로]


머리말: 인지심리 매니아


그 동안 '인지심리 매니아'는 자연이 인간의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다뤘다. 특히 자연이 인간의 주의력에 큰 공헌을 한다는 사실을 Kaplan 등의 논문을 통해 소개한 적이 있다. 하지만, 기존 포스트를 읽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환경이 주의력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번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밑에 링크한 게임을 잠깐 해 보자(그림을 클릭하면 게임을 할 수 있다).


게임처럼 보이는 이 test는 원래 인지심리학 연구에서 자주 사용하는 플랭커 테스트(Flanker test)다.  이 테스트의 목적은 참가자의 주의력을 알아보는 것이다. 어떻게 주의력을 알 수 있을까? 게임을 해 보면 target 화살표와 나머지 화살표의 방향이 서로 일치하거나 불일치하게 제시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일치 조건의 평균 반응시간(얼마나 키보드를 빨리 눌렀나)-불일치 조건의 평균 반응시간을 구하면 주의력의 정도를 알 수 있다. 현재 필자가 해 보니 대략 20~30ms(밀리세컨드, 천분의 1초) 정도 차이가 난다.

근데, 이 두 조건의 차이가 도대체 주의력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플랭커 테스트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인간은 중앙에 있는 화살표 뿐만 아니라 주위에 함께 제시되는 화살표(플랭커)도 같이 보게 된다. 따라서 목표 화살표와 플랭커의 방향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반응을 빨리 해야 하는 상황에서 플랭커 때문에 헷갈리게 된다(시끄러운 까페에서 친구와 대화할 때 옆 테이블의 대화가 자꾸 귀에 들어오는 것과 비슷하다). 즉, 플랭커들이 훼방을 놓는 것이다.

만약 집중력이 뛰어나다면, 사람을 헷갈리게 만드는 플랭커에 현혹되지 않고 목표 화살표의 방향에만 반응할 수 있다. 따라서 '일치 조건의 반응시간-불일치 조건의 반응시간'의 차이가 작다면, '방해가 있든 없든 주의력에 흔들림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만약이 차이가 커진다면 '방해가 없을땐 괜찮지만, 방해가 생기면 주의력이 흐트러짐'을 의미한다. 

플랭커 테스트가 주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인간은 화살표의 방향을 판단할 때도 주위에 방해 자극이 4~5개만 출현하면 주의력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그 효과는 20~30ms에 불과하지만, 인간의 두뇌에서 20~30ms라면 대단한 지연시간이다. 결국, 우리 눈에 보이는 방해자극들이 인지 기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이번에는 도심으로 돌아오자. 신촌 한복판에서 돈까스를 파는 집을 찾아 보자. 만약 목적지를 찾았다면 자신이 가게를 찾는 동안 자신의 눈길을 끈 간판이 몇 개나 있었는지 세어보자. 이제 내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알겠는가? 당신의 인지 기능은 지금 수많은 플랭커들에 의해 마비된 상태일 것이다. 목표인 돈까스 집(목표 화살표)을 찾는 도중에 수많은 간판들(플랭커)이 우리의 주의를 끌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간판 속을 헤매면서 돈까스 집을 찾아야 한다는 일념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 해 목표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돈까스 집에 도착하면 주의력 고갈로 머리가 멍해지는 것이다(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돈까스 집을 찾고 난 다음 스마트폰으로 플랭커 테스트를 다시 해 봐도 좋다. 아마 두 조건의 차이가 훨씬 커져 있을 것이다).


도심에 사는 것은 플랭커의 아귀지옥에서 사는 것과 다름 없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자연의 중요성을 더더욱 강조한다. 최근 시안 베일록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런 취지의 기사를 쓴 것을 보고 번역해 봤다.


글: Choke(시안 베일록)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여름이 지나갔다. 이는 우리가 다시 학교, 직장, 도시생활로 돌아왔음을 의미한다. 도시 생활은 수고스럽다. 사람이 북적대는 도심을 돌아다니거나 끊임없는 소음을 참는 것은 도시에서 오래 생활한 사람도 참기 힘들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처법이 하나 있기는 하다. 잠깐 동안이라도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오랫동안 철학자, 작가 또는 일반인들은 자연과의 상호작용이 인지적 기능, 창조적 능력, 삶의 질을 개선시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몇 해 전부터 이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시작했다.

일리노이 대학에서 Landscape and Human Health 연구소를 맡고 있는 Frances Kuo가 이 연구의 대표적 인물이다. 쿠오는 인간과 물리적 환경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 나무와 녹지가 심미적 만족과 마찬가지로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자연을 보는 것이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쿠오는 한 연구를 통해 녹지가 조성된 아파트에 사는 거주자가 시멘트로 둘러싸인 아파트에 사는 거주자보다 주의력과 기억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 중 창문을 통해 자연풍경을 볼 수 있는 학생의 집중력이 높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그럼, 자연풍경에 노출되었을 때 인지 기능이 향상되는 이유는 뭘까? 그 해답은 현대 심리학의 창시자인 윌리엄 제임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두 가지 유형의 주의를 구분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 중 어떤 것은 우리 노력 없이도 주의를 끄는데 이것을 비자발적 주의라고 한다. 비자발적 주의는 "이상한 것, 움직이는 것, 야생 동물, 밝은 것'을 봤을 때 일어난다. 반면 상황이나 자극에 집중하기 위해서 우리가 노력을 들이는 경우는 자발적 또는 직접적 주의에 해당한다.

과학자들은 자발적 또는 직접적 주의를 정신적 근육에 비유하면서 이런 주의는 시간에 따라 소진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주의를 끄는 자연 환경(예, 아름다운 노을)은 비자발적 주의를 일으킨다. 따라서 비자발적 주의가 일어나는 동안 자발적 주의는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것은 미친 듯이 돌아가는 도심의 환경과 대조적이다. 도시 환경은 보통 비자발적 주의를 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자동차가 울리는 경적 소리를 상상해보자. 게다가, 도심을 걸어다닐 때는 각종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상당한 정도의 직접적 주의를 사용해야 한다(예, 각종 광고판으로부터 의식적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 즉, 도심 환경은 자연에 비해 주의가 휴식을 취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연구자들은 자연이 훨씬 유익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신은 굳이 자연 속에서 오래 있을 필요가 없다. 몇년 전 미시간 대학의 연구진들이 학부생을 대상으로 주의력 테스트를 실시했다. 학생들에게 1, 4, 7, 3처럼 숫자를 들려준 다음, 들려준 것과 반대의 순서로 숫자를 기억하게 했다(3, 7, 4, 1). 이 과제는 제시된 숫자의 순서를 뒤바꿔서 회상해야 한다는 점에서 직접적 주의를 요구한다. 이 과제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테스트에 참가하기 전과 후에 Ann Arbor 수목원을 한 시간 정도 걷거나, 도심 한복판을 걸었다.

결과는 아주 명확했다. 자연 속을 걸었던 사람은 도심을 걸었던 사람보다 주의력 과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결과는 기분이나 날씨 조건의 변화에 기인한 것이 아니었다. 즉, 자연 속에 정신적 혜택이 있었던 것이다.

전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는 만큼 도시생활은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도심 생활 속에서 정신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무 사이를 걷는 것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pilogue: 인지심리 매니아

나는 최근 어려운 의사결정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어떤 대상을 선택할지 말지를 결정할 일이 생겼는데, 내 머리 속에서 두 가지 의견이 충돌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내 정서는 대상에 강한 매력을 느끼고 그 대상을 선택하라고 속삭인다. 반면 내 이성은 대상에 대해 반대의견을 늘어놓으며, 선택을 하지 말라고 속삭인다. 즉, 직관과 이성의 평가가 서로 충돌해서 선택을 쉽사리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정서(또는 직관)와 이성이 충돌해서 그 대안을 쉽사리 선택하지 못하는 상황은 주변에서 흔히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정서와 이성 중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만약 여러분이 이와 같은 상황에 빠진다면, 정서와 이성 중 누구의 의견을 들을 것인가?

이 문제를 고민을 하던 중, 며칠 전 Wired가 소개한 새 논문이 눈에 띄였다.


글: Wired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우리는 복잡한 의사결정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사소한 의사결정 하나-심지어 치약을 고를 때도-에도 온 신경을 써야 한다. 왜냐하면 마켓에서 취급하는 치약이 무려 200종이나 있기 때문이다. 불소 함유량이 많은 치약을 고르는 게 좋을까? 화이트닝 기능이 있는 치약을 골라야 할까? Crest는 Colgate와 다를까? 그 결과 평범한 선택을 할 때도 인지적 노력을 많이 들이게 되었다. 모든 대안을 평가할 때 고려할 변수를 행렬로 만들어서 점수를 매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치약 고르기 뿐만 아니다. 생수에서 청바지, 주식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판단에서 이런 과정이 요구된다. 간단한 선택이란 건 없다.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복잡하게 만들어 놨다.

어떻게 이 어려운 의사결정을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는 무한한 선택지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대안을 탐색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수천년 동안 분명해 보였다. 딜레마와 마주쳤을 때는, 선택지를 주의깊게 평가하고 주어진 정보를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치약을 선택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유용성과 비용 대비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합리적인 존재다. - 우리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만약 합리성이 먹혀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까? 만약 직관에 의존할 때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한다면 어떻게 할까? 인간의 정서가 지니는 지혜는 수많은 문헌에서 다뤄졌지만, 정서 시스템(Type 1 사고라고도 한다)이 복잡한 의사결정에서 빛을 발한다는 사실은 최근 연구를 통해 비로소 밝혀졌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무의식이 복잡한 과제에서 의식적인 뇌보다 훨씬 뛰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이라고 평가했던 사고체계가 사실 이성적인 숙고보다 더 '현명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의식이 수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인간의 이성은 매우 좁은 병목을 가지고 있어서 한번에 제한된 정보만을 처리할 수 있다). 만약 치약 코너에서 수많은 대안 때문에 방황하고 있다면, 가장 괜찮게 '느끼는' 대안을 선택하면 된다.

이 이론과 관련해서 가장 널리 인용되는 연구는 2006년 Sience에 실렸던 압 데윅스테르하위스(Ap Dijksterhuis)의 연구다. (나는 이 연구를 탁월한 결정의 비밀에서 소개한 적이 있다). 실험은 다음과 같다: 데윅스테르하위스는 자동차를 사려는 독일 사람들에게 네 가지 다른 자동차를 소개했다. 참가자는 각 자동차에 부여된 네 가지 평가항목 점수를 봤다. 예를 들어 1번 자동차의 경우 연비가 좋지만, 변속기가 조잡하고 카 스테레오가 별로였다. 2번 자동차는 핸들감이 별로지만, 공간이 넓었다. 데윅스테르하위스는 그 중 한 자동차가 다른 차보다 객관적으로 우월하게끔 만들어놨다. 자동차에 대한 평가를 보여준 다음, 연구자는 참가자들에게 몇 분 동안 어떤 차를 살지 생각해 보라고 지시했다. 이 '쉬운'조건의 경우, 절반 이상의 참가자가 가장 좋은 차를 골랐다.

그 다음 연구자는 같은 자동차들을 다른 두 집단의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엔 참가자가 의식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자동차에 대한 정보를 본 다음, 참가자는 간단한 단어 게임을 하게 된다. 연구자는 참가자가 게임을 하는 도중에 느닷없이 끼어들어서 어떤 자동차를 고를 거냐고 물어봤다. 연구자가 이렇게 한 목적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의사결정을 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그들의 의식적 주의는 단어 퍼즐을 푸는 데 쏠려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참가자는 의식적으로 의사결정을 한 경우보다 나쁜 대안을 골랐다.

지금까지는 결과가 명확해 보인다. 이성적인 분석이 의사결정을 최적화한 것이다. 이 데이터는 전통적인 지혜를 확인시켜준다: 합리적인 것은 언제나 좋은 것이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워밍업에 불과하다. 연구자는 이 실험을 반복했는데, 이번에는 각 자동차를 12가지 항목으로 평가한 자료를 사용했다. (이 어려운 조건은 우리가 실제로 자동차를 사는 상황과 비슷하다. 현실에서는 수많은 정보 때문에 차를 고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변속이나 연비 외에 컵홀더의 개수, 트렁크의 크기 같은 정보도 접하게 되었다. 그들의 뇌는 48가지나 되는 정보를 처리해야 했다.

의식적인 심사숙고가 최적의 의사결정으로 이어졌을까? 데윅스테르하위스는 이성적으로 생각한 집단이 좋은 차를 고를 확률은 25퍼센트 이하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그들은 우연 확률보다도 더 못한 수행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몇 분 동안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렸던 집단은 좋은 차를 고를 확률이 60퍼센트 가까이 되었다. (이 결과는 Ikea나 가죽 소파를 사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발견되었다)그들은 혼란 속에서 자동차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이상적인 선택지를 찾아낸 것이다. 데윅스테르하위스는 이 데이터가 가지는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이 연구의 핵심은... 의사결정 시 모든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의식적인 노력을 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의식적인 노력으로 정보를 분석하려고 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대신, 당신의 무의식이 정보를 소화할 때까지 잠시 여행을 떠나라. 당신의 직관이 내놓은 선택은 최적의 선택이 될 확률이 높다.

데윅스테르하위스의 연구는 수 많은 논란을 일으켰고, 몇몇 연구결과는 이를 반복검증하는 데 실패했다. 따라서 많은 연구자들은 무의식적인 사고의 이점이 단순히 실험에서 발생한 우연에 불과하거나, 부화(incubation)의 결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달 Emotion에 실린 코넬 대학 연구팀의 새 논문[각주:1]은, 복잡한 의사결정에서 정서 사용이 이득이 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연구자들은 먼저 데윅스테르하위스의 자동차 실험을 단순 반복해봤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주의를 다른 곳에 돌리는 대신, 연구자들은 참가자를 '감정에 집중'하는 집단과 '디테일에 집중'하는 집단으로 나누었다. 감정 집단의 경우 각 자동차가 어떻게 느껴지는지에 초점을 두었다 - 트렁크가 큰 걸 좋아하세요? - 반면 디테일 집단의 경우 각 자동차의 속성에 초점을 맞추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들의 가정은 자신의 감정에 집중한 사람이 무의식에 의존하는 반면, 디테일에 집중한 사람은 이성적인 사고방식을 사용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디테일에 집중했던 그룹은 간단한 의사결정에서 수행이 월등했다. 이들은 16개의 정보가 주어진 경우 의사결정의 질이 20퍼센트 정도 높았다. 하지만, 복잡한 조건의 경우 감정에 집중했던 사람들이 더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렸다. 의식적인 결정을 내린 집단이 좋은 차를 고를 확률이 50퍼센트 정도였던 반면, 감정에 의존했던 집단은 확률이 70퍼센트나 되었던 것이다. 참가자가 의사결정 후 느끼는 주관적 만족도의 경우도 동일한 결과가 관찰되었다. 자신의 정서에 의존해서 결정을 했던 사람의 만족도가 훨씬 높았다. 연구자들은 마지막 실험에서 정서를 통한 의사결정의 이점이 합리적인 생각을 하면 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결국, 만약 우리가 어떤 정보를 고려할 때 강한 직감을 느꼈다면, 그 직감을 의심하지 않는 게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그들은 이 현상이 자동차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것도 발견했다. 우리 감정은 아파트를 고를 때나 여행 장소를 고를 때도 유용하다.

이 새로운 연구는 무의식이 복잡한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논쟁을 지속시킬 것이다. 정서의 이점에 대한 증거들은 아직 잠정적이지만, 확실한 건 정서에 대한 기존 관점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본능,정서,직관이 비이성적이고 무책임하며, 과거 인간이란 동물에서 물려받은 퇴화된 유산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새로운 연구 덕분에 우리 정서 또한 논리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의 본능은 무의식이 가진 처리 능력에 기반하고 있다. Type 1 시스템의 막대한 계산 능력은 - 수천 비트의 데이터를 병렬적으로 처리하는 - 대안을 평가할 때 관련 정보를 분석할 수 있게 만든다. 그 결과, 우리는 치약 코너에 있는 무수한 선택지에다가 정서적 태그를 붙일 수 있다. 가장 좋은 대안이 가장 긍정적인 정서와 연합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 우리의 감정은 우리에게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과학자들의 다음 결론을 들어보자.

요컨대, 이번 연구의 결과는 정서적 전략이 의사결정을 최적화하는 수단이라고 말해준다. 이 연구 결과는 정서가 의사결정에 이익을 준다는 사실을 지지한다. 또, 이 결과는 우리가 언제 어디서 어떤 전략을 써야 하는지 알려준다. 많은 질문들이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아있지만, 이 결과는 복잡한 문제를 만났을 때 당신의 직관을 따르라고 말해준다. 또, 결정을 할 때 지나치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도 말해준다.



이 글의 내용이 현재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내가 처한 딜레마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녔기 때문에 위 결과를 적용하기 힘들어 보였다(아래는 개인적인 견해를 적은 것이다)

첫째, 선택지(옵션이나 대상)가 물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위 연구 결과가 물건 뿐 아니라 다른 성질의 대안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어떻게 장담할 것인가?

둘째, 고려할 변수의 숫자가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위 실험의 경우 실험자가 참가자에게 고려할 변수를 직접 지정해 주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굉장히 인위적이며, 현실세계와 동떨어져 보인다. 현실의 경우 고려할 변수를 본인이 직접 선택해야 하며, 따라서 적절한 변수의 수를 정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직관과 이성 중 어떤 전략을 써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직관-이성 전략을 선택하려면 적절한 변수의 '선택'이 선결되어야 한다. 하지만 적절한 변수의 선택을 위해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 규칙은 없는 것 같다(문제마다 상황과 성격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딜레마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한 가지 교훈을 얻기는 했다. 지금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직관에 따르는 게 현명할 수도 있다는 것.




  1. Mikels, Joseph A, Maglio, Sam J, Reed, Andrew E, Kaplowitz, Lee J, Should I go with my gut? Investigating the benefits of emotion-focused decision making, Emotion, Vol 11(4), Aug 2011, 743-753. doi: 10.1037/a0023986 [본문으로]

거짓말을 자꾸 하면 어리석어진다


피노키오의 코



글: 인지심리 매니아

불교의 십선계 중 불망어(不妄語)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코이케 류노스케는 '생각 버리기 연습'에서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불망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자꾸 원래와 다르게 사실을 말하다 보면, 마음은 바르지 않은 정보를 바른 정보 위에 덧쓰게 된다. 사실과 거짓이라는 서로 반대되는 정보가 마음에 새겨지면 정보처리능력이 떨어지고, 장기적으로는 기억들 사이의 연결이 혼란스러워진다.

이 말은 정말일까?
아니면 거짓말 하는 사람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하는 일종의 거짓말일까?

인간이 사실과 거짓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는 말은 사실이다. 따라서 거짓말은 본인이나 타인에게 큰 손해가 된다. 심리학 연구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어떤 피해를 입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거짓말로 인해 타인이 입는 손해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코이케 류노스케는 거짓말이 기억들 사이의 연결에 혼란을 가져온다고 말했는데, 이건 정말 사실이다. 인지심리학 연구에서는 로프터스 교수의 실험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어느 날, 로프터스 교수는 학생들로 하여금 동생에게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게끔 한 적이 있다. 그 중 한 사례를 살펴보자. 한 학생은 자신의 동생에게 어릴 적 쇼핑몰에서 길을 잃어버렸던 사건을 기억하냐고 물어봤다. 동생은 사실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동생은 겪지도 않은 일들을 기억해내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사건 당일 느꼈던 감정이나 대화까지도 기억해냈다. 있지도 않은 일을 기억해낸 것이다.


이런 경우는 주변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피의자 심문 단계에서 조사자가 일어나지 않았던 사실을 집중추구할 경우, 피의자가 거짓자백을 하는 현상도 같은 맥락이다. 피의자는 자신이 혐의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집중추구를 당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원래 기억과 조사관의 말을 헷갈리게 된다. 결국 피의자는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잘못 기억하게 된다.

심리학 연구결과는 중요한 교훈을 내포하고 있다. 거짓말은 듣는 사람의 장기 기억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거짓말로 인해 자신이 입는 손해

그럼 본인의 경우는 어떨까? 본인은 자신이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무엇이 사실이고 거짓인지 분명 알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거짓말을 하는 당사자는 코이케 류노스케의 말처럼 자신의 기억 사이에서 혼란을 겪지 않을 것이다. 정말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코이케 류노스케의 말이 정답이다. 거짓말 하는 사람도 자신의 거짓말로 인해 기억이 왜곡될 수 있다.

2004년 Psychological Science에 실린 심리학 연구를 살펴보자[각주:1]. 이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시각적으로 생생한 상상을 실제 봤던 것처럼 착각하는 현상을 관찰했다. 그들은 이 현상을 유도하기 위해 참가자에게 다음과 같은 실험 절차를 사용했다.




학습 단계에서 참가자중 절반은 Word+Picture, 나머지 절반은 Word Only 조건에 할당되었다. 단어는 글자 또는 음성으로 제시되었다. 단어와 그림이 함께 나오는 경우 단어가 제시된 후 단어와 일치하는 그림이 제시된다. 반면, 단어만 나오는 조건은 그림이 제시되지 않는다.
참가자들은 이런 단어쌍 수백개를 본 다음 테스트를 거친다. 이 테스트는 특정 단어를 보여준 뒤, 이 단어에 해당하는 그림을 학습 단계에서 본 적이 있는지 물어본다.

인간은 단어를 듣고 단어에 해당하는 시각적 이미지를 상상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인간이 상상한 것과 실제경험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고 가정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참가자들은 단어만 제시되었던 경우에도 그림까지 봤다고 잘못 기억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실험 결과, 예상대로 사람들은 상상과 진실을 잘 구분하지 못했다. 단어만 보여준 경우, 사람들이 그림까지 봤다고 답한 경우가 전체 문항의 27%나 되었던 것이다. 반면 학습 단계에서 단어, 그림을 모두 보여준 적이 없는 새 단어의 경우 오류율은 6%에 그쳤다. 따라서 상상을 진실로 착각한 경우가 상상하지 않은 경우보다 오류율이 4배나 높은 것이다.
연구자들은 상상과 진실을 착각하는 현상이 뇌의 어떤 부위와 관련있는지 알아봤다. fMRI 결과, 전대상회, precuneus regions, right inferior parietal area가 이 현상과 관련있었다. 반면, 정확한 기억의 경우 left inferior prefrontal 영역의 활성화가 두드러졌다.

결국, 사람은 자신이 시각적으로 상상한 것과 실제 있었던 일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비록 시각적 상상에 국한된 연구이긴 하지만, 이를 통해 거짓말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거짓말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거짓 사실을 머리 속에서 상상하게 된다. 그리고 이 상상이 뚜렷하면 뚜렷할 수록, 거짓말 하는 당사자의 원래 기억은 왜곡된다. 결국, 자신이 한 거짓말에 자신이 속아넘어가게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진리에는 변함이 없다. 불망어라는 계명을 지키는 것은 타인뿐 아니라 자신의 기억을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것 같다.

필자는 '생각 버리기 연습'의 저자가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일 때마다 매번 감탄한다.
  1. Gonsalves, B., Reber, P. J., Gitelman, D. R., Parrish, T. B., Mesulam, M.-M., & Paller, K. A. (2004). Neural evidence that vivid imagining can lead to false remembering. Psychological Science, 15, 655–660. [본문으로]

글: 인지심리 매니아

페이스북을 통해 어떤 이성을 알게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한 동안 온라인으로 연락하며 지내다가 실제로 만났다고 치자. 약속장소인 XX까페에 가서 그 사람이 어디 앉아있는지 찾기 시작한다. 단서라고는 온라인에서 봤던 그 사람의 사진첩이 전부다. 만약 당신이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만나고자 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거의 대부분 실패할 것이다.


1. 사진은 실물을 반영하지 않는다


0123

자신이 소녀시대를 모르는 외국인이라고 가정하고 네 장의 사진들을 유심히 보자. 나중에 길거리에서 우연히 태연을 본다면, 이 여성이 사진 속 여성과 동일인물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우리는 특정 인물의 사진들이 그 사람의 Identity를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처음 보는 사람인 A의 사진들을 연속해서 봤다면, 우리 뇌에는 A라는 인물이 머리 속에 표상되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A의 사진들을 봤는데 B라는 인물이 머리 속에 표상될 수도 있다. 즉, 실물과 사진을 통해 형성된 표상이 불일치할 수 있다. 특히, 사진 속 인물이 처음 본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최근 Cognition에 재미있는 논문[각주:1]이 실렸다. 이 논문의 연구자들은 첫번쨰 실험에서 영국 참가자들에게 네덜란드의 유명인사 2명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각 인물 당 20장의 사진을 보여주었으므로 참가자는 총 40장의 사진을 보게 된다. 그 다음 참가자에게 사진을 인물별로 묶어보라고 지시했다. 만약 참가자가 (처음보는)사진들을 통해 사진속 인물의 Identity를 정확히 식별했다면, 사진들을 2개의 그룹으로 묶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평균 7.5개의 그룹으로 사진을 분류했다. 두 인물을 찍은 사진인데 7명의 사진들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똑같은 사람의 사진이라도 헤어스타일이나 광원에 따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참가자와 달리, 네덜란드 사람들은 동일한 실험에서 사진을 정확히 두 그룹으로 묶었다. 이건 당연한 결과다. 김태희와 전지현 사진이 서로 섞여 있다고 생각해보자. 우리 나라 사람들은 사진을 인물별로 금방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 사람들은 구분을 못 할 수도 있다. 처음 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국 연예인의 사진을 정확히 분류할 수 있었지만, 네덜란드 연예인을 잘 모르는 영국 사람은 두 사람의 사진들을 7명의 사진으로 분류해 버린 것이다.

이 논문의 첫번째 교훈은 다음과 같다.
만약 나와 안면이 없는 사람의 얼굴을 그 사람의 사진첩만으로 파악해야 한다면, 그만두는 것이 좋다. 페이스북 사진첩만 보고 사람을 덥석 만나러 가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다. 인간은 사진만으로 인물의 정확한 표상을 그려낼 수 없는 것 같다.

2. 잘 나온 사진의 효과

원판 불변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잘 생긴 사람은 사진이 못 나와도 잘 생겼고, 못 생긴 사람은 사진이 잘 나와도 못 생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못 생겨도 사진이 잘 나오면 괜찮게 보이지 않을까? '원판'과 '뽀샵' 중 어느 것이 사진의 매력도에 큰 영향을 미칠까?

이 논문의 저자들은 마지막 실험에서 참가자에게 특정 인물들을 사진을 보여준 후, 매력을 평가하게 했다. 참가자들은 네덜란드의 유명인물 20명의 사진을 본다. 각 인물 당 총 20장의 사진이 제시된다. 참가자는 각 사진을 본 다음 매력있음/매력없음을 판단한다.

분석 결과, 사진의 매력도는 '인물' 뿐만 아니라 '사진'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Rank-Identity r은 사진 속 인물과 매력도(순위별로 정렬)의 상관을 나타낸다. Rank-Image r은 각 사진과 매력도(순위별로 정렬)의 상관을 나타낸다. Fisher's z 점수는 두 분포가 얼마나 차이를 보이는지 말해준다. 두 분포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p<.01 (자세한 분석 방법은 논문 참조)

결국, 매력도는 잘 생기고 못 생긴 사람의 얼굴에 큰 영향을 받지만, 사진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는 것이다. 못 생긴 사람도 사진이 한번 잘 나오면 괜찮게 보일 수도 있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이 논문의 두번째 교훈은 다음과 같다
못 생긴 자여, 사진을 수 없이 찍어라. 그리고 그 중에 잘 나온 사진을 끊임없이 페이스북에 올려라. 당신의 매력도를 무한히 증가시켜줄 것이다.

인지심리학 연구에 주는 함의
이 논문은 기존 얼굴 재인 연구의 방법론에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기존 연구들은 인물 간의 변산만을 고려했다. 참가자가 얼굴을 식별하는 기준은 '인물'이었다. 즉, A 사진을 A로, B 사진을 B로 구분하느냐가 관심사였다.
하지만 이번 논문은 인물 내의 변산이 얼굴 재인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같은 인물이라도 사진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연구 결과에 인물 내 변산이 포함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이 변산을 통제하려면 사진에 대한 '친숙성'이 도움이 될 수 있다(물론 실험에서 친숙성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1. Jenkins, R., et al. Variability in photos of the same face. Cognition (2011), doi:10.1016/ j.cognition.2011.08.001 [본문으로]



출처: Wired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스티브 잡스의 일화들은 그가 화를 잘 내며, 그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사람에게 날카로운 비판을 한다고 묘사한다. 몇 달 전, 아담 라신스키는 포춘지 기사를 통해 1 Infinite Loop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묘사했다. 이 기사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2008년 여름, 애플은 3G iPhone을 처음 출시했다. 이와 동시에 애플은 MobileMe를 선보였다. MobileMe는 휴대폰과 이메일을 동기화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MobileMe은 쓸모가 없었다. 사용자들은 이메일이 사라지거나, 동기화 시 오류가 발생한다고 불평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새 아이폰을 선택했지만, MobileMe에 대해서는 혹평을 했다.

스티브 잡스는 이런 쓸모없음을 용납하지 않았다. 출시 이벤트 직후, 그는 MobileMe팀을 애플 건물 Building 4의 Town Hall auditorium으로 소환했다. 그 미팅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잡스는 까만 터틀넥에 청바지를 입고 손을 꽉 움켜쥔 체 걸어들어와서 한가지 질문을 했다고 한다.

"MobileMe가 무엇을 위해 만들어 졌는지 누가 이야기 좀 해 줄래요?" 누군가가 답변을 하자마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So why the fuck doesn't it do that?"

이후 30분 동안 잡스는 사람들을 몹시 꾸짖었다. "당신들은 애플의 명성을 더럽혔습니다." 그는 말했다. "우리는 우리 명성을 떨어뜨리는 자를 증오해야 합니다." 대중적인 망신이 잡스를 더욱 열받게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gadget 컬럼니스트인 Walt Mossberg는 MobileMe를 혹평했다. "우리 친구인 Mossberg는 더 이상 우리에게 좋은 기사를 써 주지 않을 겁니다."라고 잡스는 말했다. 잡스는 그 자리에서 새 임원을 임명했다. 

잔인하다.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분노는 잡스의 경영 전략에서 항상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실패와 직면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았고 부정적 피드백에도 불러서지 않았다. 그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회사 내에 퉁명스러운 문화가 스며들게 했다. 애플의 디자이너인 Jonathan Ive는 그룹 미팅의 모토가 "잔인하게 비판적'이었다고 말했다.

언뜻 보면, 분노와 비판의 조장은 좋지 않은 생각 같아 보인다. 우리는 그룹 협업 시 손발이 잘 맞고 서로 인정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왔고, 항상 긍정적인 자세를 강조했다. 브레인스토밍을 예로 들어 보자. 브레인스토밍은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테크닉이다. 광고 회사인 BBDO의 창업 파트너인 알렉스 오스본은 1940년대 후반 브레인스토밍의 장점을 그의 베스트셀러에서 잘 설명했다. (그는 브레인스토밍이 집단의 창의적 결과물을 두 배로 증가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 비판의 부재라고 말했다. 오스본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 받을 부정적 피드백을 염려할 경우 브레인스토밍에 실패한다. "창의성은 아주 미묘해서 칭찬을 통해 피어나는 꽃과 같습니다. 반면 좌절은 꽃을 시들게 만듭니다." 오스본은 Your Creative Power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것이 큰 실수일수도 있다. 스티브 잡스는 그의 실망이나 불만을 숨기지 않음으로써 무언가 효과를 봤을 수도 있다. Matthiis Baas와 Carsten De Drue는 최근 The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에 새로운 논문을 소개했다. 그들의 첫번째 실험은 간단하다. 이 실험은 분노가 창의적 과제에서 "구조화되지 않은 생각(unstructured thinking)"을 촉진함을 보여줬다. 두번째 실험은 자연 환경을 개선하는 방안을 브레인스토밍하기 전에 의도적으로 참가자의 분노를 유발했다. 이번에도 분노를 느낀 참가자는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물론 이는 분노가 만병통치약이거나 현명함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첫째, 분노는 소진적이고 "자원을 고갈"시킨다. 화난 참가자가 초반에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았지만, 그들의 수행은 급격히 떨어졌다. 아이디어 생성 세션이 끝날 무렵에 그들은 다른 사람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따.

왜 분노가 상상력에 영향을 미치는 걸까? 그 해답은 아직 불분명하다고 생각한다. - 우리는 기분이 인지에 미치는 영향을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분노가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면 피상적인 자유 연상을 뛰어넘어서 보다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다. 반면, 기분이 좋거나 중립인 상태라면 친숙하지 않은 가능성을 생각해야 할 인센티브가 없고,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일 떄 생기는 위험성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 비판의 부재는 우리를 항상 같은 자리에 머물러있게 한다. 그래서 분노는 우리로 하여금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의 핵심은 부정적 기분이 놀라운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슬픔을 경험한 참가자는 창의적 생성 과제에서 수행이 저조했다. 하지만 기존 연구는 슬픔이 창의성을 지속시켜서 오랫동안 노력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즉, 우울이 단기적으로는 나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Modupe Akinola의 "The Dark Side of Creatvity"라는 최근 논문을 생각해 보자. 실험 설정은 매우 영리했다: 그녀는 참가자에게 자신의 원하는 직업에 대해 짧은 발표를 하게 했다. 학생들은 무선적으로 긍정적 또는 부정적 피드백 조건에 할당되었다. 긍정적 조건의 경우 발표할 때 청중이 웃거나 고개를 끄덕였고, 부정적 조건의 경우 청중이 인상을 찌푸리거나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발표가 끝난 다음, 참가자들은 풀과 종이, 펠트를 이용해 콜라주를 만들었다. 그 다음 전문 예술가가 이 콜라주를 창의성의 여러 측면에서 평가했다.

피드백은 참가자의 기분에 영향을 미쳤다. 발표 때 미소를 봤던 사람은 발표 직후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인상을 찌푸렸을 때는 반대의 효과가 나타났다. 재미있는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부정적인 피드백 조건의 참가자가 콜라주를 더 예쁘게 만든 것이다. 그들의 분노가 더 나은 예술을 낳았다. Akinola는 슬픔이 참가자로 하여금 자신에게 집중하게 만들었으며, 창의적 도전에 더 매달리게 만들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젼 연구는 부정적 피드백이 뒤이은 노력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보였다. 이 경우 과제가 너무 어렵게 지각되지 않아야 한다(Locke & Latham, 1990). 이는 부정적 경험이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경우와 일치한다. 부정적 정서는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추가적인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대조적으로, 창의성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긍정적 기분을 겪으면 창의적 과제가 달성되었으며 더 이상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해서, 이 데이터는 조금 우울하다. 나는 오스본이 믿었듯이 즐겁고 자유로울 때 잘 돌아가는 뇌를 가진 것 같다. 불행히도, 우리 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스탠드업 코미디는 insight puzzle의 수행을 향상시킨다. 행복이 전혀 쓸모없는 건 아니다.)
나는 작가인 J.M Coetzee의 말이 정말일까봐 걱정된다: 예술을 낳을 때는 항상 고통으로 향해라.

관련 글(분노가 현명한 의사결정을 낳는다?)



안산갈대습지공원



글: 인지심리 매니아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자전거를 타고 호숫가로 향했다. 마음이 어지럽거나 심란한 일이 있을 땐 항상 호숫가에 가서 마음을 달래는 연습을 한다. 집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30분 정도 달리면 호숫가에 도착한다. 이 때 자전거를 타면서 최대한 주변 풍경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자전거길을 따라 늘어선 나무나 꽃을 보기도 하고, '조용한 소리'를 듣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 속에 계속 떠오르는 잡념은 라디오처럼 쉴새없이 떠든다. 아름다운 풍경에 집중하기보다 마음 속 고민에 빠져 있는 시간이 훨씬 더 많다.

호숫가에 도착하면, 호숫가 옆 갈대 사이에 있는 작은 벤치에 앉는다. 그리고 그 때부터 마음 속에 어떤 생각들이 떠오르는지 살펴본다. 지나간 일, 다음 주에 있을 일, 괴로운 일, 생각하기 싫은 일........ 마음 속에 잡음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리면, 그 다음 호숫가 풍경에 집중하는 데 전념한다. 일단 푸른 호수가 눈에 들어온다. 새가 유유히 날다가 갈대 너머로 사라지는 모습이 보인다. 조금 뒤에는 소리도 집중해 본다. 그러면 갈대가 바람에 나부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마음의 잡음에 가려져 있던 바깥 세상이 총천연색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왜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살았을까?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 사는 불쌍한 사람들이다. 이 감옥은 우리가 바깥 세상을 온전하게 느끼는 것을 방해한다. 푸른빛 호숫가와 유유자적하는 새와 갈대가 있어도, 마음 속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면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다. 자연 환경 뿐만 아니다. 매일 타고 다니는 버스의 색상, 매일 듣는 음악,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마음 속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면 아무것도 온전히 느낄 수 없다. 모든 감각을 대충대충 느끼고 살아가게 된다.

생각버리기연습
카테고리 자기계발 > 성공/처세
지은이 코이케 류노스케 (21세기북스, 2010년)
상세보기


코이케 류노스케는 '생각 버리기 연습'에서 이런 상태를 '실념'이라고 설명했다.

옛날 사람들은 예부터 비오는 소리나 물 떨어지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에 흥미를 느끼며 적극적으로 인식하는 능력이 있었다. 지금 그곳에 있는 것에서 감각적으로 멋을 느낄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주위에 격렬한 자극이 넘쳐나고, 그 만큼 사람들도 계속 강한 것들을 원하기 때문에, 미세하고 소소한 자극들을 즐길 수 없게 되고 말았다.

결국, 주위를 인식하는 능력인 정념을 잃어 버린 상태(실념)이 되어 버린 것이다. 우리는 보통 이런 상태를 '딴생각'이라고 표현한다.
저자는 '실념'에서 다시 '생각이 집중되어 있는 상태'를 만들기 위해 현재 감각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옷 속의 신체에 의식을 집중해 본다. 그러면 방금 전과는 다른 온도가 느껴지고, 이것 역시 기분 좋은 느낌을 줄 것이다. 하지만 쾌락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 것은 결코 아니다. 정보 처리를 그만두고 감각 그 자체에 머물며 정신통일을 한 덕분에 얻은 상쾌한 기분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느껴진다'와 '느낀다'의 차이이다. 불교적으로 말하면, 실념 상태에서 생각이 집중되어 있는 상태의 차이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자신의 생각에서 벗어나 현재에 그대로 머무는 것은 무슨 이득이 있는 걸까? 자신의 머리 속을 그냥 백일몽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과 환경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생각 속에 빠지는 것. 그것 또한 매력적인 일이다. 그러면 현실과 유리되어 자기 머리 속으로 들어가는 상태가 왜 문제가 될까?


Lapse of attention



인지심리 연구는 인간이 사물에 주의를 집중하지 않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연구해 왔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실수'다.

주의를 집중하지 않으면 실수를 하게 된다. 인지심리학(2009)[각주:1] 교재에는 주의와 실수의 관계를 찰리 채플린의 사례로 설명하고 있다.
찰리 채플린은 그가 주연한 모던 타임즈에서 주의와 습관적인 행동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찰리는 작업대에서 계속 나오는 각 쇠판의 두 나사를 조이는 일을 한다. 어떤 사건 때문에 다소 혼란된 정신 상태에 빠진 찰리는 둥그런 물건만 보면 그것이 사람의 귀든, 단추이든 무조건 조이려 하였다. 찰리의 실수는 습관적인 작업행동이 반복되어 입력정보에 별 주의를 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찰리 채플린 - 모던 타임즈

Reason(1984)은 평소 반복학습이 충분히 된 행동이 주의를 주지 않아서 잘못 행해지는 경우를 설명했다. 언젠가 아는 사람 한명이 삼각 김밥을 산 다음 내용물은 쓰레기통에 버리고 껍질을 먹을 뻔한 적이 있다고 웃으며 얘기한 적이 있는데, 이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실수가 발생하는 이유는 습관적 행위가 외부 피드백을 무시하고 자동적으로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주의를 외부 자극에 충분히 할당하지 않으면 언제든 이런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삼각 김밥을 쓰레기통에 버린 정도라면 웃으며 얘기할 수 있지만, 운전시 주의를 충분히 주지 않다가 사람을 쳤다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Lapse of attention은 주의의 부재가 재앙을 불러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념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부정적 사고


부정적 생각



현재 감각에 집중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에 빠질 때 발생하는 두 번째 문제점은 바로 부정적 사고다.

인간은 모든 감각 정보를 접한 다음 그 정보를 자신과 관련된 생각으로 바꾼다. 바람이 불면 바람을 있는 그대로 느끼기 보다 '바람이 불어서 내가 감기가 걸리면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한다. 새가 날아가는 장면 역시 그대로 느끼지 않고 '나도 저 새처럼 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한다. 이런 편향은 주변 정보가 자신의 생존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판단하게 하므로, 진화 과정에서 적응적 이점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 감각에 온전히 집중하기보다 그 감각에 대한 자신의 재해석에 급급하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자신만의 생각에 빠질 경우, 긍정적 생각보다 부정적 생각을 하기 쉽다는 것이다. '붓다 브레인'의 저자 릭 한센은 그 이유를 진화적 관점에서 찾는다(2011/07/31 - [인지심리학/주의] - (마음챙김)당신의 존재함을 자각하라 참조). 인간은 생존을 위해 공포나 부정적 정보에 민감하도록 진화했다. 따라서 언제 어디서 어떤 위험 요소가 나타날지 경계하며 불안해 한다. 어떤 감각이나 자극을 받으면, 그것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기 쉽다. 자신만의 생각에 빠지면 이런 생각을 하기 쉬워진다.


현재 감각에 집중할 때의 이점




현재 감각 자체에 집중하는 연습을 하면, 감각을 왜곡해서 부정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 그것이 감각에 집중하는 첫번째 이점일 것이다.

그 외에, 감각에 집중하면 삶이 풍성해지는 이점도 있다. 인지심리학 연구는 현재 감각에 집중하는 연습이 몇 가지 이점을 가져다 준다고 설명한다. 감각에 집중하는 연습을 지속하면, 지각 체계가 자극에 더욱 민감해진다. 지각이 칼날처럼 예리해지는 것이다.

많은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지만, 명상과 attentional blink의 관계를 연구한 논문을 살펴보자[각주:2]. 이 연구는 open-monitoring(현재 일어나는 모든 경험에 온전히 집중하는)명상이 attentional blink 현상을 완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attnentional blink가 무엇인지 설명하고자 한다.

아래 영상을 유심히 살펴보자. 연속적으로 제시되는 글자 속에서 R과 C(R 바로 뒤에 나옴)를 찾아보자.



R 다음에 제시된 C를 보았는가? 아마 R은 찾아냈을지 몰라도 바로 뒤에 제시된 C는 안 보였을 것이다. 우리 주의가 R에 할당되면, 바로 뒤에 제시되는 C는 보이지 않는데, 이 현상을 attentional blink라고 한다. Slagter et al(2007)은 실험 참가자에게 3개월 동안 open-monitoring 명상 훈련을 받게 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R 뒤에 바로 제시되는 C까지 찾아낼 수 있었다. 주의력이 향상된 것이다.

도대체 명상이 attentional blink에 어떤 영향을 미친 것일까? 우리는 두 가지 가정을 해 볼 수 있다. 지난 번에도 설명했듯이, 주의력과 관련해서 주의력이 제한된 용량을 가지고 있다는 입장과, 연습으로 향상될 수 있다는 입장이 있다고 설명했다. 후자의 입장에 의할 경우 이 연구 결과는 명상으로 주의력의 용량 자체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주의력이 향상되었으므로, R에 주의가 할당되고 남은 주의력이 C에도 할당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전자의 입장을 취해도 결과 해석이 가능하다. 즉, 주의력 자체의 능력에는 변함이 없지만, 명상을 통해 고차적 인지 기능(속으로 독백을 하는 등의 언어적 기능)이 줄어듦에 따라 남는 주의 용량이 지각 체계에 할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든, 명상이 감각을 경험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코이케 류노스케가 '항상 일상의 섬세한 멋을 느끼는 것'이라고 표현한 게 바로 이런 걸까?

이외에도 기존 연구 결과는 명상이 perceptual habituation(반복되는 자극에 대해 감각이 무뎌지는 현상)을 완화한다고 주장한다(Deikman, 1966[각주:3]; Wenger & Bagchi, 1961[각주:4]). 예를 들어 우리 뇌는 반복되는 시계의 초침 소리에 즉각 익숙해져버린다(habituation). 하지만 현재 감각에 집중하는 연습을 하면 잃어버렸던 감각을 회복할 수 있다. 주의를 조금만 집중하면, 익숙해져서 들리지 않았던 초침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연습을 많이 할 경우, 초침 소리를 매번 새로운 소리로 듣는 경지에 다다른다. 위에서 언급한 연구의 경우, 명상을 오래 한 사람은 반복적인 자극을 경험해도 habituation에 동반하는 알파파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스님들이 시계 초침을 매번 새로운 소리로 듣는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닌 것이다. 명상은 감각을 풍성하게 하는 것 외에, 오래되어 싫증나거나 익숙해져버린 감각마져 다시 되살리는 것 같다.



가끔은 자신만의 생각에서 빠져나올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재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세계에 충실해보자. 항상 반복되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환경이 때로는 새롭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현재 감각을 제대로 느끼는 연습이 필요하다. 작은 소음에서부터 물건들의 색상, 모양, 주변 사람들의 표정, 말소리를 하나하나 신경쓰면서 느껴보자. 그렇게 하면 우리 삶은 보다 colorful해질 것이다.











  1. 인지심리학, 이정모 외, 2009, [본문으로]
  2. Slagter, H. A., Lutz, A., Greischar, L. L., Francis, A. D., Nieuwenhuis, S., Davis, J. M., et al. (2007). Mental training affects distribution of limited brain resources. PLoS Biology, 5(6), e138. [본문으로]
  3. Deikman, A. J. (1966). Implication of experimentally induced contemplative meditation. Journal of Nervous and Mental Disease, 142(2), 101–116. [본문으로]
  4. Wenger, M. A., & Bagchi, B. K. (1961). Studies of autonomic functions in practitioners of yoga in India. Behavioral Science, 6, 312–323. [본문으로]



출처: Ulterior Motives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세상에는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된 제품들이 많다. 우리는 화재로부터 우리는 보호하기 위해 화재경보기를 설치한다. 매년 가을이 되면 사람들은 독감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을 맞고자 줄을 선다.

이 제품들은 좋은 의도에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문제를 일으킨다. 화재감지기가 작동하지 않아서 가족들이 변을 당할 수도 있다. 유아는 예방접종 부작용으로 아플 수 있다.

Koehler 와 Andrew Gershoff는 2003년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에 게재한 논문에서 사람들이 안전 제품(safety product)의 부작용에 민감하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사람들은 이런 제품이 부작용을 일으키면 일종의 배신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똑같이 에어백이 달린 차량이라도 사람들은 에어백이 일으킨(에어백이 터지지 않아서 발생한 사망이 아니라 에어백이 터져서 생긴 사망을 말하는 것이다 - 역자 주) 사망확률이 1%인 차보다 (기타 원인에 의한)사망 확률이 2%인 차를 선호한다. 즉, 사람들은 안전 장치에 의한 작은 피해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그보다 훨씬 위험한 제품을 선호한다.

실험에서 관찰된 이런 행동은 부모가 부작용을 우려해서 아이에게 백신접종을 꺼리는 경우와 유사하다. 백신을 맞는 것이 맞지 않는 것보다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지만, 부모들은 여전히 백신 접종을 꺼린다.

2011년 Journal of Consumer Research에서 동일 저자들은 사람들이 겪는 배신감을 최소화할 방법을 연구한 논문을 소개했다. 만약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안전 장치가 드물게 나쁜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사람들이 이 확률에 개의치 않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안전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Gershoff와 Koehler는 사람들이 안전 장치로 인한 사고를 접할 때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하기 때문에 이 제품을 피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겪는 정서를 최소화하면 보다 안전한 제품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들은 이 논문에서 총 5개의 실험을 진행했는데, 그 중 두 실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연구자들의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두 종류의 차량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하나는 사고로 사망할 확률이 2%인 차인 반면, 다른 차는 사망 확률이 1.01%이다. 하지만 두번째 차의 사망 확률인 1.01% 중 .01%는 안전장치로 '인한' 사망 확률이다.

저자들은 사람들이 타인을 위한 선택을 할 때 정서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응용했다. 이 실험에서 사람들은 두 가지 차에 관한 설명을 들은 다음 둘 중 하나를 고른다. 참가자 중 절반은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한 반면, 나머지 절반은 다른 사람에게 주기 위해 차를 골랐다. 그 결과, 자신보다 타인을 위해 선택을 할 때 훨씬 안전한 차(하지만 안전 장치로 인한 사망 확률이 있는)를 선택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 저자들은 사람들에게 선택을 할 때 직관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물어봤다. 이 설문 조사는 사람들이 의사결정시 자신의 감정을 얼마나 활용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타당성있는 측정방법이다. 이 설문 조사를 작성한 다음 사람들은 차를 골랐다. 예상대로 직관에 의존해서 선택을 한 경우 안전한 차를 덜 골랐다.

어떤 대안을 선택할 때 안전성과 신뢰성 기록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자동차는 의약품같은 제품은 항상 위험을 수반한다. 이 때 사람들이 지각하는 제품의 위험성은 안전 장치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일어날 확률에 안전장치 자체로 인해 사고가 날 확률을 더한 값이다. 위험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안전 제품에 대한 안전도는 이렇게 전반적인 안전도를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만약 당신이 안전 장치로 인해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제품을 피하려 한다면 당신의 정서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이 물건을 친구한테 사 준다고 가정해 보는 것이다.




(영화 '양들의 침묵'의 주인공 한니발 렉터)


글: 인지심리 매니아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당신이 연쇄살인범의 재범 여부를 판단하는 임상 전문가라고 판단해 보자. 범죄자의 사진, 이력, 학력을 훑어보지만 여전히 답이 없다. 이 범죄자가 다시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얼마나 될까? 어떤 정보를 근거로 재범 여부를 판단할 것인가?

일반인에게도 쉽지 않은 이 문제는 전문가도 마찬가지다. 아니, 어쩌면 이 분야에서는 일반인과 전문가를 구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재범율을 예측하는 전문가? 수 년간 훈련을 하면 범인 얼굴만 보고도 다시 범행을 저지를지 예언할 수 있을까?

전문가는 특정 요건을 갖춘 영역에서만 배출된다. 자신의 예측이 맞는지 틀리는지 즉각적인 피드백이 주어지는 영역의 경우 전문가가 탄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기예보의 경우 일기예보 전문가가 있을 수 있다. 일기예보의 경우 예보자의 예측이 맞는지 틀리는지 정확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다음 날 하늘을 쳐다보면 된다), 예보자는 반복된 피드백을 통해 학습을 하고 전문가가 된다. 즉, 학습이 가능한 분야인 것이다(Learnability, Bolger and Wright, 1994)[각주:1]

문제는 정답이 없어서 학습이 불가능한 경우다. 세계 정세에 관한 예언이 대표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자신을 전문가로 자처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저런 예언을 내놓는다. 미국이 장기침체의 늪에 빠질것이라는 전망과 곧 회복될 거라는 전망. 하지만 누구 말이 맞을지 알 수 없다. 정확한 피드백이 없기 때문이다. 과연 주가 등락폭이 어느 정도 되어야 회복 또는 침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설사 경기가 일시 회복되었더라도 다른 쪽에서 이는 일시적인 회복이며 다시 침체될 거라고 주장하면 어떻게 되는가? 더군다나 이런 피드백은 그 자리에서 관찰되지 않으며, 적어도 수십년의 관찰을 필요로 한다. 결국 정답 없는 싸움이 되고 만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푸는 데 정답자가 있을리 없다. 그러니 누구라도 자신을 정답자이자 이 분야의 전문가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전문가가 있을 수 없는 분야인 것이다
(필자는 이 문제에 관련해서 테틀락의 인터뷰를 다룬 적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2011/08/07 - [인지심리학/의사결정/추론] - 필립 테틀락 - 정치 전문가의 예측은 얼마나 정확한가 을 참조바람)


그럼 범죄자의 재범 여부를 예측하는 것은 두 경우 중 어디에 해당할까? 기존 연구에 의하면, 범인의 재범을 예측하는 일은 불행히도 정답이 없는 영역같아 보인다(e.g., Monahan, 1984[각주:2]; Quinsey, Harris, Rice, & Cormier, 1998[각주:3]). 하지만 재범 여부가 예측불가능하다고 해서 전문가의 판단 없이 형을 집행하는 것은 위험하다. 풀어준 범인이 또 다시 살인을 하면 어떻게 할까? 한니발 렉터 박사가 다시 길거리를 배회한다면?(물론 렉터 박사는 일반인이 보기에도 재범의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반대로, 재범의 의지가 없는 범인을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감방에 영원히 가두는 것은 어떤가? 이 분야에는 어쨌든 전문가가 꼭 필요할 듯 싶다.

Murray et al(2011)[각주:4]은 위험 행동을 예측하는 전문가가 존재할 수 있는지 연구했다. 우선 그들은 일반인과 전문가, 준전문가가 범죄자의 재범 여부를 판단할 때 차이점을 보이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또, 이들이 재범 여부를 판단할 때 범죄자의 내부적(예: 고의나 동기 등), 외부적 요인(예: 어쩔 수 없는 상황 등)을 고려하는지 여부도 조사했다.

연구자들이 진행한 실험은 3 X 3 X 2 혼합 설계로 구성되었다. 독립 변인은 전문성의 수준(일반인/준전문가/전문가)과 시나리오(살인,폭행,무장강도), 귀인(내귀인/외귀인)이었다. 종속변인은 참가자의 rating 점수(양형, 범죄자의 책임, 범죄자의 위험성 등)다. 

연구자들은 일반인과 준전문가(법심리학을 전공중인 학생), 전문가(법정에서 실제 일하고 있는 임상 전문가)를 뽑은 다음, 3가지 시나리오(살인, 폭행, 무장강도)를 보여줬다. 이 때 시나리오의 내용을 조작해서,  범죄자의 범행을 내부적 또는 외부적 원인 탓으로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시나리오를 다 읽은 다음, 유인물 마지막에 있는 질문지를 작성했다. 질문지는 범죄자의 어느 정도의 벌을 받아야 하는지, 범죄자에게 얼만큼 책임이 있는지, 범죄자가 얼마나 위험한지 등을 물었다.

요인이 많은 만큼 실험 결과도 다소 복잡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결과만을 뽑아서 정리했다.


 


두 그래프 중 위에 있는 그래프를 주목해 보자. 위 그래프는 각 집단이 범죄자의 책임여부를 판단할 때 내/외귀인에 영향을 받은 정도를 보여준다. 재미있는 사실은 전문가가 일반인과 비슷한 판단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전문가는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외부적 요인보다 내부적 요인(예: 고의)으로 저지른 범행에 큰 책임을 물었다. 마치 전문가가 일반인처럼 내외부적인 요인에 큰 영향을 받아서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준전문가만이 유일하게 내/외부 요인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았다. 다른 질문에 대한 평정점수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결국 전문가나 일반인이나 똑같은 판단을 내린다면, 전문가의 존재 이유가 없다. 하지만 판단을 똑같이 내린다고 해서 판단을 내리는 과정도 똑같은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일반인은 문제를 접할 때 문제 해결에 필요치 않은 단서들에 휘둘리거나 휴리스틱(어림법)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교육을 받고 나면, 자신의 직관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근거한 판단을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가 될 무렵이면 휴리스틱을 다시 사용하게 된다. 이 때 전문가는 준전문가가 활용하지 못하는 내외부적 요인들을 문제해결 시 고려하는 능력을 지닌다.  따라서 의사결정이나 예측의 질은 일반인이나 준전문가보다 나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럼 범인의 재범 여부를 판단할 때는 누구의 판단이 더 정확할까? 내외부적 요인을 배제하고 객관적 기준에 근거한 준전문가의 판단? 아니면 상황적 요인을 고려하는 전문가의 판단? 두 사람 중 누구의 판단이 더 정확할지는 알 수 없다. 이를 알려면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보인다. 범인의 재범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일반인과 준전문가는 최소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1. Bolger, F., & Wright, G. (1994). Assessing the quality of expert judgement. Decision Support Systems, 11, 1–24. doi:10.1016/0167-9236(94)90061-2 [본문으로]
  2. Monahan, J. (1984). The prediction of violence behaviour: Toward a second generation of theory and policy.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141, 10–15. Retrieved from http://ajp.psychiatryonline.org/index.dtl [본문으로]
  3. Quinsey, V. L., Harris, G. T., Rice, M. E., & Cormier, C. A. (1998). Violent offenders: Appraising and managing risk. Washington, DC: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본문으로]
  4. Murray, Thomson, Cooke, Charles, Influencing expert judgment: Attributions of crime causality, Legal and Criminological Psychology (2011), 16, 126–143 [본문으로]



글: 인지심리 매니아


필자는 코이케 류노스케의 책들을 즐겨 읽는다. 불교의 이론들을 일반인이 알기 쉽게 풀어썼다는 점, 저자가 필자와 나이는 비슷하지만 훨씬 깊은 생각을 가진 점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저서라면 빠짐없이 읽어 본다. 평소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코이케 류노스케의 책이라는 이유만으로 만화로 가득한 '번뇌 리셋'을 읽기도 했다.  가벼운 그림 속에 깊은 뜻이 담겨 있어서 진지하게 읽어나갔던 기억이 있다.

최근 그의 저서 '생각 버리기 연습'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은 일상에서 생각을 버리는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 가치가 매우 크다. 하지만 인지심리를 공부하는 사람은 또다른 이유로 이 책에 주목할 수 밖에 없다. 바로 책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이케가야 유우지'와의 대화편 때문이다. 스님과 뇌과학자의 대화는 동양의 거대한 지혜와 인지과학이 만난 작은 사건이다. 달라이 라마가 과학자들을 초대했던 사건 이래 불교와 과학이 교류를 시작했고, 이 두 사람의 대화 역시 그러한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불교와 과학의 랑데뷰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참으로 흥미진진하다.

그래서 인지심리 매니아 역시 이런 랑데뷰에 참여하기로 했다. '생각 버리기 연습'에서 코이케 류노스케가 했던 말들을 인지심리 연구와 비교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불교와 인지심리 연구를 연결할 정도로 뛰어난 학식은 없지만 나름대로의 생각을 적어보고자 노력했다.



念力, 定力과 인지심리학


'생각 버리기 연습' 29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쓸데없는 생각을 깨닫는 힘을 불교에서는 '염력(念力)'이라 부른다. 염이란, 알아차리는 능력, 즉 '의식의 센서'이다. 이 센서가 민감하면 민감할수록 아주 작은 변화까지도 알아차릴 수 있다. 변화를 알아차린 뒤에 마음의 작용을 바꾸는 힘을 '정력(定力)'이라 한다. 이 힘은 곧 '집중력'으로, 의식을 조절해 하나의 장소에 모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마음이 아주 빠른 속도로 흩어져 여기저기로 달려가는 것을 끌어 모아 한 곳으로 가도록 정해주는 것이다.


즉, 쓸데없는 생각을 의식의 센서로 알아차리고, 주의를 통해 의식을 다시 한 곳으로 모은다는 것이다. 불교의 이런 주장은 심리학적으로 근거가 있으며, 과연 실현 가능한 이야기일까?

확신할 수는 없지만, 심리학에도 불교의 염력, 정력과 유사한 개념을 있기는 하다. 위 문장을 읽던 필자의 머리 속에서 Wegner라는 학자가 순간 떠올랐다. Wegner는 자기 통제와 관련하여 두 가지 인지 과정이 작동한다고 주장했다[각주:1]. Monitoring process는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을 감시하는 인지과정이다. 만약 Monitoring process를 통해 자신이 목표와 일치하지 않는 생각이나 행동(즐 쓸데없는)을 인식하면, Operation process를 통해 이를 바로 잡는다. 즉, Operation process는 자신의 상태를 원하는 상태로 조절하는 인지과정이다. 그런데 Wegner가 주장한 두 가지 인지과정이 우연하게도 불교의 이론과 유사해 보인다. Monitoring process는 '염력', Operation process는 '정력'과 유사해 보이지 않는가?
Wegner 이후의 연구는 인간의 뇌에서 실제로 자신의 상태를 감시하고 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컨트롤하는 인지과정이 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Botvinick, Braver, Barch, Carter, & Cohen, 2001, Holroyd & Coles, 2002).  결국 불교의 이론은 과학적으로도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생각 버리기 연습'의 저자는 쓸데없는 생각을 알아차리고 이를 바로 잡는 능력이 연습에 의해 향상된다고 주장한다. 맞다. 우리는 주위에서 명상을 통해 이런 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해 보면 잘 되지 않는다. 정말 명상을 하면 스님처럼 자신의 생각을 맑은 거울처럼 반영하고 이를 옳은 방향으로 수정할 수 있을까?

이전 심리학 연구들은 이 문제에 있어서 회의적인 것 같다. 어떤 생각이 잘못되거나 쓸데없음을 알아차리고 이를 억누르거나 다른 생각을 하고자 노력하면, 오히려 무시하려는 생각이 튀어오르는 역효과가 나타난다. Wegner는 이를 Ironic process theory에서 역설했다. Wegner의 이론에 비추어 보면, 쓸데없는 생각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주장은 모순에 가깝다. 예를 들어 누군가 게임을 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공부에 집중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게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무시하기 위해선 먼저 자신이 게임에 관한 생각을 한다고 인식한 후(Monitoring), 이를 억누르거나 공부로 주의를 돌려야 한다(Operation).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게임 생각을 억누르려면 공부하다가 이따금씩 '내가 게임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감시(monitoring) 해야 한다. 무언가 이상하지 않은가? 방금 앞 문장에서 그 사람은 게임 생각을 감시하려고 하는 찰나에 이미 게임 생각을 하는 모순에 빠진다. "내가 혹시 게임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라고 생각하면 이미 게임 생각을 한 게 아닌가?!

자기 통제 능력은 한계가 있다는 문제도 있다. Inzlicht et al(2007)[각주:2]은 참가자들에게 영화를 보는 동안 자신의 감정을 자제하도록 지시했다(아마 슬픈 내용의 다큐멘터리였던 것 같다). 자신의 감정을 자제하려면 자기 통제가 필요하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자기 통제에 힘을 다 써 버리면, 그 다음엔 힘이 남아 있지 않아서 생각을 컨트롤 하기 힘들 것이라는 가정을 세웠다.

결과는 연구자들의 예상대로였다. 자신의 생각이 목표와 벗어나있음을 알아차릴 때는 전대상회에서 ERN(Error related negativity)이라는 뇌파가 발생한다(Wegner의 Monitoring Process와 관련있어 보인다). 그런데, 영화를 보며 자신의 감정을 통제했던 참가자들은 스트룹 테스트를 할 때 ERN 발생이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스트룹 테스트에 반응하는 반응시간 역시 느려졌다.

반응시간

(왼쪽이 자기 감정을 통제했던 집단이다. 반응시간이 통제집단보다 느리다)


ERN

(점선이 감정을 통제했던 집단이다. 70~80ms에서 발생하는 ERN의 진폭이 통제집단보다 줄어들었다).


종합해보면, 생각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할 경우 자기 통제에 필요한 힘이 점점 소진되서 통제가 불가능해진다. 게다가 Wegner의 주장이 맞다면 억누르는 생각은 더 튀어오를 뿐이다. 그렇다면 명상으로 생각을 통제하는 연습을 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잡생각이 무섭게 튀어오르기 시작하고, 시간이 경과하면서 점점 더 심해질 뿐이다. 그럼, 생각 버리기는 결국 불가능한 것일까?


그런데 최근 연구들은 불교식 수행 방법이 주의력을 높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연구들의 기본 전제는 자기 통제에 필요한 힘(주의력도 포함된다)이 '한정된 자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연습한다고 크게 늘어나지도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생각 버리기 연습이 가능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마치 근육 운동과 같다. 처음에는 아령을 1세트만 들어도 지쳐서 더 이상 들지 못한다. 하지만 연습하면 2세트가 가능해진다. 생각 버리기 연습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15분만에 잡생각이 떠오르고 ERN의 감소와 함께 통제 능력이 상실될 수 있다. 하지만 다음날이 되면 내 주의력 근육은 성장한다. 물론 잡생각은 여전히 떠오르고 나중에는 통제가 불가능해 지지만 이번엔 20분을 집중할 수 있다.

심리학계에서는 동양식 주의 훈련 방법을 Attention state training(AST)라고 정의하고 이 훈련 방식의 효과를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일부 연구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서양식 주의력 훈련(AT)보다 효과가 뛰어났던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AST 개관 논문을 소개한 이전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2011/07/31 - [인지심리학/주의] - 주의력 훈련의 연구 동향


진리는 아무나 깨닫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코이케 류노스케는 참 대단한 것 같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각을 통제하는 힘이 강한 것 같다. 필자는 아직 이 정도의 내공이 있지도 않고, 생각을 버리는 능력이 연습으로 습득된다는 사실마저 의심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심리학 연구는 불교식 수행 방법의 효과를 조심스럽게 밝히고 있다. 최소한 연습을 통해 생각을 버리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조심스레 해 본다.






  1. Wegner, D. M. (1994), "Ironic Processes of Mental Control", Psychological Review 101 (1): 34–52, doi:10.1037/0033-295X.101.1.34, PMID 8121959. [본문으로]
  2. Michael Inzlicht, Jennifer N. Gutsell, Running on Empty Neural Signals for Self-Control Failure, PSYCHOLOGICAL SCIENCE, 2007 [본문으로]






출처:
Mind Hacks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2002년 American Mathematical Society에서  맹인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다.

기하학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시각적 경험이 공간 지각 능력을 지각 의존적으로 만든다는 사실을잘 안다. 하지만 시각 의존적인 공간 이해는 기하학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기하학 문제를 다룰 땐 3차원 또는 그 이상의 차원을 이해하거나, 물체의 여러 각도를 동시에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알렉세이 소신스키(Alexei Sossinski)는 맹인 수학자가 기하학에서 재능을 보이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한다. 일반인의 공간 능력은 망막에 맺힌 2차원 영상에 의존하는 반면, 맹인은 감각이나 청각 자극에 의존한다. 두 경우 모두, 뇌가 감각을 토대로 공간 표상을 만들어낸다. 소신스키는 시력을 다시 찾은 맹인 수학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기하학적 능력(가령 물체에 구멍이 얼마나 있는지)이 선천적이라고 주장한다.

소신스키는 일반인이 보통 3차원에 대해 잘못된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반인의 경우 망막에 맺힌 2차원 정보가 부적절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맹인은 왜곡되지 않은 3차원 공간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다행히 이 기사는 수학 공식 같은 건 없지만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든 문장을 다소 포함하고 있다. 어쨌든 이 기사는 장애로 인해 3차원 이상의 공간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을 다루고 있다. 수학적 배경이 없는 사람들이 읽어봐도 괜찮은 기사라고 생각한다.

이 기사를 읽으려면 아래 pdf를 참조하기 바란다.

pdf of ‘The World of Blind Mathematicians’ (via @tiempoasm).



출처: Choke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우리 모두 똑같다. 우리는 타인과 이야기를 공유하고, 사무실에서 동료와 가쉽을 주고받고, 온라인에서 찾은 기사를 친구나 가족에게 트윗한다. 사람들은 왜 이야기를 공유하는 걸까? 또 어떤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보다 왜 잘 전파될까?

U Penn's Wharton school의 마케팅 교수 Jonah Berger가 그 해답을 찾았다. 몇 주 전 Psychological Science에 실린 한 논문에서, Berger는 각성이 정보 공유 현상과 관련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간단히 말해, 우리가 생리적으로 각성되어 있을 때 주위 사람과 정보를 공유할 가능성이 더 높다.

생리적 각성은 자율신경계의 활성화로 정의할 수 있으며, 심작박동이나 호흡같은 신체기능에 영향을 준다. - 손에서 땀이 나거나 심장이 뛰는 것을 생각해 보면 될 것이다. 일단 각성이 일어나면 정보의 사회적 전송이 촉진되며, 각성이 정보의 내용 등 다른 원인에서 비롯되었는지 여부는 상관이 없다.

Berger는 각성이 정보 공유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두 개의 실험을 진행했다. 첫번째 연구의 경우, 참가자는 두 그룹으로 나뉘어서 높거나 낮은 각성을 유발하는 동영상을 시청했다. 그 다음 동영상과 관련없어 보이는 두번째 과제를 수행했다. 두번째 과제에서 참가자는 정서적으로 중립적인 기사를 읽은 다음, 이 기사를 친구나 가족, 동료와 얼마나 공유하고 싶은지 평정했다. Berger는 사람들이 높은 각성을 일으키는 정보를 공유하려는 경항을 발견했다.

중요한 사실은 사람들이 본 동영상이 다양한 정서 상태(valence)를 포함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참가자 중 일부는 긍정적 각성(즐거움), 나머지 참가자는 부정적 정서(불안을 묘사하는)를 유발하는 비디오를 봤다. 각성 상태가 낮은 비디오들의 내용 역시 일부는 긍정적, 일부는 부정적 내용을 담고 있었다(만족 vs 슬픔). Berger는 비디오의 정서적 내용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발견했다. 따라서 연구 결과는 각성만이 정보 전달을 일으키는 동기임을 말해준다.

두 번째 연구의 경우, 참가자는 두 그룹으로 나뉜다. 한 그룹은 몇 분 동안 조깅을 한 반면, 다른 그룹은 가만히 앉아있었다. 달리기는 생리적 각성을 유발하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 다음 참가자 전원은 온라인 기사를 읽은 다음 이 내용을 자신이 원하는 누구에게든 전송할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 실험 결과 조깅을 했던 사람의 75%가 다른 사람에게 이메일을 보낸 반면, 가만히 앉아있던 사람은 33%만이 이메일 보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각성을 일으키는 상황은 정보 공유를 촉발하며, 정보의 내용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정보 공유와 상관이 없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우발적인 각성 - 현 정보와 전혀 관련 없는 각성 - 역시 정보 공유를 촉진했다. 이는 공공의 건강 정보와 같은 중요한 정보가 슬픔보다 불안을 야기하기 때문에 더 빨리 전파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 이웃과 달리기 운동을 격렬히 한 후 수다를 멈춘다고 해서 비밀이 새 나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음을 의미한다. 공교롭게도, 우리의 각성 상태는 우리가 말하는 내용, 이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참고논문

Berger, J. (2011). Arousal increases the social transmission of information. Psychological Science.




출처: Wired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플린 효과는 언제나 신비로움으로 가득하다. 정치 학자 제임스 플린에 의해 처음 알려진 이 효과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IQ 점수가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지능 점수는 - Des Moines와 Scotland의 레이븐 누진 행렬 검사 - 지난100년 동안 계속 증가했다. 가장 독특한 점은 점수가 증가한 방식이다.

1) 지능 테스트 중 문제 해결 부분에서 점수가 가장 많이 증가하고 있다.
2) 비언어 점수가 계속 상승하는 동안 언어 지능은 상대적으로 정체되어 있다.
3) 지능 향상은 모든 연령 대에 걸쳐 발생했다.
4) 주로 학습이 쉽지 않은 부분에서 점수가 상승했다.

이 일반적 지능의 증가가 수수께끼처럼 보이는 것은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혹자는 아이큐 점수의 증가가 결정지능 부분에서 일어났다고 추측하겠지만 - 특정 영역의 지식을 말함. 숫자를 세거나 단어를 암기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 실제로 점수가 향상된 부분은 추상적 문제를 해결하는 유동지능이었다. 이 때문에 Ian Dreary 같은 심리학자들은 "서로 비슷할 것으로 기대되었던 이전 세대와 지금 세대 간 지능 점수에서 차이가 발생했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플린은 이 효과의 마술같은 항상성에 감탄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점수를 계속 올리는 것 같다"고 그는 적었다.

물론 보이지 않는 손 같은 건 없다. 최근 많은 심리학자들은 '다중성 가설(multiplicity hypothesis)을 주장하기 시작했는데, 이 가설은 플린 효과가 조기 교육 실시(특히 여자), 납 페인트 감소, 정교한 검사 개발, 테스트에 임하는 태도의 개선, 충분한 영영 공급 등 수많은 변인들에 의해 설명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플린 효과에 대한 폭발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질문이 있다 :​​ 이 효과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까? 구체적으로, 이 현상이 전체 분포(IQ 정규분포를 의미- 역자 주)의 오른쪽에 위치한 사람들에게도 해당되거나, IQ 테스트에서 상위 5% 안에 드는 사람에게도 적용될까? 이 미스테리에 특히 주목할만한 이유는 플린 효과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 종형 곡선의 왼쪽, 또는 평균 이하의 사람들과 관련있기 때문이다. 종전 주장은 지능의 증가가 하위계층(low hanging fruit)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불평등을 개선해서 수백만의 아이들이 충분히 영양섭취를 하고, 교육받고, 의료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문제에 관해 진전을 이루었기 때문에, 플린 효과는 최소한 선진국에서 사라졌을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Tyler Cowen에 의하면 나무 아래 달려있는 과일들은 모두 사라졌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몇몇 연구는 플린 효과가 덴마크와 노르웨이, 영국에서 사라졌다고 결론내렸다.

최근 듀크 대학의 Jonathan Wai가 진행한 새 연구 "The Flynn Effect Puzzle"가 Intelligence에 실렸다. 이 연구는 분포의 오른쪽 꼬리를 평가할 재미있는 방법을 찾았다. 심리학자들은 1981년부터 2000년까지 수백만명의 7학년들을 대상으로 얻은 SAT, ACT 점수와 5,6학년의 EXPLORE 검사 점수를 살펴봄으로써 종형곡선의 오른쪽에서도 플린 효과가 나타나는지 조사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

상위 5% 역시 일반 분포와 일정한 비율로 플린 효과를 보이고 있었고, 이는 분포 전체가 일정한 비율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첫번째 증거다. 이 효과는 남자 뿐만 아니라 여자에게도 발견되었으며 계속 진행중이었다. 특히 증가세는 SAT나 ACT, EXPLORE의 수학점수에 집중되어 있었고, 곡선 오른쪽에 위치한 5,6,7학년이 모두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즉, 플린 효과는 정규분포의 가장 낮은 집단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이 현상은 아이큐 상위 5% 집단에서도 나타나고 있었다. 똑똑한 사람 역시 계속 똑똑해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플린 효과를 유발할까? 확실히 low haning fruit 가설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이번 연구의 대상 학생들은(심지어 1981년의 경우에도) 영양상태가 충분한 상태였고 수학 교육도 잘 받았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새로운 형태의 "환경적 자극"을 유력한 설명으로 내놓았다.

Rowe와 Rodgers(2002)는 만약 똑똑한 사람이 더 똑똑해졌기 때문에 지능 점수의 평균이 증가했다면, 그 이유는 새로운 형태의 환경적 자극이 양적으로 확대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만약 분포의 점수가 증가했다면, 분포 내 사람들에게 모두 똑같이 적용되는 원인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전체 분포 평균의 증가는 부분적으로 똑똑한 학생이 더 똑똑해졌기 때문임을 알았다. 이는 특정 환경적 자극이 분포의 오른쪽에 해당되는 사람들에게 적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 무엇이 이 자극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이 자극은 극단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이 분명한데, 그 이유는 IQ의 증가가 전체 전집에서 일어나고 있기 떄문이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요인은 엔터테인먼트의 복잡성 증가다. 이 요인으로 인해 추상적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플린이 스스로 이야기했듯이, 사람들은 로스트나 해리포터 시리즈,WOW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복잡한 논리 퍼즐을 푸는 능력도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복잡한 문화는 작업 기억과 주의 할당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때로는 HBO(미국 드라마를 만드는 엔터테인먼트사 - 역자 주)가 인지적 운동을 위해 유용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환경적 자극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불충분한 설명으로 남아있다. 분포의 오른쪽에 위치하는 사람들은 수많은 요인으로 인해 지능이 향상될 수 있다. 그것은 블로그의 발달일 수도 있고 social multiplier effect 때문일 수도 있다(똑똑한 사람이 다른 똑똑한 사람과 어울리는 현상). (또는 학교 내 영재교육이 상위 5%의 지능을 더 올려줄 수도 있다. 인터넷 역시 도움을 줄 것이다). 궁금한 점은 이런 요인들이 정말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가이다. 똑똑한 사람들이 다른 똑똑한 사람들과 상호작용 하기 쉽게 변화되었는가? IQ 분포 곡선의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이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쉽지 않지만 꼭 해결되야 하는 질문이다.

플린 자신이 관찰한 것처럼 "어느 누구도 IQ 향상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 수 없다".

지혜의탄생심리학으로풀어낸지혜에대한거의모든것 상세보기


글: 인지심리 매니아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솔로몬의 잠언을 읽고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가져봤을 것이다.

'대체 지혜가 뭐지?'

잠언에는 지혜라는 말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나온다. 잠언 뿐만 아니다. 탈무드도 지혜를 가르치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지혜는 비단 서양 고전에서만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동양에서도 학파를 가릴 것 없이 지혜로운 자를 칭송하고 지혜를 배우라고 권한다.

그렇게 지혜가 반복해서 강조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의문점을 해결하지 못했다.

'대체 지혜가 뭐지?'

정의도 내릴 수 없는 대상을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그래서 이번에도 스턴버그 교수가 나섰다. 스턴버그와 다른 심리학자들이 공동 집필한 이 책은 '지혜'가 무엇인지 정의하고자 노력했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라 개념이 다소 상이하지만, 이 책의 설명 덕분에 성인들이 그렇게 목청컷 외치던 지혜가 무엇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발테스와 스미스는 지혜를 삶의 근본 운용술로 보고 있다. 이 운용술은 삶에 대한 지식과 대처 방법을 말하며, 나이가 듦에 따라 학습된다. 이들의 정의에 의하면 지혜란 곧, 삶에 대한 지식체계를 말하는 것이다. 이런 설명은 인지심리학에서 '전문가'를 설명하는 방식과 비슷해 보인다. 전문가가 해당 분야의 지식을 축적하고 있는 것처럼, 지헤로운 자도 삶의 지식을 많이 가진 자인 것이다.
(베를린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진행한 이들의 연구는 지혜 연구의 초석이 되었다).

반면 챈들러와 홀리데이는 발테스의 정의 방식에 반대한다. 이들의 정의에 의하면 지혜는 축적된 지식 그 이상이다. 지혜는 현대처럼 파편화, 분업화된 지식에 그치지 않고 각 지식들을 큰 관점에서 아우르는 능력을 포함한다. 그들은 지혜의 구성요소를 비범한 이해력, 판단 및 소통의 기술, 전반적인 능력, 대인기술, 신중한 처신으로 정의한다. 

존 미첨은 지혜의 중요한 요인으로 '회의'를 꼽는다. 즉,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이 지혜에 핵심 요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다른 연구자들이 정의한 지혜의 구성요소 중 일부가 '회의'를 반영한다고 주장한다(예를 들어 챈들러와 홀리데이가 정의한 판단 및 소통의 기술이 회의에 해당된다고 주장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기울인다는 것은, 자신의 지식을 의심해 보는 능력을 말하기 때문이다).


지혜에 관한 연구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인지, 성격, 발달 심리학자들이 '지혜'의 정의를 내리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연구결과는 다소 혼란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지혜가 분명 존재한다는 점,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수긍하는 지혜의 특징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객관적 진리를 긍정하되 개인의 주관적인 의견 역시 존중하는 능력, 세상을 지배하기보다 자신의 내면을 정복하는 능력, 자신의 지식을 의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식을 통해 불확실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능력. 학자들이 정의하는 지혜의 속성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 지혜가 무엇인지 알았으니 솔로몬의 잠언을 다시 읽을 수 있겠다. 그가 써 놓은 삶의 운용술과 인지적 태도를 훑어보자. 챈들러와 홀리데이의 말처럼, 우리는 '지혜가 상실된 시대'를 살면서 이 보배로운 지혜서의 가치를 폄하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들을 귀 있는 자는 여전히 지혜의 외침을 듣고 지혜로운 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Wired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Philip Tetlock 은 내가 좋아하는 학자 중 한 사람이다. 나는 가끔 농담으로 모든 케이블 뉴스는 화면 밑에 다음과 같은 자막을 표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자막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토론의 참여자들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고 있음이 과학적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들이 지껄이는 말은 오로지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것입니다." 그 다음 1984년부터 진행된 테틀락의 가장 유명한 연구를 언급해야 할 것이다.

1984년 당시는 냉전이 다시 불붙은 상황이었다. 레이건은 악의 제국이라는 거친 표현을 사용했고 정치학자들은 미국의 대외정책에 관해 입장이 나누어졌다. 유화파(doves)는 레이건이 불필요할 정도로 소련에 적대적이라고 생각했다. 반면 강경파(hawks)는 소련에대해 호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Tetlock은 어떤 그룹의 의견이 정답일지 궁금했고, 학자들의 예측을 모니터링하기 시작했다.

몇년 후 레이건이 퇴임한 다음 테틀락은 이 학자들의 입장을 다시 살펴봤다. 그의 결론은 냉정했다: 모두 다 틀렸던 것이다. 유화파는 레이건의 호전적인 태도가 냉전을 악화시켰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소련이 지정학적 입지를 굳히고 외교문제에 있어서 마찰을 빚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진실은 정확히 반대였다.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1985부터 정권을 잡은 것이다. 소련은 깜짝 놀랄 내부 개혁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악의 제국"이 글라스노스트를 실행한 것이다.

하지만 강경파 역시 나을 건 없다. 고르바초프가 자유화 개혁을 시작한 이후, 강경파는 소련의 변화를 얕보았다. 그들은 악의 제국은 여전히 악하다고 말했다; 고르바초프는 공산당의 도구일 뿐이었다. 강경파는 전체주의 국가에서 진정한 개혁이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학자들의 예측력이 엉터리라는 사실에 고무된 테틀락은 소규모 실험을 대규모 실험 프로젝트로 바꿨다. 그들은 수백명의 정치 전문가를 선별한 다음 - 정치나 경제 트렌드에 관해 조언을 해 주며 먹고 사는 사람 - 이들에게 미래 사건에 대한 예측을 하게 했다. 그는 매우 많은 질문들을 던져봤다. 조서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까?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인종차별 정책이 평화롭게 끝날까? 퀘벡이 캐나다에서 탈퇴할까? 닷컴 거품이 터질까? 전문가들은 각 사건에 대해 가능한 결과들의 발생확률을 평정했다. 그 다음 테틀락은 전문가들의 사고 과정을 조사해서, 그들이 어떤 식으로 결론에 이르는지 알아냈다.

테틀락이 데이터를 분석하자 전문가들의 예측 실패가 뚜렷해졌다. 그들이 세계 사건에 대해 통찰을 제공하고 돈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예측이 맞을 확률은 우연 수준보다 낮았다. 테틀락이 했던 질문의 대부분은 세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를 포함했다. 그런데 학자들이 정답을 맞출 확률은 33퍼센트보다 낮았다. 즉 다트를 던지는 침팬지가 학자들보다 예측력이 더 뛰어나다는 말이다. 이 결과는 그의 훌륭한 저서 Expert Political Judgment에 잘 요약되어 있다.

테틀락은 현재 훨씬 야심찬 프로젝트를 착수중이다. 그는 전문가, hedgehogs, 그의 추후 연구에 대해 친절하게 답변해 주었다.

Lehrer : 당신은 지난 몇 십년 동안 현실 정치 전문가를 관찰해 왔습니다. 각 전문가마다 다른 점이 있나요?

Tetlock : 제가 2005년에 냈던 책인 Expert Political Judgment는 정치와 경제 전문가들이 내놓은 예측의 정확성에 관한 20년간의 연구가 요약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또 전문가들의 '사고 방식'을 관찰했고 그 결과 전문가마다 스타일이 다르다는 사실을 찾았습니다.

어떤 전문가는 하향식 사고를 사용합니다: 정치를 연역적인 방법으로 사고하는 겁니다. 그들은 인간 본성, 사회, 경제에 대한 큰 전제를 특수한 사례에 적용하려고 합니다. 그들은 미래에 대한 자신의 예측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리고 그들은 쉽게 분류가 가능합니다. 어떤 것은 Keynesian 예측이고, 어떤 것은 자유시장 근본주의적 예측이고, 어떤 것은 최악의 환경론적 예측이고, 어떤 것은 기술결정론적 예측으로 분류됩니다. 반면 어떤 전문가들은 상향식 사고를 보입니다: 정치를 귀납적인 방법으로 관찰하는 겁니다. 그들은 자신의 결론에 대해 확신을 덜 하는 편이고, 모순된 사실들을 통해 결론에 도달합니다(어떤 경우는 정치적으로 왼쪽의 입장에서, 어떤 경우는 오른쪽의 입장에서).

우리는 큰 가정을 가진 전문가를 'hedgehogs(큰 가정 하나를 알고 있다)'라고 부르고, 귀납적인 전문가들을 'foxes(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큰 전제는 알지 못한다)'라고 부릅니다.

Lehrer : 그럼, 전문가들의 서로 다른 사고 방식이 예측의 정확성과 관련있습니까?

Tetlock : 정확도를 평가하기 위해선 "큰 수의 법칙"이 중요합니다. 바보의 예측이라도 운이 좋아서 몇 번 맞을 수는 있습니다. 문제는 일관성입니다. 그래서 우리 실험은 300명의 전문가로부터 30,000개의 예측을 얻어냈습니다. 우리는 예측의 정확성과 일관성과 상관있는 요인을 검증했습니다. 이데올로기가 핵심 요인인가? 박사 학위가 예측력과 상관있을까? 분류된 정보에 관해 과거 알고 있는 것이 있는가? 하지만 수많은 가설들이 상관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예측의 정확성과 일관성을 가장 일관되게 예측하는 요인은 바로 "사고 방식"이었습니다. 귀납적이고, 자기 비판적이고, 겸손한 사고방식을 가진 전문가가 큰 이론을 알고 있는 사람보다 예측력이 뛰어났습니다(fox가 hedgehogs보다 뛰어났다).

Lehrer : 최근 프로젝트는 이전에 했던 연구들을 확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Tetlock : 이 프로젝트는 미국 정부의 Intelligenc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정치나 국가안보 영역에서 예측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음 세가지 조건을 가진 사람을 실험 참가자로 모집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사고방식에 관해 관심이 있는 사람,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많은 사람, 자신의 관심사를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우리가 다양한 전문가 집단에게 제공할 도구를 숙지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입니다).

Lehrer : 당신의 관심사 중 하나는 전문가가 내놓은 예측의 정확성을 향상시키는 데 있습니다. (우리 정치토론이 전문가의 의견에 크게 영향을 받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한 질문입니다). 당신은 이런 개선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우리 일상은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에, 우연 수준에도 못 미치는 전문가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는 겁니까?

Tetlock : 개선의 여지가 얼마나 있냐는 질문에 관해선 급진적인 회의주의와 중도적인 회의주의를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급진적 회의주의는 세상을 예측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뛰어난 예측이란 없다는 것입니다(뛰어난 예측이란 운이 좋았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워렌 버핏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만약 우리가 동전을 많이 던진다면, 그 중 어떤 사람은 앞면이 10번 혹은 15번 연속해서 나오는 경우가 있을 겁니다. 이와 유사하게, 당신이 수많은 예측가에게 예측을 부탁한다면, 그들 중 일부는 뛰어난 예지력을 보일 겁니다.

나는 중도적인 회의론자이며, 그 정도까지 극단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우연 수준이나 단순 추정 알고리즘을 뛰어넘는 예측력을 보이는 사람들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습니다(이런 사람들은 fox이거나 hedgehogs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을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찾아내는 것은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런 사람들은 평균으로의 회귀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그들의 예측력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평균으로 다시 떨어지는 것을 의미함).

이런 주장들을 균형있게 받아들여서, 나는 예측력을 개선할 수 있지만 그 여지는 작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작은 개선이 사회에는 매우 중요할 수 있습니다. 정확성이 10이나 20% 개선되도 수십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Lehrer : 당신은 이 연구에서 어떤 참가자를 찾고 있습니까? 

Tetlock : 내가 전에 언급했듯이, 우리는 세 가지 특성을 기준으로 사람 모집하고 있습니다 : 자신의 사고 방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그리고 맹점과 오류를 고치려는 사람),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많은 사람. 각 참여자는 1년 동안 총 10시간씩 연구에 참여하게 될 겁니다(1년 참여하는 데 150달러를 드릴 예정입니다). 우리는 또 최소한의 학력을 갖춘 자를 필요로 합니다(최소 학사 학위 이상).


이 연구에 지원하려면 아래 사이트를 방문해 주세요.www.goodjudgment.info


출처: Mental mishaps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술을 마시면 똑바로 걷기가 힘들다. 사리분별도 확실치 않다. 경찰이 직선을 따라 똑바로 걸어보라고 해도 우리 몸은 선 밖으로 나간다. 당신의 마음도 당신의 의도한대로 똑바로 가지 않고 방황한다.


나는 mind wandering을 자주 경험한다. 책상에 앉아있을 때도 내 마음은 여행을 간다. 가끔은 논문 기사를 읽으면서도 내가 무엇을 읽는지 알지 못할 때도 있다. 단어들을 훑어보고 페이지를 넘기지만, 내 마음은 거기에 있지 않다. 나는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 가끔은 여행중에도 내 마음이 여행을 떠날 때도 있다. 나는 그저 딴생각을 하며 걸었을 뿐인데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한 나를 발견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그 동안 계속 방황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행 전체를 기억하진 못한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mind wandering을 경험해 봤을거라 생각한다. 우리는 한가지 일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우리 생각이 다른 곳으로 돌아다니고 있음을 발견한다. - 개인적인 생각, 감정, 공상, 계획, 추억들. 우리 마음은 하고 있는 일과 관련없는 생각들 사이로 방황한다.

mind wandering의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마음이 방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는 점이다. 가끔 우리는 의도적으로 백일몽을 꿈꾸거나 마음을 방황하게 만든다. 이 경우 우리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이 생각들이 관련없음을 안다. 재미없는 회의에서는 백일몽이 꽤 도움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당신은 지금 하고 있는 딴생각이 하고 있는 일과 관련없음을 인식하지 못한다. 조나단 스쿨러와 그의 동료들은 이를 두고 메타 인식의 실패라고 부른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인식할 수 잇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관련없는 생각까지도 인식하지는 못한다. 결국 당신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것은 당신 뿐이다. 우리는 우리 마음이 딴 생각을 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만약 당신이 독서중이라면, 당신은 자신이 독서중임을 깨닫고 다시 독서에 집중할 수 있다.

2009년에 발표된 논문에서, Sayette, Relchle, Schooler는 술이 mind wandering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이 논문의 제목은 "Lost in the Sauce"였다. 그들은 젊은 남성에게 혈중 알코올 농도가 .07%가 될때까지 보드카를 마시가 했다. 이 정도 수치는 음주운전에 저촉되지 않는 수치다. 그들은 또 플라시보 집단에게 가짜 보드카를 마시게 했다. 컵의 가장자리에 보드카를 묻혀서 참가자를 속인 것이다. 그 다음 참가자들은 전쟁과 평화를 읽었다. 책의 전체를 읽은 것이 아니라 30분 동안 34페이지를 읽었다. 독서, 특히 빽빽한 책을 읽는 과제는 mind wandering을 일으키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전쟁과 평화를 읽는 동안 참가자들은 자신이 딴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때마다 컴퓨터 키보드를 눌렀다. 또, 그들은 2-4분마다 자신이 지금 딴생각을 하고 있는지 보고했다. 참가자 모두가 mind wandering을 이따금 경험했다. 그러나 보드카를 마신 사람들은 메타 인식 없이 딴생각을 하는 경우가 2배나 많았다. 보드카를 마신 사람들이 mind wandering을 겪고 있다고 보고한 경우는 전체 보고 수의 25%에 달했다. 음주가 딴생각을 알아차리는 능력을 손상시킨 것이다.

나는 이 연구가 늦은 저녁 술자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설명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술을 마실 때, 사람들은 대화 주제와 벗어난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나 그 생각이 현재 일과 아무 관련없다는 사실을 인식하지는 못한다. 결국 그런 생각들이 입에서 튀어나온다. 물론 그 말은 현재 대화와 아무 상관 없는 것이다. 아, 미안 해요. 우리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죠? 내 마음이 방황하고 있었군요.


참고논문

Michael A. Sayette et al(2009),. Lost in the Sauce: The Effects of Alcohol on Mind Wandering, PSYCHOLOGICAL SCIENCE,


출처: Thoughts of a Neo-Academic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최근 De Goede, Van Vianen, Klehe는 웹사이트의 디자인이 구직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서 International Journal of Selection and Assessment에 논문을 실었다. 이들은 연구에서 fit(부합) - 한 사람의 가치, 신념, 전통 등이 조직 등 다른 개체와 맞아떨어지는 정도 - 을 알아보고자 했다.


논문에서 De Geode와 동료들은 두 가지 형태의 부합을 논의한다. 하나는 개인-조직간 부합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산업간 부합이다. 개인-조직간 부합은 위에서 설명한 내용에 해당하고, 개인-산업간 부합은 개인의 가치, 신념, 전통 등이 해당 산업문화의 고정관념과 일치하는지를 말한다.


대부분의 산업은 그들만의 고정관념과 문화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프로그래머는 밤낮으로 일하고, 계속 모니터를 주시하고, 다소 비사회적인 생활을 하고, 이따금 마운틴듀를 마신다. 프로그래머는 새 일자리를 구할 때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이 대충 어떤 생활을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 프로그래머가 새 직장의 라이프스타일과 잘 맞는다면 개인-산업간 부합이 높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조직의 경우 이런 고정관념에서 다소 편차를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구글은 동종 산업의 전형적인 문화적 특징에서 벗어난 듯이 보인다. - 직장에서 식사를 제공하고, 육아 서비스, 유동적인 근무 시간, 개인 프로젝트, 애완견 등 - 구글은 프로그래머가 일하는 전형적인 직장의 모습과 거리가 있다. 구글에서의 생활은 편할 것이다 - 다만 그것이 직원이 바라던 것이라는 전제 하에 말이다.


하지만 작은 조직의 경우는 어떨까? 당신이 수백만 달러를 HR/직원 복지에 쓸 형편이 안 된다면, 당신이 구직자의 눈을 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당신의 웹사이트뿐이다. 구직자들은 지원하려는 회사의 웹사이트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만약 구직자들이 개인-산업간 부합 정도를 낮게 지각한다면, 이런 지각은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까?


De Goede et al은 두 가지 실험을 통해 이를 조사했다. 먼 저 산업조직심리 학생 80명을 대상으로 조직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을 말하게 한 다음, 5주 뒤에 학생들에게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4개의 I/O Psychology firm의 웹사이트를 보게 하고 이 조직의 지각된 가치를 평가하게 했다. 이렇게 개인의 가치와 조직에 대한 지각된 가치를 측정함으로써 개인-조직간 부합 정도를 평가할 수 있었다.


두번째 실험의 경우, 연구자는 37명의 산업조직심리 학생들에게 산업조직심리라는 산업에서 느껴지는 가치를 평가하게 했다. 

그 결과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 이전 연구와 마찬가지로, 개인-조직간 부합의 정도가 클수록 그 조직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정도도 커졌다.
  • 이전 연구와 마찬가지로, 웹사이트 디자인은 조직에 대한 매력도와 상관이 있었다.
  • 개인-산업간 부합은 개인-조직간 부합과 상관이 있었다(그 산업에 대한 인식이 좋다면, 그 산업 내에 속한 조직 또한 좋아하게 된다)
  • 웹사이트의 디자인과 조직-산업간 유사성(조직의 가치가 산업의 고정관념과 부합하는 정도)은 부적 상관이 있었지만, 개인-산업간 부합이 낮을 경우 상관의 정도가 강해진다.

웹디자인과 조직-산업간 유사성 예측


마지막 결과가 가장 중요하므로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이 결과는 만약 누군가가 자신이 이 산업에 정말 맞는다고 생각하면(높은 개인-산업간 부합), 웹디자인이 지각된 개인-조직간의 부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산업과 자신이 잘 맞지 않는다고 느낄 경우, 웹디자인은 개인-조직간 부합에 영향을 미쳤다. 사실, 당신이 종사하고자 하는 산업에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있다면(프로그래머의 예에서 봤듯이) 잘 디자인된 웹사이트는 지원자로 하여금 해당 조직이 해당 산업의 고정관념과 다른 특성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따라서 지원하고자 하는 산업에 대해 인상이 좋지 않고 게다가 지원하려는 부서의 웹사이트마저 부실하다면 지원자가 지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들은 당신의 부서를 다른 업체와 별 차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Reference

De Goede, M., Van Vianen, A., & Klehe, U. (2011). Attracting Applicants on the Web: PO fit, industry culture stereotypes, and website design International Journal of Selection and Assessment, 19 (1), 51-61 DOI: 10.1111/j.1468-2389.2010.00534.x []

Posted by 인지심리 매니아

 

애 플의 아이패드는 심플하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이 특징이다. UI 역시 깔끔하면서 아름답다. 우리는 지금 아이패드의 아름다운 매력에 푹 빠져 있다. 하지만,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이패드는 사용하기에도 편리하다. 책장을 넘길 때나 앱을 사용할 때, 문서를 작성하거나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기 편하다는 느낌을 계속 받게 된다. 애플은 아름다움과 사용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 같다.


그 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아름다움'이라는 속성은 '사용성'이라는 속성에 영향을 미칠까? 어떤 제품이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에 사용하기에도 편리하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 걸까? 어쩌면 우리는 아이패드의 아름다움에 홀려서 그 제품이 사용하기 편리하다고 착각하는지도 모른다.


보기 좋은 떡은 먹기에도 좋은 것일까?



실험


Hassenzahl 은 그의 2004년 논문에서 'Beauty', 'Goodness', 'Usability'의 관계를 알아보고자 했다. 기존 연구는 아름다움과 사용성이 서로 관련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연구자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해봤다. 아름다움은 사용성과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다. 


연 구자는 기존 연구에서 제품이 가지는 속성을 hedonic/pragmatic quality로 구분지었다. hedonic attribution의 경우 다시 Identification(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 Stimulation(지적인 자극이나 창의성)으로 나눌 수 있다. 반면 pragmatic quality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제품이 얼마나 유용하게 쓰일수 있는지를 의미한다.


연 구자는 첫번째 실험을 통해 아름다움이 Identification, Stimulation, Pragmatic quality(PQ)와 어떤 관계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우리는 세 가지 결과를 예상해 볼 수 있다. 먼저, Pragmatic quality와 상관있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또는, 단순히 hedonic attribution과 상관있을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hedonic/pragmatic quality와 모두 상관있을 수도 있다. 첫번째와 세번째의 경우가 발견된다면, 아름다움은 사용성과 관련이 있다고 결론내릴 수 있을 것이다

 



Study 1


절차

연 구자는 MP3 플레이어의 스킨을 실험자극으로 선정했다. 19명의 참가자가 여러개의 스킨을 본 다음 ugly~meauty를 7점 척도로 평정했다. 연구자는 그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스킨 2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스킨 2개를 실험자극으로 선정했다.


연 구자는 본 실험에서 참가자 집단을 둘로 나눈 다음, 각 집단에게 위에서 고른 스킨 4개를 차례대로 보여줬다. 그리고 나눠준 설문지(AttracDiff 2라는 이름의 이 설문지는 hedonic quality stimulation(HQS), hedonic quality identification(HQI), pragmatic quality(PQ)를 묻는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를 작성하게 한다. 첫번째 집단과 두번째 집단의 차이점은 스킨의 제시 순서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결과

조작점검

ANOVA 분석 결과 skin의 주효과가 나타났다. F(3, 96) = 36.80.  파일럿 테스트에서 참가자들이 아름답다고 했던 스킨은 실험1의 참가자 역시 아름답다고 평가했다.


Attribute group

그 다음 연구자는 각 스킨 별로 HQI, HQS, PQ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우선, 미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은 스킨끼리 분석을 해 보고, 높은 평가를 받은 스킨끼리 분석을 해 봤다.

 


(네모: PQ,

세모: HQS

검정 세모:HQI)


그 림을 보면 알 수 있지만, Ugly/Beautiful 조건의 스킨 간에도 HQS나 PQ의 차이가 심하게 난다. ugly 조건이라도 어떤 경우는 PQ나 HQS 점수가 높게 나오는가 하면. beauty 조건에서도 두 점수가 낮은 경우가 있다. Ugly와 Beauty를 명확하게 구분해주는 점수는 HQI밖에 없다. HQI의 경우 ugly 조건에서는 낮게, beauty 조건에서는 높게 나타났다. difference = 1.40, t(32) = 10.07,p < .01 (Bonferroni-corrected). 결국 아름다움을 가장 잘 대변하는 점수는 HQI라고 할 수 있겠다.


회귀분석 결과는 이 관계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Beauty를 잘 예측하는 요인은 HQI가 유일했다. β=0.74, t=11.34, p<.001.


연구자는 beauty와 goodness가 같은 개념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둘 간의 상관분석 결과는 r=0.54였다. 또 beauty가 HQI와 관련있는 반면, goodness는 HQI, PQ와 모두 관련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 합해보면, 아름다움은 identification과 관련이 있고 goodness는 identification, pragmatic quality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즉, 사용성이라는 측면은 아름다움보다 '좋음'과 관련있는 것 같다. 이 결과는 사용성과 아름다움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기존 연구결과와 상반되는 것이다.


Study2


그럼,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볼 수도 있을까? 즉, 제품을 사용해 보고 사용성을 높이 평가했다면, 그 제품이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까? 사용자가 mp3를 직접 사용해 본 후라면, 스킨에 대한 미적 평가에도 변화가 있을까?

연 구자는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웠다. 만약 위에서 말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제품 사용 후 PQ 점수가 beauty를 잘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아름다움이 사용자 경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hedonic attribution(HQI, HQS)가 beauty 점수를 잘 예측할 것이다.


절차

실험2의 절차는 실험 1과 동일하다. 다만, 실험 1처럼 각 스킨에 대한 사전 평가를 내린 다음, 일련의 과제가 주어지는 점이 다르다. 참가자는 이 과제를 수행한 다음 다시 제품에 대한 사후 평가를 내리게 된다.


참 가자에게 주어지는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번째 과제의 경우 mp3로 음악을 듣는 중에 전화가 울리게 한다. 참가자는 전화를 받기 위해 mp3 볼륨을 줄여야 한다. 그 다음 다시 mp3 볼륨을 정상으로 돌려놓는다. 두번째 과제의 경우, 참가자들에게 사전에 저장되어 있는 플레이리스트를 로딩시키고, 그 리스트에서 지정된 곡들을 재생해야 한다. 이 과제를 수행한 다음에 mental effort를 측정하는 문항(SMEQ)을 작성한다. 우리는 SMEQ를 통해 어떤 제품이 조작 상 정신적 노력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고, 정신적 노력이 많이 든다면 그 만큼 사용성도 떨어진다고 예상할 수 있다.


결과

beauty (ugly, beautiful), time (pre-use,post-use), and attribute group (PQ, HQI, HQS)을 독립변인, PQ, HQI, HQS의 평균 점수를 종속변인으로 ANOVA 분석한 결과 beauty와 attriute group의 주효과가 나타났다.

  • ugly, beauty 조건의 HQI, HQS, PQ 결과는 실험 1과 동일하다. 즉, beauty를 온전히 반영하는 점수는 HQI, HQS같은 hedonic attribution이었다.
  • PQ는 goodness와 관련있었으며, 이 둘은 사용자의 경험에 영향을 받았다. HQI와 HQS는 pre-post 점수 간 상관이 높았지만, PQ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즉, 경험 이후 점수에 변동이 있었다).



연구자는 이 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모델을 제시했다.



제품이 '좋다'라는 평가은 '아름답다'라는 평가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동일한 개념은 아니다.

'아름다움'은 제품의 사용성(PQ)와 관련이 없다. 사용성은 제품의 '좋음'과 관련있다.

제품의 사용 단계에서 경험하는 mental effort는 사용성에 영향을 받지만, 아름다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결 론은, 사람들이 아이패드의 사용성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아이패드의 외관이 아름답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아이패드를 직접 사용해 본 다음 사용성을 높이 평가한 것이 아름다움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둘은 관련 있을지 모르나 구분되는 개념같다.


 

 Reference


Marc Hassenzahl, The Interplay of Beauty, Goodness, and Usability in Interactive, HUMAN-COMPUTER INTERACTION, 2004, Volume 19, pp. 319–349

Posted by 인지심리 매니아


사 용성 평가는 HCI 분야에서 빠질 수 없는 방법론으로 여겨진다. 이제는 모든 제품을 개발할 때 사용성 평가를 거쳐야 할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필수적' 절차로 생각되는 사용성 평가가 오히려 해악이 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것이든 한가지 방법 만을 고수하면 문제에 봉착하기 마련이다. 오늘은 사용성 평가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한 벅스턴의 논문을 소개하기로 한다.


Buxton 은 2008년 논문에서 사용성 평가를 적용할 때 조심해야 할 점을 언급하고 있다. 저자도 서두에서 사용성 평가가 학회, 기업에서 할 것 없이 널리 쓰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사용성 평가가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있음을 주지시키고 있다. 그러면, 어떤 상황에서 사용성 평가가 독이 되는 것일까?



Weak Science


사회과학을 포함한 과학은 가설을 검증할 때 독특한 방법을 사용한다. 연구자가 주장하는 가설을 입증하기 보다 '기각' 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잘 생겼다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서 나의 외모를 칭찬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 외모를 욕하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이다. 만약 내 외모를 욕하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다면 '나는 잘생겼다'라는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난다. 즉, 내 가설이 참임을 보는 것이 아니라 거짓인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일반인들의 눈에는 이런 검증방법이 다소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가설 검증 방법이야말로 과학을 진짜 'Strong Science'로 만든다(도대체 왜 이런 방법이 과학적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면 칼 포퍼에 관한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어떤 가설이 끊임없는 반박(반증)연구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으면 강력한 이론으로 변신한다. 수천명을 뒤져봐도 내가 못 생겼다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아직까지는 내 주장이 사실인 것이다. 난 계속 잘 생긴 사람으로 남게 된다.


사용성 테스트의 문제는 과학에서 사용하는 검증방법을 온전히 채택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용성 테스트는 가설을 반박하기 보다 '입증'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confirmative hypothesis testing). 신제품이 기존 제품보다 뛰어나다는 가정을 검증할 때, 사용성 테스트는 이 가정을 입증하는 '최소한 한 개 이상의 증거'를 찾는다. 가정과 맞아떨어지는 사례를 하나라도 발견하면 우리 주장은 맞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진정한 의미의 과학적 검증이 아니다. 생각해보자. 내 얼굴이 잘 생겼다고 친구에게 주장하자 친구가 사실임을 입증해보라고 한다. 나는 길을 가던 사람 하나를 붙들고 내가 잘 생겼는지 물어본다(실제로는 이런 황당한 일은 없겠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사람은 내가 잘생겼다고 대답한다. 나는 의기양양하게 '내가 잘 생겼다'고 주장한다. 친구는 어이가 없는 표정이다. 고작 한 사람의 의견에 근거해서 '내가 잘 생겼다'라는 주장이 참임을 알 수 있을까? 


또 다른 문제점은 이 분야갸 '반복검증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한 연구를 통해 발견된 현상은 다른 논문에 의해서 반복적으로 발견될 때 일관성 있다고 판단될 것이다. 친구가 거리를 돌아다니며 내 사진을 보여주고 잘생겼는지 물어봤지만 결과가 매번 똑같다면, 결국 내 주장이 진리인 것이다. 또 반복검증가능성은 이론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를 찾는 데도 중요하다. 친구가 유치원생들에게 내 사진을 보여줬는데 한결같이 못 생겼다고 대답했다면, '적어도 유치원생의 눈에는 내가 잘 생겼다는 사실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다.


문제는 CHI의 경우 결과가 replicate된 논문을 '예전 것과 똑같네'라고 하며 간과해 버린다는 것이다. 결국 학회에 논문을 내기 위해선 예전 것과 다른 '새로운 것'을 연구해야만 한다. 결국, 같은 내용에 대해 반복된 결과를 검증한 논문이 자취를 감추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외적 타당도를 떨어뜨릴 것이다. 내 얼굴은 20대 초반 여성에게는 매력적일지 몰라도, 우리 집 뒤에 있는 유치원의 원생들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다.


사용성 조사의 방법은 결국 다소 약한 형태의 과학적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 결과를 통해 과학적 지식을 축적하기에는 무언가 미덥지 않은 결과들인 것이다.



사용성 조사 관행


벅스턴은 사용성 조사의 초기에 만드는 스케치와 프로토타입을 구분한다. 둘은 아래 그림처럼 양 극단의 특징을 가진다.




스케치는 비교적 초기에 만들어지는 대안이다. 이 단계에서 UX 디자이너들은 직관적인 영감을 통해 아이디어를 산출한다. 따라서 스케치를 하는 과정은 탐색적, 실험적인 단계다. 반면 프로토타입은 스케치에 살을 입혔다고 볼 수 있다. 보다 구체적인 기능이 입혀져 있고, 정제되어 있는 대안이다.


벅스턴은 사용성 조사가 문제를 일으키는 이유는 조사가 스케치 단계에서 바로 이루어지는 것과 관계있다고 설명한다. 아이디어을 생성하는 단계에서는 최대한 많은 대안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사용성 조사는 성격상 '대안을 가지 치는' 방법론이다. 이 방법은 사용성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적합하지 않은 대안들을 지워버린다. 따라서 혁신적인 대안들이 초반에 탈락하는 문제가 생긴다.


우리는 '올바른 디자인을 만드는 것'과 '디자인을 올바르게 만드는 것' 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사용성 조사는 후자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첫번째 문제에도 그런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 중에는 사용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창의적인 대안이 있을 수 있다. 올바른 디자인을 만드는 것은 가능성 있는 소재를 생성하고 택하는 과정에서 가능하다. 가능성이 있는 소재들을 되도록 많이 모은 다음, 추후에 사용성 조사를 거쳐서 정제하는 방법을 택한다면, '올바른 디자인을 만들고, 그 디자인을 올바르게 만들 수 있다'.



Useful


사용성 조사는 Usable의 문제다. 어떻게 보면 기술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춘 조사방법일 수도 있겠다. 문제는 useful하지만 usable하지 않은 제품이 히트를 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WWW이다. 웹은 처음에는 사용하기 까다로운 제품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유저 프렌들리한 인터페이스를 갖추었다. useful한 제품이 나중에 Usable한 속성까지 가지게 된 것이다. 만약 우리가 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서 웹에 대한 사용성 조사를 했다면, 조사자들은 웹이 수년도 못 가서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을 것이다.


그 럼, 사용성 조사에서 usable과 함께 useful을 평가할 수는 없는 걸까?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장래 인기를 끌 제품을 미리 알 수 있고, 여기에 사용성 조사까지 미리 진행할 수 있어서 좋을텐데 말이다. 현재 관행상 이를 함께 알 수 있기는 힘들다고 한다. Christensen1에 의하면, 참가자들은 제품의 기술적 혁신이 useful로 이어질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다고 한다. 결국 제품의 값어치(useful)를 초기에 발견하는 일은 사용자 조사의 몫이라기 보다조사자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



solution


저자는 이 외에도 많은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한편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들을 함께 적어놨다. 그 방안들은 다음과 같다.


먼저, 형식적인 사용자 조사 기법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것이다. 옛말에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사용성 조사에 날이 무딘 'Weak Science'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런 분석 기법들이 도입된 역사가 길지도 않기 때문에 방법론이 안정적으로 발전을 시간도 없었다. 이런 불충분한 방법론을 단지 '과학적 방법'이라고 해서 단순 신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리는 사용자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는 예전 방식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숫자와 통계 사이에서 진짜 놓칠 수 있는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함이다.


두번째로, 사용자 조사를 어느 단계에서 적용할지 고심해야 한다. 앞서 말했지만,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단계에서 사용자 조사를 시행하면, 가능성 있는 대안들을 버리게 될 수 있다. 아이디어 중에는 사용성이라는 날개를 달아주면 훨훨 날아다닐 혁신적인 대안들도 존재한다. 형식적인 조사에만 의존하지 말고 재목을 찾기 위해 보다 신경쓴다면, 버려질뻔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보다 엄격한 과학적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색하는 과정이라면, 종전에 사용하던 confirmative hypothesis testing이 적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의 이론을 발전시키거나 검증하는 과정에서는 risky hypothesis testing이 적합하다. 날 좋아하는 여자가 존재할 가능성을 찾을 땐 내가 잘 생겼다고 말하는 여자 한 명으로도 족하다. 하지만 내가 잘 생긴게 전우주적인 진리인지를 판단할 때는 보다 엄격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여자 친구의 말만 들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Reference


Saul Greenberg, Bill Buxton, Usability Evaluation Considered Harmful (Some of the Time), CHI 2008 Proceedings

Posted by 인지심리학 매니아


어 떻게 해야 효과적인 인터넷 광고 배너를 만들 수 있을까? 사람들의 시선을 확 사로잡는 광고면 될까? TV 광고를 보면 알겠지만, 사람의 주의를 끄는 방법은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아무리 시선을 끈다 하더라도 광고 내용이 기억에 남지 않는다면 소용없다. 따라서 배너를 구성할 때는 사람들이 광고를 얼마나 오래 기억할 수 있을지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좋 다. 그렇다면 배너를 어떻게 구성해야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을까? 인터넷 배너의 형태는 대략 다음처럼 나눌 수 있다. 1. 회사나 브랜드 이름만 적혀 있는 경우. 2.URL이 적혀 있는 경우. 3.URL+간단한 설명글이 있는 경우다.




세 가지 배너 중에서 어떤 것이 기억에 오래 남을까? 이전 연구 결과는 '대중 매체'의 경우 웹사이트의 주소를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1. 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람들은 웹사이트의 주소를 통해 브랜드 이름을 기억하는 경향이 있으며, 광고 속에서 웹사이트 주소가 눈에 띄는 확률 또한 83%나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연구는 어디까지나 '대중 매체'상에서의 효과를 알아본 것이었다. 웹페이지 속에 위치하고 있는 배너의 경우도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기 억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소는 바로 '사용자의 목적'이다. 특정 웹사이트에 접근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원하는 정보를 찾는 '목표 지향적(goal-directed)' 사용자일 수도 있고, 단지 웹서핑을 하고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사람일 수도 있다. 이전 연구는 웹서핑 목적의 사용자들의 배너를 잘 기억한다고 주장한다2. 이는 인지심리학의 '주의' 연구결과와 일맥상통한다. 특정 요소에 주의가 할당되지 않는다면, 주의는 분산되어서 여러개의 요소를 병렬적으로 처리하게 될 것이다. 웹서핑을 하는 사람은 특정 요소나 정보에 관심이 없으므로, 분산된 주의가 웹사이트의 여러 요소를 동시에 처리하게 될 것이고, 이 와중에 배너가 인식될 확률이 높아진다.




오늘 소개할 논문은 사용자의 인터넷 사용 목적, 배너의 형태, 배너의 위치가 기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연구자들은 참가자에게 다음과 같은 웹페이지를 보여주었다.



참 가자 중 한 집단은 나중에 풀 10개의 선다형 문제를 풀기 위해 웹사이트를 눈여겨 보게 된다. 정답이 웹사이트 안에 있는 것이다. 반면 다른 한 집단은 특별한 목적을 부여하지 않았으며, 그냥 자유롭게 페이지를 탐색해도 된다고 설명해줬다. 이렇게 함으로써 목적 지향적 또는 단순 웹서핑 목적이라는 조건을 조작했다.

또 배너의 형태를 각각 달리하여 참가자에게 보여줬다. 어떤 사람은 브랜드 이름만 적혀 있는 배너, 또 다른 사람은 URL만 적혀 있는 배너, 또 다른 사람은 URL+서비스에 대한 설명이 함께 있는 배너를 봤다.

그 외에 배너의 위치를 좌측 상단, 상단 중앙, 우측 상단으로 조작해서 위치에 따른 효과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종 속변인은 배너에 대한 재인률, 재인의 확신, 재인의 정확성이었다. 웹페이지를 15분 동안 관찰한 다음, 참가자는 테스트를 거치게 된다. 이 테스트에선 좀 전에 봤던 배너와 본 적이 없는 배너가 섞여서 나오게 된다. 참가자는 자신이 봤던 배너가 어떤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또 자신의 판단에 얼마나 확신하는지 '아마도, 그렇다, 매우 그렇다'로 응답하게 된다. 연구자는 이 확신정도(3)와 정확성(2)을 통합해서 판단자의 응답을 1~6으로 점수화했다. 예를 들어 참가자가 자신의 답이 정답이라고 강하게 확신했지만, 실제로 오답이었다면 1점이 부여된다. 만약 정답을 강하게 확신했고 실제로도 정답이었다면 6점이 부여된다.


이 점수를 분석한 결과, 각 요인의 주효과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배너의 형태와 navigation style간에 상호작용이 발견되었다(F-value = 5.38, P-value = 0.007).





목적이 있어서 웹사이트를 탐색했던 사람들은 배너의 재인률이 형태에 관계없이 일정했다. 반면 단순 웹서핑 목적으로 탐색했던 사람들은 URL만 적힌 배너를 잘 기억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것은 URL+ 서비스의 설명이 들어있는 배너의 경우, 목적 지향적인 사용자가 단순 웹서핑 목적 사용자보다 재인 점수가 높았다는 점이다. 기존 이론에 비추어 볼 때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연구자들은 사용자가 나중에 실시할 테스트를 위해서 웹사이트 요소를 유심히 관찰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고 생각했다.


결론


연구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우리는 웹사이트의 성격에 따라 인터넷 배너의 형태도 바뀌어야 함을 알 수 있다. 특히 단순 웹서핑 목적의 사용자가 많이 찾는 사이트라면, URL만이 표시된 배너를 구성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 러나 여전히 의문점이 남아 있다. 웹서핑 목적의 사용자가 URL만 표시된 배너를 잘 기억하는 이유는 뭘까? 웹사이트의 주소는 일반 단어보다 기억하기 어려울 텐데 말이다. 예를 들어, 내 블로그의 주소는 blog.naver.com/ryuskae인 반면 블로그의 이름은 '인지심리 매니아'이다. 어느 쪽이 기억하기 더 쉬울까? 이 논문에 의하면 블로그 주소가 훨씬 기억하기 쉽다는 것인데, 직관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 앞으로 연구를 통해 어떤 원인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이 연구가 Lavie의 perceptual load 이론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Reference


Fethi Calisir, Demet Karaali, The impacts of banner location, banner content and navigation style on banner recognition, Computers in Human Behavior, 2008

출처: Thinking Out Loud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positivist research 과학자로서 나는 User Experience (UX)의 정의에 대해서 오랫동안 고민해 왔는데, 왜냐하면 이 개념이 매우 모호해 보였기 때문이다. Rui Lopes(그의 최신 블로그 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UX의 정의를 이해한 것 같은 반면, 나는 이 개념이 구체적 인터페이스의 평가에는 적합하지만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이 개념은 인터페이스의 측면과 디자인에 관한 무언가를 말해주지만, 다른 인터페이스에 일반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 특정 사용자 그룹이나 개인 또는 특정 인터페이스에 관한 경험을 언급하는 게 더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나는 User Experience (UX 또는 UE)가 usability라는 개념과 혼동되어 왔지만 experience design (XD)보다 우위를 점해왔다고 설명했다. 현실에서 이 말은 유저빌리티가 보통 기술적인 영역에 속해있다고 여겨짐을 의미한다. 유저빌리티는 보통 인터페이스의 기술적인 측면이나 유저빌리티 패러다임 구축을 통한 상호적인 행동이라고 여겨졌다. 반면 사용자 경험은 단지 인터페이스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사용자 행동의 심리적 측면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


현실에서 사용자 경험은 유저빌리티와 매우 유사하지만, 사용자 경험이 제품 디자인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시스템 컴퓨팅에 기반한 유저빌리티와 다르다. 유저빌리티 전문가는 종종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나 코딩을 어느 정도 담당하는 반면, 사용성 전문가는 각 분야를 모두 아우르는 경향이 있다. 이는 사용자 경험 전문가가 device의 물리적 설계를 할 수는 있지만, 하드웨어를 디자인하거나 소프트웨어에까지 관여하지는 않음을 의미한다. 사실, 사용자 경험은 '사용자가 기기나 시스템을 사용하며 겪는 경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나 상호작용모델을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분야의 범위는 제품과 사용자 간 상호 작용의 모든 측면에 미친다 : 그것이 어떻게 지각되고, 학습되고, 사용되는가'.

따라서 사용자 경험은 정량적인 사용자 수행보다 유저빌리티의 정성적인 측면과 관련있다. 이런 방식으로 사용자와 아이디어, 감정, 경험의 순간 생겨나는 기억들 사이에서 개입(engagement, touchpoint로 알려져 있다)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것은 사용자가 인터페이스 또는 시스템에 대해 좋은 기분을 느끼도록 만들지만,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의 순수한 유용성과는 다르다.


사용자 경험의 영역은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인간공학 전문가를 포함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공학 전문가는 사용자 경험 전문가나 경험 디자인 전문가와 함께 작업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는 웹이나 모바일을 개발하는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어쨌든 내가 상상한 것 보다 '주류'로부터 동떨어진 생각을 한 것 같지 않아서 기쁘다. Law et al.[1]는 연구자, 학계 및 업계의 실무자 275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UX는 역동적이고, 맥락에 의존하며, 주관적인 개념이라는 데 동의했다. 대다수는 '임시적 또는 안정적인 인간의 내적 상태(니즈, 동기)가 사람의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 'UX는 인공물에 대한 경험에서 발생하는 문맥에 의존한다', '인공물에 대한 사전 노출이 후의 UX 경험을 형성한다'와 같은 문장에 강한 긍정을 나타냈다. 또, 'UX 디자인은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UX는 사용자가 인공물과의 상호작용을 멈춘 후에도 변화할 수 있다', 'UX는 사람이 인공물의 특성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근거하지만, 현재 상황의 특성에 근거하지는 않는다'와 같은 문장에는 약한 긍정을 보였다.


결국 UX가 일반화할 수 있는 결과라기 보다 단일하고 구체적인 사용자 경험이라는 데 다들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 경험은 변화할 수 있다 -.



Reference


Law, Effie Lai-Chong and Roto, Virpi and Hassenzahl, Marc and Vermeeren, Arnold P.O.S. and Kort, Joke (2009). Understanding, scoping and defining user experience: a survey approach Proceedings of the 27th international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 1 (1), 719-728 : 10.1145/1518701.1518813


인간의 주의력은 관성을 가진다


Posted by 인지심리 매니아



Hypertext의 힘


아 침에 컴퓨터를 켜자마자 제일 먼저 확인한 건 축구 경기 결과였다. 네이버 뉴스를 통해 한국이 이란을 이겼는지 확인한 다음, 기사 밑에 표시된 관련 기사들까지 모조리 훑어봤다. 해외 외신 반응, 상대편 감독의 말, 다음 경기 일정까지 샅샅이 훑어봤다.

만 약 우리가 아침에 배달 온 신문으로 이 기사를 봤다면, 이렇게 관련 기사까지 모두 볼 수 있었을까? 우리는 모두 '하이퍼텍스트'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웹은 '하이퍼텍스트'를 통해 수많은 문서들이 연결되어 있다. 인터넷 상에서 어떤 문서를 보고 난 다음, 그 문서와 의미적으로 관련있는 다른 문서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하이퍼텍스트'때문이다.



Hypertext Kill the Ad Star!


광 고배너의 시련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네티즌들은 자신의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하이퍼텍스트로 연결된 문서들을 돌아다닌다. 그러면서 각각의 정보들을 조합하여 전체적인 지식틀을 받아들인다. 각 정보들을 찾아다니고 모아서 조합하려면 '목적 지향적' 상태가 되기 마련이다. 이 '목적 지향적' 상태에서 사람은 자신이 관심있는 정보 외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나는 한국이 어떻게 상대팀을 이겼는지, 누가 골의 주인공인지에만 관심이 있을 뿐, 페이지의 사이드를 장식하고 있는 다른 기사(호주가 이라크를 어떻게 이겼는지, 이대호의 연봉이 얼마인지 등등)에는 관심이 없었다. 즉, 유저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을 탐색하게 되고, 주변의 다른 자극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결국 페이지를 수없이 장식하고 있는 광고배너 역시 소용이 없는 것이다.


광고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또 하나의 요인은 바로 attentional inertia(지 난 번 포스트에서 소개했다)이다. Anderson이 제안한 이 현상은 인간의 심적 과정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균일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보통, 페이지의 첫 부분에서 사람들의 집중도는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한국이 이란을 1:0으로 이겼다는 헤드라인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아직 잠도 안 깬 상태였다. 따라서 기사에 온전히 집중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기사를 읽어나가면서 점차 집중하기 시작했다. 연장 혈투끝에 윤빛가람이 골을 넣었고, 박지성이 다쳤으며, 이용래 선수는 '힘든 경기'였다고 털어놨음을 알게 된다.

attentional inertia는 광고의 효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헤드라인을 막 봤을 때는, 주변에 다른 기사들도 눈에 띄었다. 즉, 관련 없는 정보들에도 주의를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관심사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관련 없는 기사들은 눈에 띄지 않게 되었다. 이 기사들이 광고문구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attention inertia는 이렇게 광고의 힘을 약화시킨다. 주의가 관성(inertia)을 받기 시작하면서, 광고가 끼여들 여지를 차단하는 것이다.


실험


이번에 소개할 논문은 구조화된 웹페이지(즉 관련정보가 하이퍼텍스트 형태로 연결된)에서 attention inertia가 광고배너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했다. 실험에 사용한 웹페이지는 다음 구조를 가지고 있다.


 


A,B,C는 각각의 뉴스 주제를 말한다(예를 들어 A는 축구 관련 뉴스, B는 야구 관련 뉴스). 한 주제에는 관련된 페이지가 대략 10개씩 있다. 이 페이지의 수가 'meaningful path'를 의미한다.


한 페이지는 아래 그림처럼 구성되어 있다.




중심 영역에는 뉴스 기사가 자리하게 되고, 아래, 위, 각 모서리 부분에 광고가 자리하게 된다. 참가자는 next page를 눌러서 다음 페이지를 읽을 수도 있고, 메인 주제 목록화면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참가자들에게 웹페이지를 보여주는 동안 눈동자 움직임을 eye-tracker로 추적했다.



결과


먼저 각 영역에 눈동자가 고정된 횟수를 분석한 결과다.


압도적으로 메인콘텐츠 영역에 눈동자가 많이 고정되었다. 이는 예상한 결과다.


그 다음, 참가자가 웹페이지를 서핑하는 동안 (즉 페이지 1->페이지10까지 이동하며 기사를 읽는 동안) 집중력에 변화가 있었는지 알아봤다. 연구자는 우선 메인콘텐츠영역에 눈동자가 고정된 횟수를 통해 집중력의 변화를 알아봤다. 그 결과 웹페이지 서핑 동안 집중력이 들날달락한다는 사실을 알아내었다(p-value = 0.048, g2 = 0.019). 이 현상은 광고 배너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주의력은 웹페이지 중반부로 갈수록 강해졌다가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즈음에 떨어졌다(Fig.5 참조)


연 구자들은 이 결과가 종속변인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지 확인해보고자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눈동자 고정 횟수가 아닌, 고정 시간을 조사해봤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였으며(p-value = 0.018, g2 = 0.012), 눈동자 고정 횟수와 고정 시간의 상관은 r=0.97(p=0.0000)로 매우 높았다.




결론


우리는 실험을 통해 Web에서 attention inertia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어떤 전략을 사용해야 할까?

한가지 방법은, 연구자들이 언급한대로 사회심리학의 ELM(Elaboration likelihood model)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 모델은 사람들의 주의력 정도가 정보처리에 미치는 영향을 잘 설명한다. 만약 우리의 주의 자원이 고갈되어 있는 상태라면 정보의 외향,물리적인 측면(깜빡임, 색상, 크기 등)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주의 자원이 충분하다면 정보의 내용이나 논리에도 신경을 쓸 수 있다. 그렇다면 주의가 아직 메인 컨텐츠로 쏠려 있는 상태가 아닌 초기에는 광고배너의 내용에 역점을 두고, 페이지 중간에는 배너의 물리적 측면을 강조하는 전략이 최선일 것이다. 반직관적인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연구결과를 놓고 본다면 이것이 최선이 전략이다.


이 실험의 문제점은 바로 '개인차' 가 변량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개인에 따라 페이지를 탐색하는 전략이 제각각임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인터넷 광고는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개인화'하는 방법일 것이다. 각 유저의 성향을 파악해서 거기에 맞는 광고전략을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앞으로의 연구에서는 이런 개인화된 광고전략의 효과를 알아보는 것도 좋을 거라 생각한다.




Reference


Jyun-Cheng Wang , Rong-Fuh Day, The effects of attention inertia on advertisements on the WWW, Computers in Human Behavior, 2009




Posted by 인지심리 매니아


필 자도 '네이버 애드포스트'를 사용하고 있다. 자신이 쓴 글의 맥락에 맞추어 광고가 게재되고, 누군가 이 광고를 클릭하면 블로거의 계정으로 돈이 들어온다. 참으로 그럴 듯한 생각이다. 앉아서 돈 버는 방법 중 이보다 손쉬운 방법이 있을까? 하지만 해 본 사람은 다 알듯, 독자들이 광고를 클릭하는 횟수는 가뭄에 콩나듯 한다. 왜 그럴까?


오 늘 소개할 논문은 네티즌이 인터넷 광고에 주의를 기울이는 데 미치는 요소를 연구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해당 웹페이지가 어떤 컨텐츠로 구성되어 있는지에 따라, 사람들이 배너에 주의를 기울이는 시간이 영향을 받는다는 가정을 검증하고자 했다.



기존 인터넷 광고가 효과없는 이유


그 동안 전통적 디자인 관점은 인터넷 배너가 '외생적 주의'를 끌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이 관점의 영향을 받은 배너를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림이 쉴 새 없기 바뀌거나, 화면 옆에서 갑자기 나타나거나, 번쩍번쩍 거리면서 우리 관심을 끌려는 배너말이다. 이렇게 물리적인 요소의 끊임없는 변화가 사람들의 '외생적' 주의를 유도한다면, 클릭수나 광고효과가 뛰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다른 분야와 달리 인터넷에서는 이런 전략이 먹혀들지 않았다. 사람들이 인터넷 배너를 무시해버리는 이런 현상을 'banner blindness' 라고 한다. banner blindnes가 생기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검색전략을 학습하기 때문이다. 웹사이트는 언제나 현란한 배너들로 가득하다. 따라서 우리는 정말 중요한 콘텐츠에만 집중하고, 주변 광고나 낚시성 기사들을 걸러내는 습관을 들여왔다. 그 결과, 광고 비스무레하게 생긴 것은 절대 쳐다보지 않는 '검색전략'을 학습하게 된 것이다. 사용자들의 이런 전략 덕분에 외생적 주의를 끄는 광고들이 효과를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이다.

기존 배너가 효과적이지 않은 또다른 이유는 바로 '문맥광고' 에 있다. 네이버 애드포스트로 돈 벌기 힘든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문맥광고는 중심 콘텐츠(예: 블로그의 포스트)와 관련 있는 내용이 나온다. 문제는 사용자가 이 광고를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사용자는 문맥광고를 콘텐츠와 독립된 웹 요소로 인식하지 않고, 콘텐츠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이는 광고를 'salient'하지 못하게 만드는 문제를 낳는다. 


연구자들은 이 외에도 광고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추가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인지심리학에서 연구했던 '주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인간의 주의는 처리해야 할 정보의 형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그림보다는 문자를 처리할 때 주의가 많이 소모된다. 따라서 웹사이트의 주요 콘텐츠가 글로 구성되어 있다면, 사용자의 주의자원이 소모되어 광고에 주의를 기울일 추가적 자원이 부족하게 된다.

Attentional inertia로 인해 광고 효과가 약해지기도 한다. 이 현상은 인간의 주의집중 정도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것과 관련있다. 우리가 책이나 영화를 볼 때, 처음에는 몰입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몰입이 되기 시작하면서 오로지 내용에만 집중하게 된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블로그의 글을 처음 봤을 때는 집중이 잘 안 된다. 따라서 주의가 방황하는 동안 광고를 발견할 확률도 높다. 하지만 글에 집중하면서부터 광고는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토대로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은 가정을 검증해보았다.


H1: 사용자들은 웹사이트가 글이 아닌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을 때, 광고를 더 많이 볼 것이다.

H2: 구조화된 웹사이트를 이동하는 경우, 사용자들은 첫 페이지에서 광고를 더 많이 볼 것이다.



실험방법





실 험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인터넷에서 115개의 배너를 구한 다음, 사람들에게 각 배너가 얼마나 눈에 띄는지 평가해서 88개를 추려냈다. 그 다음 120명을 4집단으로 나누어서 가상 웹사이트(10페이지)를 보게 했다. 각 집단은 웹사이트가 1.글자로만 이루어진 경우 2.글자+그림 3. 그림으로만 이루어진 경우 4.비디오만 있는 경우를 보게 된다. 한 페이지마다 아까 추려냈던 광고 배너 중 하나가 상단에 나타난다.

페 이지를 다 보고 난 다음에는 테스트를 실시한다. 1단계에서 봤던 배너 한 개와 보지 않았던 배너 2개를 동시에 보여주고 자신이 봤던 배너가 어떤 것이었는지 고르게 한다. 또, 자신이 봤던 배너가 어느 정도 주의를 끌었는지도 평가하게 된다. 즉, 기억을 얼마나 정확히 하는지, 또 주의를 끄는 강도가 어느 정도 였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결과





먼 저 광고를 정확히 기억한 횟수다. 웹사이트가 그림이나 비디오로 구성되어 있던 경우 광고의 기억효과가 우세하다. 특히 첫 페이지에서 각 페이즈들의 광고기억 정도를 ANOVA 비교해 본 결과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F(3,116) = 3.795, p < .012





다음 그림은 광고가 주의를 끈 정도를 나타내는 그래프다. 예상대로 첫 페이지에서는 광고에 눈길을 돌린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2,3페이지를 보기 시작하면서 광고에 한눈을 파는 정도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회귀 분석 결과 이런 감소 경향은 그림과 비디오에서만 유의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론


실 험 결과, 우리는 웹사이트의 콘텐츠가 주변 광고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비디오나 그림의 경우 옆에 있는 광고를 같이 볼 확률이 커진다. 이는 앞서 설명한대로, 인간이 그림을 처리할 때 비교적 적은 주의자원을 사용하며 따라서 남는 자원을 다른 대상에까지 확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병렬적 처리'라고 한다. 반면 텍스트는 처리를 위해 선택적 집중을 해야 하고, 여기에 주의를 뺏긴 나머지 다른 대상에 주의를 돌릴 시간이 없어지게 된다.

또, 인터넷의 경우 attentional inertia가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사람들은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할 때 다소 산만한 것 같다. 광고가 힘을 발휘하는 시점은 바로 이 첫 페이지일 것이다. 사용자가 페이지를 읽는 동안 몰입하기 시작하면 광고의 효과는 떨어질 것이다. 결국 광고는 웹사이트의 메인페이지에 놓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Reference


Hsieh, Y.-C., & Chen, K. H. How different information types affect viewer’s attention on internet advertising. Computers in Human Behavior (2010), doi:10.1016/j.chb.2010.11.019





심리학에 관심이 많거나 전공하고자 하는 고교생은 많지만,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지 정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최근 성균관대 이정모 교수님이 자신의 블로그에 '고교생을 위한 심리학 추천도서 목록'을 올려놓으셨다.

심리학에 관해 궁금한 게 많거나, 진로를 고민하는 고등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교수님의 블로그에 접속할 수 있다.


이정모 교수님 블로그 바로가기

출처: About.com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인지심리학은 무엇인가?:

인지 심리학은 인간이 어떻게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고, 저장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지 심리학은 언어,주의, 기억, 의사 결정 및 문제 해결을 주로 다룬다.인지심리학은 실생활에 적용할 여지가 많다. 예를 들어, 인지적 원리들은 교육 과정을 만들거나 소프트웨어를 설계할 때 사용된다.


인지 심리학자는 무엇을 하는가?

인지 심리학자들은 여러 분야에 걸쳐 일하고 있다. 인지 심리학자 중 다수는 인간의 사고과정과 관련된 연구 응용 또는 기초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인지 심리학자들은 대학이나 정부 기관, 기업, 개인 컨설팅 등에서 일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직업으로 대학 강사, 인간 요인 컨설턴트, 산업 조직 관리자, 사용성 전문가가 있다.


인지심리학자들의 수입은 보통 얼마나 되는가?

인지심리학자의 수입은 학위, 직책, 경험에 따라 매우 다르다. 미국 노동부에 의하면, 산업조직 심리가는 2004년 한해 $71,400을 벌어들였다. 미국 심리학회(APA)의 2001년 조사에 의하면, 대학 교수진으로 활동하는 사람의 경우 $55,000를 번다고 한다(Singleton et al., 2003).
인지 심리학자에 대한 수요도 다르다. 대부분의 경우 대학에서 교육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소프트웨어 개발자, 조직심리학 같은 분야에서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APS observer Empolyment Bulletin이 1991년부터 1996년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전체 직종에서 인지심리 관련 직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7.5%라고 한다(Bell & Goodie, 1997).


인지심리학자는 어떤 학위가 필요한가?

학부 출신이라도 초보적인 수준의 관련 직종에서 일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석사나 박사 학위를 필요로 한다. 응용 분야에서는 보통 석사 학위 소지자를 찾는다. 이런 응용 분야로는 인간 요인, 산업 조직 심리가 있으며, 앞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인지심리 관련직업의 장단점은?


인지 심리 직업의 장점

  • 인지 심리학자들은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 컨설팅을 통해 독자적으로 일할 수 있다.
  • 다양한 경로가 있다 (즉, 민간 부문, 컨설팅, 정부, 교육).


인지 심리 직업에 부정적인 측면

  • 대부분의 직위는 박사 학위를 요구한다.
  • 연구가 지루하고 소모적일 수 있다.




역자 서문


서 울에서의 삶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서울은 인간 지옥이다. 출근길 만원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시달리다가 일터나 학교에 도착하고, 하루종일 수 많은 사람을 상대하다가 다시 만원지하철이나 버스로 퇴근하는 일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어딜 가나 음식점은 사람이 많아서 줄을 서야 하고,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 


그 뿐만 아니다. 서울은 소음 지옥이다. 번화가에서는 옆사람과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큰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고 길가에서는 차량이 지나가는 소리가 전투기에 버금간다. 곳곳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행사에 축제에 시위로 인해 소리를 분별하기가 불가능하다.


서울은 환경도 최악이다. 서울 공기는 끈끈이처럼 끈적하다. 바닷가에서부는 청량한 바람 대신 젤리처럼 찐덕찐덕한 바람이 얼굴에 달라붙는다. 각 건물에서 트는 에어컨은 필터가 청소가 안 되서 연신 재채기를 하게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신기할 정도로 이런 스트레스를 잘 견디며 살아간다. 도시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도시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일까? 아니면, 사람들은 도시가 정말 마음에 드는 것일까?


이유야 어쨌든 우리는 도시 생활에 잘 적응하며 살아간다. 불행한 건, 인간의 뇌가 도시 생활로 인해 예민해져 있다는 것이다.



출처: Choke(시안 베일록)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2050년에는 전 인류의 69%가 도시에서 살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에 거주하면 보다 부유한 삶을 살 수 있고 건강 등 기타 서비스의 혜택을 누리기도 쉽지만, 부작용도 감내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도시에서 자란 사람들은 시골에서 자란 사람보다 정신 질환을 겪기 쉽다. 이 사실은 사실 새롭지도 않다. 과학자들은 그 동안 도시 생활과 정신 질환 간 관계를 밝혀냈다. 하지만 도시 생활이 우리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었다.


몇 주전 네이처는 도시 사람과 시골 사람이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양상이 다르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특히,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사는 사람은 인구가 적은 도시에서 산 사람보다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부정적 정서를 처리하는 뇌 부위의 활성화가 증가한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신경과학자들은 생활 환경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로 했다. 이들은 참가자에게 제한된 시간 동안 수학 문제를 풀게 하고 그들의 뇌를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관찰했다. 수학 문제는 매우 어려웠다. - 참가자들의 정답률은 평균 25%에서 40% 사이였다. 그리고, 참가자는 문제를 틀릴 경우 헤드폰을 통해 부정적 피드백을 받았다.


이 실험 절차는 사회적 스트레스를 유발할 목적으로 고안된 것이다. 그리고 연구자의 의도는 성공적이었다. 참가자들은 과제 완수를 독촉받지 않은 집단에 비해 코티졸 수치가 높았다. 부신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인 cortisol은 스트레스 수준이 높을 때 분비된다. 이 때문에 cortisol은 종종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불린다.


어려운 수학 문제는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의 특정 뇌 영역 활성화와 관련있었다. 현재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의 경우 수학 문제를 푸는 동안 편도의 활성화가 증가했다. 전에 블로그에서 설명했다시피, 편도는 아몬드 형태를 띠고 뇌 영역 깊숙히 자리잡고 있으며 인간의 정서적 반응과 관련있다. 편도의 활성화는 불쾌한 정서적 반응과 함께 증가한다. 뿐만 아니라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산 사람들의 경우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 편도 및 부정적 정서 프로세스를 조절하는 대상 피질의 활성화가 증가했다.


도시 생활은 분명히 이점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사회적 스트레스에 대한 감수성 역시 증가시킨다. 도시 생활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도시 생활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부작용을 피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Reference


F Lederbogen et al(2011), City living and urban upbringing affect neural social stress processing in humans, Nature 474, 498–501


출처: Wired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왜 우리는 음악을 듣고 감동할까? 음악은 순수하게 추상적인 예술 양식이며, 언어나 구체적인 개념이 없다. 음악이 전달하는 메세지는 애매모호하고 문맥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감동받는다.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때 우리 신체는 정서적으로 각성된다. 동공이 확장되고, 맥박과 혈압이 상승하고, 피부의 전기 전도성이 느려지며, 신체 운동과 관련된 뇌 영역인 소뇌가 이상하게 활성화된다. 혈액도 다리 근육으로 다시 이동한다. (일부 사람들은 이것이 우리가 발을 구르는 이유라고 추측한다.) 즉, 소리는 우리의 생물학적 뿌리를 자극한다.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우리는 현악기로 고문당하는 존재다".


섹스, 코카인, 음악의 공통점-도파민

우리는 이제 이러한 감정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공간 속의 공기진동이 어떻게 이런 강렬한 상태를 만들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몬트리올의 연구자들이 Nature Neuroscience에 게재한 새 논문은 음악이 왜 '즐거운 자극'인지 밝히는 데 초석이 되었다. 이 연구는 fMRI와 ligand-based 양전자 단층 촬영 (PET) 검사 등 화려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실험 자체는 오히려 간단했다. 과학자들은 먼저 217명의 참가자 중 연주곡을 들으며 '감동'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을 걸러내서 10명으로 압축했다(음악을 들을때마다 일관성있게 감동을 맏는 행운아들이었다.). 과학자들은 그 다음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목록을 가져오게 한 다음 - 거의 모든 장르가 망라되었다. 테크노에서부터 탱고에 이르기까지 - 참가자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동시에 그들의 뇌활동을 관찰했다.


과학자들은 다양한 방법론을 사용해서(PET와 fMRI) 음악에 반응하는 뇌를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그들의 (ligand-based PET를 사용한) 첫번째 발견은 음악이 배측과 복측 선조체에서 도파민을 방출시킨다는 것이다. 이것은 특별히 놀라운 일이 아니다 : 이 부위는 그동안 즐거운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섹스를 하던 코카인을 흡입하던 Kanye의 음악을 듣던 마찬가지다. 이런 행동들이 세포들을 자극하기 시작하면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행복은 여기서 시작된다.


이 반응들의 시간차를 유심히 관찰한 결과 놀라운 결과를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피험자가 감동을 받기 몇 초 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나는 정확한 뇌신경 간 상관관계까지 다루지 않을 생각이다 - 단지 당신이 다음 번에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땐 당신의 오른쪽 NAcc에 감사하라고만 말하고 싶다 - 그 대신 이 실험에서 발견된 흥미로운 구분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나는 다음 마디에 어떤 음이 올지 알 수 있어!


과학자들은 우리가 음악을 통해 감동 받기에 앞서 미상(caudate)의 활동이 증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상 단계'라고 불리는 이 현상의 목적은 음악에서 가장 좋은 파트가 나올 것을 예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감정적 반응이 최고조에 이르기 직전에 미상에서 왕성한 도파민 활동이 발생했다. 이 선조체의 하부는 감각, 운동,연상을 담당하는 뇌 부위와 연결되어 있으며, 자극-반응으로 이어지는 학습과 관련되어 있고, 음식 등 보상을 통한 강화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추상적인 음정이 원시적 보상 단서, 우리를 침 흘리게 만드는 벨소리와 문화적 등가물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

예상 단계는 즐거운 청각자극이 다가온다는 시간적 단서로부터 시작하며, 기분좋은 감정을 일으키고 보상에 대한 기대를 만든다. 이 보상은 전적으로 추상적이며, 지연된 예상과 해결(음악에서 불협화음 등이 협화음으로 이동하는 것. Resolution)이라는 요인이 포함되어 있다. 사실, 작곡가와 연출가는 이 현상을 자주 사용한다.  예상된 결과를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기대를 위반하여 정서적 각성을 일으킨 다음(예를 들면, 예상치 못한 음을 삽입하거나 템포를 느리게 하는 등) 이를 해결해서 완성에 대한 열망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음악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들을 때 정서적 반응이 정점에 이르는 것은 우리의 기대가 충족되고 정확한 보상이 주어진 것임을 나타낸다. 


인간은 불완전한 패턴을 완성시키려 한다


이 뉴런은 왜 음악이 클라이막스에 도달하기 15초 전에 활성화되는 것일까? 우리는 실질적 보상을 얻는 과정에서 도파민의 증가를 즐거움과 연결시킨다. 그리고 미상에 있는 이 세포들의 집합은 음악적 감동에 도달하기 전, 즉 멜로디 패턴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활성화된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신경을 관찰하는 게 아니라 음악을 살펴보는 것이다. 음악은 보통 복잡한 패턴의 미로(최소한 문외한에게는)와 같다. - 음악은 수학적인 예술이다 - 교향곡을 포함한 모든 곡들의 가장 중요한 부분들은 이런 패턴이 깨질 때이며, 소리가 예측불가능할 때이다. 음악이 너무 뻔한 경우, 알람 시계처럼 지루하다(우리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있다면 우리는 흥분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작곡가들은 음악의 도입 부분에만 으뜸음을 사용하다가 끝날때까지 사용을 미룬다. 우리가 예상하는 패턴에서 오래 벗어날수록, 패턴이 정상적으로 돌아왔을 때 정서적 분출은 극대화된다. 그래서 우리가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음악 심리학자인 Leonard Meyer는 그의 고전적인 책 Emotion and Meaning in Music에서 베토벤의 String Quartet in C-sharp minor,Op. 131. 5악장을 분석하며 이런 심리학적 원칙들을 증명하고자 했다. Meyer는 음악이 어떻게 우리의 기대를 희롱하는지 -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 보여주고자 했다. 이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메이어는 베토벤의 작품을 50개로 나누어서 도입부가 전형적인 리듬, 하모니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 다음 복잡한 음의 변화를 통해 전형적인 음들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E 장조라면, 베토벤은 불완전한 E 장조 화음을 사용하여서 직설적인 표현을 피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음악에서 불확실한 요소를 보존하고 싶어했고, 우리 뇌가 불충분한 음계를 보완하도록 요구하게 만든다. 베토벤은 마지막까지 그 화음을 보류한다.


메이어에 따르면, 이런 음악의 긴장감(우리의 충족되지 않은 기대가 증가함에 따라)이 음악을 들으며 느끼는 감정의 근원이 된다고 한다. 이런 '체화된 의미'는 교향곡이 사용하거나 무시하는 패턴, 교향곡의 형식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에서 발생한다. 메이어는 "인간에게 있어 이런 의심과 혼란은 비정상적인 것이다. 우리 마음은 이런 혼란과 직면할 때 문제들을 명확하게 해결하려고 시도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베토벤이 만들어 놓은 패턴들 속에서 E 장조가 완성되기를 기다린다. 우리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는 동안 - 이것이 미상에서 도파민의 증가를 촉발한다 - 불확실성이 감정을 만들어낸다. 우리 신경은 이상한 배열 속을 탐색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음의 일부분을 예측할 수 있지만 전부를 예측할 수는 없다. 이것이 우리가 음악을 계속 듣고 보상을 기다리는 이유다. 음악은 규칙을 위반하면서 의미를 가지는 형식인 것이다.



출처: Wired

번역:인지심리 매니아


Ed Yong은 최근 옥시토신을 관찰한 새로운 연구를 발표했다. 이 뇌 호르몬은 믿음이나 사랑과 관련 있다. 예를 들면, 이 호르몬은 출산 중에 혈류로 방출되어서 자궁을 수축하고 아이-어머니간 유대를 촉발한다(pitocin 같은 옥시토신의 합성 버전은 힘든 일을 할 때 사용된다). 최근에는 이 화학물질이 Prairie vole이라는 동물의 일부일처제와 관련있으며, 최후통첩 게임 상황에서 사람을 관대하게 만들거나 위험한 투자를 할 때 타인을 신뢰하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결국 이런 연구 결과들이 아래같은 제품을 만들도록 유도했다.




옥시토신의 어두운 측면


그러나, 이 새로운 연구는 이 기분 좋은 설명을 다소 복잡하게 만든다. 옥시토신이 단순히 사회적 감정의 화학적 설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음은 암스테르담 대학의 Carsten de Dreu 연구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De Dreu는 280명의 네덜란드 남성에게 옥시토신 스프레이를 코에 세번 뿌리도록 지시했다. 이 연구는 '이중 은폐" 실험이었다. - 연구자와 남성들 모두 자신이 어떤 처치를 받았거나 가했는지 모르는 것이다.


먼저, de Dreu는 참가자들이 독일인, 아랍인, 또는 네덜란드인에 대해 반응하는 과정에서 숨겨진 편견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암묵 연합 검사를 사용하였다. 여기서 참가자들은 두개의 키를 눌러서 주어지는 단어를 특정 집단으로 분류하게 된다.(예. 네덜란드식 이름이나 독일/아랍식 이름, 또는 긍정이나 부정).우리 편견과 일치하지 않는 분류간 조합은 우리 반응시간을 느리게 만든다. 만약 사람들이 아랍인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다면, 아랍식 이름과 긍정적 단어가 연합되어 있는 경우 반응시간이 느려질 것이다. 이런 "암묵적 연합"은 스스로 결과를 속이기가 매우 어려우며, 특히 검사 속도가 빠르면 더더욱 그렇다.


(암묵 연합 검사를 설명한 동영상)


당연하게도, 옥시토신은 네덜란드 참가자의 편견을 강화했다. 옥시토신을 맡은 경우(위약을 맡은 사람에 비해) 참가자는 독일이나 아랍식 이름보다 네덜란드식 이름-긍정적 단어 조합에 빨리 반응했다.


마지막으로, de Dreu는 이렇게 조작된 편향이 도덕적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는 참가자들에게 유명한 도덕 딜레마 시리즈를 제시했다. 예를 들어, 만약 당신이 스위치를 돌려서 기차가 한 사람을 치게 하지 않는다면 기차가 그대로 달려가서 다섯 사람을 죽이게 되는 경우다. 모든 딜레마가 동일한 유형을 가지고 있다. - 당신은 한 사람의 생명과 집단의 생명을 비교해야만 한다. 모든 딜레마에서, 죽게 될 한 사람은 네덜란드, 독일, 아랍인 이었고 나머지 5명은 이름이 없었다.



위약의 냄새를 맡은 후, 네덜란드 참가자들은 이름에 관계없이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쪽을 선호했다. 그러나 옥시토신를 맡은 후, 그들은 네덜란드인을 독일이나 아랍사람보다 덜 희생시키려고 했다.

이는 옥시토신으로 촉발된 신뢰나 따뜻한 감정에도 숨은 댓가가 있음을 말해준다. 그것은 우리가 '다른 집단'을 덜 신뢰하는 것을 말한다. 화학물질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강화하지만, 우리 집단과 다른 집단의 구분을 강화하기도 한다. 모두를 위한 사랑은 없다.




마이티 마우스는 괴롭다


이런 사실에 대한 너무 놀랄 것은 없다. 인간 뇌에 대한 끊임없는 교훈 중 하나는 뇌가 정교하게 평형을 유지하는 기계라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가 무언가 '향상'시키고 위해 하는 많은 노력이 비싼 댓가를 가져오며, 의도하지 않았던 부작용을 촉발한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단지 사회적 인지의 화학물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작년에, Nature에 실렸던 기사에서, 나는 학습과 기억력이 뛰어난 33마리의 실험쥐를 다뤘었다. 이 유전적으로 조작된 동물은 훨씬 빨리 학습하고, 오래 기억하며 일반 쥐들은 헷갈려하는 복잡한 미로도 해결할 수 있었다. 언뜻, 이 미래형 쥐를 보며 인지적 향상의 무한한 가능성을 조사한 연구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쥐를 조금 더 가까이 보면, 이런 동물의 상당수가 부차적인 부작용을 보인다.


전뇌에서 adenylyl-cyclase 과발현된 설치류를 떠올려보자: 이 쥐들이 향상된 재인기억과 LTP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소멸 과제에서의 수행은 저조했다. (즉, 부적절한 정보를 잊기 위해 노력을 해야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똑똑한 쥐는 복잡한 운동을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났지만(Morris Water Maze 같은 경우), 하지만 단순한 조건에도 애를 먹었다. 마치 이들은 너무 많은 것을 기억하는 것 같았다.


텔레비젼에서 소개된 가상 천재 Doogie Howser의 이름을 딴 "Doogie"라는 쥐를 보자. 이 쥐들은 NR2B로 알려진 NMDA의 특정 단위들이 과발현된 경우로써, 수용체들이 정상쥐의 두 배 정도를 수용한다. 그 결과 이 쥐들은 관련없는 정보를 쉽게 조합하는 능력을 보였다. 한가지 문제는 Doogie가 만성 통증에 대해 굉장히 예민하다는 것이다. 이 쥐의 지성이 본인을 괴롭게 한 것이다.



뛰어난 기억의 저주


이런 트레이드 오프는 쥐에게만 나타나지 않는다. 1920 년대 초반, 러시아 신경학자인 A.R Luria는 신문에서 보도된 Sherashevsky라는 사람의 기억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루리아는 Sherashevsky가 기억의 괴물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 남자는 완벽한 기억을 가지고 있어서 부적절한 세부사항을 잊어버리는 데 자주 애를 먹었다. 그는 단테의 Divine Comedy를 읽은 후 거기 나왔던 시를 모두 암기할 수 있었다. 수백자리나 되는 난수가 주어져도 Sherashevsky는 모든 숫자를 기억했으며, 몇 주가 지나도 잊어버리지 않았다. 이 완벽한 메모리는 이따금 직장에서 Sherashevsky을 도왔지만 -그는 메모를 할 필요가 없었다 - 루리아는 이런 무한대의 기억이 단점도 있다는 것을 기록했다. 예를 들어, Sherashevsky는 특정 대상에만 고착하는 경향이 있어서 은유를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Sherashevsky]는 시를 읽어보려고 했지만, 이해를 하지 못했다"고 루리아는 기록했다. "각각의 표현들이 이미지로 저장되는데, 결국 다른 이미지들이 들어와 충돌하게 되는 것이다"


루리아는 Sherashevsky의 고충을 통해 잊어버리는 것이 기억하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놀라운 선물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 저주였던 것이다.



결론


이 이야기는 나로 하여금 옥시토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수년동안, 우리는 이 화학물이 우리를 근사하게 바꿀 거라고 여겼다. 많이 사랑하고, 타인을 신뢰하고, 보다 인간적이 되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런 정서적인 이점은 불리한 조건들을 함께 동반한다. 우리는 가족이나 친구와 가까워졌다고 느낄 수 있지만, 타인에 대해서는 더더욱 거리감을 느낄 수 있다.


 
 
 


출처: Brain Post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신경과학 주제를 주로 다루는 Nature Reviews Neuroscience는 최근 10주년을 맞이하여 지난 10년 동안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을 소개했다. 이 방법을 통해 각 년도별로 어떤 논문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2009년에 가장 많이 인용되었던 논문은 Dr. A.D. Craig의 논문인 “How do you feel—now? The anterior insula and human awareness”이었다.


Dr. Craig의 논문은 섬엽(insula)으로 알려진 부위의 관한 지식들을 소개했다. 이 부위는 전대상이랑(anterior cingulate gurys, ACC) 가까이 위치하고 있는 숨은 층이다. 전대상이랑은 정서 처리를 담당하는 부위로서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섬엽과 전대상이랑은 여러 뇌 기능과 관련하여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섬엽은 그 동안 gut이나 신체 감각을 담당하는 부위로 알려져 있었다. 최근 새로운 영상학, 해부학 연구는 섬엽의 새로운 기능을 추가로 발견했다.
  • 내부감각(sensing state of gut, heart, pain etc)
  • 신체 움직임
  • Self-recognition
  • 발성이나 음악
  • 정서 지각
  • 위험, 불확실성이나 예상
  • 움직임의 시각, 청각적 자각
  • 시간 지각
  • 주의
  • 지각적 의사결정
  • 인지적 통제나 수행 모니터링

논문은 새로 밝혀진 섬엽의 기능들을 입증한 논문들을 요약하고 있다. 저자는 새로 밝혀진 이 역할이 제임스-랑게 설(James-Lang) 을 지지한다고 주장한다. 이 이론은 19세기 윌리엄 제임스와 칼 랑게에 의해 독자적으로 발전한 정서 이론이다. 이들은 정서의 경험이 신경시스템의 변화에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뒤따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1.곰을 본 후 2.공포를 느끼고 3. 심장이 뛰는 것이 아니라 1.곰을 본 후 2.심장이 뛰고 3.공포를 느낀다는 것이다.


섬엽과 관련한 연구 결과들은 아이오와 대학의 안토니오 다마지오가 주장한 "somatic marker 이론"과도 일맥상통한다. 다마지오는 의사 결정이 소마틱/정서적 과정에 의해 편향된다고 주장했다. 소마틱/정서적 처리는 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t에서 일어난다고 가정하고 있다.


또한 연구들은 섬엽에 손상이 가져오는 임상적 장애도 밝혀냈다. 섬엽과 관련한 장애는 다음과 같다.
  • 자폐증
  • ADHD
  • 니코틴 의존을 포함한 중독
  • 거식증
  • 우울증
  • 통증 장애
  • 알츠하이머

개인적으로 10주년 논문과 함께 2009년 섬엽 관련 연구를 개관한 논문을 같이 추천한다.



Reference


Craig AD (2009). How do you feel--now? The anterior insula and human awareness. Nature reviews. Neuroscience, 10 (1), 59-70 PMID: 19096369

Luo L, Rodriguez E, Jerbi K, Lachaux JP, Martinerie J, Corbetta M, Shulman GL, Piomelli D, Turrigiano GG, Nelson SB, Joëls M, de Kloet ER, Holsboer F, Amodio DM, Frith CD, Block ML, Zecca L, Hong JS, Dantzer R, Kelley KW, & Bud Craig AD (2010). Ten years of Nature Reviews Neuroscience: insights from the highly cited. Nature reviews. Neuroscience, 11 (10), 718-26 PMID: 20852655

 


출처: Harvard Business Review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우리는 기억을 과거 경험으로의 재방문으로 여긴다. 열대지방으로 갔던 휴가, 잘못 내렸던 의사결정, 차 키를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는 경우 등등.... 신경과학자들은 오래동안 이런 일화기억(episodic memory) 회로가 과거의 사건들을 기억하는 데에만 활성화된다고 믿었다. 신경영상 연구들은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정보를 인출할 때 활성화되는 특정 부위를 구분해 왔다. 이 영역은 주로 전전두엽, medial temporal lobes, 그리고 팽대후부피질(retrosplenial cortex)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이 영역들이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할 때도 활성화된다고 한다.



이 영역들이 두 가지 기제에서 겹치는 것에 흥미를 가진 몇몇 연구자들은 종전 기억에 대한 개념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뇌의 신경구조는 과거만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상상하고 예상하고 미래를 준비하는데도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이 새로운 관점에 의하면 당신의 뇌는 과거의 체험을 통합하여 미래를 예상하는 'proactive' 시스템인 것이다.



경제 영역에서 미래의 수요를 예측하는 것은 중요하다. 정확한 예측만이 성공을 보장한다. 미래를 그리는 능력은 계획을 세우는 데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 이익을 위해 단기적 보상을 포기할 줄 아는 능력과도 관련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뇌는 과거 경험의 구체적 예들을 조합하여 유추를 통해 당신이 어디에 있고,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말해준다. 우리는 이 능력을 통해 미래 변화를 미리 파악해 볼 수 있다.



우리 뇌가 미래를 예측하는 데 천부적이긴 하지만, 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아래 적은 팁을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 많은 경험을 쌓아라. 자신을 다양한 환경과 상황에 노출시켜라. 경험의 폭이 다양해지면 새로운 환경에서 미래를 예상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 대화, 독서, 상호작용을 통해 다른 사람의 경험을 빌려와라.
  • 미래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상해보라. 조직이나 개인의 목표를 생각해 볼 시간을 가져라. 이를 통해 우리 뇌가 목표를 구체화하게 되고 목표 달성을 쉽게 만든다.
  • 미래의 목표가 이루어지는 것을 상상하라. 장기적 결과의 열매를 풍부하게 상상한다면 단기적인 보상에 유혹받지 않을 것이다.
  • 마음이 떠돌아다닐 때 잠시 시간을 주어서 그 생각이 방해받지 않도록 해보자. 이렇게 하면 뇌의 기억 시스템이 우리의 과거 경험을 재구성할 시간을 얻게 된다.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조언이 당신의 잃어버린 차 열쇠를 찾아주지는 않겠지만, 미래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Jeff Brown is a board-certified cognitive-behavioral psychologist on the faculty at Harvard Medical School. Mark Fenske is a neuroscientist at the University of Guelph. They are the authors of The Winners Brain, a Harvard Health Publications book published this year by DaCapo Life Long Books.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