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인지심리 전공 후 어디에 취직할 수 있는지 궁금해 합니다.

그래서 인지심리 전공자를 모집하는 기업 및 연구소들을 적어봤습니다. 진로 선택에 참고하세요. ^^

목록에서 누락된 정보가 있을 경우 댓글로 알려주시면 즉시 업데이트하겠습니다.  

 

UX

션(2011)

십(2011)

전자 레이(2011)

유저(2011)

메바(2011)

프트(2010)

NHN(2009)

파크

KTH 디자인실 UX Lab(2010)

 

 

소비자분석

SK 텔레콤 Platform 업(2011)

픽(2012)

주성엔지니어링(2012) 

 

교육

고(2009)

 

 

연구원

교(2012)

원(2008)

과(2004)

(2011)

직(2011)

원(2005)

 

 

기능성게임

트(2011)


글: 인지심리 매니아


인간의 사고과정은 신비하다. 인간이 언어를 배우고,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며 베일에 가려져 있다. 도대체 인간이 사고를 할 때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가 그 과정을 상세히 기술할 수는 없을까?

그런데 인간의 사고과정을 수학 공식으로 설명하는 관점이 있다. 바로 베이지안 접근법이다. 이 관점은 인간의 사고과정을 베이즈 정리로 설명한다.

P(h|d) = P(d|h) / P(d)
(h: 가설 d: 증거 )

이 간단한 공식으로 어떻게 복잡한 인간의 사고방식을 설명할 수 있을까? Perfors et al(2011)[각주:1]은 어린아이의 귀납적 일반화 과정을 베이지안 추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범주이름 학습
 

출처: http://www.clublabrador.com

어린아이는 어떻게 범주 이름을 학습할까? 당신이 이제 막 말을 배우는 아이의 부모라고 상상해보자. 아이를 데리고 공원에 산책 나왔는데, 귀여운 래브라도 한 마리가 다가온다. 우리는 아이에게 얘는 래브라도야.’라고 가르쳐준다. , 아이의 머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아이의 머리 속은 폭발 직전일 것이다. 아이는 어쨌든 자기 앞에 있는 이 동물이 래브라도라는 사실을 배웠다. 하지만 아이는 며칠 전 공원에서 비슷한 동물(진돗개)을 본 적이 있다. 그럼, ‘래브라도라는 단어는 며칠 전 본 동물을 부를 때도 사용하는가? 아니면 네 발로 걸어다니는 모든 동물을 일컫는 것일까?

 

다행히 아이의 머리 속에는 이 문제를 해결할 규칙이 있다. 그 규칙은 바로 가장 좁은범주를 선택하는 것이다. , 아이는 자기 눈앞에 있는 이 동물만 래브라도이며, 지난 번에 본 동물(진돗개)은 래브라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아빠가 이 신기한 동물과 똑같이 생긴 동물이 나타날때마다 래브라도라고 부른다면, 이 가정은 더욱 견고해진다. 반면, 아빠가 며칠 전 봤던 동물(진돗개)도 래브라도라고 부른다면 이 단어가 특정 동물()을 지칭한다고 가정할 것이다. 하지만, 그 때도 역시 최소 범위()를 가정한다. ‘래브라도가 동물 전체를 지칭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이다.

 

베이지안 관점은 이 현상을 우도로 설명한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우도란 P(d|h), 즉 가설이 참일 때 증거가 출현할 확률이다. 만약 이 동물(A)의 이름이 래브라도라고 가정하면, 이 가정이 맞을 때 실제로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출현할 확률은 P(래브라도라고 부름|A)가 될 것이다. 반면, 모든 개(B)를 지칭하는 단어가 래브라도라면 우도는 P(래브라도라고 부름|B)이 된다. 둘 중 어느 확률이 가장 높은가? 당연히 첫번째다. AB보다 발생빈도가 훨씬 적기 때문이다 (Fig.3 i에서 가장 작은 사각형이 A에 해당한다). 아이는 이렇게 증거가 참일 확률이 높은 가설을 선택한다(그림을 보면 검은 점은 가장 작은 사각형에서 나왔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

 

또 이 가정은 증거가 축적되면서 강화되는데, 이것 역시 우도와 관련있다.. 만약 아빠가 이 개랑 똑같이 생긴 개(A)가 출현할 때마다 래브라도라고 한다면, P(래브라도라고 부름|A)는 더욱 증가하기 때문이다(Fig 3. ii). 따라서 가장 진한 사각형(래브라도)이 지지를 받게 되는 것이다.

 

 


제약
 
 

그 외에도 어린아이는 복잡한 귀납화 과정에서 사용하는 몇 가지 규칙(제약, Constraint)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단어를 배울 때 그 단어가 사물의 일부분보다 전체를 지칭할 것이라는 가정, 주체는 객체와 달라서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가정 등이다.

 

어린아이의 머리 속에 있는 제약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가? 베이지안 관점은 제약이 학습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보자. 이제 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시작한 아이가 돼지와 골든 리트리버을 봤다고 가정해보자. 아이의 머리는 또 다시 복잡해진다. 이 이상한 동물들도 일까? 아이에게는 이 복잡한 문제를 정리해줄 제약이 필요하다.

 

 

그림4는 제약이 학습되는 과정을 잘 설명해준다. A가 래브라도, b가 골드 리트리버, c가 돼지라고 가정해보자. 학습자는 먼저 기존 경험을 바탕으로 가설()의 범위를 설정한다. , 개는 몸통 길이가 다양하지만(w)  몸무게(l)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따라서 가설공간은 l x w 의 긴 직사각형 모양이라는 제약이 형성된다. 그렇다면 b a와 같은 범주에 속할 확률이 높고, c a는 확률이 낮을 것이다. 학습자는 소수의 사례만으로도 재빠르게 제약을 만들어낸다.
 

베이지안 통계학을 배운 사람은, 이쯤에서 무언가가 번득 떠오를 것이다. 베이지안 관점은 가설에 대한 가설(l w, hyperparameters)베이지안 계층적 모형으로 설명한다. 계층적 모형을 사용하면 제약 뿐만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개념을 추상화하고, 그 개념을 또 추상화하는지 추적할 수 있다. 정말 신기하다. 수학적 모형으로 인간의 개념 구조를 설명할 수 있다니 말이다.

 

결론

인간의 사고과정은 신비하게 보이지만, 설명 가능한 과정임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특히 베이지안 관점에 의하면 인간의 사고방식은 합리적인 수학적 판단과 다를 바가 없다. 물론 베이지안 관점에 대해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다양한 사고과정을 수학적으로 무리없이 설명해 내고 있다. 카네만과 트버스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어쩌면 정말 직관적인 수학자일지도 모른다.

  1. Amy Perfors, Joshua B. Tenenbaum, Thomas L. Griffiths, Fei Xu, A tutorial introduction to Bayesian models of cognitive development, Cognition, Volume 120, Issue 3, September 2011, Pages 302-321, ISSN 0010-0277, 10.1016/j.cognition.2010.11.015. [본문으로]



출처: APS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이론적으로,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인 페이스북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 좋을 수도 있다. 공유는 우정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하다. 그러나 Association for Psychological Science의 저널인 Psychological Science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낮은 자존심을 가진 사람은 페이스북에서 훨씬 비생산적이고 부정적인 말을 하기 때문에 자신을 비호감으로 만든다고 한다. 
 

워털루 대학의 대학원생 Amanda Forest "우리는 페이스북이 사람들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환상적인 장소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Joanne Wood와 함께 새 논문을 썼다. 두 사람은 자존감, 특히 자존감이 인간의 정서 표현에 어떤 영향을 치는지 관심이 있었다. 자존심이 낮은 사람은 일대일 만남을 불편해하지만, 페이스북은 얼굴을 직접 보지 않아도 공유가 가능하다.
 

한 연구에서, 포레스트와 우드는 학생들에게 페이스북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물어봤다. 자존심이 낮은 사람들은 페이스북이 다른 사람과 연결될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사회적 상황에서 맞닥뜨리는 어색함이 없는 안전한 장소라고 생각했다.
 

연구팀은 또 학생들이 실제로 페이스북에 쓴 글들을 조사했다. 그들은 학생들이 자신이 페이스북에 올린 상태 업데이트 10개를 조사했다. 이 상태들은 "[이름]는 좋은 친구를 만나서 행운이고, 내일이 기다려진다", "[이름]는 휴대폰을 도둑맞아서 화가 난다"같은 문장이었다. 이 글들은 그들의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보여진다.
 

각각의 상태 업데이트들은 얼마나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지 평가되었다. 또 코더(Coder) - 페이스북을 쓰는 학부생 - 들은 이 문장을 쓴 사람에게 얼마나 호감을 가지는지 평가했다.
 

그 결과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존감이 높은 사람보다 훨씬 부정적인 글을 올렸으며, 코더들도 그들을 덜 좋아했다. 포레스트는 코더들이 참가자들과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 실험이 더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전 연구에서, 우드와 포레스트는 페이스북 친구의 절반이 낯선 사람이거나 근친이라는 사실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포레스트와 우드는 또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페이스북에 긍정적 글을 남겼을 때, 부정적 글보다 친구들로부터 더 많은 반응을 얻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부정적 글을 올렸을 때 더 많은 반응을 얻었는데, 그 이유는 이런 사람이 부정적 글을 쓰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페이스북이 자신을 공개하기 안전한 장소라고 여길지 모른다 -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와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한다면, 상대방이 당신의 부정적 말을 지겨워한다는 사실을 금방 눈치챌 수 있다"라고 포레스트는 말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경우, 사람들은 당신의 글에 대해 부정적 리액션을 자제한다. "따라서 페이스북에서는 상대방의 반응을 대부분 볼 수 없다". 


글: 인지심리 매니아

 

며칠 전 Bing API를 통해 웹 검색 결과 수를 토대로 조건부 확률을 계산하는 application을 만들어봤다. 다들 알겠지만, 구글이나 Bing의 경우 검색결과와 결과 수를 함께 제시한다. 검색 결과 수를 이용하면 특정 단어가 출현했을 때 다른 단어가 동시에 출현할 확률을 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렌지라는 단어가 출현했을 때 과일이라는 단어가 함께 출현할 확률, P(과일|오렌지)과일 & 오렌지검색 결과 수를 오렌지검색 결과 수로 나누면 된다. 

Application을 완성하고 이 단어 저 단어를 검색하던 중, 문득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 봤다. ‘혹 웹 문서가 인간의 개념 구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을까?’

웹 문서는 인간이 작성했다는 점에서 인간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 웹마이닝 등을 통해 웹에 산재한 데이터들을 관찰할 수 있다면, 인간의 개념 지식, 휴리스틱, 판단 과정을 고스란히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그 중 전형성효과가 웹 문서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지 궁금했다. 인간의 개념 구조를 설명하는 이론 중 원형모형은 개념이 원형으로 표상된다고 주장한다. 원형은 그 범주에 속하는 사례들이 가장 평균적으로 가진 속성의 집합체를 말한다. 또, 그 범주에 속한 사례들은 원형과 유사한 정도에 있어서 다르다. 이를 전형성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보자. ‘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아마 전형적인 라고 생각되는 이미지(날개가 달리고 몸이 가벼우며 하늘을 나는)가 떠오를 것이다. 이것이 새라는 범주의 원형이다. 하지만 새라는 범주에 속하지만 원형과 다소 동떨어진 사례도 있다. 가령, 펭귄은 새라고 할 수 있는가? 물론 펭귄은 새가 맞지만 원형과 동떨어졌다는 점에서 전형성이 낮다. 반면 까치는 전형성이 높다. 

웹 문서가 인간의 개념 지식을 그대로 반영한다면, 전형성 효과도 동일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 펭귄보다 까치라는 단어가 출현했을 때 '새'라는 단어가 함께 출현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P(|펭귄) < P(|까치) 간단한 실험을 통해 이를 검증해 볼 수는 없을까? 한번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각주:1]

 

실험

 

우선, 웹 검색 결과를 인간의 범주화 과정과 비교하려면 인간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래서 Rosch Mervis 1975년에 진행한 연구 결과[각주:2]를 참고하기로 했다. 이 논문은 참가자들에게 각 사례의 전형성을 평가하게 해서 순위를 매겼다. 아래 그림에 실험 결과가 정리되어 있다. 예를 들어, Chair Furniture라는 범주에서 전형성이 가장 높았다.

 



그 다음, 필자가 만든 조건부 확률 검색 엔진을 통해 각 사례의 조건부 확률을 계산했다. , 웹페이지에서 Chair라는 단어가 출현했을 때 Furniture라는 단어가 함께 출현할 확률 P(Furniture|Chair)을 계산했다.

이런 식으로 모든 사례의 조건부 확률을 구한 다음(결합 단어나 다의어는 자료에서 제외했다), 확률을 토대로 전형성의 순위를 매겼다. 그 다음, 이 순위를 Rosch 등이 보고한 순위와 비교해봤다. 두 데이터 모두 서열 척도이므로 Spearman 상관 분석을 사용했다.
 

그 결과, Fruit Clothing을 제외한 모든 범주에서 유의미한 상관이 발견되었다. 결과에 영향을 주는 수많은 요인이 웹 상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상관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좀 놀랍다.
 

   Furniture  Vehicle Fruit  Weapon  Vegetable  Clothing 
 상관계수  .444 .677  -.185  .561  .52  .382 
 유의도  p=.05 p=.001  p=.425   p=.01 p=.033  p=.097 

하지만 이 결과만 놓고 웹에서 전형성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신하기는 힘들다. 대체로 인간 데이터와 웹 검색 결과가 비슷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범주도 관찰되었기 때문이다. 이 가설을 제대로 검증하려면 보다 세련된 연구방법이 필요해 보인다.

 

만약, 웹에서 전형성 효과가 관찰된다면 그 응용적 가치는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는 웹 문서를 통해 인간의 개념 지도를 완성할 수 있을지 모른다. 웹 마이닝 등에서 검색 결과의 조건부 확률을 이용한다면 (전형성 효과가 시사하듯)퍼지하게 구성된 인간의 개념 구조를 파악해 낼 수 있을 것이다. , 인공지능이 을 통해 인간과 유사한 추론을 하게끔 만들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웹 검색결과를 통해 펭귄보다는 까치가 새에 가깝다라는 추론을 하는 모습이 상상되는가?’

 

  1. 인간의 개념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왜 조건부 확률을 관찰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이에 관해서는 인간의 추론 과정을 베이지안 관점에서 해석하는 입장을 살펴보길 권한다. Amy Perfors, Joshua B. Tenenbaum, Thomas L. Griffiths, Fei Xu, A tutorial introduction to Bayesian models of cognitive development, Cognition, Volume 120, Issue 3, September 2011, Pages 302-321, ISSN 0010-0277, 10.1016/j.cognition.2010.11.015. [본문으로]
  2. Rosch, E., & Mervis, C.B(1975). Family resemblance: Studies in the internal structure of categories. Cognitive Psychology, 7, 573-605 [본문으로]

글: 인지심리 매니아

 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어느 산악회 전체 회원의 60%가 남성이다. 이 산악회에서 남성의 50%가 기혼이고 여성의 40%가 기혼이다. 이 산악회의 회원 중에서 임의로 뽑은 한 명이 기혼일 때, 이 회원이 여성일 확률은?

정답이 몇 %라고 생각하는가? 이 문제를 풀기 어렵다면 아래 문제를 한번 더 풀어보자.

어느 산악회는 회원 수가 100명이며, 이 중 40명이 여성이다. 40명의 여성 중 16명은 기혼이다. 또 남성 60명 중 30명이 기혼이다. 이 산악회의 회원 중에서 임의로 뽑은 한 명이 기혼일 때, 이 회원이 여성일 확률은?

이제 정답을 맞추기 쉬울 것이다. 정답은 16/46이다.

 

위 문제는 원래 조건부 확률, 특히 베이즈 정리를 이용해서 풀어야 한다. 정답을 도출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마지막 줄에서 0.48이 아니라 0.46이 되어야 한다 - 역자 주)

문제 출처: 이투스


그런데
,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가 예시 1처럼 제시된 경우 잘 풀지 못한다. 예시 1은 각 사건의 발생확률(%)을 제시했다. 반면 예시 2처럼 빈도(natural frequency, 몇 명 중 몇 명)를 제시한 경우 문제를 쉽게 푼다. 심지어 베이즈 정리를 모를지라도 문제를 풀 수 있다. 어떻게 된 것일까? 두 문제 모두 동일한 구조이며, 단지 사건의 발생확률을 표현하는 방법만 다를 뿐인데 왜 이런 결과가 발생할까?

 

일부 심리학 연구들은 인간이 예시 1처럼 제시된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인간이 사건의 발생 횟수를 확률이 아니라 빈도로 표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비가 올 확률, 불의의 사고를 당할 확률 등)의 발생 확률을 경험을 통해 학습한다. 그리고 그 확률을 빈도(몇 번 중 몇 번)로 기억한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등산을 얼마나 자주 가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달에 X’, ‘일년에 X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아무도 자신이 등산을 갈 확률이 X%라고 말하지 않는다. 따라서 예시 1이 사건의 발생확률을 제시했을 때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반면, 예시 2는 사건의 발생 빈도를 제시했기 때문에 풀기가 쉬웠다.

앞서 제시한 문제의 경우 지문에 제시된 사건의 발생확률을 토대로 베이즈 판단을 했다. 그럼, 본인의 이전 경험을 토대로 베이즈 판단을 하는 경우는 어떤가? 이 경우에도 확률로 생각하는 것보다 빈도로 생각하는 게 정확한 베이즈 판단을 유도할까?

 

2011 Applied Cognitive Psychology에 실린 한 논문[각주:1]이 이 가능성을 검증했다. 연구자들은 산부인과 의사들을 실험 참가자로 선정한 후, 이들에게 혈청 검사가 양성으로 나왔을 때 태아가 다운증후군일 확률P(H|D) [H: 다운증후군, D: 양성반응]을 물어봤다(예상값). 이 때 의사들을 세 조건으로 나눈 다음, 각 조건마다 질문 방식을 조금씩 달리했다. Retrospective natural frequency 조건의 경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P(H|D)빈도로 적어보라고 지시했다. Prospective natural frequency 조건의 경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내년의 P(H|D)빈도로 적어보라고 지시했다. Single event probability 조건의 경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P(H|D)확률로 적어보라고 지시했다.

, 참가자에게 P(D|H), P(H), P(D)를 추정하게 했다. 연구자들은 이 확률을 토대로 베이즈 판단의 정답을 계산한 다음(계산값), 아까 전 적었던 예상값과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예상값과 계산값의 차이는 Retrospective natural frequency 조건에서 가장 작았다. 결국,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을 토대로 베이즈 판단을 하는 경우에도 빈도를 생각할 때 정답과 근사한 답이 도출되었다.

 

수학 시간에 조건부 확률, 특히 베이즈 정리가 나왔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가 없다. 확률로 계산된 문제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 확률을 빈도로 바꾸어 보자. 문제가 쉽게 풀릴 것이다.

더불어, 자신의 이전 경험을 토대로 중요한 판단을 할 경우, 결과가 발생할 확률을 빈도로 생각해보자. 보다 정확한 판단이 가능해질 것이다.


* 이 연구 결과는 베이즈 추론 기반의 전문가 시스템을 개발하는 사람들도 눈여겨 봐야 할 것 같다. 주제 전문가에게 조건부 확률을 자문하려면, 확률이 아니라 빈도수로 묻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확률로 물어본다면 정확하지 않은 수치를 인공지능에 포함시킬 위험이 커진다.  

  1. Obrecht, N. A., Anderson, B., Schulkin, J. and Chapman, G. B. (2011), Retrospective Frequency Formats Promote Consistent Experience-Based Bayesian Judgments. Applied Cognitive Psychology. doi: 10.1002/acp.2816 [본문으로]

글: Ulterior Motives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사람들이 의사결정 시 사용하는 두 가지 전략이 있다. 한 가지 방법은 대안을 서로 비교하고 최적의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각각의 대안을 개별적으로 평가한 다음 최고로 평가되는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된다. 그의 책 "Source of Power"에서 게리 클라인은 전문지식이 적은 사람들의 경우 대안을 비교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전문가는 대안을 개별적으로 평가한다고 주장했다.

초보자가 전문가보다 비교를 많이 하는 이유는 Chris Hsee의 연구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연구는 대안을 서로 비교할 때 대안에 대한 평가가 쉬워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새로운 사전을 구입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당신이 특정 사전 안에 50,000 단어가 들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게 많은 건가, 적은 건가? 만약 여러분이 사전 전문가라면, 이 숫자가 적절한지 여부를 알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럼 이번엔 겨우 25,000 단어 밖에 들어있지 않은 사전을 찾았다고 가정해보자. 그제서야  50,000 단어가 수록된 사전이 좋은 사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Thomas Mussweiler와 Ann Chrstin이 2012년 Cognition에 게재한 논문[각주:1]은 사람들이 대안을 비교할 때 판단에 대한 확신도 커진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참가자들에게 비교하는 사고방식을 점화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복잡한 사진을 보여준 다음 두 사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적게 했다. 나머지 참가자들은 비교를 하지 않고 사진을 평가했다. 연구자들의 이전 연구에 의하면, 이 방법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차 과제에서 비교하는 성향을 증가시킨다. 
 

한 연구에서 참가자는 복잡한 사진을 본 다음, 세 가지 다른 브랜드의 휴대폰에 대한 설명을 봤다(브랜드 A, B, C라고 하자). 참가자들은 각 브랜드의 대한 설명을 충분히 숙지할 기회를 가졌다. 그 다음, 참가자에게 방금 전 설명했던 14가지 기능을 제시하고 이 중 어떤 기능이 브랜드 B에 포함되어 있었는지 물어봤다. 참가자들은 정답과 함께 정답에 대한 확신에 따라 0에서 10유로를 걸 수 있었다(이 연구는 독일에서 수행되었다). 내기에 건 돈이 높을수록, 참가자가 해당 기능을 브랜드 B의 기능이라고 확신함을 의미한다.

비교하는 사고방식이 점화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휴대폰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확신했다. 하지만 판단의 정확성은 큰 차이가 없었다.

자신감은 사람들의 선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다른 연구의 경우, 참가자에게 점심 식사 전 대학 식당의 메뉴를 제시한 다음, 어떤 메뉴를 먹고 싶은지 물어봤다. 이때 일부 참가자들에게는 메뉴를 고르기 전 비교를 하는 사고방식을 주입한 반면, 나머지 참가자들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점심 식사 후, 참가자에게 자신이 실제로 무엇을 먹었는지 물어봤다. 비교하는 사고방식이 점화된 참가자는 자기가 먹기 원했던 음식을 실제로 고른 확률이 75%인 반면, 비교하는 사고방식이 점화되지 않은 참가자의 경우 50%였다.

이 연구들을 모두 고려해 볼 때, 만약 당신이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다면, 의사결정을 할 때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당신은 옵션들을 비교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비교는 결정에 대한 신뢰도도 증가시킨다. 따라서 당신은 자신이 느끼는 자신감이 자신의 의사결정 방식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1. Thomas Mussweiler, Ann-Christin Posten, Relatively certain! Comparative thinking reduces uncertainty, Cognition, Volume 122, Issue 2, February 2012, Pages 236-240, ISSN 0010-0277, 10.1016/j.cognition.2011.10.00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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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인지심리 매니아


프라다 가방의 실제(진짜)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가 될까? 아이폰은? 이혼 시 위자료는? 이 질문에 정답이 있을까? 대부분 정답이 없다고 여길 것이다. 맞다. 우리는 여기에 대한 절대값을 파악할 수 없다.
 

이는 고전적인 정신물리학 실험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스티븐스(지각심리학 시간에 스티븐스의 법칙이라는 용어를 들어봤을 것이다)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감각의 절대값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5kg짜리 추를 들었을 때 이 추가 5kg이라고 정확하게 맞추는 사람은 드물다.

다만 5kg 추를 든 다음 10kg 추를 들었을 때 전자가 더 가볍다는 것은 알 수 있다. , 상대적 값은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스티븐슨은 검은색이란 테두리가 밝은 흰색이다라는 표현을 썼다. 우리는 이 색이 정말 검은색인지 판단할 수 없다. 오직 흰색과 비교했을 때만 이 색이 검은색인지 알 수 있다. 인간은 절대음감’에 약하지만 상대음감은 강하다.


인간은 단순한 감각 자극 뿐만 아니라 가격에 있어서도
상대 음감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모든 가격은 상대적으로 매겨진다. 어쩌면 프라다 가방의 실제 가치는 단돈 만원일 수도 있다(물건을 담고 다니는 기능만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매고 다니는 학교 가방이 만원이라면, 프라다 가방이 만원일 수는 없다. 명품 가방은 일반 배낭보다 비싸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라다 가방의 가격은 만원보다 훨씬 비싸야 한다. 우리가 절대적 가격이라고 여겼던 것이 실은 상대적 가격이었던 것이다. 프라다 가방은 배낭보다 비싸야 하기 때문에 수백만원이 된 것이며 진짜 가치가 수백만원이기 때문은 아니다. 결국 가격이란 다른 가격에 의해 결정되는 허상과도 같다.

 

가격은 없다비교앵커링이라는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경제학, 인지심리학 연구들을 통해 가격이 지극히 상대적이며 가변적임을 역설한다. 댄 애리얼리, 조지 로웬스타인, 드라젠 프렐렉이 발견한 일관된 자의성은 인간이 절대치를 판단할 때 무척 자의적이지만 상대적 가치는 안정적인 판단을 한다고 설명한다. 카네만과 트버스키가 발견한 앵커링은 인간의 숫자판단이 다른 숫자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연구 결과들을 통해 현실 세계의 가격이 왜 가변적인지 설명한다.

 

상대 음감에 예민한 인간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마케팅 전략들을 읽고 나면, 세상에 붙어있는 모든 가격표가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혹 정신을 차리고 그 물건의 절대적 가치가 얼마일지 생각해 보는, 아직 마케팅의 노예가 되지 않은 순수한 사람이 있을까? 필자는 얼마 전 자기 인생의 절대적 가치가 돈으로 얼마인지 순수하게 고민하는 청년을 보고 미소를 지은 적이 있다.



 

 

 



이정모 교수님이 아시아 대학 별 인지과학 관련 학과 목록을 올려주셨습니다.
목록 바로가기 


'데카르트의 오류'와 '스피노자의 뇌'의 저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 교수의 강연 동영상입니다.
인간의 의식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신경과학적 입장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전자통신연구소의 박문호 박사님이 영어를 친히 번역해 주셨네요.

동영상 보러가기



글: Ulterior Motives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우리는 종종 공평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 부모는 자녀들을 공평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고용주는 직원들이 작업 환경을 공평하다고 느끼게 만들고자 한다. 교육자는 학생들의 성적을 공평하게 보이는 방식으로 부여하려 한다.

물론 무엇이 공평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어린이들은 공평을 '동일한 취급'이라고 본다. 한 어린이가 다른 아이보다 더 큰 케이크 조각을 얻을 경우, 그 어린이는 "이건 불공평해요!"라고 외칠 것이다. 반면 직장의 경우, 모두가 동일한 임금을 받는다고 기대하지 않는다. 대신, 각자가 회사에 기여하는 만큼 돈을 받는게 공평하다고 본다.

2011년 12월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흥미로운 논문[각주:1]이 실렸다. Shoham Choshen-Hillel과 IIan Yaniv는 공평성 판단에 영향을 주는 요인인 '통제력'을 연구했다. 

심리학자들은 누군가 자신의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 때, agency가 있다고 말한다. agency가 높은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다. agency가 낮은 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다른 누군가에게 맡긴다.

본 논문의 연구는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에 대해 낮은 통제력을 가지고 있을 때, 자원을 똑같이 나눠가지려 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만약 통제력의 정도가 높다면, 비록 자신이 타인만큼 많이 받지 못할지라도 모두에게 최선이 되는 대안을 선호한다.

한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제품의 가격을 추정하는 과제를 수행하게 했다. 과제를 끝내는 데는 약 10분이 소요되었고, 참가자들은 $3를 받았다(연구는 이스라엘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실제로 10 세겔을 받았다).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과제를 하게 될 거라고 들었다. 연구자들은 agency가 낮은 조건의 참가자에게 만약 다른 참가자가 자신과 동일한 금액을 받거나(10 세겔) 또는 많은 돈을 받는다면(20 세겔) 어떨지 물어봤다.사람들은 두 가지 대안을 놓고 반반으로 나뉘었다. 즉, 절반은 타인도 자신과 동일한 금액을 받길 원한 반면 나머지 절반은 타인이 자신보다 많은 돈을 받아야 행복하다고 했다.

연구자들은 높은 agency 조건의 참가자에게도 다른 참가자가 자신과 동일한 금액을 받거나(10 세겔) 또는 많은 돈을 받는 대안 중(20 세겔)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했다. 이 경우, 80%가 넘는 사람들이 타인이 돈을 더 받아도 된다고 말했다. 즉, 사람들이 통제력을 가지고 있을 경우 전체 총합이 최적인 대안을 선택했다.
 

또 다른 연구의 경우, 연구자들은 높은 agency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임금이 낮아짐에도 불구하고 전체 총합이 최적인 대안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에서, 한 가지 대안은 참가자가 11세겔, 다른 사람은 10세겔을 받는 것이었다. 또 다른 대안은 참가자가 10세겔, 다른 사람이 20세겔을 받는 것이었다.

상황에 대한 통제력이 없는 참가자들은 자신이 타인보다 더 많이 받는 대안을 선택했다. 하지만 자신의 임금에 대해 통제력이 있던 사람들은 자신이 돈을 적게 받더라도 전체 총 임금이 많은 대안을 선택했다.

이것은 흥미로운 발견이다. 이 결과는 한 집단의 전반적인 소득을 최대화하려면, 구성원 모두를 자원 할당에 참여하게끔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경우, 사람들은 비록 자신이 많은 것을 받지 못하더라도 집단 전체에게 최적이 되는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다.

물론, 이 연구 결과가 액수가 큰 현실 세계에 그대로 적용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 연구에서 사람들은 $3에서 $6를 받았다. 만약 돈의 액수가 커진다면, 사람들이 다르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1. Choshen-Hillel, Shoham;Yaniv, Ilan, Agency and the construction of social preference: Between inequality aversion and prosocial behavior,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101(6), Dec 2011, 1253-1261. [본문으로]
유전자만이아니다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지은이 피터 J. 리처슨 (이음,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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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인지심리 매니아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위 문구는 백범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중 일부분이다. 고등학교 시절 이 문장을 처음 접하고 의아해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왜 하필 문화 강국인가? 군사 강국도 있고 경제 강국도 있는데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문화로 어떻게 강국이 되는 걸까

 하지만 문화가 무기나 돈보다 강하다는 점에서 김구 선생의 판단은 옳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주장이 듣기 좋은 수식어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피터 J. 리처슨과 로버트 보이드가 쓴 책 유전자만이 아니다를 읽어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문화는 한 집단의 생존을 결정지을 뿐 아니라, 인간의 유전자마저 바꿀 수 있다.

 이 책은 유전자와 문화가 공진화 한다는 이론에 입각하여 쓴 책이다. 이 관점은 스펙트럼 선상에서 심리학과 정반대의 극단을 차지하고 있다. 진화심리학은 인간 심리가 문화를 결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화는 흔히 유전자 또는 심리에 묶여있는 개로 비유된다. 문화는 가끔 인간 심리(또는 유전자)의 성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지만,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만약 벗어나려고 하면 심리가 통제하려 들 것이다. 우리는 자기 자식을 제물로 바치는 풍습이 왜 오래 지속될 수 없었는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우리의 심리가 이를 허락치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문화는 종족 번식의 강력한 심리 아래 굴복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저자들은 문화가 인간의 심리 또는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인간은 문화를 통해 적응도를 높인다고 한다. 적응에 성공하면 그 세대의 후손들은 축적된 문화를 다시 계승하고 문화를 지속시킨다. 이 과정에서 유전자와 문화는 공진화한다. 목축업이 발달한 지역의 사람들이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를 성인기까지 유지하는 현상은 유전자와 문화가 공진화 함을 보여준다.

이 책은 문화의 역할을 진화적 관점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 역사적 사례나 인구학적 천이 등 실제 현상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하려고 노력했다. 주장한 가설들이 실험이나 실제 사례를 통해 검증된다면 더 없이 훌륭한 책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개인적 견해

이 책은 진화심리학이 아닌 또 다른 시각으로 진화 과정을 조망한다. 심리학은 문화가 인간 심리에 예속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저자들도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인간은 문화를 받아들일 때 자신의 심리에 맞는 문화를 받아들인다. 저자들은 이를 편향된 전달이라고 부른다. 편향된 전달에는 순응 편향, 빈도 편향, 모델 편향이 있다. 각 편향들은 심리학이 밝혀낸 인간의 심리현상과 같은 맥락선 상에 있다. 하지만 문화는 편향의 힘을 압도해서 전달될 수 있다. 문화는 유전자 또는 인간 심리의 줄에 묶인 개가 아닐 수도 있다.

문화는 심리적 현상을 거스를 뿐 아니라 심리를 변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문화가 인간의 인지 작용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논문(2011/07/31 - [인지심리기사/지각] - 종교가 인지적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들을 볼 때마다, 어쩌면 문화가 심리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필자처럼 어리석은 심리학도의 짧은 식견과 달리, 세상은 인간 심리만으로 단순하게 설명되지 않으며 문화와 유전자, 심리의 공진화로 설명 가능한 복잡한 체계일지 모른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는 다양한 관점을 통해 인간 현상을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얼마 전 이정모 교수님이 개인 블로그에 명상 관련 글을 올리셨다. 소개된 자료 중 김정호 교수님(덕성여대 심리학과)의 한국명상치유학회 2011년 추계 학술대회 강의동영상을 아래 링크했다.

강의동영상



글: 인지심리 매니아

평소 클래식을 좋아하던 필자는 어느 날 쇼팽의 추격이라는 곡을 듣고 나서 큰 감명을 받았다연주자의 손가락이 피아노 위를 날아다닐 때마다 경이로운 소리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그만 반한 것이다(쇼팽의 곡은 언제나 그렇지만). 연주자의 우아한 손놀림에 반해서 동영상을 수십번이나 반복해서 보던 중문득 저 곡을 칠 수만 있다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부터 이 말도 안되는 계획은 실행에 옮겨졌다. 하지만, 노다메 칸타빌레에도 삽입되었던 이 곡은(Etude 10-4) 연주하기가 정말 까다롭다. 선생님의 지도도 없이 초보자가 이런 대곡을 연주하겠다는 포부는 무모해보였다.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한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연습에 진전이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간신히 메트로늄으로 120에 도달할 수 있었지만, 연주의 정확성은 형편없었다. 슈베르트 즉흥곡 Op 90 No. 3을 완성하고 No. 2를 연습할 동안에도 쇼팽의 곡은 진전이 없었다. 다른 작품 2개를 완성할 동안 쇼팽의 곡 하나를 완성하지 못한 것이다.

어느 날, 무작정 연습을 하던 필자는 잠시 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왜 연습을 해도 효과가 없는 거지?” 그때부터 무작정 건반을 두들기는 대신, 연습방식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우선, 어떤 부분에서 연주가 막히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유난히 연주하기 어려운 특정 소절을 알아냈다. 그 다음 해당 부분을 연주하기 어려운 이유가 뭔지 고민해 봤다. 이유를 찾았다면 그 부분을 잘 연주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써야 할지도 함께 생각해봤다.

그 때부터 어떤 구절에서 손목 스냅을 쓸지, 힘이 약한 약지를 어떻게 보완할지, 어떤 구절이 실수를 유발하는지 의식하면서 연습하기 시작했다. 고군분투한 끝에, 연주 상태는 전보다 나아졌다. 아직도 원곡과 판이하게 다르지만, 두 배 정도 느리게 치면 그나마 정확히 칠 수 있다.

 

초보자가 주변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악기를 배우는 것은 고된 일이다. 초보자는 전문가에 비해 연습 방법이 서툴기 때문에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심지어 잘못된 습관을 습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불쌍한 사람들의 연습 효과를 향상시킬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일까?

메타인지 능력을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음악에서 말하는 메타인지는 곡의 특성이나 자신의 장단점, 어려운 소절을 만났을 때의 대응 전략을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전문가는 자신이 어떤 구절에 강하고 어떤 기술에 약한지 잘 알고 있다. , 문제를 만났을 때 거기에 알맞은 대응전략을 신속히 생각해낸다. 만약 초보자나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메타인지 능력을 활용한다면 외부의 피드백 없이도 자신의 기량을 점검할 수 있고, 연습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다. 정말 그럴까?

 

Applied Cognitive Psychology에 실린 한 연구[각주:1]그렇다라고 답했다. 연구자들은 음악을 전공하는 45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전통적 교수법과 메타인지를 강조하는 교수법을 병행해서 실시했다. Order 1에 속한 학생들은 메타인지 교수법을 먼저 접한 다음, 나중에 전통적 교수법으로 교육받은 반면, Order 2에 속한 학생들은 반대 순서로 교육을 받았다.
 




메타인지를 강조하는 수업은 아래 그림처럼 네 단계를 강조한다. 계획하기 단계에서는 연습하려는 곡의 특징, 패턴, 어려운 부분등을 파악한다. 그 다음 연주 단계에서는 자신의 연주를 귀기울여 들을 것을 강조한다. 평가 단계에선 자신의 연주에서 장단점을 파악하고 연주에서 사용한 전략을 되짚어본다. 마지막으로 새 전략 단계에선 효율적이지 않은 전략 대신 새로운 전략을 모색한다. 이 교수법의 핵심은 학생이 자신의 연주상태를 스스로 모니터링하게 하는 데 있다.


실험 결과 메타인지 교육의 우수성이 입증됐다. 첫 단계(Time 1)만 놓고 비교해 봤을 때, 메타인지 교육을 받은 학생은 전통적 교수법으로 배운 학생보다 리듬 면에서 우수했다. 하지만 두번째 단계(Time 2)에서는 차이가 사라졌다. , 모든 집단이 메타인지 교육을 받은 다음부터는 차이가 없어진 것이다.

, 전통적 교수법을 먼저 접한 다음 나중에 메타인지 교육을 받은 학생은 수행이 큰 폭으로 향상했다. 이는 메타인지 교육이 일반 교수법보다 우수함을 보여준다. 처음부터 메타인지 교육을 받은 학생의 경우 나중에 전통적 교수법으로 배우더라도 초반에 얻었던 교육의 효과를 잃지 않았다.

 
 
메타인지는 전문가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아닌 것 같다. 초보자나 전공생이라도 자신의 실력을 꾸준히 모니터링한다면 연습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음악을 전업으로 삼지 않는 일반인의 경우 연습량이 매우 적은 편인 만큼, 메타인지를 적극 활용해서 효율을 높이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1. MEGHAN BATHGATE, JUDITH SIMS-KNIGHT, CHRISTIAN SCHUNN, Thoughts on Thinking: Engaging Novice Music Students in Metacognition, Applied Cognitive Psychology, 2011 [본문으로]



글: Choke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부모의 언어습관은 자녀에게 큰 영향을 준다. 자녀가 부모의 언어와 행동을 모방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Developmental Science 저널이 지난주 소개한 연구[각주:1]에서, 심리학자 수잔 레빈와 연구팀은 부모가 자녀에게 공간 관련 단어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에 따라 (물체의 공간적 특징이나 속성을 말해 주는 것. 예, 크다, 길다, 원형이다, 둥그렇다, 날카롭다) 자녀의 학령 전 문제해결 능력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머리 속에서 물체를 회전하거나 복잡한 그래프를 읽는 능력은 수학 및 과학 문제를 풀기 위해 중요하다. 또, 공간 능력은 일상 생활에도 필수적이다. 신문에서 그래프를 읽거나 길거리를 걸을 때도 공간 능력은 중요하다. 레빈 박사와 동료들은 자녀의 공간능력이 부모에 의해 상당부분 결정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부모와 자녀의 대화를 관찰하기 위해 자녀가 생후 14개월일 때부터 4개월마다 한번씩 가정을 방문했다. 장난감 갖고 놀기, 책 읽기, 식사, 간식 등 부모와 자녀의 일상생활은 모두 녹화되었다. 자녀가 4.5세가 될 무렵 연구자는 마음 속에서 물체를 회전하는 문제를 자녀에게 풀게 했다.

조사 결과, 부모들이 공간과 관련된 언어를 사용하는 양태는 매우 다양했다. 어떤 부모는 공간과 관련된 단어를 자주 쓰는 반면(주당 2000단어), 다른 부모는 거의 쓰지 않았다(주당 20단어). 재미있는 사실은 부모가 공간적 언어를 자주 사용하면 자녀 역시 공간적 언어를 자주 사용하며, 이 자녀들은 커서 공간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우수했다는 점이다.

부모의 단어 사용이 어떻게 자녀의 공간 능력에 영향을 미친 걸까? 한 가지 가능성은 공간적 단어가(크다, 길다, 둥글다, 구부러졌다) 공간적 사고를 향상시켰을 거라는 점이다. 이런 단어들을 자주 듣거나 사용하면 평소 주목하지 못했던 물체 간 관계에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

부모의 언어가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자세히 밝히려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어쨌든, 자녀의 공간 능력을 향상시키려면 공간과 관련된 말을 자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1. Pruden, S. M., Levine, S. C., & Huttenlocher, J. (2011). Children's spatial thinking: does talk about the spatial world matter? Developmental Science, 14, 1417-1430 [본문으로]

 
글: 인지심리 매니아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인간에게 가져다 준 혜택 중 하나는 멀티태스이다. 과거 TV는 방송국에서 전송되는 영상만 볼 수 있었고, 그 외에 다른 기능은 전무했다. 집전화도 전화를 받고 거는 것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모든 일상을 멀티태스킹으로 바꾸어 놓았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게임을 하면서 채팅을 하고, e-learning과 동시에 온라인 사전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이런 현상을 더욱 가속화했다. 지하철에 잠깐만 서 있으면 스마트폰으로 mp3를 들으며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친구와 통화까지 하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혁신적인 발명품들이 인간의 일상을 정신없게 바꾸어 놓았다.

현대인들을 보고 있으면 외발 자전거 위에서 저글링과 접시 돌리기를 동시에 하는 곡예사가 떠오른다. 멀티태스킹은 때론 정말 묘기처럼 보이기도 하며, 심지어 능력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사람을 보면, 뛰어난 업무능력을 타고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곡예 뒤에는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이 있다. 바로 산만함이다.

Ophir, Nass, Wagner는 2009년 PNAS에 게재한 논문[각주:1]에서 각종 온오프라인 매체를 동시에 사용하는 사람이 인지적 통제력을 잃어버린다고 주장했다. 연구자들은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먼저 사전설문으로 heavy media multitasker(HMM) light media multitasker(LMM)를 뽑았다. 이 사전설문은 참가자가 평소 특정 매체를 사용하면서 다른 매체를 동시에 사용하는 정도를 측정했다(예를 들어 음악을 들으면서 카톡을 자주 사용한다면 자주라고 기재한다). 이렇게 총 12개의 매체에 대해 다른 매체와의 동시 사용 빈도를 기재하게 한 다음 점수들을 합하면 그 사람의 멀티태스킹 빈도를 알 수 있다(자세한 내용은 논문 참조). 연구자는 이 점수를 근거로 HMM LMM을 나눈 다음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일련의 과제를 수행했다. 이 과제들은 Filtering 과제, AX-CPT 과제, n-back test 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방해자극을 걸러내거나(Filtering), 무시하는(AX-CPT, n-back test) 능력을 측정한다.

Filtering 과제의 경우 여러 개의 도형을 보여준 다음, 검사 단계에서 target 도형의 각도가 달라졌는지 판단한다. 이 과제는 주위의 방해자극(파란 직사각형) 개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난이도가 높아진다.

(Test 단계에서 빨간색 도형의 기울기가 달라졌는지 판단한다)


AX-CPT
과제의 경우 일련의 글자 쌍에서 찾고자 하는 쌍이 출현할 경우 ‘YES’버튼을 누른다. 만약 A를 다음 제시되는 X를 찾으라고 지시할 경우, 검사단계에서 A 다음 X가 나오면 Yes, 그 외의 경우는 No 버튼을 누른다.

)

목표 : A 뒤에 제시되는 X 찾기

검사단계 : A -> Y (No 버튼을 누른다)

          A -> X (Yes 버튼을 누른다)

연구자들은 AX-CPT 과제를 약간 변형시켰다. 변형한 과제의 경우, A X 사이에 다른 (하얀색)방해 글자들이 제시된다. 참가자는 중간에 어떤 글자가 나오든 간에 빨간색 A 다음 빨간색 X가 제시되면 Yes 버튼을 눌러야 한다.

)

목표 : A 뒤에 제시되는 X 찾기

검사단계 : A(빨강) -> X(흰색) -> K(흰색) -> Y(빨강) (No 버튼을 누른다)

          A(빨강) -> X(흰색) -> Y(흰색) -> X(빨강) (Yes 버튼을 누른다)

 

실험 결과, 평소 멀티태스킹을 많이 하는 사람(HMM) Filtering 과제에서 방해자극 개수가 많아질수록 수행능력이 떨어졌으며, AX-CPT 과제의 경우도 방해글자가 있을 경우 반응시간이 길어졌다.

 

Filtering 과제


AX-CPT



, HMMn-back test에서 난이도가 높아짐에 따라 정답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연구자는 평소 멀티태스킹을 하는 사람이 관련없는 정보를 무시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쓸모없는 정보에 주의를 뺏기게 된다. HMM은 빨간색 도형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파란색 도형에 한눈을 팔았고, 하얀색 X 때문에 헷갈려하고, 둘 또는 세 글자만 기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이전 글자를 지우지 못해서 잘못된 응답을 하고 말았다.

멀티태스킹이 이처럼 간단한 과제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학업이나 업무효율성에는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직접 느끼지 못하지만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아니면, 그 이상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 뇌는 이미 멀티태스킹을 통해 상향처리를 하는 산만한 두뇌로 변모하는지 모른다. 최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인 니콜라스 카는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우리 뇌를 바꾸어놓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염려했던 바가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니콜라스 카 역시 이 논문을 인용하고 있다).

 

우리는 곡예사가 아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각종 매체를 저글링하는 사람의 뇌는 통제 능력을 상실한다. 그때부터 그 사람의 정신상태는 본인의 통제 하에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정보 홍수 속에서 중심을 잃고 끊임없이 떠다니는 나뭇잎 같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1. Eyal Ophir, Clifford Nass, and Anthony D. Wagner, Cognitive control in media multitaskers PNAS 2009, doi:10.1073/pnas.0903620106 [본문으로]



글: Frontal Cortex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인간의 창의성이 가지는 모순 중 하나는 제약이 창의성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창의성이 자유를 전제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의 창작 과정은 엄격한 규칙과 요구조건에 구속받는다. 팝송은 코러스와 후렴을 가진다: 교향곡은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5개의 막을 가진다: 화가는 초상화의 패턴을 따른다.

이러한 현상 중 가장 좋은 예는 '시'일 것이다. 보통 시는 일반적인 언어로부터 해방된 것처럼 보인다 - 시인은 문법과 구두점의 규칙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는 haikus, sestets 및 소네트처럼 엄격한 문학적 양식에 따르고 있다. 이런 양식이 창조적 활동을 더 어렵게 만듦에도 불구하고 왜 시인들이 양식을 고수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시인은 자유로운 시를 쓰는 대신 구조적 제약 때문에 좌절한다. 왜 그럴까?

암스테르담의 대학의 Janina Marguc이 성격과 사회 심리학 저널에  발표한 새로운 연구[각주:1]는 흥미로운 대답을 제공한다. 이 논문은 형식상의 제약이 예상치 못한 심리적 진보로 이어지고, 사람들로 하여금 포괄적인 방식으로 사고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이 논문의 도입부는 다음과 같다.

일상 생활은 장애물로 가득차 있다. 도로를 차단한 건설 현장, 집중을 방해하는 동료의 잡담, 부모의 일상을 방해하는 갓난아기, 야심찬 계획을 방해하는 자원의 부족. 사람들은 이런 장애물에 대해 어떤 인지적 반응을 보일까? 성취를 방해하는 장애물이 지각과 정보처리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이 연구에서, 우리는 제약이 전역적 대 지역적 처리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자 한다. 우리는 사람들이 장애물을 만났을 때 문제에서 한 걸음 물러나서 전역적이고 게슈탈트적인 처리방식으로 '큰 그림'을 보고, 관련없어 보이는 정보들을 개념적으로 통합한다고 제안한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심리학자들은 여러 가지 기발한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실험의 경우, 스물 다섯명의 학생들에게 일련의 구두 철자 바꾸기 퍼즐(anagram)을 풀게 했다. 학생 중 절반은 anagrams을 푸는 동안 과제와 관련없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들었다(제약 조건). 그 다음, 참가자 전원은 전역적 대 지역적 지각을 평가하는 테스트를 받았다. (일반적으로 전역적인 처리는 창의적 해결책을 내놓는데 적합하다. 전역적 처리가 사람들로 하여금 끊어진 연결고리를 쉽게 찾도록 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청각적 방해물에 노출되었던 참가자들이 전역적인 지각 방식을 보였다. - 사물의 디테일한 측면보다 전체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여주면 이 학생들은 글자가 (시계 방향 순서대로) E, S, H, A라고 응답했다.

(반대로, 장애물에 노출되지 않은 참가자는 A, H, S, E가 보인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세부적인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변화를 '지각적 범위'의 확장이라고 일컫는데, 문자 그대로 장애물이 참가자가 인식할 수 있는 범위를 확장하는 것을 말한다.장애물과 씨름하는 과정에서 전체를 보는 시각을 갖게 된 것이다 .

제약은 인식의 가능성만을 확대하지 않는다 - 개념적 범위도 확장함으로써 무한한 가능성과 아이디어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 실험에서, anagram을 푸는 동안 임의의 숫자 목록을 들었던 참가자들은 - 즉 제약 조건에 할당되었던 참가자들은- 개념적 범주화의 유연성이 증가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전화"를 "가구"보다 가전 제품이나 통신 기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약 조건에 할당되었던 사람들은 - 과제를 푸는 동안 소음을 극복해야 했다 - 전화가 가구와 관련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유연성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할 때 유용하다.

마지막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어려운 과제에 몰두하는 사람일수록 장애물이 미치는 효과가 커짐을 보여주었다(과제가 너무 어려우면 사람들이 중도에 포기하기 마련이다). 이 실험에서 학생들은 컴퓨터 미로 게임을 풀었다. 몇몇 학생의 경우 미로가 장애물로 막혀 있어서 출구를 알아내기 힘들었다. 그 다음, 참가자는 remote associates test라는 창의성 검사를 받았다. 참가자는 세개의 단어를 본 다음 - 예를 들어 "envy", "golf", "beans" -, 이 단어들과 연관된 네 번째 단어를 대답해야 한다. (정답은 "green"이다). 흥미롭게도, 장애물에 먼저 노출되었던 학생들은 remote associate puzzles을 40%나 더 많이 풀었다. 제약이 학생들을 창조적으로 만든 것이다​​; 상상력은 방해와 싸우는 것에서부터 나온다.

두뇌의 신경이 거의 무한대의 가능성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비됨을 의미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창의성보다 효율성을 우선하게 된다; 우리는 (글을 빨리 쓰기 위해, 즉 효율성을 위해)자유로운 산문을 생각하며, 상징적 시를 쓰지 않는다. 하지만 제약은 중요하다: 우리가 예상치 못한 제약에 조우할 때, 인지적 고리가 느슨해지고 비정상적인 연결고리가 무의식 속에서 나타난다. 

연구 결과들은 과제에서 장애물과 조우하는 것이 전역적, 게슈탈트적인 처리방식을 유도하며, 관련없는 과제로 이어짐을 보여준다. 이 때 사람들의 지각이 확장되고, 정신적 범주가 개방되고, 관련없는 개념들이 통합된다.

이것이 우리가 시에서 양식을 고수하는 이유다. 소넷의 문법적 요구조건은 일종의 인지적 방해물이며, 우리로 하여금 전역적인 방식으로 사고하게 한다. 만약 시인이 자신의 작품에서 난처한 상황에 빠지지 않는다면, 그들은 상용구와 진부한 표현을 고수했을 것이고, 뻔한 형용사와 동사만을 썼을 것이다. 시가 세 음절의 라임을 또는 약강격 체계에 맞는 형용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 시들이 예상치 못한 연결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폴 발레리가 말했듯: "만약 누군가의 상상이 그의 작품속에 내재한 역경에서 비롯되었다면 그는 시인이고, 만약 그의 상상이 그들에 의해 무뎌졌다면 그는 시인이 아니다"

우리는 상자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족쇄를 차야 한다.

  1. Stepping back to see the big picture: When obstacles elicit global processing. Marguc, Janina; Förster, Jens; Van Kleef, Gerben A.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101(5), Nov 2011, 883-901. doi: 10.1037/a0025013 [본문으로]


글: 인지심리 매니아
 

인터넷과 모바일이 발달하면서 학습 방법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E-learning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을 뿐만 아니라, iPad로 책을 읽거나 필기를 하는 사람도 목격할 수 있다. 옛 사람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와서 현대인의 학습 방법을 구경한다면 무척 놀랄 것이다. 

최근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들이 출현하기 시작하면서 정보 관리가 용이해졌다. 일단 사용자가 클라우드 서비스에 파일들을 업로드하면, 데스크탑이나 휴대폰 등 기기에 구애받지 않고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이런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중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에버노트(Evernote). 에버노트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사용자의 노트 필기를 관리할 수 있으며, 그 외에도 웹의 텍스트나 이미지를 저장하거나 할일 목록을 관리하는 기능도 포함하고 있다. 웹이나 모바일 App으로 모두 접속이 가능한 이 서비스는 2011 6월 현재 가입자 수가 천만 명을 넘은 상태다. 

만약 에버노트 App을 학습에 활용한다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우선, 학교에서 한 필기를 집이나 다른 곳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학습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스마트폰으로 필기 내용에 접근하는 것이 용이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습자료에 접근하는 횟수가 증가할 것이다. 셋째, 접근의 용이성으로 인해 학습내용을 필요할 때마다 활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실험

Schepman, A 등은 대학생에게 에버노트를 학습 도구로 활용하게 하는 실험[각주:1]을 진행했다. 연구자들은 학생들에게 에버노트의 사용법을 알려준 다음, 약 두 달 뒤 학생들의 서비스 사용기록, 서비스에 대한 주관적 태도 등을 측정했다. 이 연구는 특히 에버노트를 데스크탑으로 이용한 학생과 모바일로 이용한 학생들의 데이터를 비교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 그 중 흥미로운 결과만을 뽑아서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스마트폰이 유비쿼터스 학습을 돕는지 살펴보자. 예상대로, 스마트폰(83) 이용자가 데스크탑 이용자(51)보다 훨씬 다양한 장소에서 서비스에 접속했다. (카이 검증 X자승 = 2.95, df = 1, p = 0.05, 기대값은 69.6 VS 73.1). 하지만 모바일로 어디에서나 접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전체 사용 횟수의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 다음, 에버노트 모바일 App이 사용횟수를 증가시키는지 살펴보자. 예상과 달리, 스마트폰 사용자와 데스크탑 사용자 간 사용 횟수의 차이는 없었다. note (t(53) = -1.20, p > 0.05) notebook (t(53) =-0.36, p > 0.05).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서비스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했는지 살펴보자. 연구자들은 이 서비스가 학습시 Reflection을 촉진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Reflection[각주:2][각주:3]은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현장 경험과 통합하는 과정을 말한다. 학생들이 문제 해결 과정에 직면했을 때 모바일로 어디서든 학습 내용에 접근할 수 있다면, Reflection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노트들을 목적별로 분류하고 그 개수를 센 다음, 전체 노트의 수로 나눠서 백분율을 계산했다. 분석 결과 스마트폰 이용자와 데스크탑 이용자 간 Reflection에 차이는 없었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스마트폰 사용자가 에버노트를 아이디어 노트로 활용하는 경향이 크다는 점이다 t(45.78) = -2.93, p < 0.005,


결론 

클라우드 기반의 노트 필기 서비스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장점이 십분 발휘되지 못하는 것 같다. 학생들은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노트에 접근할 수 있을지라도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에버노트는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어두는 공간으로 활용하기는 적합해 보인다.

이 결과는 온라인 학습을 활용하려는 교육자에게 몇 가지 질문을 남긴다. 접근성이 용이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왜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지, 또 학습내용을 복습하거나 활용하는 데 서비스가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연구하지 않고 무작정 서비스를 학생들에게 소개한다면 그 활용가치가 반감될 것이다. 이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기획하는 기업 역시 함께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1. Schepman, A., et al. An observational study of undergraduate students’ adoption of (mobile) note-taking software. Computers in Human Behavior (2011), doi:10.1016/j.chb.2011.09.014 [본문으로]
  2. Aubusson, P., Schuck, S., & Burden, K. (2009). Mobile learning for teacher professional learning: Benefits, obstacles and issues. ALT-J: Research in Learning Technology, 17(3), 233–247. [본문으로]
  3. Boud, D., Keogh, R., & Walker, D. (1985). Reflection: Turning experience into learning. London: Kogan Page. [본문으로]



글: 인지심리 매니아

어느 날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한 여학생을 발견했다. 무심코 지나쳐서 신호등을 건넌 다음 10분쯤 더 달리다가, 그만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해서 방향을 돌렸다. 좀전에 지나쳤던 신호등에 다시 도착했을 때 여학생은 사라지고 없었다.

텅빈 정류장을 지나치면서 갑자기 묘한 느낌을 받았다. 짧은 시간이 경과했을 뿐인데 방금 전 정류장에 서 있던 사람이 사라지고 없다. 너무 당연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묘한 느낌을 받은 이유는 현상의 변화무쌍함 때문이었다. 시간이라는 태엽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세상 그 어떤 것도 변화하거나 소멸하지 않을 수 없다. 주위를 둘러싼 환경은 그 어느 것도 고정된 것이 없다. 우리는 영화 '큐브'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처는 제자들에게 이 세상의 모든 현상들이 계속 변화하며 늙는다고 설명했다.

모든 조건지어진 현상은 아닛짜(무상)라고

내적 관찰의 지혜로써 이렇게 보는 사람은

둑카(고, 苦)에 싫어함을 갖나니

오직 이것이 청정에 이르는 길이다.

- 법구경 277 -


사람들은 현상이 무상함을 알지 못하고 영원하다고 착각함으로써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정말 사실일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정말 '무상'이라는 진리를 깨닫지 못할까? 정말 만물이 영원하다고 생각할까?

만약 사람들이 현상을 영구적이라고 믿는다면, 현상이 출현해서 소멸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할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필자는 이 가설을 검증코자 성균관대 인지심리학 동아리 '심리학의 꽃' 학생들과 페이스북 인맥들에게 짧은 설문지를 배포하는 엉터리 실험을 진행했다.

설문지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 철근 콘크리트 건물 수명

2. 음식점의 평균 수명

3. 푸들의 평균 수명

4. 중소제조업의 평균 수명

5. 대기업의 평균 수명

6. 직장인의 평균 이직 주기

7. 결혼 후 이혼까지의 평균 동거 년수


만약 사람들이 현상을 영구적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면, 현상의 지속기간을 과대평가할 것이다. 따라서 참가자의 응답은 정답에서 +방향으로 벗어난 분포를 보일 거라고 추측할 수 있다.

작성한 설문지를 회수한 다음, 분석을 위해 각 문항의 편차 점수(응답-정답)를 구하고 One-sample t 검증(검증값=0)을 해 봤다. 문항별 분석 결과는 아래와 같다.



  N
편차 평균
표준 편차
t
 유의확률
 콘크리트 건물
 12  -8.0833  18.54948  -1.51  .159
 음식점  11  2.1364  2.0505  3.456  .006
 푸들  13  -2.2308  3.56263  -2.258  .043
 중소기업  12  -2.8833  5.24765  -1.903  .083
 대기업  12  2.15  14.47961  .514  .617
 이직주기  12  2.25  1.71226  4.552  .001
 결혼~이혼  12  -1.8333  11.59807  -.548  .595



평균 0에서 벗어나 있는 문항은 3개 문항이었으며, 그 중 두 문항의 편차 점수가 양수였다. 결국 음식점과 이직주기를 제외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정답을 잘 맞췄거나 오히려 과소평가했다.

그 다음 문항간 분석을 위해 각 문항의 편차 평균을 대상으로 T-test를 실시했다. 그 결과 평균은 -1.21, t=-.848, p=.429였다. 즉, 전체 문항들을 분석했을 때도 편차는 0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즉, 사람들의 응답이 대체적으로 정답에 근접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현상의 지속기간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실험에 몇 가지 문제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먼저, 가설이 논리적으로 타당한지 의문이다. 두번째로, '현상'이라는 개념이 워낙 광범위해서 실험에 사용한 문항만으로 포착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는 실험법을 사용하지 않고 사람들의 반응을 단순히 기술했다는 한계가 있다.

실험 결과를 놓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어쩌면 부처의 말처럼 우리는 무상이라는 개념에 무지할지 모르고, 이렇게 간단한 설문지만으로는 그런 무지를 포착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누군가 좀 더 정교한 실험을 한다면,  '무상'이라는 깨달음을 방해하는 인지적 편향이 우리 안에 있음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인지심리학은 심리학의 하위학문이며 인간 내부의 심적 과정을 탐구한다. 인지심리학은 인간의 지각, 기억, 사고, 언어, 문제 해결을 연구한다.

인지심리학은 기존의 심리학 접근방법과 두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 인지심리학은 과학적 조사 방법을 사용하며 직관(내성)에 의한 관찰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프로이트 심리학과 다른 점이다.
  • 인지심리학은 인간 내부의 심적 상태가 존재함을 인정한다(예, 믿음, 욕구, 생각, 지식, 동기 등)

인지심리학은 경험적인 연구 방법이 내부의 심적 상태를 관찰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인지신경과학을 통해 뇌의 상태가 심적 상태와 직접적으로 상관이 있다는 증거를 얻게 되었다. 이를 통해 인지심리학의 가정이 지지를 받게 되었다.

이런 접근 방식을 채택한 학파를 인지주의라고 부른다.


역사

나이서(Ulric Neisser)는 1967년 그의 저서 '인지심리학'에서 인지심리는 인간을 역동적 정보처리시스템으로 규정하며 인간의 정신적 작동을 계산적 용어로 기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인지심리는 마음이 개념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 관점이라고 강조했다. 나이서의 관점은 심리학의 연구 분야를 '사고'과 같은 상위 개념까지 확장했다. 나이서가 정의한 '인지' 개념은 이를 반영한다.

  • “인지”는 감각 정보가 변형, 축소, 정교화, 저장, 복구, 사용되는 모든 과정을 일컫는다. 또 인지는 이미지나 환각처럼 감각 정보가 없는 경우에 발생하는 현상과도 관련있다… 이런 정의를 고려할 때, 인지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과 관련있음이 분명하다. 모든 심리적 현상이 곧 인지적 현상이다. 하지만 인간의 모든 과정을 다룸에도 불구하고 인지심리학 역시 특정한 관점일 뿐이다. 다른 관점 또한 마찬가지로 타당하다. 감각 정보 대신 동기에서 출발하는 역동심리학을 예로 들 수 있다. 역동심리학은 인간이 보고, 기억하고, 믿는 것이 어떻게 행동을 만드는지 묻는 대신, 개인의 목표, 욕구, 본능을 묻는다.

인지심리학은 심리학 연구 분야에 가장 나중에 편입되었으며, 노암 촘스키가 행동주의와 경험주의를 비판하며 촉발된 '인지 혁명' 이후 독립된 학문으로 발전해왔다. 마음을 계산적 이론으로 설명하는 시도는 17세기 데카르트로 거슬러 올라가며, 1940년~50년 알란 튜링에 의해 계승되었다. 인지적 접근방식은 1958년 브로드벤트(Broadbent)의 'Perception and Communication'이 출판되면서 부각되었으며 당시 지배적인 패러다임이던 정보처리모델을 발전시켰다. 이 접근방식은 사고와 추론을 컴퓨터에서 동작하는 소프트웨어로 비유하며, 정보의 입력, 표상, 처리과정, 출력을 설명한다. 인지심리학은 언어가 정신적 지식 표상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가정함으로써 network mental model을 만들었다. 그 결과 탄생한 의미망이라는 개념은 인공지능과 심리학 전반에 큰 기여를 했다. 인지심리학자 중 한 사람이었던 조지 밀러는 1985년부터 영어의 sementic network인 Wordnet을 개발하였으며, 후에 machine 온톨로지에 근간이 되었다.


주요 연구 분야


지각

    General perception

    정신물리학

    주의와 Filter 이론 (특정 자극에만 주의를 주고 나머지 자극은 무시하는 능력)

    패턴 인식 (불분명한 감각 정보를 바르게 해석하는 능력)

    물체 재인

    시간 감각 (시간 경과에 대한 인식이나 예측)

    형태 지각

 

범주 

    범주 추리와 습득

    범주 판단과 분류

    범주 표상과 구조

    유사성

 

기억

    노화와 기억

    자서전적 기억

    구성적 기억

    정서와 기억

    일화 기억

    목격자 기억

    오기억

    섬광 기억

    기억의 편향

    장기 기억

    의미 기억

    단기 기억

    작업 기억

 

지식표상 

    심상

    명제

    이중부호화 이론


언어

    문법과 언어학

    음성학과 음운론

    언어 습득


사고 

    선택

    개념 형성

    의사결정

    논리적 추론

    문제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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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drahadi Junato/Flickr


글: The Frontal Cortex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심적 상태는 아무 자극이 없을 때 권태에 빠진다 시인 Joseph Brodsky는 지루함을 '심리적 사막'이라고 표현했다. 인지적 사막은 당신의 침대에서 시작해서 지평선을 쫓아낸다." 시계 바늘은 멈추었고, 의식의 흐름은 느려진다. 우리는 지금 여기 있지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싶다.

그러나 브로드스키가 언급했듯이, 지루함과 그 동의어는 창의성의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지루함은 당신의 창이다"라고 시인은 말했다. "일단 이 창이 열리면 그것을 닫으려 하지 말고 반대로 활짝 열어라."

브로드스키가 옳았다. 비밀은 지루함 자체에 있지 않았다. 비밀은 지루함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게 만드는지에 있었다. 사람들이 단조로움에 빠질 경우, 특수한 형태의 사고(mind wandering)와 뇌 활동이 나타난다. 효율성에 집착하는 문화에서 mind wandering은 게으른 습관으로 폄하되었으며, 우리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 일어나는 사고라고 생각되었다. (프로이드는 mind-wandering을 "유아적" 사고의 예로 보았다). mind-wandering은 게으름의 신호일 뿐이며, 생산성과 관련이 없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신경과학은 mind-wandering에 대한 관점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우리 마음은 놀라울 정도로 왕성하게 돌아다닌다. 지난해 하버드대 심리학자 Daniel Gilbert와 Matthe A. Killingsworth는 Science에 흥미로운 논문을 게재했는데, 이 논문은 우리가 마음의 블랙홀로 숨어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과학자들은 2,250명의 참가자에게 아이폰 어플을 통해 무선적으로 자신의 현재 활동과 행복 수준을 체크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전체 시간의 46.9퍼센트를 mind-wandering에 할애하고 있었다. 마음이 방황하지 않는 유일한 시간은 '사랑을 나눌 때' 뿐이었다. 그것만큼은 집중할 수 있었다.

마음이 방황할 때 뇌 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많은 일이 일어난다. 2009년, UBC의 Kalina Christoff과 UCSB의 조나단 Schooler 팀은 백일몽 중의 두뇌 상태를 포착하기 위해 fMRI를 통해 "경험 샘플링"을 사용하였다. (mind-wandering 상태는 유도하기 쉽다. 참가자에게 지루한 과제를 시키면 마음이 곧 방황하기 시작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mind-wandering은 왕성한 대사를 동반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었다. - 당신의 피질은 mind-wandering 동안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다 - 이 연구는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의 과정을 명료화했다.

mind-wandering을 자기 보고하거나 행동 측정(현재 과제 수행 에러율)을 통해 관찰할 때 medial prefront default network 부위가 활성화되었다. mind wandering은 default network와 함께 executive network의 활성화를 동반했으며, 과제와 관련없는 생각이나 집행 기능의 자원으로 예측이 가능했다. 마지막으로, default나 executive network region은 참가자가 자신의 마음이 돌아다니는 사실을 알지 못할 때 강하게 활성화되었다. 이는 mind-wandering이 메타 인식의 부재 시 강하게 활성화됨을 말해준다. default 와 executive network가 병렬적으로 활성화됨은 - 두 영역은 지금까지 반대로 작용한다고 여겨졌다 - mind wandering이 반대로 작용하는 두 네트워크를 협력하게 만드는 독특한 심적 상태임을 의미한다.

여기서 두 가지 사실이 중요하다. 첫번째는 기본 네트워크(default network)의 정의다. 그 의미는 문자 그대로다: 우리는 별 다른 노력없이도 쉽게 백일몽에 빠질 수 있으며, 따라서 이는 사고의 디폴트 모드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디폴트와 집행 기능의 동시적 활성화다. 이는 mind-wandering이 우리가 생각한 것만큼 의식이 없는 상태가 아님을 말해준다. (집행 기능의 활성화가 그 이유다). 대신 백일몽은 꿈과 집중한 상태의 중간 단계로 보이며, 깨어 있지만 현재에 온전히 머물러 있지 않은 상태다.

지난 주, 오스트리아 과학자들이 이 주제를 확장한 논문[각주:1]을 PLoS One에 실었다. 이들은 17명의 unresponsive wakefulness syndrome(UWS) 환자와 8명의 minimally conscious state(MCS)환자, 26명의 정상인을 조사했다. 연구자들은 연구를 통해 의식의 단계별로 뇌의 상태에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중요한 차이점은 unresponsive 환자의 대부분이 디폴트 네트워크를 끄는 능력이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이 불쌍한 환자들은 자신만의 백일몽에 갇혀 있으며, 집행 기능을 통해 바깥 세상으로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 어려움을 의미한다. (디폴트 네트워크를 끄지 못하는 문제는 알츠하이머나 정신분열증 환자에게서도 관찰된다). 그 결과 그들 마음의 눈은 항상 내면 세계로 향해 있는 것이다.

mind wandering과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소개할 연구는 Schooler의 연구실에서 진행되었다. 그는 지속적으로 mind-wandering에 빠지는 사람이 - 스쿨러는 참가자에게 전쟁과 평화의 한 부분을 보여주었다. 그 다음 참가자가 다른 생각을 하기까지 걸린 시간을 측정했다 - 창의성의 여러 측정치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모든 백일몽이 새로운 영감을 내는 데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스쿨러는 그의 실험에서 두 가지 유형의 공상을 구분했다. 첫 번째 유형은 참가자가 자신이 백일몽 중이었음을 연구자를 통해 깨닫게 된 경우(보통 실험 도중 연구자가 갑자기 개입해서 지금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물어본다 - 역자 주) 일어났다. 그들은 자신의 마음이 돌아다닌다는 사실을 알아챌 경우 버튼을 누르기로 되어 있었지만, 버튼을 누르는 데 실패했다. 두번째 유형의 공상은 참가자가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깨달을 때 발생했다. - 자신의 마음이 돌아다닌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 Schooler의 데이터에 의하면, 자신의 mind-wandering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은 창의성이 증가하지 않았다.

핵심은 단순히 백일몽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마음이 돌아다니게 놔 두는 것은 쉽다. 보다 어려운 것은(그리고 중요한 것은) 메타 인식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야 샤워나 운전 중 좋은 생각이 떠올랐을 때 알아차리고 노트에 적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좋은 생각을 버리지 않을 수 있다.

모든 결과를 종합할 때, 연구 결과들은 mind wandering이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우리는 인생의 절반 정도를 백일몽에 할애한다 -, 또한 개발해야 할 능력이라고 말해준다. (물론 최악의 시나리오는 심각한 뇌손상이 백일몽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걸 불가능하게 만드는 경우일 것이다). 우리는 의식을 완전히 잃는 대신 자기 지각을 유지해서 뇌의 집행 부위가 활동하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권태는 인지적 선물이지만, 적절히 통제되어야 한다. 우리는 보다 더 나은 방법으로 지루함에 빠질 수 있다.

  1. Crone JS, Ladurner G, Höller Y, Golaszewski S, Trinka E, et al. 2011 Deactivation of the Default Mode Network as a Marker of Impaired Consciousness: An fMRI Study. PLoS ONE 6(10): e26373. doi:10.1371/journal.pone.0026373 [본문으로]



글: 인지심리 매니아

다음 가상의 시나리오를 읽어보자.


어느 교수님의 기말평가 방식은 이상하기로 유명하다. 팀원 중 기말고사 문제를 3개 이상 틀린 사람이 있을 경우 전체 팀원이 무조건 B 학점을 받기 때문이다. 이 수업을 듣고 있는 1조 팀원 A, B, C, D는 기말고사에서 각각 4, 1, 2, 3문제를 틀렸다. 결국 조원 전체는 B를 받게 되었다.

그렇다면 조원 전체가 B를 받게 된 사태에 대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A인가? D인가?


Common Effect 상황에서의 귀인 방식

여러 원인이 결과에 공동으로 기여를 하는 경우(Common Effect), 사람들은 그 중 어떤 원인에게 결과의 책임을 지울까? 다양한 이론들이 인간의 책임 판단 과정을 설명하고자 했다. 가장 직관적인 설명은 Matching Model이다. 즉 A는 4, B는 1, C는 2, D는 3만큼 결과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직관적으로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 B와 C는 아무 잘못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설사 B와 C가 열심히 노력해서 문제를 더 많이 맞혔다 할지라도 A와 D 때문에 B학점을 받는 건 피할 수 없다. 결국 B와 C에게 1, 2만큼의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두번째 설명은 반사실적 모델(Lewis, 1973)이다. 이 방법은 사건이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할 때 원인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설명한다. 먼저 원인과 결과 사건이 발생할 것, 두번째로 원인이 없었다면 결과가 없었을 것이라는 가정이 충족되어야 한다. 타당한가? 이 주장 역시 이상해 보인다. A가 3문제 이상을 틀리지 않았다면 B학점을 맞는 결과도 없었을 테니까 A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가? 아니다. 설사 그랬더라도 D가 3문제를 틀릴 것이기 때문에 결과는 똑같다. 그렇다면 A는 결과에 대해 아무 책임도 없다. 이는 D도 마찬가지다. 결국 A와 D 모두에게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상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Lagnado는 이 주제에 관한 연구결과[각주:1]를 2010년 Cognition에 게재했다. Lagnado는 Matching Model과 반사실적 모델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Structural Model을 주장했다. 이 모델은 반사실적 추론을 약간 수정한다. 일단 발생하지 않았으면 결과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정을 충족하는 원인을 모두 결과의 원인으로 지목한다(A와 D). 그 다음 A와 D의 책임을 조정한다. A와 D는 각각 1/(n+1)의 책임을 지게 된다. 여기서 n은 ‘해당 원인의 결과 기여가 결정적이기 위해 바뀌어야 하는 조건의 수'를 의미한다. A가 4문제를 틀린 것이 결과 발생(B학점)에 결정적인 원인이 되려면, D가 2개 이하로 틀려야 한다. 즉, D 한사람의 조건만 변하면 되므로 n은 1이 된다. 결국 A와 D는 각각 1/2만큼 책임을 지게 된다.


삼각형 세기 게임

연구자들은 이 모델이 실제 인간의 귀인 전략을 잘 설명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삼각형 세기 게임을 고안했다. 참가자들은 4명이 한 조를 이루어 컴퓨터를 통해 삼각형 게임을 진행한다(사실 이 중 3명은 컴퓨터다). 참가자는 그림 속에서 삼각형이 몇 개나 들어있는지 센 다음 정답을 입력한다. 각 문제를 풀고 난 다음에는 각 참가자의 정답률이 공개된다. 만약 그림 속 삼각형 개수가 10개인데 8개라고 적었다면 Deviation=2로 표시가 된다.



실험은 총 3조건으로 나뉘는데 그 중 Least조건만 보기로 하자. Least조건의 경우, 4명 중 한명이라도 Deviation이 3 이상일 경우 정답을 못 맞춘 것으로 간주한다. 글의 맨 처음에 소개했던 팀플 이야기와 유사한 상황이다.

그 다음, 참가자는 각 조원들이 결과에 얼마나 책임이 있는지를 1~10으로 평정한다. 연구자들은 이 점수를 Matching Model, 반사실적 모델, Structural Model의 예측과 비교한 다음, 어느 모델이 참가자의 데이터를 잘 설명하는지 분석해 봤다. 분석 결과, Structural Model이 다른 모델보다 참가자의 책임 평정 점수를 잘 설명했다.


1박 2일 출연자들의 시청률 기여도

결국 Structural Model은 인간의 귀인 전략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모델을 응용하면 재미있는 예측도 해 볼 수 있다. 1박 2일이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강호동을 시청률의 원인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강호동이 하차하고 나서도 1박 2일의 시청률은 여전히 높다. 그럼 시청률의 원인은 다른 출연자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Structural Model은 시청자가 각 출연자의 시청률 기여도를 어떻게 지각하는지 예측할 수 있다. 남은 출연자는 강호동의 하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청률에 큰 기여를 하고 있으므로 책임은 1/(1+1)이 된다. 즉, 시청자는 각 출연자가 시청률에 1/2씩 기여를 하고 있다고 지각할 것이다.

만약, 시청자 뿐만 아니라 방송사 관계자들도 Structural Model처럼 생각하고 있다면, 조만간 1박 2일 출연자의 출연료가 상승할 지도 모르겠다.


  1. Tobias Gerstenberg, David A. Lagnado, Spreading the blame: The allocation of responsibility amongst multiple agents, Cognition, Volume 115, Issue 1, April 2010 [본문으로]

We feel fine




글: 인지심리 매니아


We feel fine은  인간의 감정을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웹사이트다. 이 웹사이트는 전세계의 네티즌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수집해서 그 문장이 어떤 감정을 담고 있는지 보여준다. 만약 점이 밝은 빛을 띄고 있다면 행복함을 의미하고 반대로 어둡다면 슬픔을 의미한다.

이 웹사이트는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인간의 감정을 예술작품으로 승화했다. 점들이 지닌 색상은 자칫 무질서해 보이기도 하고 어지럽기도 하지만, 잭슨 폴락이 뿌려놓은 페인트처럼 아름답게 느껴진다. 마치 우주에 떠 있는 수많은 행성들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무선적으로 보이는 이 점들의 색상이 정말 ‘무선적'일까?

심리학은 인간이 느끼는 주관적 무선성과 통계학의 엄밀한 무선성이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다음 두 그림을 예로 들어보자.

그림1


그림2



둘중  어느  것이 진짜 무선적으로 보이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림 1이 더 무선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컴퓨터가 만들어낸 진짜 무선적 패턴은 그림 2다.  

사람들이 착각한 이유는 그림 1에 ‘규칙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규칙을 찾을 수 없는 복잡한 패턴을 무선적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패턴에서 규칙을 찾을 수 있다면 무선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림 1은 한 점 주위에 유사한 색상이나 밝기의 점이 없다. 따라서 점들이 어떤 규칙으로 배열되었는지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무선적 배열로 지각된다. 반면 그림 2는 한 점 주위에 유사한 색상이 오거나 대칭을 이루는 등 규칙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무선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예술가들이 만든 작품이나 디자인을 관찰해보면 색상이  그림 1처럼 주관적 무선성을 이루고 있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어쩌면 주관적 무선성이 진정한 무선성보다 인간에게 더 아름답게 느껴지기 때문은 아닐까?

최근 Cognitive science[각주:1]에 이 주제를 다룬 논문이 게재되었다. 연구자는 Damien Hirst의 작품 81개와 디자인에서 발견한 무선적 색상 배열 44개를 컴퓨터로 만들어낸 난수와 비교했다. 먼저 각각의 작품이 가지는 색상의 변이를 측정하기 위해, 포토샵으로 해당 작품의 각 색상마다 밝기(L) , 빨강/마젠타(a), 노랑/파랑(b)의 정도를 측정해서 색상 행렬 C를 만들었다.

C=(ci,j)i,j=([Li,j*,ai,j*,bi,j*])1<=i<=M, 1<=j<=N

그 다음 한 색상과 인접 색상의 차이, 즉 변이를 알아내기 위해 다음 공식을 사용했다.

d(c1,c2) :=[(L1-L2)2+(a1-a2)2+(b1-b2)2]1/2

즉,  한점 c1과 이웃한 점인 c2의 색상 차이는 d(c1,c2)와 같다.  따라서 한 작품의 총 색상 변이는 d를 다 더한 값과 같다.


그 다음, 몬테카를로 실험을 통해 각 작품의 변이를 컴퓨터가 만들어낸 무선적 행렬과 비교했다. 비교 결과, 예술작품이나 디자인 패턴은 진짜 무선적인 패턴보다 변이가 훨씬 심했다. 아래 그래프는 실험에 사용된 디자인 패턴 중 55% 정도가 진짜 난수의 변산 분포 중  95% 보다 높은 수준의 변산을 지님을 보여준다.




실험 결과를 통해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먼저 인간이 생각하는 무선이 진짜 무선과 다르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색상 간 변이가 훨씬 심한 경우 패턴이 무선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두번째로 인간이 변이가 심한 무선적 패턴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예술작품이나 디자인 패턴에 주관적 무선성이 많다는 사실은, 그만큼 주관적 무선성이 아름답게 느껴짐을 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이 논문은 요인들을 직접 조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인간이 변이가 심한 패턴을 진짜 무선적이라고 느끼는지, 또 이런 패턴을 선호하는지 알아보려면 요인을 직접 조작한 다음 참가자들에게 해당 패턴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물어보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1. Sanderson, Y. B. (2011), Color Charts, Esthetics, and Subjective Randomness. Cognitive Science. doi: 10.1111/j.1551-6709.2011.01198.x [본문으로]

글: 인지심리 매니아


몬티홀 딜레마

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3개의 문이 있는데 하나의 문 뒤에는 고급 스포츠카가, 나머지 2개의 문 뒤에는 염소가 숨겨져 있다. 참가자는 이 사실을 모르며, 사회자는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참가자가 이 3개의 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면 사회자는 나머지 2개의 문 중에서 염소가 있는 문 하나를 열어 보여준다. 그리고 사회자는 참가자에게 열리지 않은 2개의 문 중에서 다시 한 번 문을 선택할 기회를 준다.


만약 두번째로 고른 문에서 스포츠카가 나온다면 참가자는 차를 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참가자는 처음에 선택한 문을 바꾸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바꾸지 않는 것이 좋은가?


정답은 아래 동영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영화 '21'중에서



이 동영상을 보고 당황했을 거라 짐작한다. 첫번째는 문을 바꾸는 게 정답이라는 점, 두번째는 영화 속 MIT 학생처럼 수학적 사고를 하는 게 반드시 합리적일까 하는 점이다.

먼저 문을 바꾸는 게 정답이라는 사실을 이해해보자. 사회자가 열어본 문에 염소가 있었다면, 내가 고른 문 뒤에 스포츠카가 존재할 확률은 증가하는 게 아닐까? 따라서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되는 거 아닐까?

처음에 3개의 문이 주어졌을 때 자동차가 당첨될 확률은 각각 1/3이다. 하지만 사회자가 꽝인 문 하나를 열어 주었고, 다시 한 번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선택을 바꾼다면 당첨 확률이 2/3로 처음의 1/3보다 2배 상승하게 된다.



위 그림은 참가자가 1번 문을 골랐다가, 나중에 문을 바꾸는 경우 나올 수 있는 모든 결과를 보여준다. 스포츠카가 2번 문에 있었을 경우, 진행자는 3번 문을 열어줄 것이다(사회자는 2번 문에 스포츠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따라서 참가자가 문을 바꾸려 한다면 2번 문을 선택하게 될 것이고, 확률은 여전히 1/3이다. 차가 3번 문에 있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차가 1번 문에 있을 경우, 참가자가 후에 문을 바꾸면 차를 얻을 수 없다. 따라서 이 때의 확률은 손실(차를 놓칠 확률)이 된다. 이 때 사회자가 열어줄 수 있는 문은 2번과 3번 문이므로, 참가자가 나중에 문을 3번이나 2번으로 바꿀 확률은 1/2이다. 결국, 차를 고를 확률인 1/3에 2번 혹은 3번 문을 고를 확률(1/2)를 곱하면 차를 놓칠 확률은 각각 1/6이 된다. 둘을 더하면 1/3이 된다.



결론적으로, 문을 바꾸면 차를 잃을 확률이 1/3, 차를 얻을 확률이 2/3이 된다. 반면, 문을 바꾸지 않으면 확률은 여전히 1/3이다. 문을 바꿀 때 확률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몬티홀 딜레마'라고 부른다).


수학적=합리적?

첫 번째 의문은 해소된 것 같다. 그러나 두번째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 영화 속 학생은 조건부 확률을 사용하여 사후 확률을 계산했고, 일반인은 어림짐작을 사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결국 저 학생의 정답이 옳았다. 하지만 저 학생처럼 사고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또 저 학생처럼 사고하는 게 과연 합리적일까?

카네만과 트베르스키는 인간의 의사결정이 수학적 합리성과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는 몬티홀의 딜레마를 해결할 때 조건부 확률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냥 직관적으로 문을 바꾸지 않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카네만과 트베르스키는 인간이 수학적 추론 대신 '휴리스틱'을 사용해서 의사결정을 한다고 결론지었다. 놀랍게도, 각 분야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조차 조건부 확률에 약하다. 심지어 수학자들마저 몬티홀 딜레마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 따라서 MIT 학생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카네만과 트베르스키는 '수학적 사고가 합리적이다'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인간은 이 기준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비합리적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다. 근데, 수학적 사고를 '합리적 사고'라고 규정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수학적 사고는 상황과 관계없이 항상 합리적일까? 다음 글은 수학적 사고가 모든 상황에서 반드시 합리적이지는 않음을 보여준다.

5지선다형 객관식 문제를 풀 때, 대개의 경우 답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번호를 버린 나머지 2개 또는 3개의 번호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 갈등을 한다. 만약, 3개의 번호 중에서 하나의 번호를 선택한 상태에서 다른 번호가 답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면 이때 처음에 선택한 번호를 바꾸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바꾸지 않는 것이 좋은가? 이 문제를 몬티홀 문제와 같이 생각하면 번호를 바꾸어서 답을 결정하는 것이 그 문제를 맞힐 확률을 더 높이는 일이라 생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3개의 번호 중에서 정답인 번호는 하나이므로 오답을 선택했을 확률이 2/3로 정답을 선택했을 확률 1/3보다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사람의 경험을 통하여 알 수 있듯이, 선택한 번호를 바꾸면 대부분 틀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왜 몬티홀의 문제와 다른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인가? 그것은 확률은 “무작위로”로 선택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우리가 시험볼 때는 무작위로 번호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했던 것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하여 번호를 선택하므로 처음에 답이라고 생각했던 번호가 답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출처 - 수학개념서 수학교과서의 새로운 접근


시험 문제를 풀 때는 확률보다 직관에 의존해야 한다. 시험 문제를 풀 때 직관은 우리로 하여금 이전에 봤던 내용을 무의식중에 고르게 한다. 만약 이 답에 수정을 가하면 틀리기 쉽다. 이전 포스트에서 소개했던 숨막힘 현상(choke)이 이와 관련있다.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행동에 너무 많은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수행이 저조해질 수 있다. 직관적으로 튀어나온 답은 정답일 확률이 높으므로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놔두는 게 낫다.

이 상황에서 조건부 확률을 고려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영화 속 MIT 학생이 오지선다형 문제를 풀 때 저런 논리를 사용한다면 낭패를 볼 것이다. 결국 합리성은 ‘생태적 합리성'이어야 한다. 인간은 베이지안 추론에 무지하지만, 일상생활을 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그것은 우리가 일상생활에 적합한 합리성을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이 합리성은 수학적 합리성과는 다소 거리가 멀지만, 여전히 우리를 ‘합리적'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인지과학 혁명’에서 사에키 유타카는 ‘생태적 합리성'을 자신의 메타이론으로 삼으려 한다. 그는 심리학 연구들을 생태적 합리성이라는 기준으로 재평가한다.  기존의 심리학 연구는 인위적인 환경, 전문가들이 정한 인위적인 합리 안에서 실험을 진행했으며, 이로 인해 인간의 합리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태적 합리성을 발견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조건부 추론을 잘 모른다고 해서 사는 데 지장은 없다. 그냥 내 직관이 잘 들어맞었다는 경험을 믿으면 된다. 시험 문제를 풀 때는 그렇게 생각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다.

읽어볼 생각이 있는가?




글: 인지심리 매니아

지난 주에 시험이 끝나고 나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사실 시험 1~2주 전까지만 해도 방대한 양의 학습자료를 어떻게 소화할지 고민이었다. 하지만 자료를 정리하고 정리하고 또 정리하자 자료가 서서히 간결해지기 시작했다. 간결해진 자료를 보니까 그나마 공부가 수월했고, 덕분에 백지 답안을 내는 파국적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학습자료의 정리는 시험성적을 좌우하는 요인 중에 하나다. 그런데 학습자료를 정리하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도대체 어떤 정리방법이 효과가 있는 것일까? 긴 문장을 짧게 줄이면 공부하기 편할까? 그림을 집어넣으면 공부하기 편할까?
사람들이 많이 채택하는 전략 중 하나가 바로 '분절(segmentation)'이다. 공부할 자료가 여백도 없이 깨알같은 글씨로 무한 발산한다면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긴 텍스트를 의미있는 조직 단위로 묶는다. 이를 위해 문단 사이마다 여백을 삽입한다. 그럼, 분절을 한 학습자료는 정말 효과가 있을까?


분절의 효과

분절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은 주로 dynamic visualization(예.,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된 학습 자료)에서 다루어왔다. 애니메이션은 어린 아이부터 고등학생까지 넓은 층이 선호하는 학습 자료다. 글만 빼곡히 써 있는 것보다 움직이는 영상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누구도 애니메이션의 학습 효과를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특히 학습 내용이 어려울수록 애니메이션이나 동영상의 학습 효과는 감소한다. 그 이유는 바로 '분절'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동영상이나 애니메이션이 어려운 내용을 설명한 경우, 학생은 이해를 위해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는 동영상이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영상은 다음 내용을 바로 보여주기 때문에 앞 전의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할 시간이 부족하다. 결국 학습 효과가 저조하다.

그래서 '분절'의 효과는 중요하다. 최근에는 플래쉬 등의 기술을 통해 연속적인 학습자료의 분절이 가능해졌다. 최근 학습 자료들은 하나의 개념을 소개한 다음, 학생이 내용을 이해하고 'next'버튼을 누를 때까지 기다려준다. 이렇게 내용을 분절할 경우, 앞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학습심리학 연구 결과 역시 마찬가지다.[각주:1]

그런데, 분절의 효과는 텍스트에서도 나타날까? 긴 텍스트를 의미있는 문단끼리 묶고, 각 문단 사이에 여백을 두면 학습 효과가 증가할까? 또, 이미 정리가 되어 있는 자료를 보는 게 더 좋을까, 아니면 자신이 자료를 직접 분절하는 게 학습에 더 도움이 될까?


실험

최근, 이 주제를 연구한 논문[각주:2]이 Applied Cognitive Psychology에  게재되었다. 연구자들은 학생들에게 확률에 관한 학습자료를 나누어주었다. 이 학습자료는 이야기를 들려준 다음, 사건이 발생할 확률을 구하는 절차를 단계별로 소개한다. 참가자 중 일부는 풀이 절차가 blank line으로 구분된 자료를 본 반면, 다른 집단은 blank line 없이 붙여서 적어놓은 자료를 봤다. 또 다른 집단은, blank line 없는 자료를 보되, 자신이 직접 여백을 집어넣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예)분절이 되 있는 학습자료

‘Together with your friend, you go on a two-day mountain bike trip. Each day the instructor brings five helmets, which each have a different color: blue, green, yellow, red and silver. The helmets are distributed randomly and are given back to the instructor at the end of the day. On both days you get a helmet first and your friend second.
What is the probability that on the first day, you will get the blue helmet and your friend will get the green helmet?’

풀이 절차

1. 헬멧을 고르는 순서..........

2. 복원추출/비복원추출........
.
(풀이 절차가 여백으로 나뉘어져있다).


학습자료를 다 읽고 난 다음, 학생들은 유인물과 유사한 확률 문제를 풀었다.  그 결과, 세 집단 간 점수의 차이는 없었다. 그런데, 정리된 자료를 본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훨씬 적은 노력을 들이고도 동일한 점수를 취득했다. 즉, 학습의 효율성이 높았던 것이다. 또, 자료를 직접 정리한 집단은 다른 집단보다 인지적 노력만 낭비했을 뿐, 학습 성취에 별다른 이점을 얻지 못했다.


Conclusion

결과적으로, 각 내용이 blank line으로 구분된 학습자료가 줄줄이 씌여있는 문장보다 효과적이다. 또, 자신이 자료를 직접 정리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왜 분절이 학습을 효율적으로 만들까? 연구자들은 분할이 중요한 내용을 눈에 잘 띄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본인들도 인정했듯이 pause의 효과 때문일 수도 있다. 책을 보다가도 이해가 잘 안 되면 잠깐 멈추고 생각을 하지 않는가? 분절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여백을 만날 때마다 이전 내용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정리하게끔 만들 수도 있다.


분절은 텍스트로 구성된 학습자료에도 효과가 있지만, 아직 그 원인은 분명히 밝혀지지 않은 것 같다. pause와 highlighting 중 어떤 것이 학습에 영향을 주었는지 알기 위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Notice
이 '분절' 전략은 해당 분야의 초보자에게만 효과가 있는 전략이다. 이미 학습 내용을 다 알고 있는 학생이라면, 분절이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1. Ayres & Paas, 2007b; Mayer & Moreno, 2003; Moreno & Mayer, 2007; Wouters, Paas, & Van Merriënboer, 2008 [본문으로]
  2. Spanjers, I. A. E., van Gog, T. and van Merriënboer, J. J. G. (2011), Segmentation of Worked Examples: Effects on Cognitive Load and Learning. Applied Cognitive Psychology. doi: 10.1002/acp.1832 [본문으로]


머리말: 인지심리 매니아


그 동안 '인지심리 매니아'는 자연이 인간의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다뤘다. 특히 자연이 인간의 주의력에 큰 공헌을 한다는 사실을 Kaplan 등의 논문을 통해 소개한 적이 있다. 하지만, 기존 포스트를 읽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환경이 주의력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번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밑에 링크한 게임을 잠깐 해 보자(그림을 클릭하면 게임을 할 수 있다).


게임처럼 보이는 이 test는 원래 인지심리학 연구에서 자주 사용하는 플랭커 테스트(Flanker test)다.  이 테스트의 목적은 참가자의 주의력을 알아보는 것이다. 어떻게 주의력을 알 수 있을까? 게임을 해 보면 target 화살표와 나머지 화살표의 방향이 서로 일치하거나 불일치하게 제시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일치 조건의 평균 반응시간(얼마나 키보드를 빨리 눌렀나)-불일치 조건의 평균 반응시간을 구하면 주의력의 정도를 알 수 있다. 현재 필자가 해 보니 대략 20~30ms(밀리세컨드, 천분의 1초) 정도 차이가 난다.

근데, 이 두 조건의 차이가 도대체 주의력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플랭커 테스트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인간은 중앙에 있는 화살표 뿐만 아니라 주위에 함께 제시되는 화살표(플랭커)도 같이 보게 된다. 따라서 목표 화살표와 플랭커의 방향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반응을 빨리 해야 하는 상황에서 플랭커 때문에 헷갈리게 된다(시끄러운 까페에서 친구와 대화할 때 옆 테이블의 대화가 자꾸 귀에 들어오는 것과 비슷하다). 즉, 플랭커들이 훼방을 놓는 것이다.

만약 집중력이 뛰어나다면, 사람을 헷갈리게 만드는 플랭커에 현혹되지 않고 목표 화살표의 방향에만 반응할 수 있다. 따라서 '일치 조건의 반응시간-불일치 조건의 반응시간'의 차이가 작다면, '방해가 있든 없든 주의력에 흔들림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만약이 차이가 커진다면 '방해가 없을땐 괜찮지만, 방해가 생기면 주의력이 흐트러짐'을 의미한다. 

플랭커 테스트가 주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인간은 화살표의 방향을 판단할 때도 주위에 방해 자극이 4~5개만 출현하면 주의력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그 효과는 20~30ms에 불과하지만, 인간의 두뇌에서 20~30ms라면 대단한 지연시간이다. 결국, 우리 눈에 보이는 방해자극들이 인지 기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이번에는 도심으로 돌아오자. 신촌 한복판에서 돈까스를 파는 집을 찾아 보자. 만약 목적지를 찾았다면 자신이 가게를 찾는 동안 자신의 눈길을 끈 간판이 몇 개나 있었는지 세어보자. 이제 내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알겠는가? 당신의 인지 기능은 지금 수많은 플랭커들에 의해 마비된 상태일 것이다. 목표인 돈까스 집(목표 화살표)을 찾는 도중에 수많은 간판들(플랭커)이 우리의 주의를 끌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간판 속을 헤매면서 돈까스 집을 찾아야 한다는 일념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 해 목표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돈까스 집에 도착하면 주의력 고갈로 머리가 멍해지는 것이다(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돈까스 집을 찾고 난 다음 스마트폰으로 플랭커 테스트를 다시 해 봐도 좋다. 아마 두 조건의 차이가 훨씬 커져 있을 것이다).


도심에 사는 것은 플랭커의 아귀지옥에서 사는 것과 다름 없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자연의 중요성을 더더욱 강조한다. 최근 시안 베일록이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런 취지의 기사를 쓴 것을 보고 번역해 봤다.


글: Choke(시안 베일록)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여름이 지나갔다. 이는 우리가 다시 학교, 직장, 도시생활로 돌아왔음을 의미한다. 도시 생활은 수고스럽다. 사람이 북적대는 도심을 돌아다니거나 끊임없는 소음을 참는 것은 도시에서 오래 생활한 사람도 참기 힘들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처법이 하나 있기는 하다. 잠깐 동안이라도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오랫동안 철학자, 작가 또는 일반인들은 자연과의 상호작용이 인지적 기능, 창조적 능력, 삶의 질을 개선시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몇 해 전부터 이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시작했다.

일리노이 대학에서 Landscape and Human Health 연구소를 맡고 있는 Frances Kuo가 이 연구의 대표적 인물이다. 쿠오는 인간과 물리적 환경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 나무와 녹지가 심미적 만족과 마찬가지로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자연을 보는 것이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쿠오는 한 연구를 통해 녹지가 조성된 아파트에 사는 거주자가 시멘트로 둘러싸인 아파트에 사는 거주자보다 주의력과 기억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 중 창문을 통해 자연풍경을 볼 수 있는 학생의 집중력이 높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그럼, 자연풍경에 노출되었을 때 인지 기능이 향상되는 이유는 뭘까? 그 해답은 현대 심리학의 창시자인 윌리엄 제임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두 가지 유형의 주의를 구분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 중 어떤 것은 우리 노력 없이도 주의를 끄는데 이것을 비자발적 주의라고 한다. 비자발적 주의는 "이상한 것, 움직이는 것, 야생 동물, 밝은 것'을 봤을 때 일어난다. 반면 상황이나 자극에 집중하기 위해서 우리가 노력을 들이는 경우는 자발적 또는 직접적 주의에 해당한다.

과학자들은 자발적 또는 직접적 주의를 정신적 근육에 비유하면서 이런 주의는 시간에 따라 소진된다고 설명했다. 우리 주의를 끄는 자연 환경(예, 아름다운 노을)은 비자발적 주의를 일으킨다. 따라서 비자발적 주의가 일어나는 동안 자발적 주의는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것은 미친 듯이 돌아가는 도심의 환경과 대조적이다. 도시 환경은 보통 비자발적 주의를 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자동차가 울리는 경적 소리를 상상해보자. 게다가, 도심을 걸어다닐 때는 각종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상당한 정도의 직접적 주의를 사용해야 한다(예, 각종 광고판으로부터 의식적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 즉, 도심 환경은 자연에 비해 주의가 휴식을 취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연구자들은 자연이 훨씬 유익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신은 굳이 자연 속에서 오래 있을 필요가 없다. 몇년 전 미시간 대학의 연구진들이 학부생을 대상으로 주의력 테스트를 실시했다. 학생들에게 1, 4, 7, 3처럼 숫자를 들려준 다음, 들려준 것과 반대의 순서로 숫자를 기억하게 했다(3, 7, 4, 1). 이 과제는 제시된 숫자의 순서를 뒤바꿔서 회상해야 한다는 점에서 직접적 주의를 요구한다. 이 과제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테스트에 참가하기 전과 후에 Ann Arbor 수목원을 한 시간 정도 걷거나, 도심 한복판을 걸었다.

결과는 아주 명확했다. 자연 속을 걸었던 사람은 도심을 걸었던 사람보다 주의력 과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결과는 기분이나 날씨 조건의 변화에 기인한 것이 아니었다. 즉, 자연 속에 정신적 혜택이 있었던 것이다.

전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는 만큼 도시생활은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도심 생활 속에서 정신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무 사이를 걷는 것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pilogue: 인지심리 매니아

나는 최근 어려운 의사결정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어떤 대상을 선택할지 말지를 결정할 일이 생겼는데, 내 머리 속에서 두 가지 의견이 충돌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내 정서는 대상에 강한 매력을 느끼고 그 대상을 선택하라고 속삭인다. 반면 내 이성은 대상에 대해 반대의견을 늘어놓으며, 선택을 하지 말라고 속삭인다. 즉, 직관과 이성의 평가가 서로 충돌해서 선택을 쉽사리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정서(또는 직관)와 이성이 충돌해서 그 대안을 쉽사리 선택하지 못하는 상황은 주변에서 흔히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정서와 이성 중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만약 여러분이 이와 같은 상황에 빠진다면, 정서와 이성 중 누구의 의견을 들을 것인가?

이 문제를 고민을 하던 중, 며칠 전 Wired가 소개한 새 논문이 눈에 띄였다.


글: Wired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우리는 복잡한 의사결정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사소한 의사결정 하나-심지어 치약을 고를 때도-에도 온 신경을 써야 한다. 왜냐하면 마켓에서 취급하는 치약이 무려 200종이나 있기 때문이다. 불소 함유량이 많은 치약을 고르는 게 좋을까? 화이트닝 기능이 있는 치약을 골라야 할까? Crest는 Colgate와 다를까? 그 결과 평범한 선택을 할 때도 인지적 노력을 많이 들이게 되었다. 모든 대안을 평가할 때 고려할 변수를 행렬로 만들어서 점수를 매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치약 고르기 뿐만 아니다. 생수에서 청바지, 주식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판단에서 이런 과정이 요구된다. 간단한 선택이란 건 없다.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복잡하게 만들어 놨다.

어떻게 이 어려운 의사결정을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는 무한한 선택지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대안을 탐색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수천년 동안 분명해 보였다. 딜레마와 마주쳤을 때는, 선택지를 주의깊게 평가하고 주어진 정보를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치약을 선택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유용성과 비용 대비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합리적인 존재다. - 우리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만약 합리성이 먹혀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까? 만약 직관에 의존할 때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한다면 어떻게 할까? 인간의 정서가 지니는 지혜는 수많은 문헌에서 다뤄졌지만, 정서 시스템(Type 1 사고라고도 한다)이 복잡한 의사결정에서 빛을 발한다는 사실은 최근 연구를 통해 비로소 밝혀졌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무의식이 복잡한 과제에서 의식적인 뇌보다 훨씬 뛰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이라고 평가했던 사고체계가 사실 이성적인 숙고보다 더 '현명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의식이 수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인간의 이성은 매우 좁은 병목을 가지고 있어서 한번에 제한된 정보만을 처리할 수 있다). 만약 치약 코너에서 수많은 대안 때문에 방황하고 있다면, 가장 괜찮게 '느끼는' 대안을 선택하면 된다.

이 이론과 관련해서 가장 널리 인용되는 연구는 2006년 Sience에 실렸던 압 데윅스테르하위스(Ap Dijksterhuis)의 연구다. (나는 이 연구를 탁월한 결정의 비밀에서 소개한 적이 있다). 실험은 다음과 같다: 데윅스테르하위스는 자동차를 사려는 독일 사람들에게 네 가지 다른 자동차를 소개했다. 참가자는 각 자동차에 부여된 네 가지 평가항목 점수를 봤다. 예를 들어 1번 자동차의 경우 연비가 좋지만, 변속기가 조잡하고 카 스테레오가 별로였다. 2번 자동차는 핸들감이 별로지만, 공간이 넓었다. 데윅스테르하위스는 그 중 한 자동차가 다른 차보다 객관적으로 우월하게끔 만들어놨다. 자동차에 대한 평가를 보여준 다음, 연구자는 참가자들에게 몇 분 동안 어떤 차를 살지 생각해 보라고 지시했다. 이 '쉬운'조건의 경우, 절반 이상의 참가자가 가장 좋은 차를 골랐다.

그 다음 연구자는 같은 자동차들을 다른 두 집단의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엔 참가자가 의식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자동차에 대한 정보를 본 다음, 참가자는 간단한 단어 게임을 하게 된다. 연구자는 참가자가 게임을 하는 도중에 느닷없이 끼어들어서 어떤 자동차를 고를 거냐고 물어봤다. 연구자가 이렇게 한 목적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의사결정을 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그들의 의식적 주의는 단어 퍼즐을 푸는 데 쏠려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참가자는 의식적으로 의사결정을 한 경우보다 나쁜 대안을 골랐다.

지금까지는 결과가 명확해 보인다. 이성적인 분석이 의사결정을 최적화한 것이다. 이 데이터는 전통적인 지혜를 확인시켜준다: 합리적인 것은 언제나 좋은 것이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워밍업에 불과하다. 연구자는 이 실험을 반복했는데, 이번에는 각 자동차를 12가지 항목으로 평가한 자료를 사용했다. (이 어려운 조건은 우리가 실제로 자동차를 사는 상황과 비슷하다. 현실에서는 수많은 정보 때문에 차를 고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변속이나 연비 외에 컵홀더의 개수, 트렁크의 크기 같은 정보도 접하게 되었다. 그들의 뇌는 48가지나 되는 정보를 처리해야 했다.

의식적인 심사숙고가 최적의 의사결정으로 이어졌을까? 데윅스테르하위스는 이성적으로 생각한 집단이 좋은 차를 고를 확률은 25퍼센트 이하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그들은 우연 확률보다도 더 못한 수행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몇 분 동안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렸던 집단은 좋은 차를 고를 확률이 60퍼센트 가까이 되었다. (이 결과는 Ikea나 가죽 소파를 사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발견되었다)그들은 혼란 속에서 자동차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이상적인 선택지를 찾아낸 것이다. 데윅스테르하위스는 이 데이터가 가지는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이 연구의 핵심은... 의사결정 시 모든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의식적인 노력을 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의식적인 노력으로 정보를 분석하려고 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대신, 당신의 무의식이 정보를 소화할 때까지 잠시 여행을 떠나라. 당신의 직관이 내놓은 선택은 최적의 선택이 될 확률이 높다.

데윅스테르하위스의 연구는 수 많은 논란을 일으켰고, 몇몇 연구결과는 이를 반복검증하는 데 실패했다. 따라서 많은 연구자들은 무의식적인 사고의 이점이 단순히 실험에서 발생한 우연에 불과하거나, 부화(incubation)의 결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달 Emotion에 실린 코넬 대학 연구팀의 새 논문[각주:1]은, 복잡한 의사결정에서 정서 사용이 이득이 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연구자들은 먼저 데윅스테르하위스의 자동차 실험을 단순 반복해봤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주의를 다른 곳에 돌리는 대신, 연구자들은 참가자를 '감정에 집중'하는 집단과 '디테일에 집중'하는 집단으로 나누었다. 감정 집단의 경우 각 자동차가 어떻게 느껴지는지에 초점을 두었다 - 트렁크가 큰 걸 좋아하세요? - 반면 디테일 집단의 경우 각 자동차의 속성에 초점을 맞추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들의 가정은 자신의 감정에 집중한 사람이 무의식에 의존하는 반면, 디테일에 집중한 사람은 이성적인 사고방식을 사용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디테일에 집중했던 그룹은 간단한 의사결정에서 수행이 월등했다. 이들은 16개의 정보가 주어진 경우 의사결정의 질이 20퍼센트 정도 높았다. 하지만, 복잡한 조건의 경우 감정에 집중했던 사람들이 더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렸다. 의식적인 결정을 내린 집단이 좋은 차를 고를 확률이 50퍼센트 정도였던 반면, 감정에 의존했던 집단은 확률이 70퍼센트나 되었던 것이다. 참가자가 의사결정 후 느끼는 주관적 만족도의 경우도 동일한 결과가 관찰되었다. 자신의 정서에 의존해서 결정을 했던 사람의 만족도가 훨씬 높았다. 연구자들은 마지막 실험에서 정서를 통한 의사결정의 이점이 합리적인 생각을 하면 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결국, 만약 우리가 어떤 정보를 고려할 때 강한 직감을 느꼈다면, 그 직감을 의심하지 않는 게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그들은 이 현상이 자동차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것도 발견했다. 우리 감정은 아파트를 고를 때나 여행 장소를 고를 때도 유용하다.

이 새로운 연구는 무의식이 복잡한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논쟁을 지속시킬 것이다. 정서의 이점에 대한 증거들은 아직 잠정적이지만, 확실한 건 정서에 대한 기존 관점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본능,정서,직관이 비이성적이고 무책임하며, 과거 인간이란 동물에서 물려받은 퇴화된 유산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새로운 연구 덕분에 우리 정서 또한 논리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의 본능은 무의식이 가진 처리 능력에 기반하고 있다. Type 1 시스템의 막대한 계산 능력은 - 수천 비트의 데이터를 병렬적으로 처리하는 - 대안을 평가할 때 관련 정보를 분석할 수 있게 만든다. 그 결과, 우리는 치약 코너에 있는 무수한 선택지에다가 정서적 태그를 붙일 수 있다. 가장 좋은 대안이 가장 긍정적인 정서와 연합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 우리의 감정은 우리에게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과학자들의 다음 결론을 들어보자.

요컨대, 이번 연구의 결과는 정서적 전략이 의사결정을 최적화하는 수단이라고 말해준다. 이 연구 결과는 정서가 의사결정에 이익을 준다는 사실을 지지한다. 또, 이 결과는 우리가 언제 어디서 어떤 전략을 써야 하는지 알려준다. 많은 질문들이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아있지만, 이 결과는 복잡한 문제를 만났을 때 당신의 직관을 따르라고 말해준다. 또, 결정을 할 때 지나치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도 말해준다.



이 글의 내용이 현재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내가 처한 딜레마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녔기 때문에 위 결과를 적용하기 힘들어 보였다(아래는 개인적인 견해를 적은 것이다)

첫째, 선택지(옵션이나 대상)가 물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위 연구 결과가 물건 뿐 아니라 다른 성질의 대안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어떻게 장담할 것인가?

둘째, 고려할 변수의 숫자가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위 실험의 경우 실험자가 참가자에게 고려할 변수를 직접 지정해 주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굉장히 인위적이며, 현실세계와 동떨어져 보인다. 현실의 경우 고려할 변수를 본인이 직접 선택해야 하며, 따라서 적절한 변수의 수를 정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직관과 이성 중 어떤 전략을 써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직관-이성 전략을 선택하려면 적절한 변수의 '선택'이 선결되어야 한다. 하지만 적절한 변수의 선택을 위해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 규칙은 없는 것 같다(문제마다 상황과 성격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딜레마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한 가지 교훈을 얻기는 했다. 지금 너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직관에 따르는 게 현명할 수도 있다는 것.




  1. Mikels, Joseph A, Maglio, Sam J, Reed, Andrew E, Kaplowitz, Lee J, Should I go with my gut? Investigating the benefits of emotion-focused decision making, Emotion, Vol 11(4), Aug 2011, 743-753. doi: 10.1037/a0023986 [본문으로]

거짓말을 자꾸 하면 어리석어진다


피노키오의 코



글: 인지심리 매니아

불교의 십선계 중 불망어(不妄語)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코이케 류노스케는 '생각 버리기 연습'에서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불망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자꾸 원래와 다르게 사실을 말하다 보면, 마음은 바르지 않은 정보를 바른 정보 위에 덧쓰게 된다. 사실과 거짓이라는 서로 반대되는 정보가 마음에 새겨지면 정보처리능력이 떨어지고, 장기적으로는 기억들 사이의 연결이 혼란스러워진다.

이 말은 정말일까?
아니면 거짓말 하는 사람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하는 일종의 거짓말일까?

인간이 사실과 거짓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는 말은 사실이다. 따라서 거짓말은 본인이나 타인에게 큰 손해가 된다. 심리학 연구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 어떤 피해를 입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거짓말로 인해 타인이 입는 손해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코이케 류노스케는 거짓말이 기억들 사이의 연결에 혼란을 가져온다고 말했는데, 이건 정말 사실이다. 인지심리학 연구에서는 로프터스 교수의 실험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어느 날, 로프터스 교수는 학생들로 하여금 동생에게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게끔 한 적이 있다. 그 중 한 사례를 살펴보자. 한 학생은 자신의 동생에게 어릴 적 쇼핑몰에서 길을 잃어버렸던 사건을 기억하냐고 물어봤다. 동생은 사실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동생은 겪지도 않은 일들을 기억해내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사건 당일 느꼈던 감정이나 대화까지도 기억해냈다. 있지도 않은 일을 기억해낸 것이다.


이런 경우는 주변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피의자 심문 단계에서 조사자가 일어나지 않았던 사실을 집중추구할 경우, 피의자가 거짓자백을 하는 현상도 같은 맥락이다. 피의자는 자신이 혐의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집중추구를 당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원래 기억과 조사관의 말을 헷갈리게 된다. 결국 피의자는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잘못 기억하게 된다.

심리학 연구결과는 중요한 교훈을 내포하고 있다. 거짓말은 듣는 사람의 장기 기억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거짓말로 인해 자신이 입는 손해

그럼 본인의 경우는 어떨까? 본인은 자신이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무엇이 사실이고 거짓인지 분명 알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거짓말을 하는 당사자는 코이케 류노스케의 말처럼 자신의 기억 사이에서 혼란을 겪지 않을 것이다. 정말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코이케 류노스케의 말이 정답이다. 거짓말 하는 사람도 자신의 거짓말로 인해 기억이 왜곡될 수 있다.

2004년 Psychological Science에 실린 심리학 연구를 살펴보자[각주:1]. 이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시각적으로 생생한 상상을 실제 봤던 것처럼 착각하는 현상을 관찰했다. 그들은 이 현상을 유도하기 위해 참가자에게 다음과 같은 실험 절차를 사용했다.




학습 단계에서 참가자중 절반은 Word+Picture, 나머지 절반은 Word Only 조건에 할당되었다. 단어는 글자 또는 음성으로 제시되었다. 단어와 그림이 함께 나오는 경우 단어가 제시된 후 단어와 일치하는 그림이 제시된다. 반면, 단어만 나오는 조건은 그림이 제시되지 않는다.
참가자들은 이런 단어쌍 수백개를 본 다음 테스트를 거친다. 이 테스트는 특정 단어를 보여준 뒤, 이 단어에 해당하는 그림을 학습 단계에서 본 적이 있는지 물어본다.

인간은 단어를 듣고 단어에 해당하는 시각적 이미지를 상상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인간이 상상한 것과 실제경험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고 가정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참가자들은 단어만 제시되었던 경우에도 그림까지 봤다고 잘못 기억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실험 결과, 예상대로 사람들은 상상과 진실을 잘 구분하지 못했다. 단어만 보여준 경우, 사람들이 그림까지 봤다고 답한 경우가 전체 문항의 27%나 되었던 것이다. 반면 학습 단계에서 단어, 그림을 모두 보여준 적이 없는 새 단어의 경우 오류율은 6%에 그쳤다. 따라서 상상을 진실로 착각한 경우가 상상하지 않은 경우보다 오류율이 4배나 높은 것이다.
연구자들은 상상과 진실을 착각하는 현상이 뇌의 어떤 부위와 관련있는지 알아봤다. fMRI 결과, 전대상회, precuneus regions, right inferior parietal area가 이 현상과 관련있었다. 반면, 정확한 기억의 경우 left inferior prefrontal 영역의 활성화가 두드러졌다.

결국, 사람은 자신이 시각적으로 상상한 것과 실제 있었던 일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비록 시각적 상상에 국한된 연구이긴 하지만, 이를 통해 거짓말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거짓말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거짓 사실을 머리 속에서 상상하게 된다. 그리고 이 상상이 뚜렷하면 뚜렷할 수록, 거짓말 하는 당사자의 원래 기억은 왜곡된다. 결국, 자신이 한 거짓말에 자신이 속아넘어가게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진리에는 변함이 없다. 불망어라는 계명을 지키는 것은 타인뿐 아니라 자신의 기억을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것 같다.

필자는 '생각 버리기 연습'의 저자가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일 때마다 매번 감탄한다.
  1. Gonsalves, B., Reber, P. J., Gitelman, D. R., Parrish, T. B., Mesulam, M.-M., & Paller, K. A. (2004). Neural evidence that vivid imagining can lead to false remembering. Psychological Science, 15, 655–660. [본문으로]
성균관대 이정모 교수님이 배포용으로 제작하신 인지과학 개론 PDF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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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심리학  (0) 2011.10.31

글: 인지심리 매니아

페이스북을 통해 어떤 이성을 알게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한 동안 온라인으로 연락하며 지내다가 실제로 만났다고 치자. 약속장소인 XX까페에 가서 그 사람이 어디 앉아있는지 찾기 시작한다. 단서라고는 온라인에서 봤던 그 사람의 사진첩이 전부다. 만약 당신이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만나고자 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거의 대부분 실패할 것이다.


1. 사진은 실물을 반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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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소녀시대를 모르는 외국인이라고 가정하고 네 장의 사진들을 유심히 보자. 나중에 길거리에서 우연히 태연을 본다면, 이 여성이 사진 속 여성과 동일인물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우리는 특정 인물의 사진들이 그 사람의 Identity를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처음 보는 사람인 A의 사진들을 연속해서 봤다면, 우리 뇌에는 A라는 인물이 머리 속에 표상되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A의 사진들을 봤는데 B라는 인물이 머리 속에 표상될 수도 있다. 즉, 실물과 사진을 통해 형성된 표상이 불일치할 수 있다. 특히, 사진 속 인물이 처음 본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최근 Cognition에 재미있는 논문[각주:1]이 실렸다. 이 논문의 연구자들은 첫번쨰 실험에서 영국 참가자들에게 네덜란드의 유명인사 2명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각 인물 당 20장의 사진을 보여주었으므로 참가자는 총 40장의 사진을 보게 된다. 그 다음 참가자에게 사진을 인물별로 묶어보라고 지시했다. 만약 참가자가 (처음보는)사진들을 통해 사진속 인물의 Identity를 정확히 식별했다면, 사진들을 2개의 그룹으로 묶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평균 7.5개의 그룹으로 사진을 분류했다. 두 인물을 찍은 사진인데 7명의 사진들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똑같은 사람의 사진이라도 헤어스타일이나 광원에 따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참가자와 달리, 네덜란드 사람들은 동일한 실험에서 사진을 정확히 두 그룹으로 묶었다. 이건 당연한 결과다. 김태희와 전지현 사진이 서로 섞여 있다고 생각해보자. 우리 나라 사람들은 사진을 인물별로 금방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 사람들은 구분을 못 할 수도 있다. 처음 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국 연예인의 사진을 정확히 분류할 수 있었지만, 네덜란드 연예인을 잘 모르는 영국 사람은 두 사람의 사진들을 7명의 사진으로 분류해 버린 것이다.

이 논문의 첫번째 교훈은 다음과 같다.
만약 나와 안면이 없는 사람의 얼굴을 그 사람의 사진첩만으로 파악해야 한다면, 그만두는 것이 좋다. 페이스북 사진첩만 보고 사람을 덥석 만나러 가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다. 인간은 사진만으로 인물의 정확한 표상을 그려낼 수 없는 것 같다.

2. 잘 나온 사진의 효과

원판 불변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잘 생긴 사람은 사진이 못 나와도 잘 생겼고, 못 생긴 사람은 사진이 잘 나와도 못 생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못 생겨도 사진이 잘 나오면 괜찮게 보이지 않을까? '원판'과 '뽀샵' 중 어느 것이 사진의 매력도에 큰 영향을 미칠까?

이 논문의 저자들은 마지막 실험에서 참가자에게 특정 인물들을 사진을 보여준 후, 매력을 평가하게 했다. 참가자들은 네덜란드의 유명인물 20명의 사진을 본다. 각 인물 당 총 20장의 사진이 제시된다. 참가자는 각 사진을 본 다음 매력있음/매력없음을 판단한다.

분석 결과, 사진의 매력도는 '인물' 뿐만 아니라 '사진'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Rank-Identity r은 사진 속 인물과 매력도(순위별로 정렬)의 상관을 나타낸다. Rank-Image r은 각 사진과 매력도(순위별로 정렬)의 상관을 나타낸다. Fisher's z 점수는 두 분포가 얼마나 차이를 보이는지 말해준다. 두 분포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p<.01 (자세한 분석 방법은 논문 참조)

결국, 매력도는 잘 생기고 못 생긴 사람의 얼굴에 큰 영향을 받지만, 사진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는 것이다. 못 생긴 사람도 사진이 한번 잘 나오면 괜찮게 보일 수도 있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이 논문의 두번째 교훈은 다음과 같다
못 생긴 자여, 사진을 수 없이 찍어라. 그리고 그 중에 잘 나온 사진을 끊임없이 페이스북에 올려라. 당신의 매력도를 무한히 증가시켜줄 것이다.

인지심리학 연구에 주는 함의
이 논문은 기존 얼굴 재인 연구의 방법론에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기존 연구들은 인물 간의 변산만을 고려했다. 참가자가 얼굴을 식별하는 기준은 '인물'이었다. 즉, A 사진을 A로, B 사진을 B로 구분하느냐가 관심사였다.
하지만 이번 논문은 인물 내의 변산이 얼굴 재인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같은 인물이라도 사진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연구 결과에 인물 내 변산이 포함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이 변산을 통제하려면 사진에 대한 '친숙성'이 도움이 될 수 있다(물론 실험에서 친숙성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1. Jenkins, R., et al. Variability in photos of the same face. Cognition (2011), doi:10.1016/ j.cognition.2011.08.001 [본문으로]



출처: Wired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스티브 잡스의 일화들은 그가 화를 잘 내며, 그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사람에게 날카로운 비판을 한다고 묘사한다. 몇 달 전, 아담 라신스키는 포춘지 기사를 통해 1 Infinite Loop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묘사했다. 이 기사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2008년 여름, 애플은 3G iPhone을 처음 출시했다. 이와 동시에 애플은 MobileMe를 선보였다. MobileMe는 휴대폰과 이메일을 동기화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MobileMe은 쓸모가 없었다. 사용자들은 이메일이 사라지거나, 동기화 시 오류가 발생한다고 불평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새 아이폰을 선택했지만, MobileMe에 대해서는 혹평을 했다.

스티브 잡스는 이런 쓸모없음을 용납하지 않았다. 출시 이벤트 직후, 그는 MobileMe팀을 애플 건물 Building 4의 Town Hall auditorium으로 소환했다. 그 미팅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잡스는 까만 터틀넥에 청바지를 입고 손을 꽉 움켜쥔 체 걸어들어와서 한가지 질문을 했다고 한다.

"MobileMe가 무엇을 위해 만들어 졌는지 누가 이야기 좀 해 줄래요?" 누군가가 답변을 하자마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So why the fuck doesn't it do that?"

이후 30분 동안 잡스는 사람들을 몹시 꾸짖었다. "당신들은 애플의 명성을 더럽혔습니다." 그는 말했다. "우리는 우리 명성을 떨어뜨리는 자를 증오해야 합니다." 대중적인 망신이 잡스를 더욱 열받게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gadget 컬럼니스트인 Walt Mossberg는 MobileMe를 혹평했다. "우리 친구인 Mossberg는 더 이상 우리에게 좋은 기사를 써 주지 않을 겁니다."라고 잡스는 말했다. 잡스는 그 자리에서 새 임원을 임명했다. 

잔인하다.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분노는 잡스의 경영 전략에서 항상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실패와 직면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았고 부정적 피드백에도 불러서지 않았다. 그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회사 내에 퉁명스러운 문화가 스며들게 했다. 애플의 디자이너인 Jonathan Ive는 그룹 미팅의 모토가 "잔인하게 비판적'이었다고 말했다.

언뜻 보면, 분노와 비판의 조장은 좋지 않은 생각 같아 보인다. 우리는 그룹 협업 시 손발이 잘 맞고 서로 인정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왔고, 항상 긍정적인 자세를 강조했다. 브레인스토밍을 예로 들어 보자. 브레인스토밍은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테크닉이다. 광고 회사인 BBDO의 창업 파트너인 알렉스 오스본은 1940년대 후반 브레인스토밍의 장점을 그의 베스트셀러에서 잘 설명했다. (그는 브레인스토밍이 집단의 창의적 결과물을 두 배로 증가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 비판의 부재라고 말했다. 오스본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 받을 부정적 피드백을 염려할 경우 브레인스토밍에 실패한다. "창의성은 아주 미묘해서 칭찬을 통해 피어나는 꽃과 같습니다. 반면 좌절은 꽃을 시들게 만듭니다." 오스본은 Your Creative Power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것이 큰 실수일수도 있다. 스티브 잡스는 그의 실망이나 불만을 숨기지 않음으로써 무언가 효과를 봤을 수도 있다. Matthiis Baas와 Carsten De Drue는 최근 The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에 새로운 논문을 소개했다. 그들의 첫번째 실험은 간단하다. 이 실험은 분노가 창의적 과제에서 "구조화되지 않은 생각(unstructured thinking)"을 촉진함을 보여줬다. 두번째 실험은 자연 환경을 개선하는 방안을 브레인스토밍하기 전에 의도적으로 참가자의 분노를 유발했다. 이번에도 분노를 느낀 참가자는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물론 이는 분노가 만병통치약이거나 현명함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첫째, 분노는 소진적이고 "자원을 고갈"시킨다. 화난 참가자가 초반에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았지만, 그들의 수행은 급격히 떨어졌다. 아이디어 생성 세션이 끝날 무렵에 그들은 다른 사람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따.

왜 분노가 상상력에 영향을 미치는 걸까? 그 해답은 아직 불분명하다고 생각한다. - 우리는 기분이 인지에 미치는 영향을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분노가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면 피상적인 자유 연상을 뛰어넘어서 보다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다. 반면, 기분이 좋거나 중립인 상태라면 친숙하지 않은 가능성을 생각해야 할 인센티브가 없고,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일 떄 생기는 위험성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 비판의 부재는 우리를 항상 같은 자리에 머물러있게 한다. 그래서 분노는 우리로 하여금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의 핵심은 부정적 기분이 놀라운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슬픔을 경험한 참가자는 창의적 생성 과제에서 수행이 저조했다. 하지만 기존 연구는 슬픔이 창의성을 지속시켜서 오랫동안 노력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즉, 우울이 단기적으로는 나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Modupe Akinola의 "The Dark Side of Creatvity"라는 최근 논문을 생각해 보자. 실험 설정은 매우 영리했다: 그녀는 참가자에게 자신의 원하는 직업에 대해 짧은 발표를 하게 했다. 학생들은 무선적으로 긍정적 또는 부정적 피드백 조건에 할당되었다. 긍정적 조건의 경우 발표할 때 청중이 웃거나 고개를 끄덕였고, 부정적 조건의 경우 청중이 인상을 찌푸리거나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발표가 끝난 다음, 참가자들은 풀과 종이, 펠트를 이용해 콜라주를 만들었다. 그 다음 전문 예술가가 이 콜라주를 창의성의 여러 측면에서 평가했다.

피드백은 참가자의 기분에 영향을 미쳤다. 발표 때 미소를 봤던 사람은 발표 직후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인상을 찌푸렸을 때는 반대의 효과가 나타났다. 재미있는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부정적인 피드백 조건의 참가자가 콜라주를 더 예쁘게 만든 것이다. 그들의 분노가 더 나은 예술을 낳았다. Akinola는 슬픔이 참가자로 하여금 자신에게 집중하게 만들었으며, 창의적 도전에 더 매달리게 만들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젼 연구는 부정적 피드백이 뒤이은 노력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보였다. 이 경우 과제가 너무 어렵게 지각되지 않아야 한다(Locke & Latham, 1990). 이는 부정적 경험이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경우와 일치한다. 부정적 정서는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추가적인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대조적으로, 창의성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긍정적 기분을 겪으면 창의적 과제가 달성되었으며 더 이상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해서, 이 데이터는 조금 우울하다. 나는 오스본이 믿었듯이 즐겁고 자유로울 때 잘 돌아가는 뇌를 가진 것 같다. 불행히도, 우리 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스탠드업 코미디는 insight puzzle의 수행을 향상시킨다. 행복이 전혀 쓸모없는 건 아니다.)
나는 작가인 J.M Coetzee의 말이 정말일까봐 걱정된다: 예술을 낳을 때는 항상 고통으로 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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