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로 가든 중간만 가면 된다


- 우리 아버지



글 : 인지심리 매니아


필자는 고등학생 시절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을 읽은 적이 있다. 책 속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덕목이 넘침과 모자람의 중간에 자리잡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나이 어린 필자로서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었다. 덕목이란 넘칠수록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즐거움을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도덕적 이상을 쫓을수록, 더 많이 배울수록 행복해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통찰력에 감탄하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학식이 타인보다 뛰어난 사람이 더 행복한 것도 아니고, 부자가 다른 사람보다 더 행복한 것도 아니었다. 즐거움이 지나쳐서 스스로를 망치는 사람도 있었고, 지나치게 착하거나 영리해서 손해를 보는 사람도 있었다. 바람직한 덕목일지라도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아담 그랜트(Adam Grant)와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는 2011년에 발표한 논문[각주:1]에서 덕목(Virtue)이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비단조적(nonmonotonic)’ 패턴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돈이 행복에 미치는 효과가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을 따른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성실성 같은 덕목도 동일한 법칙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다소 충격적이다. 저자들은 일반인 뿐만 아니라 긍정심리학자들마저 가치있게 여기는 덕목들이 각각 어떤 부작용을 갖고 있는지 나열하고 있다.


지식의 해로움

지식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저자들이 인용한 한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각 기업의 관리팀이 받는 학습 오리엔테이션의 정도와 직무 수행의 관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 지나치게 집중적인 학습 오리엔테이션의 경우 직무 수행과 부적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비단 기업에서만 이런 부작용이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지식이 많은 학자는 일반인보다 문제를 더 잘 해결하고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까? Tetlock에 의하면, 개방성과 인지적 유연성이 뛰어난 사람은 미래를 예측할 때 발생 확률이 낮은 결과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또,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문제 해결 시 전통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용기(성실성)의 해로움

용기(Courage)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용기와 일맥상통하는 강점 중 하나인 ‘연습(practice)’(저자의 분류에 따르면)을 예로 들어 보자. 연습은 많이 할수록 좋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Langer 등의 연구에 의하면 지나친 연습은 유연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기술 향상을 위한 효율적 방법을 터득하기 힘들 수도 있다.

용기의 또 다른 강점인 ‘성실성(conscientiousness)'도 마찬가지다. 성실성이 지나치면 세부적인 사항에 지나치게 몰두할 위험이 있고, 적절한 시기(예, 노력해도 목표를 이룰 수 없거나 노력할 필요가 없을 때)에 목표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인간미의 해로움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도 지나치면 좋지 않다. Windsor 등(2008)의 연구에 의하면 자원봉사 시간이 연간 800시간을 초과할 경우 삶의 만족도가 줄어들 수 있다. 저자들은 긴 봉사 시간이 본인에게 짐이 되거나, 봉사 활동으로 인해 다른 의미 있는 일에 투자하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고 추측한다.

공감(Empathy) 능력이 높은 사람은 행복할까? 공감 능력이 지나치면 큰 스트레스를 겪기 쉽고 오히려 친사회적 행동을 할 확률이 줄어든다(Eisenberg, 2000). 타인의 고통에 지나치게 공감하는 사람의 일상을 상상해 보면, 이런 부작용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충성심의 해로움

자기가 속한 집단에 협조하려는 마음도 지나치면 좋지 않다. ‘충성심(Loyalty)’을 예로 들어보자. 충성심이 지나친 직장인들은 조직의 비윤리적인 관행을 묵살하기 쉽다. 또 지나치게 충성스러운 조직은 조직 내 갈등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발전에 도움이 되는 갈등조차 피하려고 한다. 



원인

수많은 윤리가와 일반인들이 칭송하던 덕목도 지나치면 독이 되는 이유는 뭘까? 저자는 각 덕목이 비단조적 효과를 갖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덕목 간 충돌

첫 번째 원인은 서로 독립적인 덕목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존 관습을 지키려는 보수성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개방성은 각각 독립적인 덕목이며, 각 덕목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관계를 가진다.  결국 한 가지 덕목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이 덕목과 상충되는 다른 덕목을 지킬 수 없게 되면서 행복 등의 지표가 하강하게 되는 것이다.


긍/부정 효과의 크기와 범위의 차이

두 번째 원인은 한 가지 덕목이 가져오는 긍정과 부정적인 효과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식사량과 즐거움에 관계를 예로 들어보자. 초반에는 식사량에 비례해서 즐거움도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배가 부르기 시작하면 즐거움이 증가하는 속도는 줄어든다. 반면 배가 부르기 시작하면서 느끼는 더부룩함 등 불쾌함은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 따라서 두 긍-부정적 효과의 합은 비단조적 곡선(특히 뒤집어진 U자 곡선)의 형태를 띄게 된다. (아래 그림은 의사결정 시 대안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이득과 손실이 각각 다른 형태의 곡선을 그리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결국 의사결정의 만족감(이득+손해)은 뒤집어진 U자 곡선 형태를 띄게 된다)


사진 : 논문에서 인용




단일한 비단조적 효과

세 번째 원인은 덕목 자체가 비단조적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정관념 위협(stereotype threat) 연구를 예로 들어보자. 연구자들은 남녀 참가자를 대상으로 고정관념 위협(여자는 수학을 못한다)을 일으킨 다음 수학 문제를 풀게 했다. 실험 결과 고정관념 위협을 받은 여성 참가자는 쉬운 문제를 잘 푼 반면 어려운 문제를 잘 풀지 못했다. 과제 수행에 대한 동기가 상승하면(여성들은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 문제를 잘 풀려고 마음먹었을 것이다) 노력도 증가하지만 주의력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는 상대적으로 잘 풀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는 관찰 변인인 '주의력의 폭' 자체가 비단조적 패턴을 보이는 경우며, 위와 같은 현상이 덕목 간 충돌이나 긍부정 효과의 크기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결론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다. 시중 서점에 진열된 책이나 매년 쏟아져 나오는 심리학 논문들은 한 가지 덕목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들의 조언을 믿고 그 덕목만을 지나치게 고집하면 부정적인 결말을 맞을 수도 있다. 어쩌면 ‘중용'이라는 단어는 지나쳐도 부작용이 없는 유일한 덕목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1. Grant, A. M., & Schwartz, B. (2011). Too Much of a Good Thing The Challenge and Opportunity of the Inverted U.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6(1), 61-76. [본문으로]


Image : BPS Research Digest



글 : BPS Research Digest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2012년 미국 연구진은 사람들이 제 2외국어를 사용할 경우 손실 회피를 덜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손실 회피(Loss Aversion)란 동일한 결과일지라도 손실로 표현될 경우 회피 경향이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특정 백신을 접종할 경우 60만명 중 20만명이 생존한다는 진술과 60만명 중 40만명은 죽는다는 진술은 결과적으로 같지만 사람들은 후자처럼 표현된 경우 선택을 기피한다. 미국 연구진은 사람들이 제 2외국어를 사용할 경우 보다 이성적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Albert Costa와 동료들은 이 ‘외국어 효과’의 한계를 알아보고자 했다[각주:1]. 연구자들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외국어로 의사 결정을 하는 만큼, 언어가 의사 결정에 미치는 효과를 알아보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7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 대부분은 스페인어가 모국어지만 수업 시간에는 영어를 사용하는 학생들이었다. 그 외에 몇몇 아랍계 학생(히브리어를 제 2외국어로 사용)과 영어 원어민(스페인어를 제 2외국어로 사용)도 실험에 참여했다.


코스타의 팀은 참가자에게 손실 회피나 기타 불확실한 형태의 의사 결정을 내리도록 지시했다. 엘스버그 패러독스(Ellsberg Paradox)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단지에서 꺼낸 공이 빨강(질문 1) 혹은 검정인지(질문 2) 맞추면 보상을 받았다. 참가자는 두 개의 단지 중 하나를 선택해서 공을 뽑게 된다. 첫번째 단지는 검정 혹은 빨간 공이 나올 확률이 50%인 반면, 두번째 단지는 확률을 알 수 없었다. 엘스버그 패러독스란 사람들이 두 질문에서 모두 첫번째 단지를 선호하는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이는 이름처럼 모순이다. 질문 1에서 첫번째 단지를 선택했다면 “두번째 단지의 빨강 확률은 50% 이하”라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질문 2에서 첫번째 단지를 선택했다면 “두번째 단지의 검정 확률은 50% "이라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결국 두번째 단지는 빨간 공과 검정 공의 추출 확률이 모두 50% 이하가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이 의사 결정 과제를 외국어로 수행한 경우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이 줄어들었다. 보통 이런 유형의 과제는 정서적 요소 - 불확실과 손실에 기인한 공포 - 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비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쉽다. 하지만 외국어를 사용하면 정서적 요소의 영향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보다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약 이 설명이 맞다면 정서적으로 중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경우 외국어의 효과는 줄어들거나 사라질 것이다. 실험 결과 이는 사실이었다. 예를 들어, 참가자들은 인지적 판단을 내리는 몇 가지 테스트를 거쳤다. 이 테스트에는 “만약 5대의 기계가 5개의 키보드를 만드는 데 5분이 걸린다면, 100대의 기계가 100개의 키보드를 만드는 데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까?”와 같은 질문들이 포함되어 있다. 만약 이 질문에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대답한다면 정답을 맞출 수 있겠지만, 직관적으로 대답했다면 틀리기 쉽다. 실험 결과 이런 테스트에서는 외국어가 미치는 효과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코스타와 동료들은 보다 많은 실험을 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인지적 유창성이나 인지 부하와 같은 다른 요인들이 실험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아무튼 이번 결과는 정서적 요소가 포함된 의사 결정 시 외국어 사용이 이성적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Reference

  1. Costa A, Foucart A, Arnon I, Aparici M, and Apesteguia J (2014). "Piensa" twice: on the foreign language effect in decision making. Cognition, 130 (2), 236-54 PMID: 24334107 [본문으로]



글 : 인지심리 매니아


R은 텍스트나 엑셀 , SPSS 데이터 등 다양한 자료를 읽을 수 있다. 하지만 파일을 불러오려면 저장 경로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있다. 그래서 필자는 엑셀에서 데이터를 복사한 다음 붙여넣기 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그러면 복사한 데이터는 어디에 붙여넣어야 할까? 프롬프트 창에? data.entry() 명령어를 써서 스프레드 시트를 연 다음 붙이면 될까? 해보면 알겠지만 소용없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간단한 팁을 소개하려고 한다.


첫번째, 자료가 수치형일 경우 scan 함수를 사용해서 붙여넣으면 된다. 먼저 scan 명령어로 해당 변수에 자료를 입력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든 다음, 커서가 ‘1: ‘옆에서 깜박거리면 복사한 데이터를 붙여넣기(Ctrl+V) 한다. 그러면 수치들이 각 행에 자동으로 입력된다. 더 입력할 자료가 없으면 엔터를 눌러서 붙여넣기를 완료한다.


> x=scan()

1: 1

2: 1

3: 0.8

4: 1

5: 0.6

6: 0

…...

37: 1

38: 

Read 37 items


그런데 이 방법은 수치형 데이터를 입력할 때만 사용할 수 있고,  한 ‘열'의 데이터만 옮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만약 아래처럼 (글자를 포함한) 다수의 열로 구성된 데이터를 복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재수강  0.6

재수강  0.8

재수강  1

신규     1

신규     1

.

.


이 경우 read.DIF 명령어를 사용하면 문자형 데이터를 포함한 모든 열을 동시에 불러올 수 있다. R은 이 명령어를 통해 데이터를 Data Interchange Format(DIF)으로 읽어들인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엑셀에서 해당 데이터를 복사(Ctrl+C)한다. 그 다음 read.DIF 명령문을 사용하면 클립보드에 있던 데이터가 변수에 저장된다(데이터를 복사하기 전에 명령문을 입력하면 에러가 난다). 


# 먼저 엑셀 데이터를 복사한 다음, 아래 명령문을 입력한다

> NewX=read.DIF("clipboard", transpose=TRUE)

> NewX

       V1  V2

1  재수강 1.0

2  재수강 1.0

3  재수강 0.8

4  재수강 1.0

5  재수강 0.6

6  재수강 0.0

.

.

.

37   신규 1.0


잠깐, 복사한 자료들을 분석에 사용하라면 NewX라는 자료구조를 attach 명령어로 불러들여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각 변수(V1, V2)의 자료들을 사용할 수 있다.


> attach(NewX)

> V1

 [1] 재수강 재수강 재수강 재수강 재수강 재수강 재수강 재수강 재수강 신규  

[11] 신규   신규   신규   신규   신규   재수강 재수강 재수강 재수강 재수강

[21] 신규   신규   신규   신규   신규   신규   신규   재수강 재수강 재수강

[31] 재수강 재수강 신규   신규   신규   신규   신규  

Levels: 신규 재수강



스프레드시트 데이터를 R에 붙여넣기 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혹시 더 좋은 방법을 알고 있을 경우 필자에게 꼭 알려주길 바란다.

 





인간 그 속기 쉬운 동물

저자
토머스 길로비치 지음
출판사
모멘토 | 2008-09-2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의식 깊숙이 파고들어 일상의 삶에 두루 영향을 미치는 미심쩍은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글 : 인지심리 매니아


혹시 이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는가? 필자는 누군가를 떠올리면 그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는 신기한 경험을 종종 한다. ‘예전에 OO랑 참 친하게 지냈는데..’라고 생각하다가 그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란 적이 여러 번 있다. 며칠 전에는 통계와 관련된 개념들을 생각하다가 지인으로부터 통계 관련 문의 전화를 받은 적도 있다. 


확률적으로 발생 확률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 혹자는 ‘텔레파시’가 통했기 때문이라고 믿기도 한다. 그런데, 이 ‘전화 텔레파시'가 사실은 인지적 편향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알고 있는가?


사회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는 자신의 저서 ‘인간, 그 속기 쉬운 동물'을 통해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단면적 또는 양면적 사건으로 구분하고, 단면적 사건의 경우 인지적 편향이 발생하기 쉽다고 주장한다. 단면적 사건이란 결과가 한쪽으로 나올 때만 눈에 띄어서 사건으로 여겨지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샤워만 하면 전화가 온다'고 믿는 사람을 생각해보자. 그 사람은 가설과 일치하는 사례만 기억하고 가설과 부합하지 않는 사례(샤워를 하는데 전화가 안 온 경우)는 망각하기 쉽다. 인간은 자신의 신념, 가설과 일치하는 결과만 잘 기억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사건의 한쪽 결과만 기억하기 쉽고, 발생 빈도도 부풀려서 기억하게 된다.


전화 사례는 단면적 사건의 대표적 예다. ‘누군가를 생각할 때마다 그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온다'라는 믿음을 갖기 시작하면, 가설에 부합하는 사례만 선별해서 기억하기 쉽다. 따라서 사건의 발생 빈도도 실제보다 부풀려서 기억하게 된다. 하지만 누군가를 생각할 때 그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안 온 경우가 훨씬 많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결국, 필자의 전화 사례는 생각보다 빈번하지 않았던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틀어 ‘가려진 정보'를 무시하는 인간의 편향을 지적한다. 인간은 가설을 지지하는 정보(A -> B)만 집중하고, 인과관계를 밝혀줄 다른 정보들( ~A -> B, A-> ~B, ~A -> ~B)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후자의 경우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간과하기가 쉽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세상에서 진실을 가리는 능력을 키우려면 네 가지 정보를 모두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편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과학적 사고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글 : 인지심리 매니아


지난 19일 아침, 필자는 ‘마음과 뇌'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마로니에 공원에서 고등과학원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마음과 뇌'라는 주제를 놓고 강연을 했다. 그 중 흥미로운 내용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글로 적어 봤다(발표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서 글에 오류가 있더라도 이해해 주길 바란다).




고등과학원 '마음과 뇌' 컨퍼런스. 사진 : 인지심리 매니아



첫 시간은 카이스트의 Christopher D. Fiorillo 교수가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연구자들이 뉴런을 연구할 때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또 뇌가 세상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는지 설명하고자 했다.


기존 물리학이나 심리학은 대상을 연구할 때 대상에게 주어지는 input이나 output을 관찰했다(심리학에서는 스키너가 대표적일 것이다). 하지만 발표자는 뉴런을 관찰 ‘대상(object)’로 취급하는 극단적인 입장을 지양하고자 했다. 대신 뉴런을 인간과 같은 ‘관찰자(observer)’로 보는 관점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전달하는 대상이 아닌 주체적 정보처리자로 보자는 것이다. 


따라서 뉴런을 연구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뉴런이 단순한 물체가 아니라면 물리학 실험 같은 기존 연구 방식은 적절치 않을 것이다. 대신, 인간이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뉴런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발표자는 마음 이론(Theory of mind, 인간이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방식에 관한 이론)이 인간 뿐만 아니라 뉴런 연구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발표자는 뇌라는 물리적 구조물이 어떻게 다른 물리적 구조물(예,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지 설명했다. 뇌는 환경으로부터 정보(확률)를 얻고 이를 통해 예측, 추론을 하며, 이런 정보처리 방식은 베이지안적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더불어 그는 인간의 뇌를 구성하는 뉴런이 각각의 관찰자 역할을 담당하며, 결국 뇌는 수많은 관찰자가 정보를 포착,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최적의 의사 결정을 수행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점심 식사 후 재개된 오후 강연은 컬럼비아 대학의 Hakwan Lau 교수가 발표를 맡았다. 발표자는 인간의 메타 인지(metacognition)의 불완전성, 메타 인지의 영역특수성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설명하고자 했다. 


그가 인용한 한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시각 또는 단어 기억 과제를 낸 다음, 참가자들의 메타인지를 측정해서 d’(신호탐지이론을 참고할 것)을 계산했다. 분석 결과 시각과 기억 점수 간 상관이 발견되었다. 이는 메타인지가 영역 일반적임음을 증명해주는 듯 하다. 하지만, 뇌영상 결과는 두 과제에서 다른 부위가  활성화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그는 이 결과를 통해 각기 다른 유형의 메타 인지가 존재할 수 있음을 주장했다.


다양한 종류의 메타 인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필자에게 다소 혼란스러웠다. 바우마에스터는 의지력이나 통제력이 단일한 resource에 기반하며 영역 일반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는 주의력이 영역 일반적이라는 연구 결과들도 알고 있다. 따라서 이런 사실들을 메타 인지에도 자연스럽게 유추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던 셈이다.




마지막 발표자인 옥스포드 대학의 Neil Levy 교수는 강연을 통해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결정론적 관점을 반박하고 인간의 자율성을 강조하고자 했다.


최근 인간의 자유 의지가 뇌의 발화에 따른 현상일 뿐이며, 우리 행동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조명을 받고 있다. 그러나 발표자는 이를 반박하는 연구 자료를 통해 자유 의지가 위협받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자유 의지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던 리벳(Libet)의 연구를 예로 들어보자. 리벳은 Readiness potential(RP)이 행동을 취하려는 의도보다 먼저 일어난다는 점을 들어 인간의 자유 의지를 의심한다. 그러나 RP는 행동이 일어나지 않을 때 관찰되기도 한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RP는 무선적으로 발생하기도 하며, RP가 의지 또는 예상된 행동과 상관 관계가 없다는 결과도 있다.


결국 행동에 대한 자발적 의도를 지각하기 전에 뇌의 발화가 선행했다는 사실만으로 자유 의지를 부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발표자는 신경과학연구가 인간의 자유 의지를 부정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벗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식 액센트에 유독 약한 필자의 영어 실력 때문에 발표 내용을 모두 이해할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자유의지’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Image : Ulterior Motives



글 : Ulterior Motives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고등학생들은 자신이 수강하게 될 과목에 대해 불평을 자주 한다.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할 과목은 많고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은 적기 때문이다. 선택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학습 동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학에 진학하자마자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이 너무 많아서 결정을 내릴 수 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과목과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과목 중 어느 것이 학습 동기나 성취에 좋을까?


Erika Patall, Breana Sylvester, Cheon-woo Han은 2013년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에 실린 논문[각주:1]에서 이 문제를 연구했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선택이 동기나 수행에 미치는 영향은 자기 능력에 대한 믿음에 따라 달라진다. 전문가의 경우 자신이 할 일을 선택할 수 있을 때 동기가 부여되는 반면, 초보자는 자신의 할 일이 미리 정해져있을 때 동기가 부여될 것이다.


한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에게 알파벳을 준 다음, 이를 이용해서 가능한 한 많은 수의 단어를 만들어보라고 지시했다. 참가자들은 이 단어 게임을 하기 전 언어 능력 평가를 받았는데, 그들 중 일부는 자신의 점수가 상위권 또는 하위권이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이 피드백은 참가자가 단어 게임에 대해 느낄 자신감에 영향을 주기 위해 일부러 조작된 것이다.


참가자 중 일부는 두 개의 단어 게임(Text Twist 또는 Boggle)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었고, 난이도(상 중 하) 및 게임 시간도 선택할 수 있었다. 반면 다른 참가자들은 아무 게임에나 무선적으로 배정되었다. 


참가자는 자신이 이 게임을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지, 게임에 대한 성공 동기는 어느 정도인지 평가한 다음 게임을 시작했다(사실 참가자들이 하는 게임은 어느 것을 선택했던 동일하다). 게임이 끝난 후 참가자는 게임을 완료하기 위해 얼마나 동기부여가 됐는지, 게임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평가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조작은 성공적이었다. 언어 능력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들은 참가자들은 자신이 단어 게임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자기 능력을 높게 지각한 참가자는 자신이 게임을 선택할 수 있을 때 더 동기부여가 됐다. 반면, 자기 능력을 낮게 지각한 참가자는 자신이 할 게임이 미리 정해져 있을 때 동기부여가 됐다. 


이 패턴은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내리는 판단을 반영하고 있다. 아마존의 메카니컬 터크(Mechanical Turk)를 이용한 서베이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특정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경우 또는 주어진 직업에 배정되는 경우 중 하나를 선택했다. 설문 결과, 해당 업무에 대한 자신감이 있던 참가자들은 선택이 가능한 경우를 선호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집단을 관리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유용한 정보다.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동기를 부여하려면 그들이 가진 자기 효능감에 상응하는 자유를 주는 게 중요하다. 자신이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집단에게는 선택권을, 초보자라고 생각하는 집단에게는 정해진 과제를 주는 게 좋다. 


Reference

  1. Patall, E. A., Sylvester, B. J., & Han, C. W. (2014). The role of competence in the effects of choice on motivation.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50, 27-4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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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인지심리 매니아


타인의 의견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고 나면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자신이 보기엔 예쁜 옷인데 다른 사람들이 별로라고 말했다면 옷을 입고 나가도 불편한 마음이 든다. 혹 다른 사람들이 반대하는 직업이나 인생을 추구하고 있다면 타인의 걱정 어린 조언이 항상 머리 속을 맴돌 것이다. 타인의 말에 개의치 않는 강심장은 드물다. 심리학자 애쉬는 동조 실험을 통해 이런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적이 있다. 


의사 결정에서 타인의 신념을 무시하기 힘든 이유는 뭘까? 아마 타인의 신념을 따르면 이득을 얻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부모님, 친구 같은 주위 사람의 조언을 들음으로써 수많은 도움을 받는다. 물건을 고르는 일에서부터 장래 결정까지 타인의 조언은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준다. 이런 이점 때문에 타인의 조언에 자동적으로 마음이 가기 쉬운 것이다.


새 연구[각주:1]는 이 주장이 과학적으로 타당한지 알아보고자 했다. 연구자들은 인간이 타인의 신념을 자동적, 무의식적으로 따르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타인의 견해와 다른 의사 결정을 내릴 때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연구자들은 참가자에게 일련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이 영상에는 두 개의 물체(사각형과 공)가 등장한다. 두 물체는 긴 직사각형 뒤로 숨었다가(1단계) 다시 나타난다(2단계). 참가자뿐만 아니라 화면 속에 등장한 인물(관찰자)도 이 장면을 함께 목격한다. 이 때, 연구자들은 참가자의 믿음과  관찰자의 믿음이 어긋나도록 조작해봤다. 두 물체는 2단계에서 서로 자리를 바꾸거나 다시 숨는다. 하지만 관찰자가 자리를 비운 3단계에서 공들이 다시 나타나서 또 다시 자리를 바꾸기도 한다(Condition 2). 관찰자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하므로 4단계의 정답과 관찰자의 믿음은 불일치할 것이다.  반면 Condition 3의 경우 정답이 참가자의 예상과 반대되므로 오히려 3단계를 보지 못한 관찰자의 믿음과 정답이 일치한다. 



Image : 논문에서 인용



4단계에서 참가자들은 공이 있는 쪽으로 이동하라는 지시에 따라 마우스를 움직이게 된다. 마우스를 움직이면 그와 동시에 직사각형이 사라지고 두 물체가 나타난다. 만약 참가자가 잘못된 방향으로 마우스를 움직이고 있었다면 목표를 수정해서 마우스를 공쪽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연구자들은 참가자가 마우스를 처음 움직인 시간과 마우스의 궤적을 컴퓨터로 기록한 다음 분석에 사용했다.


실험 결과, 관찰자의 신념을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은 참가자(Implicit Group)도 관찰자의 신념에 영향을 받았다. figure 2 A에서 Implicit Group의 결과를 살펴보자. False Belief는 참가자가 정답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다. 직사각형 B부분을 확대한 그림(왼쪽 하단)을 보면, 자신이 오답을 알고 있더라도 관찰자(agent)가 정답을 알고 있던 경우 마우스가 공쪽으로 가까이 접근했음을 알 수 있다. 참가자가 관찰자의 신념을 무의식적으로 염두해 두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Image : 논문에서 인용


연구자들은 인간이 타인의 신념을 따를 때 의식적 시스템 뿐만 아니라 자동적 시스템을 함께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위 결과는 자동적 시스템이 작동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타인의 주장에 자동적으로 영향을 받으며 산다. 타인의 의견을 따라 자신의 마우스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체 말이다. 



  1. van der Wel, R. P., Sebanz, N., & Knoblich, G. (2014). Do people automatically track others’ beliefs? Evidence from a continuous measure. Cognition, 130(1), 128-133. [본문으로]


Image : http://www.sophia.org/tutorials/interpreting-vocabulary-in-context



글 : 인지심리 매니아


우리는 단어 암기에서 ‘맥락(context)’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유명한 영어 강사들의 강의를 듣다 보면 단어를 문장과 함께 통째로 외우라는 조언을 한번씩 들을 수 있다. 시중에 나온 영단어 암기장도 이런 통념을 반영하듯 단어를 문장 속에 포함해서 수록한다. 책 제목에도 ‘통암기'라는 문구를 삽입한다.


한편, 인지심리학에서 말하는 ‘정교화(elaboration)' 원리도 맥락의 중요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정교화란 주어진 정보 이외에 부가적으로 연결되는 명제를 생성하는 과정을 말한다. 심리학 관련 연구들은 사람들이 복잡한 문장 맥락에서 단어를 암기했을 때 회상을 더 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반적인 속설이나 심리학 연구를 종합해 볼 때, 맥락은 단어 암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학습 현장에서 정말 효과가 있을까? 네덜란드의 한 연구팀은 실제 학습 현장에서 맥락과 테스트가 단어 기억에 도움을 주는지 알아보고자 했다[각주:1].


연구자들은 자국 언어 중 어려운 단어를 선별해서 네덜란드 초등학생 62명을 대상으로 학습을 실시했다. 학습은 총 7단계로 이루어졌다. 이 때 맥락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단어를 이야기와 함께 또는 단어쌍(ex, baret-muts)으로 제시했다. 또, 테스트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학습 시 단어를 반복 학습하거나 또는 중간에 시험을 보면서 학습하도록 조작했다.


실험 절차

 학습 단계

학습 방식 

 1단계

 단어 제시

 이야기 조건 : 단어를 이야기 속에 포함하여 제시

 단어쌍 조건 : 단어쌍만 제시 (단어-외워야 할 동의어) 

 2단계

 1단계와 동일

 (단어를 화면에 제시하는 점이 다름)

 3단계

 단어쌍 제시 

 4단계

 3단계와 동일

 5단계

 테스트 조건 : 단어쌍 중 일부만 제시. 정답(동의어)를 말해야 함. (ex, baret - ?)

 재학습 조건 : 4단계와 동일 

 6단계

 2단계와 동일

 7단계

 5단계와 동일



학생들은 1주일 뒤 단어 시험을 봤다. 시험은 cued recall 테스트와 선다형 테스트로 구성되었다. cued recall 테스트는 제시된 단어의 동의어를 직접 말하는 방식인 반면, 선다형 테스트는 문장 속에서 강조 표시된 단어의 동의어를 보기에서 고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테스트 결과는 우리의 직관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cued recall 테스트나 선다형 테스트 모두 단어쌍만 봤던 집단의 점수가 이야기 조건보다 높았던 것이다. 



실험 결과표(정확도 점수)

 

 단어쌍 조건

이야기 조건 

 cued recall 테스트

 0.47(0.21)

 0.39(0.19)

 선다형 테스트

 0.83(0.14)

 0.72(0.16)



필자 역시 단어는 문장과 함께 암기하라고 조언했던 사람 중 하나라서 이 결과가 조금 당황스럽다. 하지만 유사한 연구 결과가 상당수 있는 걸 감안할 때,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맥락 효과는 실제 학습 현장에서 효과가 없을 수도 있으며, 추후 연구가 진행될 때까지 결론내리기 어려울 것 같다.



  1. Goossens, N. A., Camp, G., Verkoeijen, P. P., & Tabbers, H. K. (2013). The Effect of Retrieval Practice in Primary School Vocabulary Learning. Applied Cognitive Psychology. [본문으로]


글 : 인지심리 매니아


인간은 환경을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행동한다. 우리는 불을 켜기 위해 스위치를 누르고,. 빵을 사기 위해 가게까지 걸어가고, 돈을 벌기 위해 직장에서 일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행동이 결과를 야기한다는 주관적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를 행위주체감(sense of agency, SoA)이라고 한다.


만약 행위주체감을 잃어버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당신의 행동이 환경에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다고 상상해보자.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거나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빚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삶이 어떻게 변할까? 무엇 하나 자신의 의도대로 돌아가지 않고 만사가 외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면, 그보다 불행한 일이 없다. 행위 주체감을 경험하지 못하는 삶은 지옥이 될 것이다. 


행위주체감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다양하다. 하지만 노력(effort)이 행위주체감에 미치는 영향은 과소평가된 편이다. 인간은 어떤 일에 노력을 기울이면 그에 따라 환경도 변화한다고 생각한다. 이 믿음은 심지어 행위와 결과 간 관련이 없는 경우에도 유지된다. 심리학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인간은 주사위를 던질 때 공을 들이면 자신이 원하는 숫자를 얻을 수 있다고 착각한다. 또, 종교적 의식을 치를 때도 정성을 들일수록 효험이 증가한다고 생각한다(이전 글 참조). 자신의 행동이 환경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노력이 결과를 바꾼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어쨌든, 행위자는 노력을 들이는 과정에서 행위주체감을 경험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멘느 드 비랑(Maine de Biran)은 인간이 ‘노력'이라는 단서를 통해 자신과 환경 간 상호작용을 가늠한다고 말했다.


2013년 Demanet 등은 위와 같은 철학적 주장이 사실인지 알아보기 위해 Intentional Binding(IB) 패러다임을 이용한 연구[각주:1]를 진행했다. Intentional Binding이란 자발적 행동이 감각적 결과를 야기했을 때, 행위자가 두 사건의 시간적 간격을 실제보다 짧게 지각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버튼을 누르고 약 1초 뒤에 ‘삐’하는 소리가 들렸다면, 행위자는 버튼을 누른 시점과 소리가 들린 시점 간 사이를 실제보다 훨씬 짧게 지각한다는 것이다. 기존 연구에 의하면 Intentional Binding는 행위주체감을 반영하는 척도가 될 수 있으며, 이번 연구 역시 IB를 통해 행위주체감을 측정하고자 했다.



실험은 아래 그림과 같이 진행되었다. 참가자는 컴퓨터 화면 상에서 원 운동을 하는 조그마한 점을 응시한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때에 버튼을 누른다. 버튼을 누르면 250ms 뒤에 600Hz의 순음(‘삐’하는 소리)이 들린다. 화면의 점은 버튼을 누른 시점부터 250ms+1,000~2,000ms 까지 원운동을 지속하다가 사라진다. 참가자는 버튼을 누를 당시 점의 위치와 소리가 들린 시점의 점 위치를 클릭하면 된다. 반면 통제 집단의 경우 버튼만 누르거나 순음만 들은 후, 해당 시점의 점 위치를 클릭한다. 그리고 통제 집단의 응답 - 처치 집단의 응답 = 판단 오류 점수를 계산했다.



실험 과정. 논문에서 인용



연구자들은 ‘노력’이라는 요인을 조작하기 위해 라텍스 밴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High effort 집단의 참가자들은 실험을 진행하는 동안 장력이 쎈 라텍스 밴드를 잡아당기고 있어야 한다. 반면, Low effort 집단의 경우 장력이 약한 밴드를 사용했다.



논문에서 인용.



만약 연구자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처치 집단은 통제 집단보다 버튼 누른 시간을 다소 늦게, 소리가 들린 시간은 다소 앞서서 판단할 것이다(IB effect). 또, 장력이 쎈 밴드를 잡아당기고 있던 집단에서 이런 현상이 심해질 것이다(노력을 많이 들일수록 IB effect, 즉 행위주체감이 커질 것이다). 실험 결과는 연구자들의 예상과 일치했다. 



실험 결과. 논문에서 인용



노력은 우리 삶에서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듯 하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든 그렇지 않든,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어쩌면 착각)은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1. Demanet, J., Muhle-Karbe, P. S., Lynn, M. T., Blotenberg, I., & Brass, M. (2013). Power to the will: How exerting physical effort boosts the sense of agency. Cognition, 129(3), 574-578. [본문으로]

글 : Ulterior Motives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사람들은 타인으로부터 지시 받기보다 자유롭게 행동하기를 원한다. 이런 경향은 예술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8세가 지난 사람이라면 (그려진 대로 색칠을 해야 하는) 색칠 공부 책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향은 소비 행위에서도 나타난다. 우리는 자신의 취향대로 개인화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좋아한다.


인간은 자율성을 좋아한다. 하지만 Liyin Jin, Szu-Chi Huang, Ying Zhang이 Journal of Comsumer Research에 게재한 새 논문[각주:1]에 의하면, 자율성이 목표 달성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연구자들은 실험을 위해 지역 요구르트 가게에서 Loyalty program을 진행했다. 구매자들은 공짜 요구르트를 얻기 위해 6종류의 요구르트를 구입해야 한다.(요구르트를 살 때마다 가게에서 나눠준 카드에 도장을 받아야 한다. 도장 6개를 다 모으면 공짜 요구르트를 받을 수 있다 - 역자 주). 구매자들은 두 종류의 카드 중 하나를 받는다. 한 카드는  6개의 요구르트를 정해진 순서대로 구입하고 도장을 받아야 한다.  반면 다른 카드는 순서에 구애받지 않고 도장을 받으면 된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를 목표를 세우는 집단(goal adoption)과 실천하는 집단(goal completion)으로 나누었다.  goal adoption 조건의 경우, 구매자들은 카드를 지급받으면서 ‘카드를 활성화하려면 나중에 가게를 다시 방문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연구자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카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시 오는지 알아봤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자율성을 선호했다. 자율적인 카드를 지급받은 사람 중 30%가 가게를 다시 찾은 반면, 고정된 순서의 카드를 지급받은 사람은 10%만이 가게를 재방문했다.


반면 goal completion 조건의 경우 카드가 이미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이며, 요구르트 6개를 구매하기만 하면 된다. 이 경우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고정된 순서로 구매해야 하는 사람들 중 도장을 전부 모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많았다(16% VS 9%).


(즉, 목표를 정하는 goal adoption 단계(카드를 활성화 한다는 건 공짜 요구르트를 얻기 위해 앞으로 도장을 받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에서는 자율성을, 실제로 목표를 위해 행동을 하는 goal completion단계에서는 고정성을 선호했다는 뜻이다 - 역자 주)


위 수치가 비교적 작은 이유는 이 실험이 실험실에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실험실 연구도 진행했다. 중국 대학에서 진행한 한 연구에서는 참가자에게 유럽 여행 계획을 세우도록 지시했다. 몇몇 참가자는 연구자가 정한 순서대로 여행 준비를 해야 했지만, 다른 참가자는 할 일의 순서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할 일을 다 듣고 난 다음, 참가자들은 이 실험에 참여하고 싶은지 여부를 결정했다. 참여를 결정한 사람은 이 과제가 얼마나 어려울지도 판단했다.


할 일의 순서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었던 참가자 중 85%가 실험에 참여하겠다고 한 반면, 고정된 순서로 지시받은 참가자들의 참여율은 66%였다. 이 차이는 과제의 난이도 평가에서도 나타났다. 자유로운 조건의 사람들이 과제를 훨씬 쉽게 지각한 것이다.


연구자는 다른 집단에게 동일한 과제를 지시해봤다. 하지만 이번에는 참가자에게 실험을 완료하고 싶은지 여부를 묻지 않았다. 대신 과제를 바로 수행하도록 했다. 그 결과 자유로운 조건의 참가자는 그렇지 않은 참가자보다 과제 완료율이 낮았다(53% vs 72%). 또, 자유로운 조건의 참가자들은 과제가 훨씬 어렵다고 응답했다.


이 결과가 무엇을 의미할까?


가끔은 우리의 믿음이 현실과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다. 자율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자율성이 보장되는 대안을 선호한다. 하지만, 실제로 일을 하다 보면 자율성이 과제를 더 어렵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당신이 무언가 선택해야 할 때 과제는 그만큼 더 복잡해진다. 과제에 필요한 행동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다음에 무엇을 할지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에 일어날 상황들을 생각하는 동안 당신은 자율성에 따르는 댓가를 치르게 된다.


이 연구 결과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신에게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당신은 할 일의 순서부터 정하는 게 좋다.


Reference

  1. Jin, L., Huang, S. C., & Zhang, Y. The Unexpected Positive Impact of Fixed Structures on Goal Completion. [본문으로]


글 : 인지심리 매니아


다음 동영상을 잠깐 살펴보자.







다소 어이없는 동영상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당신은 동영상 속 인물들의 의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말 페인트칠을 목적으로 저런 행동을 하는 걸까? 아니면 그저 저런 행동이 재미있어서 하는 걸까? 동영상 속 행위는 페인트칠이라는 외부적 목적(external goal)보다 머리를 흔드는 행위, 즉 행위 자체에 목적(movement-based goal)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왜 동영상 속 행동을 그 자체에 목적이 있다고 생각할까?



가설


Adena Schachner와 Susan Carey는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실험[각주:1]을 진행했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어떤 행동이 외부적 목표를 이루는데 ‘비효율적’인 경우 그 행동은 자체적 목적이 있다고 판단된다. 위에서 봤던 동영상을 다시 떠올려보자. 그들의 행동은 분명 페인트칠을 하기에 비효율적이었다. 만약 페인트칠이 목적이었다면, 페인트칠에 필요한 롤러나 붓을 들고 벽을 미는 게 더 나을 것이다. 따라서 관찰자는 이 행동이 외부적 목적보다 행동 자체에 목적이 있다고 추론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설명도 가능하다. 우선 행위자의 행동이 환경을 변화시키는지 여부를 통해 의도를 파악할 수도 있다. 행위가 목적 달성을 위해 환경을 바꾸는데 실패한다면, 그 행위는 행위 자체에 목적이 있을 수도 있다. 이 가설에 의할 경우, 비록 우스꽝스러운 방법일지라도 페인트를 바르는 데는 성공했다면 그 행위는 외부적 목적을 가졌다고 판단될 것이다. 


또, 행위의 패턴이나 횟수가 반복되면 행위 자체가 목적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 가설이 참이라면, 머리를 휘두르는 행위가 반복될수록 그 행위 자체에 목적이 있다고 판단될 것이다. 



실험


당신은 세 가지 설명 중 어느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가? 그래서 연구자들은 세 가설 중 어느 것이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봤다.


논문의 세 번째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에게 애니메이션 영상을 보여준다.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은 한 손에 별을 들고 있으며 오른쪽에 놓여있는 박스를 향해 이리 저리 점프를 한다. 박스 겉면에는 별 표시가 되어 있다. 참가자들은 이 표시를 보고 주인공이 별을 박스 안에 집어 넣으려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참가자는 조건에 따라 각각 다른 영상을 본다. Toward-only 조건의 경우 캐릭터가 박스를 향해 두번 점프를 한다. 반면, Toward-away 조건의 경우 박스 쪽으로 두번, 반대 방향으로 두번 점프를 한다. 나머지 조건들은 아래 그림을 참조하기 바란다.




출처 : 논문에서 인용


애니메이션을 본 참가자들은 캐릭터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할까? 각 가설에 따라 실험 결과를 달리 예측할 수 있다. 만약  ‘비효율성'이 판단 기준이라면 toward-only 조건을 제외한 4개 조건에서 movement-based goal이라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다른 네 조건은 외부적 목적(별을 박스에 집어넣는다)을 달성하는 데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행위 자체에 목적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만약, ‘환경의 변화'가 판단 기준이라면 Toward-away, Toward-away-toward-away 조건에서 movement-based goal이라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다른 조건의 경우 캐릭터가 박스를 향해 조금이라도 이동했지만(환경을 변화시켰다), 이 조건들의 경우 계속 제자리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만약, 행위 패턴이나 횟수의 반복이 판단 기준이라면, movement-based goal이라고 판단하는 비율은 Toward-only에서 Toward-away-toward-away-toward조건으로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앞뒤로 전진, 후퇴하는 동작이 많아질수록 행위 자체가 목적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출처 : 논문에서 인용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비효율성' 가설이 내놓은 예측과 유사한 반응을 보였다. 즉, Toward-only를 제외한 다른 조건에서만 movement-based goal이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관찰됐다.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이 연구 결과는 인간이 다른 대상의 의도를 파악하는 방식에 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우리는 행동이 외부적 목적 달성에 ‘효율적'인지를 통해 그 의도가 외부적 또는 내부적인지 파악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연구의 또 다른 실험에서 참가자의 일부가 movement-based goal이라고 판단한 행위를 ‘춤'이라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이를 토대로 춤과 movement-based goal 사이의 관련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춤이나 종교 의식같은 고차원적 행위는 그 자체가 목적이다. 따라서 movement-based goal이 고차원적 행위의 개념적 근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크레용팝의 '빠빠빠' 안무를 처음 보고 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펄쩍펄쩍 뛰는 동작이 무언가 의미를 전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심히 보던 끝에 동작 자체가 목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난 다음에야 이 동작이 춤임을 알게 되었다.)



Reference

  1. Schachner, A., & Carey, S. (2013). Reasoning about ‘irrational’actions: When intentional movements cannot be explained, the movements themselves are seen as the goal. Cognition, 129(2), 309-327. [본문으로]




글 : Ulterior Motives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인간성의 흥미로운 측면 중 하나는 ‘높은 도덕적 기준'이다. 우리는 단기적으로 매력적이지만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를 절제함으로써 사회를 지키려고 한다. 예를 들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을 해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모두가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사회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


인간의 도덕적 판단은 이성 또는 정서 중 어느 쪽의 영향을 받을까? 지난 25년 동안 연구자들은 정서가 복잡한 판단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관심을 가졌다. 예를 들어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그의 책 ‘데카르트의 오류'에서 정서가 인지 과정에서 담당하는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데카르트의 오류

저자
안토니오 다마지오 지음
출판사
중앙문화사 | 1999-07-31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인간의 신체와 뇌, 마음을 통합적으로 고찰하여 인간 의 감성과 ...
가격비교



일단 정서가 복잡한 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정서가 어떤 유형의 결정에 영향을 주는지 알 필요가 있다. 아담 퍼킨스(Adam Perkins)와 동료들이 2013년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에 게재한 논문[각주:1]은 이 주제를 연구했다.


연구자들은 도덕적 의사 결정에 관심이 있었다. 그 동안 많은 심리학자들은 도덕적 딜레마 상황에서 자신의 행동이 타인을 죽일 수도 있을 때 일반인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했다. 상당수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타인을 해치려고 하지 않으며, 특히 자신의 행동이 타인을 직접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 더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당신이 병원에서 야간 근무를 서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갑자기 옆방에서 사고가 나는 바람에 치명적인 연기가 환풍구를 통해 퍼져나가고 있다. 이 연기는 세 명의 환자를 죽일 수 있지만, 만약 당신이 스위치를 돌린다면 연기를 다른 곳으로 우회하게 만들 수 있다. 대신 다른 환자 한 명이 사망하게 된다. 이 경우 사람들은 대부분 스위치를 돌리려고 한다.


이번엔 당신이 타고 있던 배에 화재가 발생해서 구명보트에 타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모든 구명보트는 사람들로 가득했기 때문에 곧 가라앉을 상황이다. 가까스로 보트에 탄 당신은 심하게 부상을 입은 환자 한 명이 보트에 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만약 당신이 그 사람을 바다로 던진다면, 배는 가라앉지 않고 모두가 구조될 수 있다. 이 경우 사람들은 환자를 바다로 던지는 행위에 반대한다. 자신의 행위가 사람을 ‘직접' 죽이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타인을 직접 죽이는 행위를 자제하는 이유가 ‘불안’ 때문이라고 가정했다. 이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서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에게 위에서 소개한 이야기와 통제군 이야기( 두 개의 복권 중 하나를 고르는 이야기) 를 읽게 했다.

 

불안이 의사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테스트하기 위해, 40명의 참가자는 세 가지 조건에 할당되었다. 두 집단은 약효가 약하거나 중간 정도인 로라제팜(lorazepam)을 처방받았고, 나머지 집단은 위약을 처방받았다.


도덕적 딜레마가 아니거나 타인을 간접적으로 죽여야 하는 도덕적 딜레마 상황의 경우 약물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을 직접 죽여야 하는 딜레마 상황의 경우, 강한 로라제팜을 복용한 사람은 그 행동을 실천에 옮길 확률이 제일 높았던 반면 위약 조건은 가장 낮았다.  


이 결과에는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이 실험의 처치 효과는 작은 편이다. 참가자들은 실험에서 총 6개의 결정을 내리게 된다. 위약 조건의 경우 참가자들은 평균 1.75개의 이야기에서 사람을 직접 죽이는 결정을 내렸다. 이 수치는 강한 약효의 로라제팜을 복용할 경우 2.33으로 증가한다. 약물이 신뢰성 있는 결과를 낳기는 했지만 그 효과가 큰 편은 아니었다.


또, 이 연구는 오직 ‘이야기'만을 다루었다. 따라서 사람들이 실제 상황에서도 동일한 반응을 보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연구는 도덕적 결정에 영향을 주는 정서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로라제팜 같은 항불안제는 불안이나 위협에 반응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이 약효가 정서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복잡한 결정에서 정서가 담당하는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1. A dose of ruthlessness: Interpersonal moral judgment is hardened by the anti-anxiety drug lorazepam. Perkins, Adam M.; Leonard, Ania M.; Weaver, Kristin; Dalton, Jeffrey A.; Mehta, Mitul A.; Kumari, Veena; Williams, Steven C. R.; Ettinger, Ulrich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Vol 142(3), Aug 2013, 612-620. [본문으로]



글 : 인지심리 매니아



이번 포스트에서는 타인에 대한 판단이 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 새 논문[각주:1]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는 항상 타인에 대한 판단을 내리며 살아간다. 우리는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그 사람의 표정을 살피고, 그 사람의 평상시 행동을 통해 그가 어떤 인물인지 평가한다. 이처럼 인간은 상대방의 외모나 행동을 통해 그 사람에 대한 판단, 즉 사회적 판단을 한다. 사회적 판단은 거래, 계약 등 수 많은 의사 결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과학자들은 사회적 판단이 경제적 가치 판단과 유사하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TV 광고 속 모델의 웃음은 해당 제품에 대한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사람들은 한 인물에 대한 평가를 통해 그 사람과 가까이 지낼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이나 손실을 계산한다. 그래서 저자들은 사회적 판단을 ‘사회적 효용(Utility) 판단’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회적 효용 판단은 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다른 인지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저자들은 그 중 ‘주의'에 주목했다. 여러 사람과 만나는 상황에서 각 사람에 대한 정보를 모두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효율적이다. 즉, 사회적 판단이 일어나는 순간 주의가 관심 인물에 집중되는 현상(편향)이 발생하게 된다. 주의의 편향을 통해 얻은 정보들은 의사 결정 시 반영된다. 


이번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사회적 효용 판단이 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이들은 신뢰성이 높거나 낮다고 판단된 사람들에 대한 정보가 전주의적 단계에서 처리될 것이라고 가정했다. 이런 정보는 의사 결정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의식적인 주의 없이도 자동으로 처리된다는 것이다.



실험 1에서 연구자들은 외모에 근거한 사회적 효용 판단이 주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했다. 저자들은 신뢰성이 높거나 낮게 보이는 인물에 대한 정보가 전주의적 단계에서 처리될 거라고 예상했다. 연구자들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Attentional blink(AB) 패러다임(이전 글 참조)을 사용하기로 했다. 연구자들의 가설이 참이라면 AB task에서 목표자극의 제시 시간이 짧더라도 해당 얼굴에 대한 재인률이 높아야 한다.


실험 1의 참가자들은 우선 12명의 사진을 보고 각 사람의 신뢰도를 평가했다. 그 다음, 각 얼굴에 친숙해지기 위해서 1-back task를 실시하고, 뒤이어 Attentional blink(AB) task를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한 시행(아래 그림 참조)이 종료된 다음 첫번째 목표 자극(T1)이 사각형 또는 원으로 구성되어 있었는지, 두번째 목표 자극(T2)이 테스트 전에 학습했던 사진인지 여부를 판단했다. T2 자극은 신뢰성이 높거나 보통, 또는 낮아 보이는 사람의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 시행은 인물 사진을 바꿔가며 여러 번 반복된다.



실험 절차. 논문에서 인용.



참가자들의 반응을 d’ 점수(신호탐지이론의 민감도를 나타낸다)로 산출한 다음 분석한 결과, T2의 제시 시간이 긴 경우가 짧은 경우보다 얼굴 재인율이 높았으며 이 결과는 세 조건(높은 / 중간/ 낮은 신뢰도)에서 동일하게 발견됐다..  즉, 예상과 달리 높거나 낮은 신뢰성을 가진 얼굴에 대한 전주의적 처리는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실험 2에서 연구자들은 행동에 근거한 사회적 효용 판단이 주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했다. 연구자들은 친사회적인 행동을 한 사람의 얼굴이 전주의적으로 처리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 가설이 참이라면 AB task에서 해당 얼굴에 대한 제시시간이 아주 짧더라도 재인율은 높아야 한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신뢰 게임을 진행했다. 참가자(투자자)들은 컴퓨터 상에서 상대방(사진이 모니터에 제시된다)과 게임을 진행한다. 이 때 연구자들은 상대방이 의도적으로 공정/ 중립/ 불공정한 행위(돌려주는 돈의 액수를 조작)를 하도록 조작했다. 

그 다음, 실험 1과 동일하게 AB task를 진행했다. 다만, T2가 방금 전 게임을 함께 했던 상대방의 사진이라는 점이 다르다. 


실험 결과, 공정한 행위를 했던 사람의 사진은 재인율이 높았으며, 사진의 제시시간이 짧아도 재인율에 차이가 없었다. 즉, 행동을 통해 긍정적 이미지를 얻은 사람의 얼굴은 전주의적으로 처리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결과는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점이 많다. 특히, 신뢰성이 높은 사람의 정보만 전주의적으로 처리되었다는 점, 또 인상보다 행동으로 평가한 사람에 대한 정보가 전주의적으로 처리되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어쩌면 인간은 자신에게 해가 되는 사람보다 자신에게 득이 되는 사람에 더 관심이 많은지 모른다. 또, 우리 뇌는 사람에 대한 인상이 그 사람을 판단하기에 충분한 자료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지 모른다.



Reference

  1. Shore, D. M., & Heerey, E. A. (2013). Do social utility judgments influence attentional processing?. Cognition, 129(1), 114-122. [본문으로]


Image : Tomkow.com



글 : 인지심리 매니아



도덕적 딜레마(Moral dilemmas)란 두 가지 도덕적 당위가 충돌해서  그 중 하나만 택해야 하는 상황을 말한다(위키피디아의 Ethical dilemma 참조). 예를 들어, 다섯 사람을 위험에서 구하기 위해 한 사람이 다치거나 죽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사례의 경우 다섯 사람의 목숨이 한 사람의 목숨보다 소중하다는 공리주의(또는 결과주의)와 인간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의무주의가 충돌하고 있다. 만약 한 가지 도덕적 명령을 지킨다면, 다른 명령은 지킬 수 없다. 


결과주의(Consequentialism)의 경우 최적의 결과를 낳는 행위를 지지한다.  따라서 다섯 사람을 위해 한 사람을 희생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반면 의무주의(Deontology)는 결과와 상관 없이 도의적으로 적합한 행위를 지지한다. 이 관점에 의하면 사람을 해치는 행위는 무조건 잘못된 것이므로 설사 다섯 사람이 사망하더라도 한 사람을 희생할 수 없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심리학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람들은 도덕적 딜레마를 접했을 때 결과주의 혹은 의무주의에 입각한 판단을 내리며, 그 양상은 각 시나리오에 따라 달라진다. 


심리학은 이러한 인간의 도덕 판단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이론을 제시했다. 가장 유력한 이론인 dual-process 이론은 의무주의적 판단이 자동적인 감정 프로세스에 의해 지배되는 반면, 결과주의적 판단은 통제된 인지 과정에 의해 지배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이론은 도덕적 딜레마 상황이 심적 표상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설명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한편 도덕 문법(moral grammar)을 대안적으로 제시하는 이론은 도덕적 딜레마 상황이 심적 표상으로 변환되고 각각의 행동과 결과에 가치가 부여되는 과정을 계산적(computational)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3년 8월 Trends in Cognitive Science에 게재된 논문[각주:1]에서 Crockett은 인간의 도덕 판단 과정을 설명하는 새 모델을 제시했다. 저자는 인간이 행위와 결과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세 가지 의사 결정 시스템이 작동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model-based system은 각 행위와 그에 따른 결과를 결정 트리(decision tree) 형태로 표상한 다음, 트리를 탐색하면서 최적의 결과를 낳는 행위에 가치를 부여한다. 반면 model-free system은 과거의 기억을 토대로 행위의 가치를 평가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 사람을 밀어서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한 적이 있다면, ‘사람을 미는 행위'는 나쁘다고 판단한다. 마지막으로 Pavlovian system은 특정 자극에 대한 접근-회피 반응을 유발하며, model-based system과 model-free system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두 가지 예를 통해 이 모델이 인간의 판단 과정을 얼마나 잘 설명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아래의 예는 마이클 센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소개된 바 있는 ‘기관차 문제'다.



출처 : 논문에서 인용



시나리오 A와 B의 차이점은 ‘접촉'의 존재 여부에 있다. A의 경우 다리 위에 남자를 스위치로 떨어뜨려서 열차를 막는 반면, B의 경우 사람을 밀어서(접촉) 열차를 멈추게 한다. 그간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일반인들은 스위치를 돌리는 행위보다 사람을 미는 행위를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저자는 모델을 통해 인간이 위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설명한다. 인간이 시나리오 A를 접할 때 model-based system은 시나리오 상황을 결정 트리로 표상한다(C). 표상에는 각 행위와 그에 따른 결과가 포함되어 있다. 이 시스템은 최적의 결과(1명이 사망하고 5명이 생존하는 결과)를 낳는 행위(스위치를 돌리는 행위)에 한 표를 던진다. 이와 동시에 model-free system도 행위를 평가한다. 이 시스템은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스위치를 돌려서 목적을 달성하는 행위가 대체로 좋은 결과(예, 스위치를 켜면 불이 들어온다)로 이어졌음을 기억하고 스위치를 돌리는 행위에 찬성한다.

반면, Pavlovian system은 조금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이 시스템은 1명이건 5명이건 사람이 죽는 끔찍한 상황을 무조건 회피하고자 하기 때문에 스위치를 놔두는 행위 뿐만 아니라 스위치를 돌리는 행위도 반대한다. 결국 스위치를 돌리는 행위에 대한 각 시스템의 평가는 찬성 2표, 반대 1표가 되며, 인간은 이 결과에 근거해서 스위치 돌리는 행위를 지지한다. 따라서 결과주의적 응답이 우세해진다.


하지만 B 시나리오의 경우 model-free system이 사람을 미는 행위를 부정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반대 2표, 찬성 1표로 행위를 하지 않는 쪽을 택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의무주의적 응답(no)이 우세해진다. 


(모델의 판단이 실제 응답자의 결과와 매우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이번엔 다른 예를 들어보자. 아래 제시된 두 가지 시나리오는 앞에서 제시한 시나리오와 유사하다. 그러나, A는 한 사람의 죽음이 대의를 위한 부수적 결과인 반면, B의 경우 대의를 위한 수단적 희생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일반인들은 사람의 생명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더 부정적으로 판단했다. 



출처 : 논문에서 인용



저자는 위와 같은 결과가 Pavlovian system이 일으키는 절단(Pruning)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Pruning이란 피하고 싶은 끔찍한 상황에 직면할 때 그 사건에 대한 생각을 억제하는 경향을 말한다. 시나리오 A의 경우 스위치를 돌리는 순간 한 사람이 사망하게 되므로,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은 절단된다. 하지만, 다섯 사람이 생존하는 결과는 여전히 생각할 수 있다. 결국 Pruning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스위치를 돌리는 행위의 가치=다섯 명의 생존’이 된다.

반면, 시나리오 B의 경우 pruning이 전혀 다른 판단을 야기한다. 일단 스위치를 돌리면 한 사람이 사망하므로 pruning이 발생한다. 이 경우, 한 사람이 죽은 다음 기차가 멈춰서고 5명이 살 수 있다는 일련의 생각이 모두 정지한다. 따라서 스위치를 돌리는 행위의 가치는 0이다. A보다 B 상황에서 의무주의적 응답이 많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모델은 도덕적 상황이 인간의 머리 속에서 표상, 평가되는 과정을 잘 설명한다는 장점이 있다. 또, 신경과학 연구 결과와의 정합성이 발견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해볼 만 하다. 

인간의 도덕 판단을 계산적 이론으로 모델링한다는 것은 참 매력적이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언젠가는 도덕적으로 생각하는 인공지능이 출현할지 모르는 일이다.


Reference

  1. Crockett, M. J. (2013). Models of morality.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본문으로]


Image : http://wordinfo.info




글 : 인지심리 매니아



정서 예측 실패


예상된 정서(Anticipated emotion)란 미래 사건을 겪을 때 예상되는 정서를 말한다. 예를 들어, 숙제를 하지 않은 초등학생은 내일 선생님한테 혼날 때 자신이 어떤 기분일지 예상할 수 있다. 신혼여행을 앞둔 부부라면 자신이 몰디브에 도착했을 때 어떤 기분일지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이 예상한 정서와 실제로 경험하는 정서 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 기말고사를 망치면 기분이 나쁠 거라고 예상하지만, 백지를 제출하고 시험장을 빠져나오면서 홀가분한 기분을 경험을 하기도 한다. 또, 로또에 당첨되면 기분이 좋을 거라고 예상하지만 막상 거액을 수령한 후 오히려 기분이 우울해지기도 한다. 


학자들은 이러한 괴리가 인간의 ‘편향'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대표적 학자인 대니얼 길버트는 자신의 저서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에서 이 문제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인간이 미래를 예측할 때 세부 사항을 임의로 채우거나 중요한 사항을 빠뜨리고(현실주의), 현재를 기준으로 미래를 예상하며(현재주의), 결과 발생 후 심리적 면역 체계를 발동해서 당초 예상과 다른 정서를 경험하기 때문에(합리화) 이런 괴리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저자
대니얼 길버트 지음
출판사
김영사 | 2006-10-3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인간과 행복 사이의 끝없는 도전과 열망을 날카롭게 해부한 행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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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 예측 실패는 적응적이다


그런데 최근 Cognition에 실린 한 논문[각주:1]은 인간의 이러한 편향이 오히려 ‘적응적'일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우선, 저자들은 인간의 정서 예측을 참조점(referent)에 따라 구분하고 있다. 즉, 인간이 결과 뿐만 아니라 과정에 관한 정서도 예상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기말 고사를 망치는 상상을 하면서 ‘백지(결과)를 내고 나오면 기분이 참 나쁠 거야'라고 예상할 수도 있지만, ‘그 동안 공부를 게을리 한 사실(과정)을 후회하게 될 거야’라고 상상하기도 한다. 


그 다음, 저자들은 인간의 편향이 결과와 참조점에 따라 어떻게 적응적일 수 있는지 설명한다. 만약 부정적 결과가 예상된다면, 인간이 그 결과를 피하기 위해 추가적인 노력을 들이도록 만드는 게 적응적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노력(즉 과정)'에 대해 집중하게 만드는 메카니즘이 필요하다. 따라서 결과보다 과정에 대한 부정적 정서를 과대추정하는 경향을 가진다면 적응적 행동도 가능하다.


반면 긍정적 결과가 예상된다면, 인간이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추후에도 노력을 계속 하도록 만드는 것이 적응적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결과를 얻었을 때 상향 비교를 통해 더 높은 목표를 추구하게 만드는 메카니즘이 필요하다. 인간이 결과에 대한 부정적 정서를 실제보다 과소추정하게끔 만들면 이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실제 결과를 접했을 때 부정적 정서가 생각보다 크다면(Ex, 이것보다 더 잘 할 수도 있었는데..), 다음 번엔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저자들의 논리에 의하면 부정적 결과가 예상될 경우 사람들은 결과보다 과정에 대한 후회를 과대추정할 것이다(가설1). 반면, 긍정적 결과가 예상될 경우 과정보다 결과에 대한 후회를 과소추정할 것이다(가설2).



실험


저자들은 가설 1을 검증하기 위해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최후통첩 게임을 실시했다. 참가자들은 제안을 하고 난 다음, 자신의 제안이 거부되었을 때 결과/과정에 대해 얼마나 후회하거나 실망할지 7점 척도로 평정했다(예상된 정서). 얼마 후 연구자들은 참가자에게 본인의 제안이 거절당했다고(사실 게임의 상대방은 처음부터 없었다) 말해줬다. 그 다음 4개의 문항을 다시 측정했다(실제 정서).


실험 결과, 과정에 대한 PEI (prediction error index = 예상된 정서 - 실제 정서)점수는 결과의 경우보다 유의미하게 컸다. F(1,178)=10.16, p=.002, η2=.01 이 결과는 부정적 결과의 경우 과정에 대한 후회를 과대추정할 것이라는 연구자의 예상과 일치했다.


두 번째 실험은 가설 2를 검증하기 위해 보다 자연스런 상황에서 진행되었다. 연구자들은 중간고사를 앞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험 성적 예상에 대한 6개 문항[정서(후회, 실망, 기쁨) X 참조점(과정, 결과)]을 평정하게 했다.


실험 결과, 본인의 예측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학생들의 경우 결과에 대한 (후회)PEI 점수가 과정의 경우보다 유의미하게 작았다. F(1,102)=8.38, p=.005, η2=.08 이 결과는 긍정적 결과의 경우 결과에 대한 후회를 과소추정할 것이라는 연구자의 예상과 일치했다.




이 연구는 인간의 정서 예측 실패가 편향이라기보다 적응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또, 인간이 감정을 통해 자신의 행동-결과를 통제하는 메카니즘을 밝히는 데도 도움을 주었다.


Reference

  1. Kwong, J. Y., Wong, K. F. E., & Tang, S. K. (2013). Comparing predicted and actual affective responses to process versus outcome: An emotion-as-feedback perspective. Cognition, 129(1), 42-50. [본문으로]


Image : Psypost



출처 : Psypost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당신이 컴퓨터로 업무를 보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때 고릴라가 모니터에 갑자기 등장한 후 화면을 가로질러 사라진다면,  당신은 이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당신은 “예"라고 대답할지 모르지만,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람들은 종종 어려운 과제를 수행할 때 고릴라의 출현을 눈치 채지 못한다. 이 현상을 부주의맹(inattentional blindness, IB)이라고 한다(부주의맹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다면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의 '보이지 않는 고릴라'를 참조할 것- 역자 주). 



보이지 않는 고릴라

저자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대니얼 사이먼스 지음
출판사
김영사 | 2011-03-04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심리학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독창적이며 흥미로운 실험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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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의 Brigham and Women’s Hospital(BWH)은 연구를 통해 일반인 뿐만 아니라 전문가도 자신의 분야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동안 부주의맹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각주:1]는 이번 주 Psychological Science지에 게재되었다.


BWH의 박사 후 연구원이자 이번 연구의 저자인 Trafton Drew는 “사람들이 어려운 과제를 수행할 경우 주의가 일종의 블라인더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눈 앞에 출현한 자극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심지어 전문가조차 이런 현상에 취약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24명의 방사선 전문의에게 폐결절(lung nodule)을 찾아내는 친숙한 과제를 수행하게 했다. 전문의들은 총 5번의 스캔을 했으며, 실험은 한 번의 스캔 당 평균 10개의 결절이 발견되도록 설계되었다. 연구자들은 마지막 스캔 때 결절보다 48배나 큰 고릴라가 출현하게 만들었다. 실험 결과, 전문의의 83%가 고릴라의 출현을 눈치채지 못했다. 놀라운 점은 전문의들의 눈동자를 추적한 결과, 이들이 고릴라를 정면으로 응시했다는 사실이다. 


BWH의 심리학자이자 Visual Attention 연구실 소장인 Jeremy Wolfe는 “방사선 전문의들이 고릴라를 눈치 채지 못한 이유는 고릴라를 못 봤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뇌가 수행하는 작업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고릴라가 아니라 암 결절을 찾고 있었습니다. “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우리가 집중하는 것이 곧 우리 세계의 중심이 되며, 우리가 무엇을 볼지도 결정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연구자들은 이 결과를 전문의들이 부주의 때문으로 탓하는 것은 잘못일 수 있으며, 부주의맹은 높은 수준의 전문가도 피하기 힘들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전문가 역시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 볼 수 있으며 예상치 못한 것은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연구자들은 이 연구 결과를 통해 전문가들이 자신의 주의가 무엇을 보고 놓치게 하는지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Reference


  1. Drew, T., Vo, M. L. H., Wolfe, J. M. (in press). The invisible gorilla strikes again: Sustained inattentional blindness in expert observers. Psychological Science. [본문으로]


Image : http://geopolicraticus.wordpress.com/tag/time-consciousness/


글 : 인지심리 매니아


최근 Gianfranco Dalla Barba와 VAlentina La Corte는 2013년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2월호에 게재된 논문[각주:1]에서 해마가 인간의 시간 의식과 관련 있다고 주장했다. 



작화(또는 작화증, Confabulation)란 ‘없었던 일을 마치 있었던 것처럼 확신을 가지고 말하거나, 일어났던 일을 위장하거나 왜곡하는’ 증상을 의미하며, 다양한 뇌 부위의 손상에 의해 발생한다.


작화는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과거 뿐만 아니라 현재나 미래에 대한 사실도 왜곡한다는 점이다. 둘째, 작화증 환자의 대부분은 해마가 손상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작화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환자들의 해마는 최소한 한쪽 면이라도 온전한 기능을 유지하고 있었다. 


반면, 기억상실증은 해마의 손상에 의해 일화 기억을 잃어버리는 증상을 일컫는다. 해마가 일부 손상된 기억상실증 환자의 경우 작화를 동반하기도 하지만, 해마가 완전히 손상되면 작화를 겪지 않는다. 이 경우, 환자는 과거의 사건 자체를 떠올리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현재나 미래에 대한 개념도 모두 잃어버린다는 점에서 작화와 다르다. 


논문의 저자는 위 결과를 토대로 해마가 시간 의식(Temporal Consciousness,TC)과 관련있다고 결론지었다. TC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 TC는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특정한 형태의 의식을 말한다. TC는 지각이나 상상 등 다른 유형의 의식과는 구분된다.
  • TC는 ‘개인적 시간'을 의미한다. 작화나 기억상실증 환자는 자신의 과거를 왜곡해서 말하지만, 그 밖의 사실(i,e, 과거에 일어났던 정치적 사건)은 정확히 기억한다.
  • 해마가 완전히 손상된 경우 TC도 완전히 사라지며, 일부가 손상되면 작화처럼 왜곡된 TC를 경험한다.


 

TC의 신경과학적 모델. 출처 : 논문에서 인용


Reference

  1. Dalla Barba, G., & La Corte, V. (2013). The hippocampus, a time machine that makes errors.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본문으로]


2013.4.20 토요인지모임. 장소: 서강대 정하상관. 발표자: 김정한 작가님. 사진: 인지심리 매니아.



글 : 인지심리 매니아


2013년 4월 20일 서강대에서 열린 토인모에 다녀왔다. 이번 모임은 ‘인지과학과 시각예술’이라는 주제로 미디어 아티스트인 김정한 작가님이 발표를 맡아주셨다.


김정한 작가님은 인지 과학을 공부하기 전부터 인간의 지각-인지를 예술 작품과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특히 “한 대상이 다른 대상의 경험을 왜곡없이 경험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작가님의 문제 의식은 세미나를 통해 제시한 작품에서 엿볼 수 있었다. 첫 번째로 제시한 작품인 ‘Acrophobia(고소공포증)”는 타워크레인 기사의 머리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비춰진 세상을 보여준다. 크레인에서 작업하는 사람의 고소 공포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두 번째 작품은 동물의 지각을 재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었다. 이 설치 작품은 새가 바라보는 세상을 인간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필자는 새가 경험하는 세상이 우리의 세상과 어떻게 다를지 상상하면서 작품을 감상했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새가 된 기분이었다.


그 외에도 대상을 바라보는 인간의 눈동자 움직임을 추적한 작품 등 다양한 작품이 소개되었다. 무엇보다 주목을 끈 것은 인지 과학을 공부한 이후 제작한 작품인 ‘도시의 마음'이었다. 이 작품은 도시를 관통하는 데이터의 흐름을 Bio information + 빅데이터로 표현했다. 각각의 키워드들을 뉴런망 형태로 표현하고, 키워드들의 정서에 따라 신경망의 색상이 결정되는 기발한 작품이었다. 소셜 데이터를 시각화하거나  감성 분석을 시도하는 기업에게도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명 : 도시의 마음. 김정한 작



발표 내용을 통틀어, 작가님이 풀고자 하는 문제는 바로 ‘감각질(Qualia)’이었다. 위키피디아 정의에 의하면, 감각질은 ‘어떤 것을 지각하면서 느끼게 되는 기분이나 심상’을 의미한다. 감각질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고  일인칭 시점이기에 주관적이며 객관적인 관찰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위 정의처럼 감각질은 어떤 대상의 주관적 경험이기 때문에 다른 대상이 공유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박쥐가 소리를 어떻게 ‘보는지’ 체험할 수 없다. 우리는 돌고래가 고주파음을 어떻게 듣는지 체험할 수 없다. 심지어 인간 간에도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적녹 색맹인 사람이 보는 빨강과 녹색을 우리가 그대로 체험할 수 있을까?


비록 완벽하진 않았지만 다른 대상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했던 작가님의 시도는 매우 훌륭하다. 비단 예술 분야 뿐만 아니라 인지 과학에서도 이런 시도가 활발해졌으면 좋겠다. 만약 인지 과학이 주관적 경험을 공유하는 방법을 개발할 수 있다면, 폴 블룸의 주장[각주:1]처럼 어린 시절부터 ‘유아론'에 빠져있는 인간의 제한된 인식도 보다 확장되지 않을까?



필자는 세미나 후 식사 자리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려 봤다.


1. 학부생들을 위한 멘토링

토인모에 참석하는 학부생 중 상당수가 인지 과학을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른다. 그래서 인지심리학, 신경과학, HCI, UX 등을 공부할 수 있는 관련 대학원, 입학 절차, 커리큘럼 등을 알려줄 멘토가 필요하다. 필자가 식사 자리에서 조언을 많이 해 주고 있지만, 보다 내공이 높으신 분들이 학부생들을 지도해 준다면 인지 과학 후학 양성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2. 학문 - 기업 간 연계

토인모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인지 과학이 기업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례를 종종 발견한다. 그러나 세미나 후 점심 시간만으로는 보다 깊은 이야기를 나누거나 Collaboration을 하기에 부족한 감이 있다. 그래서 필자는 별도의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기업 종사자분들과 관심 분야를 공유하거나 연구를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토인모는 매월 셋째주 토요일날 서강대에서 열린다. 다음 모임은 5월 25일 서강대 정하상관(J) 302호에서 열리는 ‘한국인지과학회'로 대체된다.

  1. Bloom, Paul. "The Moral Life of Babies". New York Times Magazine May 2010: 44-65. [본문으로]




글 : Psypost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한 연구[각주:1]가 처음 듣는 음악을 구매할 때 우리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밝혀냈다.


몬트리올 Neurological Institute and Hospital – The Neuro, 맥길 대학에서 진행하고 2013년 Science 4월호에 게재된 이 연구는 음악에 감동받거나 음악을 구매할 때 발생하는 뇌 활동을 정확히 찾아냈다.


이 연구의 참가자들은 fMRI 촬영을 하는 동안 이전에 들어본 적이 없는 음악 60곡을 청취했다. 그리고 각각의 음악을 구매하기 위해 얼마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 응답했다. Baycrest Health Sciences’ Rotman Research Institute의 Robert Zatorre 박사 연구실에서 실험을 진행한 Valorie Salimpoor 박사는 “뇌의 특정 부분이 참가자의 구매 행동을 일관되게 예측했다. 이 부위는 측좌핵(nucleus accumbens)이며, 보상을 예측할 때 관여한다”고 설명했다. “음악은 예측이 형성될 때 정서적으로 강력해진다. 측좌핵은 이런 예측이 충족되거나 또는 그 이상 충족되었을 때 활성화된다. 음악을 듣는 동안 측좌핵이 활성화될수록 음악을 구매하려는 경향도 강했다.”


[실험에 사용된 음악은 다음 링크에서 들을 수 있다: http://www.zlab.mcgill.ca/science2013/]


또 다른 발견은 측좌핵과 청각 피질의 상호 작용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청각 피질은 인간이 경험하는 소리, 음악적 정보를 저장한다. 음악이 청자에게 큰 보상을 줄수록, 두 부위 간 상호작용도 강해진다. 고차원의 처리나 복잡한 패턴 인식, 자극에 정서나 가치를 부여하는 부위들도 측좌핵과 유사한 상호작용을 한다.


(측좌핵과 같은) 도파민 보상 회로는 식사나 섹스처럼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행위를 강화하는 데 관여해왔다. 이 회로가 인간만이 갖고 있는 고차적 인지 작용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음악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The Neuro의 연구자이자 International Laboratory for Brain, Music and Sound Research의 co-director인 Robert Zatorre박사는 “이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음악은 일련의 소리로 구성되어 있는데, 소리 자체는 단독으로 아무런 가치가 없다. 하지만 소리를 배열해서 시간에 따른 패턴을 만들면 그것이 보상으로 작용한다"라고 말했다. “패턴 인식이나 예측, 정서와 관련한 뇌 회로의 통합된 활동은 음악을 심미적, 지적 보상물로 만든다."


Salimpoor는 “참가자들이 음악을 구매할 때 발생한 뇌 활동의 패턴은 동일했지만, 각자가 고른 곡은 모두 달랐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연구 결과를 통해 사람들의 음악적 취향이 왜 제각각인지 이해할 수 있다 - 인간은 자신만의 독특한 청각 피질을 가지고 있다. 이 피질은 평생을 통해 들은 음악이나 소리를 통해 형성된다. 또, 이 청각적 템플릿은 이전의 정서적 경험과 연결되어 있다.”


이 연구는 아이튠즈와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사용함으로써 실제 같은 실험 환경을 구현했다. 또, 실제 환경을 그대로 구현하고 보상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참가자들이 자신의 ‘진짜’ 돈으로 음악을 구입하게 했다. 참가자의 구매 행위는 그들이 음악을 다시 듣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낸다. 음악적 선호는 과거의 경험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실험에선 음악 추천 소프트웨어(판도라나 Last.fm)에서 참가자들이 들어본 적이 없는 곡만 선곡한 다음 들려줬다(이렇게 함으로써 참가자의 예측을 최소화했다).


인간은 청각 피질에 학습, 저장된 내용을 바탕으로 음악 청취 시 특정 기대를 형성하며, 측좌핵과 청각 피질의 상호작용은 이를 반영한다. 정서는 이 기대의 위반이나 충족에서 발생한다. 우리는 항상 살기 위해 보상과 관련된 예측을 한다. 이 연구는 신경생물학적 증거를 통해 인간이 음악 같은 추상적인 자극을 지각할 때도 예측을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패턴 인식이나 단순한 자극의 배열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거나 눈물 짓게 하고, 강렬한 정서와 사고를 낳기도 한다.


Reference

  1. Salimpoor, V.N., Van Den Bosch, I., Kovacevic, N., Mcintosh, A.R., Dagher, A. & Zatorre, R.J. (in press) Interactions between nucleus accumbens and auditory cortices predict music reward value. Science (2013) [본문으로]




글 : BPS Research Digest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왜 우리는 공공장소에서 누군가 통화하는 소리에 신경을 쓰게 될까? 새 연구에 의하면 두 사람 간의 대화보다 타인의 통화 내용이 사람들의 주의를 더 끈다고 한다. 


Veronica Galván과 동료들은 164명의 학부생을 대상으로 실험[각주:1]을 진행했다. 연구자는 학생들에게 이 연구가 Anagram과 독해 능력간의 관계를 알아보는 연구라고 속였다. 학생들은 난이도가 비교적 쉽거나 어려운 anagram 문제를 각각 15개씩 풀게 된다. 또 문제를 푸는 동안 근처에서 누군가 통화를 하거나 두 사람이 잡담 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통화하는 소리를 들은 참가자들은 두 사람의 잡담을 들은 참가자보다 소리가 더 신경쓰였다고 평가했지만, 두 조건 간 anagram 점수에는 차이가 없었다. 결국 이 연구는 지난 2010년에 진행되었던 실험 결과를 복제하는 데 실패했다. 당시 연구에선 통화하는 소리를 들은 참가자들의 수행이 훨씬 저조했었다.


또,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대화 내용을 얼마나 잘 기억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던 참가자들이 대화 내용을 훨씬 잘 기억하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통화하는 소리가 인간의 주의를 끄는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두 사람 간 대화를 들은 참가자가 훨씬 많은 단어를 들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통화 내용을 들은 사람의 재인 과제 점수가 높은 이유는 실험상의 혼입(Confounding) 때문일 수 있다"고 시인했다.


이 결과는 타인의 통화 소리가 우리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지만, 주의를 분산시키지는 않음을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우리는 두 조건 간 anagram 과제 점수에 차이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통화하는 소리가 거슬리는 데 다른 요인이 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어쩌면 우리는 공공장소에서 통화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통화하는 소리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지도 모른다.


통화하는 소리를 듣는 것이 두 사람 간 대화보다 anagram 수행력을 저하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매체들은 통화하는 소리가 주의를 빼앗는다고 말한다. 관련 연구는 이런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주류 매체는 technophobia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 같다.


Reference

  1. Galván, V., Vessal, R., and Golley, M. (2013). The Effects of Cell Phone Conversations on the Attention and Memory of Bystanders PLoS ONE, 8 (3) DOI: 10.1371/journal.pone.0058579 [본문으로]



2013.3.16 토요인지모임. 장소: 서강대 정하상관. 발표자: 박도영 책임님. 사진: 인지심리 매니아.





글 : 인지심리 매니아


2013년 3월 16일 서강대에서 열린 토인모 다녀왔다. 이번 모임은 ‘Auditory Interface Design for Product’라는 주제로 박도영 책임연구원(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님이 발표를 맡아주셨다.


최근 UX 분야는 시각 뿐만 아니라 청각적 UI에도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정보를 접할 기회는 많지 않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세미나에 참석하신 것 같다. 인지심리와 음악을 함께 공부한 필자도 누구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다.


세미나의 초점은 Sonification의 개념과 디자인 과정에 맞추어졌다. 위키피디아 정의에 의하면, Sonification은 ‘정보 전달 또는 데이터를 지각하기 위한 비언어적인 소리의 활용'를 의미한다. 즉, 말을 하지 않고도 소리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거나 데이터를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다.


박도영 책임님은 Sonification이 세 가지 과정으로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Rendering sound’는 시급성(Urgency)과 중요성(Importance)을 소리의 특성(음높이, 음색, 음량)에 매핑하는 단계다. 예를 들어, 필자의 아버지가 소유한 승용차는 후진 시 물체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경고음의 비트수가 점점 증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정지해야 한다는 시급성이 높아지면 비트도 함께 증가하도록 매핑된 경우다.


두번째로, 발생한 소리가 청자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는 단계다. 소리는 정보(피드백, 알림, 회사 브랜드, 엔터테이닝)나 심미(아름다움, 즐거움, 감동이나 인상, 차별화)를 전달할 수 있다.


세번째로, 청자가 소리를 듣고 정보나 미적 가치를 ‘이해’하는 단계다. 만약 청자가 정보를 올바로 이해했다면 Sonification의 목적은 달성된 것이다.


세미나는 auditory interface를 활용한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또, 도형을 음으로 표현하는 재미난 실험을 즉석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건반을 보면 눌러야 직성이 풀리는 필자가 제일 먼저 나섰는데, 다른 분들도 필자의 소리에 공감을 하셨는지 모르겠다.



세미나를 듣는 동안, 필자는 발표 주제와 관련된 인지심리학 이론이나 연구들을 떠올려봤다. 그리고 몇 가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우선, 소리가 추상적인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우리는 단순한 소리가 정보가를 가질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누군가 소리를 지른다면 ‘위급’한 상황이라는 사실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 하지만 소리가 그보다 훨씬 복잡하거나 추상적인 개념을 전달할 수 있을까? 가령, 소리가 동물이나 물체를 표현할 수 있을까?


소리의 경우는 아니지만, ‘음악'이 사물을 전달할 수 있는지 연구한 사례가 있다. ‘Cognitive Daily’라는 블로그의 저자이자 인지심리학자인 Dave Munger는 블로그를 통해 재미있는 실험을 진행했었다. 블로그 독자들을 대상으로 클래식 곡(바람이나 바다처럼 특정 대상을 주제로 하고 있다)들의 일부를 들려준 다음, 곡들이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물어본 것이다. 이 때 응답자는 ‘아름답다' 등의 형용사를 쓸 수 없으며 ‘강'처럼 구체적인 명사를 이용하여 응답을 해야 한다.


연구자는 응답자가 주제를 정확히 맞추었을 경우 2점, 주제와 유사한 사물을 언급한 경우 1점, 전혀 다른 사물을 언급한 경우 0점을 부여했다. 예를 들어 동물의 사육제 중 ‘코끼리를 들은 사람이 ‘코끼리’라고 대답하면 2점, ‘하마'라고 대답하면 1점, ‘새'라고 대답했으면 0점을 받는다.


그런데 실험 결과 응답자의 스코어는 전반적으로 낮았다. 아래 그래프는 네티즌들의 응답 결과다.



Image : Cogitive Daily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음악 전공자들의 평균마저 1점을 넘지 못했다. 참가자 대부분 주제와 관련 없는 사물을 지칭한 것이다. 이 온라인 실험 결과에 대해선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첫 번째 가능성은 생상스가 코끼리에 해당하는 음악을 제대로 매핑하지 못한 경우다. 이 경우 아직 희망이 남아있다. 하지만 애시당초 음악이 코끼리같은 복잡한 개념을 표현할 수 없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음악이 전달하는 정보의 복잡성에는 한계가 있는 셈이다. 이 결과가 소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까? 소리는 어느 수준의 복잡성까지 표현할 수 있을까? 소리가 도형을 표현할 수 있을까? 색깔은? 코끼리는? 


둘째로, 소리에 대한 선호도 조사가 매번 실패로 끝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심리학 문헌에서도 이와 비슷한 연구를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런 실험은 독립 변인 외에도 수많은 변수들이 개입(혼입)할 여지가 있다. 한 연구의 경우 온라인을 통해 음악 투표를 실시했는데, 참가자들이 투표 초반 많은 표를 받은 음악에 몰표를 주면서 특정 음악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음악의 특성보다 곡에 대한 타인의 반응이 자신의 선호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 외에도 음악의 제시 순서, 환경 등에 따라 실험 결과는 무수히 달라질 수 있다. auditory interface를 개발하기 위한 서베이가 전체 사용자의 의견을 예측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필자는 세미나 후에 이어진 식사 시간에서 발표자 및 현업에 종사하시는 분들과 이런 고민들을 함께 나누어봤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음악이라는 분야에 과학적 검증을 거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무모한 시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청각적 UI 설계의 과학적 검증을 회의적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UX는 디자이너의 인사이트와 과학이 어우러지는 분야다. 때로 이 둘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고 갈등하기도 한다. 마치 우리 뇌의 System 1과 System 2가 갈등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디자이너의 인사이트는 빠른 시간에 유저들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다. 반면 서베이나 실험 등 과학적 검증은 느리지만 인사이트가 저지르는 오류를 바로잡아줄 수 있다. 우리는 이 두 가지 방법 중 어느 것도 과소평가할 수 없다. 두 가지 방법을 잘 조화시킬 때 사용자의 경험도 최적화될 것이다.



끝으로, 필자의 블로그를 보고 토인모를 찾는 분들에게 항상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필자가 토인모의 부흥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토인모는 매달 세번째 주 서강대에서 열린다. 누구나 무료로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방문해도 괜찮을 것 같다.



글 : BPS Research Digest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심리학 연구 결과에 의하면 노인들은 젊은 사람보다 잡생각(mind-wandering)을 덜 한다. 보통 이런 연구는 연구자가 과제를 하고 있는 참가자에게 ‘방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묻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그런데 이 연구 결과들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노인들은 젊은 성인보다 인지 능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집중력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mind-wandering도 심해지는 게 당연해 보인다.


mind wandering 연구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이론에 의하면,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mind-wandering이 줄어드는 현상은 당연한 결과다. 이 이론에 의하면, 과제가 쉽거나 익숙할 경우 인지 능력을 조금만 할애해도 되기 때문에 인지 자원에 여분이 생긴다. 이 여분의 인지 능력이 mind-wandering에 사용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지 자원이 부족한 노인들은 과제를 수행할 때 여분의 인지 자원이 없기 때문에 mind-wandering을 드물게 경험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학자가 이 자원-기반 이론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Jenifer McVay와 동료들은 mind-wandering을 설명하는 또 다른 견해를 주장했다. 이들은 인간이 주의력 통제를 상실할 때 과제와 관련 없는 생각에 주의를 뺏기면서 mind wandering을 경험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젊은 성인과 노인이 mind wandering을 경험할 때 과제 수행 능력이 동일하게 저하되는 현상을 예로 들면서, 만약 mind wandering이 여분의 인지 자원 때문에 일어난다면 이 결과를 설명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McVay와 동료들은 기존 연구가 노인이 경험하는 mind wandering의 횟수를 과소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실험[각주:1]을 진행했다. 기존 연구는 노인들이 과제 수행 시  ‘과제와 관련된 생각’을 하는 것은 mind wandering이 아니라 과제에 집중하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McVay에 의하면, 노인들은 수행 불안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자신의 ‘수행’에 생각을 집중하려는 경향이 있을 뿐, ‘실제 과제’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연구팀의 첫 번째 실험에서 108명의 젊은 성인( 18-28세)과 99명의 노인(60-75세)들은 컴퓨터를 이용하여 두 가지 과제를 수행했다. 한 가지는 억제 통제 테스트(inhibition control test)였고 다른 한 가지는 경계를 지속시키는(sustained vigilance) 테스트였다. 과제가 진행되는 동안, 참가자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중간 중간 받았다. 참가자들은 과제와 전혀 관련 없는 생각, 과제에 대한 생각, ‘과제와 관련된 생각'이라는 보기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예상대로, 노인들은 ‘과제와 관련된 생각’을 훨씬 많이 보고했다(기존 연구에서는 이를 과제에 대한 생각이라고 잘못 분류했었다). 하지만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노인들은 젊은 성인보다 mind wandering을 덜 경험했다(31% VS 48%). 즉, 노인들이 과제에 훨씬 집중한 것이다.


두번째 실험 역시 젊은 성인과 노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지만, 이번에는 과제가 조금 더 어려웠다. - n-back test를 실시했다 -. 결과는 유사했다. 노인들은 과제가 어려울수록 ‘과제와 관련된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젊은 사람보다 과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다.


(‘과제와 관련된 생각'을 mind wandering 범주에 포함할 경우, 노인들 역시 mind wandering을 자주 경험한다는 결론이다. - 역자 주) 


기존 연구에 의하면, mind-wandering은 젊은 성인과 노인의 수행 능력을 동일하게 저하시킨다. McVay 연구팀은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mind-wandering이 여분의 인지 능력 때문에 발생한다는 주장과 맞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또, 노인이 젊은 성인보다 수행 관련 생각을 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도 이를 반증한다.


그럼, 이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뭘까? McVay 연구팀은 주의력 상실로 인해 주의가 다른 생각으로 옮겨 갈 때 mind wandering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또, mind wandering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들이 mind wandering을 덜 경험하는 이유는 연구가 진행되는 실험실에 노인의 주의를 분산 시킬 만한 자극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복도와 최첨단 컴퓨터, 젊은 연구자가 있는 대학교 캠퍼스는 학부생의 주의를 분산시킬 수 있지만, 학교 생활과 관련 없는 노인들은 이런 주변 환경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주의가 분산될 일도 없는 것이다.”


Reference

  1. McVay, J., Meier, M., Touron, D., and Kane, M. (2013). Aging ebbs the flow of thought: Adult age differences in mind wandering, executive control, and self-evaluation Acta Psychologica, 142 (1), 136-147 DOI:10.1016/j.actpsy.2012.11.006 [본문으로]

Image : http://farm9.staticflickr.com



글 : 인지심리 매니아


반사실적 추리(Counterfactual Reasoning)는 “만약 ~이었더라면, ~였을 것이다"처럼 과거의 사건을 다르게 가정할 때 발생했을 결과를 예상하는 추리를 말한다. 예를 들어 ‘미국이 한국전쟁 때 핵무기를 사용했다면, 한반도는 통일국가가 되었을 것이다'라는 진술은 반사실적 추리다. 역사적 사실과 반대되는(Counterfactual) 전건(antecedent, ‘미국이 한국전쟁 때 핵무기를 사용했다면’)에서부터 한반도가 통일국가가 되었을 것이라는 예상을 도출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반사실적 추리 능력은 일상에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계획을 세우거나 문제를 해결할 때 반사실적 추리를 사용한다. ‘이 부분을 수리했다면, 기계가 작동하지 않았을까?’, ‘자금을 더 투입했더라면 프로젝트가 빨리 끝나지 않았을까?’ 등 일상 생활 속에서 반사실적 추리는 빈번하게 사용된다. 


그럼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 반사실적 추리를 할까?


관련 연구들은 베이즈넷(Bayes Net)을 통해 인간의 반사실적 추리 능력을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 이론은 Pruning theory다. 아래 (a)그림을 본 사람에게 ‘만약 B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D가 작동했을까?’라고 질문했다면 그 사람은 어떤 대답을 할까? Pruning Theory에 의하면, 사람들은 B를 전건의 문장처럼 반사실로 가정할 때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우선 B와 B의 원인(A) 간 관계를 절단(Prunining)한다(두 연결이 지속된다면 A가 계속 작동하는 한 B 역시 계속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 B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intervention, 예, B의 회로가 타 버렸거나 외부로부터 물리적 충격을 받았다고 가정한다). 그리고 B가 전건의 표현처럼 반사실적 상태로 변화했을 때 발생할 결과를 예상해 본다. 사례의 경우, A는 B와 독립적으로 작동을 계속 할 수 있기 때문에 D 역시 작동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질문을 받은 사람은 ‘네'라고 대답할 것이다(b).




반면, Minimal-network theory는 사람들이 인과적 원리를 보존한 체로 반사실적 추리을 시도한다고 설명한다. 즉 B와 A의 절단을 가정하지 않으며, B의 상태가 변화하려면 B의 원인(A) 역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B가 정지했다면 A도 정지했을 것이므로 D도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대답은 “아니요"가 될 것이다(c).


Rips와 동료들은 2013년 Cognitive Science에 게재한 논문[각주:1]에서 이 문제를 연구했다. 특히 연구자들은 문장의 표현 방식이 반사실적 추리 과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가정했다. 이들은 사람들이 ‘B가 실패했다면(had failed)’이라는 표현을 볼 경우 B의 오작동을 B 자체의 결함이나 외부의 영향 때문으로 판단해서 pruning theory를 채택하는 반면,  ‘B가 작동하지 않았다면(had not operated)’이라는 표현을 볼 경우 인과관계 전체에 문제(즉 A에 문제가 발생해서)가 있다고 판단해서 Minimal-network theory를 채택할 거라고 가정했다. 

또 연구자들은 각 component 간 연결의 강도가 추리 과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가정했다. 만약 A가 작동할 때 B도 항상 작동한다면(deterministic) 반사실적 추리 시 minimal-network theory를 선호할 것이다. 반면, A와 B의 발생이 확률적(probabilistic)이라면 pruning theory를 선호할 것이다.



실험


실험 1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8개의 기계가 묘사되어 있는 유인물을 나눠주었다. 유인물은 각 기계가 작동하는 과정을 글과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기계의 부품 간 연결 상태(Deterministic VS Probabilistic), 요소 간 독립성(B와 C가 결합하여 D에 영향을 주는 경우 VS 각각 독립적으로 D에 영향을 주는 경우)을 조작했다. 


실선은 Deterministic, 점선은 Probabilistic을 의미한다. B와 C간 arc선은 두 부품이 결합하여 D에 영향을 주는 경우를 의미한다.



참가자들은 각 기계의 인과 구조를 이해한 다음 일련의 질문에 응답했다.  이때 연구자들은 질문의 진술 방식(had failed VS had not operated)을 조작했다. 참가자는 아래와 같은 진술을 본 후, 나머지 부품들의 작동 여부를 예상했다( 1. would have operated 2. would not have operated 3. might or might not have operated 중 하나를 선택한다).



문제가 “If component B had not operated[failed] ….”인 경우



실험 결과, 진술 방식의 주효과가 발견되었다(F(1,32)=7.07 p=.01). 즉, ‘failed’라는 표현을 본 참가자는 다른 부품이 정상적으로 작동했을 것이라고 추측한 반면, ‘not operated’라는 표현을 본 참가자는 다른 부품도 멈췄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 효과는 전건이 B인 경우 가장 두드러졌다(F(2,64)=4.91 p=.01). 연구자들의 예상대로 참가자들은 failed일 경우 pruning theory, not operated일 경우 minimal-network theory를 선호한 것이다.


또, 이 효과는 A-B 간 연결 강도에도 영향을 받았다. A-B간 연결이 deterministic한 경우, not operated라는 표현을 본 참가자가 전건의 원인 역시 정지했을 거라고 응답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반면 관계가 probabilistic한 경우, not operated와 failed 간에 응답 차이는 줄어들었다(즉, 두 조건의 참가자 모두 ‘A가 멈췄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라고 응답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A가 항상 B의 작동을 유발한다면 B의 정지가 A의 정지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있지만, A가 이따금씩 B를 작동시킨다면  B가 정지했다 하더라도 A의 상태를 알기 힘들기 때문에 두 조건의 참가자 모두 전건의 원인이 정지했다고 단정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참가자들이 determinisitic->minimal-network theory, probabilistic->pruning theory를 선호했다고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참가자들은  minimal-network theory를 선호했다. 실험 1,2를 통틀어  참가자들은 전건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 전건의 원인 역시 작동하지 않았다고 응답하는 경향이 강했다.



결론


연구자들은 실험 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 먼저, ‘failed’는 component 자체 또는 외부로부터의 영향을 받았음을 암시하는 반면, ‘not operated’는 component의 원인에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또, 인간은 반사실적 추리를 할 때 intervention의 개념을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 듯 하지만, 수정된 pruning theory를 통해 실험 데이터를 설명할 수 있다.


Reference

  1. Rips, L. J., & Edwards, B. J. Inference and Explanation in Counterfactual Reasoning. 2013, Cognitive Science, [본문으로]



글 : PsyPost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Baycrest Health Sciences’ Rotman Research Institute (RRI)와 토론토 대학의 심리학과 연구진은 노인들이 건망증을 극복하고 젊은이처럼 높은 기억력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증거를 찾아냈다.


과학자들은 주의를 분산시키는 학습(distraction learning)을 통해 노인들의 건망증을 해결하고 그들의 기억력을 젊은 사람 수준으로 끌어올리고자 했다. distraction learning이라는 말은 어찌 보면 모순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기존 연구들에 의하면 노인의 뇌는 환경 속에서 관련성이 있거나 없는 정보들을 무의식적으로 처리하는 데 능숙하며, 이 능력이 기억력을 보조한다고 한다.


실험을 진행한 Renée Biss 박사는 “노인의 뇌는 기억력 감퇴를 보완하기 위해 주의를 분산시키는 자극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이 실험에서 우리는 distraction이 노인들의 기억력 향상 시연(Rehearsal)을 촉진하는지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렇다'라는 결론을 얻었다".


성인과 노인의 주의 및 억제 기능을 연구하는 분야에서 권위 있는 과학자인 Lynn Hasher는 “연속적으로 진행된 세 개의 실험을 통틀어 노화에 의한 건망증을 제거하고 노인들의 기억을 젊은 사람의 수준까지 끌어올린 사실은 매우 놀라울 뿐만 아니라, 우리가 알기로 유일한 연구 결과다.”라고 말했다. “ “노인들이 주의 통제력 감퇴는 사실 기억에 도움이 된다.”


2013년 2월 Psychological Science에 게재될 이 논문은 노인들이 맞춤형 학습 전략과 적절한 visual distraction 단서를 통해 약속이나 복약 시간 등을 효과적으로 기억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설사 노인들이 시각 단서에 의식적으로 집중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The study


연구자들은 세 개의 실험에서 토론토 대학 학생(17-27세)들과 노인(60-80)들을 대상으로 단어를 암기하게 한 후, 15분 뒤에 Surprise Test(암기 후 단어 시험을 본다는 사실을 사전에 예고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실시하는 회상 테스트)를 실시했다. 15분 동안 참가자의 절반은 주의를 분산시키는 단어(distracter)를 반복한 반면, 나머지 참가자들은 그림을 이용한 간단한 주의력 과제를 실시했다. 

실험 결과, 젊은 참가자의 경우 distracter를 반복하는 것이 기억력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노인의 경우 (비교집단에 비해) 기억력이 30% 증가했다.


“이 결과는 distraction을 효과적으로 배치함으로써 노인들의 기억력을 향상 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방법은 교실, 집, 장기 요양 시설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Biss는 말했다.


만약 노인들이 TV를 보거나 태블릿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면, 특정 스케쥴(전화를 하거나 카드를 보내는 일 등)을 기억하기 위해 화면에 일련의 자극들이 흘러가게 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2013.2.16 토요인지모임. 장소: 서강대 정하상관. 발표자: 배문정 교수님 사진: 인지심리 매니아



글 : 인지심리 매니아


2013년 2월 16일 서강대에서 열린 토인모에 다녀왔다. 이번 모임은 ‘체화된 인지의 문명사적 의의’이라는 주제로 우석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님인 배문정 교수님이 발표를 맡아주셨다.


인지 과학이 문명사에 미칠 영향은 좁은 학문 영역을 공부한 필자에게 있어서 대단히 큰 담론이다. 이렇게 큰 주제를 작은 그릇에 담기가 쉽지 않았지만, 배문정 교수님이 강의를 재미있게 풀어주셨기 때문에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들은 내용을 스스로 정리하는 차원에서 아래에 강의 내용을 요약해 보았다.


인간의 문명은 르네상스를 계기로 큰 성장을 거두었다. 이 시대의 철학자들이 선도한 ‘제 1의 계몽'은 인간 인식의 확장을 가져왔다. 그러나 이 인식은 현상과 거리를 둔 체 관찰자의 입장에서 본 지식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또 이 시대의 도덕은 개인에게 부여하는 ‘정언 명령'으로써 강제성을 띄고 있었다. 상호작용 측면에 있어서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기계 문명의 접촉이 개별적으로 이루어진 시대였다.


그러나 이런 토대를 바탕으로 성장한 문명은 한계에 봉착했다. 우리 인간 문명은 아직 불완전하며, 개개인의 삶은 여전히 위태롭다. 우리는 이 문명을 계속 발전시킬지, 또는 수정을 가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배문정 교수님은 현대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문명의 수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제 2의 계몽'이 필요하다고 설명하셨다. 그리고 제 2의 계몽을 위해서 인지 과학이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제시해 주셨다. 우선, 인식의 측면에서는 ‘체화된 인지'를 통해 앎의 개념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체화된 인지는 입력과 출력의 구분이 없으며, 인식과 체험을 구분하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삶 속에서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역동적인 ‘앎'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삶이 곧 앎인 것이다.


또, 도덕 대신 ‘윤리의 계몽'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하셨다. 윤리는 개인에게 주어진 정언명령과 달리 자발적 성격을 띠고 있다. 윤리는 즐거워야 한다. 우리 모두가 윤리에 즐겁게, 그리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때 새로운 문명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제 2의 계몽은 하나의 큰 전제 위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그 전제는 바로  ‘we’라는 개념이다. 삶=앎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 즉 사랑과 공감의 다른 표현이다. 윤리의 실천 역시 마찬가지다. 윤리의 자발적 참여는 우리라는 틀 안에서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강의를 들으면서 역사 속 ‘우리’라는 개념이 희미해졌다가 회복되는 과정을 되짚어봤다. 미국의 정치학자인 로버트 퍼트넘은 ‘나 홀로 볼링'이라는 저서에서 산업화와 급속한 사회 변화로 사회적 자본이 파괴되는 현상을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설명했다. 저자는 법률, 제도 등 다른 수단이 사회적 자본을 대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개인화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지적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제 1의 계몽'이 낳은 부작용은 아닐까?



나 홀로 볼링

저자
로버트 D. 퍼트넘 지음
출판사
페이퍼로드 | 2009-03-06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볼링을 치는 사람은 더욱 늘고 있지만 리그 볼링에 가입하는 사람...
가격비교



사회적 자본은 자발적이고, 공동체적이고, 비용면에서도 저렴하며, 현대 문명이 겪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사회적 자본은 인간과 인간 간 역동적인 상호작용(이것이 곧 체화된 인지의 앎이 아닐까?)을 필요로 하며, 결국 ‘우리'라는 개념으로 수렴한다. 필자는 강의를 듣는 내내 ‘윤리적 계몽'을 통한 문명의 수정이 ‘사회적 자본'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비록 정치 학자와 인지 과학자가 다른 용어와 다른 Scope에서 현상을 설명하고 있지만, ‘우리'의 회복이라는 대 주제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모임이 끝나고 점심 식사를 하는 동안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필자는 이 모임에 올 때마다 학문적 갈망에 목을 축일 수 있어서 기쁘다. 이질적인 학문 간의 조우는 필자의 학문적 식견을 넓혀주고 스스로 성장하게 만드는 것 같다. 

더불어서, 필자의 부족한 블로그를 애독하시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도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토요인지모임은 매달 1번씩 정기 모임을 가진다. 3월 모임 역시 서강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Image : http://aplangwjps.blogspot.kr/2007/11/syllogism-class-notes-11207.html



글 : 인지심리 매니아


그럴싸함 효과(Belief bias)는 관계 추리에서 그럴 듯한 내용이 추리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보자.


전제 1: 모든 프랑스 사람들은 포도주를 마신다.

전제 2: 포도주를 마시는 사람 중의 어떤 사람들은 미식가다.

결론: 따라서 어떤 프랑스 사람들은 미식가다.


위의 결론이 ‘논리적’으로 타당한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라고 답하기 쉽지만 사실은 타당하지 않다. 미식가 중 프랑스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경우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 사람들이 결론을 논리적이라고 받아들인 이유가 뭘까?


그 이유는 ‘논리적' 참과 ‘현실 세계'의 참을 헷갈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실제로 프랑스 사람들이 미식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제시한 삼단논법추리는 현실 세계의 참이 아니라 ‘논리적’ 참을 묻고 있다. 문장의 내용이 실제 세계의 참을 말하는지 여부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 둘을 구분하기 어려워한다.


그럼 Belief Bias가 일어나는 원인은 뭘까? Banks가 2012년 Cognitive Science 저널에 게재한 논문[각주:1]은 Anderson의 ACT-R 모델을 통해 Belief Bias가 일어나는 과정을 설명하고자 했다.


ACT-R(Atomic Components of Thought-Relational)은 Anderson이 주창한 모델로써, 각종 인지적 현상을 활성화 수준으로 설명한다. 특정 chunk(부호화된 사실의 상징적 표상)가 반복적으로 학습, 인출되면 활성화 수준이 증가한다. 하지만 이 수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한다. 


저자는 이 모델이 Belief Bias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특정 사실이 반복적으로 학습될 경우(예, 프랑스 인들이 미식가라는 정보를 자주 접한 경우) 그 사실의 활성화 수준은 높아진다(즉, 그 사실에 대한 Belief가 강화된다). 따라서 추리 시 인출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심지어 그 결론이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을 때조차 그렇다. 결국 Believable & invalid한 결론일지라도 타당하게 여기는 현상(Belief bias)이 발생하는 것이다. 


저자는 더 나아가서 흥미로운 예측을 했다. Belief bias가 결정적 문제(determinate problem)보다 비결정적 문제(indeterminate problem)에서 더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비결정적 문제는 앞서 소개한 삼단논법추리 사례처럼 결론이 ‘가능하지만 필연적(necessary)’이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몇몇 프랑스 인이 미식가일 수도 있지만, 프랑스인 중 미식가가 한 명도 없을 수 있다. 반면 결정적 문제는 아래의 예처럼 전제가 필연적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경우를 말한다. 


전제 1: 모든 프랑스 사람들은 포도주를 마신다.

전제 2: 포도주를 마시는 사람들은 모두 미식가다.

결론: 따라서 모든 프랑스 사람들은 미식가다.


사람들은 비결정적 문제의 결론을 판단할 경우 두 가지 심적 모델을 형성해야 한다. 한 가지는 어떤 프랑스인들이 미식가일 경우(Believable), 또 하나는 프랑스인 중 미식가가 하나도 없을 경우(Unbelievable)이다. 이때, Believable한 결론이 Unbelievable한 경우보다 활성화 수준이 높으므로 인출 가능성이 높다. 인출된 결론과 제시된 결론이 일치할 경우 설사 그 결론이 invalid할지라도  타당하다고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심적 모델이 하나만 형성되는 결정적 문제에 비해 Belief Bias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험 1


연구자는 이 두 가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참가자에게 다양한 추리 문제를 제시한 다음, 결론의 Believability(believable or unbelievable), Belief의 강도(strong, weak), 결론의 타당성(valid, determinately invalid, indeterminately invalid)을 조작했다. 그리고 참가자가 타당하다고 받아들인 결론의 수를 세어보았다. 


지문 예시


케임브리지 대학은 영국 시민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지어졌다.

냉전은 영국 시민 전쟁 이전에 일어났다.

그레이엄 벨은 영국 시민 전쟁 기간 동안 전화기를 발명했다.

베를린 장벽은 냉전 동안 파괴되었다.

따라서, 벨은 베를린 장벽이 파괴되기 전에 전화기를 발명했다.



실험 결과, strong 조건은 weak 조건과 달리 belief의 주효과(F(1,33)=13.36, p=.001, \eta^2=0.29)가 발견되었다. 즉, 정말로 (실제 세계에서) 그럴듯한 결론은 타당하다고 받아들여졌다. 또 strong & invalid한 조건끼리 비교한 결과 validity와 belief의 상호작용이 발견되었다(F(1,33)=14.23, p=.001, \eta^2=0.68). 즉, indeterminate&invalid 한 문장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았다(belief bias).  연구자의 예상이 모두 맞아떨어진 것이다.






실험 2


연구자는 실험 2에서 작업 기억의 부담이 Belief Bias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만약 추리 도중 작업 기억에 추가적 부하가 가해지면, 추리는 처리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리게 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unbelievable한 결론의 활성화가 believable한 결론보다 빠르게 감소하면서 망각(Decay)된다는 것이다. 


실험 2의 절차는 실험 1과 동일하지만, 추리 과제 동안 5자리  숫자를 계속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숫자 외우기를 통해 작업 기억에 부담을 주려는 의도다.


실험 결과, 숫자 외우기 과제를 동시에 진행했던 참가자는 추리 과제만 한 참가자에 비해 believable한 결론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지만, 그다지 큰 차이는 아니었다(F(1,31)=3.53, p<.07, \eta^2=0.1). 또 실험 1과 마찬가지로 belief bias는 indeterminately invalid 조건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그 동안 연역 추리를 설명하는 이론은 에반스(evans)의 Selective Scrutiny model, Selective Processing model,  존슨 레어드(Johnson-Laird)의 심성 모형(mental model)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번 논문은 Anderson의 ACT-R 모델을 이용하여 연역 추리 과정을 설명했다는 점에서 참신하다고 할 수 있다. 


Reference

  1. Banks, A. P. (2012). The Influence of Activation Level on Belief Bias in Relational Reasoning. Cognitive Science. [본문으로]





글 : BPS Research Digest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우리는 시간을 공간의 개념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이런 경향은 우리가 쓰는 말(“당신의 미래를 내다봐라", “당신의 과거를 돌아봐라")에서 나타나기도 하며, 심리학 연구도 이를 입증한다. 예를 들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글을 쓰는 국가의 사람들은 미래를 왼쪽으로 생각하기 쉽다(원문은 오른쪽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논리상 왼쪽이 맞는 것 같다 - 역자 주). 여기서 궁금한 점이 하나 있다. 시간을 표상하는 공간은 항상 일정할까 아니면 개인이 경험한 일화(episode)가 많아짐에 따라 달라질까?


Brittany Christian과 동료들은 흥미로운 연구[각주:1]를 통해 이 주제를 다뤘다. 첫 번째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60명의 참가자(18~32세)들에게 36cm의 선을 보여준 다음 자신의 생일을 선 위에 표시하라고 지시했다. 선의 가운데는 ‘현재'를 의미한다. 모든 조건의 참가자들은 이전 생일 (8,9번째 생일)과 함께 미래의 생일 (58. 59번째 생일)을 표시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과제를 수행했다. 하지만 첫 번째 조건의 참가자들은 자신의 생일을 표시한 반면, 다른 조건의 참가자들은 가장 친한 친구의 생일을 표시했다. 마지막 조건의 참가자는 낯선 사람의 생일을 표시하게 했다. 


실험 결과 자신의 과거~현재~미래 생일의 간격은 친한 친구의 생일 간격보다 넓었다. 또, 친구의 생일 간격은 낯선 사람의 간격보다 넓었다. 8~9번째 생일과 58~59번째 생일 간 간격에는 큰 차이가 없었던 점을 미루어볼 때, 우리는 이 간격을 보다 일반적으로 표상하는 것 같다. 이 결과는 우리가 과거와 미래의 사건을 보다 풍부하게 부호화할 경우, 이 심적 표상에 할당하는 물리적 공간 역시 커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두 번째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63명의 참가자(18~32세)를 대상으로 자신의 시간 여행을 직접 통제할 수 있게 만들었다. 연구자들은 컴퓨터 화면 중심에 하얀 점을 제시하고 optic flow(광학 흐름)를 만들어냈다. 하얀 점이 수축할수록 참가자는 자신이 뒤로 후퇴하는 느낌을 받게 되는 반면, 점이 확장하면 앞으로 이동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참가자들은 키패드를 이용하여 자신의 움직임을 직접 컨트롤하면서 현재부터 10년 전 또는 10년 후 범위 내에서 각 생일이 공간 상 어디에 해당하는지 응답했다. 첫 번째 실험과 마찬가지로 참가자들은 본인, 친한 친구, 낯선 사람의 생일을 판단했다.



optic flow의 예. 위 사진처럼 광학 흐름(화살표)을 만들어내고 중심점(화살표가 수렴하는 지점)을 점점 작게 만들면, 참가자는 자신의 뒤로 움직이는 느낌을 받게 된다. Image : http://www.simplypsychology.org/perception-theories.html



실험 결과, 자신의 생일 간 간격은 친한 친구의 간격보다 훨씬 넓었다. 또, 낯선 사람의 생일 간격이 제일 좁았다. 이런 차이는 과거나 미래에서 모두 발견되었다.


Christian과 동료들은 이 결과가 해석수준이론(Construal Level Theory)과 일치한다고 설명한다. “자신과 관련 있거나 일화적으로 풍푸한(i,e 보다 구체적인) 사건의 심적 표상일수록 보다 많은 공간이 할당된다". 추후 연구에서는 사실적 지식이나 정서적 salience가 공간 할당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친분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의 인생을 더 넓게 생각할까? 아니면 친분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의 인생을 더 넓게 생각할까? 


연구자들은 “이 연구 결과는 특히 미래와 관련해서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추측에 불과하지만, 연구자들은 이 결과가 계획오류(planning fallacy) - 어떤 일의 소요 시간을 예상할 때 타인보다 자신의 소요시간을 과소추정하는 경향. 인지심리학자인 카네만과 트베르스키가 처음 고안한 용어다 - 와 관련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우리가 자신의 시간을 타인의 것보다 넓게 표상할 경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다는 착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Reference

  1. Christian BM, Miles LK, and Macrae CN (2012). Your space or mine? Mapping self in time. PloS one, 7 (11) PMID: 23166617 [본문으로]




글 : Ulterior Motives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이 세상은 수많은 대상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매 순간 만나는 이런 대상들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 대상에 대한 지식을 학습한다. 만약 어떤 물체가 ‘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테이블, 램프, 오븐 등과 같은 다른 물체에 대해서도 알 필요가 있다.


그런데, 성인이 인공물(artifacts)과 동물을 보는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인공물은 특정 목적을 위해 인간이 만든 대상인 반면, 동물은 진화 과정의 결과다.


인공물은 동물보다 훨씬 다양한 유형을 가지고 있다. 의자는 다리를 가지고 있고 받침대가 있을 수도 있다. 의자는 다양한 종류의 재료로 만들 수 있다. 또 다양한 색상을 지닐 수 있다. 어떤 물건이 의자라는 사실을 들었을 경우 우리는 (그것이 앉을 수 있는 물건이라는 정보 외에) 다른 정보를 얻기 힘들다.


반면, 특정 동물 간에는 유사성이 크다. 예를 들어 고양이는 네 발이 있고, 털이 있고, 유사한 내부 기관을 가지고 있으며, 행동도 유사하다(따라서 어떤 동물이 고양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 대상에 대한 추가적인 특징을 금방 추론할 수 있다 - 역자 주).


성인들은 동물과 인공물을 다른 방식으로 인지한다.


그럼, 인간은 언제부터 이런 동물과 인공물의 차이를 터득하게 되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해 단정적인 대답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지식을 제대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들의 지식을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Amand Brandone과 Susan Gelman이 2013년 1월 Cognitive Development에 게재한 연구[각주:1]는 아이들이 동물과 인공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들의 진술 방식을 조사했다. 특히 연구자들은 generic language에 관심을 가졌다. generic statement는 대상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진술을 말한다. 만약 누군가 “의자는 앉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라고 말했다면, 이 진술은 모든 의자에 적용할 수 있다. 만약 누군가 “고양이는 야옹이라고 소리를 낸다"라고 말했다면, 이 진술 역시 모든 고양이에게 적용할 수 있다. 만약 아이들이 인공물보다 동물 간 공통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면, 동물에 대해 얘기할 때 generic statement의 방식으로 말할 확률이 높다.


이 실험에서 5세 어린이들은 외계에서 온 물건이라고 소개 받은 대상을 묘사한 그림을 보게 된다. 이때 한 조건의 아이들에게는 이 물건이 인공물(기계, 탈것, 공구 등)이라고 소개해준 반면, 다른 아이들에게는 외계의 생명체라고 소개해줬다. 각 대상들에게는 특정한 카테고리 이름이 주어졌다. 예를 들면 어떤 대상을 보여주면서 이 대상의 이름은 “dax”라는 식으로 이름을 소개해줬다. 각 이름은 이전에 본 적이 없는 단어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아이들이 이전 지식을 활용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있었다.


그 다음, 어린이들은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소개받은 인형에게 자신이 본 대상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이 실험은 어린이 뿐 아니라 성인들도 실험 대상에 포함시켰다.


연구자들은 어린이와 성인들이 사용한 언어를 분석했다. 특히, 이들이 대상을 진술을 할 때 generic statement를 얼마나 자주 사용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어린이와 성인은 생물체에 대해 진술할 때 generic statement를 더 자주 사용했다. 이는 학령 전 아동 역시 인공물보다 동물 간에 유사성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을 의미한다. 어린이와 성인들이 non-generic language를 사용한 빈도는 인공물이나 동물의 경우 모두 같았다. 따라서 참가자들이 단지 인공물보다 동물에 대해 더 말하고 싶어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 결과는 아이들이 새로운 대상을 학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특정 동물 간 유사성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새로 발견한 동물이 기존에 알고 있던 동물과 공통점이 많을 거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인공물의 경우, 인공물의 특징보다는 기능을 발견하기 위해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Reference

  1. Amanda C. Brandone, Susan A. Gelman, Generic language use reveals domain differences in young children's expectations about animal and artifact categories, Cognitive Development, Volume 28, Issue 1, January–March 2013, Pages 63-75, [본문으로]




글 : PSYPOST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색상-문자 공감각을 경험하는 사람은 글자나 숫자를 볼 경우 색상을 경험하는데, 각 글자마다 일관된 색상을 경험한다. (i.e A를 볼 경우 항상 빨강을 경험한다)


스탠포드 대학의 Nathan Witthoft와 Jonathan Winawer는 색상-글자 매칭 패턴이 유사한 11명의 공감각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이 공감각이 어릴적 가지고 놀던 자석 글자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각주:1]는 Psychological Science와 journal of the Association for Psychological Science에 실렸다. 


실험 결과 11명의 참가자는 일관된 색상-글자 매칭을 보였으며, 이 일관성은 실험의 한 세션 내 또는 세션 간에서도 계속 유지되었다(이 데이터는 http://www.synesthete.org에서 수집되었다). 참가자들은 이 실험에 참가하고 7년이 지난 후에도 일관된 방식으로 색과 글자를 결합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timed task도 수행했다. 참가자들은 1초 동안 글자를 본 다음, 이 글자의 색이 자신의 공감각과 일치하는지 판단했다. 실험 결과 이들은 과제를 매우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했다.


참가자들의 색상-글자 연상은 특정하고, 자동적이며, 시간에 흐름에도 불구하고 일관성 있다는 점에서 공감각의 기본 요건을 충족하고 있었다. 그런데 참가자 간 (또는 참가자 내) 색상-글자 매칭의 유사도는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자석 글자의 색상과 관련이 있었다. .

(이해를 돕기 위해 역자가 연구 방법을 상술하고자 한다. 연구자들은 각 참가자가 어릴 적 가지고 놀았던 자석 글자 제품을 조사하여 참가자의 데이터와 비교했다. 그 결과 참가자의 데이터는 자신이 가지고 놀던 자석 글자의 색과 전반적으로 일치했다. 또 같은 제품을 가지고 놀았던 사람들은 공감각 패턴도 유사했다. -역자 주)



s1~s11 : 참가자 번호 set : 참가자가 가지로 놀던 자석 글자의 색상 Image : 논문에서 인용



연구자들에 의하면 이 연구야말로 공감각이 학습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수의 참가자를 통해 검증한 첫번째 사례라고 설명한다.


그들은 자석 글자 놀이에 노출되는 것만으로 공감각이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지적했다. 자석 글자 놀이를 경험한 사람 중 공감각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결과를 토대로 Witthoft와 Winawer는 공감각을 이해하려면 학습과 기억의 개념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Reference

  1. Witthoft, N., & Winawer, J. (2013). Learning, Memory, and Synesthesia. Psychological Science. [본문으로]


2013.1.19 토요인지모임. 장소: 서강대 정하상관. 발표자: 윤홍옥 박사 사진: 인지심리 매니아



글 : 인지심리 매니아


오랜 망설임 끝에 마침내 토인모에 참석하게 되었다. 이번 모임은 서강대학교에서 개최되었으며,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윤홍옥 박사님이 발표를 맡았다. 발표 제목은 ‘예측성과 유사성이 문장 처리에 끼치는 영향’이었다.


언어 연구는 통제해야 할 factor가 많기 때문에 실험 설계가 까다롭고 이론도 복잡하다. 또 필자의 전공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연구 내용을 모두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이해한 내용과 개인적으로 얻은 교훈을 적고자 한다.


인간의 언어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지만, 우리는 상대방의 말이 체 끝나기도 전에 다음 말을 예상할 수 있다. 이 놀라운 능력에는 무수히 많은 요인들이 관여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발표는 문장을 통해 활성화된 후보 단어들(cohort) 간의 의미적 유사성, 문맥적 제약, Timing이 단어 예측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다뤘다. 


필자의 관심을 끈 대목은 문맥적 제약의 효과였다. 문맥적 제약이 강한 조건에서는 target 단어의 활성화가 강해진다. 하지만 문맥적 제약이 약할 경우 (target 단어를 포함한) cohort 내 단어들은 비슷한 활성화 수준을 가진다는 것이다(필자가 제대로 이해한 건지 모르겠다).


이 결과는 영어 교육에 큰 함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2014년 수능 영어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은 바로 ‘빈칸' 추론이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빈칸 추론을 두려워한다. 필자가 가르치는 학생 한 명도 빈칸 추론에 유독 약하다. 이런 학생들은 보통 ‘문맥'을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어쩌면 학생들의 뇌에서  보기로 제시된 단어들의 활성화 수준은 모두 비슷할지 모른다. 해당 문장의 문맥, 또는 글 전체 문맥의 제약을 통해 정답을 골라내지 못한다면 빈칸 추론하기 문제는 고역이 될 것이다. 영어 교육에 있어서 학생들에게 ‘화용적 의미'의 활용을 가르치는 것은 단어나 문법만큼이나 중요한 문제일지 모른다.  


필자는 발표를 듣는 동안 이따금씩 이정모 교수님이 앉아 계시는 모습을 지켜봤다. 만약에 교수님이 없었더라면 이런 값진 모임이 계속 유지될 수 있었을까? 지난 수십 년 동안 인지과학 발전을 위해 공헌하고 계신 교수님을  보면서, 후학 양성은 위대한 스승의 지도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순간, 모교인 성균관대의 인지심리 동아리 후배들이 떠올랐다. 필자 역시 교수님처럼 후배들을 지도하는 데 도움을 주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만간 기회가 된다면, 후배들을 지도하는 일을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발표가 끝나고 참석한 사람들끼리 점심을 먹으면서 분위기는 보다 화기애애해졌다. 참으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임에 참석했다. 참석자들의 이색적인 전공과 이력을 접하면서 이 모임이 참 매력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필자가 인지과학을 접하고 처음 받았던 느낌과 묘하게 닮은 느낌이었다.


토요인지모임은 매달 1번씩 정기 모임을 가진다. 다음 모임은 2월에 서강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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