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Frontal Cortex (Jonah Lehrer)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지난 주, 갤럽이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진화 관련 설문조사의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는 전국의 과학 교사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전체 성인 중 46%가 “신이 1만년 전에 인간을 현재의 모습으로 창조했다”고 믿고 있었다. 오직 15%만이 신성한 힘의 도움 없이 인간이 진화했다는 주장에 동의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통계 수치의 안정성이다. 갤럽이 30년 전 이 질문을 처음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수치는 변하지 않고 있다. 1982년에는 44%의 사람들이 창조적 관점을 가지고 있었고, 이 수치는 2012년과 통계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생물학적 진화를 믿는 미국인은 지난 20년 동안 단 4%만 증가했다.


이런 통계자료는 의문을 낳는다. 어떤 과학적 사실들은 왜 수용되지 않을까? 과학적 근거가 상당히 축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그 사실을 믿지 않는 이유는 뭘까?


Occidental College의 Andrew Shtulman이 Cognition에 게재한 새 논문[각주:1]은 인간의 완고함을 연구했다. Shtulman이 말했듯이, 인간은 최신 연구 결과들을 자신만의 가설과 동화시킨다. 우리는 세상에 대한 직관적 가설을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열이 물질이라고 생각하거나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생각한다. 


이는 과학 교육이 단순히 새 이론을 배우는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그들의 직관을 버리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과학적 사실과 인간의 직관 사이의 갈등을 알아보기 위해, 연구자는 간단한 테스트를 고안했다. 그는 대학 수준의 과학이나 수학 과목을 이수한 150명의 학부생에게 다양한 과학적 진술문을 읽게 했다. 학생들은 이 진술문이 사실인지 최대한 빠르게 판단을 내려야 했다.


연구자는 학생들에게 직관적으로도 납득이 가고 과학적으로도 참인 사실(“달은 지구 주위를 돈다”)과, 직관에 반하지만 과학적으로 참인 사실(“지구는 태양 주위를 돈다”)을 제시했다.


예상대로, 학생들은 직관에 반하지만 과학적으로 참인 사실을 볼 경우 판단 속도가 느려졌다. 학생들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거나, 압력이 열을 만든다거나, 공기가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는 진술을 판단할 때 잠시 멈칫했다. 물론 우리는 이 진술들이 사실임을 알고 있지만, 직관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판단 시간이 지연된 것이다.


놀라운 점은 우리가 과학적 개념을 내재화한 후에도 – 대부분의 어른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코페르니쿠스적 사실을 인정한다 – 초기에 가졌던 직관을 계속 간직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절대로 잘못된 직관을 버릴 수 없다. 다만, 그것을 억누르는 법을 배울 뿐이다.


Shtulman과 동료들은 이 결과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만약 학생이 자신의 직관과 반하는 과학적 사실을 배울 경우, 직관은 어떻게 될까? 우리의 연구결과는 직관이 과학적 사실로 대체되는 대신 억제될 뿐임을 보여준다. 


이 새로운 연구는 미국 사람들이 왜 특정 과학 사실을 거부하는지를 보여주는 한편 – 진화론은 우리의 직관이나 종교적 믿음에 반한다 – 머리 안에서 일어나는 학습 과정을 연구한 기존 연구에도 토대를 두고 있다. 어떤 사람이 과학적 지식을 수용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면,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도 알 수 없을 것이다.


매릴랜드 대학의 심리학자인 케빈 던바(Kevin Dunbar)는 2003년 연구에서 학부생들에게 크기가 다른 공들이 낙하하는 영상을 보여줬다. 첫 번째 영상에서는 두 공이 동일한 속력으로 낙하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두 번째 영상에서는 큰 공이 더 빨리 낙하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이 장면은 갈릴레오의 유명한 실험을 재구성한 것이다. 갈릴레오는 피사의 사탑에서 크기가 각각 다른 두 개의 포탄을 떨어뜨렸다. 두 포탄은 동일한 속력으로 착지했다. 이는 무거운 물체가 더 빨리 낙하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던바는 학생들에게 중력을 정확히 묘사한 영상을 고르라고 지시했다. 물리학 지식이 없는 학부생들은 갈릴레오의 의견에 반대했다. 그들은 두 공이 똑같은 속도로 낙하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그들은 직관적으로 아리스토텔리안이다). fMRI 관찰을 한 결과, 비-물리학 전공자가 과학적으로 사실인 영상을 볼 경우 뇌에서 특정 패턴의 활성화가 일어났다. 뇌의 중앙에 위치한 전대상회(anterior cingulated cortex)가 활성화된 것이다. 전대상회는 오류나 모순을 지각할 때 활성화된다. – 신경과학자들은 이 부분을 “Oh shit” circuit이라고 부른다 – 우리는 영상을 보면서 그것이 과학적으로 사실이라고 인정하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참가자가 과학적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그래서 던바는 물리학 전공자도 실험에 참여시켰다. 전공자들은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갈릴레오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알았다.


전공자들이 과학적 사실을 믿는 것은 뇌의 특정 부위와 관련 있었다. 과학적으로 옳은 영상을 볼 때, 참가자의 DLPFC(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 영역이 활성화되었다. DLPFC는 이마 바로 뒤에 위치하고 있으며 젊은 성인의 뇌에서 가장 늦게 발달하는 부위다. 이 부위는 원치 않는 표상을 억제하거나 필요하지 않은 생각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당신이 냉장고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생각하고 싶지 않거나 지루한 일에 집중하려면, 당신의 DLPFC가 일을 해야 한다. 


던바에 의하면, 물리학 전공자들의 뇌에서 DLPFC가 활성화된 이유는 그들이 직관(아리스토텔리안식 사고방식)을 억제하려 했기 때문이다. 만약, 물리학 법칙들이 우리 직관과 잘 들어맞는다면 – 진화론이 틀렸고 살아있는 생물체는 무선적 변이로 진화하지 않았다면 - 참 좋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은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사실로 가득하다. 그래서 올바른 과학적 사실을 믿는 것은 힘든 일이다.


물론, 추가적인 정신적 노력이 언제나 즐거운 것은 아니다(그들은 이것을 인지 부조화라고 부른다).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이 주류가 되기까지는 수백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현재의 속도를 비추어 볼 때, 미국에서 다윈의 진화론이 수용되려면 지동설만큼 오랜 세월이 걸릴 것이다.  





  1. Andrew Shtulman, Joshua Valcarcel, Scientific knowledge suppresses but does not supplant earlier intuitions, Cognition, Volume 124, Issue 2, August 2012, Pages 209-215, ISSN 0010-0277, 10.1016/j.cognition.2012.04.005. [본문으로]



글 : Frontal Cortex ( Jonah Lehrer )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야구 배트와 공의 가격은 모두 1달러 10센트다. 배트의 가격은 공의 가격보다 1달러 높다. 그렇다면 공의 가격은 얼마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의 가격이 10센트라고 망설임없이 말한다. 하지만 정답은 5센트다. 


프린스턴 대학의 심리학자이며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다니엘 카네만 ( Daniel Kahneman ) 은 수십년 동안 이런 질문들을 사람들에게 한 다음 반응을 분석했다. 그의 간단한 실험은 인간의 사고에 대한 관점을 심오하게 바꾸어놨다. 철학자, 경제학자, 사회 과학자들은 수십년동안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라고 주장했다 – 이성은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준 선물이었다. – 하지만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나 셰인 프레드릭(Shane Frederick, 야구 배트와 공 문제를 만든 사람이다)같은 학자들은 인간이 생각보다 이성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인간은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문제와 관련있는 수치들을 주의깊게 평가하지 않는다. 그 대신 어림법에 의존해서 바보 같은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이 어림법들은 계산을 빠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계산을 아예 하지 않게끔 만든다. 야구 배트와 공 문제를 접했을 때, 우리는 수학시간에 배운 것들을 잊어버린 채 머리를 가장 적게 쓰는 방법으로 대답을 한 것이다.


(만약 우리가 수학 시간에 배운 대로

x+y=110cent

x=y+100cent

라고 계산했다면 절대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 역자 주)


카네만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심리학자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업적은 수년 동안 무시되어 왔다. 미국의 저명한 철학자 한 사람은 그의 연구를 들은 다음 돌아서면서 “나는 바보의 심리학에는 관심이 없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제임스 매디슨 대학의 Richard West와 토론토 대학의 Keith Stanovich가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게재한 새 논문[각주:1]에 의하면, 똑똑한 사람일수록 사고의 오류를 더 많이 범한다고 한다. 우리는 지능이 편향을 줄일 수 있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 S.A.T 점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실수를 덜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오히려 그것이 오류를 부추기기도 한다.


West와 동료들은 482명의 학부생에게 편향을 불러일으키는 고전적 문제들을 내줬다. 여기 예시가 있다.


호수에 수련 잎이 있었다. 수련 잎의 크기는 매일 두 배씩 커진다. 잎이 호수 전체를 다 덮는 데 48일이 걸린다면, 호수의 절반을 덮는 데는 며칠이 걸렸을까?


당신은 아마 머리를 가장 적게 쓰기 위해 48일을 반으로 나누려 했을 것이다. 그래서 24일이 답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답은 47일이다. 


또, West는 학생들의 “닻 내리기 편향”을 알아보기 위해 퀴즈를 냈다. 닻 내리기 편향은 카네만과 트버스키가 1997년에 발견한 현상이다. 연구자들은 참가자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적목(redwood)은 X 피트보다 크다”고 말해줬다. 이 때 참가자마다 X의 숫자를 85~수천까지 각각 다르게 말해줬다. 그 다음, 세상에서 가장 큰 적목의 높이를 예상하게 했다. 작은 “닻”에 노출되었던 학생 – 85라고 들었던 사람 – 들의 응답은 평균 180피트였다. 수 천피트라고 들었던 사람들의 응답은 이보다 7배가 높았다.


닻 내리기 편향(Anchoring heuristic)


참조점(Anchor)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편향.


예) 아프리카 국가들의 유엔 가입 률은 ?

"10% 정도인가?"라고 물어봤을 때 ->  25%라고 대답함

"65% 정도인가?"라고 물어봤을때  -> 45%라고 대답함

(질문자가 제시한 숫자에 따라 답이 증감하고 있다)



하지만 West와 동료들은 인간의 편향을 재확인하는 데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편향이 지능과 어떤 상관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편향을 측정하는 동시에 인지적 측정(S.A.T나 Need for Cognition Scale)을 함께 실시했다. 인지적 측정은 “개인이 사고를 즐기고 관여하려는 성향”, (즉, 평소에 생각하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 역자 주)을 측정한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우선, self-awareness는 편향을 제거하는 데 아무 소용이 없었다. 과학자들의 말처럼, “자신의 편향을 인식하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

저자
대니얼 카너먼 지음
출판사
김영사 | 2012-03-30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천재 심리학자가 밝혀낸 인간의 사고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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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만은 그의 책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자신의 연구가 본인의 편향을 수정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내 직관적 사고는 연구를 진행하고 난 후에도 여전히 과신, 극단적 예측,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 과제에 소요되는 시간을 과소평가하는 경향)를 범하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가장 위험한 편향은 자신보다 타인이 오류를 훨씬 많이 범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bias blind spot). 이 “meta-bias”는 타인의 의사결정의 체계적 오류를 찾아내는 인간의 능력에 뿌리내리고 있다. 우리는 친구의 결점을 잘 찾아낸다. 하지만 본인도 똑같은 결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Bias blind spot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지만, West는 최신 논문을 통해 이 현상이 틀 효과부터 닻 내리기 효과까지 모든 편향에 적용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우리는 매사에 우리 자신을 쉽게 용서하지만 타인의 결점은 가혹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가장 안타까운 점은, 지능이 이 현상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네 가지 측정치를 통해 학생들의 “인지적 정교화(Cognitivie sophistication)” 정도를 측정했다. 네 가지 측정치는 bias blind spot과 정적 상관이 있었다. 즉, 인지적 능력이 높은 학생일수록 bias blind spot현상이 더 심했다. 이런 현상은 다양한 편향에서 입증되었다. S.A.T 점수가 높은 사람이나 사고를 좋아하는 사람이 심적 오류에 더 취약했다. 교육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카네만과 프레드릭이 수년 전에 말한 대로, 하버드나 프린스턴, M.I.T의 학생 중 절반이 야구배트와 공 문제를 맞추지 못했다.

이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한 가지 도발적인 가설은 자신과 타인을 평가하는 방식의 불일치가 bias blind spot를 낳는다는 것이다. 타인의 선택이 합리적인지를 판단할 때는 행동적 정보에 의존한다. 즉, 그들의 외면에서 편향을 보려하기 때문에 체계적 오류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을 평가할 때는 내면을 관찰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자신의 동기나 적절한 이유를 찾는다. 우리는 치료사에게 자신의 실수를 토로하거나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신념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본다.


내면을 관찰하는 방식의 문제점은 편향의 근원이 대부분 무의식적이기 때문에 자기 분석을 통해 관찰할 수 없으며, 이성으로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면을 관찰하는 방식은 오류를 범하기 쉬우며, 일상의 실수들을 일으키는 주요 기제를 볼 수 없게 만든다.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유창하게 이야기하지만, 대부분 핵심을 빗나간다. 우리가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려고 할수록, 훨씬 적게 이해하는 셈이다.


  1. West, R. F., Meserve, R. J., & Stanovich, K. E. (2012, June 4). Cognitive Sophistication Does Not Attenuate the Bias Blind Spot.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Advance online publication. doi: 10.1037/a0028857 [본문으로]

'More'을 클릭하면 용어 해설을 볼 수 있습니다.


계산이론

공간 기반 주의(Space-based attention)

대상 기반 주의(Object-based attention)

병목 이론(Bottleneck Theory)

부적 점화 현상

분리 주의(Divided Attention)

세부특징분석모형(Feature Analysis)

세부특징통합이론(Feature Integration Theory)

실인증(Agnosia)

약화 모형(Attenuation Theory)

여과기 모형(Filter Model)

유도탐색이론(Guided Search Theory)

자동 처리

칵테일파티 현상(Cocktail Party Effect)

형판맞추기모형(Template Matching)

후기선택모형

Central Capacity Theory

Multitude The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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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Art Markman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인간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스스로 통제 할 수 없을 때 어려움을 겪는다. 인간의 문화는 이런 문제들을 다루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만들었다. 그 전략 중 하나가 바로 ‘의식(Ritual)'이다. 


종교는 일련의 행동으로 구성된 수많은 의식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성당에 가보면 기도를 하고 촛불을 밝히는 장소, 손으로 적은 노트를 발견할 수 있다.


의식은 비단 종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야구 선수들은 타석에 들어가기 전 자신만의 ‘의식'을 행한다. 배트를 특정한 패턴으로 휘두르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행동을 반복한다. 타석에 들어가고 난 후에도 발로 흙먼지를 털거나 스윙 연습을 하기도 한다. 이 모든 행동은 타율을 끌어올리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의식의 어떤 점이 효과가 있다고 믿는 것일까?


Cristine Legare와 Andre Souza는 2012년 Cognition에 이 문제를 다룬 논문을 게재했다. 그들은 브라질의 고유 의식인 심파시아(simpatia)를 연구했다. 심파시아는 몸이 아프거나 운이 좋지 않을 때 수행하는 의식이다. 이 의식은 다음과 같은 절차를 거친다.


금속 용기에 하얀 장미 잎을 넣는다. 그 다음 잎을 태운다. 타고 남은 재를 플라스틱 용기에 넣는다. 그 용기를 교차로에 놓는다. 이 절차를 7일 연속으로 반복한다.


이 의식은 브라질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그 효험을 믿는 것은 아니다. 연구자들은 심파시아를 수정해서 9개의 다른 버젼을 만들었다. 예를 들면 수행해야 할 절차의 수를 증감하거나 의식의 일부분으로 무엇을 먹어야 하는 등 새로운 단계를 추가했다. 브라질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 의식들을 읽게 한 후, 의식이 얼마나 효험이 있을지 물어봤다.


그 결과, 사람들이 심파시아의 효험을 판단할 때 세 가지 측면에 주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먼저, 절차가 복잡한 의식일수록 효험이 크다고 생각했다. 또, 반복 횟수가 많은 의식일수록 효험이 크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특정한 시간(예. 보름달이 뜰 때)에 수행해야 하는 의식일수록 효험이 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브라질 문화에서 자란 참가자들이 무의식중에 심파시아의 효과를 믿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미국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 학생들은 심파시아에 대해 처음 들어봤기 때문에, 이 의식의 효험을 그다지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실험을 진행한 결과 학생들도 브라질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절차가 복잡하거나 반복이 많은 의식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미국 학생의 경우 의식을 수행하는 시간은 의식의 효험과 상관이 없었다.


인간은 의식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특정 조건이 필요하다는 일종의 ‘인과적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의식이 효과가 있으려면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복잡한 절차나 반복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식의 효험을 높인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특정 시간에 의식을 수행해야 효험 있다고 믿는 이유는 뭘까? 대부분의 종교들은 하루 중 특정 시간(예. 새벽) 또는 일 년 중 특별한 날에 기도를 하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특정 시간에 의식을 치루는 것 역시 일종의 노력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시간에 의식을 진행하기 위해선 그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연구 결과는 흥미롭지만 수 많은 의문을 낳는다. 의식을 치르면 통제 불가능한 일 때문에 불안했던 마음이 가라앉을까? 의식을 수행한 사람들은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 방향으로 행동을 하게 될까? 



글 : 인지심리 매니아



최근 미국인지과학회가 최우수로 선정한 인지과학 박사학위논문들이 발표되었다. 오늘은 그 중 시각 작업 기억 분야를 연구한 논문[각주:1]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논문의 저자는 학제적 연구를 통해 시각 작업 기억이 대상을 구조적으로 표상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 시각 작업 기억의 최소 단위


기존 인지심리학 연구들은 시각 기억이 대상(object)의 숫자에 영향을 받지만, 대상이 지닌 특징의 수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해 왔다. 예를 들어 두 개의 동그라미를 기억하는 경우와 빨강과 파랑 동그라미를 기억하는 경우, 후자(색상이라는 특징이 추가되었다)가 전자보다 기억하기 더 어려운 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에 반대되는 연구 결과도 관찰되었다. 대상의 수가 동일하더라도 특징의 수(색상, 기울기 등)가 늘어나면 기억하기 더 어려워지는 현상을 발견한 것이다. 


저자는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hierarchically structured feature-bundle이 시각 작업 기억의 최소 단위라고 주장한다. 



사진출처: 논문에서 인용

인간이 a라는 장면을 머리 속에 기억할 때, 그 표상은 온전한 object(B) 또는 각각 분리된 특징(C)의 형태를 띄지 않는다. 대신 완전한 object와 특징을 모두 포함하는 hierarchically structured feature-bundle(D)로 표상된다. 


이 모델은 특징의 경우 어느 정도 독립된 저장 공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외워야 할 특징의 숫자가 늘어나도 기억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고 설명한다. 반면 새 물체(즉 새로운 bundle)를 기억해야 할 경우, 기억에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간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기억이 대상의 수에 영향을 받는 경우를 설명할 수 있다.  또, 이 모델은 특징의 저장 공간이 ‘어느 정도' 독립적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동일한 대상 안이라도 특징의 숫자가 너무 많아지면 기억이 힘들어 질 것이다(필자는 이렇게 이해했다). 따라서 같은 대상 안에서 특징의 수가 늘어나면 기억이 어려워지는 경우를 설명할 수 있다. 결국 기존 연구 결과들의 모순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2. Ensemble statistics bias


인간은 물체를 지각할 때 패턴 속에서 통계치를 발견한다. 예를 들어, 여러 개의 도형을 볼 경우 평균 크기, 평균 기울기 등을 매우 빠르게 계산해낸다. 이 통계치를 Ensemble statistics라고 한다.


Ensemble statistics는 시각 작업 기억이 정보를 효율적으로 부호화하도록 돕는다. 수박이 여러 개 있는 사진을 보여준 다음 특정 위치에 있던 수박의 크기를 기억해 보라고 할 경우를 상상해 보자. 우리는 사진을 볼 때 이미 수박들의 평균 크기를 무의식적으로 계산한 다음 이 수치를 토대로 수박의 크기를 기억한다. 즉, 패턴의 통계치를 기반으로 기억을 하기 때문에 그만큼 기억하기 쉬워지는 것이다. 만약 Ensemble statistics 없이 물체의 크기를 따로따로 기억해야 한다면 작업 기억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저자들은 Ensemble statistics가 기억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아래 그림처럼 빨간 또는 파란색 점들이 섞여 있는 그림을 본다. 그 다음, 연구자들은 참가자가 특정 위치에 있던 점의 크기를 정확히 기억하는지 검사했다.



사진출처: 논문에서 인용



연구 결과, 참가자들은 해당 위치의 점이 파란색일 때 점이 훨씬 컸다고 기억했다. 즉, 파란색 점의 평균 크기가 해당 점의 크기를 기억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 효과를 직접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동일한 점의 색깔을 빨강 또는 파랑으로 조작한 다음 크기를 물어봤다. 동일한 점임에도 불구하고 색상이 파란색인 경우 참가자는 점의 크기가 컸다고 기억했다. 


결국 인간은 물체의 개별적 특징 뿐만 아니라 물체들의 평균적 특징도 함께 표상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구조적 부호화 때문에 시각 정보를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다.



3. 정보 압축


인간은 주변 환경의 구조적, 통계적 정형성(statistics regularity)에 민감하다. 예를 들면, 우리는 뜨거운 열의 중심부는 노란색이고 주변부는 붉은 색을 띤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런 통계적 정형성은 한낮의 태양부터 양초의 촛불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나타난다. 


이 통계적 규칙은 우리가 기억을 효과적으로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저자들은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아래 그림처럼 8개의 색으로 이루어진 4개의 원을 보게 된다. 1초가 지난 다음, 이번에는 색상이 모두 제거된 원이 제시된다. 참가자는 그 중 까맣게 표시된 원의 색상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면 된다. 



사진출처: 논문에서 인용



연구자는 참가자를 Uniform 조건과 Patterned 조건으로 나누었다. Uniform 조건의 참가자는 색상의 짝이 무선적으로 구성된 원들을 보게 된다(원과 테두리의 색상 조합이 무선적이다). 반면, Patterned 조건의 참가자는 규칙성이 있는 색상 조합에 노출된다. 예를 들면 빨간색 원이 노란 테두리와 함께 나타날 확률을 80%로 조작하는 식이다.


실험 결과, patterned 조건의 참가자는 uniform 조건의 참가자보다 색상의 회상률이 높았다. 이 효과는 실험 횟수가 거듭될수록 더욱 커졌다. 연구자들의 주장의 의할 때, 이 결과는 참가자들이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빨간색이 노란 테두리와 함께 나타난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이 통계적 규칙성이 중심원의 색상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연구자들은 통계적 정형성이 정보를 압축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기억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인간이 색상 간 규칙을 학습하는 과정을 베이지안 모델로 만든 다음, 색상을 비트로 바꿔서 기억해야 할 양이 어느 정도인지 계산해냈다. 그 결과, uniform과 patterned 집단 간 기억해야 할 정보량에는 차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atterned 집단의 수행이 높았던 이유는 통계적 정형성이 정보를 압축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동안의 연구들은 시각 기억을 연구할 때 기억해야 할 항목의 개수에만 관심이 있었다. 또, 항목들을 묶어서 기억(청킹)하는 경우 항목이나 특징 간 위계적 구조를 고려하지는 않았다. 이 논문은 우리의 시각 기억 표상이 훨씬 복잡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대상을 특징 별로 나누어서 기억하는 동시에 그것을 구조적으로 조립한 완전한 대상으로도 기억하며, 거기에 다른 물체에서 발견한 통계적 규칙까지 적용한다. 




  1. Structured Representations in Visual Working Memory, Timothy F. Brady, Department of Brain and Cognitive Sciences,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2012 [본문으로]




글 : BPS Research Digest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챌린저호 참사, Pigs fiasco만, 이라크 침공... 이 사건들은 어리석은 집단 의사결정의 결과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법같은 "집단지성"의 효과는 정말 존재한다. -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모이면 한 사람의 의견보다 훨씬 정확한 답이 도출된다. 어떻게 이 역설을 해결할 수 있을까? Asher Koriat은 흥미로운 연구[각주:1]를 통해 해답을 제시하고자 했다. 연구자는 사람들의 자신감과 문제의 유형이 중요한 변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Koriat은 다섯 개의 연구에 걸쳐 수십 명의 참가자에게 선택형 문제를 제시했다. - 그 중 일부는 시각 주의와 관련된 것이었다(e.g. 보기 중 다른 패턴을 가지고 있는 것은?); 나머지는 일반 지식에 관한 것이었다(e.g. 두 유럽 도시 중 어느 곳의 인구가 훨씬 많을까?); 그리고 시각적 판단 질문도 있었다 (e.g. 두 개의 동그라미 중 어떤 것의 선이 더 길까?). 참가자들은 정답과 함께 정답에 대한 자신감도 함께 응답했다.


Koriat은 참가자들을 두 사람씩 임의로 묶은 다음, 둘 중 자신감이 높은 사람의 정답을 취했다.


실험 결과, Koriat은 자신감이 높은 참가자의 정답이 정확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평균 69.88%). 이 결과는 정답률이 가장 높은 한 사람의 수행보다도 높은 것이었다(67.82%). 즉, 두 사람 중 보다 자신있는 한 사람의 의견이 전체 집단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보다 나았다. 시각 패턴을 사용했던 첫 번째 연구의 경우 총 19쌍 중 18쌍에서 이런 결과를 발견했다. 추가 분석은 두 사람 중 자신감 있는 사람의 답이 집단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의 답보다 낫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 전략은 한 사람이 두 번의 정답을 내는 경우도 효과가 있었다. 참가자들은 일련의 질문에 대답하고 정답에 대한 자신감을 평정한 후, 일주일 뒤 다시 한번 정답과 자신감을 평정했다. 두 대답 중 보다 자신 있는 대답을 취한 경우가 두 응답을 평균한 경우보다 정답에 가까웠다(Unleash the crowd within 참조).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이 전략은 "대중"이 정답을 취할 확률이 높은 경우만 효과가 있다. 질문이 까다롭거나 대부분 틀릴 확률이 높다면, 규칙은 정반대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취리히와 베른 중 어느 곳의 인구가 더 많을까?"라고 물어봤다고 가정해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답을 말할 것이다 - 사람들은 베른이 수도이기 때문에 인구가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정답은 취리히다. 이런 유형의 질문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자신감이 제일 낮은 파트너의 답을 취하는 것이다(이 전략은 가장 뛰어난 개인의 응답보다 낫다).


바젤 대학의 Ralph Hertwig은 앞으로 두 가지 중요한 사항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중의 지혜를 쓰면 안 되는 경우와 써야 하는 경우를 나눌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대중의 지혜가 옳거나(이 경우 가장 자신있는 사람의 정답을 취하면 될 것이다) 틀린 경우(이 경우, 가장 자신감이 없는 사람의 정답을 취해야 할 것이다)를 사전에 알 수 있을까?


- 역자 주

자신감을 집단지성에 활용하지 말아야 할 상황이 분명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Spurious Consensus[각주:2]다. 만약, 집단 구성원이 자신과 유사하거나 본인과 유사한 의견만 가지고 있다면 집단지성이 효력을 발휘하기 어렵다(집단지성의 필수조건인 '독립성'을 위반하는 것이다) . 이 경우 본인 정답에 대한 자신감이 상승하기 때문에 본인의 의견을 정답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오답일 확률이 높다.


조나 레러도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대중의 지혜가 낳는 오류)





  1. Koriat, A. (2012). When Are Two Heads Better than One and Why? Science, 336 (6079), 360-362 DOI: 10.1126/science.1216549 [본문으로]
  2. Spurious consensus and opinion revision: Why might people be more confident in their less accurate judgments? Yaniv, Ilan; Choshen-Hillel, Shoham; Milyavsky, Maxim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Learning, Memory, and Cognition, Vol 35(2), Mar 2009, 558-563. doi: 10.1037/a0014589 [본문으로]




글 : Ulterior Motive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인간은 기회 비용 때문에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질 수 없다. 당신은 체육관에 가는 대신 책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또는 쇼핑을 가는 대신 부엌을 정리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기회 비용 때문에 다른 목표를 포기하는 것은 그래도 괜찮다. 이런 결정은 당신의 선택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목표 달성의 실패가 본인의 의지 때문인 경우다. 만약 체육관에 간다는 약속을 매일 어긴다면, 건강한 몸을 만든다는 장기적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이렇듯, 성취하기 어려운 목표는 누구에게나 하나 정도 있다.  심리학은 그 동안 목표를 효과적으로 성취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 중 하나는 피터 골위처(Peter Gollwitzer)와 그의 동료들이 연구한 실행 의도(implementation intention)다.


실행 의도(Implementation Intention)


자기 조절 전략의 하나다. "만약 A라면, 나는 Y를 할 것이다"와 같은 형태를 취하며, 목표  성취를 돕는다. 심리학자인 피터 골위처(Peter Gollwitzer)1에 의해 처음 소개된 개념이다.  관련 연구에 의하면 실행 의도는 목표를 위한 첫 행동 개시를 쉽게 만든다. 


실행 의도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말한다. 사람들의 의도는 보통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실행에 옮길 수 없다. 예를 들어 "헬스 클럽에 나간다"는 매우 일반적인 진술이다. 하지만 실행 의도를 만들 때는 목표를 달성하고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 구체적인 단계를 만든다. 예를 들면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4시에 운동을 하러 간다고 결심할 수 있다. 또 회의가 있다거나 피곤하다는 등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장애물도 이런 식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실행 의도는 목표 달성을 위해 언제 어디서 무슨 행동을 해야 할지 알려주기 때문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Amy Dalton과 Stephen Spiller가 Journal of Consumer Research에 게제한 논문에 의하면 실행 의도의 효과에도 한계가 있다. 특히, 실행 의도의 효율성은 성취하려는 목표의 수에 영향을 받는다.


한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사람들에게 한 가지(책 읽기, 친구에게 전화하기, 건강한 식사 하기) 또는 여섯 가지 목표를 실천하게끔 지시했다. 그들은 단순히 목표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하거나, 구체적인 실행 의도를 만들었다. 5일이 지난 다음, 연구자들은 사람들에게 목표를 달성했는지,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 목표를 성취하는데 얼마나 어려움을 겪었는지 물어봤다.


한 가지 목표만 가지고 있던 사람의 경우, 실행 의도는 목표 달성을 도와줬다. 단지 목표를 성취하려고 다짐한 경우보다 실행 의도를 만든 경우 목표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하지만 목표가 여섯 가지인 경우, 실행 의도를 만드는 것이 목표 달성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이 결과는 한 가지 목표만 가지고 있을 경우 실행 의도가 목표 달성에 대한 노력을 증가시키고 힘도 덜 힘들게 만든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하지만 여섯 개의 목표가 있을 경우, 실행 의도는 사람들로 하여금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에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을 감소시킨다.


이 연구의 주요 메시지는 어려운 일의 세부사항을 정할 때 너무 많은 일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실행 의도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 무슨 행동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려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목표 달성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려주기 때문에 부정적일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세세한 계획에 압도된 상태라면, 계획을 재조정해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보다는 작은 실천이 더 낫다. 예를 들어, 체육관에 매일 갈 수 없다면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간다고 계획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새 계획을 일과에 추가하면, 목표 추구가 쉬워질 것이다.



Image : http://astridle.deviantart.com/art/The-burden-of-a-secret-290107150



글 : BPS Research Digest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우리는 비밀을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무거운 짐’에 비유한다. 최근 한 연구 결과[각주:1]는 비밀이 인간의 지각과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결국 그것이 어떻게 짐이 되는지 보여준다. 이 연구 결과는 기존의 ‘체화된 인지' 연구 결과와 일맥 상통한다.


첫 번째 연구의 참가자는 아마존의 Mechanical Turk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으로 모집했다. 실험 결과, 자신이 간직하고 있던 중요한 비밀을 떠올린 사람들은 사소한 비밀을 떠올린 사람들보다 정면에 그려진 언덕을 훨씬 가파르다고 평가했다. 이는 실제로 짐을 지고 있는 사람이 언덕을 훨씬 가파르다고 평가한다는 이전 연구 결과(pdf)와 일치한다. 반면 탁자의 튼튼함을 평가할 때는 두 집단 간 차이가 없었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36명의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2미터 30센티미터 떨어진 표적에 콩주머니를 던지게 해 봤다. 그 결과, 중요한 비밀을 떠올린 사람들은 사소한 비밀을 회상했던 사람보다 콩주머니를 훨씬 멀리 던졌다. 참가자들은 마치 물체가 실제보다 멀리 떨어져 있다고 지각한 것처럼 보였다. 이는 신체적으로 짐을 지고 있는 사람들이 거리를 과대추정한다는 이전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세번째 연구에서는 아마존을 통해 불륜을 저지른 사람 40명을 모집했다. 자신의 부정을 비밀로 간직하는 것이 부담(불륜사실이 자꾸 떠올라서 괴롭다는 등)된다고 말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쇼핑한 물건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는 등 신체적 과제가 힘들다고 응답했다. 반면, 비 신체적인 과제는 그룹 간 차이가 없었다.


마지막 실험에서, 인터뷰 동안 자신의 동성 연애 사실을 숨긴 남성은 책을 옮겨달라는 연구자의 부탁을 거절하기 쉬웠다. 반면, 사소한 비밀을 숨긴 경우(자신의 외향성을 숨기는 경우) 이런 효과가 없었다.


Michael Slepian과 동료들은 비밀을 간직하면 결국 짐이 된다고 말한다. 또, 이 결과는 비밀을 지키기 위해 정신적으로 노력한 결과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 과거 연구결과에 의하면 인지적 부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물리적 거리를 (과대 추정이 아닌)과소 추정하게 한다. 이 연구 결과가 건강에 주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비밀은 신체적 부담을 가져오고,  결국 과중한 에너지 낭비나 만성 피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라고 연구자들은 말했다.  

  1. Slepian, M., Masicampo, E., Toosi, N., and Ambady, N. (2012). The Physical Burdens of Secrecy.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DOI: 10.1037/a0027598 [본문으로]




글 : 인지심리 매니아


누군가 당신에게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해가 언제입니까?”라는 질문을 했다고 가정하자. 당신은 정답이 1592년이라고 확신한다. 그런데 질문자가 100사람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여준다. 100사람의 응답을 평균한 값은 1500년이다. 당신은 1592년과 1500년 중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가? (정답은 1492년이다)


대체적으로 자신의 생각보다 다수의 생각이 정답에 가깝다.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다수의 생각은 통계적으로 정답에 근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것을 ‘집단 지성'이라고도 부른다. 위키피디아 정의에 의하면 집단 지성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 혹은 경쟁을 통하여 얻게 되는 지적 능력에 의한 결과로 얻어진 집단적 능력”을 말한다. 앞에서 든 사례도 사람들의 응답이 축적되는 과정에서 ‘집단적'으로 정답이 도출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집단 지성 효과는 위의 경우처럼 수치를 예측하는 과제 뿐만 아니라 일반 지식 문제에서도  입증이 되었다(SBS에서 방영 중인 ‘1억 퀴즈쇼'를 잘 살펴봤다면, 패널들의 다수가 고른 답이 정답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눈치 챘을 것이다. 패널의 대부분이 정답을 모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선택이 정답이 되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에서도 집단 지성이 효력을 발휘하는지 궁금하다. 집단 지성은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 수 있을까? 또는 복잡한 정치 현안을 해결할 수 있을까? 


Yi(2012) 등[각주:1]은 집단 지성이 보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연구했다. 그들은 특히 집단 지성이 순회 판매원 문제(TSP, Travelling Salesman Problem)와 최소 신장 트리 문제(MSTP, Minimum spanning tree problem)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순회 판매원 문제는 N개의 점을 이동하는 가장 짧은 거리를 찾는 문제를 말한다. 최소 신장 트리 문제는 순회 판매원 문제와 유사하지만 점과 점 사이에 고유의 가중치가 있으며, 이 가중치의 합이 최소가 되는 경로를 찾는 게 목적이다.


순회 판매원 문제 : 각 도시를 한번씩 거치는 최단 경로는? - 출처 : http://www.aistudy.com



최소 신장 트리 문제 : 가중치의 합이 최소가 되는 최적 경로는? - 출처 : 위키피디아



일반적으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땐 인공지능을 활용한 최적화 기법들을 사용한다. 인공 신경망, 마르코프 체인, 유전 알고리즘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컴퓨터의 힘을 빌리지 않고 사람의 힘만으로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더 정확히 말해서, ‘여러 사람'의 힘을 합치면 이 문제들을 풀 수 있을까? 연구자들은 독특한 연구 방법을 통해 이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했다.


연구자들은 여러 사람의 정답을 합치기 위해 Local decomposition과 Global similarity라는 방법을 사용했다. Local decomposition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경로를 정답으로 채택하는 방법이다. 아래 그림에서 A는 각 참가자들이 내놓은 정답이다. 연구자들은 이를 토대로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경로(B의 진한 선)를 정답으로 채택했다. 반면 Global similarity는 가장 전형적인 참가자의 응답을 정답으로 채택한다. 즉, 참가자들의 정답을 가장 잘 대표하는 응답을 하나 골라서 그것을 정답으로 채택한다. 


Local decomposition



실험 결과, Local decomposition은 각 참가자의 응답보다 훨씬 정답에 가까웠다. 또, Local decomposition 방식은 Global similarity 방식보다 우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결과는 순회 판매원 문제와 최소 신장 트리 문제에서 모두 관찰되었다. 



MSTP 문제에서 참가자들의 응답을 정답과 가까운 순으로 나열한 그래프. 하얀 막대는 각 참가자를 의미한다. Local decomposition은 정답과 가장 가까웠고, Global Similarity는 정답과 4번째로 가까웠다.


Conclusion


집단 지성은 단순 사실을 추측하는 데만 쓰이지 않는다. 우리는 이 논문을 통해 집단 지성이 훨씬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알았다. 어쩌면,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서 집단 지성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훨씬 다양하다는 사실이 밝혀질 지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집단 지성의 유용성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과거와 달리 인터넷과 SNS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결집할 수 있는 수단을 가졌다. 이런 도구들을 통해 집단 지성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1. Yi, S. K. M., Steyvers, M., Lee, M. D. and Dry, M. J. (2012), The Wisdom of the Crowd in Combinatorial Problems. Cognitive Science, 36: 452–470. doi: 10.1111/j.1551-6709.2011.01223.x [본문으로]




글 : Ulterior Motives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일요일 밤, 나는 블루스 밴드에서 호른 섹션을 연주한다. 우리와 함께 연주하기 위해 마을 각지에서 음악가들이 매주 찾아온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다양한 악기로 솔로 연주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때때로, 사람들의 솔로 연주에서 묻어나오는 창의성에 압도된다.


Carsten De Dreu, Bernard Nijstad, Matthijs Baas, Inge Wolsink, Marieke Roskes가 2012년 5월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에 게재한 논문[각주:1]에 의하면, 인간의 작업 기억은 창의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업 기억 용량은 인간이 마음 속에서 한꺼번에 기억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다. 인간이 한꺼번에 생각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제한되어 있지만, 작업 기억의 크기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이 용량은 OSPAN과 같은 검사로 측정할 수 있는데, 이 검사는 사람들에게 수학을 풀게 하면서 동시에 단어들을 기억하게 한다. 이 검사에서 당신이 더 많은 단어를 기억할수록, 당신의 작업 기억 용량도 큰 것이다.


이 논문의 연구자들은 즉흥 연주를 훈련받은 적이 없는 첼로 연주자들을 모집했다.  연구자들은 먼저 참가자의 작업 기억 용량을 측정했다. 그 다음, 참가자들은 주제(겨울 또는 여름)에 맞춰서 3분 동안 즉흥 연주를 했다. 즉흥연주는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었고, 전문 음악가가 각 연주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평가했다. 평가 결과, 참가자들의 연주는 작업 기억 용량과 상관없이 창의성 수준에서 동일했다. 하지만, 높은 작업 기억 용량을 가진 사람들은 공부를 함에 따라 즉흥 연주 실력이 좋아진 반면, 낮은 작업 기억 용량을 가진 사람들은 실력이 늘지 않았다. 결국 실험이 끝날 무렵엔 높은 작업 기억 용량을 가진 사람이 훨씬 창의적인 즉흥 연주를 보였다.


또 다른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의 작업 기억 용량을 측정한 다음, 가능한 한 많은 아이디어를 내는 브레인 스토밍을 하도록 지시했다. 참가자가 낸 아이디어들은 독창성과 참신성 측면에서 평가되었다. 또, 연구자들은 아이디어의 유연성(Flexibility)과 지속성(Persistence)도 평가했다. 유연성은 그 사람이 브레인 스토밍하는 동안 얼마나 다양한 범주를 탐색하는지를 기준으로 평가되었다. 예를 들어, 유연한 사람은 오염에 대한 아이디어를 낸 다음, 교육이나 교통에 관한 아이디어도 낼 것이다. 지속성은 한 카테고리 안에서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를 내는지를 기준으로 평가되었다. 지속적인 사람은 교육이라는 범주 안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 것이다.


높은 작업 기억을 가진 사람은 낮은 작업 기억 용량을 가진 사람보다 독창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또 지속성도 높았다. 즉, 한 카테고리 안에서도 많은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통계 분석 결과, 지속성은 아이디어의 독창성과 상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결과가 무엇을 의미할까?


창의성은 진부한 생각을 뛰어넘을 때 탄생한다. 창의적인 생각을 할 때, 당신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건 과거의 경험이나 지식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평범한 생각들을 토대로 새로운 생각이 탄생할 수 있다.


만약 누군가 높은 작업 기억 용량을 가지고 있다면, 평범한 아이디어를 기억해내고 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기 쉬울 것이다. 


이것이 정말 사실인지 알아보려면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방금 소개한 연구 결과들은 모두 상관 관계였다. 즉, 연구자들은 사람들의 작업 기억 용량을 측정한 다음 이 점수를 창의성 과제 점수와 비교했다. 한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가 원격 결합 검사(Remote Association Test, RAT)를 하는 동안 특정 숫자들을 계속 기억하라고 지시함으로써 작업 기억을 조작했다. 이 연구처럼 작업 기억을 직접 조작했을 때 창의성이 영향을 받는지 알아봐야 둘 간의 관계가 정말 존재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1. Carsten K. W. De Dreu, Bernard A. Nijstad, Matthijs Baas, Inge Wolsink, and Marieke Roskes Working Memory Benefits Creative Insight, Musical Improvisation, and Original Ideation Through Maintained Task-Focused Attention,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February 2, 2012 [본문으로]



개념과 범주적 사고

저자
신현정 지음
출판사
학지사 | 2011-10-2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개념과 범주적 사고』는 사물, 사건, 행위 등에 대한 우리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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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세간에 기발한 유행어가 자주 등장한다. 악마 에쿠스, 지하철 막말녀 등 두 가지 단어를 조합한 신조어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렇게 두 개의 개념(단어)이 결합된 형태를 ‘개념 결합'이라고 한다. 


그런데, 신기한 사실은 네티즌들이 처음 본 이 단어들을 금방 이해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악마 에쿠스라는 단어를 학교에서 배우거나 사전에서 찾지 않아도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어떤 원리로 복합 명사를 금방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고 심리학은 이 과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인간이 개념 결합을 이해하는 방식은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악마 에쿠스라는 단어는 악마가 가진 속성이 자동차에 결합되어 해석될 수도 있고(속성 대응 해석), 악마와 자동차가 독립적으로 결합되어 해석될 수도 있다(주제적 관계 해석). 전자를 따를 경우, ‘악마처럼 나쁜 자동차'라고 해석되는 반면, 후자의 경우 ‘악마가 타고 다니는 에쿠스'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심리학 내에서는 개념 결합 이해 과정을 연구한 경우가 드물며, 그나마 제시된 이론들도 나름대로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결국, 개념 결합의 이해 과정을 심리학적으로 설명하기에는 아직까지 한계가 있다.


이 책은 개념 결합 이해 과정을 설명하는 기존 이론들을 소개하고, 이를 보완한 새로운 모형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최민경, 신현정, 2007)[각주:1]. 새로운 모형은 주 개념에 외재적(관계적) 자질이 있는 경우 관계 해석이 이루어지고, 수식 개념에 내재적 자질이 있고 주 개념에 대응되는 자질이 있다면 속성 해석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이 모형에 의할 경우 에쿠스는 사람을 태우는 외재적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악마를 태우고 다니는 에쿠스'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악마가 가진 ‘나쁜'이라는 내재적 속성을 자동차도 가질 수 있다면, 이 단어는 ‘악마처럼 나쁜 자동차’로 해석될 것이다. 


이 책은 개념과 범주, 범주 기반 귀납추리, 개념 결합의 심리적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인지심리학을 공부하던 중 개념과 범주 이론들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참고하는 걸 추천한다. 특히, 개념 결합은 일반 교재에서 잘 다루지 않는 내용이므로 관심 있는 사람은 꼭 살펴보길 바란다.




  1. 최민경, 신현정(2007). 명사-명사 개념 결합 처리과정 모형의 제안 및 검증: 성분개념의 역할이 자질 간 부합성에 미치는 선택적 영향. 한국심리학회지: 실험, 19, 401-432. [본문으로]


출처 : 공감코리아


어떤 일을 하나요

교통심리전문가
교통심리전문가의 주된 업무는 연구활동이다. 특히 경찰청과 국토해양부의 교통정책을 위한 제안을 한다. 연구결과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제도화를 추진하고 활용방안을 모색하기도 한다. 교통안전 주제로 강의를 하거나 교통안전에 대한 국민인식 제고를 위해 방송 같은 홍보활동을 하기도 한다. 

교통심리전문가와 관련 있는 자격으로는 도로교통안전진단사, 운수교통안전진단사, 교통사고분석사 등이 있다. 교통심리전문가가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심리학 관련 분야다. 자격과 경륜을 갖춘 교통심리전문가라면 학계로 진출하여 교수가 될 수도 있다. 물론 관련 연구기관 내의 이직도 가능하다. 대부분의 교통심리전문가는 경찰청 및 국토해양부 산하의 공공기관, 혹은 국책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교통심리전문가는 연구 업무의 특성상 대부분 사무실 내에서 근무한다. 

컴퓨터 작업이 많기 때문에 손가락과 어깨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심의를 앞두고 있거나, 세미나 발표를 준비하는 기간, 혹은 연구의 마무리 단계에서는 야근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연구 환경은 좋은 편이며, 연구를 심화시킬 수 있으므로 연구자로서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어떻게 준비하나요

국책연구기관 혹은 공공기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석사이상의 학위를 가지는 것이 좋다. 박사학위를 가진 경우 취업에 더 유리하다. 관련된 학과는 심리학, 교통공학, 인간공학, 도로공학, 사회학, 역사학 등이 있다. 관련 국책연구소나 공단 등에서 비정기적으로 관련인원을 채용하므로, 채용공고에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통심리전문가로 종사하기 위해서는 인지심리, 학습심리, 사회심리, 교통심리 등 심리학 전반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평소 생활에서 교통제도 전반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좋다. 교통공학, 도시계획, 도로공학 및 관련 법규에 관한 지식도 있어야 한다. 특히 교통법규의 변화에 대해서는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이 직업의 현재와 미래는

교통심리전문가는 교통안전공단, 도로교통공단, 교통관제센터, 한국도로공사 등 국무총리 산하의 국책연구소나 경찰청, 국토해양부 산하의 공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연봉수준은 다른 분야의 연구원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석사급 연구원의 경우 3500~5000만 원, 박사연구원은 6000~8000만 원 선이다. 

교통사고 예방에 대한 인식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교통선진국인 독일의 경우, 교통법규 위반자는 여러 명의 교통심리전문가들로부터 정밀한 심리테스트를 거치게 되는데 이러한 제도가 국내에 도입 된다면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다. 또 국책연구소나 공공기관 연구소의 일자리는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높은 경쟁률을 극복해야 한다.

자료제공 : 고용정보원 한국직업연구센터 http://know.work.go.kr


글 : BPS Research Digest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보통 ‘자전적 기억’과 ‘기억에 대한 믿음’은 서로 일치한다 - 우리는 지난 주에 컨퍼런스에 갔던 것을 기억하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믿는다. 한편, 우리는 사건이 일어났었다고 믿지만 - 컨퍼런스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믿지만 -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이 없을 수도 있다. 컨퍼런스가 지루했거나 술을 많이 마셨기 때문에 세부 기억이 사라졌을 수도 있다. 


자전적 기억 (Autobiographical Memory)


자신의 삶에 관한 개인적 기억. 

예) 어릴 적 길거리에서 엄마를 잊어버렸던 기억


최근, 심리학자들은 위 경우와 정반대되는 사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즉, 사건에 대한 기억은 있는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믿는 경우를 말한다. 최근 한 조사는 1500명의 학부생 중 1/4이 이런 비신뢰(non-belived) 기억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앤드류 클라크와 그의 동료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 실험실에서 비신뢰 기억을 만들어내는 데 최초로 성공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흉내와 관련한 실험을 한다고 공고하고 스무 명의 참가자를 모집했다. 연구자는 참가자에게 연구자가 하는 동작(박수를 치거나, 테이블을 문지르거나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등)을 따라하라고 지시한 다음, 실험 장면을 촬영했다. 각 참가자는 총 26개의 행동을 흉내냈다. 


이틀 후, 연구자는 참가자들을 다시 불러서 촬영한 영상을 보여줬다. 이 영상은 참가자 본인이 의자에 앉아있고, 연구자가 12개의 동작을 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참가자는 연구자의 각 동작을 보고 그 동작이 기억나는지, 또 자신이 그 동작을 했다고 얼마나 믿는지 평가했다. 중요한 건, 이 영상이 조작되었다는 점이다. - 원래 실험에는 없었던 두 가지 동작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참가자는 자신이 그 동작도 했을 거라고 믿게 될 것이다. 이런 실험 방법은 오기억을 일으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 결국 68퍼센트의 참가자가 자신이 그 동작을 했다고 응답했다.  


네 시간 후, 참가자들은 마지막 세션으로 돌아와서 이 모든 게 조작된 것임을 들었다. 그 다음 그들에게 각 행동에 대한 "기억"과 "믿음"을 다시 한번 평가하게 했다. 그 결과, 기억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가짜 행동 중 25%에 대해 여전히 강한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 즉, 그 행동을 안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동작을 흉내 낸 사실이 분명 기억난다고 생각한 것이다. 


클라크와 동료들은 이 결과가 기억 연구의 윤리적 문제점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디브리핑은 조작을 완전히 원상 복구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유도된 오기억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실험실을 떠나는 참가자의 머리 속에 조작된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다면,  그게 정말 윤리적일까요? " 


디브리핑 (Debriefing, 실험 사후 설명)


실험에서 참가자에게 스트레스나 트라우마를 유발하거나 속임수를 사용하는 경우, 연구자가 사후에 해명하는 절차. 

예) 이 실험은 오기억을 유발하기 위해 촬영한 영상 중 일부분을 조작했습니다. 


또, 비신뢰 기억 연구에서 기억에 대한 믿음이 기억의 초기 형성에 필요한지, 아니면 기억이 믿음 없이도 형성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Clark, A., Nash, R., Fincham, G., and Mazzoni, G. (2012). Creating Non-Believed Memories for Recent Autobiographical Events. PLoS ONE, 7 (3) DOI: 10.1371/journal.pone.0032998 




진화 과정. - 출처 : http://chelseavose.wordpress.com


글 : 인지심리 매니아


*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필자는 인공지능, 특히 유전 알고리즘을 코딩해서 실행해 볼 때마다 놀랍다는 생각을 한다. 얼마 전, 변수가 여러 개인 방정식의 해를 구할 일이 생겼다.  PHP로 인공지능을 만들어서 실행시켰더니, 순식간에 답을 도출해냈다. 인간이라면 하루종일 계산해야 할 일을 컴퓨터가 뚝딱 해결한 것이다.


유전 알고리즘(Genetic Algorithm)이란 다윈의 진화론을 바탕으로 한 통계적 탐색 알고리즘 집합이다. 예를 들어 15x-x^2이라는 함수의 최대값을 찾는 문제를 푼다고 생각해보자. 유전 알고리즘은 이 함수(적합도 함수)를 풀기 위해 가능한 모든 답(해집단)들을 임의로 생성한다. 그 다음 해집단 사이에서 교배가 일어난다(정수를 이진수로 바꾼 다음, 둘둘씩 짝지어서 이진 수를 교환한다. 마치 실제 교배에서 자식이 양 부모의 유전자를 타고 나는 것과 유사한 원리다). 이 때 적합도가 가장 높은 염색체는 교배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고, 결국 많은 자손을 낳게 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적합도가 가장 높은 염색체의 자손들만이 살아남게 되고 결과적으로 적합도 함수의 정답에 가까워진다.



교배(교차) 과정. 양 부모의 유전자 중 화살표 오른쪽 부분이 교차되어 자식에게 유전되었다. 출처 : http://www.learnartificialneuralnetworks.com/geneticalg.html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유전 알고리즘이 인간의 창의성과 무척 유사하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창의성이 ‘발산적 사고'와 ‘수렴적 사고'로 구성되어 있다고 정의한다. 즉, 수 많은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한편 문제 해결에 유용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고를 수 있는 능력이 함께 요구되는 것이다. 유전 알고리즘에서 해집단을 임의로 생성하거나 교배하는 과정은 발산적 사고와 유사하다. 하지만 해집단은 적합도 함수에 적합해야 하는 점에서 수렴적 사고의 측면도 지니고 있다. 어쩌면, 창의성을 진화적 관점에서 설명한 도널드 캠벨(Donald Campbell)은 이 사실을 50년 전에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수십 년 전, 앨런 튜링은 인간의 사고를 컴퓨터로 비유하면서 인지 과학 혁명을 일으켰다. 필자는 앨런 튜링처럼 위대한 학자가 아니지만, 유전 알고리즘의 비유가 인간의 창의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사실 창의성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창의성에 대한 적절한 모델을 인공지능에서 차용한다면, 창의성을 둘러싼 수 많은 논쟁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필자는 유전 알고리즘의 성능 그래프(performance graph)를 관찰하던 중, 적합도 곡선이 이따금 인간의 ‘통찰'과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100세대에 걸친 염색체 6개의 성능 그래프



위 그래프는 최대 적합도를 가진 염색체와 해집단 전체의 평균 적합도를 나타낸다. 두 그림에서 최대 적합도의 곡선은 점진적이라기 보다는 특정 시점에서 급격히 상승하는 ‘계단식’ 곡선에 가깝다. 이 패턴은 통찰을 필요로 하는 문제에서 사람들이 처음에는 정답을 생각하지 못하다가(impasse), 갑자기 통찰을 얻는 패턴(‘a-ha’ 또는 ‘유레카’)과 매우 유사하다. 만약 유전 알고리즘이 창의성을 표상하는 적절한 모델이라면, 창의성에서 논란이 되었던 두 문제에 해답을 줄지도 모른다. 


우선, 유전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다가 통찰이 느닷없이 찾아오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위 그래프에서 한동안 적합도에 개선이 없는 이유는 ‘그 밥에 그 나물을' 조합하기 때문이다. 각 염색체의 적합도가 서로 비슷할 경우 교배를 해도 적합도에 큰 개선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정체 현상이 찾아온다. 즉, impasse가 발생한 것이다. 문제를 극적으로 해결하는 요인은 바로 ‘변이(Mutation)’다. 별반 다를 바 없는 염색체들 사이에서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돌연변이는 적합도를 순식간에 향상시킨다. 변이율이 큰 두번째 그림에서 적합도가 더 커지는 사실을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이 원리를 창의성에 적용해 보자. 어떤 문제에 대해 우리가 6개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만약 이 6개의 아이디어가 문제 해결의 적합성 측면에서 비슷비슷하다면, 아이디어들을 서로 조합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물론, 처음부터 해결책이 머리 속에 있다면 문제는 단번에 해결되거나 몇 번의 교배만으로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다소 기발한 생각이나 외부로부터 얻은 새 아이디어는 문제를 극적으로 해결한다. 


결론적으로, 유전 알고리즘은 impasse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통찰을 제공한다. 문제가 한동안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적합하지 않은 생각들 속에서, 또는 자신의 한정된 지식 사이에서 아이디어를 내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의 재조합(교배)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극적인 생각의 변화(즉 변이)가 동반되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극적인 생각의 변화가 뇌에서의 이상 현상 때문인지, 또는 외부로부터 유입된 새로운 정보 때문인지는 의문이다(자르페이트의 연구 결과는 이 주장을 뒷받침 하고 있다).


또, 유전 알고리즘의 성능 그래프 결과는 통찰이 점진적으로 획득된다는 견해(Durso et al, 1994, Novick and Sherman, 2003a)와 불일치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반인의 상식처럼,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통찰을 얻으면서 해결되는 듯 하다.  최근, 통찰이 갑자기 찾아온다는 사실을 입증한 인지신경과학 연구(2011/08/03 - [인지심리기사/창의] - 통찰(insight)의 신경학적 근거)들은 이 추측에 무게를 실어준다.




맥가이버



글 : Ulterior Motives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혁신에 이르는 길은 다양하다. 제임스 다이슨은 제재소의 유추를 통해 진공청소기를 개발했고, George DeMestral은 강아지의 털에 붙어있는 도꼬마리를 보고 벨크로를 만들었다.


통찰은 기능적 고착을 깨는 데서 시작된다. 맥가이버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기능적 고착을 극복하는 과정을 잘 묘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주인공은 위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주변에 있는 사물을 이용해 장치를 만들어낸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가 사물을 참신한 방식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종이 클립은 철사로 사용하고, 공구 상자는 내용물을 비워서 호수에 띄우기도 한다. 시계는 분해해서 기어의 일부로 사용한다.


기능적 고착 (Functional fixedness)


어떤 물체를 가장 많이 쓰는 용도로만 인식하는 경향. (출처 - 실험심리학용어사전)
EX) 흔히 상자는 물건을 담는 용도로 쓴다고 생각하지만, 양초를 벽에 고정시킬 때도 쓴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던컨의 양초 문제.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일반적으로, 우리는 물체가 특정한 기능만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클립은 종이를 묶어 놓기 위해 쓰인다. 공구 상자는 공구를 담기 위해 쓰인다. 하지만 우리는 물체들의 각 부분과 구성 물질을 고려하지는 않으며, 따라서 이 물체를 다른 기능으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맥가이버의 재미는 사물을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하는 데 있다. 


물론 맥가이버는 대본 속 이야기일 뿐이다. 일반인의 경우는 어떨까? 2012년 4월 Psychological Science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서,  Tony McCaffrey는 우리 모두가 기능적 고착을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물을 진부한 방식으로 보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선 물체의 모든 특성을 나열한 다음, 물체의 기능보다 구성 요소에 주목해야 한다. 이 논문에서, McCaffrey는 참가자에게 양초와 금속 블럭을 이용해서 두 금속 반지를 연결하라는 문제를 냈다. 사람들은 이 문제를 매우 어려워했다. 하지만, 사물을 구성 요소로 나누어 보면 양초가 왁스와 심지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심지는 실로 만들어진다. 만약 양초의 왁스를 긁어내기만 한다면, 반지를 묶을 수 있는 심지를 얻게 된다.


이 방법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McCaffrey는 사물의 특성을 모두 나열하라고 지시한 집단과 지시를 받지 않은 집단을 비교했다. 그 다음, 기능적 고착을 극복해야만 풀 수 있는 여섯 개의 통찰 문제를 제시했다. 통제 집단은 전체 문제의 절반 밖에 풀지 못한 반면, 특징을 나열한 집단은 문제의 80%를 풀었다.


당신은 문제를 풀다가 난관에 부딪혔을 때 이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사실 난관에 부딪힐 때 문제 풀이에 필요한 지식과 도구는 쉽게 이용 가능하다.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면, 문제 풀이에 지식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문제를 다시 기술하면 된다. 주위에 있는 물체들을 기능에 상관없이 부분으로 나열하는 전략은, 문제를 다시 기술함으로써 혁신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조나단 하이트는 인간이 '도덕적 감정'을 지니고 태어나며, 이 감정이 진화 과정에서 형성되었다고 주장한 심리학자다. 


이 강연에서, 그는 인간이 종교 등을 통해 자아를 초월(Self-transcendence)하려는 이유를 설명한다.  지구 상의 모든 종은 진화 과정에서 '집단 선택'을 위해 구성원의 협력을 필요로 했다. 인간도 역시 예외는 아니었으며, 구성원의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선 도덕, 종교, 정치 등의 수단이 필요했다. 결국 인간은 도덕, 종교, 정치 등을 통해 자신을 초월하고 타인을 위할 때 강렬한 행복을 느끼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선택의 과학

저자
리드 몬터규 지음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 2011-09-16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뇌과학의 최전선에서 의사 결정의 비밀을 추적하다!우리 뇌에서 일...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글: 인지심리 매니아


우리는 왜 선택을 하는 걸까? 당신은 왜 지금 그 옷을 입고 있는가? 당신은 인터넷에 올라온 수 많은 글 중 왜 이 글을 읽고 있는가? 인간은 평생 동안 수 많은 선택을 하며 살지만, 그것을 선택한 이유는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선택의 과학"의 저자인 리드 몬터규는 인간이 선택을 하는 이유가 ‘효율성'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는 ‘에너지'의 제한을 받는다. 즉,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언제나 제한되어 있다. 이런 제한 때문에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을 전부 다 할 수 없다. 우리 몸은 두 개가 아니며, 시간이 무한정 많은 것도 아니다. 결국, 우리는 수많은 대안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이 때, 선택이란 들인 노력 대비 얻는 보상(가치)이 가장 큰 대안을 고르는 과정이다. 그럼, 인간은 각 대안의 가치를 어떻게 학습하는 것일까? 리드 몬터규는 ‘도파민'이 가치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타인으로부터 칭찬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고 가정해 보자. 예상 밖의 보상(칭찬)이 주어질 때, 우리 뇌에서는 쾌락 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된다. 그런데, 이 도파민은 보상을 ‘예상’하게 하는 단서에도 반응하는 특성이 있다. 만약 어떤 옷을 입고 나갔는데 사람들한테 칭찬을 들었다면, 그 다음부터는 A가 그 옷을 보기만 해도 도파민이 분비될 것이다(저 옷을 입고 나가면 칭찬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즉, A는 그 옷이 보상을 ‘예상'하는 단서로써 보상 자체 만큼이나 가치 있다고 학습하게 된다. 비록 파블로브의 개는 아니지만, 인간은 이렇게 복잡한 수준의 강화 학습을 하며 가치 지도를 완성한다. 그리고 도파민은 인간의 강화 학습에 필요한 결정적 물질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도파민의 학습을 통해 인간의 추상적인 목표 추구, 중독 현상, 후회 또는 신뢰, 브랜드 선호 현상을 설명한다. 개인적으로는 계산 신경 과학에서 바라본 의사 결정을 기존 심리학적 설명과 통합해서 볼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한편 이 책에 대한 비판도 함께 참고하길 바란다.




글 : 인지심리 매니아



얼마 전부터 지인의 부탁으로 고 2 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게 되었다. 이 학생은 수학은 잘 하지만 영어를 못해서 고민이다. 그래서 무엇이 문제인지 진단하기 위해 학생의 독해 방식을 유심히 관찰하던 중, 모르는 영어 단어가 너무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물어봤다. “넌 단어를 어떻게 외우니?” 그 학생의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그냥 단어를 입으로 수없이 반복하면서 외운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 학생에게 단순 반복은 암기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가르쳐 주었다. 단순 반복은 그야말로 ‘최악'의 단어 암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특정 단어나 숫자를 입으로 반복(인지심리학에서는 시연, rehearsal이라고 한다)하면, 해당 정보는 작업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고 한동안 유지된다. 지금부터 ‘48932375’라는 숫자를 입으로 반복해보면 이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입으로 계속 ‘사팔구삼이삼칠오'라고 중얼거리는 동안은 숫자를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도 이런 이유 때문에 단순 반복이 정보를 기억하는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당신이 일주일 뒤에도 이 숫자를 기억하고 있을까? 아마 까맣게 잊어버릴 것이다. 아니, 지금 이 문장을 읽는 동안 이미 숫자를 까먹은 독자도 있을 것이다. 맞다. 단순 반복 만으로는 정보가 장기 기억에 저장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 정보가 장기 기억에 통합되기 위해선 다른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48932375를 새하얗게 잊어버린 것처럼, 단순 반복 전략을 쓴 학생들도 자신이 외운 영단어를 금세 잊어버리게 된다. 



그 날 이후로 어떻게 하면 이 학생이 단어를 쉽게 외울 수 있을지 궁리한 끝에, 필자는 조금 독특하지만 효과적인 단어 암기법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암기법을 ‘단어 퍼즐'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암기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외우고자 하는 영 단어를 죽 나열한다. 그 다음, 나열한 단어를 모두 사용하여 짧은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예)

1. 외우고자 하는 단어를 나열한다

Determine comfort consume object impress available contain diet recognize material


2. 각 단어를 모두 사용하여 짧은 이야기를 만든다.

Recently, FDA Determined some diet foods are not safe. These diet foods which are available to buy on the internet contain harmful material. The medicines company recognized that their products contains morphine, so make consumers comfortable temporarily. Doctors also objected to using these diet foods.



처음에는 이 암기법이 효과가 있을지 반신 반의했다. 그런데, 이렇게 작문 숙제를 내주자 학생의 단어 재인률이 높아졌다. 더 신기한 건 학생 뿐 아니라 선생인 필자 역시 수 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작문 내용과 단어를 잘 기억한다는 점이다. 학생 뿐만 아니라 옆에서 지켜보던 선생님도 단어를 모두 외운 것이다. 


이 암기법은 사실 인지심리학 이론를 토대로 만든 것이다. 우선, 필자는 정보가 장기기억에 통합되거나 인출될 때 유리하게 작용하는 과정들을 모두 열거해 봤다. 그리고 그 중 정교화, 부호화 특수성, 도식, Salience라는 요인을 모두 포함할 수 있는 암기법을 만들었다.


첫째, 이 암기법은 정교화(Elaboration)를 활용한다. 정교화란 주어진 정보 이외에 부가적으로 연결되는 명제를 생성하는 과정을 말한다. 주어진 단어로 문장을 만들면, 단어가 스토리의 문장(명제)과 연합된다. 단어에 수많은 명제가 연결되면, 나중에 기억을 인출할 단서가 풍부해진다. 즉, 이야기의 문장 또는 함께 쓰인 단어(인출 단서) 중 하나만 기억하더라도, 이와 연결된 해당 단어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둘째, 이 암기법은 부호화 특수성 원리에 충실하다. 부호화 특수성은 기억 과정과 인출 과정이 유사할 때 기억이 잘 떠오른다는 원리다. 단순 반복의 경우 단어의 소리를 반복하기 때문에, 단어의 발음을 기억해보라고 하면 기억이 잘 날지는 모르나 단어의 ‘뜻'은 기억이 안 나기 쉽다. 반면, 이 암기법은 작문 과정에서 단어의 의미를 끊임없이 떠올려야 하기 때문에 나중에 다른 지문에서 단어가 출현할 경우 뜻을 금방 떠올릴 수 있다.


셋째, 이 암기법은 도식을 활용한다. 도식은 사건 등을 표상하는 지식의 덩어리다. 우리는 흔히 ‘흥부와 놀부’하면 주걱과 박을 떠올린다. 주걱과 박은 ‘흥부와 놀부'라는 스토리(도식)의 일부분을 이루기 때문에, 이야기 제목만 들어도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다. 앞서 살펴봤지만, 이 암기법을 통해 외운 단어들은 학생이 만들어 낸 ‘스토리'에 구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일단  자신의 이야기를 회상할 경우, 단어들이 실타래 따라오듯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암기법은 Salience를 활용한다. 주어진 단어를 활용하여 이야기를 만들려면, 스토리가 다소 엉뚱하거나 창의적인 방식으로 전개될 수 밖에 없다. 인간의 기억은 도식에 맞지 않거나 이상한 정보에 민감하다. 따라서 기발하거나 창의적인 스토리는 단어의 기억이 지속되도록 도와준다.


그 외에도 이 암기법은 깊이 처리 이론, 최근 대두 되고 있는 '스토리텔링'의 힘을 빌린다는 점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지만 단점도 있다. 일단 학생에게 영어 작문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에게 단어를 주고 작문을 해 보라고 하면 대부분 어려워할 것이다. 특히, 영어 실력이 부족한 중학생의 경우 실효성이 적을 수 있다.


또, 이 암기법으로 단어를 암기한 후에도 해당 단어를 다양한 지문에서 다시 접해봐야 한다. 단어는 맥락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다른 지문에서 나올 경우 전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고, 따라서 뜻이 쉽게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암기 후에도 다양한 지문을 읽으면서 단어를 여러 번 접해야 한다.










글: BPS Research Digest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Amy Winehouse의 경우처럼, 천재들의 알코올 남용은 보통 비극으로 끝난다, 그러나 역사를 통틀어 술이 창의력을 도와준 일화도 있다. 뛰어난 음악가(베토벤)와 작가(포우)의 상당수가 술을 좋아했고, 이를 통해 위대한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최근까지 술이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지 않았다. 


Andrew Jarosz와 그의 팀은 평소 음주를 하는 21-30세 남성 40명을 모집했다. 모든 참가자는 실험 시작 24시간 전부터 금주를 했으며,  실험 전 4시간 전부터는 음식이나 카페인도 섭취하지 않았다. 참가자의 절반은 음주 조건에 할당 된 뒤 , 혈중 알코올 농도가 .07이 될 때까지 보드카를 마셨다(이 양은 평균 체중의 남성이 2 파인트의 맥주를 마신 양과 동일하다). 다른 참가자들은 통제집단으로 분류되었으며 알코올을 섭취하지 않았다. 


그 다음, 모든 참가자에게 "원격 결합 검사(Remote Association Test)"를 실시했다. 이 검사는 각 시행마다 세 개의 단어를 제시한 다음 (e.g. coin, quick, spoon), 이 단어들과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를 찾 한다(e.g. silver). 과거 연구 결과에 의하면, 작업 기억이 큰 사람일수록 역설적으로 이 과제를 잘 못한다. 그 이유는 그들이 특정된 단어로 인해 잘못된 생각을 떠올렸을 때, 그 생각을 계속 고수하기 때문이다. 


새 연구[각주:1] 술에 취한 참가자들이 통제 집단보다 단어 연상 검사를 더 잘 푼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그들은 15문제 중 58퍼센트를 푼 반면 통제 집단은 42%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문제를 훨씬 빨리 풀었다(문항 당 11.54초 VS 15.24초). 또, 술에 취한 참가자들은 자신이 통찰을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했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그들은 작업 기억 테스트에서 나쁜 점수를 받았다. 


Jarosz와 그의 팀은 사람이 술에 약간 취할 경우 발산적, 모호한 사고 모드가 촉진되고, 이 사고 유형이 창의적 해결을 요하는 과제에 적합하기 때문에 단어 연상 과제에 유리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연구는 Digest에서 년초에 다뤘던 연구를 보충한다. 이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이 정신이 몽롱할 때 창의적 문제 해결을 잘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었다. 


심지어 전두엽 손상 환자가 통제 집단보다 성냥개비 산수 문제( 성냥으로 만든 산수 공식에서 성냥개비 한 개를 이동하여 올바른 공식으로 만드는 문제)를 더 잘 푼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주의력 통제의 손상이 가끔 유익할 때도 있음을 말해준다. 


Jarosz와 그의 동료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 "이제 막 시작단계이긴 하지만, 현 연구는 알코올이 창의적 문제 해결에 미치는 영향을 경험적으로 입증한 첫 연구이며, 또 문제 해결의 중요한 기제를 입증한 연구이기도 하다." 


다이제스트는 공동 저자인 Jenny Wiley에게 이 연구가 알코올 남용을 부추길 위험이 없는지 물어봤다.  "우리는 사람들이 약간 취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테스트한 것입니다 -- 너무 많이 취한 경우가 아닙니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과도한 음주의 경우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없습니다." 


이 연구는 상이한 마음 상태(mind-set)가 문제 해결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노력의 일부분이다. - 그녀의 연구실이나 다른 곳에서 진행된 연구들은 긍정적 기분이 창의성에 유익한 영향을 미침을 보여줬다. 또 이중 언어 사용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는데, 그 이유는 이중 언어 사용자가 한 문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은,"라고 Wiley는 말했다. "무언가 한가지에 지나치게 집중하 새로운 가능성을 놓치기 쉬우며, 창의적 문제 해결을 위해선 보다 넓고 모호하고 유연한 주의의 상태가 요구된다는 것입니다. "


  1. Jarosz, A., Colflesh, G., and Wiley, J. (2012). Uncorking the muse: Alcohol intoxication facilitates creative problem solving. Consciousness and Cognition, 21 (1), 487-493 DOI: 10.1016/j.concog.2012.01.002 [본문으로]





마음챙김 명상 멘토링

저자
김정호 지음
출판사
불광출판사 | 2011-04-08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마음챙김 명상 멘토링』은 심리학 원리를 바탕으로 명상을 과학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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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인지심리 매니아


최근, 명상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연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동안 인지심리 매니아도 명상과 주의, Mind-Wandering과의 관계를 연구한 논문들을 소개했다.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볼 때, 명상은 정서적이나 인지적으로 나무랄 데가 없는 정신 운동임에 틀림 없다. 


일반인들 중에도 명상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그런데, 명상을 하는 방법을 몰라서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명상'하면 잡념을 없애고 한 가지 대상에 집중하는 명상(‘집중명상)이 떠오른다. 물론 집중명상 역시 여러가지 혜택을 준다. 하지만, 또 다른 명상법인 ‘마음챙김 명상'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마음챙김은 자신이 경험하는 모든 것에 ‘마음챙김'하는 명상법이다. 마음챙김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이 책은 마음챙김을 ‘순수한 - 상위 - 알아차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무 욕구나 생각이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마음으로 - 자신이 겪는 모든 경험을 - 알아차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언가에 몰두하던 중 ‘아, 내가 지금 일에 몰두하고 있구나'라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좋은 일이 일어나서 기뻐하다가도 ‘아, 내가 지금 기뻐하고 있구나'라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생각이나 감정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이 경험하는 정서나 생각, 감각을  제 3자처럼 관조하는 것이다. 


이 책은 집중명상과 마음챙김 명상의 개념, 대상별 명상 방법, 명상을 도와주는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문체가 간결해서 일반인도 명상을 쉽게 이해하고 따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집중명상과 마음챙김 명상의 개념이 다소 혼란스러웠는데, 저자인 김정호 교수님 덕분에 개념을 쉽게 정리할 수 있었다. 


명상은 ‘하향적 주의'를 쉬게 함으로써 우리 정신에 휴식시간을 제공한다. 인간의 주의는 자신의 욕망이나 목적에 늘 휘둘리며 산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먹고 싶은 것만 먹는다. 이렇게 욕망과 목적에 오염된 주의를 심리학에서는 ‘자발적(또는 하향적 주의) 주의'라고 부른다. 자발적 주의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주의력이 지쳐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그럼, 그 순간부터 주의력을 통제하기 어려워진다. 일을 하면서 딴 생각을 하거나, 말도 안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마음 챙김은 욕망과 생각에서 벗어나서 경험을 있는 그대로 보는 훈련이다. 이렇게 ‘비자발적 주의(또는 상향적 주의)’를 사용하는 동안 하향적 주의는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 책이 욕구와 생각을 배제하고 마음챙김할 것을 당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이전 글 참고)

단 일분이라도 모든 욕구와 생각에서 벗어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훈련을 해 보길 바란다.




Image: http://www.reveriesanctuary.com


글: 시안 베일록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우리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생각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 실제로, 이런 "마음의 방황(Mind-wandering, 이하 '잡생각'으로 번역하였음 - 역자 주)"은 우리 뇌의 default 모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생각하는 것은 과거로부터 배우고 미래를 위해 생산적인 사고를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정서적인 댓가가 따른다. 간단히 말하면, 방황하는 마음은 불행한 마음이다. 잡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덜 행복하다. 하지만 지난 주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에 실린 새 연구는 잡생각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한다: 바로 명상이다. 


숙련된 명상가는 명상을 하는 동안 일반인보다 잡생각을 덜 한다. 그리고 그들의 두뇌는 특별한 생각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현재에 잘 집중한다.


연구자들은 명상이 잡생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로 했다. 그들은 경험많은 명상가 집단과 명상 초보자에게 다양한 유형의 명상을 하게 한 다음, 그들의 뇌를 fMRI로 촬영했다. 숙련된 명상가들은 10년에 걸쳐  10,000시간 동안 마음챙김 명상을 한 사람들인 반면, 명상 초보자들은 경험이 전혀 없었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초보자들이 명상가들과 국적, 언어, 성별, 나이, 인종, 교육, 직업 면에서 비슷한 사람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야 다른 조건은 모두 같지만 오직 '명상 경험'만 다른 사람들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챙김 명상은 여러 유형의 명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두 가지 구성 요소를 가진다: (i) 자신의 즉각적 경험에 집중하고 (ii) 이 경험에 수용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이다. 이렇게 마음챙김이 현재-중심적인 집중을 추구하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마음챙김을 연습한 사람들이 명상을 하는 동안 현재에 더 잘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참가자들은 뇌를 촬영하는 동안 마음챙김 전통에서 가르치는 세 가지 명상법을 수행했다: 집중, 자애, 선택없는 알아차림(Concentration, Loving-Kindness, Choiceless Awareness).  각각에 사용된 지침은 다음과 같다. 


집중: "자기 호흡의 신체적 감각에 집중해 보세요. 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바꾸려고 노력하지 말고, 호흡의 자연적이고 자발적인 움직임을 따르세요. 그냥 그것에 집중합니다. 만약 당신의 주의가 다른 것에 이끌려 있다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주의를 되돌려서 호흡의 신체적 감각으로 옮겨 놓으세요."


자애: "당신이 진심으로 타인의 행복을 빌었던 때를 생각해 보세요. 이 느낌을 집중하면서, 당신이 고른 짧은 문구를 반복해서 읊으며 모든 만물의 안녕을 빕니다. 예를 들면 : 모든 존재가 행복하길, 모든 존재들이 건강하기를, 모든 존재가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기를. " 


선택없는 알아차림: "당신의 의식 속에 들어오는 모든 것에 집중해 보세요. 그것이 생각이든, 정서든, 신체적 감각이든 상관없습니다. 또 다른 무언가가 당신의 의식 속으로 들어올 때까지 그것에 계속 집중하고, 그것을 붙잡거나 바꾸려고 하지 마세요. 만약 다른 생각이 당신의 의식 속으로 들어온다면, 또 다른 생각이 들어올 때까지 그것에 집중합니다."


명상을 하는 동안, 숙련된 명상가는 통제집단에 비해 잡생각과 관련된 뇌 부위가 적게 활성화되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명상가에게 아무 명상도 지시하지 않았을 때 그들의 뇌가 보인 반응이었다. 명상가들이 쉬고 있는 동안, 잡생각과 관련된 뇌부위와 작업 기억, 자기 통제와 관련한 뇌부위 간 활발한 교류가 관찰되었다. 이전 글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작업 기억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간직하고 방해 요소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명상가들은 잡생각이 일어날 때 작업 기억을 자동적으로 활성화시킴으로써 잡생각을 통제하거나 축소시키는 것 같았다. 명상 연습을 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조차 명상 상태와 유사한 상태 - 보다 현재 중심적인 마음 상태 - 에 이른다


물론, 명상 전문가들이 명상으로 잡생각을 억제한 것이 아니라 잡생각을 별로 안 하는 사람들이 명상을 많이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명상을 통해 뇌가 잡생각에 미치는 영향력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잡생각은 우리가 깨어 있는 삶의 50% 정도를 차지한다. 많은 철학적, 명상적, 종교적 관행은 행복이 "현재"로부터 온다고 가르친다. 이것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명상을 통해 우리 뇌가 잡생각을 통제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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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집요강
모집부문
GUI / UI 부문
모집학과
GUI - 시각디자인 전공
UI - 산업디자인, 시각디자인, 인지심리학 전공
응시자격
- 석사 학위 이상자 중 2012년 병역특례 신규 편입대상자
   (12년 2월  기 졸업자 및 12년 8월 졸업예정자)
-  학점 3.0/4.5 이상자
-  TOEIC,TEPS(600점),TOEFL(180점), G-Telp 2급(60점),  
   TOEIC Speaking level 5, OPIC IL 이상 공인어학성적 보유자
 ※ 해외대학 학위 소지자는 어학성적 없이 지원 가능
모집인원0
근무지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LG전자 서초 R&D캠퍼스
근무조건
LG전자 사규에 준함
2. 모집기간 2012.03.15 ~ 2012.03.27
3. 문의처
담당자홍성은 대리
부서디자인 인사기획팀
TEL0000
e-mailsungeun.hong@lge.com
4. 기타
- 입사지원은 당사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지원만 가능합니다.(e-mail 송부불가)
- 입사지원서 작성기한은 해당일 자정(24:00)까지 입니다.
- LG전자 지원이력이 있으신 경우, 반드시 초기 등록 이메일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 채용 전형 진행시 허위 사실이 발각된 경우는 입사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 취업보호 대상자는 관련 법규에 의거 우대합니다.
근무지모집구분
 본사_디자인경영센터_서울
 R&D.Design

gui :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구이



글: Frontal Cortex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조기 교육의 가장 결정적인 시기는 아동이 미처 글을 깨우치기도 전에 찾아온다. 노벨 수상자 James Heckman는 조기 교육의 힘을 여러 차례 주장했다. 그의 연구 중 가장 뛰어난 사례는 Perry Preschool 실험이었다. 이 연구는 미시간의 Yspilanti에 사는 저소득층 흑인 어린이 123명을 관찰했다. (모든 어린이의 IQ는 75에서 85 사이였다). 어린이들은 세살 무렵 수준 높은 조기 교육을 받거나(처치 집단), 조기교육을 전혀 받지 않는 집단(통제 집단)으로 나뉘었다. 그 후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을 수십 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가장 최근에 조사했을 때 참가자들의 나이는 40대였다. 조기교육을 받은지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효과는 분명했다: 조기 교육을 받았던 성인은 고등학교 졸업률이 20% 높았고 다섯 번 이상 경찰에 체포될 확률이 19%나 낮았다. 그들은 성적도 훨씬 좋았고, 결혼 생활도 오래 유지하고 있었으며, 복지 프로그램의 의존율도 낮았다. Heckman과 그의 동료들은 저소득층 어린이들의 교육에 투자한 돈이 결국 8배에서 9배의 효과를 낸다고 주장한다.
 

조기 교육이 왜 그렇게 중요할까? 해답은 분명하다 : 어린이는 지적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유연하고, 새로운 습관을 비교적 쉽게 배울 수 있다. 또, 조기 교육의 효과는 항상 동일하지 않다. 조기교육은 빈곤한 가정의 아이들에게 특히 필수적인 것 같다.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 대학의 심리학자인 Elliot Tucker-Drob가 Psychological Science에 발표한 새 논문은 이것이 사실임을 보여준다. 그는 유전자나 환경이 학령 전 아동의 학문적 능력에 미치는 상대적 영향력을 알아내고자 했다. 그의 데이터는 이 연구를 가능하게 했다: Tucker-Drob는 2001년 다양한 소득과 인종에 기반해 600가정에서 태어난 1200명의 일란성, 이란성 쌍둥이를 표본으로 사용했다. 일란성 쌍둥이가 유전자를 100% 공유하고 이란성 쌍둥이는 50%를 공유하기 때문에 연구자는 유전자나 환경이 5세 아동에 미치는 상대적 영향력을 계산할 수 있었다.

그의 주요 연구 결과는 다소 역설적으로 보인다. 데이터에 의하면, 가정 환경 요인 - 교육의 양육적 측면 - 은 조기교육에 참여하지 않은 어린이들의 검사 점수 변량의 70%를 설명했다. 반면, 조기교육에 참여했던 어린이들의 경우 가정적요인은 변량의 45%만을 설명했다.

어떻게 조기 교육이 본성과 양육의 상대적 기여도를 바꿀 수 있을까? 그리고 왜 학령 전 교육이 유전자의 중요도를 더 높이는 걸까? 조기교육의 헤택은 부유한 가정과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의 경험적 차이(환경 - 역자 주)를 줄이는 것이고, 따라서 남아 있는 변수(유전자 - 역자 주)가 더 중요해 지는 것이다.

이 효과는 표준화된 검사 데이터를 통해 확연히 드러난다. Tucker-Drob는 조기교육이 부유층과 가난한 집 아이들의 차이를 줄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 점수 차의 감소는 가난한 집 아이의 점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부유한 집에서 자란 어린이는 조기교육으로 큰 혜택을 보지 못했으며, 검사 점수에서도 변동이 없었다. 이미 이 아이들은 집에서 풍부한 인지적 자극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조기교육이 별 필요가 없었다. 그들의 두뇌는 이미 정점에 도달해 있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부모의 영향이 사회경제적 지위에 상당 부분 의존함을 보여준다. 그는 작년에 750쌍의 미국 쌍둥이들을 대상으로 10개월 때와 2세 때 각각 지적 능력 검사를 실시했다. 이번 최신 연구와 마찬가지로, Tucker - Drob는 본성과 양육의 영향력을 사회경제적 지위별로 나누어봤다. 그가 발견한 첫번째 사실은, 10개월 된 유아의 지적 능력의 경우 사회경제적 지위를 불문하고 가정 환경이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점이다. 이는 너무 놀랄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아기는 집에 묶여 있으며, 그들의 삶은 그들 부모의 선택에 달려있다.

그러나 2세 아동의 결과는 극적으로 달랐다. 가난한 가정의 아동은 부모의 결정이 여전히 중요했다. 연구자들은 가정 환경이 2세 아동의 지적 능력 변량 중 80%를 설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전자의 효과는 무시할 만 했다.

하지만 부유층 2세 아동의 경우 상반된 패턴이 발견되었다. 이 아이들의 경우 수행은 주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었으며, 유전자가 지적 능력의 전체 변량 중 50%를 설명했다. 즉, 부가 증가할수록 부모는 자녀의 지적 능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여기에 두 가지 교훈이 있다. 첫 번째 교훈은 상류층 부모가 지나친 걱정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육아의 세부 사항에 노심초사하는 경향이 있는데 - 피아노를 가르치는 게 좋을까, 바이올린이 좋을까? 내가 Tiger mom이 되는 게 좋을까, Parisian mom이 되는 게 좋을까? - 이런 세부사항은 대부분 중요하지 않다. 긴 안목에서 볼 때, 돈의 장점은 자녀에게 풍부한 환경을 제공하고 그로 하여금 유전적 잠재력을 최대화하게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 교훈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효과가 비교적 이른 나이에 관찰된다는 점이다.Tucker-Drob이 보여준 바와 같이, 아동의 나이가 고작 2세일지라도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지적 능력에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저소득층의 경우 그들의 잠재력은 정체된다.

그래서 우리는 조기교육이 필요하다. 조기교육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그 효과는 교육적 질에 따라 다양하다. 하지만 조기교육은 불평등을 제거할 수 있는 필수적 조치다. 인생은 불공평하다; 어떤 아이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린이들이 잠재력을 펼칠 기회를 줘야 한다.


Image : http://www.child-development-guide.com/



글: 인지심리 매니아



어린이는 왜 말을 빨리 배울까?

요즘 대학생들은 영어를 배우기 위해 어학 연수를 많이 간다. 그런데 고민이 된다. 한국에서 영어 공부를 미리 하고 가는 게 좋을까, 그냥 가는 게 좋을까? 

Kersten et al(2001)은 성인이라면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굳이 이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 주장이 사실임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기본적인 영어 단어도 모른 체 현지에 바로 가면 학습 효율이 떨어진다. 영어 교육을 받지 않은 성인이나 노인들이 현지 언어를 배우는 데 곤란을 겪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설득력 있는 주장처럼 보인다. 반면, 어린이는 사전 교육 없이도 현지 언어를 빠르게 습득한다. 영어 단어를 철저히 공부하고 해외로 나간 대학생들보다 훨씬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걸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그 이유가 뭘까? 성인은 기초 공부를 열심히 하고도 외국어를 간신히 배우는 반면, 왜 어린이는 별 노력 없이 언어를 빠르게 배울까? 

Kersten 등은 Newport(1988, 1990)의 “Less is more” 가설을 통해 이 현상을 설명한다. Newport는 어린이의 미숙한 작업 기억 능력이 역설적으로 언어 습득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작업 기억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어린이는 문장의 일부분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개별 단어나 형태소의 기능에 민감하다. 따라서, 복잡한 뜻의 문장을 만들 때 문장 구성 요소들을 적절히 조합할 수 있다.
 
반면, 작업 기억이 성숙한 성인은 문장 전체를 처리할 수 있다. 그래서 상황을 설명하는 문장을 통째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렇게 기억하면 개별 단어나 형태소의 기능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복잡한 문장을 만들 때 실수를 하게 된다. 
(예전에 필자는 영어책에서 봤던 문장 “I want you to.....”을 통째로 외웠다가 다른 상황[“I want to”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대로 사용하는 바람에 외국인을 당황하게 만든 적이 있다.)

미국에 처음 간 한국 어린이에게 누군가 개를 가리키며 “A dog runs fast”라고 말했다고 상상해 보자. 어린이는 이 문장 전체를 처리할 능력이 없다. 아이가 오로지 기억하는 건 ‘dog’라는 단어 뿐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dog’라는 단어가 눈 앞에 펼쳐진 상황과 관련 있다는 것만 짐작할 뿐이다. 만약 며칠 뒤 누군가가 비슷한 생물체를 보고 “what a cute dog....”이라고 말했다면, 아이는 이제 이 생물체의 이름이 ‘dog’라고 확신할 것이다. 지난 번 상황과 비교해 봤을 때 생물체의 움직임이나 속도가 변한 반면(정지해 있다), 생물체는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번 문장과 비교했을 때 바뀌지 않은 단어는 ‘dog’ 뿐이다. 따라서 어린이는 ‘dog’가 생물체를 가리키는게 분명하다고 결론짓는다.

반면, 성인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성인은 “A dog runs fast”라는 문장 전체를 눈 앞에 보이는 상황과 연결 짓는다. 따라서 어떤 단어가 상황의 어떤 요소를 언급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만약 며칠 뒤 누군가가 비슷한 생물체를 보고 “what a cute dog”이라고 한다면 성인은 혼란에 빠진다. 이번 경우 역시 각 단어가 언급하는 바를 모르기 때문이다. 성인은 ‘cute’가 생물체의 움직임을 말하는 것인지, 생물체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생물체의 귀여운 표정을 말하는 건지 알 수 없다. 

만약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성인은 어학 공부를 위해 외국에 가기 전 사전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 문장의 세부 요소를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단어를 외우거나 문법을 익혀서 세부적 요소를 미리 익히는 것이다. 만약 성인이 미국으로 오기 전 ‘dog=개'라는 사실을 공부했다면 ‘cute’는 개를 지칭하는 게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럼 이 단어는 생물체의 움직임 또는 귀여운 표정을 의미한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만큼 말을 배우는 속도는 빨라진다.



성인이 어린이의 학습 방법을 따라한다면?

여기서 또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혹, 성인도 어린이처럼 학습하면 말을 빨리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즉, 어린이처럼 말의 세부 요소에 집중하며 말을 배운다면? Kersten 등(2001)[각주:1]은 이 가설이 참인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일련의 애니메이션을 보여준 뒤, 이 애니메이션의 상황을 설명하는 ‘인공 언어'를 함께 제시했다. 

그림 1 : 문장이 표현하는 속성의 유형



그림 2 : 애니메이션 예시




예를 들어, 참가자는 그림 2과 같은 애니메이션을 보는 동시에 스피커를 통해 “geseju elnugop doochatig”라는 문장을 듣는다. 연구자들은 각 요소를 조합하여(물체, 움직이는 방식, 방향) 총 72가지의 상황을 참가자에게 제시했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를 두 집단으로 나눈 다음, 문장을 들려주는 방식을 집단마다 다르게 조작했다. 한 집단(Sentence 조건)의 경우 문장 전체를 다 들려줬다. 다른 집단(Individual Word 조건)의 경우 처음에 한 단어씩 들려주다가 점차 긴 문장을 제시했다. 이 경우, 처음에는 ‘object words’만 들려주다가 나중에는 ‘ object+Manner’, ‘object+manner+path’를 들려줬다(즉, 한 단어씩 학습할 수 있게 제시했다). 

두 집단 중 누가 인공 언어를 빨리 배웠을까? 분석 결과, Individual Word 조건의 학습자가 개별 단어 테스트, 문장과 알맞는 상황 고르기 테스트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연구 결과는 문장의 개별 요소에 집중하면 언어를 빨리 익힐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실험 참가자들이 성인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만 놓고 성인이 어린이의 학습 방식을 모방할 때 언어를 빨리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하기는 쉽지 않다(관련 연구 결과들이 다소 혼란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논문 참조).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사전 학습을 하고 어학 연수를 가는 것이다. 사전학습은 문장의 세부 요소에 민감하지 못한 성인 학습자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원어민과 대화할 때 단어나 문법이 정리되어 있으면, 학습 속도는 그만큼 빨라질 것이다.


  1. Alan W. Kersten, Julie L. Earles, Less Really Is More for Adults Learning a Miniature Artificial Language, Journal of Memory and Language, Volume 44, Issue 2, February 2001, Pages 250-273, [본문으로]

Image: SarahPAC-USA/Flickr



글: Frontal Cortex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수천년 동안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과소평가했다. 우리는 감정을 원시적인 열정, 과거 인간이란 동물의 불필요한 유산으로 봤다. 우리는 어리석은 행동을 할 때 - 케이크를 너무 많이 먹거나, 바람을 피우거나, 또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로 낭패를 겪는 등 - 자신의 근시안적 감정을 비난한다. 사람들은 열정이라는 범죄를 저지른다. 반면 합리성은 죄가 되지 않았다.

감정에 대한 편견이 생긴 이유는 우리가 그 동안 이성만을 최고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딜레마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대안을 이성적으로 평가하는 데 시간을 들인다. 만약 이런 의사결정이 효과적이라면, 우리는 우리 선호에 적합한 최적의 대안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유용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합리성은 프로메테우스의 선물이다.

하지만 이 사실이 완전히 반대라면 어떨까? 만약 감정이 이성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면? 만약 우리 감정이 우리보다 더 똑똑하다면?

그 동안 문헌들은 인간 정서가 가진 지혜를 다루어왔다 - 데이비드 흄은 이를 미리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 하지만 감정 체계(줄여서 Type 1 사고)가 복잡한 의사결정에 뛰어나다는 사실이 연구로 입증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무의식이 의식보다 복잡한 인지 과제에 더 적합할 것이다. 즉, 우리가 오랫동안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이라고 폄하했던 사고과정이 어떤 상황에선 훨씬 똑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컬럼비아 경영대학의 Michael Pham의 연구실이 이 효과를 연구했다. 연구자는 학부생들에게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에서부터 아메리칸 아이돌 결선 진출자까지 여덟 가지 예측을 하게 했다. 그들은 다우 존스, BCS 챔피언십 게임의 승자, 날씨에 대한 예측도 했다.

그 결과,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예측들이 광범위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감정을 믿은 사람들이 더 정확한 예측을 한 것이다. Pham은 이 현상을 emotional oracle 효과라고 이름붙였다.

아메리칸 아이돌 (American Idol)의 경우를 살펴보자 : 감정을 믿은 참가자들이 우승자를 정확히 예측한 확률은 41%였고, 자신의 감정을 불신한 사람들의 예측 확률은 24%였다. 동일한 현상이 주식 시장 예측의 경우에서도 발견되었다 : 감정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예측 정확도가 이성적인 인지능력을 가진 사람보다 25퍼센트 높았던 것이다.

이 역설이 의미하는 바가 무얼까? 바로 처리 능력이다. 최근, 무의식적 뇌가 방대한 정보를 병렬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반면 인간의 이성은 매우 좁은 병목을 가지고 있어서 한번에 제한된 정보만을 처리할 수 있다). 

바로 여기에 정서의 유용함이 있다. 모든 감정은 우리가 접근하지 못하는 정보들를 집약해 놓은 '자료의 요약본'이다. (Pham이 말하듯, 정서는 우리 마음 깊은 곳의 '특권을 가진 창'이다) 복잡한 사건을 예측하는 데 있어서 이런 추가적 정보는 보통 필수적이다. 

이런 일이 어떻게 일생 상활에서 일어날까? 예를 들어 당신이 20개 주식의 가격변동에 관한 정보를 본다고 가정해보자. (각 주가는 CNBC처럼 텔레비전 화면 하단에 나타난다). 당신은 모든 데이터를 기억하는 게 어렵다. 만약 누군가 어떤 주식이 가장 좋냐고 물어보면, 당신은 아마 대답을 하지 못할 것이다. 당신은 모든 정보를 처리할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어떤 주식에 대한 느낌이 제일 좋냐'고 물으면 당신은 가장 좋은 주식을 찾아낼 것이다. 이 영리한 실험을 진행한 Tilmann Betsch라는 심리학자에 의하면, 당신의 느낌은 유가 증권의 실제 가치를 반영한다. 가치가 상승하는 주식은 긍정적 감정과 연결되는 반면, 가치가 하락하는 주식은 잘 안 풀리는 듯한 느낌을 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매사에 충동적 결정을 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Pham의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관련 분야에 지식이 있는 경우만 emotional oracle 효과를 보였고, 주식 예측 실험의 참가자들도 모든 정보를 학습해야 했다. 만약 그들이 대학 축구에 대해 아는 게 없다면, 그들의 감정은 BCS 챔피언쉽 게임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큰 교훈은 우리의 감정이 바보같지도, 그렇다고 전지전능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불완전한 oracle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한 감정은 우리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할 때 우리의 뇌가 무언가 알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것이 정서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Image: © AngiePhotos / ISTOCKPHOTO



글: 인지심리 매니아

일흔이 되어서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 공자 -


자신의 말과 행동을 적절히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말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가끔씩 생각없는 말을 내뱉었다가 후회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 조금 더 생각해 보고 말을 할걸....’ 이렇듯 자신을 통제해서 상황에 적절한 말을 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행동을 통제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연초에 세웠던 금연이나 다이어트 계획은 보통 작심삼일로 돌아가기 쉽다. 유혹에 직면하거나 바쁘고 정신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옛 버릇을 반복하게 된다.

심리학에서는 자신에 대한 통제를 자기 조절(self-regulation)이라고 한다. 자기 조절이 실패하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사회심리학 연구들은 상황적 요인이 자기 조절을 실패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예., 고정관념, 스트레스 등). 또, 인지심리학 연구들은 인간의 집행 기능이 자기 조절과 관련있다고 설명한다.

오늘은 2012년 3월 Trends in Cognitive Sciences에 게재된 Hofmann, Schmeichel, Baddeley의 개관논문[각주:1]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논문은 사회,인지심리 연구들을 아우르면서 집행 기능과 자기 조절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저자들은 자기 조절이 세 가지 성분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한다. 자기 조절은 1) 목표(기준)가 되는 사고나 감정, 행동 2) 목표와 자신의 현 상태의 차이를 줄이려는 동기 3) 목표를 성취하는데 필요한 노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체중 감량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은 음식을 절제하는 행동을 목표로 삼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는 동기 부여와 노력을 한다.
한편, 집행 기능은 목표 상태에 관한 정보를 유지하거나 갱신하고(Updating), 특정 반응을 억제하거나(Inhibition), 멀티태스킹 시 주의를 신속하게 전환하는 능력을 포함한다(Task-Switching). 


저자들은 집행 기능의 세 가지 기능이 자기 조절과 관련있다고 설명한다. 먼저, Updating과 자기 조절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작업 기억은 목표 상태를 머리 속에 계속 떠올리는 역할을 한다. 다이어트 중 맛있는 음식의 유혹을 받을 때도 작업 기억은 머리 속에 ‘음식을 절제하는 내 모습'을 계속 떠올리게 한다(Goal shielding). 따라서 맛있는 음식에서 눈을 돌릴 수가 있다. 만약 이 능력에 문제가 생긴다면, 유혹에 직면했을 때 다이어트 의지를 굳건히 해 줄 목표가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유혹을 뿌리칠 힘이 약해진다.


능동적 억제 능력(Active Inhibition)도 자기 조절과 관련이 있다. 능동적 억제는 자신의 자동적인 반응을 억제하는 능력을 말한다. 먹고 싶은 음식을 봤을 때 자동으로 손이 가는 것을 참거나 막말을 하려는 걸 순간적으로 참는 능력이 여기에 해당된다. 부정적 반응을 억제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비만, 약물 중독, 불륜 등의 문제를 겪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task-switching도 자기 조절과 관련이 있다. 과제 전환 능력이 뛰어나면 목표를 달성하기에 적합한 수단으로 재빨리 전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맛있는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구구단을 외우던 중, 차라리 다른 곳을 쳐다 보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면 전략을 곧바로 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능력은 조금 복잡한 문제가 있다. 과제 전환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은, 목표에서 벗어나 유혹에 쉽게 빠지기도 쉽다는 모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챙김 명상은 집행 기능을 향상시킨다. Image: http://www.delraycenter.com



만약 집행 기능이 자기 조절과 관련 있다면, 집행 기능 훈련이 자기 조절 향상으로 이어질까? 집행 기능이 훈련으로 향상된다는 사실은 수많은 연구에 의해서 지지되었다. 저자들은 집행 기능 향상이 자기 조절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저자들이 인용한 관련 논문 중에는 작업 기억 훈련으로 알콜 중독자의 음주 습관을 바꾸거나, 행동 억제 방법으로 문제 있는 식습관을 바꾼 경우도 있었다. 





결국, 자기 조절 실패는 사회적 요인과 인지적 요인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사회적 요인 또는 인지적 요인 중 어느 것이 우선하는지, 또는 인지적 요인이 사회적 요인의 매개나 조절변수인지는 논란이 있다. 자세한 사항은 논문 참조). 하지만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평소에 막말을 잘 하거나, 쉽게 화를 내거나, 먹을 걸 참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행동이 연습을 통해서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기 바란다. 집행 기능이나 작업 기억 훈련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1. Wilhelm Hofmann, Brandon J. Schmeichel, Alan D. Baddeley, Executive functions and self-regulation,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Volume 16, Issue 3, March 2012, Pages 174-180, ISSN 1364-6613, 10.1016/j.tics.2012.01.006. (http://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1364661312000289) [본문으로]

부동의심리학
카테고리 자기계발 > 성공/처세
지은이 사이언 베일락 (21세기북스, 2011년)
상세보기



글: 인지심리 매니아

시험을 치거나 경기를 할 때 너무 긴장해서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긴장을 하면 왜 실수를 하는 걸까?

시카고대 심리학과 부교수인 사이언 베일락(Sian Beilock)은 인지과학과 인간 행동, 특히 스포츠 분야을 연구하고 있다. 그녀는 긴장된 상황에서 쵸킹(Choking)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실수가 생긴다고 설명한다. 쵸킹은 ‘지나친 분석에 의한 마비 현상’, 또는 ‘지각된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 반응으로 발생하는 좋지 않은 결과'를 말한다.

그녀의 저서 ‘부동의 심리학’은 쵸킹이 일어나는 원인과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쵸킹 현상은 상황에 따라 발생원인이 다르다. 시험의 경우, 시험 불안이 작업 기억 용량을 소모하기 때문에 시험을 망치게 한다. 반면, 운동 경기의 경우 걱정으로 인해 자신의 동작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평소 무의식적으로 잘 하던 동작을 망치게 된다.

따라서, 상황별 해결책도 다르다. 시험을 칠 때는 걱정을 하지 않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하고, 운동 경기를 할 때는 자신의 동작에 지나치게 집중하지 말아야 한다. 이 책은 각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해결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책을 참고하길 권한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평정심을 찾는 비결
 
자존감 재확인
복잡한 부분 정리
걱정거리 적기
명상을 통한 근심 잊기
남다른 생각
반응 재해석
위축감 막기
근심 걱정 길들이기
오바마 효과
중압감 연습
인지 부하 아웃소싱
아는 내용 정리


스포츠 경기 및 연주에서 평정심을 찾는 비결
 
주의를 분산시킨다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연습한다
과거에 얽매이지 말라
특정 기술이 아닌 결과에 집중한다
키워드를 찾는다
긍정적인 부분에 집중한다
그립 방식을 바꿔 입스를 치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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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모 교수님이 2012년 2월 21일에 블로그에 올리신 글입니다.
카네만 교수의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의 오류와 교만을 지적하셨네요.
저도 이 글을 읽고 반성을 하게 됩니다.

이정모 교수님 글 바로가기 



글: 스콧 베리 카우프만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지능과 창의성 간의 관계는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었으며, 이에 관련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일반 지능'을 측정하는 대표적 테스트는레이븐 누진 행렬 검사(Raven’s Progressive Matrices Test)’. 이 검사는 일련의 도형 행렬을 제시한 다음, 패턴에서 빠진 부분을 추측하게 한다.

 

여기 예제가 있다.

 

보통 위와 같은 문제 하나에 8개의 보기가 주어지며, 피검사자는 이 중에서 정답을 고르면 된다.

 

이 검사에서 받은 점수는 IQ 검사를 통해 측정된 능력들과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 이는 이 검사에서 측정된 능력이 다른 능력들(공간, 언어, 수리 능력)과 교차함을 말해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검사가 인간의 추상적 사고능력("유동 지능")을 측정한다고 믿는다.

 

이 검사가 무엇을 측정하던 간에, 한가지는 확실하다. 이 검사는 수렴적 사고 검사다. 당신의 대답은 출제자의 의도와 수렴해야 한다. 이와 대조되는 개념이 발산적 사고. ‘발산적 사고의 경우, 정답이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그럼 발산적 - 창의적 - 사고는 IQ 검사로 측정되는 능력과 관련 있을까?

 

연구자들은 그 동안 이 질문에 답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수렴적 사고 - 발산적 사고 간 작은 상관이 있음을 보고했다. 최근의 한 연구결과는 내가 본 것 중 가장 독창적인 실험 설계를 했다. Saskia Jaarsveld, Thomas Lachmann, Cees Van Leeuwen1~6학년 511명을 실험 대상으로 모집한 다음, 학생들에게 레이븐 누진 행렬 검사를 풀게 하는 대신 문제를 직접 출제하게 했다!

 

먼저 연구자들은 학생들에게 문제를 풀게 한 후, 방금 전 봤던 문제들을 참고해서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보라고 지시했다. 검사를 받던 학생이 출제자가 된 것이다. 그 다음, 여러 명의 평가자들이 학생이 만든 문제를 평가했다. 이들은 먼저 수렴적 사고를 측정하기 위해 학생이 특징 간 관계를 설명하는 방식을 평가했다. 더 복잡하고 정확한 관계를 생각해 낼수록 수렴적 사고에서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수렴적 사고는 기존 검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기존 레이븐 검사의 경우 다른 특징 간 관계를 설명하는 규칙을 찾아내야 한다. 앞에서 봤던 예제의 경우, 핵심 규칙은 음영이 오른쪽으로 회전함이다. 하지만 어려운 문제의 경우 여러 개의 규칙을 찾아내야 할 뿐더러, 문제 풀이에서 불필요한 특징들을 무시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은 난이도가 높다. 또 평가자들은 학생이 만든 문제가 구체적이거나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을 경우 발산적 사고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그 다음, 연구자들은 학생들에게 창의성 검사를 실시했다. 학생들은 미완성 그림을 본 후, 그림의 나머지를 완성하는 과제를 수행했다(정답은 없으므로 어떤 그림이든 상관없다고 말해줬다). 창의성 점수는 학생들이 생각해낸 아이디어의 수, 독창성, 구성을 고려해 산출되었다.

 

그 결과는? 예상대로, 문제 만들기 과제에서 측정된 수렴적 사고는 표준 레이븐 검사와 상관이 있었다. 하지만 발산적 사고는 레이븐 검사와 상관이 없었다. 둘의 상관 관계는 0에 가까웠다. 그 뿐 아니라, 수렴적 사고와 발산적 사고도 서로 상관이 없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두 사고가 모두 창의성 검사와 상관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결과는 IQ 검사로 측정된 능력이 창의성이라는 큰 그림의 일부분임을 시사한다. 가장 높은 수준의 창의성은 수렴적 사고와 발산적 사고가 모두 필요하다. 이 사실은 창의성 연구 분야에서 잘 알려져 있었다. Geneplore model에 의하면 창의성은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과정과, 산출된 아이디어 중 가능성 있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탐색하는 과정으로 나뉘며, 각 과정은 순환적이다. 산출 단계는 발산적 사고로 간주되는 반면 탐색 단계는 수렴적 사고로 간주된다.

 

이 연구의 독특한 점은 일반적인 IQ 검사를 가져다가 발산적 사고 검사로 바꿨다는 점이다. 그들의 연구결과는 IQ 검사가 발산적 사고 -- 창의성의 중요한 요소 -- 를 측정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가 어떤 사람의 창의력, 혁신성, 상상력을 평가하고 싶다면 IQ 검사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오직 한가지 대답만을 말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 우리는 그들에게 문제가 무엇인지 말할 기회를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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