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 http://aplangwjps.blogspot.kr/2007/11/syllogism-class-notes-11207.html



글 : 인지심리 매니아


그럴싸함 효과(Belief bias)는 관계 추리에서 그럴 듯한 내용이 추리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보자.


전제 1: 모든 프랑스 사람들은 포도주를 마신다.

전제 2: 포도주를 마시는 사람 중의 어떤 사람들은 미식가다.

결론: 따라서 어떤 프랑스 사람들은 미식가다.


위의 결론이 ‘논리적’으로 타당한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다’라고 답하기 쉽지만 사실은 타당하지 않다. 미식가 중 프랑스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경우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 사람들이 결론을 논리적이라고 받아들인 이유가 뭘까?


그 이유는 ‘논리적' 참과 ‘현실 세계'의 참을 헷갈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실제로 프랑스 사람들이 미식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제시한 삼단논법추리는 현실 세계의 참이 아니라 ‘논리적’ 참을 묻고 있다. 문장의 내용이 실제 세계의 참을 말하는지 여부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 둘을 구분하기 어려워한다.


그럼 Belief Bias가 일어나는 원인은 뭘까? Banks가 2012년 Cognitive Science 저널에 게재한 논문[각주:1]은 Anderson의 ACT-R 모델을 통해 Belief Bias가 일어나는 과정을 설명하고자 했다.


ACT-R(Atomic Components of Thought-Relational)은 Anderson이 주창한 모델로써, 각종 인지적 현상을 활성화 수준으로 설명한다. 특정 chunk(부호화된 사실의 상징적 표상)가 반복적으로 학습, 인출되면 활성화 수준이 증가한다. 하지만 이 수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한다. 


저자는 이 모델이 Belief Bias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특정 사실이 반복적으로 학습될 경우(예, 프랑스 인들이 미식가라는 정보를 자주 접한 경우) 그 사실의 활성화 수준은 높아진다(즉, 그 사실에 대한 Belief가 강화된다). 따라서 추리 시 인출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심지어 그 결론이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을 때조차 그렇다. 결국 Believable & invalid한 결론일지라도 타당하게 여기는 현상(Belief bias)이 발생하는 것이다. 


저자는 더 나아가서 흥미로운 예측을 했다. Belief bias가 결정적 문제(determinate problem)보다 비결정적 문제(indeterminate problem)에서 더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비결정적 문제는 앞서 소개한 삼단논법추리 사례처럼 결론이 ‘가능하지만 필연적(necessary)’이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몇몇 프랑스 인이 미식가일 수도 있지만, 프랑스인 중 미식가가 한 명도 없을 수 있다. 반면 결정적 문제는 아래의 예처럼 전제가 필연적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경우를 말한다. 


전제 1: 모든 프랑스 사람들은 포도주를 마신다.

전제 2: 포도주를 마시는 사람들은 모두 미식가다.

결론: 따라서 모든 프랑스 사람들은 미식가다.


사람들은 비결정적 문제의 결론을 판단할 경우 두 가지 심적 모델을 형성해야 한다. 한 가지는 어떤 프랑스인들이 미식가일 경우(Believable), 또 하나는 프랑스인 중 미식가가 하나도 없을 경우(Unbelievable)이다. 이때, Believable한 결론이 Unbelievable한 경우보다 활성화 수준이 높으므로 인출 가능성이 높다. 인출된 결론과 제시된 결론이 일치할 경우 설사 그 결론이 invalid할지라도  타당하다고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심적 모델이 하나만 형성되는 결정적 문제에 비해 Belief Bias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험 1


연구자는 이 두 가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참가자에게 다양한 추리 문제를 제시한 다음, 결론의 Believability(believable or unbelievable), Belief의 강도(strong, weak), 결론의 타당성(valid, determinately invalid, indeterminately invalid)을 조작했다. 그리고 참가자가 타당하다고 받아들인 결론의 수를 세어보았다. 


지문 예시


케임브리지 대학은 영국 시민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지어졌다.

냉전은 영국 시민 전쟁 이전에 일어났다.

그레이엄 벨은 영국 시민 전쟁 기간 동안 전화기를 발명했다.

베를린 장벽은 냉전 동안 파괴되었다.

따라서, 벨은 베를린 장벽이 파괴되기 전에 전화기를 발명했다.



실험 결과, strong 조건은 weak 조건과 달리 belief의 주효과(F(1,33)=13.36, p=.001, \eta^2=0.29)가 발견되었다. 즉, 정말로 (실제 세계에서) 그럴듯한 결론은 타당하다고 받아들여졌다. 또 strong & invalid한 조건끼리 비교한 결과 validity와 belief의 상호작용이 발견되었다(F(1,33)=14.23, p=.001, \eta^2=0.68). 즉, indeterminate&invalid 한 문장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았다(belief bias).  연구자의 예상이 모두 맞아떨어진 것이다.






실험 2


연구자는 실험 2에서 작업 기억의 부담이 Belief Bias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만약 추리 도중 작업 기억에 추가적 부하가 가해지면, 추리는 처리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리게 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unbelievable한 결론의 활성화가 believable한 결론보다 빠르게 감소하면서 망각(Decay)된다는 것이다. 


실험 2의 절차는 실험 1과 동일하지만, 추리 과제 동안 5자리  숫자를 계속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숫자 외우기를 통해 작업 기억에 부담을 주려는 의도다.


실험 결과, 숫자 외우기 과제를 동시에 진행했던 참가자는 추리 과제만 한 참가자에 비해 believable한 결론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지만, 그다지 큰 차이는 아니었다(F(1,31)=3.53, p<.07, \eta^2=0.1). 또 실험 1과 마찬가지로 belief bias는 indeterminately invalid 조건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그 동안 연역 추리를 설명하는 이론은 에반스(evans)의 Selective Scrutiny model, Selective Processing model,  존슨 레어드(Johnson-Laird)의 심성 모형(mental model)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번 논문은 Anderson의 ACT-R 모델을 이용하여 연역 추리 과정을 설명했다는 점에서 참신하다고 할 수 있다. 


Reference

  1. Banks, A. P. (2012). The Influence of Activation Level on Belief Bias in Relational Reasoning. Cognitive Science. [본문으로]


Image : http://www.datpiff.com/Ty-Flow-Pay-Attention-mixtape.320045.html



글: 인지심리 매니아


인간의 시각 주의(Visual attention)는 두 가지 요인에 의해 통제된다. 하나는 자극 유도적 주의(Stimulus-driven  attention)이고, 다른 하나는 목표 지향적 주의(Goal-directed attention)다. 자극 유도적 주의는 자극의 현저성이 인간의 주의를 자동적으로 끄는 경우다. 예를 들어 숲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호랑이를 발견했다면, ‘호랑이'라는 자극은 우리의 주의를 자동적으로 끈 것이다. 반면 목표 지향적 주의는 본인이 의도적으로 특정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는 경우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지인의 얼굴을 찾는 경우 목표 지향적 주의가 사용된다. 


하지만, 시각 주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보다 다양할 수 있다. 2012년 12월 Trends in Cognitive sciences에 실린 논문[각주:1]에서 Hutchinson과 Turk-browne은 자극/목표 지향적 주의같은 이분법적 접근 방식이 주의를 완벽하게 설명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억 유도 주의(Memory-guided attention)라는 개념을 소개하면서 기억 역시 주의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기억이 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전에, 기억의 체계에 대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 동안 학계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기억 체계가 제시되어 왔지만, 저자들은 다중 기억 체계(Multiple Memory system, MMS) 이론에 따라 기억을 분류하고 있다. 이 체계에 의하면 기억은 외현 기억암묵 기억으로 나뉜다. 외현 기억은 다시 의미 기억일화 기억, 작업 기억으로 나뉘며, 암묵 기억은 절차 기억, 지각 학습, 연상 학습, 점화를 포함한다(각 기억의 자세한 내용은 인지심리학 교재를 참고하기 바란다).





그럼 각 기억이 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자.




1. 연상 학습





Zhao 등[각주:2]은 연상 학습이 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네 개로 구성된 일련의 자극을 관찰하게 된다. 가장 위쪽에 출현하는 자극은 일정한 순서(즉 규칙성이 있는)대로 제시되는 반면, 가장 아래에 있는 자극은 무선적인 순서로 제시된다. 그 다음 목표 자극을 구분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실험 결과, 목표 자극이 위쪽에 출현한 경우 아래쪽에 출현한 경우보다 반응시간이 빨랐다. 즉, 사람들은 자극이 규칙적으로 제시되는 위치에 더 주의를 준다.




2. 작업 기억





Soto 등(2007)[각주:3]은 작업 기억이 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단서(Cue, 빨간 사각형)를 본 다음, 대각선을 찾는 과제를 수행한다. 실험 결과, 대각선이 단서에서 보여줬던 빨간 사각형과 동일한 사각형 안에 있는 경우(valid 조건) 반응 시간이 빠른 반면, 빨간 사각형에 distractor(수직선)가 제시된 경우(invalid 조건)는 반응 시간이 가장 느렸다. 즉, 작업 기억에 저장된 도형과 색상이 주의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3. 일화 기억





Stokes 등(2012)[각주:4]은 일화 기억이 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탐색 목표 물체(열쇠)가 제시된 사진과 아무 물체도 제시되지 않은 사진을 기억했다. 하루가 지난 다음, 참가자들에게 어제 보여줬던 사진들(이 번엔 두 사진 모두 물체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을 단서로 제시하고 목표 탐색 과제를 실시했다. 실험 결과 valid cue(열쇠가 있었던 사진)가 제시된 경우 invalid cue(열쇠가 없었던 사진)의 경우보다 목표 탐색 시간이 빨랐다. 즉, 어제 봤던 사진의 기억을 토대로 물체가 있을만한 장소에 주의가 제일 먼저 갔기 때문에 valid cue 조건에서 반응시간이 빨랐던 것이다.




4. 의미 기억





Moore 등(2003)[각주:5]은 의미 기억이 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단어로 된 단서(i,e motorbike)를 본 다음 여러 물체 중에서 특정 물체를 찾는 과제를 수행했다. 실험 결과 motorbike와 관련있는 물체(헬멧)가 방해자극으로 제시된 경우 관련없는 물체가 방해자극으로 제시된 경우보다 반응 시간이 느렸다. 즉, 오토바이와 의미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헬맷에 주의를 빼앗긴 것이다



저자들은 기억을 주의 연구에 고려하면 여러 이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주의 연구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추가적인 변량을 설명할 수 있고, 또 역으로 주의가 기억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1. J. Benjamin Hutchinson, Nicholas B. Turk-Browne, Memory-guided attention: control from multiple memory systems,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Volume 16, Issue 12, December 2012, Pages 576-579, ISSN 1364-6613, 10.1016/j.tics.2012.10.003. (http://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1364661312002392) [본문으로]
  2. Zhao, J et al. Attention is spontaneously biased toward regularities. Psychol. Sci. (in press) [본문으로]
  3. Soto, D. et al. (2007) Dissociating the neural mechanisms of memorybased guidance of visual selection. Proc. Natl. Acad. Sci. U.S.A. 104, 17186–17191 [본문으로]
  4. Stokes, M.G. et al. (2012) Long-term memory prepares neural activity for perception. Proc. Natl. Acad. Sci. U.S.A. 109, E360–E367 [본문으로]
  5. Moores, E. et al. (2003) Associative knowledge controls deployment of visual selective attention. Nat. Neurosci. 6, 182–189 [본문으로]




글 : Ulterior Motives

번역 : 인지심리 매니아


일요일 밤, 나는 블루스 밴드에서 호른 섹션을 연주한다. 우리와 함께 연주하기 위해 마을 각지에서 음악가들이 매주 찾아온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다양한 악기로 솔로 연주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때때로, 사람들의 솔로 연주에서 묻어나오는 창의성에 압도된다.


Carsten De Dreu, Bernard Nijstad, Matthijs Baas, Inge Wolsink, Marieke Roskes가 2012년 5월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에 게재한 논문[각주:1]에 의하면, 인간의 작업 기억은 창의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업 기억 용량은 인간이 마음 속에서 한꺼번에 기억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다. 인간이 한꺼번에 생각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제한되어 있지만, 작업 기억의 크기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이 용량은 OSPAN과 같은 검사로 측정할 수 있는데, 이 검사는 사람들에게 수학을 풀게 하면서 동시에 단어들을 기억하게 한다. 이 검사에서 당신이 더 많은 단어를 기억할수록, 당신의 작업 기억 용량도 큰 것이다.


이 논문의 연구자들은 즉흥 연주를 훈련받은 적이 없는 첼로 연주자들을 모집했다.  연구자들은 먼저 참가자의 작업 기억 용량을 측정했다. 그 다음, 참가자들은 주제(겨울 또는 여름)에 맞춰서 3분 동안 즉흥 연주를 했다. 즉흥연주는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었고, 전문 음악가가 각 연주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평가했다. 평가 결과, 참가자들의 연주는 작업 기억 용량과 상관없이 창의성 수준에서 동일했다. 하지만, 높은 작업 기억 용량을 가진 사람들은 공부를 함에 따라 즉흥 연주 실력이 좋아진 반면, 낮은 작업 기억 용량을 가진 사람들은 실력이 늘지 않았다. 결국 실험이 끝날 무렵엔 높은 작업 기억 용량을 가진 사람이 훨씬 창의적인 즉흥 연주를 보였다.


또 다른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의 작업 기억 용량을 측정한 다음, 가능한 한 많은 아이디어를 내는 브레인 스토밍을 하도록 지시했다. 참가자가 낸 아이디어들은 독창성과 참신성 측면에서 평가되었다. 또, 연구자들은 아이디어의 유연성(Flexibility)과 지속성(Persistence)도 평가했다. 유연성은 그 사람이 브레인 스토밍하는 동안 얼마나 다양한 범주를 탐색하는지를 기준으로 평가되었다. 예를 들어, 유연한 사람은 오염에 대한 아이디어를 낸 다음, 교육이나 교통에 관한 아이디어도 낼 것이다. 지속성은 한 카테고리 안에서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를 내는지를 기준으로 평가되었다. 지속적인 사람은 교육이라는 범주 안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 것이다.


높은 작업 기억을 가진 사람은 낮은 작업 기억 용량을 가진 사람보다 독창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또 지속성도 높았다. 즉, 한 카테고리 안에서도 많은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통계 분석 결과, 지속성은 아이디어의 독창성과 상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결과가 무엇을 의미할까?


창의성은 진부한 생각을 뛰어넘을 때 탄생한다. 창의적인 생각을 할 때, 당신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건 과거의 경험이나 지식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평범한 생각들을 토대로 새로운 생각이 탄생할 수 있다.


만약 누군가 높은 작업 기억 용량을 가지고 있다면, 평범한 아이디어를 기억해내고 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기 쉬울 것이다. 


이것이 정말 사실인지 알아보려면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방금 소개한 연구 결과들은 모두 상관 관계였다. 즉, 연구자들은 사람들의 작업 기억 용량을 측정한 다음 이 점수를 창의성 과제 점수와 비교했다. 한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가 원격 결합 검사(Remote Association Test, RAT)를 하는 동안 특정 숫자들을 계속 기억하라고 지시함으로써 작업 기억을 조작했다. 이 연구처럼 작업 기억을 직접 조작했을 때 창의성이 영향을 받는지 알아봐야 둘 간의 관계가 정말 존재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1. Carsten K. W. De Dreu, Bernard A. Nijstad, Matthijs Baas, Inge Wolsink, and Marieke Roskes Working Memory Benefits Creative Insight, Musical Improvisation, and Original Ideation Through Maintained Task-Focused Attention,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February 2, 2012 [본문으로]

Image : http://www.child-development-guide.com/



글: 인지심리 매니아



어린이는 왜 말을 빨리 배울까?

요즘 대학생들은 영어를 배우기 위해 어학 연수를 많이 간다. 그런데 고민이 된다. 한국에서 영어 공부를 미리 하고 가는 게 좋을까, 그냥 가는 게 좋을까? 

Kersten et al(2001)은 성인이라면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굳이 이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 주장이 사실임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기본적인 영어 단어도 모른 체 현지에 바로 가면 학습 효율이 떨어진다. 영어 교육을 받지 않은 성인이나 노인들이 현지 언어를 배우는 데 곤란을 겪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설득력 있는 주장처럼 보인다. 반면, 어린이는 사전 교육 없이도 현지 언어를 빠르게 습득한다. 영어 단어를 철저히 공부하고 해외로 나간 대학생들보다 훨씬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걸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그 이유가 뭘까? 성인은 기초 공부를 열심히 하고도 외국어를 간신히 배우는 반면, 왜 어린이는 별 노력 없이 언어를 빠르게 배울까? 

Kersten 등은 Newport(1988, 1990)의 “Less is more” 가설을 통해 이 현상을 설명한다. Newport는 어린이의 미숙한 작업 기억 능력이 역설적으로 언어 습득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작업 기억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어린이는 문장의 일부분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개별 단어나 형태소의 기능에 민감하다. 따라서, 복잡한 뜻의 문장을 만들 때 문장 구성 요소들을 적절히 조합할 수 있다.
 
반면, 작업 기억이 성숙한 성인은 문장 전체를 처리할 수 있다. 그래서 상황을 설명하는 문장을 통째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렇게 기억하면 개별 단어나 형태소의 기능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복잡한 문장을 만들 때 실수를 하게 된다. 
(예전에 필자는 영어책에서 봤던 문장 “I want you to.....”을 통째로 외웠다가 다른 상황[“I want to”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대로 사용하는 바람에 외국인을 당황하게 만든 적이 있다.)

미국에 처음 간 한국 어린이에게 누군가 개를 가리키며 “A dog runs fast”라고 말했다고 상상해 보자. 어린이는 이 문장 전체를 처리할 능력이 없다. 아이가 오로지 기억하는 건 ‘dog’라는 단어 뿐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dog’라는 단어가 눈 앞에 펼쳐진 상황과 관련 있다는 것만 짐작할 뿐이다. 만약 며칠 뒤 누군가가 비슷한 생물체를 보고 “what a cute dog....”이라고 말했다면, 아이는 이제 이 생물체의 이름이 ‘dog’라고 확신할 것이다. 지난 번 상황과 비교해 봤을 때 생물체의 움직임이나 속도가 변한 반면(정지해 있다), 생물체는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번 문장과 비교했을 때 바뀌지 않은 단어는 ‘dog’ 뿐이다. 따라서 어린이는 ‘dog’가 생물체를 가리키는게 분명하다고 결론짓는다.

반면, 성인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성인은 “A dog runs fast”라는 문장 전체를 눈 앞에 보이는 상황과 연결 짓는다. 따라서 어떤 단어가 상황의 어떤 요소를 언급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만약 며칠 뒤 누군가가 비슷한 생물체를 보고 “what a cute dog”이라고 한다면 성인은 혼란에 빠진다. 이번 경우 역시 각 단어가 언급하는 바를 모르기 때문이다. 성인은 ‘cute’가 생물체의 움직임을 말하는 것인지, 생물체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생물체의 귀여운 표정을 말하는 건지 알 수 없다. 

만약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성인은 어학 공부를 위해 외국에 가기 전 사전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 문장의 세부 요소를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단어를 외우거나 문법을 익혀서 세부적 요소를 미리 익히는 것이다. 만약 성인이 미국으로 오기 전 ‘dog=개'라는 사실을 공부했다면 ‘cute’는 개를 지칭하는 게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럼 이 단어는 생물체의 움직임 또는 귀여운 표정을 의미한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만큼 말을 배우는 속도는 빨라진다.



성인이 어린이의 학습 방법을 따라한다면?

여기서 또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혹, 성인도 어린이처럼 학습하면 말을 빨리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즉, 어린이처럼 말의 세부 요소에 집중하며 말을 배운다면? Kersten 등(2001)[각주:1]은 이 가설이 참인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일련의 애니메이션을 보여준 뒤, 이 애니메이션의 상황을 설명하는 ‘인공 언어'를 함께 제시했다. 

그림 1 : 문장이 표현하는 속성의 유형



그림 2 : 애니메이션 예시




예를 들어, 참가자는 그림 2과 같은 애니메이션을 보는 동시에 스피커를 통해 “geseju elnugop doochatig”라는 문장을 듣는다. 연구자들은 각 요소를 조합하여(물체, 움직이는 방식, 방향) 총 72가지의 상황을 참가자에게 제시했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를 두 집단으로 나눈 다음, 문장을 들려주는 방식을 집단마다 다르게 조작했다. 한 집단(Sentence 조건)의 경우 문장 전체를 다 들려줬다. 다른 집단(Individual Word 조건)의 경우 처음에 한 단어씩 들려주다가 점차 긴 문장을 제시했다. 이 경우, 처음에는 ‘object words’만 들려주다가 나중에는 ‘ object+Manner’, ‘object+manner+path’를 들려줬다(즉, 한 단어씩 학습할 수 있게 제시했다). 

두 집단 중 누가 인공 언어를 빨리 배웠을까? 분석 결과, Individual Word 조건의 학습자가 개별 단어 테스트, 문장과 알맞는 상황 고르기 테스트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연구 결과는 문장의 개별 요소에 집중하면 언어를 빨리 익힐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실험 참가자들이 성인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만 놓고 성인이 어린이의 학습 방식을 모방할 때 언어를 빨리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하기는 쉽지 않다(관련 연구 결과들이 다소 혼란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논문 참조).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사전 학습을 하고 어학 연수를 가는 것이다. 사전학습은 문장의 세부 요소에 민감하지 못한 성인 학습자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원어민과 대화할 때 단어나 문법이 정리되어 있으면, 학습 속도는 그만큼 빨라질 것이다.


  1. Alan W. Kersten, Julie L. Earles, Less Really Is More for Adults Learning a Miniature Artificial Language, Journal of Memory and Language, Volume 44, Issue 2, February 2001, Pages 250-27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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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인지심리 매니아

일흔이 되어서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 공자 -


자신의 말과 행동을 적절히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말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가끔씩 생각없는 말을 내뱉었다가 후회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 조금 더 생각해 보고 말을 할걸....’ 이렇듯 자신을 통제해서 상황에 적절한 말을 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행동을 통제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연초에 세웠던 금연이나 다이어트 계획은 보통 작심삼일로 돌아가기 쉽다. 유혹에 직면하거나 바쁘고 정신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옛 버릇을 반복하게 된다.

심리학에서는 자신에 대한 통제를 자기 조절(self-regulation)이라고 한다. 자기 조절이 실패하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사회심리학 연구들은 상황적 요인이 자기 조절을 실패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예., 고정관념, 스트레스 등). 또, 인지심리학 연구들은 인간의 집행 기능이 자기 조절과 관련있다고 설명한다.

오늘은 2012년 3월 Trends in Cognitive Sciences에 게재된 Hofmann, Schmeichel, Baddeley의 개관논문[각주:1]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논문은 사회,인지심리 연구들을 아우르면서 집행 기능과 자기 조절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저자들은 자기 조절이 세 가지 성분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한다. 자기 조절은 1) 목표(기준)가 되는 사고나 감정, 행동 2) 목표와 자신의 현 상태의 차이를 줄이려는 동기 3) 목표를 성취하는데 필요한 노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체중 감량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은 음식을 절제하는 행동을 목표로 삼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는 동기 부여와 노력을 한다.
한편, 집행 기능은 목표 상태에 관한 정보를 유지하거나 갱신하고(Updating), 특정 반응을 억제하거나(Inhibition), 멀티태스킹 시 주의를 신속하게 전환하는 능력을 포함한다(Task-Switching). 


저자들은 집행 기능의 세 가지 기능이 자기 조절과 관련있다고 설명한다. 먼저, Updating과 자기 조절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작업 기억은 목표 상태를 머리 속에 계속 떠올리는 역할을 한다. 다이어트 중 맛있는 음식의 유혹을 받을 때도 작업 기억은 머리 속에 ‘음식을 절제하는 내 모습'을 계속 떠올리게 한다(Goal shielding). 따라서 맛있는 음식에서 눈을 돌릴 수가 있다. 만약 이 능력에 문제가 생긴다면, 유혹에 직면했을 때 다이어트 의지를 굳건히 해 줄 목표가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유혹을 뿌리칠 힘이 약해진다.


능동적 억제 능력(Active Inhibition)도 자기 조절과 관련이 있다. 능동적 억제는 자신의 자동적인 반응을 억제하는 능력을 말한다. 먹고 싶은 음식을 봤을 때 자동으로 손이 가는 것을 참거나 막말을 하려는 걸 순간적으로 참는 능력이 여기에 해당된다. 부정적 반응을 억제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비만, 약물 중독, 불륜 등의 문제를 겪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task-switching도 자기 조절과 관련이 있다. 과제 전환 능력이 뛰어나면 목표를 달성하기에 적합한 수단으로 재빨리 전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맛있는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구구단을 외우던 중, 차라리 다른 곳을 쳐다 보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면 전략을 곧바로 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능력은 조금 복잡한 문제가 있다. 과제 전환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은, 목표에서 벗어나 유혹에 쉽게 빠지기도 쉽다는 모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챙김 명상은 집행 기능을 향상시킨다. Image: http://www.delraycenter.com



만약 집행 기능이 자기 조절과 관련 있다면, 집행 기능 훈련이 자기 조절 향상으로 이어질까? 집행 기능이 훈련으로 향상된다는 사실은 수많은 연구에 의해서 지지되었다. 저자들은 집행 기능 향상이 자기 조절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저자들이 인용한 관련 논문 중에는 작업 기억 훈련으로 알콜 중독자의 음주 습관을 바꾸거나, 행동 억제 방법으로 문제 있는 식습관을 바꾼 경우도 있었다. 





결국, 자기 조절 실패는 사회적 요인과 인지적 요인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사회적 요인 또는 인지적 요인 중 어느 것이 우선하는지, 또는 인지적 요인이 사회적 요인의 매개나 조절변수인지는 논란이 있다. 자세한 사항은 논문 참조). 하지만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평소에 막말을 잘 하거나, 쉽게 화를 내거나, 먹을 걸 참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행동이 연습을 통해서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기 바란다. 집행 기능이나 작업 기억 훈련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1. Wilhelm Hofmann, Brandon J. Schmeichel, Alan D. Baddeley, Executive functions and self-regulation,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Volume 16, Issue 3, March 2012, Pages 174-180, ISSN 1364-6613, 10.1016/j.tics.2012.01.006. (http://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1364661312000289) [본문으로]

Posted by 인지심리학 Mania

 

다음 진술을 생각해보자.

"red if and only if square, or else red."

[여기서 if and only if는 필충조건(red->square가 참이면 square->red도 참인 경우)을 말하며, or else는 배타적 이접(a가 참이면 b는 거짓이어야 하고, b가 참이면 a가 거짓이어야 한다)을 말한다]

 

이 진술을 참이라고 충족시킬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몇 가지 있을까?

사람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상상한다.

1. red & square인 경우

2. red인 경우

 

사람들이 생각한 경우의 수 중 1번은 틀렸다. red & square인 경우 콤마 앞 문장은 참임을 충족하지만, 콤마 뒷 문장도 참임을 충족하기 때문이다(다시한번 말하지만, 배타적 이접인 경우 두 문장 중 하나는 참이고 나머지는 거짓이어야 한다).

정답을 제대로 가려내기 위해서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따져봐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1. red & square

2. red & ~square

3. ~red & square

4. ~red & ~square

(~은 부정을 의미)

진술문이 참임을 충족하는 경우는 2번과 4번의 경우다.

 

그럼 사람들은 왜 이런 오류를 범할까?

Mental model 이론은 사람들이 작업기억의 한계 때문에 연역 추리에서 가능한 경우의 수를 모두 떠올리지 못한다고 한다. 특히 위 문제처럼 복잡한 문제가 주어지면, 콤마 앞 문장을 근거로 가능한 수를 떠올리거나 콤마 뒷 문장을 충족하는 경우만을 생각한다고 한다. 또, 부정 사례(~)를 생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떠올린 경우의 수가 정답과 운 좋게 일치한다면 다행이지만, 자신이 생각 못한 경우의 수 중 참임을 충족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경우의 수가 복잡한 문제일 수록 틀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실험

 

오늘 소개할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세 가지 종류의 질문을 참가자에게 보여줬다.

 

basic control 문제는 사람들이 떠올린 정답과 실제 정답이 우연히 맞아떨어지는 경우다.

if a then b, and a

subset control 문제는 사람들이 떠올린 정답이 실제 정답인 경우의 수 중 일부와 일치하는 경우다.

a if and only if b, or b

illusion 조건의 문제는 사람들이 떠올린 정답이 실제 정답인 경우의 수와 하나도 일치하지 않는 경우다.

a if and only if b, or else b

 

   Mental model이 예상한 사람들의 정답 정답(가능한 경우를 모두 고려해야 알 수 있음)
 basic control  a b a b 
 subset control

 a

 a b

 ~a ~b

   a ~b

   a   b

 illusion

 a b

    b

 ~a ~b

 

 

 

 

참가자는 문제를 보고 진술이 참임을 충족하는 경우의 수를 모두 나열해야 한다. 그 다음 참가자의 답과 실제 답을 비교해서 정답률을 확인해봤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

실험 결과 illusions 조건에서 정답률이 저조했다. 결국 인간은 mental model이 설명하는 방식대로 경우의 수를 제한적으로 떠올림을 의미한다. 만약 가능한 경우의 수를 모두 떠올렸다면 정답률이 낮아지지 않았을 것이다.

 

 

논의

 

인간의 지식은 수많은 불린(Boolean)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야구경기에서 '볼'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타자가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은 상태에서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경우'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개념은 이렇게 여러 조건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며, 그 결합에는 부정(e.g., '않은')을 포함한다.

문제는 개념이 조금만 복잡해져도 인간이 쉽게 오류에 빠진다는 점이다. 배타적 이접같은 복잡한 진술을 접하게 되면 언급이 빠져있는 사례를 떠올리지 못하거나, 부정 사례를 떠올리지 못하는 경향으로 인해 복잡한 개념을 오해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이 논문의 세번째 실험에서는 인간의 일반적 지식이 이런 오류를 피할 수 있게 해 준다고 설명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논문을 참조하길 바란다.

 

Reference

Geoffrey P.Goodwin, P.N. Johnson-Laird(2010), Conceptual illusion, Cognition,

당 신은 언젠가 아침에 일어나서 세상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물론 일생의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몇몇 사람은 컵속에 차 있는 물을 보고 '반이 찼다'라고 말하는 대신 '반이 비었다'라고 생각한다. 나는 심리학 연구를 통해 이런 현상이 과연 중요한 현상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가 컵에 물이 반이나 비었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인가?


우리는 지식 혁명의 정점에 살고 있으며, 이 지식혁명은 직장, 관계, 교육, 노년 등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보를 처리하고 기억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작업기억은 매우 중요해서 이것 없이는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하기 힘들다. 작업기억은 뇌에 달린 '포스트잇'이라고 설명하면 쉬울 것이다. 우리는 특정 정보를 기억하고 이를 토대로 일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차를 운전하면서 방향을 기억한다든지 또는 전화번호를 기억해야 할 때가 그런 경우다. 작업 기억 없이는 우리는 이 모든 능력을 잃게 된다. 우리는 중요한 회의 장소에 어떻게 갈지 헤매게 될 것이고 중요한 연락처를 잊어버릴 수도 있다. 작업 기억은 학교에서 요구하는 읽기, 산수에서부터 건물 안을 돌아다니는 등 간단한 일에도 필요하다.


작업 기억은 교실 벽 역할 이상을 하기도 한다. 작업기억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좋은 직장, 좋은 대인관계를 유지하거나 행복한 삶을 사는 경향이 있다. 작업기억이 나쁜 사람은 직장에서 고전하거나, 사람 간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법적으로 어려움을 겪기 쉽다. 최근의 연구들은 작업기억이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줬다. 최근 나는 컵에 물이 반밖에 없다고 말하는 20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부정적 견해(컵에 물이 반밖에 없다)에도 불구하고 작업 기억이 뛰어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을 덜 겪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결국 물이 반밖에 없다는 부정적 견해를 가져도 뛰어난 작업 기억이 우울증으로부터 보호하는 '버퍼'역할을 하는 것이다.


당신은 어떤가? 당신의 작업기억의 당신의 세계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현재 우리가 온라인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에 참여하면 당신의 작업기억에 대해 알 수 있다. 여기 몇가지 당부사항을 적어놓는다.


1. 먼저, 몇가지 기억 테스트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걱정은 하지 말자. 나는 당신이 차 키를 잊어버린다거나 사랑하는 사람의 생일을 까먹는 횟수를 알고 싶은 건 아니다. 당신의 해야 할 과제는 그것보다 훨씬 쉽다. 당신은 어떤 모양을 보고 그 모양이 그리드의 어느 지점에서 나타났는지를 기억하면 된다. 이 과제를 실수없이 최대한 빨리 하면 된다.


2. 그 다음, 여러가지 문장을 보여줄 것이다(예: 나는 미래를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나는 평소에 생각도 하지 않던 일들 때문에 신경이 쓰인 적이 있다). 이 문장 진술이 당신의 지난 1주일동안 얼마나 많이 일어났는지 평가하면 된다. 보기는 다음과 같다.

a. rarely or none of the time (less than once day);
b. some or a lit­tle of the time (1–2 days);
c. occa­sion­ally or a mod­er­ate amount of time (3–4 days);
d. most or all of the time (5–7 days).


이 연구는 British Sci­ence Fes­ti­va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이 연구에 참여하고 싶으면 Here를 클릭하면 된다.


Tracy Pack­iam Alloway, PhD, is the Direc­tor of the Cen­ter for Mem­ory and Learn­ing in the Lifes­pan at the Uni­ver­sity of Stir­ling, UK. She is the author of over 75 sci­en­tific arti­cles and books on work­ing mem­ory and learn­ing, and has devel­oped the world’s first stan­dard­ized working-memory tests for edu­ca­tors pub­lished by Pear­son. She has pub­lished aca­d­e­mic books, as well as books for the layper­son on Improv­ing Work­ing Mem­ory (Sage, 2010) and Train­ing Your Brain for Dum­mies (Wiley, 2010). Her research has received wide­spread inter­na­tional cov­er­age, appear­ing in out­lets such as the Sci­en­tific Amer­i­can, Forbes, US News, ABC News, NBC, BBC, Guardian, and Daily Mail. She is a much in demand inter­na­tional speaker in North Amer­ica, Europe, Asia and Aus­tralia and is an advi­sor to the World Bank on the impor­tance of work­ing mem­ory. She was the 2009 win­ner of the pres­ti­gious Joseph Lis­ter Award by the British Sci­ence Asso­ci­a­tion for bring­ing her sci­en­tific dis­cov­er­ies to a wide audience.

About the British Sci­ence Fes­ti­val: The British Sci­ence Fes­ti­val is one of Europe’s largest sci­ence fes­ti­vals and reg­u­larly attracts over 350 of the UK’s top sci­en­tists and speak­ers to dis­cuss the lat­est devel­op­ments in sci­ence with the pub­lic. Over 50,000 vis­i­tors reg­u­larly attend the talks, dis­cus­sions and work­shops. The Fes­ti­val takes place at a dif­fer­ent loca­tion each year.

 

출처: BPS Research Digest

번역: 인지 심리학 매니아

 

 

컴퓨터를 통한 두뇌 트레이닝을 6주 동안 하더라도 트레이닝에 포함된 과제 외에 다른 능력은 향상되지 않는다. BBC가 주관한 ‘Bang Goes The Theory’ 프로그램에 참여한 11,000명의 참가자로부터 얻은 결과다.


MRC Cognition and Brain Sciences Unit의 Adrian Owen과 그의 동료들은 먼저 참가자들에게 온라인에서 이용 가능한 두뇌테스트를 시켜봤다.freely available 이 테스트에는 추론, verbal 단기 기억, 공간 작업기억, paired-associates learning(장기 언어 기억)이 포함되어 있다.

 

참 가자들은 세 집단으로 나뉘어졌다. 첫 번째 그룹은 하루 10분씩 일주일에 세 번 컴퓨터를 통한 두뇌 트레이닝을 했다. 이 훈련은 총 6주 동안 이어졌다. 이 트레이닝은 추론, 계획과 문제해결을 훈련시킨다. 두 번째 그룹은 같은 시간 동안 단기 기억, 주의, 시공간 처리, 수학과 관련된 다양한 훈련을 받았다. 이 집단은 시중에 유통되는 두뇌 프로그램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통제 집단은 같은 시간 동안 퀴즈 문제에 대한 답을 인터넷으로 검색하게 했다.

 

세 조건 모두 자신이 훈련 받은 과제에 대한 능력은 향상되었지만, 처음에 했던 온라인 테스트를 다시 해 본 결과 다른 능력으로 일반화되지 않았다. 온라인 테스트와 트레이닝의 과제가 유사한 인지적 기능을 수반하는데도 말이다.

 

두 뇌 트레이닝 조건의 훈련 효과는 일반 지식 문제의 답을 구글로 찾는 과제를 수행하게 하자 통제집단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한 예로 숫자 기억 능력의 변화를 보자. 연구가 종료될 무렵 통제 집단은 수십개의 숫자 중 2개 정도를  기억했다. 그러나 두뇌 트레이닝 집단은 수 백개 중 3개 정도를 기억했다. 통제 집단보다도 오히려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일반 성인 표본을 대상으로 두뇌 트레이닝을 실시해도 전반적인 인지 기능이 향상되지는 않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자는 말했다. 하지만 두뇌 트레이닝의 기간이 너무 짧았던 탓은 아닐까? 훈련 세션의 숫자와 관찰된 트레이닝 효과간 부적 상관이 있는 점을 볼 때 기간 탓은 아닌 것 같다. ‘만약 다양한 과제를 훈련시켰다면 효과가 나타났을 수도 있다’고 연구자는 덧붙였다.


The results of this study will be shared and discussed on Bang Goes The Theory on BBC One at 9pm on 21 April and on the BBC's Lab UK website.


이 결과는 그 동안 두뇌 트레이닝이 효과 없다는 의심을 더하게 하는 최신 연구이다. 2008년 연구(2008 investigation)에서는 어떤 상업적 두뇌 트레이닝 제품의 주장도 지지 받지 못했다. Adrian Owen은 건강한 식단, 운동, 정신적 활동(악기를 배우거나 퍼즐 풀기 등)이 건강한 두뇌를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추천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A.M. Owen, A. Hampshire, J.A. Grahn, R. Stenton, S. Dajani, A.S. Burns, R.J. Howard, & C.G. Gallard (2010). Putting brain training to the test. Nature [In Press].
Link to interactive website featuring the benchmark cognitive tests used in the current study, including useful background information.
Link to Which? investigation of brain training products.
Link to BBC Bang Goes The Theory programme.
Link to recent feature article in The Independent on brain training.


출처: Choke

번역: 인지심리 매니아


다이어트 계획을 실천에 못 옮기거나, 아이에게 화풀이를 하거나, 술을 끊기로 마음먹었지만 또 술을 마시는 이유는 뭘까? 이게 모두 자기 통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원치 않는 행동을 제어하는​​ 능력을 심리학에서는 집행 통제(Executive control)이라고 한다. 집행 능력은 인지 기능의 집합을 일컫는 포괄적 용어다(주의, 계획, 기억, 행동을 개시하거나 억제하는 등). 때때로 이성보다 충동이 앞서는 이유는 집행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Psychological Science에서 지난 주 발표된 한 논문이 작업 기억을 훈련하면 통제력 상실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전두엽 피질에 자리하고 있는 작업 기억은 집행 통제와 강한 관련이 있다. 작업 기억이 작은 사람은 집행 기능이 저조하며, 작업 기억을 훈련할 경우 집행 통제가 향상된다. 네덜란드 Maastricht 대학의 Katrijin Houben과 동료들은 작업 기억의 강화가 충동 억제를 돕는지 테스트해 보기로 했다.


그들은 술고래들의 충동 억제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일주일에 술을 30잔 이상 마시는 사람을 모집한 다음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작업 기억 훈련 세션에 참여하게 했다. 한달동안 총 25세션이 진행되었고 일반인 역시 실험집단과 플라시보 훈련 집단에 함께 참여했다.


처치 집단의 경우 언어와 공간 과제 등 작업 기억을 훈련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어떤 과제의 경우 처치 집단은 컴퓨터 화면에 하나씩 나타나는 글자들을 보게 된다. 그들은 글자들을 기억했다가 글자가 제시된 순서와 반대의 순서로 글자를 회상해야 한다. 이런 역기억(backwards memory task) 과제는 제시된 자극을 기억한 다음 머리속에서 순서를 뒤집어야 하기 때문에 조금 어렵다. 이렇게 순서를 뒤집는 작업은 작업 기억에서 일어난다. 이 과제는 사람들이 역기억 과제를 잘 할수록 - 즉 얼마나 많은 항목의 순서를 머리 속에서 뒤집을 수 있는지 - 난이도가 조금씩 올라간다. 결국 이 훈련은 사람들이 자신의 작업 기억을 조금씩 향상하도록 만든다.


플라시보 그룹에 속한 일반인 역시 컴퓨터를 통해 다양한 과제를 수행했다. 하지만 이 그룹은 강도높은 작업 기억 훈련을 받지 않았다. 플라시보 그룹의 역기억 과제는 적은 단어수만을 제시했으며, 난이도(단어수)도 증가하지 않았다.


그 결과, 처치 집단의 사람들은 연습함에 따라 작업 기억 과제를 잘 했다. 하지만 일반인도 연습하지 않은 다른 집행 통제 과제에서 향상을 보였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처치 집단의 사람들이 실험 전보다 술을 10잔 정도 덜 마시게 되었다는 점이다(술을 마시고 싶다는 강한 욕망이 줄어들었다). 플라시보 집단의 사람들은 음주 습관에서 별 다른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훈련이 끝나고 한 달 후, 연구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온라인을 통해 다시 한번 작업 기억 측정과 음주 평가를 받았다. 연구자들은 작업기억 훈련의 효과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 작업 기억 향상과 음주량 감소.


물론 이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또 알콜중독자의 경우에도 이 훈련이 효과가 있는지를 알기 위해선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가 흥미로운 이유는 웨이트 트레이닝처럼 뇌의 근육을 훈련하면 알콜 남용이나 건강에 해로운 행동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Reference

Katrijn Houben et al(2011), Getting a Grip on Drinking Behavior : Training Working Memory to Reduce Alcohol Abuse, Psychological Science

 

 

Posted by 인지심리학 매니아

 

 

길치:[명사]길에 대한 감각이나 지각이 매우 무디어 길을 바르게 인식하거나 찾지 못하는 사람.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심각한 길치가 몇 사람 있다. 조금 복잡한 거리를 들어가게 되면 방향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리곤 한다. 결국 내가 손목을 붙잡고 끌고 나와야 상황이 종료된다. 만약 주위에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면 미로 속에 갇힌 사람처럼 될지도 모른다. 정말 심각한 경우 길을 잃기도 한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길치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길치가 되는 원인이 무엇인지는 딱히 아는 사람이 없다. 다행히 2010년 Applied Cognitive Psychology에 게재된 한 논문이 이 궁금증을 다소 완화시켜주었다. 자신이 왜 길치인지 몰라 답답하다면 이 연구자들의 주장을 한번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기존 연구들

 

우선 '작업기억'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길치의 원인을 알 수 있다. 작업기억이란 의식적인 정신적 노력이 가해지는 정신적 작업공간을 의미한다. 컴퓨터에 RAM이 존재한다면, 인간에게는 작업기억이 존재한다. 작업기억은 장기기억에서 무언가를 꺼내오기도 하고, 현재 접하고 있는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 관여한다.

Baddeley 의 초기 주장에 의하면 이 작업기억은 세 가지 성분을 가진다고 한다. 주의 통제및 판단 과정을 담당하는 중앙집행기 밑에 조음 루프와 시공간 스케치판이라는 하위 체계가 있다. 이 두 하위 체계는 용량이 한정되어 있어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양이 제한되어 있다.

우리가 어떤 장소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길을 외우는 과정 역시 작업기억이 관여하게 된다. 따라서 조음 루프와 시공간 스케치판이 길을 학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기존 연구들이 공간 지식 학습(Spatial knowledge Aquisition을 이렇게 번역하고자 한다)에 관해 밝힌 사실들을 설명하고자 한다. 연구자들은 공간 지식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Landmark 지식은 말 그대로 어떤 장소에 있던 건물이나 특정 사물에 대한 기억을 말한다. 둘째, route 지식은 이런 랜드마크의 순서와 방향 결정(ex: 왼쪽, 오른쪽 길)에 관한 기억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survey 지식은 지형을 마치 지도처럼 하늘위에서 조망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럼 작업 기억과 공간 지식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기존 연구는 시공간 스케치판의 공간적 요소가 길을 잘 기억하는 사람과 관계 있는 반면, 길치의 경우 길을 언어적 형태로 기억하고(다시 말해 조음루프를 사용하는 듯)있다고 주장했다(Garden et al. (2002)). 이 결과만 볼 때 공간적 능력이 공간 지식과 관련되어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시각적 요소가 공간 학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미비했다.

 

 

실험

 

결국 이번 논문의 연구자들은 인간의 언어적, 시각적, 공간적 능력 중 어떤 요소가 공간 지식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지 보고자 했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도쿄 시내를 자동차로 달려서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모습을 찍은 비디오를 보여주었다. 이 비디오를 보는 동안 세 가지의 방해 과제가 주어진다. 언어적 방해과제에서는 참가자에게 두 음의 한자로 된 단어를 제시하고 이 단어가 진짜 단어인지 사이비 단어인지 판단하게 했다(학생들은 중국 학생들이었다). 시각적 방해 과제에선 참가자에게 특정 시간을 불러주고(예: 10시 30분), 시계의 초침과 분침이 모두 시계 위쪽에 있거나(3~9시를 기준으로 위 아래로 구분할 때) 아래쪽에 있는 경우를 판단하라고 지시했다. 공간적 방해 과제에선 방 안에 있는 세 개의 스피커(좌, 우, 정면)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고 어느 방향에서 소리가 들렸는지 판단해야 한다.

이 비디오를 다 본 다음에는 세 가지 과제가 주어진다. 장면 재인 과제에서는 일련의 사진들을 보여주고 이 사진이 비디오에서 본 장면에 포함되어 있었는지를 묻는다. 사진에는 비디오에서 지나쳤던 장면과 전혀 나오지 않았던 사진이 섞여 있다. 길 선택 과제에서는 갈림길을 보여준 후 어느 방향이 정확한 방향이었는지를 묻는다. 지도 그리기 과제에서는 조금 전 본 비디오를 바탕으로 참가자가 지도를 그리게 된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SOD(Sense of Direction) 문항을 작성했다. 이 문항은 자신이 얼마나 방향을 잘 안다고 느끼는지 주관적 평가를 측정하는 도구다.

 

 

 

결과

 

장면 재인 과제에서 방향 감각이 뛰어난 사람은 언어적, 공간적으로 방해를 받았을 때 길을 잘 외우지 못했다. 반면 길치는 언어적 방해에만 민감했다.

길 선택 과제에서 방향 감각이 좋은 사람은 언어적, 공간적 방해에 영향을 받았지만, 길치는 언어, 시각, 공간적 방해에 모두 영향을 받았다.

지도 그리기 과제에서 방향 감각이 좋은 사람은 언어, 시각, 공간적 방해에 모두 영향을 받았지만 길치는 방해가 있건 없건 별 차이가 없었다.

 

 

논의

 

연구자들은 위 결과를 통해 다음과 같은 이론을 만들어 봤다.

 

방향 감각이 좋은 사람은 랜드마크를 언어적, 공간적으로 기억한다. 그 날 갔던 맛집을 기억할 때 이 사람들은 랜드마크를 언어로 추상화하여 기억을 극대화하는 한편, 다른 지형과의 관계까지 고려하여 공간적으로도 기억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길치는 랜드마크를 오로지 언어적으로만 부호화한다. 따라서 '빨간 지붕에 작은 건물이었고....'라는 식으로 표현은 가능하지만, 그곳이 어디쯤에 있었는지, 지하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었는지는 전혀 모르는 것이다.

 

두번째로, 방향 감각이 좋은 사람들은 길을 언어적, 공간적으로 기억한다. "그 맛집을 가려면 큰길에서 오른쪽으로 간 다음 다시 직진하다가...."라고 언어적으로 길의 순서를 기억하는 동시에 공간적인 위치도 함께 기억한다. 물론 길치도 이와 같은 식으로 길을 기억한다. 특이한 점은 길치가 길을 기억할 때 시각적 능력도 사용한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길을 외울 때 시각적 능력에 의존하는 것은 당연히 길치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친구집이 아파트였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친구집을 시각적 능력에 의존한다면, 다음에 찾아올 때는 똑같은 집 속에서 헤맬 것이 분명하다. 이럴 땐 그 친구 집이 단지 내 끝에 위치하고 있었다는 식으로 공간적 지식을 활용하는 게 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방향 감각이 좋은 사람은 survey 지식을 만들어 낼 때(즉 3차원의 지형을 만들어 낼때), 작업기억의 모든 하위요소를 사용한다. 더군다나, 랜드마크와 길을 언어, 공간적으로 기억한 것이 통합 시 도움이 된다. 내가 봤던 맛집이 공간적 위치와 내가 기억하는 길의 공간적 위치가 조합되어 3차원의 입체적 지형을 완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때 언어적 정보 또한 같이 통합한다. 흥미로운 것은, 통합 과정에서는 시각적 능력이 활용된다는 점이다.

반면 길치는 이런 3차원 지형을 형성할 수 없다. 랜드마크를 언어적으로만 기억했기 때문에 길에 대한 정보와 통합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길에 대한 기억도 시각적 기억이 우세해서 공간적 정보를 활용할 수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점이다. 결국 survey 지식을 만들어내기 힘든 상황이 되는 것이다.

 

SOD 점수가 높은 사람은 보통 실제로도 방향 감각이 좋은 편인데, 이 점수는 survey 지식과도 관련이 있다. 즉, 방향 감각이 좋은 사람은 survey 지식이 풍부하다. 결국 길을 잘 찾고 못 찾는 정도는 survey 지식을 잘 만들어내는지 여부와도 관계가 있는 것이다.

 

 

길치의 원인이 무엇인지 들어보니 납득이 간다. 하지만, 난 이 논문에서 만족하고 싶지 않다. 길치의 원인을 알았다면, 길치를 도와줄 수 있는 교육이나 보조장치의 효과 또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동차 운전자가 사용하는 네비게이션이 1인칭 시점을 사용할지 3인칭 시점(하늘에서 지형을 내려다보는)을 채택할지 생각해볼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흔히 사용하는 다음 지도나 네이버 지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길치에게 어떤 시점이 더 유리할지 연구해 보는 것은 분명 사용자 경험에 있어서도 중요할 것이다.

 

 

Reference

WEN WEN, TORU ISHIKAWA and TAKAO SATO, Working Memory in Spatial Knowledge Acquisition: Differences in Encoding Processes and Sense of Direction, Applied Cognitive Psychology(2010), DOI: 10.1002/acp.1737

출처: ScienceDaily (Dec. 3, 2009)

번역: 인지심리학 Mania

 

 

우리는 무언가에 좌절하거나 화가 나는 상황에 자주 직면한다. 우리는 이런 경우 다른 사람에게 괜히 화를 분출하게 된다. 이런 분출은 우리가 우리 감정을 통제할 수 없을 때 발생한다. 다행히 우리는 자기 통제를 할 수 있고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은 감정의 인지적 통제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작업 기억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고려하고, 아무 생각 없는 자동적인 행동에 반하여 신중한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부모에게 있어서 자녀들의 짜증나는 행동에 대해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으며 몇몇 부모들은 자녀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결국 화를 내고 만다. 그러나 이런 만성적인 부정적 대응이 자녀 학대로 이어지거나 아이를 삐뚤어지게 할 수 있다.

 

이런 잘못된 대응을 피하기 위해서 부모들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통제해야 한다. Virginia Polytechnic Institute and State University, Stephen A. Petrill from Ohio State University의 Kirby Deater-Deckard, Michael D. Sewell와 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의 Lee A. Thompson은 작업 기억과 부모의 부정적 반응이 서로 관련있는지를 연구했다. 

 

일란성 쌍둥이를 둔 엄마들이 이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자들은 이들의 집을 방문해서 엄마가 각 쌍둥이들이 짜증나는 행동(사진을 던지는 등)을 할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녹화했다. 또 이 엄마들은 작업기억을 포함한 인지적 능력을 측정하는 일련의 테스트를 받았다.

 

Psychological Science에 게재된 이 논문에 따르면,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부정적으로 대응하는 엄마의 경우 작업 기억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자들은 “작업 기억 능력이 떨어지는 엄마의 경우 아이들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감정인아 행동을 인지적으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부정적 반응을 보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부모의 작업 기억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Journal Reference:

  1. . Maternal Working Memory and Reactive Negativity in Parenting. Psychological Scie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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